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21화 (21/69)

〈 21화 〉 021. ­트루스 아이­.

* * *

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21. <트루스 아이="">.

고대 유니크 신전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처음부터 신전을 세울 목적으로 지형에서부터 건물까지 모두 인간의 손을 거쳐 만들어 낸 인공적인 형태.

두 번째는 천연의 지형을 최대한 활용해 그 속에 건물만을 만든 인공과 자연이 뒤섞인 형태.

현재 루이스가 들어선 고대 유니크 신전은 후자 쪽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아직 신전에는 들어서지 못했고 신전으로 향하는 동굴에 들어섰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고대 유니크 신전에는 신전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함정이나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함정이나 장치가 전혀 없었다. 왜냐면 이 천연동굴 자체가 그런 역할을 대신했기 때문이었다.

루이스가 동굴 속을 십여 분 정도 걷다 보니 첫 번째 갈림길이 나왔다. 루이스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왼쪽 갈림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런 갈림길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어떨 때는 두 개의 길로 나뉘었고, 또 어떨 때는 3~4개 이상 나뉘기도 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여전히 망설임 없이 빠르게 한쪽 길을 선택해 이동을 이어나갔다.

거대한 볼루뉴 산맥의 아래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이 동굴은 전체 면적이 어마어마 넓고 길었고 수많은 갈림길이 마치 개미굴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었다.

고대 유니크 신전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 천연동굴은 동굴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로를 형성하고 있었다.

길을 잘못 들면 하루 이틀 정도가 아닌 길게는 한 달 이상 길을 헤매게 했다.

그나마 길만 헤매면 다행이었다. 어떤 장소는 한 번 들어서면 빠져나가길 거부하는 지형도 있었고, 또 어떤 장소는 위험한 마물이 먹잇감을 노리며 어둠 속에 숨어있기도 했다.

단 하나, 고대 유니크 신전으로 향하는 정확한 길만이 안전했다. 그리고 그 길을 루이스는 잘 알고 있었다.

루이스 환생 전 이 천연동굴은 모험가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했다.

볼루뉴 산맥 자체가 와이번이 서식하는 장소로 초보 모험가에게는 난이도가 높은 장소라서 모험가가 이 천연동굴을 처음 발견한 시기는 지구인이 소환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며 성장한 후였다.

당연히 최초 발견자들은 이 장소가 고대 유니크 신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저 동굴 속을 개척하고 마물을 사냥하기 위해 찾았을 뿐이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러 드디어 고대 유니크 신전이 발견되었다.

물론 그사이에 이 어마어마한 규모를 가진 천연동굴의 진모가 다 파악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고대 유니크 신전으로 향하는 정확한 길을 우연히 밝혀냈을 뿐이었다.

보통 고대 유니크 신전이 발견되면 공략에 이은 재탐색을 하고 다시 “청소업자”까지 등장하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모험가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고대 유니크 신전은 신전이 발견되기 훨씬 전부터 모험가들의 발길이 계속 닿았고 신전이 발견된 후에도 아직도 미개척 지역이 많아 남아서 여전히 모험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따라서 고대 유니크 신전으로 향하는 길은 이제 더 이상 비밀도 뭐도 아니었다. 이 천연동굴을 찾는 모험가들이 꼭 알아야 하는 상식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험가 중 하나였던 루이스 또한 고대 유니크 신전으로 향하는 정확한 길을 숙지하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천연적인 동굴 바닥이 사라지며 매끈하게 잘 닦인 인공적인 돌바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동굴을 빈틈없이 막고 있는 거대한 석벽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석벽의 중앙에는 하나의 석문이 있었다. 바로 고대 유니크 신전의 입구였다.

특별한 장치나 함정이 없는 고대 유니크 신전이다 보니 루이스는 그대로 석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루이스는 우선 생활공간을 뒤져 몇 가지 아이템들을 챙겼다. 그리고 예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배실의 풍경은 다른 고대 유니크 신전과 같았다. 실물을 본 따 만든 실물 크기의 여신상과 그 여신상의 앞에 하나의 제단이 보였다.

물론 제단 위에는 책 한 권이 놓여있었지만, 루이스는 제단은 잠시 보류하고 여신상에 바짝 다가섰다.

루이스의 목표는 여신상이 우아하게 서 있는 돌 받침대였다. 그리고 <드래곤 아이=""> 스킬 스크롤은 그 돌 받침대 안에 숨겨져 있었다.

루이스가 이 스킬 스크롤을 발견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루이스 환생 전, 고된 삶과 동료의 배신으로 한참 비뚤어져 있던 “최서준”은 “청소업자”로서 이곳을 방문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자 괜한 여신상에 화풀이했다.

비록 석상에 불과했지만, 여성을 본뜬 모습이다 보니 “최서준”은 차마 여신상에 직접 해코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엄하게 여신상을 받치고 있는 돌 받침대를 내려쳤고 그러다 우연히 지금의 공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루이스는 지금 생각하면 천벌을 받아도 마땅할 행동이었지만, 그런 행동으로 인해 행운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물론, 이곳을 제외한 다른 고대 유니크 신전 중에서 이런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곳은 없었다.

루이스는 이제부터 할 행동이 너무나 불경한 탓에 여신상에게 상당히 죄송스러웠다. 아니 정확하게는 주신 아카이아에게 죄송했다.

루이스는 여신상에게 한 발 더 다가섰다. 그리고 여신상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살며시 훑어보았다.

여신상은 과하지 않지만 아름다움을 한껏 살린 우아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다만 발만은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

루이스는 여신상에게 어떻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할까 고민하다가 여신상의 맨발을 보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 공주였다면 손등에 입을 맞출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여신에게는 무례할 것 같았다.

“주신 아카이아님…. 죄송하지만, 여신상을 다소 훼손할 수밖에 없음을 용서해주세요.”

루이스는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하며 이끌리듯 여신상의 발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여신상임이 분명한데도 루이스는 왠지 입술에 닿은 발등이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여신상이 희미하게 빛이 난 것 같았다.

너무나 순식간의 일이라 루이스는 자신의 착각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아니 입술에 남아 있는 부드러운 온기를 생각하면 절대 착각이 아니었다.

루이스는 상당히 얼떨떨하긴 했지만, 일단 미리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루이스는 눈으로 보기에는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돌 받침대에 장검을 끼워 넣었다.

그러자 돌가루가 흩어지며 미세한 틈이 드러났다. 루이스는 그 틈으로 장검을 움직이며 그 틈 사이를 조금씩 벌려 나갔다.

돌 받침대의 한쪽 면을 막고 있던 돌판 부분이 떨어져 나가며 곧 빈공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빈공간 속에는 하나의 스크롤이 놓여있었다.

확인할 필요도 없이 바로 <드래곤 아이="">를 습득할 수 있는 스킬 스크롤이었다. 루이스는 딱히 확인 가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스킬 스크롤을 읽었다.

아니 확인하고 싶어도 루이스는 아직 유니크 급 아이템을 확인할 감정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

스크롤이 희미하게 빛나더니 작은 빛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이로써 루이스는 <드래곤 아이=""> 스킬을 습득했다.

루이스는 곧장 본인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이름 : 루이스 디아즈

성별 : 남

나이 : 23

신장 : 187

종족 : 휴먼 (리카인)

HP : 1630

MP : 3650

근력:79 민첩:80 내구:68 감각:76 마력:91 재치:90 정신:89

클래스 : 아카이아의 배려

서브클래스 : 아크세이지

고유스킬 : 트루스 아이. 커버넌트

잠재능력 : SS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한 루이스는 상당히 놀랐다. 놀랄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방금 습득한 스킬이 유니크 감정 스킬인 <드래곤 아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루이스는 그 부분에서 우선 놀랐다.

<트루스 아이=""> 등급 – 레전더리

: 진리를 꿰뚫어 본다.

똑같이 감정 스킬인 것은 맞지만, 스킬 이름이 바뀌었고 등급도 무려 유니크가 아닌 한 단계 높은 레전더리였다.

루이스는 오랜 모험가 생활을 해오며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 또는 스킬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환생 직전에 유일하게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알고 있었던 <약속의 증표="">를 보았으니 이번이 두 번째였다.

물론 루이스는 얼떨떨하면서도 상당히 기뻤다. 레전더리 스킬을 습득하고 기쁘지 않을 모험가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마냥 기뻐하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너무나 많아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루이스는 하나하나 순서대로 파악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은 클래스부터였다.

<클래스 :="" 아카이아의="" 배려=""> 등급 : ­­

<클래스 :="" 아크세이지=""> 등급 : 유니크

: 일부 봉인. 일부 미개방.

클래스에 관해서는 진짜 태클 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클래스라고 믿었던 <아크세이지>는 서브 클래스였다. 루이스는 서브 클래스라는 존재를 처음 보았다.

아니 그보다 일부 봉인, 일부 미개방이란 무슨 경우인가? 정말 루이스의 예상대로 영혼이 바뀌면서 클래스에 이변이 생긴 탓일까?

거기다 메인 클래스로 짐작되는 <아카이아의 배려="">는 등급 표시도 세부내용도 그 어떤 정보도 보이지 않았다.

무려 레전더리 감정 스킬인 <트루스 아이="">로도 볼 수 없다면 도대체 무슨 등급이란 말인가? 그런 건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이건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감정 스킬을 얻었는데 비밀이 훨씬 더 늘어난 느낌이었다.

루이스는 애써 침착함을 되찾은 후 일단 클래스 쪽은 보류해두기로 했다.

이래서야 이곳에 오기 전과 다른 바가 없었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루이스는 스킬 쪽을 확인했다. 거기에도 못 본 스킬이 하나 추가되어 있었다.

<스킬 :="" 커버넌트=""> 등급 – 유니크

­ 서약 가능 (30인 제한)

서약을 위한 계약서 생성 및 작성 가능

­ 커버넌트 인원 간 전언 가능

­ 본인의 스킬 하나를 복제해 이전 가능.

우선 이 스킬의 출처에 대해서는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본래의 “루이스”가 <아크세이지>와 함께 고대 유니크 신전에서 습득한 스킬이었다.

루이스는 이 스킬에 대해서 들은 적은 없었지만,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해 봤을 때 현존하는 계약 스킬 중 최고 등급의 스킬이었다.

같은 등급의 계약 스킬인 <왕가의 서약="">과 비교하면 계약 가능 인원수에 제한이 크다는 점에서는 못했지만, 계약서의 내용을 고려한다면 더욱 강력한 계약이었다.

<커버넌트 서약서=""/>

본인은 루이스 디아즈에게 종속된다.

본인은 루이스 디아즈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본인은 루이스 디아즈의 명령에 복종한다.

본인은 위의 내용에 한 줌의 거짓도 없음을 맹세하며 이에 동의함을 서약한다.

아마도 루이스 환생 전의 세계에서는 “루이스”가 죽게 되면서 <아크세이지> 클래스와 함께 이 스킬도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다.

<커버넌트> 스킬의 내용과 <커버넌트 서약서="">를 확인한 루이스는 정말 반가웠다. 이 스킬 하나만으로도 동료에게 뒤통수를 맞는 일은 일단 없을 것 같았다.

믿었던 동료의 배신으로 한때 나락의 끝까지 떨어졌었던 루이스에게는 정말 최고의 스킬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커버넌트>가 만능인 것은 아니었다. 이런 부류의 계약은 완전한 상호 동의하에서만 가능하다.

그저 강압에 못 이겨, 또는 거짓으로 동의하는 척하며, 따위의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다. 정말 진심으로 상호 동의를 해야만 계약이 성립한다.

하지만 루이스는 그래도 상관없었다. 루이스가 원하는 것은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이지 명령에 절대복종만 하는 꼭두각시가 아니었다.

루이스는 그저 동료에게 배신을 당하고 싶지 않을 뿐이지, 그 동료를 노예로 삼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깨알같이 추가된 컨버넌트 인원 간의 <전언> 또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옵션이었다.

이곳 리카 대륙에는 상대와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스킬이나 아이템은 거의 없었다.

차후에 <메시지 툴=""> 이라는 아이템이 개발되긴 하지만, 그 아이템도 통신 거리 제한이라는 단점이 있었고, 최고 등급이라고 해도 하나의 국가를 겨우 커버하는 정도가 한계였다.

하지만 <커버넌트>의 <전언>은 그런 거리 제한 같은 단점이 전혀 없었다.

물론, <커버넌트> 서약자 사이에서만 <전언>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