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16화 (16/287)

〈 16화 〉 3.5 . 이세계에서 애정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 * *

나는 잠시 동안 연금술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동안 창밖의 해가 기울었다. 빠르게 어두워진 방을 다시 밝히기 위해서, 연금술사는 침대 위에서 몸을 움직여 전등에 불을 붙였다.

전등의 불빛이 연금술사의 얼굴을 비스듬히 비춘다.

"네가 가진 마력 조작 능력이라면 굳이 내 도움이 필요 없어도 빠르게 나쟈의 핵을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강요할 생각은 없다며, 연금술사는 조용히 덧붙였다.

"하지만 나처럼 우수한 마력을 가진 사람과 몸을 겹치고, 서로 마력을 교환하게 되면 내 마력이 나쟈의 핵이 가진 성질을 완화시켜줄 테니 조금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마력을 네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야."

연금술사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더니 그 자리에 서로 다른 색깔의 두 개의 물방울을 만들었다.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던 두 개의 물방울이 서로 달라붙으며 하나로 섞인다. 그렇게 제3의 색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위력도 조금 높아지겠지. 질이 높은 마력 두 개가 서로 섞이면서 상승효과가 일어나니까."

"그건 저도 알아요. 아는데요."

애초에 성교를 통한 마력의 교환 및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상승 효과는 오컬트의 기본 같은 거다. 나도 당연히 지식으로는 알고 있다.

"그럼?"

"하지만 갑자기, 그런 식으로 나오시는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요. 지금까지는 그런 말,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셨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연금술사는 납득한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짧은 회상에 들어간 듯 눈을 감은 채 턱을 들었다. 붕대를 감은 발목에서 고통이 느껴지는지 발가락을 꼬물거리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이라도 더 승산을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야."

"승산이요?"

"그래, 솔직히 말해서 조금 전에 나와 루이스가 부딪쳤던 그 남자는 어마어마하게 강했거든. 만약 그가 시간 제한을 이유로 스스로 물러나지 않았더라면, 도망치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해."

나는 낮게 신음했다.

그 남자의 진짜 실력을 보지 못한 나는 그의 강함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연금술사와 루이스의 실력은 거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 두 사람이 크게 고전하고, 연금술사가 이런 말까지 꺼내게 만든 상대.

어쩌면 그 남자의 강함은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영역에 도달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싸우지 않고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없지. 네가 그 검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 남자는 추적을 멈추지 않을 테고, 설령 검을 버린다고 해도 목격자의 말살을 위해서 계속 쫓아올 가능성도 있으니까."

이건 내가 저번에 연금술사에게 했던 말이다.

그렇다. 이미 이 사건에 한 번 발을 들여놓은 그 시점에서, 우리에게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았다.

짜증이 나고, 조금 엿 같더라도 맞서 싸워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해. 네게 성교를 제안한 이유도 마찬가지야. 눈에 확 띌 정도로 크게 강해지지는 않겠지만, 네 전투 능력을 높이는 데 틀림없이 도움이 될 테니까."

연금술사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녀 나름대로,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숙고한 끝에 나온 결론이라는 건 나도 알 것 같다.

그러니까 나 또한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답하기로 했다.

"저도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네, 그래요. 섹스를 하든 뭘 하든, 그렇게 해서 강해질 수만 있다면 저도 상관 없습니다."

자존심도 수치심도, 죽은 후에는 쓸데가 없는 요소다.

살아남는 게 최우선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 이외의 모든 것을 내던져도, 신경 쓸 생각 없다.

"하지만, 괜찮겠어요? 제가 알기로 연금술사 선생님은 경험…… 도 아직 없으시잖아요. 사랑하는 사이도 아닌 사람을 상대로 처음을 잃어도, 정말로 상관 없으신겁니까?"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연금술사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내 가슴에 비수를 꽂은 뒤, 한쪽 눈만 살짝 감으며 말했다.

"……물론, 신경 쓰이지 않는 건 아니야. 나이는 많이 먹었지만, 나도 여자인걸. 그렇다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솔직히 좀 애매하고."

내 얼굴을 한 번 쳐다본 뒤, 연금술사는 내 가슴 정도쯤 되는 위치에 자신의 손을 갖다붙였다.

머리가 딱 이 정도 높이에 있었을 때, 나는 연금술사와 처음으로 만났다.

"소중한 제자로 생각하긴 해도 솔직히 그 이상의 감정은 없어. 나는 네가 이 만한 시절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런 감정을 느끼면 솔직히 문제의 소지가 있잖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이성으로 느끼기에는 너무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다.

"하지만, 상대가 너라면 내 처음을 줘도 그다지 후회할 거 같지는 않아. 그거면 된 거 아닐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연금술사는 침대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서 최대한 몸을 길게 쭉 세웠다. 그 상태로 손을 뻗어야 내 머리카락에 간신히 손이 닿는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으로 내 머리카락을 넘기면서, 연금술사는 이렇게 질문했다.

"……신현이 너는, 어떻게 생각해?"

* * *

"루이스는……, 자고 있구나."

거실의 소파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든 루이스의 모습을 확인한 뒤, 연금술사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나는 침대에 앉은 채 몸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이전에 바늘꽂이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있던 내 몸을 반나절만에 회복시켰던 그 술식이다.

하지만 이번에 비하면 조금 붕대의 수가 적다. 마검에게서 배운 요결을 전투 속에서 조금씩 소화해나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충격을 흘려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검에게 배운 요결이 없어도 나쟈에게 이길 수는 있었겠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회복할 수는 없었겠지.

연금술사는 상반신에 붕대를 감은 바지 한 벌 차림의 나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새삼스럽다는 듯, 내 전신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중얼거린다.

"얼마 전에도 네 알몸을 한 번 봤지만, 역시 상처가 많은 몸인걸. 옆구리에 찍혀 있는 건 노예 검투사의 표식인가."

연금술사의 시선이 내 오른쪽 옆구리를 가리킨다. 그녀가 말했듯이, 내 옆구리에는 인두로 지져서 남긴 둥근 흔적이 남아있다.

"그렇죠. 그런데 지금은 거의 지워져서 안 보이네요."

새 살이 돋아서 흐려진 게 아니라, 그 자리 위로 새겨진 길쭉한 칼자국이 표식을 두쪽으로 갈라놓은 상태였다.

"적당히 굴리도록. 아직은 젊어서 괜찮겠지만, 그런 식으로 살다가 나이 먹으면 골병 들 거야."

연륜이 느껴지는 충고를 한 뒤, 연금술사는 내가 탁자 위에 올려둔 나쟈의 핵을 돌아본다.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지 꽤 시간이 되었음에도 나쟈의 핵은 여전히 차가운 색을 띄며 빛나고 있다.

연금술사는 붕대 때문에 움직임이 어색한 나를 향해 투명한 병을 하나 내밀었다.

"이건 뭐죠?"

"네 체질에 맞춘, 피로회복제. 정신고양 효과도 조금 있어. 나쟈의 핵을 흡수할 때…… 그리고 나와 성교를 할 때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덧붙였다.

"네 머리카락이나 혈액, 정액 등. 네 체질을 분석할 수 있는 샘플은 많았잖아. 그래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어."

"……잘 마실게요."

뚜껑을 비틀어서 열고, 한 번에 꿀꺽 삼킨다.

조금 쓰고, 살짝 시큼한 맛도 느껴졌다.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지기 전에 즐겨 마셨던 비타민 음료수가 떠오르는 맛이다.

빈 속에 효과가 직빵이었는지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 순간 눈이 맑아지고 전신에서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근질근질한 느낌도 같이 느껴진다. 어디라고는 말 못하겠는데, 자꾸 한 점으로 피가 모이는 기분이.

어느 정도 활력을 되찾은 뒤, 그 자리에서 여러 번 호흡하면서 몸 상태를 가다듬는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스스로 확신을 가진 후 나쟈의 핵을 움켜쥐고 한 입 크게 베어문다.

이빨 사이로 느껴지는 식감은 무화과와 비슷했다. 하지만 물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온도는 매우 높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는 통째로 화상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번 씹어서 넘긴 후, 지체하지 않고 나머지 부분도 빠르게 씹어서 삼킨다.

나쟈의 핵이 한 조각도 남지 않고 내 뱃속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조각을 꿀꺽 삼키고 엄지로 입꼬리를 스윽 훔친다.

나는 무심코 소리를 내고 말았다.

"더럽게 맛없네요, 이거."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음식 중에서도 한 손가락에 꼽히는 레벨이다. 연금술사의 요리와 좋은 승부가 될 거 같다.

효과는 빠르게 닥쳐왔다.

마지막 한 조각이 목구멍을 넘어, 그 아래쪽에 있는 깊은 곳에 떨어진 바로 그 순간…… 나는 내 몸에 지금까지 없었던 변화가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윽……!!"

마치 또 하나의 심장이 생겨난 것 같다. 펄떡펄떡 뛰는 심장의 바로 옆, 오른쪽 가슴에서 심장의 고동와 엇박으로 울리는 또 하나의 고동이 느껴진다.

그것은 매우 뜨겁고, 무거웠으며, 무척이나 빨랐다. 심장의 고동와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의 속도가 느껴졌다. 쿵쾅쿵쾅쿵쾅쿵쾅. 또 하나의 심장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전신에 퍼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처음부터 이곳이 자신의 자리라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나의 일부에 스며들었다.

해가 저문 침실에서 초록색 입자가 하나둘씩 피어나더니 반딧불이처럼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나쟈의 핵을 계기로 탄생한 나 자신의 마력이었다.

하지만 전율하는 시간조차 사치라는 듯, 나는 그 순간 닥쳐온 고통에 몸을 흔들었다.

전신의 세포 하나 하나가 그 자리에서 불타서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다.

"……조금만 참아. 빠르게 안정시킬 테니까."

연금술사는 이렇게 될 것을 예상했다는 듯, 침착한 얼굴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발열의 정도, 심장이 뛰는 속도, 나를 중심으로 퍼지는 초록색 입자를 한 번씩 체크한 뒤, 붕대를 감은 가슴팍 위로 자신의 손을 얹었다.

성인 여성의 평균 키보다 조금 작은 체구인 연금술사는 평균 키보다 상당히 크고, 어깨도 벌어진 편인 내 앞에 서면 몸이 완전히 가려지는 수준이다.

(나에 비해서) 작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까 진짜 작다.

……이런 사람하고 몸을 섞을 수나 있을까. 찢어지는 거 아냐?

현재 그녀는 백의를 벗고, 치마가 짧은 새까만 원피스 한 벌만 걸친 상태였다. 등쪽이 깊이 패여 있는 노출도 높은 디자인이라 이렇게 보면 원피스가 아니라 꼭 네글리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연히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는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그녀의 체취나, 머리카락 냄새 같은 것도 풍겨온다.

향수를 쓰지 않기 때문에 강렬한 냄새는 없었지만, 그녀의 성격처럼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느껴졌다.

가슴팍에 닿은 그녀의 손을 통해서 마력이 전해져온다. 연금술사의 마력이 완충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야생마처럼 날뛰던 마력이 조금 누그러진다.

그 자리에서 손을 떼지 않은 상태로 연금술사가 느릿하게 턱을 들었다.

서로의 입술이 겹쳐진다.

"───푸후, 그런데 신현이 너는 이게 첫 키스인가?"

한참 동안 입술을 겹치고 있다가, 문득 연금술사가 입술을 떼고 질문했다.

나는 입술을 타고 넘어오는 달콤한 숨결, 구름처럼 내 입을 감싼 부드러운 입술, 가까이에서 보면 보석처럼 빛을 내는 그녀의 눈빛 따위에 잠시 몽롱해져 있었지만, 이내 그녀의 질문을 눈치채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연금술사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눈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의 손이 내 가슴팍에서 위치를 이동했다.

그것은 이제 내 하반신 위에서 멈춰 있었다.

정확히는, 아직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바지 위에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나의 음경이다.

"내 첫 키스 상대는, 이쪽. 그리고 조금 전에 너와 한 것이 두 번째 키스였어. 사람의 입술이 아니라 음경을 상대로 첫 키스라니…… 조금 신기하지?"

그리고 연금술사의 몸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녀의 시선은 이제, 내 바지 위로 고정되어 있었다.

"변함없이, 어마어마한 길이와 굵기구나. 이런 게 정말로 내 몸에 들어올 수 있을까……?"

침대 아래로 내려가서, 두 다리로 꿇어 앉은 자세로 연금술사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내 위치에선 그녀의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는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이미 크게 부풀어서 꼿꼿하게 서 있는 나의 음경이 있었음으로.

그녀는 한손으로 내 귀두를 움켜쥐고, 또 다른 손으로는 기둥을 쥔 상태에서 혀를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번의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그녀의 손놀림은 영 어설펐던 이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숙달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응……, 츄읍……, 하지만 좀 아까운 걸. 이런 걸 지금까지 쓰지 않고 숫총각으로 살아오다니…… 이렇게…… 크고, 두꺼운…… 흉기 같은 물건을……"

영역 표시를 하듯 조그만 혀를 가지고 넓은 음경을 꼼꼼하게 타액으로 칠해 나간다. 어느 세 나의 음경은 연금술사의 타액과 나 자신의 쿠퍼액에 의해서 상당히 번들번들하게 젖어 있었다.

그러던 도중, 문득 연금술사의 움직임이 멈췄다. 무슨 문제라도 벌어진 걸까. 나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그녀의 얼굴을 향해 시선을 떨어트렸다.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내 음경을 자극하는 걸 그만두고 한손으로만 내 음경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쪽 손은 그녀의 허벅지 사이…… 원피스 아래에 숨겨진 비밀스런 틈새에 파고들어 있다.

두꺼운 음경에 뺨을 기댄 상태로 연금술사는 자신의 비부를 자극하고 있었다.

시선을 느낀 걸까. 연금술사는 내가 따로 묻지도 않았는데 말랑말랑한 뺨으로 내 음경을 뭉근하게 문지르면서 대답했다.

"……내 쪽도 일단 적셔 놔야 하잖아…… 으, 하지만 네게 따로 시키기는 좀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

문답무용으로 연금술사의 머리통을 잡아서 그녀의 움직임을 정지시켰다. 어? 하고 연금술사가 붉은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눈을 크게 뜬다.

"잠, 무슨 짓……"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의 양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몸을 들어올렸다. 젠장, 진짜 가볍네. 알고는 있었지만.

그 가느다란 몸을 침대 위로 프로레슬링의 기술처럼 내던진 다음, 연금술사를 향해 상반신을 돌린다.

"……뭐 하는 거야. 갑자기."

말하면서, 그녀는 무심코 오른손등으로 검은 털이 묻은 입가를 숨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는 일반적인 액체와는 다른, 명백히 색이 짙고 찐득한 점성을 가진 점액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답지 않게 초록색 눈동자를 흘기며 시선을 피한다.

"별 건 아니고, 제가 계속 당하기만 하는 것도 좀 그래서."

"그건 또 무슨……"

"제가 해드리려구요."

연금술사는 수치심을 느끼는 듯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됐어. 경험도 없는 애한테."

"경험도 없이 남의 고추에 손댄 사람도 있는데요 뭘. 경험이 없다고 계속 피하기만 하면 발전이 있겠습니까."

그녀는 그 자리에서 잠시 동안 버둥거리며 저항했지만, 힘의 차이도 있는 데다가 마법까지 써서 나를 밀어낼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금방 조용해졌다. 하지만 두꺼운 허벅지를 굳게 닫은 채, 시선으로는 먼 곳을 쳐다보고 있다.

힘을 주니까 어렵지 않게 열렸다.

"……마음대로 해 봐. 초보자의 실력으로 반응이 오진 않겠지만."

연금술사는 여전히 입을 가린 상태로, 시선도 다른 쪽을 향하고 있었다. 음, 화가 나게 한 건가? 어차피 잠시 놔두면 금방 풀리겠지. 나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한 뒤 그녀의 열린 허벅지 안쪽으로 머리를 가져갔다.

검은색 속옷은 안쪽에서부터 젖어 있었다. 읏, 하고 머리 위에서 들려온 연금술사의 수치 섞인 목소리를 무시하고, 좌우에 묶어서 고정한 끈을 푼다. 속옷은 재미있을 정도로 쉽게 흘러내렸다.

"……."

실제로 여자의 비부를 보는 건 처음이지만, 이보다 더한 광경도 많이 보아온 탓에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같은 붉은색 체모가 솜털처럼 나 있고, 복잡한 주름을 동반한 균열은 일자로 굳게 닫혀 있다.

살짝 습기가 느껴진다. 연금술사의 손가락에 묻어있던 점액과 같은 것일까.

끝 부분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서 오히려 선명하게 강조되는 균열은, 매우 작았다. 내 손가락도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짧다.

나는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그녀의 비부를 손으로 자극했다. 그 순간 머리 바로 옆에 있던 허벅지가 움찔 떨렸지만, 연금술사는 최대한 담담한 태도로 있으려고 했다.

바로 옆에 있는 두꺼운 허벅지에 뺨을 기댄 채,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리고 어디를 어떤 식으로 자극할 때마다 연금술사가 반응하는지를 체크했다.

몸 안에서 또 하나의 힘─── 마력이 맥동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감각이 조금 더 예민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읏."

그녀의 몸이 릴렉스할 수 있도록, 이따금씩 그녀의 허벅지와 둔부를 마사지하면서 자극시켰다. 이건 조금 익숙하다. 평소에도 앉아있는 생활이 길어서 근육이 경직된 연금술사를 위해서 마사지를 배워뒀으니까.

예전에도 말했지만, 채집부터 안마까지 내가 도울 수 없는 일은 없다.

어느 정도 근육의 긴장이 풀리면 다시 비부를 자극하고, 그녀의 호흡 소리나 반응을 통해서 성감대를 파악했다.

균열은 여전히 닫혀 있었지만 어느 센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날 정도로 높은 온도와, 습기를 띄고 있었다.

조금 더 할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연금술사의 앙증맞은 두 손이 나를 붙잡았다.

너무 자극하는 것도 좋지 않다. 성교를 통한 마력의 교환은 지나치게 육체적 쾌감만을 쫓아서도 안 되는 거라고.

말 자체는 옳은 말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들으면 이런 느낌이다.

"너무…… 심하게, 자극해도…… 마력…… 교환…… 안 돼…………."

과연 정말로 그런 이유로 나를 멈춰세운 것인지, 그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쪽에 있어서 연금술사는 나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존중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을 때, 연금술사는 주도권을 다시 빼앗겠다는 듯 팔을 움직여서 내 머리를 쥐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그녀의 몸을 밀착하며 쓰러진다.

당연히 여러가지 다양한 부분이 내 전신에 닿고 있었다.

언뜻 봤을 때는 알 수 없는, 수많은 부드러운 부분이 꾸욱 눌려진다.

"……."

그리고 그건 연금술사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서로가 서로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이니까.

연금술사의 몸에 눌린 내 음경은 상당히 단단해져 있었다.

"나도 이쪽으로는 경험이 부족한 몸이라 어영부영 넘어가긴 했는데……"

그녀는 어느 세 언어 능력을 되찾았는지, 상당히 열기가 띈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초록색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그녀의 시선은 자신의 상반신에 걸쳐 쭉 밀착한 나의 음경을 향해 있었다.

"실제로 삽입한다고 치면…… 여기까지 들어오는 건가. 다시 생각해보니까, 일단 네 크기에 맞는 상대를 찾아내는 게 먼저일지도 모르겠어……."

"그러거나 말거나 제 첫 상대는 연금술사 선생님이 될 거 같은데요."

"그렇겠지…….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할까……."

연금술사는 내 몸을 잠시 뒤로 물린 후 조금 망설이면서도 허벅지를 좌우로 열었다. 조금 전보다 체온이 더 올랐는지, 희미한 열기가 느껴질 정도다.

손으로 쥐고 붉게 충혈된 귀두를 균열로 가져간다. 뜨겁고, 끈적하다. 살짝 주저되었지만 주저한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귀두 끝이 살짝 균열을 눌렀다. 연금술사의 몸이 움찔 떨린 순간, 힘을 주고 단숨에 찔러넣는다.

"아───, 윽───!!"

좁은 균열은, 상당히 팽팽하고 강한 힘으로 귀두를 조여왔다. 음경이 아니라 귀두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녀의 몸 안이 내 귀두를 간신히 삼키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을 좌우로 쥐고 잡아 찢는 듯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삽입한 순간 연금술사의 몸이 펄떡 뛰면서 아랫배를 강한 힘으로 조여왔다. 꽉꽉 쥐어짜이고 있다.

하지만 연금술사의 균열은 팽팽하게 당겨지면서도, 찢어지지는 않았다.

연금술사의 육체 자체가 보통 인간과는 구분되는 특수한 구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욱……, 악……, 아…… 아……?"

쓰러지기 전의 단말마처럼, 연금술사는 그 자리에서 쉴 세 없이 허리를 비틀면서 한참 동안 꿈틀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배터리가 다한 것처럼 털썩 쓰러진다. 천장을 바라보는 연금술사의 두 눈동자가 초점이 맞지 않았다.

"……아파."

한참이 흐른 뒤,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연금술사가 처음으로 남긴 말이 그것이었다. 실제로 연금술사의 아랫배 쪽이 내 음경이 삽입된 만큼 살짝 돌출되어 있었다.

음경과 균열이 지나치게 밀착해 있기 때문인지, 처녀혈은 나오다가 멈춰서 접합부 사이에 어설프게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야……. 네가 안쪽 깊은 곳까지 삽입한 후 질내사정을 끝마친 뒤에야…… 비로소 마력을 섞을 수 있으니까."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을 떨치며, 연금술사가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니까…… 내 몸……, 마음껏 사용해도…… 괜찮아……. 나는…… 보통 사람하고 다르게…… 강도가 높으니까……"

"……."

스윽…….

그 말을 들은 순간 엉거주춤하게 있던 내 허리가 무심코 움직였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지금까지 꽤 참고 있었다. 연금술사의 몸은 무서울 정도로 기분 좋았다. 그걸 참으면서도 허리를 움직이지 않고 있었던 것은, 그녀의 몸 상태를 배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금술사의 양 골반을 강하게 붙잡았다. 앉는 생활이 긴 연금술사는, 허벅지와 엉덩이가 꽤 발달한 편이었다. 본인은 컴플렉스로 느끼는 모양이지만 나는 솔직히 이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한다.

찌걱, 찌걱.

"……흐윽."

연금술사의 눈이 크게 뜨이고,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지만, 연금술사는 나더러 그만두라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 손에 다섯 손가락을 엮으면서 강하게 잡아당긴다.

허리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깍지를 낀 연금술사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 응……."

연금술사의 입에서 나온 건, 처녀와 찢어진 고통과는 별개로 닥쳐오는 느릿한 쾌락의 소리. 가느다란 다섯 손가락이 강하고, 강하게 얽혀든다.

"……으, 흐윽, 흑, 힉…… 잠, 뭐……, 지…… 지금……"

연신 덜컹거리던 연금술사의 등이 이불과 스치면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생전 처음 보는 연금술사의 모습에 하반신이 더더욱 단단해져가는 것만 같았다.

아, 연금술사의 몸이 크게 떨렸다.

지금의 나는 아직 절반도 채 삽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최대한 잡아 빼고 다시 밀어넣는 식으로 그녀의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힘 조절을 잘못했는지 푹,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에 귀두가 꽂혔다. 한 순간 연금술사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더니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멋대로 골반이 덜컹거린다.

연금술사의 조임이 다시 강해졌다. 빼기도 어려울 정도로.

눈을 크게 뜨고 연금술사를 내려다봤다. 흐리멍텅한 얼굴에, 쉴 세 없이 야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입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버렸다.

입술이 겹치고, 혀를 뻗은 순간 연금술사의 눈썹이 기쁘다는 듯 살짝 휘어졌다.

"응……, 쮸, 극…… 으응……!"

연금술사의 입에서는 아주 진하고 농도 짙은 냄새가 풍겼다. 하지만 내 혀에 달라붙는 연금술사의 혀는 때때로 잠시 굳어서 움직이는 걸 잊어버린 듯 멈추곤 했다.

그때마다 내 것을 받아들이는 것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좁은 구멍이 꽉 죄여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내 것을 잡아당긴다. 하지만 내 것은 이미 연금술사의 끝에 닿아 있었다. 눈으로 봐도 알 수 있다. 연금술사의 하복부가 비정상적으로 돌출되어 있었으니까.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좀 더 세게, 망가트려 달라고.

이래도 되는 걸까. 나는 고민했지만, 내 하반신은 이미 내 의지와는 관계 없이 쾌락에 휘어감겨서 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허리를 쭉 뒤로 당긴다. 연금술사는 그 움직임을 느끼고 의아한 듯 눈을 찌푸리고 있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힘을 준 음경이 연금술사의 안에 강하게 꽂혔다. "걱──!?"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금술사가 팔다리를 쫙 편 상태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부들부들 떨었다.

귀두 끝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마치,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에 들어가버린 듯한……

"악……, 억……, 아……, 오……, 오……"

연금술사의 전신이 이완되더니 그녀의 하복부와 밀착해있는 골반에서 뜨뜻한 느낌이 들었다. 방광에서 힘이 빠졌는지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다.

"……기분 좋아……"

의식적으로 나온 말은 아닌 듯, 혀도 꼬여 있었고 발음도 부정확했다. 안면 근육에도 경련이 일어났는지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뜨인 정도가 달랐다.

반쯤 망가진 인형 같은 목소리였는데 그걸 색기 있다고 느끼고 있는 건 내가 그 정도로 연금술사의 몸에 빠졌기 때문일까.

하반신이 거듭 단단해졌다. 연금술사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 목소리 끝에서는 달콤한 향을 풍기고 있었다.

상반신에 힘도 제대로 주지 못한 채, 연금술사는 내게 허리를 붙잡혀서 거듭 찔리고 있었다. 최대한 연금술사의 몸에서 내 것을 뽑아냈다가, 다시 한 번 힘을 다해 찔러넣었다. 연금술사의 몸이 보기 좋게 덜컹거렸다.

"흐…… 그, 히……. 우앗, 앗앗아…… 안 돼, 위험, 나, 진짜, 간……, 갔어. 갔어. 가고, 가고 있는데에……!"

외설적인 소리가 연금술사의 입에서 연신 터져 나왔다. 다시 한 번 입술을 가져가서 막았다. 연금술사는 저항 없이 혀를 뻗어왔다.

축 늘어진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대신, 내 것을 꾹 죄여대고 있을 뿐. 나는 연금술사의 원피스의 어깨끈을 잡고 옆으로 비껴냈다. 브래지어를 차지 않은 볼록 솟은 가슴이 위 아래로 흔들리고 있다.

홀린 듯이 입술을 가져갔다.

연금술사는 그것만으로도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생각인지 눈치챈 것 같았지만, 연금술사의 몸은 이미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움찔거리기만 했다. 저항은 없었다.

분홍색으로 돌출된, 단단하게 솟은 유두를 입 안에 물고 이빨로 씹었다. 처녀를 받았을 때만큼이나, 연금술사의 몸이 크게 경련했다.

"극─!?"

연금술사의 유두를 문 채, 연신 허리를 흔들었다. 허리에 힘을 주지 못한 연금술사의 몸이 뒤로 넘어가려 하지만, 이미 유두를 물려 있었기 때문에 뒤로 넘어가지도 못했다.

입술디 다시 열렸다. 하지만 그 안에서 흘러나온 건 말이 아니었다.

"아으, 아으아, 아으앗앗앗앗앗앗아아아아아!!!!"

비명이나 마찬가지인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곧 한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 번 허리를 움직일 때마아 연금술사의 비부에서 투명한 물이 터져 나왔다.

"안…… 돼. 가버……, 가…… 버…… 싫어, 나, 진짜, 위험, 윽…… 흐으응……"

"선생님……"

"윽……,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그것이 드디어 한계였는지.

힘을 주고, 내 것을 뿌리까지 연금술사의 안쪽에 때려박은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배가 돌출되어서는 안 되는 곳까지 돌출되고 말았다. 깊은 곳보다도 깊은 곳.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에서 내가 낼 수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낸다.

멈추지 않는다.

"거짓……, 말…… 이거 왜, 안 멈…… 잠시, 안……"

채우고, 채우고, 그래도 아직 남았다는 듯이 채우고.

찌릿찌릿, 쾌락의 여운에 잠긴 허리가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연신 움찔거리고, 연금술사의 배는 그때마다 조금씩 부풀어올랐다. 그때가 되어서 나는 간신히 연금술사의 가슴에서 입을 떼었다.

선명하게 남은 이빨 자국은 마치 낙인처럼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몇 번이고, 한참이고 사정한 끝에.

나는 그녀의 안에서 내 것을 뽑아내었다.

밀어넣을 때도 그랬지만, 뽑을 때도 상당히 힘이 들어갔다. 마개가 되었던 음경이 쭉 뽑혀나온 직후 그녀의 균열이 다시 입을 닫았다. 정액이 방울로 맺혀 그녀의 균열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아."

연금술사는 그 상태에서 한참 동안 멍하니 쓰러져 있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나온 말이 이것이다.

"실수했다…… 마력…… 이었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그럴 겨를이 없었던 모양이다.

내게는 그런 걸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없으니, 이 부분은 온전히 연금술사에게 맡겨야 하는 부분이다.

"그것보다도…… 그, 이만큼 싸질렀는데 임신이라도 하면 어쩌실 거에요? 저로서는 그렇게 되면 평생 책임을 져야겠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마도, 괜찮을거야…… 오늘은 안전한 날인 데다가…… 피임약도 먹었고……"

문득 연금술사의 말이 끊어진다.

음경이 뽑혀 나왔음에도 여전히 부풀어서, 둥근 언덕처럼 튀어나와있는 자신의 복부를 보면서 조용히 말을 잇는다.

"하지만 솔직히…… 불안한 양이기는 해…… 피임약을 먹지 않았다면, 다이렉트로 착상했을지도……"

그녀의 시선이 희미한 모성을 띄며 아랫배를 쓰다듬는다.

나는 연금술사와 시선을 맞춘 채 질문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때는…… 뭐, 괜찮아……"

쓰러진 채, 연금술사는 눈만 움직여서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쾌락과 고통으로 젖은 그녀의 시선은 축축한 물기를 띄고 있었다.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내가 너를 확실하게 사랑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

"……설령 네 아기를 배더라도…… 난 후회하지 않을 거 같으니까……"

완전히 탈력한 상태의 연금술사는 느릿하게 손을 움직여서 자신의 균열로 가져갔다. 그리고 틈새에 검지를 걸고 당긴다.

반쯤 고형이 된 정액이 천천히 흘러나온다.

"그런 것보다도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더, 너의 승산을 높이는 일이야…… 조금 전에는 칠칠치 못하게 실수했지만,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을게……"

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분홍색으로 물든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내 몸을 사용해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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