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037. 다시 탐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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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37. 다시 탐험 시작.
루이스가 현재 향하는 곳은 수도 <라로실>에서 서쪽으로 열흘 거리쯤 떨어져 있는 장소였다.
루이스는 당연히 고대 유니크 신전의 공략을 위해서 이동하는 중이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까지의 여행과는 달랐다.
우선 루이스는 지금 향하는 곳에 있을 고대 유니크 신전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부족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루이스 환생 전 “최서준”의 기억에는 이 장소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루이스는 지금까지 환생 전 기억에 남아 있는 상세한 사전 정보를 통해서 고대 유니크 신전을 큰 무리 없이 수월하게 공략해왔다.
하지만, 지금 향하는 고대 유니크 신전은 환생 전의 기억이 아닌 본래 “루이스”의 몸에 남아 있던 기억을 통한 정보를 토대로 공략에 나서기로 한 것이었다.
그만큼 완전한 정보도 아니었고 안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많은 클래스 전직서와 스킬, 아이템이 필요한 루이스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정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루이스가 아이템 욕심에 목숨을 걸 정도로 어리석은 것은 아니었다. 완전 회복 포션인 <엘릭서>라는 보험이 있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루이스는 중간중간 말의 식사 시간을 겸한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말을 달렸다.
날이 서서히 어두워져 가자, 루이스는 근처의 안전지대에 말을 묶어둔 뒤 그 장소에 <텔레포트>의 <위치 기억="">을 했다.
그리고 루이스는 수도 <라로실>에 <위치 기억="">된 곳으로 <텔레포트>한 뒤 에일린이 머무는 여관으로 향했다.
루이스는 에일린에게 하루 동안 있었던 일, 특히 노라의 발견 여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에일린과 뜨거운 밤을 보내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다음날, 루이스는 말이 묶인 장소로 <텔레포트>해서 말을 타고 달렸다. 그리고 날이 저물면 그 장소에 <위치 기억="">을 한 뒤 다시 수도 <라로실>로 돌아갔다.
루이스의 여행은 이런 과정의 반복이었다.
루이스는 <라로실>을 떠난 지 12일째 늦은 오후 무렵, 예정된 장소에 도착했다.
초행길이기도 하고 “루이스”의 정보가 상세한 것도 아니라서 처음의 예상보다 더 긴 시간이 걸렸다.
루이스는 “루이스”의 기억에 남아 있던 정보를 토대로 고대 유니크 신전이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장소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좁은 계곡 사이에서 그럴듯한 장소를 찾아냈다.
아직 해가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주변의 지형들이 빛을 흡수하기라도 하는 듯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장소였다.
루이스는 근처의 바위 위에 앉아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다.
해가 완전히 기울고 그 대신 달이 떠오르자 해가 떠 있을 때도 어두웠던 계곡 깊숙한 장소 중 한 곳이 은은한 빛과 함께 오히려 밝아지기 시작했다.
바로 “루이스”가 여러 고대 문헌과 정보를 통해서 예상했던 고대 유니크 신전의 입구였다. 물론 “루이스”는 이곳을 공략하기는커녕 진입조차 하지 못했었다.
루이스는 가장 어둠의 빛이 강한 장소로 다가가 미리 준비해두었던 피를 주변에 흩뿌렸다. 이 피는 이 장소로 오기 전에 사냥한 큰 뿔 사슴의 피였다.
루이스는 “루이스”에 비해 고대의 지식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고대 유니크 신전의 공략에 관해서라면 훨씬 많은 경험과 지식이 있었다.
이곳 리카 대륙의 주신은 “아카이아”다. 주신이 있다는 말은 그 외의 신도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루이스는 “루이스”의 기억에 남은 정보를 살펴보며 이 고대 유니크 신전이 리카 대륙의 4대 신 중 하나인 어둠의 신 “실렌”의 신전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어둠의 신 실렌은 아주 극히 일부 지역에서는 죽음의 신으로도 통했다.
이것은 고대 문헌에 남아 있는 정보가 아닌 루이스가 “최서준” 시절, 여러 고대 유니크 신전을 공략하며 얻게 된 자신만이 아는 정보였다.
루이스는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어둠의 신 실렌의 신전이라면 마찬가지로 죽음의 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죽음, 즉 “피”가 신전의 입구를 여는 키가 아닐까 예상했다.
다행히 루이스의 예상이 맞았는지 진한 어둠의 빛이 은은히 감돌던 장소가 좌우로 열리며 하나의 입구가 드러났다.
루이스는 한껏 감각을 곤두세우며 바짝 긴장한 상태에서 그 입구로 들어섰다.
이어진 길은 점점 지하를 향해서 내려갔지만, 벽과 바닥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와 밝지는 않았지만, 시야를 확보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십여 분을 걸어가자 수백 개의 작고 네모난 돌로 만들어진 타일로 가득 채워진 넓고 긴 복도가 나타났다.
그 타일 위에는 각각 여러 가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 문양은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 그리고 마치 월식처럼 달이 완전히 사라진 모양이었다.
타일이 빈틈없이 깔린 복도를 그 타일을 밟지 않고 지나갈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저 문양 중 안전한 타일을 골라서 정확하게 밟으며 이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안전한 타일은 6종류의 문양 중 하나의 타일이니 6분의 1의 확률로 보이지만, 사실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보름달 문양, 아니면 월식 문양이었다.
쉽게 생각하면 실렌은 어둠의 신이다. 그렇다면 가장 어둠을 강조하는 문양인 월식 문양이 정답이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밤을 가장 상징할 수 있는 보름달이 정답일 수도 있었다.
루이스는 혹시 잘못된 문양을 밟고 저주가 걸리더라도 <엘릭서>를 통해서 다시 선택할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가볍게 소모해도 될 만큼 <엘릭서>는 흔한 포션이 아니었다. 때에 따라서는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엘릭서>를 그렇게 낭비할 수는 없었다.
루이스는 신중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다 이 신전을 들어오기 전의 광경을 떠올렸다.
분명 달빛이 비치면서 완전히 어둡던 공간에 은은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은은한 빛은 달빛이 강해질수록 더욱 밝아졌다.
루이스는 <스토리지> 반지에서 <엘릭서> 한 병을 꺼내 손에 들고는 보름달 문양이 새겨진 타일 위로 살며시 발을 내디뎠다.
갑자기 타일이 폭발한다거나 저주의 안개가 피어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잠잠했다.
루이스는 계속해서 보름달 문양이 새겨진 타일을 밟으며 복도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무사히 고대 유니크 신전의 석문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루이스의 예상이 적중했던 모양이었다.
루이스는 항상 그렇듯 고대 유니크 신전의 생활공간부터 샅샅이 뒤져 아이템들을 챙겼다.
이곳에 머물렀던 이들 중에는 도적 계열이나 궁수 계열 클래스가 많았던 모양인지 단검이나 활, 경갑 등의 아이템이 많았다.
그중에는 에일린이 지금 쓰고 있는 활보다 등급이 높은, 당장 쓸 만한 수준의 활도 있어서 루이스는 만족스러웠다.
루이스는 이어서 고대 유니크 신전의 핵심 장소인 예배실로 향했다.
예배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신 아카이아의 신전과 비슷하게 정면 중앙에는 실물 크기의 여신상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금발에 밝고 상냥한 분위기의 아카이아와는 다르게 검은색 머리에 피부 빛도 다소 검은, 풍만한 몸매의 여신상이었다.
그리고 여신상의 앞에 마련된 제단 위에는 책 한 권과 양피지로 된 두루마리 하나가 놓여있었다.
루이스는 곧장 레전더리 감정 스킬인 <트루스 아이="">를 발동해 확인해보았다.
<클래스 전직서="" :="" 섀도우헌터="" ="" 책=""> 등급유니크
<스킬 :="" 섀도우=""> 등급유니크
책은 <새도우헌터>라는 클래스의 전직서였고 두루마리는 <새도우>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스킬 스크롤이었다.
<클래스 :="" 섀도우헌터=""> 등급 – 유니크
민첩 보정(대), 전 능력치 보조(소). 단검 공격속도 향상.
<섀도우헌터>는 단검을 주력 무기로 삼는 도적 계열 클래스로 같은 유니크 등급 도적 계열 클래스인 <아르카나>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화된 클래스였다.
<아르카나>가 단검의 날카로움을 살린 빠른 공격으로 상대하는 적들에게 두려움과 함께 죽음을 안겨주는 클래스라면 <섀도우헌터>는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어 적들이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클래스였다.
<섀도우/>
: 정신 생명체.
: 높은 체력과 방어력.
: 소멸 시 즉시 재소환 가능.
: 이동 시 지형 효과 무시.
<섀도우>는 탑승형 검은색 말인 <섀도우>를 소환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이었다.
<섀도우>는 일반 말보다 체격이 다소 컸고 속도는 훨씬 빨랐다. 물론 유니크 등급의 스킬인 만큼 장점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공격력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 대신 체력이 엄청나게 높았고 방어력도 탁월했다. 따라서 웬만한 공격을 받아도 꿈적도 하지 않았다.
혹시나 치명적인 공격을 받아서 소멸하더라도 소환 시의 마나만 다시 투자하면 언제든지 재소환이 가능했다.
체력이 높은 만큼 회복력과 지구력 또한 뛰어나 휴식 없이도 몇 날 며칠을 달릴 수 있었다.
게다가 <섀도우>는 생물이 아닌 만큼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섀도우>만의 장점은 바로 지형 효과 무시였다.
그야말로 <섀도우>의 발만 닿는다면 끝없이 빠져드는 늪지대 위건 부력이 약한 물 위건 거침없이 달릴 수 있었다.
매번 험지를 다닐 때마다 말의 안전을 신경 써야 했던 루이스로서는 최고의 이동 수단을 얻은 셈이었다.
이곳 고대 유니크 신전에서 볼일을 마친 루이스는 아카이아의 여신상에게 그랬던 것처럼 실렌의 여신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실렌님이 머무시는 장소에서 소란을 피우고 어지럽혀 죄송합니다. 하지만 리카 대륙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루이스는 고대 유니크 신전을 빠져나와 바로 <섀도우>를 소환했다. 검은색의 윤기 있는 털과 갈기를 가진 말이 등자가 올려진 상태로 소환되었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로 튼튼하고 잘생긴 말이었지만, 에일린의 정령 말처럼 눈에 띄는 이질감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정도면 그대로 사람들이 많은 도시로 타고 가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루이스는 <섀도우>에 올라 달려보았다. 길이 없는 산비탈 지역이었지만, 마치 구름 위를 달리듯 부드럽게 달려나갔다.
승마 감이 우수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기본 속도가 빠른 데다 지형의 영향까지 받지 않다 보니 일반 말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속도로 나아갔다.
루이스는 해가 지기 시작하자 <섀도우>에서 내리며 소환해제를 했다. 다소 피로감이 몰려왔다.
루이스는 어제 실렌의 고대 유니크 신전을 공략하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다. 공략 후에도 휴식 없이 바로 다음 고대 유니크 신전으로 향했다.
루이스는 처음 <섀도우>에 올라타서 이동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섀도우>가 너무나 기분 좋아 신을 내다보니 이런 시간이 되었다.
아무리 루이스의 체력이 좋다지만, 하룻밤을 새우고 다음 날도 전혀 휴식 없이 온종일 달린 터라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루이스는 지금 장소에 <위치 기억="">을 한 뒤 <라로실>로 <텔레포트>했다. 물론 에일린이 머무는 여관으로 바로 이동했다.
루이스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에일린이 빠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루이스님. 오셨어요?”
“그래. 별일 없었지?”
“네. 다만…. 어제 루이스님이 오시지 않으셔서 많이 걱정했어요.”
에일린의 말은 그저 의례적으로 하는 빈말이 아닌 정말 루이스를 걱정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간절했다.
“미안해.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네. 그렇게 걱정되면 나에게 <전언>을 보내지 그랬어?”
“혹시나…. 루이스님에게 방해가 될까 봐 못했어요.”
루이스의 머릿속에서는 에일린이 안절부절못하며 <전언>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되었다.
루이스는 그런 에일린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 정도까지 자신을 생각해 줬다니 다소 감동적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누군가가 루이스를 이렇게 걱정한 적이 있었던가?
물론 루이스는 환생 전 “최서준” 시절 진수아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서준”과 진수아는 서로가 동등한 입장이었던 만큼 이렇게 일방적인 마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