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이자는 검성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4화 (4/287)

〈 4화 〉 1. 마검님이 보고 계셔 (3)

* * *

오늘은 퇴근이 조금 빨랐다.

어제까지 중앙에서 상급 모험가 검정 시험을 치르고 온 거 때문에 내 사정을 봐준 모양인데,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어제는 술도 꽤 많이 들어간 데다가 밤을 꼬박 지세웠기 때문에 컨디션이 살짝 좋지 않다.

하지만 체력은 몇 없는 나의 장점 중 하나다. 하품만 조금 나오는 정도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김에 시장에 가서 연금술사가 부탁했던 물건을 하나씩 고르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루이스와 마주쳤다.

오른쪽으로 틀어서 묶어 올린 저 금발은 멀리에서도 눈에 띈다.

그쪽도 내 얼굴을 발견했는지 의아한 얼굴로 다가온다.

"뭐야, 신현이 너 벌써 퇴근했어?"

"오늘은 손님이 좀 일찍 끊어졌거든. 그래서 빨리 보내주더라. 너는?"

"나한테 호위를 의뢰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해서 모험가 길드에 사전 미팅을 좀."

"너한테 의뢰할 정도면 돈 많은 사람인가본데."

"뭐라더라. 어디 높으신 분의 따님이라고 하더라고."

모험가 길드에 이름이 등록된 모험가는 그 실력과 실적을 바탕으로 1급부터 9급까지 수준을 나눈다.

처음에는 9급에서 시작하고, 그 이후로 두 달에 한 번씩 실적에 따라서 급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루이스는 그러한 일반적인 분류를 벗어난 더 높은 위치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특급.

루이스는 현재, 이 도시에 남아있는 단 하나뿐인 특급 모험가였다.

다른 등급과는 다르게 실적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보니 이 나라, 이 대륙 전체를 기준으로 잡아도 특급 모험가의 숫자는 많지 않다.

상위 0.001%의 초일류 실력자들만이 오를 수 있는 위치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일을 의뢰할 때 들어가는 보수도 어마어마하다. 돈 많고 명성 있는 사람이 아니면 고용할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금액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다.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소득자의 대명사로 불린다.

정작 본인은 이거 떼고, 저거 떼고, 길드에 세금까지 내고 나면 인건비 빼고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투덜거렸지만.

"그래서 시장에는 무슨 일이야? 심부름?"

"어, 연금술사 선생님이 부탁한 물건하고 따로 필요해보이는 물건을 좀."

루이스의 질문에 오른손의 장바구니를 들어서 대답했다.

연금술사가 부탁한 물건 중에는 자격을 증명하지 않으면 구입할 수 있는 화학 약품도 있었지만, 나도 4급은 되는 모험가다. 어지간한 약품은 문제 없이 얻어올 수 있다.

4급 이상의 모험가가 제시하는 자격증은 그 자체로 신분을 증명하는 수단이다.

사실상 이 4급이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르는 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실력이 없는 사람은 4급에 오르기도 어렵다.

'……도대체 그 검은 뭘까. 특급 모험가조차 뽑아낼 수 없는 검이라니.'

문득, 또 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했듯 특급은 실적이 높다고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정부에서 지정한 특급 재해를 쓰러트리지 못하면 결코 오를 수 없는 자리다.

루이스도 마찬가지.

3년 전, 나쟈와의 전투에서 큰 활약을 보인 공로를 인정 받아서 특급 모험가의 자격을 얻어내게 되었다.

그러한 초인조차 뽑아내지 못한 검.

그리고, 매우 수상쩍인 마력을 풍기는 불길한 마검.

루이스도 이 사실에 대해서 알아야 할 거 같아서, 나는 연금술사와 함께 밤새 알아낸 사실을 전달했다.

당연히 루이스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볼멘 소리를 냈다.

"으, 그렇게 수상한 물건이면 그냥 버려버리지 그랬어."

"아깝잖아. 진짜로 그런 물건이라고 판명이 난 것도 아니고."

"너 답지 않구만. 별일이네."

또 같은 소리를 들었다.

수상한 물건에 잘못 손을 대면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보고 싶다. 알고 싶다.

특급조차도 다루지 못했던 검의 내면에 숨겨진, 진정한 가치를.

* * *

도시 외곽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빈집들이 밀집해 있는 구역이 하나 있다.

연금술사의 공방은 바로 이곳에 있다.

루이스와 헤어진 후, 연금술사가 부탁한 물건을 모두 챙겨서 도시 외곽으로 나왔다.

보통 빈집이 밀집한 구역에는 갈 곳이 없는 부랑인이나 자신만의 비밀 구역을 가지고 싶어하는 불량배들이 모여드는 법이지만 놀랍게도 이곳의 치안은 상당히 안전한 편이다.

이것도 모두 오밤중에 이 구역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져 있어서 접근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유령은 바로 연금술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올빼미처럼 낮과 밤이 뒤집혀있는 그녀는 이따금 산책을 다니곤 하는데, 그 모습을 목격한 사람들이 유령이라며 소문을 퍼트리면서 벌어진 헤프닝이다.

"……?"

공방을 향해 도시 외곽 깊은 곳까지 나아가던 도중, 나는 희미한 위화감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했다.

느낌이 이상하다.

물론, 이곳이 인기척이 드문 위치인 건 사실이지만…… 보통 이 정도로 조용한 장소였나?

위화감을 느끼며 연금술사의 공방 앞에 도착했다.

바로 그 공방의 문이 훤히 열려 있었다.

"……."

크게 젖혀진 문은 경첩이 통째로 뜯겨나간 상태였다. 열린 문 너머로 공방의 내부가 그대로 보인다.

엉망진창이 된 공방의 안쪽은 마치 태풍이 쓸고 지나간 것 같았다. 단단한 벽돌 여기저기에 깊이 새겨진, 길쭉하고 가느다란 흔적.

칼을 통해서 만들어낸 것처럼 보이는 상처 자국이 여기저기에 죽죽 그어져 있었다.

연금술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습격자의 모습도.

남아있는 건 이 공방에 흙발로 걸어 들어온 듯한 습격자의 발자국과 연금술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혈액 뿐.

나는 엉망이 된 공방으로 들어가서 내부의 상황을 천천히 살펴본 뒤 바깥으로 나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공방에 남아있는 흔적을 보았을 때, 연금술사가 검을 쓰는 사람에게 습격을 당한 건 틀림없다.

하지만 연금술사에겐 습격 당할 이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행동 반경만 봐도 알 수 있듯 연금술사는 사람들에게 얼굴에 드러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인간관계도 좁다. 나와 루이스를 제외하면 변변히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원한을 사고 다닐 만한 성격도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째서……………………

연금술사의 행방을 쫓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시선을 움직이던 도중, 공방에서 멀리 떨어진 골목길이 시선에 들어왔다.

정확히는 그쪽의 벽에 찍혀 있는 아주 희미한 핏자국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볼 수 없을 만큼 희미한 흔적이었다. 나는 그 흔적을 발견한 직후 최대한 발소리를 내지 않은 채 그쪽으로 다가갔다.

모퉁이 뒤에 몸을 숨긴 후 골목 안쪽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골목 안쪽은 외길이었다. 네모난 회색 벽돌이 길게 깔린 골목의 바닥에는 누군가가 흘린 핏자국이 점점이 찍혀 있다.

거의 응고가 되지 않은 상태로 보아 찍힌 지 얼마 되지 않은 혈액이다.

한편 바닥에 떨어진 핏자국에는 붉은 머리카락 한 가닥이 잠겨 있었다.

핏자국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색이었지만, 관찰력이 있는 사람이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것을 집게 손가락으로 집어든 순간, 나는 붉은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기르고 있었던 연금술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는 이쪽인가.

머리카락을 주워서 손에 쥔 후, 나는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으, 신현이…… 인가……?"

"연금술사 선생님……"

목소리를 최대한 억누른 채 대답했다.

나는 몇 개나 되는 모퉁이를 돌아서 달려간 끝에 간신히 연금술사의 모습을 발견했다.

검정색 짧은 원피스 위에 걸친 새하얀 가운 한 벌. 그녀는 마지막에 보았던 옷차림 그대로, 벽에 등을 기댄 채 쓰러져 있었다.

어깨를 누르는 오른손은 혈액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 하얀 가운에도 붉은 얼룩이 상당히 넓은 범위에 퍼져 있었다.

품 안에는 그 난장판 속에서 챙겨왔는지, 검집에 들어있는 검을 안고 있다.

나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서 오른손을 치우게 한 뒤, 다친 환부를 확인했다. 자를 대고 그은 것처럼 연금술사의 어깨에 길게 찢어진 일자의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마침 장바구니에 담아서 가지고 왔던 거즈를 사용해서 연금술사의 환부를 지혈했다.

공방에 있던 게 거의 바닥난 상태라서 따로 사온 물건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출혈을 막으면서 연금술사에게 질문했다.

"누구에게 습격 당한 겁니까?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

"……그건."

연금술사가 파리해진 얼굴로 무어라 대답하려고 했을 때, 나는 저 멀리에서 닥쳐오는 섬짓한 느낌을 받았다.

보통 이럴 때 나의 감각은 잘 맞는 편이다. 허겁지겁 연금술사의 허리를 잡고 함께 자세를 낮춘다.

그 직후 내 머리가 있던 위치를 뭔가가 날카롭게 뚫고 지나갔다.

"윽!!"

충격이 지나간 직후 사나운 눈빛으로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로 보나 덩치로 보나 틀림없이 남자였다.

"그걸 피하다니. 신기하군. 마력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피부가 흰 남자는 2미터가 넘어 보이는 장신에 삼십 대 초반 쯤 되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중절모에 검은 턱시도를 걸친 차림이지만 세련된 느낌은 들지 않는다. 허리뿐만 아니라 벨트가 팔과 다리 같은 부위에도 마구잡이로 감겨 있어서 상당히 난잡한 느낌이 든다.

그 벨트마저도 검은색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지 않은 부분이 없는 키가 큰 남자.

도대체 뭐지……?

"그나저나…… 일을 저질러도 눈에 띄지 않을 장소에 검왕검?王?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목격자가 새로 나타났나. 더 일이 커지기 전에 정리해야겠군."

그 남자는 듣는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선은 연금술사가 품에 안고 있는 검을 향하고 있다.

난 연금술사를 보호하듯이 앞으로 나선 상태로 소리쳤다.

"넌…… 도대체 뭐냐……?"

"그렇게 묻는다고 알려줄 사람은 없겠지.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죽는 편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소리가 들렸다.

쇠붙이가 서로 스치는 소리가 함께 남자가 천천히 검을 뽑아낸다.

"하지만 너희들도 참 재수가 없군. 하필이면 그런 물건을 가져오는 바람에……"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격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그 자리에서 넘어질 뻔 했다.

남자의 칼날은 나와 연금술사를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검집에서 뽑아냈기 때문에 나 같은 인간이 나타나고 말았으니까."

적이 움직인다.

바닥에 흩어진 혈액을 거칠게 짓밟으면서 성큼 다가온다.

* * *

바로 그 순간 남자의 발치에서 거친 불길이 터져 나왔다.

"음……?!"

"방심하면 안 되지."

눈 깜짝할 사이에 불꽃에 휘어감긴 남자를 향해 툭 쏘아붙인 후, 나는 연금술사의 몸을 안아 들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오른손으로 등을 받치고, 왼손으로 허벅지를 잡아서 고정한다.

들어 올린 연금술사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가벼웠다.

그녀는 내 품 안에서 여전히 파리한 안색으로 질문했다.

"……과연. 내 혈액을 써서 마법을 사용한 거구나."

"맞아요."

조금 전에 내 앞에 발생한 불기둥은 틀림없이 마법에 의해서 발생한 연소 작용이었다.

그리고 그 마법을 발동한 주체는 바로 나, 백신현이다.

나는 마력을 쌓을 수 없는 체질이다.

하지만 마력을 축적하지 못한다는 것이 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과 완전히 직결되진 않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에는 그 근간이 되는 기초 원리라는 것이 있다.

그 기초 원리를 이해한 뒤, 마력을 정해진 수순에 따라 조작하는 것으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통칭하는 개념이 바로 마법이다.

쉽게 말해서, 내 머리가 마법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증명할 수 있는 상태에서, 내 육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마력을 끌어올 수 있다면.

마법을 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금 내가 마법을 쓰는 데 사용한 것은 그녀를 상처를 지혈하면서 내 손에 묻은 혈액이었다.

혈액 속에는 언제나 어느 정도의 마력이 순환하고 있다. 이 피를 써서 손바닥에 마법진을 그려서 식을 구축하고, 저 멀리 바닥에 남은 핏자국과 연결시켜서 불기둥이 솟아오르게끔 마법을 설정했다.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바닥에 남은 연금술사의 혈액에는 그녀의 마력이 휘발되면서 남기고 간 마력의 잔향이 남아 있었으니까.

……당연하지만 이것은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쏘아낸 것도, 벼락치기로 대충 짜낸 마법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 다급한 상황에서 순식간에 마법을 짜내고 실천에 옮길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평소부터 내가 이론적인 부분을 빠삭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겁이 많다.

마력을 축적할 수 없는 체질인 나는 이 세계에서 틀림없이 약자의 굴레에 포함되는 인간이다.

하지만 약자로 태어났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약자로 남고 싶진 않았다.

살다 보면 닥쳐오는 수많은 위기 앞에서 무조건 등을 돌리고 도망치기보다는,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이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온갖 방법을 찾아다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마력 이외의 힘을 얻기 위해서 끝없이 수행해왔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은 마력이지만, 이 세상에는 꼭 마력만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체력.

마력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사람은 단련의 정도에 따라 시속 18km의 속도로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식.

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가진 고수라도 그 기술을 이루는 근본 원리가 해석되면 알몸이나 다름없다. 온갖 다양한 형태의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폭 넓고 깊은 수준의 지식이 필요했다.

마력을 쓰지 못하는 체질이면서도 굳이 마법의 기본 원리를 학습하고, 연금술사의 조수로 들어가서 동서고금의 온갖 술법을 학습한 것도 위와 같은 이유다.

나는 마법을 쓰지 못하지만, 내가 맞서 싸우게 될 모든 사람들은 마법을 써서 공격해올 테니까.

내가 쓸 일이 없다고 해서 학습을 게을리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저걸로 죽일 수는 없을 거예요."

나는 빠르게 도망치면서 그녀에게 소리쳤다.

"최대한 사람이 많은 곳으로 도망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이쪽 길은 알고 계세요?"

"잘 알고 있지만……, 이쪽은 갈림길이 거의 없는 데다가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참을 돌아가야 해."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나왔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사람이 많은 곳으로 도망치기 전에 붙잡히겠네요."

"……맞아. 그렇게 될 거야."

연금술사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품 안의 검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 검을 버리고 간다면, 어쩌면 더 쫓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

"그건 안 돼요."

나는 그녀의 말을 일축하며 대답했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이 검은 아주 대단한 물건일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루이스가 뽑아내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렇지만."

"이게 아깝다는 게 아니예요."

그녀는 조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살짝 입꼬리를 비틀면서 힘 있게 말했다.

"이렇게 대단한 검이, 원하는 물건을 얻기 위해서라면 양심의 가책도 없이 사람을 습격하는 인간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연금술사가 입을 다물었다.

그 남자에게는 다른 방법도 있었다. 원하는 물건을 얻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수단은 폭력만 있는 게 아니다.

돈을 주고 살 수도 있었고, 교섭을 통해서 획득하는 길도 있었다.

나하고 연금술사가 그 정도로 벽창호는 아니다. 대화를 하면 충분히 통할 수도 있는 인간이다.

하지만 저 남자는 그러지 않았다.

검과 무력을 통해서 강탈하려 했을 뿐.

"지금 우리가 이걸 버리면, 당장은 도망칠 수 있을지 모르죠. 하지만 특급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애를 먹고 있는 물건이 그런 위험한 인간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

"틀림없이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을 향해 그 힘이 휘둘러지게 될 겁니다. 그건 안 돼요. 여기에서 막아야 합니다."

그 불특정다수의 사람들 속에는 나와 연금술사도 포함이 되겠지.

그렇게 되면 그때는 정말로 감당할 방법이 없어진다.

이 정도로 거대한 힘을 그런 위험한 인간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절대로.

나는 말문이 닫힌 연금술사를 향해 익살맞은 목소리로 이죽거렸다.

"거기다가 애초에, 저 남자가 자기 얼굴을 본 사람을 놓아줄 거 같나요? 전 아닌 거 같은데."

"……그거야, 그렇지."

"검을 버리고 도망쳐도 놈은 끝까지 쫓아와서 저희를 죽이려 들 겁니다. 그럼 뭐, 방법이 없잖아요."

나는 다시 낮은 목소리로 연금술사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선생님도 이 정도는 아시잖아요? 이 검을 저렇게 위험한 인간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거. 그래서 공방이 다 부서지는 와중에서 이 검은 챙겨 오신 거 아닌가요?"

틀림없다.

연금술사는 그 정도 머리는 돌아가는 사람이다.

"그걸 뻔히 아시는 분이 굳이 그렇게 말하시는 건……, 역시 저 때문인가요? 저까지 죽을 거 같아서?

"……."

연금술사는 시선을 피하듯이 고개를 돌린 후, 대답이 없었다.

묵비권을 행사하려는 건가.

그래도 몇 년 동안 스승과 제자, 교수와 대학원생처럼 함께 손발을 맞춰온 정이 있어서 내 생각을 해주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이 검을 절대로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연금술사가 원하는대로 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잠시 침묵하던 연금술사는 투덜거리는 것처럼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방법이 없는걸. 네 다릿심으로는 그 녀석을 따돌릴 수 없어. 틀림없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붙잡히고 말 거야."

"그렇겠죠. 그러니까."

나는 이를 바득 갈면서 대답했다.

"맞서 싸워서 이기는 수밖에 없어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싸우는 수밖에 없다.

하루아침에 낮도깨비처럼 나타난 놈에게 가볍게 헌납할 만큼, 우리의 목숨은 가벼운 게 아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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