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012. 첫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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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12. 첫 퀘스트.
리자드맨은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가졌고 부족 단위의 단체 생활을 하며 간단한 도구를 제작해서 썼다.
리자드맨은 주로 물고기를 주식으로 삼긴 했지만, 육식도 즐겨 인간까지도 잡아먹었다.
다만 리자드맨은 웬만하면 부르고르 늪지대를 벗어나지 않아서 일부러 여기를 찾지 않는다면 그런 봉변을 당할 일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대도시인 에서 말로 달려 3일 정도의 거리라는 비교적 가까운 지역에 서식하는 리자드맨이었지만, 위험 마물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거기다 리자드맨을 잡아서 나오는 부산물이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모험가에게도 인기가 없는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의 루이스에게는 자신의 목적 맞는 최적의 장소였다.
“루이스”가 남겨 두었던 가죽 방어구와 장검으로 무장한 루이스는 아직은 손에 익숙하지 않은 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늪지대의 중심부로 향했다.
그런 루이스가 한 가지 더 병행하는 일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할 수 없었던 마법 주문 실험이었다.
보통 특정 클래스로 전직하고 나면 그 클래스에 맞는 스킬이나 마법을 습득하게 된다. 그리고 그 스킬이나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일종의 시동어, 즉 주문이 필요했다.
각 클래스에 해당하는 스킬이나 마법을 발동하기 위한 주문을 익히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책을 통해서 지식을 얻는 방법이었다.
클래스의 등급은 아이템 등급과 비슷하게 일반 클래스, 레어 클래스, 에픽 클래스, 유니크 클래스 등으로 나뉜다.
당연히 대부분 사람은 일반 클래스로 전직하게 되며 수가 많고 따라서 정보도 많다 보니 주변에 배울 장소나 환경이 잘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배우지 않는다고 해서 스킬이나 마법을 발동하기 위한 주문을 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게 바로 두 번째 방법으로 특정 클래스로 전직하고 나면 그 클래스에 맞춰 신체나 마나의 흐름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일정 수준에 오를 때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습득하게 되는 스킬이나 마법을 느끼게 된다. 그와 함께 그 스킬이나 마법을 발동하기 위한 주문 역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물론, 일정 수준에 오르기 전부터 미리 주문을 알고 준비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과 비교하면 두 번째 방법은 일정 수준에 다다른 후에도 자연스럽게 그 주문을 알게 되기까지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비효율적이었다.
그리고 그 일정 수준에 오르는 효율적인 방법 역시 각 클래스마다 다르다 보니 아무래도 사전 지식이 있느냐 없느냐로 성장의 속도가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사전 지식을 얻기 힘든 에픽 등급 이상의 클래스 전직자들에게는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난관이었다.
일반적인 스킬이나 마법을 사용하게 되는 메커니즘은 우선 스킬이나 마법의 발동 주문을 알아야 하지만, 그 주문을 안다고 해도 그 스킬이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지 않았다면 발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발동 주문은 다른 사람 또는 책을 통해 배울 수 있고, 혹시 배우지 못하더라도 일정 수준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루이스가 환생 후 곧바로 마법을 습득하는데 도전하지 않은 이유는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문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형편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본래 “루이스”의 기억을 살펴봐도 마법의 주문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루이스는 이제 시간이 흐르며 “루이스”의 기억과 몸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지금에 와서는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었다.
본래 “루이스”는 루이스가 환생했던 장소, 즉 고대 유니크 신전에서 지금의 클래스인 를 구하고 전직했다.
다만, 고대 유니크 신전의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완전공략에는 실패했던 “루이스”는 공략 과정에서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렇게 “루이스”는 클래스에 관한 제대로 된 연구를 시작하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가 분명 에픽 이상, 높은 등급의 마법직 클래스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반 마법직의 상위호환인 것은 아니었다.
쉽게 말해 원소 공격 마법 계열 일반직 클래스인 보다 가 더 높은 등급의 클래스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1차 전직, 2차 전직의 개념처럼 의 모든 마법을 가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클래스의 상하 등급 간에는 다른 스킬 또는 마법의 구조로 완전히 별개의 클래스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루이스가 아무리 마법직 클래스에 익숙하지 않고 “루이스”의 기억에서 관련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해도 엄연히 15년간의 모험가 생활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지식을 얻어왔던 베테랑이었다.
그런 루이스가 최소한 초급 마법 주문인 파이어 볼, 라이트닝 등을 떠올리지 못하고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현재 루이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주문을 외워보고 있지만, 그중 발동하는 마법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가 마법직 클래스인 건 분명하지만, 초급 원소 마법을 구사할 수는 없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또 하나 루이스에게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사실 루이스는 이쪽 이유에 더 큰 가능성을 두고 있었다.
과연 클래스로 전직하고 나면 그 클래스에 관련된 힘은 어디에 새겨지는 걸까? 루이스는 지금까지 그 사람의 신체나 정신에 새겨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루이스는 지금 자신의 사례를 통해 다시 생각해보니 신체나 정신이 아닌 그 사람의 영혼에 각인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다.
루이스는 분명히 “루이스”의 신체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현재 “루이스”의 신체에 깃들어 있는 것은 엄연히 루이스, 즉 “최서준”의 영혼이었다.
그렇다면 루이스의 클래스는 분명히 가 맞고 그 잔재는 남아 있지만, 실제의 알맹이가 각인되어 있었던 “루이스”의 영혼이 사라져 버린 지금, 그저 유명무실한 빈껍데기에 불과한 건 아닐까?
다시 말해 루이스는 의 힘을 영영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상당히 진실에 근접한 가설을 떠올린 루이스는 상당히 찹찹한 심정을 느꼈다. 이래서는 일반직 클래스를 가진 것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을 게 없었다.
일반적으로 클래스 전직은 낮은 등급에서 높은 등급으로는 덧씌울 수 있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했다.
따라서 지금의 루이스는 활용할 수도 없는 클래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클래스의 등급이 높아 다른 클래스로는 전직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의미였다.
어쨌든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 없겠지만 를 습득해서 조금 더 상세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게 된다면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루이스는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며 그때까지는 지금의 고민을 잠시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고민한다고 해결되지도 않을 문제를 계속 끙끙거리면서 안고만 있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도 없었다.
딱히 지금의 루이스는 마법이 없다고 싸우지 못할 것도 없었다.
마법이 없는 는 일반인과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스킬이 없는 전사는 다소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싸울 수는 있다.
더군다나 루이스에게는 15년간의 다양한 전투경험과 많은 전투 관련 지식이 있었다.
리자드맨은 보통 60~90마리 사이의 수가 한데 모여 부족 단위로 단체 생활을 했다.
그리고 이곳 부르고르 늪지대의 넓은 지역에는 그런 부족이 십여 개 이상 존재했고 그 부족 간에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일정 거리로 떨어져 지냈다.
따라서 리자드맨을 사냥하다 보면 그 리자드맨이 속한 부족에게 협공을 당할 가능성은 컸지만, 다른 부족에게까지 협공당할 가능성은 적었다.
쉽게 말해 100마리 이상의 리자드맨에게 동시에 협공당할 일은 거의 없다는 의미였다.
물론, 말이 100마리지 아무리 리자드맨이 등급이 높은 마물이 아닐지라도 만만한 수는 절대 아니었다.
더군다나 마법도 스킬도 없고 “루이스”의 몸으로 하는 첫 전투에서 그런 무리를 하기에는 루이스에게도 부담이 되었다.
따라서 루이스는 일정 수의 리자드맨을 다양한 방식으로 각개격파하기로 했다.
야행성이 아닌 리자드맨들은 해가 뜨면 활동을 시작한다.
일부는 먹잇감 확보를 위해 물고기 사냥에 나서고 또 다른 일부는 부족이 생활하는 마을 주변의 순찰에 나선다.
주로 전투가 가능하고 힘을 쓸 수 있는 성인 수컷들이 그런 일에 동참하고 그 수는 부족 전체 수의 3분의 1가량이었다.
부족의 수를 대략 90으로 잡았을 경우, 물고기 사냥에 15마리 그리고 순찰에 15마리 정도가 나선다고 보면 얼추 맞았다.
그 외 남은 60마리는 마을 내의 경계나 다양한 일을 맡았다.
다만 그 대부분은 새끼 아니면 나이든 개체로 실제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그중 3분의 1가량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대략 20마리 정도?
물론 루이스의 작전은 간단했다. 물고기 사냥팀, 순찰팀, 그리고 마을팀으로 나눠서 서로가 호응하기 전에 각각의 무리를 격파하는 방식이었다.
멀리서 리지드맨 무리를 발견한 루이스는 늪지대의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긴 채 조용히, 그리고 최대한 가까이 접근했다.
루이스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한 대략 십여 마리의 리자드맨들이 손에 창을 든 채 물고기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
루이스는 물가에 위치한 3마리부터 우선적으로 타겟팅했다.
아무리 리자드맨이 지금의 루이스에 비해 많이 약하더라도 물속 전투가 특기인 리자드맨과 늪 중앙에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수풀에서 빠르게 달려나간 루이스는 미리 목표로 삼았던 리자드맨 중 가장 가까이 있던 리자드맨의 목덜미를 장검으로 그었다.
루이스는 첫 타겟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다음 타겟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다음 타겟 역시 철저하게 목만을 노렸다.
리자드맨이 아무리 단단한 가죽으로 보호되고 거기다 조잡하긴 하지만 방어구를 덧입었다고 해도 약점 부위인 목까지 단단할 수는 없었다.
물론 루이스는 이러지 않아도 리자드맨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단순히 리자드맨을 사냥하는 게 목적이라기보다는 예전의 감각을 되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첫 번째 타겟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타겟도 목이 절반쯤 잘리며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는 사이에 물속에 들어가 물고기 사냥에 열중하던 나머지 리자드맨들도 이변을 깨달았다.
리자드맨의 지능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자신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주력 전장인 물속에서 쉽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리자드맨들은 동료의 죽음으로 가뜩이나 그리 높지 않은 지성이 분노로 물든 상태였다.
괴성을 지르며 순서대로 달려드는 리자드맨들은 루이스에게 좋은 먹잇감, 그 이상은 아니었다.
루이스는 리자드맨의 공격을 적당히 피하고 적당히 흘려보내며 다시 철저하게 목만을 노린 치명타를 날렸다.
그러는 동안 리자드맨의 수는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결국 물고기를 사냥하던 리자드맨들은 모두 시체가 되어 바닥에 나뒹굴게 되었다.
리자드맨 무리를 큰 무리 없이 가볍게 처리한 루이스는 장검을 짧게 휘둘러 장검에 묻은 선혈을 털어냈다.
루이스는 하늘을 보며 대략적인 시간을 가늠했다. 오늘 해가 뜨기 전에 시작된 리자드맨 사냥은 상당한 시간이 흘러 이미 해가 서서히 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남은 리자드맨 부족을 처리할 시간은 충분할 것 같았다.
루이스는 방금 사냥한 리자드맨의 부족 마을이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흐른 이유는 방금 사냥한 겨우 십여 마리의 리자드맨을 찾고 사냥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현재 루이스는 이미 6개의 리지드맨 부족 마을 전멸시키고 이제 7번째 마을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사이에 전멸시킨 리자드맨 부족 마을에서는 와이번의 알을 구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하나 더, 하나 더 하다가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미 루이스는 오늘 중에 퀘스트를 완료하고 로 돌아갈 애초 계획은 파기한 상태였다.
뭔가 꽝만 계속 걸린 뽑기에 짜증이 났다거나 다소 포기한 상태가 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루이스는 상당히 신이 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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