〈 42화 〉 7. 나와 그녀와 그녀의 건전하지 못한 관계 (2)
* * *
루이스가 눈을 찌푸렸다.
"……뭐야, 이 여자?"
음, 이걸 내가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하나.
난 잠시 고민하다가 올리비아의 어깨에 손을 살짝 얹으며 말했다.
"저번에 말했었잖아. 스페트로 가문에 일하러 가기 전에, 내 실력을 테스트한 사람이 있었다고. 이 사람이 그 사람이야."
"아, 그, 올리비안가 뭔가 하는…… 근데 남자라며?"
"나도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나보네."
그냥 좀 여자처럼 생긴 남자인 줄 알았지, 나는.
여자치고 꽤 큰 편인 루이스보다도 큰 키라서 더 그렇다. 나와 비교해도 눈높이가 크게 차이 나지 않을 정도니까.
『전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하게 생각했었어요. 아, 진짜로요!』
다들 놀란 와중에 백신아 혼자서만 요란스럽다. 들리는 목소리만 보면 마치 가슴을 쫙 펴고 칭찬을 기다리는 초등학생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실제 정신 연령도 딱 그 정도라서 꽤 어울린다.
다시 선글라스를 눈에 쓴 올리비아가 루이스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루이스님. 오랜만입니다."
"오랜만……, 이요? 저기, 죄송한데 저희가 어디에서 본 적이 있었나요?"
올리비아는 루이스를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정작 루이스는 올리비아를 떠올리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 두 사람이 만난 적이 있었나?
"그렇습니다. 작년, 회동에서 저희 가주님과 비무가 끝난 후, 그 날 저녁에 한 수 배우기 위해서 찾아뵀었는데…… 기억이 안 나십니까?"
"으음……, 미안해요.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역시……"
"그렇습니까……."
올리비아는 상당히 아쉬워하는 얼굴이다. 하긴, 루이스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본인의 실력이 기억에 남을 정도가 아니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아쉬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나는 루이스 쪽으로 다가가서 귓속말로 살짝 질문했다.
"진짜로, 기억 안 나?"
"안 나, 안 나. 내가 기억 못한다는 건, 별 것 아닌 놈이라는 뜻이겠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1급 모험가 중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자도 루이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건가.
참고로 루이스는 최대한 소리를 죽인다고 줄였지만, 순간적으로 욱하는 바람이 목소리를 조금 크게 내고 말았다. 올리비아도 새어나온 소리를 들었는지 "뭣"하고 상당히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하고 있다.
"아, 뭐, 그건 됐고. 별일 같은 건 따로 없었어? 크게 다친 곳이 안 보이는 걸 보면, 괜찮은 거 같긴 한데."
"……어, 그래, 나는 괜찮다."
루이스의 말을 듣고 잠시 동안 쩍 굳어 있던 올리비아는 심호흡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간신히 페이스를 되찾았다.
충격이 심했나보다.
루이스도 악의가 있어서 한 말은 아닐 거다. 날 때부터 성질머리가 더럽게 태어난 걸 누가 고치겠어. 답이 없는 문제다.
올리비아가 얼른 잊어버릴 수 있도록 나는 다른 화제를 꺼냈다.
"너는 무사히 잘 있는 거 봤으니까 됐고, 샤를로트. 걔는 어때? 걔도 잘 지내냐?"
"이 앞에 있는 공원에서 잠시 앉아 계신다. 보다시피 길드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가씨는 사람 많은 장소를 좀 껄끄러워하시니까."
"아, 하긴."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는 애써 무시하고 있었지만, 마그누스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인사를 해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샤를로트 체질에는 안 맞을 장소다.
둘 다 무사히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잔뜩 무게 잡으면서 애먼 사람 쫓아내더니, 생각보다 별 일이 없었던 건가?
경험 상 그럴 가능성은 꽤 희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안심하는 건 일단 샤를로트를 만나고 나서 하자. 또 무슨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럼 샤를로트도 한 번 만나보고 싶은데, 괜찮냐?"
"당연히 문제 없지. 하지만……"
올리비아는 내 말에 긍정하는 듯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시선의 끝에는 루이스가 있다.
루이스도 눈치가 있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아, 뭐, 중요한 이야기 하실 거면 난 빠져도 상관 없어요."
"죄송합니다."
올리비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녀는 루이스가 빠져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뭐, 내게도 함부로 얘기하지 못할 정도로 비밀스럽고 위험한 사정이니까.
하지만 나는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물러서려던 루이스를 붙잡았다.
"괜찮아. 루이스도 들어도 상관 없어."
"그건 무슨 소리지……?"
"루이스에게도 사정은 말해 뒀거든. 쟤도 알 만한 건 다 알고 있어."
"……백신현, 너."
올리비아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태도를 회복했다.
내 행동이 타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
"어차피 나도 너희들의 사정은 자세히 모르는 상황이야. 그냥 좀 찝찝한 일이 별장에서 발생했고, 너희가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대형사고가 터질 수도 있는 사건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지. 그 정도 사실은 가르쳐줄 수 있잖아."
"……그렇지, 음. 맞는 말이다."
올리비아가 턱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태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네가 맞다고 본다. 잘못 했다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휘말릴 수도 있는 커다란 사태인 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언질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사실, 나도 가문의 사정이 엮여 있지 않았더라면 이런 식으로 엉거주춤하게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
아무래도 올리비아 역시 스페트로 가문 내에서의 본인의 입자와 대의 사이에서 이래저래 고생이 많은 모양.
안 그런 거 같으면서도 계속 긁어대면 은근슬쩍 정보를 하나둘씩 흘려주는 거 보면 내적갈등이 심각한 거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만 와주지 않겠나? 정 뭣하면 네가 나중에 전달해드리면 될 일 아니냐."
"나는 상관 없어."
루이스는 정말로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였다. 사실 올리비아의 말이 틀린 소리는 아니다. 내가 혼자서 비밀을 끌어안고 끙끙거리는 성격이 아니라는 사실도 지금의 대화로 알게 되었을 테니까.
"네 의향이 그렇다면야 나도 상관 없는데,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라도 있어?"
"아, 별 건 아니고. 그냥 아가씨 때문에."
"샤를로트?"
"그래, 아가씨가 심리적으로 좀 불안하신 상태인데, 잘 모르는 사람을 데려가긴 좀 그래서 그런다."
올리비아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부디, 양해를 좀 구하고 싶다."
* * *
그건 그렇고, 궁금한 게 하나 있다.
루이스와 헤어진 뒤 샤를로트가 앉아 있는 공원까지 가는 길에 나는 올리비아에게 살짝 말을 걸었다.
"평소에도 그러고 다녔으면 남자 여럿 울렸을 거 같은데, 뭣하고 남자인 척 꾸미고 다니는 거야?"
"남장은 어릴 적부터 그러고 다니다보니 습관이 된 거고, 무인이 남자가 꼬인다고 좋을 일이 뭐가 있겠나."
올리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재의 올리비아는 그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이전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민소매 와이셔츠에 군청색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상의는 말할 것도 없고, 하의의 정장 바지도 평소에 입고 다니는 바지에 비하면 조금 타이트한 느낌이다.
수수한 거 같으면서도 수수하지 않은 가슴하고 엉덩이 때문에 여러가지로 문제의 소지가 심각하다.
이 정도면 거의 루이스급이다.
진짜로.
근데 진짜 궁금하네.
저런 커다란 걸 평소에는 어디에 숨기고 다녔던 거야. 저번에 나하고 한바탕 붙었을 때도 정장 벗고 긴팔 와이셔츠 차림이었는데 그때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고.
『쯧쯧, 검주가 여자 경험이 적어서 실수하신 거에요. 딱 마력만 봐도 티가 나잖아요, 티가.』
'넌 좀 조용히 해.'
『아으.』
습관처럼 검자루를 손바닥으로 두들긴 후, 나는 솔직하게 질문했다. 까딱 잘못하면 성희롱이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자각이 부족한지 수치심은 커녕 별 이야기를 다 들었다는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거야 뭐, 평소에는 압박 붕대로 묶고 마력으로 고정하고 있지. 체내의 마력 흐름을 조작하면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으니까."
"되게 비효율적일 거 같은데."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질 거고, 그런 식으로 쓸데없이 리소스를 낭비하면 가지고 있는 모든 마력 운용 능력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그러고 다니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의외로 그러고 다니는 게 수행도 되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나도 기껏해야 이십대 중반이기 때문에 실력에 비해서 마력의 최대용량이 때때로 부족할 때가 있곤 한데, 이런 식의 수련이 최대용량을 늘리고 순간가용출력을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되거든."
아, 생각해보니까 예전에 붙었을 때도 마력을 둔화시키는 리미터 같은 걸 주렁주렁 달고 다녔었지. 코어를 단련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니까.
"오늘은 뭐…… 회동이 코앞인데 괜히 스페트로 가문 쪽 인간이 루이스님의 지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곤란하다 싶어서 변장을 하고 나온 거고."
"오히려 그게 평소보다 더 눈에 띄는 거 같은데."
"뭣이, 정말이냐."
진짜로.
남장하고 있을 적에도 미남이라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편이었지만, 까놓고 말해서 지금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들도 한 번씩 올리비아를 쳐다보다가 간다.
한 마디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어서 입술을 달싹거리다가도, 선글라스를 낀 올리비아의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쭈그러들고 만다.
올리비아가 정말로 눈에 띄는 걸 싫어한다면 앞으로 이 차림은 자제시키는 편이 좋을 거 같다.
공원은 모험가 길드에서 5분 거리에 있었다. 회동을 앞에 두고 전체적으로 들뜬 분위기 속, 홀로 다른 세계에 서 있는 듯한 소녀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아, 올리비아."
샤를로트는 인기척을 느끼자 마자 고개를 돌려서 우리를 알아봤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걸 손으로 만류해서 다시 앉히고, 우리가 다가가서 좌우에 앉는다.
"그리고 신현 씨도. 안녕."
"그래, 별 문제는 없었어?"
눈에 띄지 않고 싶었다던 올리비아의 말은 사실이었는지, 샤를로트의 차림도 평소에 치렁치렁 장식을 달고 다니던 드레스 차림이 아니라 수수한 평상복이었다.검은색 긴팔 셔츠에 무릎을 살짝 덮는 회색 플리츠 스커트.
샤를로트가 라임색 양갈래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나를 반겼다.
"나는…… 괜찮았어. 신현 씨 쪽은?"
"내 쪽도 별 일 없었어."
목소리가 조금 기운 없어 보이긴 하지만, 샤를로트의 소심한 성격을 생각하면 평상시와 크게 다를 건 없어 보인다.
정말로 그런가?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 같은…….
『…….』
백신아도 입을 다물고 샤를로트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는 듯한 기색이었다. 나는 샤를로트와 잠시 시선을 맞춘 후, 머리를 움직여서 다시 올리비아를 돌아봤다.
"근데 정말로 별일 없었던 거 맞아? 스페트로 가주님은 회동에 제대로 나오시겠대?"
"그래, 제대로 나오실 거다."
"그쪽도 별 문제는 없었나보네."
크게 의도를 두고 한 말은 아니었다. 본론을 꺼내기 전에 가볍게 내뱉었을 뿐인 안부를 묻는 한 마디.
하지만 그 질문에 어째선지 두 사람은 침묵하고 있었다.
뭐야, 무사히 회동에 나올 수 있다면서 둘 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솔직하게 대답하면, 우리도 잘 모르겠다."
두 사람 중 먼저 입을 연 건 올리비아였다. 영문 모를 소리를 하면서 올리비아는 검지로 뺨을 긁적이고 있었다.
"일주일 전, 너를 쫓아내다시피 내보낸 이후 가주님은 아가씨에게 전투를 가르치는 시간 이외에는 거의 두문불출하다시피 계셨다. 조금 전에 네게 말했던 것처럼 일주일 간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없었어. 하지만 가주님의 상태는 조금 이상했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스페트로 가주의 상태가 조금 달라졌다고 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스페트로 가문의 가신이었고, 스페트로의 피를 이어 받은 사람들에게 있을 수 있는 불확정 요소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즉, 스페트로의 피를 이어 받은 이들에게서 간헐적으로 발병하는 광증??에 대해서도.
"네가 왜 불안해하는지 알겠다. 스페트로 가문의 광증 때문이지?"
"그것도 알고 있었나……. 그래, 네가 말한 것처럼 가주님에게도 광증이 발병한 것은 아닐까 조금 불안해. 최근 일주일 동안 너무 급격하게 성격이 달라지셨거든. ……금제가 걸려 있어서 이름은 말할 수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찾아왔던 '손님'도 행적이 묘연해지셨고."
"……."
모르는 사람이 보면 크게 특이할 것도 없는 일이었지만, 올리비아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스페트로 가문에서 유전병의 형태로 전해내려오는 광증은 20여년 전 최고의 특급 모험가라고 불렸던 남자마저 몰락시킨 무시무시한 질병이었기 때문에.
광증에 대해서는 나도 얼추 조사를 해 봤다. 유전병이라고는 하지만 피를 이어 받은 전원이 발병한 것은 아니고, 스페트로 가문에서도 특히 실력이 우수한 몇몇 사람들이 주로 걸리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여기에 있는 샤를로트는 그 광증으로부터 과연 안전한 상황일까?
샤를로트 본인은 스페트로 가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남의 일인 것처럼 관조하는 태도이지만 워낙 소심하고, 또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 조금 의문이 들었다.
귀로는 올리비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시선은 나도 모르게 자꾸 샤를로트를 향해서 움직인다.
"……."
바로 그때, 시선에 잡힌 샤를로트의 움직임에서 희미한 위화감을 느꼈다. 아니, 위화감 자체는 조금 전에도 느꼈던 것이었지만 지금의 이 위화감은 조금 더 형태가 짙고, 구체적이다.
내가 잘못 본 것일지도 모르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오해 받을 것을 감수하면서 손을 뻗었다.
가볍게 샤를로트의 손목을 오른손으로 감싸쥔다.
"……어, 신현 씨?"
힘을 주고 움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샤를로트나 올리비아도 즉각적으로 반응하진 못했다.
"갑자기 왜 그래? ……아야."
세게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 샤를로트는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몸을 가볍게 움찔거렸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머릿속이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뭐 하는 거냐, 백신현."
다시 한 번, 오해 받을 것을 감수하고 손을 뻗었다. 오른손으로 샤를로트의 손목을 붙잡은 상태에서 왼손으로 긴팔 소매를 쭉 걷어올린다.
"아, 신현 씨, 잠……."
팔뚝까지 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샤를로트의 피부가 외부에 노출되었다. 얼굴의 색깔과 같은, 눈부시게 새하얀 팔뚝이 보인다.
"……야, 샤를로트."
하지만 새하얀 팔뚝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애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 대신 노출된 팔뚝에서 난 다른 것을 봤다. 무수하게 피어난 멍, 쓸린 상처 자국, 붕대, 거즈, 약을 바른 흔적.
부상을 입고 다치고, 붕대를 감고, 그런 행위에 아주 익숙해져 있는 내가 한 순간 눈을 찌푸릴 정도로 다종다양한 상처 자국이 가느다란 팔뚝에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일상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의 부상이 아니었다.
"이거 뭐야?"
나는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버린 올리비아를 뒤로 하고 조용히 샤를로트를 향해 질문했다.
"샤를로트…… 올리비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게 지금 뭐냐고 묻고 있잖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