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045. 두 번째 동료 아세스.
* * *
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45. 두 번째 동료 아세스.
감옥은 병사 숙소의 근처에 있었다. 감옥이 있는 건물의 1층으로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던 병사가 보였다.
아세스가 그 병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말을 걸었다.
“벌금을 내러 왔다.”
아세스가 앞뒤 자르고 간략하게 말하는 걸 볼 때 아마도 이 사람이 전에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던 병사인 듯했다.
“벌써 노예상인에게 요금을 받아버려서 곤란하겠는데?”
“열흘 안에 오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아직 3일이나 남았다.”
“…내가 그랬나? 아무튼, 힘들 거 같으니 노예상인에게 가봐”
“뭐라고!?”
루이스는 흥분하며 병사에게 다가가려는 아세스의 어깨를 잡아 잠시 진정시키고 알도에게 눈빛을 보냈다.
루이스의 신호를 받은 알도는 한발 앞으로 나서더니 병사에게 말을 걸었다.
“저는 알프레도 상회의 주인인 알도입니다.”
“네? 아…. 네. 안녕하세요.”
알프레도 상회의 알도라는 말을 들은 병사는 아세스를 대할 때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알도가 말했던 대로 “알프레도” 또는 “알도”라는 이름은 브레시아 연합국에서 제법 통하는 모양이었다.
알도는 부드럽지만, 힘이 있는 눈빛으로 병사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방금 말한 죄인은 벌금형을 받았고, 구금된 날 바로 노예상인과 거래했고, 지금 벌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하는데도, 미리 노예상인에게 금액을 받아서 안 된다는 말인가요?”
“네?! 그게…. 그러니까…. …네?”
병사는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알도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일단 이 일을 당신이 지시한 일인가요?”
“아…. 아니…. 제가 지시한 것은….”
“우선 정상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금품이 오갔으니 그 금품은 뇌물이 됩니다. 범죄자의 처분으로 발생하는 금품은 공금에 해당하는데 지금의 경우는 제대로 된 공금의 처리가 되었다고 볼 수 없죠.”
알도가 브레시아 연합국의 법률을 들먹이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가자 병사의 얼굴색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뇌물수수 혐의와 공금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볼 거 없이…. 당신의 최종 선고는 사형이겠군요.”
“아…. 아닙니다. 제가 지시…. 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병사의 얼굴은 순식간에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아하. 당신이 지시한 게 아니라 상관의 지시를 받았다는 말이군요? 그 상관이 누구죠? 상관의 이름을 밝힌다고 해도 당신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사형은 그 상관이 받을 테니 그나마 낫겠죠?”
“아뇨. 아닙니다…. 뭔가 오해가…. 뭔가 일 처리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바로 확인해보고 조치하겠습니다.”
확실히 알도는 평범한 상인은 아닌듯했다. 역시 대형 상단의 상단주에 어울리는 깔끔하면서도 화끈한 일 처리였다.
‘이 사람 볼수록 마음에 드는데?’
루이스는 알도에게 관심이 생겼다.
웬만하면 타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루이스가 여성도 아닌 남성에게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병사는 넘어질 듯 두 다리를 버둥거리며 급하게 달려가더니 잠시 후 여성 다크엘프 한 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버…. 벌금은 금화 1개입니다.”
“뭐? 금화 1개라고?”
아세스는 놀라서 음정이 높아졌다.
보석금이 금화 300개에서 금화 1개로 떨어졌으니 황당한 것도 이해가 갔다. 애초에 상해죄에 대한 벌금이 금화 1개에 불과했다는 의미였다.
“네…. 1개입니다.”
아세스는 어이없어하며 금화 1개를 던지듯 병사에게 건네고 동료의 상태를 살폈다.
딱히 험한 대우는 받지 않았는지, 동료의 몸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쩔쩔매는 병사를 뒤로하고 루이스와 알도, 그리고 아세스와 아세스의 동료는 감옥에서 나왔다.
동료는 사건이 터진 이후로 줄곧 감옥에 갇혀 있었던 터라 외부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다소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세스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동료에게 설명해주었다. 동료는 아세스의 설명을 다 듣고는 어이없어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그놈은 다짜고짜 나에게 시비를 걸더라고. 내가 한 대 툭 치니 넘어져서 고함을 지르는데 순식간에 병사들이 나타나더니 날 상해죄라며 붙잡았어.”
아세스와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충 루이스와 알도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한참을 화를 내던 동료는 일단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루이스와 알도가 동행했다는 것을 알게 되며 고개를 숙이고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해요. 저를 구해주셔서…. 저는 재니스라고 해요.”
“괜찮습니다.”
“루이스님의 지인분들이니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고마워요.”
지금까지 알도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던 아세스도 짧게 감사 인사를 건네왔다.
알도는 일이 잘 풀려서 정말 기뻤다. 이것으로 루이스에 대한 은혜를 조금은 갚은 것 같아서 마음이 다소 홀가분해졌다.
“그나저나 일이 잘 풀려서 다행입니다. 제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노예상인에게서 다시 사드릴 생각이었는데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었군요…. 아~! 그리고 이것은 루이스님의 호위 비용입니다.”
알도는 미리 준비해둔 묵직한 주머니 하나를 루이스에게 건네왔다. 루이스도 정당한 일에 대한 보수이니 사양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알도 덕분에 쉽게 일이 해결된 거 같군요.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다음에 수도 <칼리아>에 오실 일이 있으시면 꼭 알프레도 상회에 들려주시길…. 루이스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꼭 그렇게 하죠.”
“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알도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먼저 자리에서 떠났다. 아세스는 떠나는 알도의 뒷모습에 짧게 고개를 숙였다.
루이스는 알도가 떠나간 뒤 알도가 건네준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금화 100개는 충분히 되어 보였다. 한 번의 호위 비용으로는 넘치는 금액이었다.
루이스는 아세스의 부탁을 듣고 해결해주었다. 아니 그 전에 아세스 패거리에 공격을 당했던 일도 있으니 아세스는 루이스에게 빚이 쌓인 상태다.
그럼 이제 빚을 정산받을 때가 왔다. 루이스는 지그시 아세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빚 정산을 해야지?”
루이스는 아세스를 바라보며 다소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아세스는 잠시 루이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더니 재니스에게 말했다.
“전에 우리가 묵던 여관에 레베카와 카멜라가 대기하고 있을 거야. 넌 먼저 가서 일이 잘 됐다고 전해줘. 나는 이 사람과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갈게.”
“아세스. 같이 갈까요?”
“아냐. 넌 여관에서 기다려. 나 혼자 갈게.”
루이스가 앞장서서 먼저 걸어가자 아세스는 천천히 루이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아세스와 이야기를 나눌 장소를 찾다가 눈앞에 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여관을 발견했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적당한 장소였다. 더군다나 그 이후의 일까지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었다.
루이스는 고급여관으로 들어서 2인실을 잡았다. 그리고 여급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섰다.
루이스는 침실로 이동 후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세스는 묵묵히 따라와 루이스의 앞에 섰다.
루이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세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게…. 뭘 시킬 생각이지?”
“…글쎄? 뭘 시킬 거 같아?”
아세스는 루이스가 앉아 있는 침대와 루이스의 살짝 음흉한 표정을 번갈아가며 보더니 다소 굳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와…. 할…. 생각인가?”
루이스는 물론 아세스가 말한 것도 구미가 당기긴 했다. 루이스는 아세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심히 훑어보았다.
밝은 곳에서 보는 아세스는 매혹적인 얼굴에 살짝 웨이브진 풍성한 은발이 어깨를 덮고 있으며 윤기 있는 피부, 풍만한 가슴을 가진 건강미 넘치는 섹시 타입의 미인이었다.
루이스는 에일린과 같은 청순한 타입도 좋았지만, 이런 섹시한 누님 타입의 여성도 좋았다.
하지만, 그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세스와의 <커버넌트> 서약이었다.
“한번 하는 것으로 퉁 치려고?”
“뭐? 난 처음…. 아니 그것보다…. 그럼 뭘 시키려는 거지?”
루이스는 발끈하는 아세스를 바라보며 느긋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너를 포함해 3명의 목숨값…. 나에게 공격을 가한 순간 내가 너희들을 죽였어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알고 있다.”
“그리고 추가로 동료 한 명을 더 구해줬지…. 이정도면 너는 나에게 상당한 빚을 진 거 같은데? 은혜를 느끼지 못하는 건가?”
“느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보답하겠다.”
아세스의 말에서는 진심이 느껴지긴 했지만, 루이스는 이런 말 한두 마디로 쉽게 믿을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인가? 약속을 지킬 거라고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나?”
“알았다. <실렌>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아세스의 입에서 다크엘프 최고의 맹세가 나왔다. 아무리 의심이 많은 루이스라도 다크엘프의 입에서 나온 이 맹세를 믿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다크엘프인 아세스가 다크엘프가 모시는 신인 <실렌>의 이름을 걸고 한 맹세를 어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루이스는 곧바로 <커버넌트> 스킬을 발동해 <커버넌트 서약서="">와 펜을 소환했다.
“그럼 여기다 서명을 해.”
<커버넌트 서약서=""/>
본인은 루이스 디아즈에게 종속된다.
본인은 루이스 디아즈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본인은 루이스 디아즈의 명령에 복종한다.
본인은 위의 내용에 한 줌의 거짓도 없음을 맹세하며 이에 동의함을 서약한다.
서약서를 모두 읽어본 아세스는 루이스를 째려보며 인상을 썼다.
그리고 아세스는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한참을 망설였지만, 신의 이름을 걸고 한 맹세를 어길 수는 없었다.
아세스는 결국은 <커버넌트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 순간 서약서가 안개처럼 흩어지더니 사라졌다.
<커버넌트 2="" 30=""/>
: 에일린. 아세스.
루이스는 곧장 <커버넌트> 서약자의 수를 확인했다. 에일린에 이어서 아세스까지 무사히 등록되어 있었다.
“아세스. 이제부터 나의 동료가 된 것을 환영한다. 나의 이름은 계약서를 봐서 알겠지만 루이스다.”
“…이게 뭐지?”
“나에게 강하게 묶인 동료가 되는 서약이지. 이제 너도 <커버넌트> 상태창을 볼 수 있으니 직접 봐. 이미 나와 <커버넌트> 서약을 한 에일린도 너의 동료다.”
아세스는 잠시 <커버넌트> 상태창을 확인하고 있는지, 이게 뭐지? 라거나 하이엘프라고? 라는 등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루이스는 아세스가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듯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부터 너는 나와 함께 한다. 물론 에일린도…. 그리고 앞으로 늘어나는 몇 명의 동료도 우리와 함께하게 된다.”
“함께 한다니…. 뭘 하는 거지?”
“간단하게 말하면…. 강해져서 리카 대륙의 멸망을 막는 게 나의 최종 목표다.”
루이스의 설명을 들은 아세스는 살짝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리카 대륙의 멸망?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는데….”
“차차 알게 될 테니 서두르지 말고…. 그리고 앞으로 나를 루이스라고 부르도록.”
“루이스? 알았다. 내 이름은 이미 알고 있겠지? 아세스다.”
“그래. 그럼…. 일단 한번 할까?”
루이스의 입에서 하자는 말이 나오자 아세스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뭐? 안 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안 한다고는 안 했는데….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 없다고 했지.”
“하여간 인간 남자들은…. 나에게 거부할 권한이 있는 건가?”
“물론 없지…. 일단 목욕부터 하자.”
루이스는 투덜거리는 아세스에게 다가가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세스는 인상을 확 구기긴 했지만, 딱히 루이스의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커버넌트> 서약의 내용을 알고 있는 아세스는 어차피 저항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일찌감치 포기한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