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3.5 . 이세계에서 애정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2)
* * *
완전히 늘어진 연금술사는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 없는 상태로 보였다. 그녀가 스스로 벌린 균열이 뻐끔대면서 유혹하고 있다.
아직 정액이 미처 다 흘러나오지도 못한 상태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두툼한 보짓살을 해치고 음경을 밀어넣었다.
"우……, 으……!"
연금술사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더니 순간적으로 그녀의 다섯 발가락이 오무라들었다. 감전 당한 사람처럼 잠시 동안 굳어 있던 몸에서 조금씩 힘이 빠지면서 이완된다.
그녀는 잠에서 금방 깬 사람처럼 몽롱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나보고 안아 달라는 듯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축 늘어진 그녀는 스스로 머리를 일으킬 기운도 없어 보였다. 그녀의 목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으로 받쳐서 상반신만 앞으로 일으킨다. 그러자 연금술사는 내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서 나를 힘겹게 끌어안았다.
"후───, 후─── 후, 후후후……"
출산 전의 임산부처럼 깊게 호흡하던 연금술사가 문득 어깨를 움찔거리며 낮은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왜 그러세요? 하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너 같은 어린애한테 못볼 꼴을 보인 내가 너무 한심해서."
그 말을 듣고, 나는 이번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차피 지금까지 서로 못볼 꼴 다 보면서 잘 지냈었는데, 이제 와서 할 말은 아니지 않느냐, 하고.
"그것도, 맞는 말이네."
연금술사는 목을 최대한 길게 뻗어서 내 어깨에 자신의 턱을 걸었다. 닫힌 입술 사이에서 짐승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양손으로 강하게 움켜쥐고, 나는 그녀에게 낮은 목소리로 허락을 구했다. 움직여도 괜찮겠습니까?
연금술사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내 목덜미에 코와 입술을 묻었다. 그녀의 숨결이 내 목을 뜨겁게 달군다.
두팔을 움직였다. 연금술사의 몸은 정말로 가벼워서, 사람이 아니라 인형을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가벼운 체중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움직이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한 번 그녀의 몸에서 내 음경을 뽑아낼 때마다 내용물이 딸려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어마어마한 힘으로 죄여온다.
그녀의 가벼움이, 오히려 내겐 걱정거리였다. 실수로 부숴버릴 것 같아서. 그 정도로 약하게 보여서.
"……굵어…… 안쪽에 한 번 꽂힐 때마다, 머리가 부서질 거 같아……"
마치 딸꾹질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녀는 쉴 세 없이 "윽! " 언어가 "읏!"되지 못한 "힉?!"목소리를"극!"토해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조금 전과 비교해서 눈에 띄게 달콤함이 더해져 있다. 말에 색깔이 있다면, 지금의 그녀의 목소리는 분홍색에 상당히 가까웠다.
그녀의 다섯 손가락이 내 등으로 깊숙히 파고들어온다. 평소 손톱 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연금술사가 상대였기 때문에, 아프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강하게 움켜쥐는 그 다섯 손가락에서, 나는 그녀가 상당히 쾌락에 절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조금 헤매고 있지만, 그녀가 느끼는 위치를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물론, 내 것은 그녀의 질 안쪽을 빈틈 하나 없이 채우고 있지만.
이런 상태에서 그녀의 느끼는 부분을 파악하고, 그쪽에 힘을 주고 문지르면.
"옥……?!"
안 그래도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조금 더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준다.
물론 연금술사도 아까 전과는 다르게 정신줄을 조금은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눈물이 살짝 맺힌 눈으로 내게 항의하기 시작한다.
"장난, 치지…… 마아……."
"알았어요. 제가 잘못했어……, 아얏."
그거로는 모자른지, 이번에는 입을 벌려서 내 목덜미를 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외로 고통은 크지 않다. 그녀의 치악력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이를 세우지 않고 입술만 가지고 우물대고 있는 상태였다.
목덜미에서 간지러운 느낌을 받으면서 다시 연금술사의 안을 휘젓는다. 그때마다 그녀는 감전된 사람처럼 떨었다.
지금까지 함께 지내면서도 알지 못했던, 연금술사 자신도 잘 모르던 비밀을 몇 시간 사이에 몇 개나 새로 알게 되었다.
그녀의 외적인 부분이 아니라, 부드럽고 따뜻한 내적인 부분을.
온갖 각도와 속도로 그녀의 안을 자극하며 몇 번씩이나 절정시킨 끝에, 내게도 다시 한계가 찾아왔다. 내 것이 불에 달군 쇳덩이처럼 뜨거워진다. 안쪽에서 재차 커지기 시작하는 감각을 느꼈는지, 그녀가 젖은 눈동자로 "히─" 신음 소리를 낸다.
"응, 앗앗앗, 앗앗앗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내 등 뒤에서 가느다란 발목이 서로 얽히고, 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강하게 힘을 주었다.
먼저 들어간 정액이 채 빠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시 한 번 그녀의 배에 정액이 공급된다. 사정은 그녀의 복부의 형태가 눈에 띄게 변화할 때까지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오──♥ 오───♥"
처음에는 힘이 들어가 있던 그녀의 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그대로 축 늘어질 때까지.
연금술사는 이제 표정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기력이 다한 얼굴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간신히 입술을 움직여서 웃는다. 헤헤 웃는 그녀는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변에뉸…… 실슈햐지 않았셔어……."
그 말을 듣고 문득 깨달았다. 내 오른쪽 가슴, 코어가 깃들어 있는 그 자리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마력이 스며들어 있었다.
내 마력의 색이 초록색이라고 치면, 그것은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다. 어릴 적에 봤던 라떼 커피처럼 서로 다른 두 개의 마력이 조화롭게 섞여간다.
하지만, 기분 탓일까? 내 안으로 스며든 마력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내 초록색의 마력과 다른 색채이기 때문에 구분은 되지만, 아지랑이처럼 희미해서 조금만 방심해도 흩어질 것처럼 느껴진다.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서 그래."
잠시 의식을 잃었던 건지, 연금술사가 힘이 없는 목소리로 내 목덜미에서 중얼거렸다.
말투도 원래대로 돌아와 있다.
음, 하지만 난 조금 전의 연금술사도 상당히 귀여웠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한 대 맞겠지?
"……성교를 통해서 마력을 교환하는 건 좋지만…… 교환하는 마력의 양을, 읏, 적당히 조절하지 않으면…… 오히려 네 몸이 상할 수도 있어……."
아직 절정의 여운이 남아있는지, 연금술사는 아무런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도 홀로 움찔대고 있었다.
"아주 얇게, 코팅을 하듯…… 여러 번에 걸쳐서 내 마력을 너와 섞어나갈 거야……. 세상에 쉽게 얻을 수 있는 힘 같은 건…… 어디에도, 으응…… 없으니까……."
연금술사는 눈에 띄게 부풀어 있는,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며 내게 질문했다.
피임약을 먹어놨다니, 착상 같은 걸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것과 관계 없이 이미 그녀의 배는 꼭 임신한 사람 같았다.
"……불안해……. 피임약의 효과는 믿지만, 그래도 솔직히 좀, 두려울 정도의 양이야."
"생긴다면 그때는, 아버지가 될 준비라도 하면 되지 않을까요."
나도 연금술사와 마찬가지다.
그녀를 확실하게 사랑한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아이가 생기고, 결혼을 하더라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대답했더니, 연금술사는 인상 나쁜 표정으로 살짝 웃었다.
상당히 쾡한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지금은 오히려 퇴폐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애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도 문제야……. 사랑을 모른 채 어른이 되고 말았잖아……. 설마, 이건, 지금까지 너를 가르친 내 잘못이야……?"
아무래도 이상한 포인트에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
연금술사는 잠시 머리를 내 목덜미에서 떼어낸 뒤, 이번에는 내 가슴팍에 정수리를 붙이며 말했다.
"……그런데 신현이 너, 아직도 커져 있네. 아니, 당연한 건가. 지난 번에도 열 번 이상 뽑아냈는데, 멀쩡했었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 연금술사는, 지친 팔을 움직여서 다시 한 번 내 목에 감았다.
"……이제 내 체력으로 움직이는 건……, 솔직히 무리야. 그러니까…… 만족할 때까지……마음껏 내 몸을 사용하도록 해."
* * *
"……우, 웃……"
짹짹 들려오는 새 소리를 듣고, 나는 겨우 날이 밝았다는 걸 깨달았다.
어제 저녁에 해가 막 저물었을 때부터 연금술사하고 이러고 있었으니까, 엄청 오래 했구나.
침대에 쓰러져서 축 늘어진 연금술사는 완전히 실신했는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눈에 흰자를 드러낸 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몸을 닦아준 뒤, 이불을 덮고 방을 나온다.
깁스한 다리를 반대쪽 허벅지에 올려놓은 자세로, 루이스가 소파에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루이스를 돌아보며 질문했다.
"뭐야, 일어났어?"
"……그럼 옆방에서 그 난리를 피우는데, 안 일어나고 배기겠어? 내가 너 때문에 자다가 깼어. 정확히는, 선생님의 목소리 때문에 깬 거지만."
연금술사의 목소리가 좀 크긴 했지.
나는 지금까지 그녀에게 그 정도의 성량이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연금술사의 신음 소리에 깼다는 건 꽤 오래 전부터 일어나 있었다는 건데, 그럼 루이스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깨어 있었던 건가?
그래서 그런가, 루이스의 눈매가 상당히 더럽다. 나를 무슨 발정난 짐승 보듯 쳐다보고 있다.
당연하지만 질투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근데 뭐야, 언제부터 너하고 연금술사 선생님이 그런 관계가 된 거야? 물론 나도 남녀의 사랑 관계는 까막눈이지만…… 그런 분위기는 하나도 안 풍기던데."
"어, 그야 당연히. 나하고 연금술사 선생님의 관계는 그대로니까."
"뭐?"
뭘 잘못 들었다는 듯 눈을 찌푸리는 루이스를 앞에 두고, 나와 연금술사 사이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루이스의 얼굴이 팍 찌푸려진다.
머리로 이해는 하는데,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듯한 얼굴이다.
"……그런 건 나도 알지만, 보통 그런 이유로 몸을 섞을 생각을 할 수 있어? 너도, 연금술사 선생님도. 숫총각에 숫처녀잖아."
"나도 좀 부끄러운 건 사실인데, 승산을 높일 수 있다잖아. 그럼 내가 뭘 어쩌겠어. 일단 살고 봐야지."
연금술사가 내게 먼저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이런 짓은 하지 않았을 거다.
탓을 하려거든 연금술사 탓을 하는 게 맞다.
물론 나는 그녀를 탓할 생각이 없지만.
"너도, 선생님도, 참 특이한 성격이라니까……. 괴짜 기질이 있어."
"웃기고 있네."
그리고,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죄다 괴짜라는 건 너도 비슷한 수준의 괴짜라는 뜻이라고.
"난 그런 식으로 처녀 딱지 떼기는 싫다……. 아무리 이번 일 때문에 네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해도, 그건 무리야. 진짜로. 차라리 다른 걸로 도와주고 말지."
"나도 필요 없어. 그리고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면 단기간에 여러 개의 마력을 몸에 받아들이는 것도 몸에 좋지는 않다는 거 같아. 지금은 일단 선생님과 마력을 섞는데 집중하려고."
중간부터 연금술사가 완전히 뻗어버린 탓에, 완전히 마력을 교환하지 못했다. 앞으로 여러 번에 걸쳐서 조금씩 그녀의 마력을 내 코어에 휘어감아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오늘 같은 짓을 앞으로 몇 번은 더 해야 한다는 거다.
정말 이런 방식으로 강해질 수는 있는 걸까…….
* * *
"……뭐지?"
한숨도 자지 않고 날밤을 샌 건 사실이라, 나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소파에 누워서 눈을 붙이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루이스가 호위로 붙어있기로 해서, 나도 안심하고 눈을 감고 수면을 청하는 중이었는데…….
여기는 또 어디지?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공간 위에서, 나 홀로 서 있다.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꿈이라는 건 나의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는 기억을 조합해서 나오는 거라고 하던데, 이런 풍경은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했다.
"검주."
그때, 바로 앞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 소리를 기점으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목구비는 물론이고 실루엣 자체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인간의 형태를 한 아지랑이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기억에 있는 목소리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했다.
"너냐? 검."
"네, 맞아요. 검주. 제가 검주를 이 공간으로 초대했습니다."
역시.
나는 초조한 감정을 잠재운 뒤,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런 기능이 있다는 말은 없었잖아."
"저도 처음 알았어요. 아무래도 검주께서 마력을 획득하신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제게 공급되는 마력의 출력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기능이 해금된 모양이에요."
"그럴 수도 있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검과 나는 서로 붙어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다. 내 몸에 코어가 새로 발생하면서 검에게 나의 마력이 흘러들어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잠에서 깨고 나면, 한 번 확인해볼까.
"그럼 이 공간은 내 꿈 속인가? 그게 아니면 너의 내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검 자신도 새로운 기능을 알아가는 중인지, 목소리에 조금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 안에서는 이런 것도 가능한 모양이에요."
아지랑이의 오른손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느릿하게 움직인다.
변검??이라고 하던가. 옛날에 TV에서 봤던, 손이 얼굴을 한 번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쓰고 있는 가면이 달라지는 기술이 떠올랐다.
검이 저지른 짓은 그것과 정말로 비슷한 일이었다.
손이 한 번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순간, 흐릿하던 아지랑이에 명확한 형태가 주어졌다. 몸의 구조나 형태도 변했다.
부글부글부글부글! 하고 그 표면이 잠시 끓어오르는가 싶더니, 어느 세 검은 나의 얼굴과 몸을 완전히 흉내내고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거울 속에서 보는 얼굴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그 얼굴 속에서 피어난 표정은 조금 다르다. 나의 얼굴을 흉내낸 녀석은 장난기 가득한 시선으로 웃고 있었다.
"신기하죵?"
"그건……"
"이런 것도 가능해요."
손바닥이 다시 얼굴로 향한 순간, 녀석의 모습이 또 다시 바뀌었다. 연금술사, 루이스, 아트룸 교수,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을 차례로 흉내낸 후, 검은 또 다시 고목 같은 팔을 움직여서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켰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검이 취한 그 모습은……
"어때요, 이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투지가 끓어오르지 않나요?"
"……그래, 맞아. 속이 부글부글 끓는 기분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점철된, 키가 큰 강인한 인상의 남자.
뒤집어 쓴 모자에는 까마귀처럼 새까만 깃털이 붙어 있다.
잊을 리가 없다.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손이 근질근질 거리면서 심장이 불타는 느낌이 들었다.
내 영혼이 투지를 느낀 순간 내 허리춤에는 길쭉한 장검이 매달려 있었다. 아, 그렇군. 이런 형태의 가상 공간인가.
보이드.
그 남자의 모습을 한 녀석은 검을 쭉 뽑아낸 상태로 씩 웃고 있다.
"그 남자의 검술이라면 제가 재현할 수 있을 겁니다. 겉햝기에 불과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검끝이 나를 겨눈다.
"오세요, 검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