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3. 이세계에서 신뢰를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 * *
회의 결과, 본격적으로 실험에 착수하는 건 12시간 후, 점심 시간 즈음으로 결정났다.
아트룸 교수는 최소한 스무 시간은 필요하다고 대답했지만 그 정도로 오래 기다릴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 시작하더라도 최소 48시간은 지나야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실험이다. 느긋하게 하다가 검은 정장의 남자가 먼저 습격해오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당장 내일 아침에 내 목이 뎅겅 날아갈 지도 모른다고.
준비를 제 때 끝마치라고 아트룸 교수에게 두 번, 세 번 강조한 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트룸 교수가 실험을 준비하는 동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내 차례는 실험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신현 씨,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용건만 마치고 아파트 방을 나가려는데, 갑자기 아트룸 교수가 나를 멈춰세웠다. 자리에 멈춰서서 고개만 돌려본다.
"나쟈의 핵을 획득한 이후에는 그걸 섭취해서 자신의 힘으로 삼는다고 했었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나요?"
"변함 없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내일 점심까지 준비를 다 끝마친 후, 숲에서 만나지요."
인심 좋은 미소로 배웅하는 초로의 노인을 뒤로 하고 아파트를 나섰다.
루이스는 두꺼운 문이 닫히자마자 내 쪽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제법이라는 듯,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가볍게 찔러댄다.
"언제 저런 준비를 다 해둔 거야? 제법인데?"
"난 너희들하고 다르게 시간이 좀 남았거든. 너희들은 노력하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내 육체적 능력은 몇 년 전에 이미 한계에 도달했었으니까."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선을 그어놓은 듯이, 육체를 단련해도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마력을 쓰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다.
"그래서 그 뒤로는 신체 능력이 녹슬지 않을 정도로만 수련 시간을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다녔어. 그러니까 당연히 이것저것 시도해볼 여유가 있었지."
사실, 연금술사에게 접근했던 이유도 이 체질 때문이다.
온갖 도구의 제작에 능하고, 실력 있는 약사이기도 한 그녀라면 소림사의 대환단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영약을 제조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뭐, 그것도 잘 안 풀렸지만.
"그리고 보다시피, 방법을 어느 정도 찾아낸 상태에서도 능력이 부족해서 시험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어. 만약 네가 검을 주워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단계에서 최소 5년의 시간을 허비해야 했겠지."
그런 개고생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나는 보통 사람 수준의 체질에 도달할 수 있다.
징글징글하다.
"솔직히 정체도 알 수 없고, 수상하기도 더럽게 수상한 물건이지만…… 이 녀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그거 때문이야. 많이 지쳐있었거든.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도 했었으니까. 몇 년째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기분이었거든."
나는 허리춤에 매달린 검자루를 검지 손가락 끝으로 문지르면서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상당히 즐거워."
"그 나쁜 놈이 갑자기 나타나서 네 목을 날려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그게 좀 걱정이지만, 어쩌겠어. 운 좋게 좋은 파트너를 얻은 셈 쳐야지."
그 말이 나온 순간, 허리춤의 검이 기쁘다는 듯 진동하기 시작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듯한 기분이다.
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말했다.
"힘이 있다는 건, 역시 멋진 일이야."
* * *
우리는 연금술사의 공방도 아니고, 연금술사의 원룸도 아닌 내가 머물고 있는 하숙집에 모여 있었다.
내게서 미리 열쇠를 받아 두었던 연금술사는 이미 하숙집에 짐을 풀고 내 머리카락과 혈액, 그리고 정액 등을 사용해서 연구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굳이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간단하다. 그 시꺼먼 정장의 남자가 검이 검집에서 뽑혀 나온 순간을 판정해서 추적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금술사의 공방과 원룸은 이미 위치가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 연금술사와 상의 후에 내린 결정이다.
바로 하숙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도시 외곽이나 바깥을 돌아다니며 일부러 검을 뽑았다가 다시 집어넣는 행위를 반복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추적자가 검이 검집에서 뽑혀나온 순간만을 추적할 수 있다면, 전혀 엉뚱한 위치에서 검을 뽑았다가 집어넣는 방식으로 추적을 혼란시킬 수도 있다.
우리에게 불리한 것처럼 보이는 요소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법이다.
예정에는 없던 휴식이지만, 빈 시간을 함부로 낭비할 수는 없다. 수행으로 결과물을 얻기에는 조금 애매한 시간이지만, 조금이라도 전투 감각을 예리하게 만들어둬야지.
그렇게 말했더니, 검은 마침 잘 됐다는 듯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럼 이번 기회에 검왕의 검술의 기초를 배워보시는 건 어떠세요? 제가 개발된 목적이 바로 그거거든요. 검왕의 경지에 도달할 자질이 있는 사람에게, 검왕의 검술을 교육 시키는 거.』
"검왕의 검술이라. 흥미는 있지만, 벼락치기로 배울 수 있을 만큼 간단한 검술은 아닐 거 같은데."
『지당하신 말씀이지만 요결 정도는 배워둬도 손해는 안 보실 거에요. 적어도 검주 혼자서 마구잡이로 수행하는 것보다는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럼, 네 말대로 한 번 맛만 봐 볼까."
나는 하숙집에 잠시 들려서 옷만 갈아입은 뒤 근처에 있는 작은 공터로 나왔다.
연금술사와 루이스도 내 이야기를 듣고 수행을 봐주겠다며 함께 따라 나왔다.
마력이 추적되지 않도록 검을 검집에 집어넣은 상태로 바닥에 내려놓은 뒤, 또 다른 검을 손에 들었다.
이건 아무런 기능도 없는 평범한 롱 소드였다.
그리고 저 녀석을 얻기 전까지 쭉 써오던 물건이기도 했다.
『음, 루이스 아씨보다는 연금술사 선생님이 상대로 더 좋을 거 같아요. 마법을 잘 쓰시니까, 검주도 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겠죠.』
"……그렇다는데요, 상대를 좀 부탁할 수 있을까요?"
검이 해준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루이스는 칫 하고 혀를 차면서 옆으로 빠졌다.
오른손에 두꺼운 책을 펼쳐서 들고 있는 연금술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걸음 앞으로 나온다.
"알았어. 너하고 연습하는 건 오랜만인걸."
연금술사가 내 시선을 살피면서 마도서를 팔랑팔랑 넘기기 시작한다.
"일단 살상력이 높지 않은 마법으로 먼저 가볼까. 실수라도 네가 맞으면 큰일 나니까."
넘어가던 종이가 중간 즈음에서 멈춰 선다. 종이가 가라앉은 순간, 그 페이지의 문자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색깔은 녹색.
갈색 구두 끝으로 딛은 지면이 들썩인다. 파도치듯 바닥의 타일이 크게 요동친 직후, 타일과 타일 사이의 마감되지 않은 틈새에서 흙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한다.
흙이 모여서 주먹이 된다. 그 숫자는 모두 서른하나.
『그럼 지금부터, 검주의 힘이 되어줄 검왕의 검술을 전수하겠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집중하세요.』
"……."
그리고 그 모두가 특별한 신호 없이 발사되었다.
『유도해서 쫓아오는 타입은 아니네요. 피하고 베어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무너질 거에요.』
나는 조용히 동의했다.
'맞아. 바로 아래에 있는 지반에서 흙을 뽑아서 가져오는 식이니까, 굳이 하나하나에 일일이 신경을 쏟을 필요는 없지. 쓸 만큼 쓴 다음, 다시 아래쪽에서 보충하면 그만이니까.'
내가 건드릴 필요도 없이, 주먹은 쏘아진 그 시점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단 형태를 고정하고, 마력으로 발사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관성이 다 알아서 해준다.
하지만 그 속도는 눈으로 쫓을 수 없는 빠르기고, 흙 사이에 섞여있는 자갈과 수풀 따위가 위력을 더해준다.
피할 수 있는 건 피하고, 피할 수 없는 궤적에 있는 건 검으로 찢어 형태를 무너트린다.
『검주, 그럼 지금부터 설명 들어가겠습니다.』
검은 일부러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내가 실전에 들어가고 나서야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녀석의 말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을 만큼 바쁜 상황일 때 끼어들어서 나를 어지럽힌다.
놈도 나의 성능을 시험하고 싶은 것처럼.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실전에서 활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러니까 실전 속에서 가르친다.
『질문. 검주는 어째서 제가 본격적인 기술을 쓰기 전에 상대와 검을 맞부딪쳤는지 알고 계시나요?』
'마력이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자극을 줘야 하기 때문이지.'
『그렇습니다.』
대기 중에 부유하는 마력의 존재는 어디에서나 확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바로바로 원하는 순간에 끌어다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옷을 입기 전에 먼저 길을 들이는 것처럼, 식재료를 다루기 전에 먼저 숙성을 시켜 요리하게 수월한 상태로 바꾸는 것처럼.
마력 역시 내가 원하는 흐름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자극해서 평소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상태가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마력의 흐름의 제어야말로 제 유파의 요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사실 검왕께서는 본격적인 기술에 들어가기까지 저희처럼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으셨어요.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검주는 알고 계신가요?』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마력의 차이겠지. 내 마력을 받아서 쓸 수 없기 때문에 네가 가진 미약한 마력을 가지고 대기 중의 마력을 자극해야 하는데, 대기 중의 마력을 자극하는 속도가 느린 거잖아? 검성이라는 자는 그렇지 않았고.'
『그렇습니다. 만약 검주께서 평범한 모험가 수준의 마력만 획득하시더라도 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마력을 자극하고, 기술에 들어갈 수 있어요. 물론 그 효과도 수 배 이상 높아질 거고요.』
그런 건 나도 짐작하고 있다.
그러니까, 준비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내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이 정도는 여유롭게 버틸 수 있구나. 좋아, 그럼 조금 더 속도를 높이겠어."
지금까지의 공격은 그저 준비 운동에 불과했다는 듯, 공격의 속도는 높아지고 패턴 또한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숫자도 늘었다. 전후좌우, 모든 방향에서 파고드는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 나도 내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받아쳤다.
하지만 모든 신경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검은 내게 또 하나의 문젯거리를 안겨주고 있었다.
『연금술사 선생님 공방을 겪으면서 검주의 감각은 조금씩 예리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슬슬 대기 중에 부유하는 마력의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했을 거에요.』
"……안 되는데."
『조금 더 집중하세요. 제가 눈을 뜨기 전, 검주는 그 남자와의 전투에서 연금술사 선생님의 마력을 통해서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그건 검주가 마력의 흐름을 포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에요』
나를 도와주려는 건지, 그게 아니면 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서 위험에 빠트릴 생각인 건지.
검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소리쳤다.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대기 중의 마력을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검주는 대기 중의 마력을 포착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력을 사용해서 마법을 발동시켰어요. 그건 검주의 감각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빼어나다는 증거입니다. 오랜 실전 속에서 오감이 마력을 감지하기 시작한 거에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눈을 찌푸렸다.
그래, 느껴진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귀로 들을 수 없고, 코로 맡을 수도 없고, 혀로 맛볼 수도 없고, 피부로 느낄 수도 없지만.
그냥 느낌으로, 그곳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꼈는지, 검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계속했다.
『여기까지는 마력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에요. 내 몸에 있는 마력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마력을 전신으로 느끼는 것.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이 단계에서 발전이 멈추고 맙니다. 복잡하게 소용돌이치는 마력의 흐름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눈을 가늘게 뜨면 보인다. 연금술사의 마법과 나의 검이 부딪칠 때마다 조금씩 움직이는 마력의 흐름이.
처음에는 고요한 호숫가에 일어난 파문 같았다.
아주 조용하게 시작된 파문은 그때마다 작은 파문을 하나씩 만들어냈다. 파문은 파문을 부르고, 이윽고 호수를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했다.
이 단계가 바로 자격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계라고 검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은 이 흐름을 억지로 거스르기 위해서 힘을 쓴다. 거대한 힘으로 억지로 소용돌이 속을 뚫고 나간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검은 말한다.
굳이 흐름을 억지로 뚫고 나가면서 힘을 낭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흐름은, 이용하라고 있는 것이다.
"간다. 이번에는 진짜 위험한 공격이니까, 아니다 싶으면 바로 피하는 게 좋을 거야."
연금술사의 가느다란 손끝이 마도서의 문구를 매끄럽게 스치고 지나간다. 그때마다 단어 하나하나가 녹색 빛을 뿜는다.
흙먼지는 어느 점을 중심으로 뭉쳐 하나의 거대한 기둥이 되었고, 기둥은 이윽고 주먹이 되었다. 연금술사의 말처럼 피하지 않으면 위험할 정도의 크기와 무게였다.
『지금부터, 제가 말하는대로 검을 휘두르세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횡 베기. 각도는 지면과 평행하게. 속도는 보통.』
지리멸렬한 지시였다. 철저하게 방향과 각도를 계산한 뒤 밀리미터 단위로 움직여도 시원찮을 상황에서 그런 두리뭉실한 표현으로 지시를 내리다니.
비록 검이 보여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또한 검술의 '흐름'을 읽는 기술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이 기술에는 상황에 맞춰서 가장 적절한 대응을 찾아내는 판단력과 그것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부드럽게 밀어붙일 수 있는 섬세함이 필수다.
정확한 수치도 제시하지 않은 지시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 건가.
『괜찮습니다. 자기 자신을 믿으세요. 대충 설명해도 귀신 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검주로 선택된 겁니다. 제 지시에서 누락된 부분은 검주의 감각으로 보충하면 됩니다.』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아니, 됐어. 어차피 저거 좀 잘못 맞는다고 크게 문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반쯤 얻어맞을 것을 각오한 상태로 전신의 감각을 활성화시켰다.
훙, 하는 소리와 함께 횡으로 휘두른 롱 소드가 허공을 가른다.
그 직후 검의 다음 지시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번에는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40도 각도로 대각 베기를 최대한 빠르게 휘두른다.
그러자 나를 향해 다가오던 흙으로 된 주먹이 불룩 솟아오르더니, 방향을 바꿔서 전혀 엉뚱한 위치를 후려쳤다.
"……!!"
연금술사의 실수는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어때요, 신기하죠?』
검이 소리내어 웃었다.
내가 깜짝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기 때문에, 그걸 보면서 놀려대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 시대에서 검왕을 천하제일인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천하제일의 무공.』
웃음 소리가 꼭 장난기 많은 소녀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천변무궁류????? 입니다.』
* * *
"……!!"
가장 큰 공격이 빗나갔지만 연금술사는 아직 여유가 있어 보였다.
발끝으로 지면을 살짝 두드린 그 순간, 흙과 자갈로 이루어진 수많은 포탄이 탄막의 형태로 끊임 없이 발사되었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여력을 담아서 검을 휘둘렀다.
들려오는 대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비틀고, 엄지손가락으로 검자루를 쭉 밀어주세요.』
홀린 듯이.
『그 다음은 연속 동작! 내려 베기 후 올려 베기, 끊지 않고 그대로 종단!』
이러한 행위는 단순히 포탄을 구성하고 있는 마력을 간섭시켜 붕괴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팔과 다리의 움직임이 평소보다 훨씬 날래고 가볍다.
쩡!!
그리고 무겁다.
"……."
내 상반신 크기만한 포탄이 내 검에 부딪친 순간 위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분쇄되었다. 지금까지의 나였다면 완력만으로 파괴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흘려보내거나 피하지 않으면 감당하지 못했을 공격.
보이지 않는 무형의 '흐름'이 내 검을 등 뒤에서 밀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신기한걸. 그런 기술을 인간의 몸으로 해낼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연금술사가 입꼬리를 조용히 씰룩였다.
어느 정도 힘 조절은 했다지만 모든 공격을 훌륭하게 받아낸 내가 기특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보기 드물게도,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있다.
"네게도 드디어 봄이 온 걸까. 언젠가는 그 노력이 보답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그리고 연금술사의 손에 들린 두꺼운 책이 혼자서 종이를 넘기기 시작했다. 바쁘게 넘어가던 페이지가 어느 지점에서 멈춰선다.
"자, 다음 공격이야. 네가 조금 전의 그 기술을 제대로 쓸 수 있다면 충분히 받아낼 수 있는 공격이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방심하면 안 돼. 잘못 맞으면 다칠 수도 있는 공격이니까."
연금술사의 등 뒤에서 사람의 머리 크기만한 사이즈의 작은 마법진이 수십 개 정도 생성되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십수 개 정도의 탄막을 흩뿌리고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조금 더 난이도를 높이려는 모양.
이제까지의 나였다면 마법이 다 끝나기 전에 달려들어서 캔슬시키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마력이 없는, 순수한 인간의 신체 능력과 반응 속도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식의 방법을 선택할 국면이 아니다.
검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자, 이제부터는 검주 혼자서 해보세요. 이 상황에서 검주에게 제일 필요한 효과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검을 휘둘러야 하는지를 생각한 뒤, 그것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휘두르는 겁니다.』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
내가 침묵하자 검은 곧바로 덧붙였다.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제가 방금 전까지 해온 건 그저 검주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 것뿐. 그럼에도 모든 검술이 효과를 보았던 것은 남다른 검주의 감각이 미세하게 흐르는 대기 중의 마력을 감지하고, 그 흐름을 자극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검술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입을 다문 게 아닌데, 녀석은 내 침묵을 다른 의미로 해석했는지 목소리에 조금 힘이 들어가 있었다.
『대기 중에 흐르는 마력을 포착할 수 있는 지각능력. 그리고 복잡하게 꼬여 있는 마력의 흐름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섬세한 손재주. 검주는 그 양쪽 모두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분 탓일까.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이 내 어깨 위에 얹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드럽게 나를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 같은……
『아마 검주의 눈에는 보일 겁니다. 복잡하게 꼬인 마력의 기류 틈새로 보이는 무수히 많은 길이.』
보인다.
정확히는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고 있는 것 뿐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굽이치는 소용돌이가 보였다. 그것이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수백 개씩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의 틈새가 또렷하게 파악된다. 여기를 자극하면 바로 옆에 있는 소용돌이가 움직일 것이고, 그 소용돌이에 영향을 받아 또 다른 소용돌이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겠지.
그러한 길이 수천 개가 있다.
내가 이 자리에서 손가락을 하나 움직이기만 해도 간섭할 수 있는 마력의 소용돌이가, 끝없이.
선택지가 무한한 사다리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마력의 흐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많은 길이 눈에 들어오고 있지만, 이 중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연금술사의 마법을 견제하면서도 나의 검 끝에 속도를 더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길.
『그러니까……』
……여기다.
* * *
"……아파라."
혹이 난 머리에 얼음 주머니 하나 얹고, 나는 종이를 펼쳐서 조금 전에 있었던 전투를 복기했다.
쬐끄만 종이 하나를 사이에 주고 나와 루이스, 연금술사의 머리통이 서로 맞대고 있는 꼴이다.
『검주의 실수에요. 거기서 조금 더 발목을 비틀었어야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까 조금 덜 비틀었거든요.』
"제 실수라네요."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처음 한 번은 제대로 성공했다. 두 번째, 세 번째도 조금 흔들리기는 했지만 무사히 성공시켰고.
하지만 그런 계산을 열 번, 스무 번 넘게 반복하다보니까 머릿속의 회로가 검게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순식간에 한계에 도달하고 말았다.
스물세 번째 공격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검을 휘두른 바로 그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걸 감지했다. 궤적을 비틀기 위해서 검을 휘둘렀는데, 검을 휘두른 순간 거대한 바위는 조금 더 빠른 속도를 획득하고 말았다.
잘못될 걸 알았다면 차라리 검을 휘두를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피했어야 했는데, 회피가 아니라 검을 휘두르는 걸 선택했던 나는 그 바위를 피하지 못했고, 그리고……
그대로 머리을 얻어맞아서 뒤로 벌렁 넘어지고 말았다.
기절할 정도로 아팠지만, 기절하지는 않았다. 얻어맞기 직전에 연금술사가 빠르게 힘을 가감했기 때문이다.
"까다롭네. 마법도 음운이나 발음 하나에 완전히 의미가 뒤집힐 정도로 까다로운 분야이지만, 네 건 마법과 비교해도 훨씬 더 까다로운 거 같아."
연금술사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하지만 그 검술이 다루는 영역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 우리 같은 마법사가 다루는 건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마력뿐이지만, 네가 다루고 있는 건 네가 피부로 접하고 있는 모든 영역의 마력이니까."
"선생님도 못 쓰는 건가요?"
"무리. 애초에 인간의 두뇌로 조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연금술사가 두 팔을 좌우로 크게 벌려 커다란 사각형을 표현했다. 꼼지락거리는 팔다리가 몹시 앙증맞다.
"물론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종이에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식을 짜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복잡하게 사용할 바에야 내 몸에 있는 마력으로 마법을 쓰는 게 훨씬 편하지."
너무 식이 복잡해서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고, 연금술사는 마법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그렇게 정리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나도 천재 소리 듣는 놈이지만, 그런 미친 짓은 못해. 인간의 힘으로 자연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쉽게 말해, 불가능한 일이라는 소리지."
특급 모험가, 검술 전문가로서 루이스가 제시한 의견도 비슷했다.
그리고 연금술사는 아래로 길게 내려온 귀옆머리를 검지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감으면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제대로 다룰 수만 있다면 이론상 최강의 검술인 건 틀림없어. 우리 같은 마법사나 무인이 다루는 건 이 몸뚱이 안에 존재하는 마력이 전부지만, 너의 검술이 석권하는 건 이 넓은 세계의 천지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마력이니까. 끌어올 수 있는 힘의 크기가 다르지. 말 그대로 최고최강의 검술이야."
"최고의 자질을 가진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최강의 검술……."
최고와 최강.
그 짧은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를 곱씹는다.
남자라면, 아니 모험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슴 속에 그려보았을 그 단어를.
"음…… 나도 선생님하고 같은 의견인데 말야."
루이스가 묘하게 떨떠름한 표정이라 신경이 쓰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서 그쪽을 돌아본다.
"왜,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그런 건 아닌데 말이야……. 굳이 이런 검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나 싶어서."
본인 스스로도 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지 루이스는 한참 동안 떠듬거리면서 어색한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마력의 흐름을 장악하고, 원하는대로 휘두를 수 있다면 천하제일의 검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사실 모든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 계산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라면 굳이 이런 검술을 개발하지 않아도 최강이 될 수 있을 거야."
루이스가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력의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을 정도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눈에 보이는 전투의 흐름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럼 굳이 이런 검술을 따로 개발하지 않아도 최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지 않나?"
"꼭 그렇지도 않지. 나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마력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낼 수 있는 공격력의 한계가 명확하니까."
전투 중에 벌어지는 모든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공격력이 부족하면 이길 수 없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마력의 흐름에 올라타서 공격력을 보충하는 이 검술의 방식은, 솔직히 꽤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냥 그렇다고. 조금 묘한 느낌이 들어서 한 소리야."
루이스도 그다지 할 말은 없는지, 검지 손가락 끝으로 뺨을 긁적이면서 시선을 돌렸다.
"마치 사람을 위해서 준비된 무공이 아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거야 뭐, 계속 수행하다보면 차차 답이 나오겠지."
이제 머리의 붓기도 좀 빠졌다 싶어, 얼음 주머니를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기를 너무 오래 쐰 탓인가. 오히려 머리가 살짝 아플 정도였다.
마검을 옆에 세워둔 뒤 아무런 기능도 첨부되어 있지 않은, 평범한 롱 소드를 다시 손에 쥔다.
조금 전에 했던 실수는 잘 기억했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또 할 거야? 너, 참 징글징글한 체력이네."
오히려 연금술사가 지친 듯 한숨 소리를 냈다.
나는 살짝 웃으면서 칼 끝을 연금술사에게로 겨누었다.
"그럼, 한 수 더 부탁할게요."
이윽고, 연금술사의 작은 입술이 다시금 마법적인 단어를 품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평소와는 다르다. 미래에 어떤 상황이 닥쳐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범용성 있게 장비를 준비하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오늘의 내게는 한 가지 명확한 목표가 제시되어 있었다.
나쟈의 퇴치.
그리고, 나쟈의 핵의 습득.
최대한 몸을 움직이기 편한 복장으로 옷을 맞추고 그 위에 전술조끼를 덧대어 입었다. 조끼 앞섶의 주머니에는 짧은 단검과 화약 등의 물품을 배치했다.
모종의 사태로 전술조끼를 쓸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서 허벅지에도 가죽으로 된 손잡이가 달린 단검을 매어둔다.
투구는 쓰지 않았다. 얼굴과 머리는 특히 감각점이 많은 자리라 대기 중의 마력을 감지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모험가들 사이에서 투구가 크게 선호 받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그들은 몸에서 발산되는 마력으로 주변의 기척을 파악하는데, 투구는 특히 감지를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물론 머리를 지켜주는 중요한 장비인 만큼 쓰이는 전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오늘의 내겐 필요가 없다.
"어때요? 선생님."
"괜찮아 보이는데."
빠진 물건 없이 제대로 되었는지 몸을 돌려가며 확인한다. 연금술사도 옆에서 나의 장비를 하나씩 점검해주었다.
그녀는 이번 싸움에 참가할 수 없다.
함께 싸우고자 하는 의지는 있었지만, 이건 그녀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에겐 이 싸움에 참가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조심해서 다녀와."
"다녀올게요."
연금술사에게 고개를 숙인 뒤 하숙집을 나선다.
그리고 하숙집 바로 앞,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루이스는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었다.
조금 들뜬 목소리로 루이스가 입을 열었다.
"드디어…… 올 게 왔네."
"그래, 왔어."
"이번에는 나도 도와주지 못하지만, 네 말이 맞다면 이번 나쟈는 너 혼자서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는 상대겠지. 기대하고 있을게. 네가 네 체질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나한테도 크게 도움이 될 테니까."
계단을 내려가던 다리가 멈칫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자리에 걸터앉아있는 루이스를 돌아본다.
"딱히 너 좋으라고 하는 일은 아닌데……"
"에이, 그렇게 말하는 게 어딨냐?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퍼준 게 얼만데?"
"그건 맞지. 이 녀석도 네가 주워서 준 거고."
루이스는 계단 위에서 다리를 척 꼬면서 나를 내려본다.
미소로 굽어진 입가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네가 네 체질을 개선하고 마력을 손에 넣게 된다면…… 나의 기나긴 투자도 드디어 끝이 나는 건가."
"투자?"
인간관계에서는 쉽게 나오기 어려운 말인데.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루이스는 계단에서 엉덩이를 떼어낸 뒤,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 곁으로 다가왔다.
"너도 사회생활 해볼 만큼 해봤으니까 알고 있겠지만…… 세상은 원래 좆같고, 인간은 쓰레기야. 동의하지?"
"그거야, 뭐."
"하지만 그렇다고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나 혼자서 헤쳐나갈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그 쓰레기 같은 인간들 중에서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을 찾아야 해."
"원래 사람하고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얘는 왜 당연한 걸 가지고 뭘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10년 전, 투기장에서 너를 처음 본 바로 그 순간부터…… 나는 네가 그런 인물이 될 수 있는 인재라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내 귀한 시간을 쪼개가면서 수련을 봐주고, 이것저것 퍼주기도 했던 거지."
음, 그러니까 내가 크게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것저것 도움을 많이 줬다는 건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상급 모험가 자격 검정에서 떨어진 걸 제일 안타깝게 생각했던 건 루이스였을지도 모른다.
『이야, 루이스 아씨가 사람 보는 눈이 있네요. 아무렴, 검주 정도쯤 되는 인재면 충분히 투자해볼 만하죠.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데다가 실력까지 있는 인재……, 제가 루이스 아씨라면 그렇게 했을 거에요.』
갑자기 허리춤의 검이 혼자서 춤을 추면서 좋아하기 시작했다.
얘는 갑자기 또 왜 이러냐.
검자루를 손바닥으로 두어번 두드려서 검을 침묵시킨 후, 나는 루이스를 향해 질문했다.
"그렇게 생각했어?"
"물론이지. 네게 부족했던 건…… 처음부터 하나뿐이었으니까."
그런가.
높이 평가해줘서 고맙기는 한데, 아직 좋아하기는 조금 이른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멋진 날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날아오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넓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 바로 그 순간부터, 날개는 비로소 가치를 가지게 된다.
중요한 건……
"그 말은 다 끝나고 나서 말해. 중요한 건 결과잖아. 재능이 있다. 감각이 있다. 그런 말도 좋지만, 결과를 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아, 그러셔?"
그러니까, 나는 지금부터 결과를 통해 증명해 나갈 것이다.
나를 믿고 투자한 이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