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44화 (44/69)

〈 44화 〉 044. 두 번째 동료 아세스.

* * *

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44. 두 번째 동료 아세스.

보석금으로 내야 할 금화 300개라는 거금이 당장 없었던 아세스 일행은 그 병사에게 금화를 마련해올 시간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병사는 열흘 안에 구해오지 않으면 더 이상 감옥에 둘 수 없으니 노예상인에게 넘긴다는 말을 끝으로 아세스 일행을 쫓아냈다고 한다.

아세스 일행이 가진 재산은 금화 3~40개, 도적질하면서 구한 금화가 30개 정도, 장비를 대충 처분하면 총 90~100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동료가 도시 내에서 힘없는 평범한 시민을 공격했다는 것도. 그리고 현장에서 잡히자마자 곧바로 노예상인과 거래부터 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인간 놈들의 하는 짓은 언제나 이렇다. 분명 억지로 시비를 걸고 노예로 팔아 버리기 위해 더러운 수를 썼을 것이 뻔하다.”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도적질은 한번 밖에 성공하지 못했고 그들도 돈만 빼앗고 다 묶어 두었다.”

루이스는 아세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루이스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아세스 역시 이번 사건이 상식 밖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보다…. 아세스는 인간 혐오인가? 엘프 역시 타 종족과 어울리기를 꺼리지만,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루이스는 아세스에게 들었던 모든 정보를 조합해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아세스에게 생각했던 바를 전했다.

“지금 며칠이 남았는지 모르지만, 도적질로 남은 금화 150개는 모으지 못할 것 같은데?”

아니, 아세스가 말한 금화 150개라는 금액은 장비를 처분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동료를 구한다 해도 장비가 없으면 그다음부터는 어떻게 할 생각인 걸까?

“시간 내에 금화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감옥을 습격해 동료를 구할 생각이었다.”

아세스는 다음 계획을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도적질에만 매달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다만 감옥을 습격한다는 계획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음…. 알겠다. 지금 며칠 남았지?”

“5일 남았다…. 까지의 거리도 있으니 못해도 3일 뒤에는 출발해야 한다.”

“그럼 이틀 뒤 오후…. 중앙 광장에서 만나기로 하지.”

“…돈을 빌려주는 건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아! 사람들이 잡혀 있는 장소는 알려주고 가.”

“음. 알겠다. 저쪽으로 쭉 들어가면 보이는 큰 나무에 묶어 두었다.”

아세스는 숲속의 한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방향을 확인한 루이스는 에세스에게 질문을 건넸다.

“그 사람들에게 네 정체를 들키진 않았겠지?”

“당연하다. 그렇게 허투루 일을 처리하지는 않았다…. 그럼 너를 믿고 기다려도 되는 건가?”

“그래. 그리고 광장에는 너만 오도록 해…. 그럼 2일 뒤에 보자고.”

“알았다. 너만 믿고 기다리겠다.”

사실, 지금 아세스의 입장에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루이스밖에 믿을 사람이 없었다.

남은 짧은 기간 동안 도적질로 금화 150개를 모으기는 거의 불가능했고, 만약 루이스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원래 계획대로 감옥을 습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세스를 놓칠 생각이 전혀 없는 루이스는 반드시 제시간에 약속 장소로 갈 생각이었다.

아세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근처에 묶여있던 말을 동료들과 나눠 타고 방향으로 달려갔다.

혼자 남은 루이스는 아세스가 알려준 방향으로 숲속을 걸었다. 딱히 구해줄 의리는 없었지만, 놔두면 죽을 걸 뻔히 아니 외면하기도 난처했다.

도착이 며칠 늦어지겠지만, 하루 이틀 늦어진다고 ‘루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아세스와의 약속 시간에 늦는 것도 아니니 느긋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루이스가 숲속을 걷고 있자 앞쪽에 5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가자 5명의 남자가 밧줄로 꽁꽁 묶여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루이스가 대충 살펴보니 상처를 심하게 입은 자는 있었지만, 목숨에 지장이 있어 보이는 자는 없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루이스가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자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이가 반응을 해왔다.

“저…. 저희를 구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루이스는 묶여있는 5명의 밧줄을 모두 풀어주었다.

그러자 풀려난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루이스에게 감사 인사를 해왔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기 근처에서 도적을 만나 처리하고 혹시나 해서 근처를 둘러보던 중 여러분들이 묶여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저분은 상처가 심한 거 같은데 괜찮은 건가요?”

루이스는 일단 아세스를 동료 후보로 점 찍어둔 만큼 아세스 일행은 죽은 것으로 말해두었다. 아무래도 앞날을 생각하면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았다.

“그랬군요…. 포션을 가진 게 있으니 괜찮습니다.”

풀려난 사람들은 옆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서로의 상처를 치료했다.

루이스가 주위를 둘러보니 말과 함께 마차도 보였다. 아세스 일행은 금전만 빼앗고 나머지 상품들은 건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 상처가 치료되고 정리가 되자 아마도 이 집단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루이스에게 다가와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건네왔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상인인 알도라고 합니다. 은인께는 최대한 보답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루이스 디아즈라고 합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도적을 처리하고 겸사겸사 구해드린 거니까요.”

“그럴 순 없죠. 음…. 혹시 로 향하시던 중이셨습니까?”

“네.”

“그럼 잘되었군요. 저희와 방향이 같군요. 혹시…. 가능하시면 호위를 맡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의뢰 금액을 넉넉히 드리겠습니다.”

알도는 어떻게든 보답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도 실제로 습격을 당하고 사로잡히기까지 했으니 호위가 필요해 보이기도 했다.

루이스는 아세스와 만날 시간은 넉넉하게 잡았고 호위를 해주며 겸사겸사 상인과의 연줄을 만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루이스 혼자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로 향해 오늘 밤늦게라도 도착하겠지만, 지치고 상처까지 입었던 이들을 이끌고 지금 출발하긴 무리였다.

“그러죠. 그럼 오늘은 이만 쉬고 내일 출발하는 게 좋겠군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야영 준비를 하겠습니다.”

알도는 고개가 거의 바닥에 닿을 듯 연신 굽신거렸다.

알도의 일행들은 곧바로 마차에서 물품들을 꺼내 식사와 야영 준비를 시작했다.

간단한 식사 후 마차와 침낭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야영을 시작했다. 불침번은 기존의 호위 인원들이 알아서 하는 것 같았다.

루이스도 알도의 호의 의뢰를 받아들였으니 일단 호위가 된 셈인데도 특별히 불침번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디아즈님은 여기 오셔서 저와 함께 주무시죠.”

알도는 루이스를 마차로 불렀다. 마차는 두 명 정도는 충분히 누워서 잘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루이스는 사양하지 않고 알도의 배려를 받아들여 마차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

다음 날 아침. 루이스와 알도의 일행들은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마차에 올라 로 출발했다.

루이스는 이런 상태에서 혼자 를 소환해봐야 먼저 갈 수도 없어서 알도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정말 느렸다. 루이스가 최근 에 너무 길들어서 그런지 더욱 느리게 느껴졌다.

게다가 중간중간 휴식까지 취해야 하니 더욱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세스와 약속한 시간까지는 에 도착할 수 있을 듯했다.

너무 한가하다 보니 자연스레 루이스는 알도와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알도도 루이스와의 대화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정말이지. 말년에 훅 갈 뻔했습니다. 하하.”

“원래 이렇게 도적이 자주 나오나요?”

“아닙니다. 저도 아들놈에게 상단을 물러주는 단계라 이렇게 직접 나선 건 오랜만입니다만 이 근방은 도적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는 이번에 가벼운 마음으로 호위를 많이 거느리지 않고 여행길에 나섰던 건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루이스는 알도와의 대화로 알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알도는 브레시아 연합국에서 알아주는 대상단의 주인이었고 장남에게 일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나는 단계였다.

실력 있는 호위를 구할 능력이 충분한 알도가 이렇게 무방비하게 로 향했던 건 오랜만의 여행길이라 방심한 측면도 있었고 이 길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알도 일행이 아세스 일행을 만난 건 전혀 뜻밖의 일이자 천재지변 같은 사건이었다.

알도는 아는 것도 많고 상식도 풍부했다. 거기다 말재주까지 있어서 오래 대화를 나눠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디아즈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루이스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편하게 부르세요.”

“그리고 저는 그냥 알도라고 불러주십시오.”

“…네?”

“경칭은 필요 없습니다. 루이스님은 저에게 생명의 은인이 아닙니까?”

루이스는 몇 번 사양을 해봤지만, 알도의 의지는 굳건했다. 결국, 루이스는 한발 물러서서 알도의 제안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루이스는 알도가 자신을 은인으로 여기며 상인의 얼굴을 제거하고 인간적으로 다가오니 마음이 편했다. 따라서 아세스에 관련된 이야기를 상담해보기로 했다.

루이스는 지인의 트러블과 상해에 대한 죄목으로 감옥에 갇히자마자 노예시장과 거래를 한 것 등을 요약해서 알도에게 설명해주었다.

“……이렇다 보니 곤란하던 참이었습니다.”

“음…. 아무래도 뒷배가 있는 거 같군요. 루이스님을 믿고 드리는 말씀이지만 영주의 차남이 호색한이라 이런저런 수를 써서 예쁜 여자들을 첩이나 노리개로 삼는다는 뒷소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도 그렇다는 말인가요?”

“그건 알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사형이나 벌금형, 노예형이 주어지는 대 벌금형의 경우, 잡힌 날 바로 노예상인과 거래해서 금액까지 확정이라는 건 형식에 어긋납니다. 뒤에서 손을 쓰는 사람이 있고 미리 서로 이야기를 맞추지 않고는 힘듭니다.”

“만약 이번 일에 영주의 아들이 관여했다면 금화를 마련해가도 헛수고가 될 수도 있겠군요.”

정말 그렇게 된다면 아세스는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아세스를 동료로 삼기로 마음먹은 루이스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진 않을 것이다.

“브레시아 연합국은 봉건국가이긴 하지만 국법이 있습니다. 각 영주가 자체적으로 도시를 통치하지만, 핵심이 되는 국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벌금형이라면 벌금을 내면 풀려나야 정상입니다. 루이스님의 지인이시라면 저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 이름값은 하는지라 동행하면 무시하지는 못할 겁니다.”

“알도가 이렇게 나서도 되겠습니까?”

루이스는 겨우 알도와 타협해 이런 어정쩡한 존댓말이 되었다. 아무튼, 아무리 이름난 상인이라도 영주 아들과 대치하는 건 어떨지?

“섭섭하게 왜 이러십니까? 루이스님에 관한 일에 제가 어찌 무관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 하나의 처신에는 전혀 문제없습니다.”

루이스의 걱정과는 다르게 알도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

루이스는 아세스와 약속한, 이틀 뒤 정오가 되기 전에 에 도착했다.

루이스는 알도와 함께 알도가 운영하는 상단지부에 들러 식사한 뒤에 아세스와 약속했던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 도착하자 아세스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루이스가 말했던 대로 혼자였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아세스는 루이스를 발견하고 잠시 반가운 얼굴이 되었지만, 옆에 있는 알도를 보고는 잠시 멈칫했다.

아세스가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루이스가 아세스가 습격했던 알도를 구출해 여기로 함께 왔으니 아세스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세스의 표정으로 아세스의 생각을 읽은 루이스는 아세스가 오해하지 않게끔 미리 입을 열었다.

“이쪽이 전에 말한 지인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알도. 도적에 잡혀 있던 걸 내가 구해줬는데 이번 일을 도와주기로 했어.”

그러고 보니 루이스는 아세스와 통성명을 한 적이 없었다.

루이스는 를 통해 아세스의 이름을 알지만, 갑자기 부를 수도 없고 지인이라 미리 소개한 알도 앞이라 여기서 통성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세스는 루이스의 말을 듣고 상황을 대충 파악한 듯 알도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별다른 말을 꺼내진 않았다.

“그럼 감옥으로 이동할까?”

루이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세스는 앞장서서 안내를 시작했다.

루이스와 알도, 그리고 아세스는 아세스의 동료가 갇혀 있는 감옥으로 이동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