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029. 첫 번째 동료, 하이엘프 에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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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29. 첫 번째 동료, 하이엘프 에일린.
루이스는 일단 급한 불은 껐으니 이 고대 유니크 신전에서의 남은 볼 일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아직 둘러보지 않은 생활공간을 살펴봐야 한다.
“저는 루이스 디아즈라고 합니다.”
“저는…. 에일린이라고 해요.”
“네. 에일린. 저는 아직 이곳에 볼 일이 남았는데. 여기서 기다릴래요? 아니면 함께 들어갈까요?”
“함께…. 할게요.”
루이스가 먼저 계단을 내려갔고 그 뒤를 따라 에일린이 조심조심하며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생활공간을 꼼꼼하게 뒤져서 반지 하나와 포션들을 얻을 수 있었다.
와 이 보관된 고대 유니크 신전인 만큼 포션의 개수도 많았고 종류도 다양했다.
루이스가 얼마 전 유니크 던전을 공략하느라 모두 소진한 포션을 다시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제 이 고대 유니크 신전에서의 볼일을 모두 마쳤으니 본론에 들어갈 차례였다. 루이스는 천천히 에일린을 관찰했다.
부드러운 에쉬블론드색 머리카락이 등까지 덮었고 뾰족한 귀와 푸른 눈동자, 그리고 투명하리 만치 뽀얀 피부를 가진 흠 잡을 곳 하나 없는 그림 같이 아름다운 하이엘프였다.
“에일린. 저와 한 약속은 잊지 않았겠죠?”
루이스는 너무 서두르는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뱉은 말에는 반드시 책임을 지는 순수한 종족인 엘프의 특성상 약속을 어기는 일은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괜히 말을 돌리며 시간을 질질 끄는 것보다는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았다.
“물론이에요. 저를 살리기 위해서 더 없이 귀한 포션까지 사용하셨는데…. 저도 디아즈님에게 반드시 보답을 해드리고 싶어요.”
“그럼 이 서약서에 서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루이스는 처음으로 스킬을 사용해 곧장 와 함께 펜을 소환해 에일린에게 건넸다.
본인은 루이스 디아즈에게 종속된다.
본인은 루이스 디아즈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본인은 루이스 디아즈의 명령에 복종한다.
본인은 위의 내용에 한 줌의 거짓도 없음을 맹세하며 이에 동의함을 서약한다.
를 읽고 그 내용을 확인한 에일린은 펜을 들고 잠시 망설였다.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이 서약서를 읽고 망설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에일린의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에일린은 펜을 들어 서약서의 오른편 아래쪽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그 순간 와 함께 펜이 안개처럼 희미해지더니 빛의 가루가 되어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 과정을 루이스는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는 개인과 개인 간에 맺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이자 가장 강력한 계약이지만, 그만큼 계약을 맺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웠다.
진심으로 동의하지 않고 거짓으로 서약을 하게 되면 서약은 실패로 돌아가며 같은 대상에게 두 번 다시 시도할 수 없게 된다.
다행히 그런 걱정은 기우로 그치며 루이스는 첫 번째 동료이자 첫 번째 서약자를 얻게 되었다.
루이스는 상태창을 확인해 다시 한번 제대로 서약이 되었는지 확인한 후에 다소 혼란에 빠져있는 에일린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아까도 소개했지만, 다시 한번 제대로 소개하지. 나는 루이스 디아즈. 앞으로 루이스라고 불러줘.”
“네…. 루이스님….”
“로 완전 회복은 했겠지만 잠시 휴식이라도 취할까?”
“……역시 였군요. 그 귀한 걸…. 아뇨 괜찮아요.”
“너무 사양할 필요 없어. 이제부터 에일린은 나와 영원히 함께할 동료니까.”
“영원히…. 동료…. 네. 알겠어요.”
에일린은 갑자기 루이스가 자신에게 편하게 말을 하는데도 별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에일린은 영원히 함께할 동료라는 루이스의 말에도 큰 의문을 드러내지 않았다.
에일린은 의 내용을 확인하고 거기에 서약을 하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각오를 다진 상태였다.
에일린에게 있어 루이스는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고 자신이 한 약속도 있으니 어떻게든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할 생각이었다.
“일단 여기서 나갈까?”
루이스는 에일린과 함께 기둥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 뒤, 신전의 비밀 입구를 빠져나와 절벽 아래의 지상으로 내려섰다.
루이스의 다음 목적지는 브리뉴 제국의 수도인 이었지만, 그전에 더 가까이 있는 도시 부터 먼저 들려 휴식도 취할 겸 말도 다시 구할 생각이었다.
루이스는 원래 도보를 통해 도시 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에일린의 클래스를 떠올리며 혹시나 하며 질문을 건넸다.
“에일린. 혹시 말이 있어?”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상위정령 소환 ]
에일린이 주문과 함께 양팔을 가볍게 펼치자 앞의 빈 공간에서 푸른색 물결이 생겨나더니 휘몰아치며 서서히 모습을 갖춰갔다.
최종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일반 말과 비슷한 크기의 갈기가 마치 물결을 치듯 흩날리는 푸른색 말이었다. 정확하게는 말의 모습을 한 정령이었다.
루이스는 하나의 정령을 더 소환하려는 에일린의 손을 잡아 멈추게 하고는 반지에서 여유분의 반지를 하나 꺼냈다.
루이스는 에일린의 왼손을 잡고 약지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반지가 마법 반지인 만큼 에일린의 손가락에 딱 알맞게 자동으로 크기가 조절되었다.
에일린은 마치 남자의 손을 처음 잡아본 소녀처럼 상당히 부끄러워하며 루이스에게 잡혔던 손과 반지가 끼워져 있는 약지 손가락을 반대편 손가락으로 가볍게 어루만지며 얼굴을 붉혔다.
아니 에일린은 이성과의 신체 접촉을 금기시하는 엘프 종족의 특성상 정말로 가족 외의 남자와 손을 잡아보는 것이 지금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그건 라는 보관 아이템이야. 소지품을 반지에 넣어 둬.”
에일린은 등 뒤로 활과 화살, 그리고 허리춤에 작은 가방 하나를 메고 있었다. 에일린은 루이스의 말대로 활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소지품을 반지에 수납했다.
에일린의 정리가 끝난 것을 본 루이스는 에일린이 소환해 둔 정령 말을 바라보며 질문을 건넸다.
“이걸 나도 탈 수 있어?”
“네. 제가 허락한 이는 탑승이 가능해요.”
“그래? 그럼 부탁해.”
“네. 루이스님.”
대부분의 소환수는 그것을 소환한 소환사와 정신으로 연결되는 만큼 굳이 말을 통해 명령을 내릴 필요는 없었다.
특히나 정신체에 가까운 정령은 그 정령을 소환한 정령사와 더욱 깊게 연결되어 있다 보니 에일린은 그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정령 말에게 정확한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
루이스는 에일린의 잘록한 허리를 양손으로 들어 올려 정령 말에 태웠다. 그리고 그런 에일린의 바로 뒤에 올라탔다.
정령 말은 두 명이 타기에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편도 아니었다. 따라서 루이스의 가슴에 에일린의 등이 완전히 밀착했다.
남자와 손을 잡아본 것도 지금이 처음인 에일린은 이렇게 수위 높은 접촉에 온몸에 힘이 들어가며 빳빳하게 굳은 상태가 되었다. 특히나 루이스는 같은 엘프도 아니었다.
에일린의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바로 뒤에 붙어 있는 루이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였다.
“에일린. 우선 북동쪽으로 가자.”
“네?…. 네….”
에일린은 바짝 굳어 루이스를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 하고 엉겁결에 대답하고는 정령 말을 동북 쪽 방향을 향해 달리게 했다.
정령 말은 일반 말보다 빠른 속도로 나아갔지만, 엉덩이에 닿는 감촉은 물침대처럼 포근했고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승마 감은 훨씬 뛰어났다.
하지만 루이스는 그런 뛰어난 승마 감보다 손에서 느껴지는 에일린의 가늘고 부드러운 허리 감촉과 바람에 휘날리며 얼굴에 살짝 와 닿는 에일린의 아름답고 부드러운 머릿결이 더욱 만족스러웠다.
이동하는 동안 루이스의 손은 본능대로 움직여 갔다.
처음에는 양손으로 감싸 쥐고 있는 에일린의 잘록한 허리를 부드럽게 주무르다 조금씩 배와 엉덩이 쪽으로 영역을 넓어 나갔다.
하지만 에일린의 너무나 긴장된 반응과 루이스의 배려(?)로 그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에일린. 저기서 멈추자.”
날이 서서히 어두워져 가자 루이스는 일단 적당한 자리에서 야영하기로 했다.
물론, 루이스는 10명까지 동시에 이동이 가능한 를 통해 에일린과 함께 도시 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루이스는 오늘 첫 만남인 에일린과 이렇게 단둘이서 조용한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네. 루이스님.”
에일린은 루이스의 지시에 따라 정령 말을 멈춰 세웠다.
루이스가 먼저 정령 말에서 내렸고 이어서 에일린이 내리며 정령 말을 소환해제 했다.
정령 말은 처음 소환되었을 때의 역순으로 서서히 모습이 사라져갔다.
주변이 상당히 어두워졌음에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에일린의 얼굴은 붉게 상기된 상태였다.
비록 루이스의 손이 에일린의 허리와 배, 그리고 엉덩이를 오가며 가볍게 어루만지고 주물렀을 뿐 그 이상의 진도는 나아가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에일린에게는 상당히 고 수위의 스킨십이었을 것이다.
“에일린.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하고 갈 생각이야.”
루이스는 왜 여기서 멈췄는지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아영에 익숙한 에일린은 자연스럽게 아영을 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네. 루이스님. 그럼 식사 준비를 할까요?”
“그래. 부탁해.”
에일린은 빠르게 식사 준비를 했다. 몇 가지 이름 모를 식물과 열매를 그릇에 담고 소환한 정령들의 도움을 받아 조리했다.
“다 됐어요. 루이스님.”
“고마워.”
루이스는 에일린이 건네주는 그릇을 받아 식사를 시작했다. 들어간 재료는 간단했지만, 의외로 맛있었다.
혼자 야영할 때면 말린 고개나 빵 등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던 루이스로서는 이것만 해도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다.
에일린의 클래스인 의 능력은 음식의 조리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야영 준비에서는 더욱 큰 활약을 했다.
에일린은 소환한 각종 정령을 이용해 아늑한 야영 자리의 마련에서부터 주변의 경계까지도 손쉽게 해결했다.
루이스는 환생 전 “최서준”이던 시절, 비록 후반부부터는 동료와 함께하긴 했지만, 그전까지는 항상 혼자였다.
지금처럼 동료와 함께 여행하고 야영 준비를 한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루이스에게는 동료와 분업해서 야영 준비를 하고 함께 야영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에일린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생각 외로 전혀 어색하거나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에일린의 성격이 순하고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서일까? 아니면 서약을 맺은 상태라 확실하게 믿을 수 있기 때문일까?
어쨌든, 루이스는 마음이 포근해지며 정말 오랜만에 기분 좋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루이스와 에일린은 날이 밝으면 정령 말에 올라 이동을 시작하고 날이 어두워지면 이동을 멈추고 야영을 했다.
정령 말은 그 승마 감도 우수했지만, 잘 지치지 않는다는 점도 우수했다. 일반 말이라면 버티지 못할 강행군도 무난하게 해냈다.
물론 에일린이 소환한 정령 말이 단순한 정령 말이 아닌 상급 정령 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루이스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에일린과 함께 한 지 3일째 아침이 밝았다.
루이스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에일린이 먼저 일어나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에일린. 잘 잤어?”
“네. 루이스님. 안녕히 주무셨나요? 이제 곧 식사 준비가 돼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래.”
에일린이 준비한 아침 식사는 원래 가지고 있던 음식 재료와 주변에서 깬 식물과 열매들을 혼합하고 끓인 간단한 수프였다.
그렇게 간단한 재료들에 비해서 오늘도 역시 맛있었다.
게다가 식물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에일린이 직접 채집해 수프에 쓴 식물이나 열매는 결코 평범한 것들이 아니었다.
효력과 영양가가 우수한 재료들인 만큼 루이스는 수프를 한입 먹을 때마다 몸이 따뜻해지며 기운이 솟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