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014. 파티 –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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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14. 파티 .
루이스에게 이 이야기를 해준 사람은 당사자인 보라가 아닌 보라를 구출한 모험가 중 하나였다.
몬스터가 아무리 새끼이고 약해 보이더라도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것을, 손속에 사정을 두어서는 위험하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물론, 지금의 루이스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모험가 시절 초반, 동료를 가장한 모험가들에게 숱한 배신과 뒤통수를 맞으며 정말 마음을 허락한 친한 지인이 아니라면 의심을 거두지 않게 된 루이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루이스는 마물 새끼는커녕 같은 인간이라도 적이라고 판단되면 손속에 전혀 사정을 두지 않았다.
루이스 본인에게는 정말 가슴 아픈 경험들이 모험가로서 크게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 된 셈이었다.
루이스는 이제는 살아 움직이는 리자드맨이 단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은 마을 내부를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드디어 다소 허술한 다른 움막집과는 다르게 조금 튼튼하게 만들어진 감옥 비슷한 건물에서 와이번의 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로써 퀘스트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다시 이동을 재개하기에는 너무나 늦은 시간이었다.
마침 주변에는 하루 자고 가기에는 안성맞춤인 움막집도 많았다.
루이스는 그중 가장 멀쩡하고 깨끗한 움막집을 찾아냈다. 그리고 간단하게 배를 채운 후 주변에 경보장치를 설치하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리자드맨의 움막집에서 눈을 뜬 루이스는 적당히 배를 채운 후 처음 말을 묶어 두었던 자리로 돌아갔다.
이미 자리를 비운 지도 이틀이 넘어가며 말의 생존이 상당히 의심스러웠지만, 다행히 말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말에 오른 루이스는 로 향하는 북쪽이 아닌 오히려 반대 방향인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이미 와이번 알을 구하며 퀘스트를 완료했지만, 당장 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루이스가 이 퀘스트를 받았던 이유는 “루이스”의 몸에 적응하며 전투에 익숙해지고, 베일에 싸인 라는 클래스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또 하나, 사실 이것이 주요 이유인 고대 유니크 신전을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이곳 부르고르 늪지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루이스가 위치와 공략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고대 유니크 신전의 입구가 있었다.
루이스가 다음으로 향할 장소는 지금 이곳과 파비아의 중간 지점에서 남쪽에 위치한 고대 유니크 신전이었다.
원래라면 그 장소부터 들렸다가 이곳 볼루뉴 산맥에 올 예정이었지만, 어서 빨리 감정 스킬을 습득하고 싶은 마음에 계획을 수정했던 참이다.
동선이 꼬이고 시간 낭비도 되었지만, 그래도 루이스는 만족했다. 감정 스킬을 습득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듬직한 기분이 들었다.
루이스는 야영과 휴식주로 말을 위한을 반복하며 이틀이 지나서 목적지 부근에 도착했다.
이미 부르고르 늪지대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부르고르 늪지대에서 자생하는 관목숲과 허리까지 오는 긴 풀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관목숲과 긴 풀들로 숨겨진 장소 중 하나에 고대 유니크 신전의 입구가 있었다.
루이스가 이 장소를 발견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아니 대부분의 고대 유니크 신전은 그런 우연에 의해서 발견된다.
“루이스” 같은 몇백 년을 살아온 현자조차도 자신이 모은 정보와 지식을 통해서 겨우 하나의 고대 유니크 신전을 발견하고 공략했을 뿐이었다. 그것도 온전치 않은 형태로….
물론 “루이스”의 기억에는 다른 고대 유니크 신전에 관한 정보도 많이 있었지만, 그것도 직접 확인해보기 전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루이스”조차 이럴진대 겨우 몇십 년을 살아온 다른 모험가가 그리 쉽게 고대 유니크 신전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리는 없었다.
루이스가 이곳의 고대 유니크 신전을 발견하게 된 것은 어떤 모험가 파티 때문이었다. 루이스가 이곳을 다시 찾게 되자 그 모험가 파티가 기억 속에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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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탐험도 허탕인가?’
벌써 3달이 넘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이번에는 모험가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부르고르 늪지대로 방향을 잡았지만, 여전히 별 소득이 없었다.
사실 이곳은 그리 오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왜냐면 내가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는 브리뉴 제국령에 속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나는 브리뉴 제국과의 계약이 해지되며 온전치 못하긴 하지만 일부의 자유를 얻게 되었다.
따라서 다른 지구인들이 다 그렇듯 모험가조합과 계약을 하고 모험가가 되었다. 뭐…. 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그리 순탄한 생활은 이어지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모험가 파티를 구성하지 않고 혼자였기 때문이다.
‘그냥 나도 파티를 구해야 할까?’
나처럼 모험가가 된 지구인들은 대부분 삼삼오오 모여 모험가 파티를 구성했다.
아무래도 한 명보단 두 명이, 두 명보단 세 명이 받을 수 있는 퀘스트가 늘어났고 그 안정성도 보장받았다. 따라서 성장에도 더 유리했다.
나 역시 한때는 모험가 파티에 합류해 파티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 파티와 힘을 합쳐 퀘스트를 수행하고 마물 사냥도 했다.
하지만, 나는 동료라고 여겼던 파티원에게 배신도 당하고 이용도 당하며 뒤통수를 맞는 동안 서서히 파티에 대한 미련이 사라져갔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청소업자’였다. 레벨도 뒤처지고 장비도 좋지 않은 내가 파티에 소속되지 않는다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고작 그 정도였다.
그래도 그런 고난이 이어지는 사이에 나는 차츰 성장했고, 이제는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정도로는 강해진 상태였다.
리자드맨 무리 따위는 가뿐하게 처리할 정도는 되었다.
나는 고개를 강하게 흔들어 쓸데없는 잡념을 날려버리며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파티는 무슨….”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당해놓고 또 파티를 구한단 말인가? 역시 나에게는 혼자가 좋았다.
부르고르 늪지대에서 원하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나는 늪지대를 떠나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이동을 시작했다.
늪지대 지역은 진작에 끝났지만, 여전히 허리까지 오는 관목숲과 풀들이 넓게 펼쳐 져 있었다.
이 장소 역시 부르고르 늪지대와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그리 위험한 장소가 아니었다. 오히려 여기는 부르고르 늪지대보다 난이도가 더 낮은 지역이었다.
이 장소의 대표적인 마물로는 고블린이 있었다. 리자드맨과 마찬가지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마물로 키는 인간의 어린아이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나는 이 고블린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좋아하는 마물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중에서도 특히 고블린을 혐오했다.
모험가와 마물과 조우하게 되면 서로 생사를 건 전투가 펼쳐진다.
그리고 진 쪽은 이긴 쪽의 재산을 불리는 데 보탬이 되거나 경험치의 희생양이 되거나 그도 아니면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고블린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물론 여성 모험가에 한정되는 이야기지만 차라리 목숨을 잃고 마는 것이 낫다고 생각될 정도의 처참한 대우를 받게 된다.
수많은 고블린에 둘러싸여 강간을 당하며 고블린의 종족 유지와 개체 수 증가를 위한 씨받이로 전락하게 된다.
그 사실을 지인인 모험가의 입으로 전해 들은 나는 그 이후부터 고블린은 보이는 족족, 아니 일부러 찾아서라도 씨를 말리게 되었다.
고블린 무리를 처리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해가 서서히 지며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 근방은 모험가가 초보에서 중급으로 올라가기 전 자주 들리는 장소였다.
고블린의 수가 많고 빠르게 증식하다 보니 고블린 퇴치 관련 퀘스트가 많았고 따라서 그 퀘스트를 받은 초보의 티를 갓 벗은 모험가 파티가 자주 모이는 장소였다.
따라서 야영하기에 적합한 비교적 안전한 장소도 몇 군데가 정해져 있었다. 나는 그중 한 곳을 향해 이동했다.
내가 야영하려고 생각했던 장소에는 선객이 있었다. 나는 멀리서 감각을 끌어 올려 상대를 확인해보았다.
지구인 7인조 파티로 보였다. 나는 다른 장소로 이동할까 하다가 굳이 그런 수고를 하기는 귀찮아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그쪽 파티도 내 모습을 발견했는지, 처음에는 살짝 경계의 모션을 취했지만, 나에게 공격 의사가 전혀 없다는 걸 알았는지 전투 자세를 풀었다.
“안녕하세요. 최서준입니다.”
나는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다. 딱히 이들과 친분을 쌓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뒤에 오기도 했고 그대로 무시하기에는 꺼림칙해서였다.
“그래. 나는 김신일이다. 우리 7명은 파티 ”맹호“다.”
이 파티의 파티장인지, 그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가 나서서 나의 인사에 대응했다.
나는 이런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모험가 대부분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초면부터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하는 남자는 특히 더 그랬다.
보통 파티는 6명으로 구성되니 조금 많긴 했지만 허용범위였다. 그리고 파티 “맹호”라는 것은 자기 파티에 붙이는 별칭 같은 것이었다.
언젠가부터 자신의 파티에 별칭을 붙이는 게 유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유명한 파티의 경우는 그 별칭으로 회자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뛰어난 파티가 아니라도 명성을 떨치는 강한 파티를 꿈꾸며 다들 자기 파티에 별칭을 붙이다 보니 어느새 파티를 구성하면 파티의 이름을 짓는 것이 공식화되어가고 있었다.
“저는 이주원입니다.”
“강희성입니다.”
“반가워요…. 최다현이에요.”
“…송시은. 이에요.”
……….
……….
나머지 6명의 파티원들도 나에게 인사를 해왔다. 딱히 거부감이니 경계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다소 건방져 보이던 파티장을 제외하면 다들 멀쩡해 보였다. 아니 이 6명이 한 파티이고 김신일만이 외부자라고 하는 게 오히려 더 어울릴 정도였다.
나이의 균형도 맞지 않았다. 이 6명은 모두 20대 초중반의 비슷한 또래로 보였으나 김신일은 아무리 작게 잡아도 40대 초반은 넘어 보였다.
“여긴 왜 왔나?”
김신일은 계속해서 나의 성미를 건드렸다.
물론, 나는 한국인이고 소환된 지구인 출신 모험가들도 어쩐 일인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따라서 김신일처럼 자신보다 나이가 적으면 바로 아랫사람 대하듯 하대를 하는 경우도 적지는 않았다.
다만, 이곳은 한국이 아니다. 그리고 리카 대륙에 있던 기존의 모험가 사이에서도 말은 편하게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매너 없이 막 나가진 않는다.
“리자드맨이라도 잡아볼까 하고 왔는데 뭔가 잘 안 풀려서 여기 왔다가 늦어져서 야영할 셈이었죠.”
나는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은 것도 아니라서 대충 대답했다. 그러자 김신일은 그런 나를 그냥 놓아주지 않았다.
“리자드맨도 제대로 못 잡을 정도라면 아직 제대로 성장도 하지 못했나 보군? 그래서 한 단계 낮은 고블린을 잡으러 온 건가?”
사실, 내가 부르고르 늪지대에서 리자드맨을 잡은 것도, 그리고 여기서 고블린을 잡은 것도 성장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현재 내 상태창 정보라면 이런 장소를 주력 사냥터로 잡고 성장하기에는 너무나 비효율적이었다.
어디까지나 내 목적은 새로운 던전 및 신전의 발견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일일이 설명해줄 필요는 없었다.
“네. 뭐 그런 셈이죠.”
“그럼 왜 혼자 다니나? 파티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텐데?”
이놈은 내 아버지라도 되나?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인생의 어른으로서 나이 어린 사람에게 진심 어린 걱정에 의한 충고라면 그나마 귀담아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김신일의 말투와 분위기는 자기보다 못난 사람을 앞에 두고 잘난 척하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꼰대 외에는 그 무엇도 아니었다.
“제가 너무 약해서 받아주는 파티가 없네요.”
나는 적당히 대답해준 후 김신일이 더 이상 잡기 전에 얼른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