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005. 도시 –파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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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05. 도시 .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한 마샬이 루이스를 바라보며 질문을 했다.
“자네. 는 어디서 구했나?”
“대대로 집안에서 내려오던 가보입니다.”
“그런가…. 좋은 가문 출신인가 보구먼. 혹시 자네…. 귀족인가?”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런가….”
사실 불법적으로 얻은 아이템이 아니라면 아무리 모험가조합의 조합장이라도 모험가가 지닌 아이템의 출처를 묻거나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매너 위반이었다.
그만큼 마샬이 에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만큼 루이스에게 더 이상 귀찮게 물어오지는 않았다.
루이스가 사실대로 밝히지 않은 이유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겪게 될 여러 가지 번거로운 일을 피하고자 함이었다.
여기서 사실을 밝히면 그곳이 어딘가? 안내해줄 수 있겠는가? 추가로 모험가를 파견하는 데 동의하는가? 등등 뒤따라올 번거로운 일들이 눈에 선했다.
“음…. 그럼 디아즈님 가격 측정이 끝났으니 말씀드려도 될까요?”
루이스가 마샬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으로 열심히 아이템을 살펴보던 아리에는 이제 모든 일이 끝난 듯했다.
“네. 부탁드립니다.”
“네. 여기 장검이나 단검들은 매직 아이템이긴 하지만 그리 좋은 옵션이 아니라서 금화 15~20개 사이로 측정되었습니다.”
루이스가 쓸만한 것들은 모두 빼두고 잡템만 넘겼으니 이해가 가는 금액이었다. 딱히 불만은 없었다.
“다만 여기 로브와 스태프는 상당히 고위의 마법이 처리된 일품으로 금화 250개와 230개로 측정되었습니다.”
“…그렇군요.”
고작 저 정도 매직 아이템이 금화 250개와 230개라고? 루이스는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리카 대륙에서 쓰이는 화폐는 주로 금속으로 제조된 동전으로 동화, 은화, 금화, 백금화, 미스릴화 등이 있었다.
가장 낮은 가치의 동화는 한국 돈으로 대략 천원 정도, 동화 100개가 은화 1개의 가치, 은화 100개가 금화 1개의 가치, 금화 100개가 백금화의 가치를 지녔다.
미스릴화는 국가 간의 거래에서나 쓰여서 왕실의 엄중한 보물창고에나 보관되어 있을 뿐 실제로 쓰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루이스는 시세 감각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것도 그런 것이 지금은 루이스가 한창 아이템을 사고팔며 왕성하게 거래할 때와는 시세 차이가 너무나 심했다.
당장 지구인이 소환된다고 해서 시세가 급변하는 것은 아니다. 대략 지구인 소환 후 3년 정도가 지나면서 아이템의 등급과 시세가 조금씩 요동치기 시작한다.
루이스는 마지막에 가서는 최정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한발 앞서나갈 만큼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늦었지만, 대기만성한 경우라고 할까? 루이스뿐만 아니라 브리뉴 제국에서 소환된 지구인들에게 주로 보이는 경향이었다.
따라서 루이스가 실제로 어느 정도 능력이 되어 고가의 아이템을 찾기 시작하게 된 것은 다른 지구인들보다도 더 늦은 훨씬 후의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지구인이 아직 소환도 되지 않은 3년 전이다. 그러니 루이스가 아이템 시세 감각을 따라갈 수 없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루이스의 환생 전 시세 감각으로는 저 정도 매직 아이템이면 잘 쳐줘도 금화 100개가 한계였다. 아니 매직 아이템 자체가 금화 100개를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모두 합산한 금액은 금화 672개입니다. 하나하나 명세서를 붙여서 다시 설명해드릴까요?
”아뇨. 저는 모험가조합과 당신을 신뢰하니 그대로 처리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디아즈님.“
”고맙네. 디아즈.“
루이스는 공돈이 마구 굴러들어온 기분인데 여기서 태클을 걸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루이스의 신뢰한다는 말이 거짓말도 아니었다.
이미 마샬과 아리에의 머릿속에는 모르긴 해도 루이스가 큰 손님이자 유망한 모험가로 각인된 상태일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금화 몇 개를 아끼는 작은 이득을 위해서 루이스를 속이는 어리석은 짓을 할 리는 없었다.
또한, 환생 전 루이스가 아는 마샬은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다소 근육뇌라 화끈하게 밀어붙이기는 해도 그런 쪼잔한 짓으로 돈을 벌 인물은 절대 아니었다.
”더 볼 일은 없나? 있다면 내가 최대한 도와주겠네.“
아리에가 금화를 준비하러 간 사이에 마샬이 루이스에게 말을 건넸다. 루이스는 이것저것 살 것이 많았기 때문에 마샬의 배려에 편승하기로 했다.
혼자서 그 모든 물품을 사려면 발품을 상당히 팔아야 한다. 그리고 루이스가 애초에 모험가조합을 방문한 목적 중 하나가 물품 구매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네. 그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살 물건이 좀 많아서요.“
”그러지. 그럼 어디 보자…. 방금까지 자네를 담당하던 캐롤은 어떤가?“
캐롤? 왠지 익숙한 이름이었다. 첫인상도 나쁘지 않았고 접수원 중에서 가장 예쁘기도 했으니 루이스에게 불만이 있을 리는 없었다.
”이름이 캐롤이었던가요? 저는 물론 좋습니다.“
”그럼 내가 캐롤에게 말을 전해주겠네.“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꼭 우리 모험가조합을 들려주게나.“
”네. 그러도록 하죠.“
마샬이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템들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응접실을 나섰다.
캐롤…. 캐롤이라…. 루이스의 머릿속에서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아 다소 답답함을 느끼려던 찰나에 떠올랐다.
그래, 루이스가 한때 가깝게 지나던 지구인 모험가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캐롤“이라는 이름을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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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아. 모험가조합에 가봤어?”
“당연히 가봤지. 그런데 왜?”
나는 브리뉴 제국에서 소환된 지구인들이 대개 그렇듯 브리뉴 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따라서 브리뉴 제국을 떠날 기회가 생기자마자 바로 다른 국가로 이적했고 그 이후로는 웬만하면 브리뉴 제국령 근처로도 가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브리뉴 제국에서 활동한 기간이 짧지 않으니 브리뉴 제국에서도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를 자주 방문할 수밖에 없었고 신분이 모험가이다 보니 당연히 모험가조합도 자주 들렸다.
“파비아의 모험가조합에 캐롤이라는 금발 머리 여자가 있거든.”
“…그런데?”
“아이템 몇 가지 처분하려고 의 모험가조합에 들렀는데 캐롤이 내 모험가 등급과 아이템을 보며 관심을 가지더라고.”
이런 일은 흔한 일이었다. 일반인들도 고위의 모험가를 보면 동경의 시선을 보내곤 하는데 직장이 모험가조합인 조합원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캐롤의 말투나 행동을 보니 이건 되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식사나 하자고 꼬시니 알았다는 거야.”
“밥 먹고 가볍게 술도 마시고…. 그대로 여관까지 데려갔는데 쉽게 따라오더라….”
“그다음은 뭐…. 당연한 거 아냐? 밤새도록 신나게 박아댔지.”
“나도 좋았지만 캐롤도 아주 좋아 죽던데? 아주 질질 싸면서 숨이 넘어갈 정도로 신음을 헐떡거리는데….”
“으흐흐…. 다시 생각하니 또 꼴리네…. 가슴도 아주 죽여줬거든….”
나는 이런 부류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직 여성과 관계를 가진 적이 없어서 흥미가 없기 때문일까?
이런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떠벌리는 남자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같은 남자이지만 왠지 천박해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처럼 캐롤을 따먹은 남자들이 많더라고. 그냥 조금만 들이대면 쉽게 다리를 벌려주는 여자였다는 거야.”
“나는 그래도 처음에는 밥도 사주고 술도 사줬는데…. 다른 녀석들 말을 들어보니 꼬셔서 그냥 뒷골목에서 박고 싸고 끝낸 적도 있다네?”
“난 그래도 나한테 첫눈에 반했나? 나에게만 쉽게 몸을 허락하는 건가? 그런 생각에 캐롤에게 조금 진심이 될 뻔했었는데….”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던 나는 이런 분위기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자 더 이상 듣기 있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게…. 처음에는 조금 배신감도 느껴지고…. 뭔가 다른 남자들이 신나게 박아댔던 구멍에 박으려고 하니 찝찝하기도 한 거야?”
“그래서?”
“근데 생각해보니 그게 별 상관없더라고. 어차피 창관에 있는 여자들은 더 심하잖아? 그래서 다음에도 에 들릴 때마다 캐롤을 찾아가서 한 번씩 하게 되었지.”
“그러니까 지금 이 이야기를 나한테 왜 하냐고?”
“그러니까 서준이 너도 에 들릴 일이 있으면 캐롤 찾아가서 한번 하라고…. 너니까 특별히 말해주는 거다? 나도 구멍동서 늘어나는 건 싫어.”
“…됐어. 그런 일에 흥미 없어.”
“서준…. 너 언제까지 고상한 선비처럼 굴래? 너도 한 번만 해보면 내 심정을 알걸? 캐롤이 그러면 언제 고급 창관이라도 같이 갈까?”
“너나 가. 나는 갈 일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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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일을 떠올린 루이스는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때의 자신은 참 순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까지 섹스의 경험이 없어서 여성의 몸에 흥미가 없었다기보다는 살기 바빠서 흥미를 느낄 여유가 없었다는 표현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이스의 그런 순수함도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당장 내일 내가 살아 있을지 죽을지도 모르는 험난한 삶을 살아가는 동안 그로 인한 긴장과 압박감을 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술과 섹스였다.
어느 순간부터 루이스는 술과 섹스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지구에서부터 계속해서 이어진 고난과 불행의 연속이 루이스를 더욱 나락 끝으로 내몰았다.
창관을 찾는 것은 예사였고 가끔 자신과 분쟁이 발생한 모험가가 여성일 경우 제압 후에 강간을 저지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다고 루이스는 딱히 죄책감 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다.
원래 모험가 간의 검과 마법이 오가는 분쟁에서는 이긴 측이 진 측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도 흔했다. 그에 비하면 강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루이스는 일반인이나 무저항의 여성을 강간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욕망에 휩쓸리면서도 최소한의 도리는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런 다소 막장 인생을 살던 루이스가 마음을 바꿔 새 삶을 살게 된 계기는 진수아와의 만남이었다.
루이스에게 진수아는 사랑하는 대상이자 어떤 의미에서는 인생 전체를 바꿔준 구원자이기도 했다.
루이스에게 진수아가 그렇게 소중한 존재이긴 하지만, 진수아에게 의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여성을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품지 않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루이스는 환생 전 “최서준”이던 시절, 진수아와 한창 뜨거운 시간을 보낼 당시에도 다른 여성 또한 품었었다. 그런 사실을 진수아 역시 알고 있었다.
리카 대륙으로 소환된 지구인들은 리카 대륙의 생활에 익숙해져 가며 가치관 또한 서서히 바뀌어 갔다.
그렇게 바뀐 가치관 속에서는 남녀 간의 섹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혼까지 이어진 커플을 제외하면 단 한 명의 이성에게 지조를 지키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었다.
거기다 다소 변명을 하자면 “최서준”과 진수아는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는 사이이긴 했지만, 연인 사이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앞으로 다시 만나게 될 진수아는 환생 전의 진수아와 같은 인물이긴 하지만 “최서준”과의 추억이 전혀 없는 별개의 사람이기도 했다.
루이스는 인생의 절반을 불행한 삶과 지병으로 남들보다 손해를 보면서 살아왔다. 따라서 그 손해 본 인생에 대한 다소의 보상 심리가 있었다.
그리고 루이스가 지금부터 이루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넘어서야 한다.
어쩌면 그런 루이스의 노력을 알아줄 이가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미래를 알고 그 결과를 알고 있는 루이스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그 일들을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이스의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이 바로 소환된 지구인들과 리카인들 전체가 구원받게 되는 날일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루이스는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된 삶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으로 살아가고자 했다.
그것은 루이스가 루이스 자신에게 주는 남들은 모르는 고생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자 선물이라고 해야 할까?
응접실 문이 열리며 아리에가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손에 든 큼직하고 무거워 보이는 가죽 주머니를 루이스 앞의 테이블 위에 놓았다.
“디아즈님. 금화 672개입니다. 확인해보세요. 금화가 너무 많아서 일부는 백금화로 넣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리에.”
루이스는 당연히 여기서 주머니를 열고 금화를 새어보는 눈치 없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대로 반지에 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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