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004. 도시 –파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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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04. 도시 .
아무튼, C급 모험가 정도 되면 각 도시의 문을 프리패스로 통과하는 것을 넘어서 극진한 환영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하위의 모험가는 단지 잡부에 불과했지만, C급 모험가 정도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시에 고위의 모험가가 많다는 사실은 도시가 더욱 안전해진다는 의미와 직결한다.
물론, 도시에는 병사가 있고 도시 영주의 개인 경비병들도 있지만, 그들은 도시와 영주를 지킬 뿐 도시 밖으로 나가 마물들을 처리하지는 않는다.
마물들이 영역을 벗어나 도시로 접근한다면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결국, 도시의 주민들이나 방문객들이 도시 주변을 안전하게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모험가의 존재가 중요했다.
게다가 이곳 는 교역 도시이기도 했다. 높은 등급 마물의 고급 소재들을 제공해줄 모험가의 존재가 더욱 필요한 도시였다.
또 하나의 이유를 덧붙이자면 이곳 리카 대륙의 평민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갈 정도의 나이가 되면 일을 하기 시작하고 15살만 되어도 독립을 시작한다.
그만큼 철이 빨리 들기 시작한 어린 남자들은 집이 부유하거나 혹은 집안을 이을 장남이 아니라면 결국 자신이 살길은 스스로 찾아야 했다.
그럴 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도시를 지키는 병사가 되거나 아니면 모험가가 되는 길이었다.
그 갈림길에서 초반에는 전혀 대우를 받지 못하고 그런 고난을 겪고 등급이 올라간 후에도 항상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모험가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병사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자신은 선택하지 않았던, 아니 선택할 수 없었던 길을 묵묵히 걸어 고위의 모험가가 된 이들을 동경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병사와 모험가는 등급이 올라갈수록 수입 면에서 극단적으로 벌어졌다.
일개 병사는 아무리 애를 써도 병사장 정도가 한계였다. 그리고 병사장이 되어 봐야 D급 모험가 수입의 반의반도 되지 않았다.
아무튼, 지금의 병사가 루이스를 대하는 태도가 더욱 정중해진 것은 그런 개인의 동경도 한몫한 결과였다.
“이번에도 저희 도시 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서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루이스는 병사의 존경 어린 경례를 받으며 도시로 들어섰다.
루이스는 아직 해가 떨어지기 전이라 여관을 잡기 전에 모험가조합부터 찾기로 했다.
주요 도시의 모험가조합 위치 정도는 모두 꿰고 있는 루이스라 딱히 누군가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남문으로 들어서 중앙 광장 쪽으로 향하다 보니 3층으로 이루어진 모험가조합의 건물이 나타났다.
루이스는 활짝 열려 있는 모험가조합의 정문으로 들어섰다.
이곳 1층은 정면에 접수대와 옆쪽에 각종 퀘스트가 적혀 있는 게시판이 있었고 중앙에는 간단한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모험가조합이 식당도 겸하고 있어서 상당히 분주하고 시끄러운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광경에 익숙한 루이스는 오히려 정겨운 기분마저 들었다.
루이스는 지금 식사를 할 것도, 퀘스트를 받을 것도 아니라서 바로 접수대로 향했다.
지금이 어중간한 시간이라 그런지 3개 있는 접수대가 모두 비어 있어서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보통 접수대에 앉은 접수원은 모험가조합의 간판이기도 해서 처음 모집 단계에서부터 외모를 우선하게 된다.
그런 만큼 3명 다 괜찮은 외모였다. 루이스는 그중에서도 특히 예뻐 보이는 금발의 단발머리를 한 여성에게 다가섰다.
“저희 의 모험가조합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용무로 오셨나요?”
루이스가 모험가조합에 발을 들일 때부터 유심히 살펴보고 있던 접수원 “캐롤”은 루이스가 다른 두 명을 제쳐두고 자신에게 다가서자 마치 여자로서 승리한 것처럼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뿌듯함은 캐롤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했고 루이스를 한층 더 밝고 상냥한 태도로 대응하게 했다.
“이것저것 팔 물건도 있고, 살 물건도 있어서요.”
“그러신가요? 우선 모험가 카드부터 확인할 수 있을까요?”
“네.”
루이스가 건넨 모험가 카드를 확인한 캐롤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원래대로 돌아가며 루이스를 향해 다시 밝은 미소와 함께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이제 어떤 물건을 파실 건지 볼 수 있을까요?”
“그러죠.”
루이스는 “루이스”가 남겨준 아이템을 정리하며 당장 쓸 아이템, 일단은 남겨 둘 아이템, 그리고 팔아야 할 아이템으로 미리 분류해두었었다.
그래서 루이스는 망설이지 않고 반지에서 아이템을 하나씩 꺼내 접수대 위로 올렸다.
“헐! ….”
캐롤의 시선은 지금 루이스가 꺼내고 있는 아이템이 아닌 아이템을 꺼내고 있는 반지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것들을 팔 생각이에요.”
결국, 루이스가 아이템을 다 꺼내고 그 사실을 확인시켜준 후에야 캐롤의 시선이 접수대로 향했다.
“헐? 이렇게나 많이요?”
“네.”
“그럼 잠시…. 제가 처리할 수준이 아니네요. 담당자를 부를게요. 아니 그보다 2층으로 안내해드릴게요. 거기서 잠시 기다려주세요.”
“그러죠.”
캐롤이 허둥대며 안내해준 곳은 일부 귀인만을 응대하기 위해서 마련된 응접실이었다. 그런 만큼 가구에서부터 벽에 걸린 그림까지 모두가 고급품들이었다.
루이스의 모험가 등급이 결코 낮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대우를 받을 정도로 높은 신분인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루이스가 꺼낸 아이템들이 수도 많고 고급이라서였다.
아이템의 등급은 일반 아이템, 일반 아이템에 마법적인 처리를 해서 능력치를 높인 매직 아이템, 그리고 그런 매직 아이템 중에서도 특히 다양하거나 높은 능력치를 발휘하는 레어 아이템으로 나뉜다.
사실 일반 아이템만 해도 좋은 소재를 이용해 이름 높은 장인의 손을 거친 경우는 평범한 사람이 근접하기 힘든 가격이 매겨진다.
도시의 병사들이 쓰는 등급으로 병사장이 되어도 이 등급을 벗어나진 못한다.
그런 일반 아이템 중에서도 특히 가치가 있는 아이템에는 비싼 돈을 투자해 마법적인 처리로 매직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다.
검의 경우는 단순히 절삭력 상승이나 공격력 상승 또는 공격속도 보조 같은 미약한 옵션이 추가될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로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거기서 한층 더 고급의 마법적인 소재와 고위의 마법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아이템이 바로 레어 아이템이다.
쉬운 예로 지금 루이스가 왼손에 착용한 반지가 바로 레어 아이템 등급이었다.
캐롤의 반응으로도 알 수 있듯이 레어 등급의 아이템이 되면 보는 것만으로도 놀랄 정도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지금 루이스가 전혀 필요 없다고 판단하여 팔기로 한 아이템 중에는 레어 아이템은 없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매직 아이템이었다.
루이스에게는 전혀 가치가 없는 아이템들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가치가 낮은 아이템들은 결코 아니었다.
사실 현재까지의 모험가 수준이 낮듯 아이템의 수준 역시 떨어지는 편이었다.
최종전쟁에 나섰던 아트록스나 아트록스의 군단장까지 갈 것도 없이 최상위 던전의 마물들을 상대하려면 최소 레어 이상의 아이템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떨어지는 수준으로 그렇게 강한 마물들을 지금까지 어떻게 막아왔느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순서가 조금 잘못되었다.
아트록스의 수식어가 “차원파괴자”이듯 아트록스는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악마였다.
아트록스는 자신이 넘어올 수 있도록 차원의 단절을 키워나가는 한편 지속적으로 이곳 리카 대륙에 수하들을 심어왔다.
그런 존재들이 만들어 낸 곳이 바로 최상위 던전인 유니크 던전이었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한 것을 를 통해 알게 된 3국의 고위층들이 지구인을 소환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어쨌든, 앞으로 지구인이 소환되고 그 지구인들이 성장을 거치면서 상위의 던전들이 하나둘씩 공략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아이템 등급이나 모험가의 수준도 대폭 상승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고위의 모험가들은 매직 아이템 정도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다.
물론 그때가 되어서의 이야기이고 지금 루이스가 내어놓은 아이템들은 지금의 수준에서는 상당히 고가의 가치 있는 아이템임은 분명했다.
일반 아이템, 매직 아이템, 레어 아이템.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선이었고 그 위로도 에픽 아이템, 유니크 아이템, 레전더리 아이템 등이 더 있었다.
물론 그 수는 극단적으로 적었고 평범한 거래로 구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준이 낮은 지금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구인이 소환되고 그 지구인들이 성장을 거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루이스도 15년간 모험가로 상당히 활약하며 높은 경지까지 올랐지만, 실제로 구한 것은 몇 개 없었다.
루이스가 자신과 동료들이 쓰기 위해서 앞으로 구해 나가야 할 아이템들이 바로 이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캐롤이 차를 준비해 준 후 응접실을 나섰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다른 두 명이 응접실로 들어섰다.
응접실로 들어선 것은 남녀 한 쌍으로 온화한 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터질 듯한 근육을 가진 40대로 보이는 남성과 딱 사무직에 어울릴 법한 침착한 인상의 여성이었다.
그중 남성의 경우는 루이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바로 이 도시 모험가조합의 조합장이었다.
“반갑네. 나는 이곳의 조합장을 맡은 마샬이라고 하네. 옆에는 아이템 가격 측정을 도와줄 아리에일세.”
“아리에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루이스 디아즈라고 합니다.”
물론 루이스는 마샬을 자주 만나서 서로 아는 사이였지만, 그것은 환생 전의 일이었고 지금의 루이스와는 엄연히 초면이었다.
마샬이 그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험악한 얼굴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변명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뭐 사실. 아아템 거래는 아리에 담당이라서 알아서 다 할 거고 난 호기심에 구경차 온 거라네.”
“…그런가요”
“그래. 뭔가 가치 있는 아이템을 대량으로 팔기 위해서 왔다는 소리를 들어서 말야. 어디 한 번 볼까?”
“네.”
루이스는 1층의 접수대에서 꺼냈다가 도로 넣어두었던 아이템들을 다시 반지에서 꺼내 중앙에 놓인 테이블 위로 하나씩 올려 나갔다.
“자네…. 도 가지고 있구먼.”
캐롤처럼 눈에 확 띄는 형태로 놀라진 않았지만, 마샬 역시 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몸을 지키고 마물을 공격할 아이템만 해도 상당한 무게를 가지는데 거기다 야영 장비에 식량과 물까지 짊어져야 하는 모험가에게 보관 관련 아이템은 정말 절실하게 필요했다.
특히 모험가의 주요 돈줄은 당연히 마물 사냥에서 나오는 뿔, 이빨, 가죽 등의 소재들이었다.
물론, 현상금이 걸린 위험 마물 퇴치나 호위 임무에서부터 자잘한 잡일에 이르기까지 모험가가 맡을 수 있는 퀘스트는 많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등급이 높은 아이템의 재료가 되는 고위 마물의 소재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마물들의 무게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크루수스, 푸르수스 같은 곰 계열의 마물들은 새끼들도 최소 0.5톤은 되었고 성체가 되면 가뿐하게 1톤을 넘어갔다. 와이번이나 자이언트 종족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마물들을 사냥하고 그 시체들을 수납해나가다 보면 반지의 50톤이라는 용량도 순식간에 채워졌다.
이렇게 모든 모험가가 원하는 보관 아이템이었지만, 물론 누구나가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만큼 희소성이나 가치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레어 아이템 중에서도 등급이 높은 는 그 희소성이나 가격 때문에 상당히 이름을 떨치는 모험가나 국가에서도 손꼽히는 대상인이 아니면 실제로 보유하기는 어려웠다.
낮은 등급의 보관 아이템은 귀한 소재를 이용해 뛰어난 장인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정도가 되면 그러지도 못한다.
그것은 차후 지구인들의 수준이 올라가고 그와 함께 아이템 수준이 올라간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루이스가 환생 전에는 에픽 등급 이상의 아이템과 비슷한 성능의 아이템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데에 끝까지 실패했었다.
는 레어 아이템에 불과했지만 역시 동일한 또는 비슷한 능력의 아이템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결국, 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었거나 고대 유니크 신전 등에서 새롭게 발굴하는 게 아니라면 거래를 통해서 손에 넣기는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