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6. 진료기록 위의 신창?? (4)
* * *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두뇌의 사고 속도가 빠르게 가속했다. 주변의 풍경이 흑백으로 칠해지면서 움직임이 일제히 느려진다.
올리비아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꼭 그럴 필요가 있는 거야?'
나는 내심 이를 바득 갈면서 질문했다.
'넌 강하잖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무작정 쳐들어가서 내가 좀 싸우다가 네게 바톤 터치를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검왕검에게 선택 받은 검주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나는 아직 백신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거의 없다.
애초에 백신아 자신도 스스로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없다.
녀석의 메모리 속에 남아있는 기록이라고는 단편적인 몇 개의 기억과 첨예하게 새겨진 천변무궁류에 대한 정보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녀석과 함께 낮을 보내고 밤을 지세우기 시작한지도 어언 한 달이 흘렀다. 그리고 그때마다 녀석의 강함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백신아는 강하다.
그 검을 다루는 주체인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모든 실력을 발휘할 수는 없지만, 만약 아무런 제약 없이 검술의 기교만으로 부딪친다면,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떤 고수라도 백신아에게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검왕검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그 새하얀 가상 공간 속에서, 나는 단 한 번도 그 녀석을 이기지 못했다.
백신아는 강하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그 생각은 이미 신뢰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설령 상대가 제1위의 특급 모험가라고 해도 질 것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백신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안 돼요,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해요.』
나는 녀석이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는 걸 거의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았다.
『자세한 건 붙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지만, 느껴지는 투기만 해도 최소 보이드보다 두 배는 강합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저도 어려워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전투를 운영할 수 있다면 모를까, 제게 시간 제한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계시잖아요.』
보이드만 해도 어지간한 특급 모험가는 정면에서 누를 수 있을 정도로 악몽 같은 존재였다.
그런 보이드 이상의 기운이…… 백신아조차 부담스럽게 여길 정도의 힘이 이 너머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고?
도대체 그런 놈이 어디에서 갑자기 튀어 나온 거지?
"……쯧."
백신아가 제시한 현실의 수준 차이가 살짝 열이 올라있던 내 머리를 차갑게 냉각시켰다. 이 녀석은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최고의 기교를 가진 실력자다. 상대방의 전투 능력을 오판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너머에 진짜 뭐가 있다고,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경우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 넓은 대륙에서 특급 모험가로 판정 받은 사람은 두 자릿수를 넘기지 못한다. 그리고 보이드는 그런 특급 모험가도 낮게 깔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는 상대였다.
그런 보이드보다 두 배는 강한 존재…… 라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그 정도면 현역에서 뛰고 있는 '1위'나 '2위' 정도가 아니면 비교 대상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거다.
……잠깐만, 1위?
1위라…….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딘가에서 실컷 활동하고 있을 제 1위가 이 너머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정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전 1위'라면 어떨까.
템페스트 드 스페트로.
정신 병원의 카운터에 놓여 있던 차트에 우연히 발견했던 그 이름이 갑자기 떠올랐다.
스페트로 가문의 전대 가주이며, 당대 천하제일의 무적자로 꼽히던 그 사람이라면……, 지금 백신아가 평가한 '상대'의 수준에 부합하는 존재가 아닐까?
물론, 20년 전의 전투에서 코어가 부서졌다고 알려진 그 사람이 현역에 복귀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코어 역시 인간의 신체의 일부인 건 마찬가지다. 수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저기, 신현 씨."
바로 옆에서 샤를로트가 내 소매를 잡아끌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 순간 빠르게 돌아가던 두뇌가 정상적인 속도로 돌아왔다. 대략 3초 남짓한 시간 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 같다.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있던 나는, 좌우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샤를로트를 향해 고개를 떨어트렸다.
"응, 왜?"
"나도 신현 씨처럼 많이 놀랐지만……, 올리비아가 이런 자리까지 나와 있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그, 그러니까……"
조금 전, 백신아는 올리비아가 저 자리에 서 있는 이유를 이렇게 해석했다.
내가 이 너머로 나아가서 사건에 휘말리는 걸 막기 위해서 저 위치를 지키고 있는 거라고.
그건 알겠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게 나를 위한 행동이라면 굳이 이런 식으로 억지를 부릴 필요가 전혀 없다. 솔직하게 얘기하고, 나를 납득시킨 다음에 돌려보내면 될 일이 아닌가.
그러지 않고 이런 형태로 막무가내로 나온다는 건, 크게 두 가지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에 가주를 비롯한 스페트로 가문의 사람들이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 쉽게 말해서 자기들도 잘못한 게 있으니까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혹은 두 번째.
'금제'가 걸려 있을 가능성이다.
아주 수준 차이가 심각한 경우에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몇 가지 키워드를 지정해서 거기에 관련된 문구를 타인에게 전달하지 못하도록 구속을 거는 술식이 몇 가지인가 존재하긴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 상, 둘 중 하나이거나. 양쪽 모두에 해당되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일단 올리비아의 몸에 다친 흔적 같은 게 보이지 않는 걸 보면 폭력으로 겁박 당했을 가능성은 없으니까.
이외에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하나씩 짚어 나가던 나는 주머니에 손을 살짝 집어넣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야, 올리비아."
"부르셨습니까."
그, 어울리지도 않는 존댓말은 그만하지 좀.
오히려 사람 성질만 더 긁는 것 같다.
"이건 그냥 혼잣말인데. 지금 내 눈에는 너나, 혹은 스페트로 가주님이 누군가에게 협박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그건……?!"
올리비아는 눈에 띄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듣지 않고, 내가 할 말만 담담하게 입에 담았다.
"자세한 목적은 모르겠지만, 너나 스페트로 가주님도 그다지 떳떳한 입장은 아닌 것 같아. 이 일이 자세히 밝혀지면 너희들도 크게 손해를 보기 때문에, 최대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너희들끼리 조용히 처리하고 싶은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
"물론 너희들이 뭘 하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긴 해. 나도 법으로 치면 그다지 떳떳한 놈은 아니니까. 그쪽에서 알아서 처리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도 상관 없어."
아예 쓰레기까진 아니더라도 완전히 흰색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위치다.
굳이 말하면 회색.
깨끗하지는 않아도, 최저한의 선은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혹시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너희들의 힘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닐 거 같다면…… 일이 커지기 전에 꼭 연락해."
"그건, 무슨 소리지?"
아, 올리비아의 말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난 이쪽이 편하다.
"말 그대로의 의미야. 너희들끼리 알아서 조용히 해결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는데,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결해보려다가 힘이 부족해서 실패하면 그때는 어쩔 건데?"
"……."
올리비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
녀석도 내심 생각하고 있던 가능성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너희들이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사건이 외부로 퍼지면? 그때는 어차피, 나도 사태가 더 커지는 걸 막기 위해서 싸우게 될 거야. 그럴 가능성은 생각 안 해봤어?"
"그건……"
"그러니까……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싶으면 너희들끼리 한 번 해 봐. 근데 그러다가 안될 거 같으면, 최대한 빠르게 연락을 하라고. 협력해줄 테니까."
나는 손을 앞으로 뻗어서 올리비아가 가지고 있던, 내 집이 들어 있는 캐리어를 가져왔다.
빠진 물건은 없나? 그 자리에서 캐리어를 열고 하나씩 확인해본다.
"백신현, 너는……"
"왜?"
쪼그려 앉아서 하나씩 물건을 체크하고 있는데, 갑자기 올리비아가 딱딱한 목소리로 내게 질문했다.
"우리를 걱정해주고 있는 것인가?"
"그런 건 아닌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올리비아는 이 대답이 오히려 의외였는지 "뭣"하고 숨을 삼켰다.
"왜? 너도 그렇고 스페트로 가주님도 어차피 알 만한 건 다 아는 어른 아니냐? 자기들이 알아서 해결해보겠다는데 굳이 끼어들 생각은 없어. 내가 무슨 남 뒷처리 해주는 사람도 아니고."
음, 빠진 물건은 없군. 봉급도 제대로 들어 있는 걸 체크했다.
캐리어를 다시 닫고 일어선다.
나는 그때까지 안절부절한 얼굴로 옆에 서 있던 샤를로트의 머리 위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굳이 이유가 있다면, 얘 떄문이지."
"어……?"
샤를로트가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를 냈다.
"너나 스페트로 가주님이야 무슨 일이 생겨도 자업자득이라고 치지만, 그러다가 너희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얘는 무슨 잘못이야?"
내가 다른 건 그냥 넘어가도 그 꼴은 도저히 못 보겠다.
어른들이 저지른 일에 이런 어린애들이 휘말려드는 것만큼은, 도저히.
이해했다는 듯, 올리비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을…… 좋아하는가 보군."
"자랑은 아니지만 유소년기가 꽤 불행한 편이었거든. 그래서, 그때의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애들을 보면 좀 챙겨주고 싶더라고."
샤를로트의 머리 위에 얹었던 손을 천천히 떼어낸다.
"……."
열기가 느껴졌는지, 샤를로트는 내 손에 닿았던 부분을 양손으로 조심스레 누르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이 녀석을 이딴 마경 같은 곳에서 데려가고 싶은데, 안 되겠지?"
"……오히려 '어르신'을 자극하는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네가 아가씨를 데려가더라도 오래 가지 않아서 당하고 말 거야……."
"그래?"
올리비아는 말하면서도 두통을 느끼고 있는지, 오른손으로 미간을 짚고 있었다.
굳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올리비아가 그런 증상을 보이는 원인은 짐작이 간다.
아마, 아슬아슬하게 '금제'의 범위에 걸리는 말을 입에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게 있어서는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내가 지금까지 상정했던 최악의 가정이 하나씩 맞아떨어져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후, 하고 한숨을 한 번 토해낸 뒤 샤를로트를 돌아본다. 샤를로트는 아직도 내 오른손이 닿았던 정수리 부분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샤를로트. 너는 어떻게 생각해? 아니, 이건 너도 잘 모르는 일인가?"
"……나, 는……"
늘 그렇듯, 샤를로트의 대답을 듣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나도, 올리비아도 이 정도는 익숙하다. 샤를로트가 충분히 고민하고,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대답을 입에 담을 수 있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긴 정적이었다.
샤를로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나도,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아주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 '금제'가 걸려 있어서 신현 씨에게 말해줄 수는 없지만……"
"너도 금제가 걸려 있었다는 건, 그 제약이 아주 오래 전부터 걸려 있었다는 뜻이야?"
"……."
샤를로트가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정도가 한계인 듯, 샤를로트도 두통을 느끼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내 생각도…… 올리비아하고…… 똑같아……. 난, 이번 일의 중추에 엮여 있기 때문에…… 내가 없어지면, 바로 내 마력을 쫓아서…… 신현 씨를 추적할 거라고 생각해……."
"그럼 샤를로트 너는."
다시 이어진 질문에, 샤를로트는 녀석 답지 않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남는 편이 좋을 거 같아……."
"그런가……."
살짝 힘이 빠진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지금의 나는 이 집안의 사정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저 두 분의 판단이 옳습니다.』
그리고 내 파트너마저 그들의 선택에 긍정했다.
지금 맞부딪치는 건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신현 씨가 생각한 것처럼 크게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지금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니까…… 아니, 설령 '그 사람'이라고 해도 나를 함부로 해치지는 않을 거야……."
샤를로트가 살짝 내 손을 잡았다.
"그러니까……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혹시, 위험한 일이 생길 거 같으면……"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속삭인다.
"……그때는 반드시, 신현 씨를 찾아갈게."
* * *
"지금 막, 신창??이 복귀한 것 같군."
"샤, 샤를로트가 돌아왔…… 윽!"
템페스트 전대 가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란즈 가주의 목소리는 그 아래에서 들려왔다.
호흡이 조금 거친 이유는 간단하다.
두 손을 바닥에 짚고, 네 다리로 선 란즈 가주의 허리 위에 템페스트 전대 가주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샤를로트가 돌아왔다는 것을 템페스트는 이 자리에 앉은 채로 파악했다.
그가 감지할 수 있는 범위는 특급 모험가의 상식조차도 초월하는 영역에 있다. 좁은 서재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도 아주 넓은 범위를 제 손바닥 들여보듯 살펴보는 게 가능한 수준이니까.
템페스트가 란즈 가주의 경추를 위에서 아래로 가볍게 누르면서 다시 질문했다.
"그 아이 혼자서 외출을 나가 있었단 게 사실인가?"
"그, 그렇습니다……."
"그 아이도 많이 컸군. 하긴 올해로 열넷이라고 했나. 순탄하게 신창의 그릇으로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구나."
현재 템페스트의 손에는 두툼한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다.
올리비아가 그에게 가져다준 루이스 파르네제의 인적 사항이 기록된 용지다.
그는 란즈 가주더러 들어보라는 듯, 용지에 쓰여 있는 글씨를 하나씩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루이스 파르네제. 나이는 올해로 스물 넷. 유파는 파르네제식 쾌검술???. 역대 최연소 특급 모험가일 뿐만 아니라 모험가 길드 내에서도 유래가 없는 빠른 승급 속도로 유명하고……"
뚝, 하고 갑자기 템페스트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그는 비아냥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종이를 손끝으로 툭툭 두드리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서 흔해 빠진 천재라는 것이군. 검왕검이 소유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순수한 재능의 크기인가? 그리고……"
용지를 눈으로 훑어 내려가던 템페스트의 눈이 한 순간 가늘여진다.
그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간다.
"성격이 지독히 고약하고 난폭하기 때문에 애인은 없음. 마찬가지로 특별하게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음……. 여기에 쓰여 있는 건 모두 사실이겠지?"
"……그, 그렇습니다."
"뭐, 거짓말이라도 그다지 상관은 없다만. 하나씩 부숴가다 보면 언젠가는 검왕검이 나올 테니."
템페스트가 허리를 쭉 펴고 몸을 뒤로 넘긴다. 그때마다 란즈 가주는 신음하며 무게를 버텨냈다.
특급 모험가임에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은, 템페스트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마력 능력을 모두 봉인 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순수한 신체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다음 회동까지 남은 기간은 앞으로 일주일이었을 텐데, 여기에서 그 소녀의 실력을 시험해보는 편이 좋겠군."
"그건, 무슨……?"
의문을 표하는 란즈 가주를 거만하게 짓누르며, 템페스트는 말라 비틀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음 회동에서 펼쳐질 비무는, 너 대신 내가 나간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