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4. 시원찮은 그를 위한 육성방법 (2)
* * *
"무?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내 다리 사이에서 열심히 혀를 움직이고 있던 연금술사가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조금 피폐해 보이는 얼굴이긴 하지만 어제에 비하면 훨씬 나은 얼굴이다.
나도 그렇지만, 연금술사도 한 번 경험이 생기니까 어느 정도 조절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또, 너무 지나치게 성욕에 사로잡히는 것도 좀 그렇다 싶어서, 질내사정은 한 번으로 끝내자고 상의 끝에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나는 아직 부족하지만 그녀는 벌써 만족한 거 같은 표정이고, 너무 많이 해도 몸에 안 좋을 거 같고.
그리고 현재, 나는 이미 연금술사의 안에 있는대로 싸지르고 난 후 그녀의 입으로 청소를 받고 있었다.
정액이야 닦이겠지만, 그만큼 침이 묻기 때문에 청소 효과는 거의 없을 거 같기 한데…… 본인이 하고 싶다니까 일단 내버려둔다.
연금술사가 입가에 튄 정액을 햝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무의 본질?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해졌는데?"
"오늘…… 아니, 이젠 어제지. 검이 검왕한테 들은 말이래요. 무공이 아니라 마법에 가까운 검술을 개발해서 그 요결을 녀석의 몸에 입력시킨 후, 그런 화두를 던진 모양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상 공간에서 보이는 녀석의 외형이 달라지는 등의 사소한 일이 있었지만, 그건 넘어가고.
근데 도대체 그 얼굴은 누구의 얼굴이지? 검 본인도 모르는 얼굴이라면서 잡아 떼는 거 보면 검왕은 아닌 모양인데.
허 참, 신경 쓰이네.
"……무의 본질이라? 그런데, 그걸 나한테 질문해서 뭘 어쩌려고 그러지? 나는 마법사 계열이라 그쪽에 대해서는 오히려 너희들보다도 모르는 게 많은데."
연금술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귀두에 입술을 대고 살짝 힘을 주어 빨아들였다. 조금씩 올라오고 있던 쿠퍼액이 뿌리부터 뽑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소리를 참을 수 없었다.
"크……. 확실히 그건 그렇지만, 선생님의 출신을 알잖아요, 저는."
내가 무?의 길에 한 발 걸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정식으로 도장에서 수학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고급 무학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다. 그런 건 대부분 아주 비밀스럽게 전승되는 게 기본이니까.
나의 유파는 어디까지나 아류??. 검투사로 활동하면서 배우고, 실전 속에서 성장시킨 검술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합을 겨루거나 빈틈을 찔러서 파고드는 방식에는 강하지만, 상승 무공이 흔히 가지고 있는 무학??에 대해서는 조금 배움이 부족했다.
천변무궁류를 제대로 익히기만 하면 아마 그런 단점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은 어려운 일이니까.
루이스도 마찬가지. 그쪽은 천재라서 자신만의 검술이론을 정립하긴 했지만, 역시 살아온 세월이 짧아서 그것을 완벽하게 정리하진 못한 상태다.
애초에 그 녀석의 검술은 9할이 감각과 느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무학으로 첨예하게 정리하기도 애매하고.
검왕이 대두하기 전에 존재하던 몇 세대 전의 무공에 가까운 느낌.
그에 비해서 연금술사는 출신이 출신이니까. 우리와는 다른, 상당히 특이한 관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배운 건 우리보다 확실하게 많다.
그도 그럴 게, 연금술사는……
"……."
하지만 내가 괜한 소리를 한 건지, 연금술사가 갑자기 입술에 힘을 주고 내 것을 빨아대기 시작했다. 잠깐만. 청소 해준다며.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터져 나올 거 같은 느낌인데.
그녀는 이전에 했던 것처럼 내 허리와 골반을 단단하게 틀어쥐고 귀두에 입술을 밀착시킨 채 혀로 마구 자극했다. 까끌까끌한 혀가 귀두 전체를 쓰다듬으면서 자극한다. 어느 세 새로운 테크닉을 익힌 모양이다.
당연히 한계는 순식간에 찾아왔다. 윽, 하고 내가 신음하면서 그녀의 머리통을 양손으로 붙잡은 순간, 음낭이 수축하며 정액을 밀어올린다.
"욱……, 국……, 컥……"
호흡이 곤란한지 연금술사의 움직임이 마구 경련한다. 동공이 살짝 위로 올라가면서 그만큼 흰자가 드러난다.
하지만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부지런히 목구멍을 움직이는 게 감각으로 느껴진다. 반쯤 의식이 날아간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녀는 마지막까지 하던 일을 끝마쳤다.
이윽고 내 귀두에서 입술을 떼어낸 연금술사는 해바라기씨를 한 움큼 삼킨 햄스터처럼 뺨을 부풀리고 있었다.
살짝 열린 입술 사이로 젤리처럼 찌그러진 정액이 보인다.
그것을 한참 시간을 들여서 우물우물 잘게 씹고, 그 다음 눈을 딱 감고 꿀꺽 삼킨다.
끄윽, 하고 자신도 모르게 올라오려는 트름을 참기 위해서 연금술사는 양손으로 입술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고 난 뒤 다시 청소에 들어간다. 혀를 쭉 뻗어서 기둥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린다.
목을 다쳤는지, 조금 탁해진 목소리의 연금술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출가한지가 언젠데, 콜록,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연히 윽, 그때 일은 거의 다 끄윽, 잊어버렸지……"
하지만 배운 건, 나보다 확실하게 많잖아.
그렇게 대답했더니 연금술사가 갑자기 고개를 틀어서 내 기둥을 강하게 물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지만, 이를 세우지 않고 입술만으로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통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아마 그 검왕의 말에는 정답 같은 게 없을 거 같아. 아니, 애초에 정답이 나올 수도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
다시 입술을 떼어내고, 연금술사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행동은 좀 거칠지만, 그래도 본인이 대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조언을 해주려는 모양이다.
"예를 들어, 마법이나 화기가 발전하기 전의 옛날에는 무?라는 건 그 자체로 세상의 '힘'을 상징했어. 강한 무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강대국이 되었고, 무인의 질과 숫자가 곧 국가의 힘이 되었지."
연금술사는 다시 한 번 정액으로 더러워진 음경을 혀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응.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잖아. 쮸읍…… 마법의 수준이 많이 발전하면서 무공이 아니라 마법을 익히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고, 아예 마법이나 무공을 포기하고 총에 손을 대는 사람들도…… 하읍…… 있으니까……."
"그렇죠……. 예전에는 '힘'으로 상징되던 무공의 위치도 지금은 많이 좁아졌어요. 현재는 '몸을 사용하는 전투 기술 전반'을 무공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니까요."
"맞아……. 쪼옥, 애초에 정의라는 건…… 햝짝,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츄…… 얼마든지…… 푸하, 달라질 수 있는 거야……"
다시 한 번, 요도에서 새어나온 쿠퍼액을 빨아들이면서 연금술사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까 어쩌면, 검왕이 던진 화두는…… 절대적인 정답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문득 내가 이 세계에 오기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여기에 있는 나, 백신현은 이 세계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열네 살이 될 때까지는 지구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쭉 자라왔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는 일종의 '쇼'의 형태로 무예가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그 세계의 역사에도 무인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총을 시작으로 한 화기의 대두로 말미암아 그 시대는 완전히 종말을 맞이했고, 내가 살아가는 시대에 이르러서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용도의 엔터테이먼트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죽고 죽이는 싸움 같은 건 나도 싫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용도의 '쇼'라고 해도, 격투기의 세계에 뛰어든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그리고 열성적으로 살고 있었다.
오직 단 하나.
지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 누구도 그들이 흘린 피와 땀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는 없다.
저문 것은 어디까지나 무인의 시대일 뿐이다. 이전에 비하면 그 의미가 다소 축소되고, 위상도 떨어졌을지도 모르지만, 무의 맥은 끊어지지 않고 살아있다. 무인의 시대를 끝내버린, 총화기를 다루는 군인들조차도 육체를 단련하고 무예를 쌓는 건 다르지 않다.
무?의 근간, 호신??으로서의 의미는 마지막까지 지켜낼 수 있었다.
나도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흐름이 이 세상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아무리 시대가 발전하더라도 이 세계의 무?는 쉽게 지지 않을 것이다. 마력이 있는 이 세계에서, 인간의 한계는 화기보다도 훨씬 높은 곳에 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무?의 적은 화기 뿐만이 아니다. 마력을 다룬다는 점에선 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법이라는 새로운 체계가 존재하고 있으니까.
실제로 나날이 줄어드는 무인들의 숫자에 비해 마법사들의 수적 증가는 유명한 이슈 거리다.
이 단계에서, 나는 어쩌면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검왕이 감각에 의존하는 보수적인 체계의 고전 무공을 깨부수고, 계산과 합리를 원칙으로 한 현대 무공을 정립한 이유는 무인의 시대를 조금이라도 더 길게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무슨 소리야?"
"무예의 세계에서도 무예를 수학적으로 해석해서 계산하려고 했던 선구자가 없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그다지 호응 받지 못했던 것은, 굳이 수학적으로 해석해서 계산하지 않아도 무예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죠."
자세한 원리를 이해하지 않아도, 초식만 제대로 익히면 기술을 펼칠 수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식을 익힐 시간을 줄여 가면서까지 무예를 해체할 필요는 없다. 전란의 시대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을 것이다. 무조건 외우고, 무조건 익혀라. 그런 이론이 지배하던 시대였다.
속된 말로 표현하면 '아,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돼'
……물론 아예 이론이 없는 무대뽀는 아니다. 그들은 아주 긴 수행 기간을 통해서 말로는 설명할 수 없어도, 그 초식에 담겨 있는 기술적 원리를 몸으로 이해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수학적으로 해체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끔 엇나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경험을 통해 근육을 혹사시킨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근력이 높아진다는 지식을 습득했다고 치자.
그런 '경험'을 통해 획득한 '지식'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옳은 방향으로 적용된다. 다리 근육을 혹사시킨 후 회복하면 더 빠른 다리를 얻게 될 것이고, 목 근육을 혹사시킨 후 회복하면 강인한 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론을 공을 던지는 투수의 어깨에 적용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어깨는 던질수록 강해진다. 그런 논리로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의 강도로 공을 던지게 하고, 짧은 휴식을 취하는 행위를 반복하게 한다면.
당연히, 어깨는 망가진다.
"하지만 마법은 다르잖아요. 마법은 모든 식을 외우고, 해체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펼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마법은 좋든 싫든 '합리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 무공에 비해서, 상당히 이른 단계에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의 성장은 더디다. 초식만 제대로 써도 바로 기술에 들어갈 수 있는 무인과 비교하면 더더욱.
하지만 그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대를 이어서 이론을 계승하고, 선대의 이론을 해체해서 또 다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마법의 성장을 그는 경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무공이 마법에 추월 당해서, 무인의 시대가 끝이 나는 건 아닐까.
검왕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무공에 마법의 이론을 접목하고, 기존의 이론을 철저하게 해체한 후, 계산과 합리를 통한 현대 무공을 창안한 것이 아니었을까.
마법에게 지분을 어느 정도 빼앗긴 지금의 상태조차, 검왕이 있었기 때문에 간신히 지켜낼 수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까.
당연하지만 그런 형태로 완성된 검왕의 무공은, 백전백승이었다.
나는 갑자기 전통과 비전 따위로 으스대는 전통 무술가를 주먹질 한 번에 날려 버린 MMA 격투가의 일화가 떠올랐다.
검왕과 고전 무인의 대결은 아마 그런 형태가 아니었을까.
내 말은 여기까지, 문득 떠오른 발상을 토대로 중구난방하게 쏟아냈을 뿐인데도 연금술사는 흥미로운 얼굴로 듣고 있었다.
"……재미있는 이론인걸."
그녀는 꼿꼿하게 솟은 음경에 뺨을 기댄 채 나를 올려봤다.
"하지만 그렇게 가정했을 때,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건 알고 있어?"
"네. 확실히 검왕이 정립한 현대 무공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무공에 입문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검왕을 비판하는 일부 마이너한 학파의 말처럼, 현대 무공은 마법의 이론을 접목했기 때문에 순수한 무공이라고 보기도 애매하죠."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내 입장에선 그냥 웃긴 트집에 불과하지만, 시점을 달리 해서 보면 껄끄럽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뭐, 있기는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이 강해진 건 천변무궁류의 요결을 익히고 나서부터다.
천변무궁류에 이르러서는 솔직히 거의 마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공의 순수성이 얕아진 느낌을 받았다.
"무인의 시대를 지키기 위해서 개혁을 했다고 쳐도, 그 끝에 만들어낸 검술은 무공이 아니라 거의 마법에 가까운 검술이죠. 이런 걸 정말로 무인의 시대를 지켜내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생각할 수 있나, 그런 문제점이 있어요."
"맞아."
마치 머리가 좋은 학생을 칭찬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연금술사가 내 음경을 입술로만 깨물었다.
이건 무척 중요한 문제다.
내가 태어난 세계, 지구.
그 세계에서 무?의 본질은 호신??으로 정의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굳이 무?를 익히지 않아도 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무예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이, 마법이 있으니까.
내가 태어난 세계와는 다른 이세계.
마력이 실존하는 세계의 무?.
그 본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쉽게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내 마음을 자극하고 있었다.
* * *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수수께끼를 푸는 건 좋은데 그 전에 일단 내가 먼저 살고 봐야 할 거 아니냐고.
그 남자, 보이드를 뭉게 버릴 때까지 내 마음 속에 평화는 찾아오지 않는다.
답이 없는 토론을 나누면서 서로 몸이 달아오른 바람에 한 번…… 두 번……, 하여튼 연금술사가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마구 해댄 후 욕실에서 함께 몸을 씻고 바깥으로 나왔다.
거실의 책상에는 연금술사가 오늘 아침에 설치해둔, 술식을 분석하는 도구가 놓여 있다.
유리관을 여러 개 연결시킨, 좌우로 넙덕한 크기다.
평균보다 조금 작은 체구인 연금술사가 옮기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우수한 도구가 있다.
그러니까, 나 말이다.
아침 일찍부터 연금술사의 공방을 찾아가서 낑낑대며 옮겨왔다.
"어, 조금 전에 반응이 있었던 모양인데."
연금술사가 젖은 머리를 털다 말고 고개를 돌린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어하는 얼굴이지만, 그렇게는 안 된다.
이틀 연달아 그렇게 해댄 탓인지, 연금술사는 의식은 또렷한데 허리가 빠져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당연하지만 조금 전에도 연금술사는 가만히 앉아있고, 거의 내가 씻어주는 구도였다.
내 것도 무슨 파블로프의 개처럼 벌떡 일어났었지만 욕실에서까지 해대다간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그녀는 이미 욕실 안에서 옷을 입고 나온 상태다. 알몸에 헐렁한 티셔츠 한 벌이라 안 입는 것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하지만.
두 팔로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려서 책상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연금술사는 나를 시켜서 도구의 몇 가지 부분을 건드리게 한 뒤,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예상했던 대로 루이스와 붙었던 것도 인간이 아니라 분신체였어. 내가 알고 있는 마력 패턴이야."
"……그럼 그 남자에게 걸려 있던 시간 제한이라는 것도."
"음, 틀림없이 분신 술식을 일정 시간 이상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겠지."
"잘 됐네요."
나는 미소를 숨기지 않고 씩 웃었다.
상대도 완벽한 건 아니다.
그렇다면 파고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는 있겠지만, 지금 나온 결과만 보면 최소 7일. 길면 14일 안에 소모된 육체를 회복하고 다시 활동하기 시작할 거 같아. 그러니까."
연금술사의 초록색 눈동자가 조용히 내 턱선을 훑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앞으로 6일 안에 승부를 보면 되겠네요."
내가 먼저 뒤통수 맞고, 습격 당하고, 그런 건 이제 슬슬 그만할 때도 됐다.
이번에는, 내가 공격할 차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