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064. 네 번째 동료 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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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64. 네 번째 동료 노라.
루이스는 노라의 손을 잡은 채 쥴스의 노예 상단을 나서 그대로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제야 루이스는 노라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루이스라고 한다.”
“…응. 난 노라.”
묘인족은 대화를 길게 나누지 않는 종족이었다.
묘인족은 같은 종족 내에서는 거의 눈빛과 수신호로 대부분 의사를 전달했다. 가끔 대화를 나누더라도 대부분 단답형일 때가 많았다.
그런 특성이 남아 있어서인지 노라도 말이 상당히 짧았다. 아니 그보다 일반적인 인간관계 자체가 상당히 부족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노라는 언제부터 노예가 된 거니?”
“나? 몰라…. 아주 어릴 때부터….”
“계속 이 도시에 있었던 거니?”
“아니…. 얼마 전에 커다란 마차를 타고 왔어….”
….
….
루이스는 몇 가지의 질문을 노라에게 건넸다. 그럼으로써 노라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노라는 자신의 기억이 남지 않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이미 노예가 되어있었다. 가령 부모라거나 같은 종족 어른들의 기억도 남아 있지 않았다.
노라는 지금까지 자기 외의 다른 어린 노예들과 함께 어떤 건물에서 집단 사육을 당하고 있었다.
루이스의 추측으로 노라는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어떤 범죄 집단에 납치되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노라가 15살이 되면서 노예로서 정상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나이가 되자 이곳 수도 <라로실>로 팔려왔다.
루이스 때문에 묘인족을 수소문하고 있던 쥴스는 즉각 노라를 발견하고 급히 사들여 루이스에게 되판 것이었다.
아무튼, 그러다 보니 현재 노라는 부모 밑에서만 자라도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상식이 부족한 것은 물론 평범한 대화 능력조차 부족했다.
루이스는 간단하게 질문을 하고 끝내려 했지만, 노라의 대화 능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조금 시간이 길어져 버렸다.
이대로 계속 골목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그보다 노라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서 오래 서 있기 미안해질 정도였다.
“노라. 배고프니? 밥 먹으러 갈래?”
루이스의 질문에 노라는 루이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끄덕끄덕했다.
현재 노라는 얇은 천으로 된 단출한 노예 옷만을 입은 상태라서 루이스는 <인벤토리>에서 적당한 크기의 후드가 달린 망토를 꺼내 노라에게 입혀주었다.
이럼으로써 노라의 노예 복을 감출 수도 있었고, 노라의 특징적인 머리 위에 솟아난 귀와 엉덩이 뒤에 돋아난 꼬리도 감출 수 있었다.
루이스는 적당한 옷을 노라에게 입혀준 것뿐이었지만, 루이스가 가지고 있는 옷들은 대부분 소재가 좋고 제단이 잘 된 고급품들이었다.
이런 옷을 입어 본 적이 없는 노라는 신기한 듯 머리를 뒤덮은 망토에서부터 옷 전체를 양손으로 만져대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다시 노라의 손을 잡고 근처의 적당한 레스토랑에 들려 다섯 종류의 요리를 시켰다.
물론 루이스는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았고, 이 작은 노라가 이렇게 많은 요리를 먹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루이스는 아직 노라가 어떤 음식을 선호하는지 알 수 없었고, 노라 본인에게 물어보아도 제대로 된 답변이 돌아올 리는 없었다.
그래서 루이스는 그냥 종류별로 다양하게 요리를 주문한 것이었다. 그러면 그중에서 노라가 좋아하는 요리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테이블 위로 다양한 종류의 요리들이 옮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테이블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요리를 담은 접시와 그릇들로 채워졌다.
노라는 테이블을 가득 채운 요리들을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훑으면서 살짝 벌려진 입가로 침을 흘릴 정도가 되었지만, 요리에 손을 뻗지는 않았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교육된 노예로서의 행동인 듯했다. 노라는 애초에 의자에 앉는 것도 상당히 어색해했었다.
“노라. 먹어도 돼.”
“…먹어도 돼?”
“그래…. 노라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대충시켰어. 마음대로 먹어도 돼.”
“응.”
노라는 루이스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리들에 손을 가져가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우고 있던 요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노라를 이대로 그냥 두면 정말 다 먹어버릴 기세라서 루이스는 적당한 선에서 그만 먹게 했다.
루이스는 <인벤토리>에서 손수건을 꺼내 요리를 먹느라 엉망이 된 노라의 손과 입을 깨끗하게 닦아내 주었다.
노라는 루이스의 손길을 간지러워하면서도 거부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금 기분이 좋아 보이기도 했다.
“노라 어때? 맛있었어?”
“응. 정말 맛있어…. 이런 거 먹어 본 거 처음이야.”
루이스의 질문에 노라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대답했다.
노라의 머리 위에서 솟아난 귀여운 귀도 같이 대답하듯 까닥거렸고 엉덩이 뒤에서는 꼬리도 살랑살랑 흔들렸다.
루이스는 그런 노라의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노라를 애완동물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애완동물이 아닌 동료가 될 예정이지만….
루이스는 현재 노라를 구매하긴 했지만, 정식 노예 계약이 된 상태는 아니라서 엄밀히 말하면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아니었다.
어차피 루이스가 원하는 관계도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아니었다. 따라서 루이스는 이제부터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서 노라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앞으로 나를 따라가면 지금처럼 맛있는 거 잔뜩 먹고 좋은 곳에서 잘 수도 있어…. 어때 나랑 갈래?”
“응. 가고 싶어.”
“내가 하는 말 잘 들을 수 있어?”
“응. 잘 들을게.”
“그곳에 가면 동료들도 있는데…. 동료들과도 잘 지낼 수 있어?”
“응. 잘 지낼 수 있어.”
노라는 루이스가 사준 요리에 정말 반한 건지 루이스의 질문마다 무한 긍정으로 나왔다. 이제 노라는 처음 보이던 루이스에 대한 다소의 거부감마저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었다.
이렇다면 더 시간을 끌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루이스는 당장 <커버넌트 서약서="">와 함께 펜을 소환해 노라에게 내밀었다.
<커버넌트 서약서=""/>
본인은 루이스 디아즈에게 종속된다.
본인은 루이스 디아즈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본인은 루이스 디아즈의 명령에 복종한다.
본인은 위의 내용에 한 줌의 거짓도 없음을 맹세하며 이에 동의함을 서약한다.
노라는 일단 <커버넌트 서약서="">를 받아들고 읽기는 했지만, 글을 잘 모르는지 아니면 서약서의 내용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를 진심으로 따라가고 싶으면 여기다 서명을 하면 돼. 정말 하고 싶어야 해. 조금이라도 싫으면 절대 서명을 해서는 안 돼.”
루이스는 노라의 수준에 맞춰 최대한 쉽게 설명을 했지만, 그래도 노라는 전혀 알아듣는 표정이 아니었다.
노라는 잠시 주춤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명?”
노라는 서명이라는 단어부터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이곳에다가 노라의 이름을 쓰면 돼.”
루이스의 설명을 들은 노라는 자기 이름은 쓸 줄 아는지 <커버넌트 서약서="">의 서명란에 삐뚤삐뚤 자기 이름을 열심히 써나갔다.
그러자 곧 <커버넌트 서약서="">와 펜이 사라지며 <커버넌트> 서약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커버넌트 4="" 30=""/>
노라와 제대로 <커버넌트>가 맺어진 것을 확인한 루이스는 곧바로 <포스바인드>에도 추가했다.
<포스바인드 4="" 6=""/>
경험치 분배 관리 균등분배
1. 에일린
2. 아세스
3. 루시
4. 노라
루이스는 다시 노라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을 나서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루시에게 <전언>을 보냈다.
[루시. 지금 뭐 해?]
[…루이스 오빠? 저 잠시 정원에서 꽃 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그럼 소환할게.]
루이스는 <포스바인드> 스킬 중 하나인 <리콜>를 사용해 루시를 자신의 자리로 소환했다.
루시는 갑작스러운 소환에 놀라 잠시 눈을 깜빡깜빡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곧 루이스를 발견하고는 방긋 웃었다.
“<포스바인드> 상태창을 보면 알겠지만, 이쪽은 새로 <포스바인드>가 된 노라야. 그리고 이쪽은 루시.”
“안녕. 노라. 나는 루시라고 해”
“응. 난 노라야.”
루시는 노라가 너무나 귀여운지 미소를 머금고 노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노라도 그런 루시의 손길을 딱히 거부하진 않았다.
“노라가 입을 옷과 필요한 물품을 사고 싶은데 나보다는 아무래도 루시가 잘 고를 거 같아서 불렀어.”
“네. 루이스 오빠. 저 열심히 할게요.”
아니 뭐 열심히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루이스는 루시의 열정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래도 루시는 쇼핑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다.
루이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루이스는 그로부터 몇 시간 동안 루시와 노라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녀야만 했다.
루시는 노라의 몸에 맞는 옷을 이것저것 고르며 마치 인형 옷을 갈아입히듯 즐거워했다. 노라도 아예 흥미가 없지는 않은지 지겨워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루시가 가벼운 스킨십도 하며 친근하게 대하자 노라도 루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가는 듯했다.
그 결과, 지금 루이스의 앞에서 루시와 노라는 손을 맞잡고 마치 사이좋은 자매처럼 걸어가는 중이다.
루이스는 드디어 기나긴 쇼핑 지옥에서 벗어나 루시, 노라와 함께 <드림가든>으로 입장했다.
루이스는 앞서 <드림가든>으로 철수했던 에일린과 아세스에게 <전언>을 보내 식당으로 불렀다.
잠시 후 <드림가든>의 모든 인원이 식당에 모였다.
“이번에 새로 동료가 된 ‘노라’ 야. 다들 인사해.”
“반가워요. 에일린이에요.”
“나는 아세스다.”
“저는 화이리라고 한답니다.”
“응. 난 노라.”
루이스는 모두에게 노라를 소개한 뒤에 노라에게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노라는 루이스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응. 응. 잘도 대답했지만, 루이스는 아무래도 그런 노라에게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다.
루이스는 어쩔 수 없이 비밀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하고 꼼꼼하게 <커버넌트> 서약의 “명령”을 통해서 노라에게 다시 주의를 시켰다.
루이스는 노라의 손을 잡고 식당을 나서 1층 로비로 향했다. 그리고 루이스는 2층 난관 너머로 보이는 방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노라에게 설명했다.
“노라는 앞으로 여기서 살게 될 거야? 여기 2층에 방이 많지? 너도 하나 골라야 해. 어느 방으로 할래? 저기는 에일린, 저기는 아세스, 그리고 저기는 루시 방이야 그러니 그 외에 다른 방을 골라야 해.”
“응. 난 저기.”
노라는 쇼핑 때 그렇게 루시와 친해 보이더니 루시의 옆방이 아닌 오른편 끝 방을 골랐다.
지금 방 배치 상황은 왼편 첫 번째 방이 에일린, 두 번째 방이 루시, 오른편 첫 번째 방이 아세스였다. 그리고 지금 오른편 네 번째 방이 노라의 방이 되었다.
노라는 아무래도 빈방 중에서 가장 떨어진 방, 또는 외곽에 있는 방을 고른 모양이었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노라에게는 은근히 외톨이 속성이 있는 걸까?
루이스는 노라에게 방을 지정해주었으니 다른 동료들에게 주었던 것처럼 왼손 약지에 <스토리지> 반지를 끼워주고 오른쪽 팔목에 <일루전> 팔찌를 채워주었다.
그리고 루이스는 노라에게 각각의 아이템에 대한 설명도 최대한 천천히 상세하게 해주었다.
노라는 반지와 팔찌를 신기한 듯 몇 차례 어루만지며 신나 하더니 이내 관심이 사라졌다. 노라는 호기심이 많은 것과는 반대로 금방 싫증을 내는 성격인 것 같았다.
루이스는 아무래도 노라가 많이 불안했다. 그래서 루이스는 루시를 다시 불렀다.
“루시. 노라가 일반 상식도 많이 부족하고 모르는 게 많아. 그러니 함께 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가르쳐줘. 일단 노라 방 정리하는 것부터 도와줄래?‘
”알았어요. 루이스 오빠. 저에게 맡겨 주세요.“
루시는 지금까지 루이스에게 받기만 하다가 이제 조금이라도 루이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너무나 기뻤다. 게다가 그 일이 이렇게 귀여운 노라를 돌보는 것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루시는 노라의 손을 잡고 방금 막 노라의 방으로 지정된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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