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003. 루이스 디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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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으로 시작하는 드림 가든
003. 루이스 디아즈.
사실 최서준에게는 나머지 문제 쪽이 더욱 컸다. 15년간 줄곤 전사이자 검사로서 살아온 최서준과는 전혀 상성이 맞지 않는 클래스라는 점이었다.
루이스의 스탯이 상당히 훌륭하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쪽 계열의 클래스로 봤을 때의 이야기였다.
최서준은 앞으로 마법을 쓰는 클래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전혀 익숙하지도 않았고 상당히 내키지도 않았다.
그래도 모두 것이 절망적이지만은 않았다. 희망적인 요소도 여럿 존재했다.
우선 라는 클래스의 등급을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모르는 것이 더 늘었는데 왜 희망적인가?
그 이유는 클래스의 등급이 표시되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 클래스이거나 아니면 최소 에픽 등급 이상의 클래스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최서준은 여기서 다른 하나의 경우의 수인 가 기본 클래스라는 일은 절대 있을 리가 없었으니 제외했다.
또 하나 최서준에게 희망적인 요소는 루이스가 마력 계열의 클래스치고는 전사 쪽 스탯도 절대 부실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특히 최서준에게 마음에 드는 것은 높은 민첩이었다.
최서준의 환생 전 90을 넘어서던 높은 민첩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어디서 꿀리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만약 루이스의 지금 스탯이 성장이 모두 끝난 스탯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전사 계열 쪽으로 다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최서준은 루이스의 클래스가 법사 계열임에도 불구하고 스태프나 로브 같은 아이템 외에도 검이나 가죽 경갑 같은 전사 계열 아이템도 착실히 가지고 있어서 흐뭇했다.
당장 마법을 쓸 수 없는 최서준에게는 클래스의 보완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검으로 싸우는 것이 편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아이템들이 절실히 필요했다.
루이스가 보유한 아이템 대부분은 루이스가 왼손 중지에 끼우고 있는 반지 속에 들어있었다.
현재 감정 스킬을 보유하지 않은 최서준이었지만, 이 반지가 무엇인지는 굳이 루이스의 기억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 반지인가?”
모험가 뿐만 아니라 상인들에게도 너무나 유명한 아이템이자 모두가 원하던 아이템인 였다.
이 작은 반지가 마법으로 확장된 넓은 내부 공간을 가져 대략 50톤에 가까운 무게의 물건을 보관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적당히 루이스가 보유한 아이템 목록을 확인하며 정리해나가던 최서준은 문득 실내에 비치된 거울을 보게 되었다.
이미 상태창을 통해 어느 정도 “루이스”에 대해서 파악했지만, 이렇게 얼굴을 직접 보게 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우수에 찬 듯한 눈동자, 오뚝한 코와 갸름한 턱선, 어떻게 보면 굵직굵직한 남자답게 잘생긴 외모라기보다는 상당한 미형의 외모였다.
거기다 상태창에 적힌 23살의 나이에 맞게 젊어 보이기도 했다.
최서준은 루이스의 나이가 나이니만큼 늙은 할아버지의 얼굴도 나름 상상했었는데 그 상상이 벗어나서 정말 다행이었다.
“루이스 디아즈라….”
그러고 보면 상태창에 적힌 이름도 그렇고 지금 외모 또한 “최서준”의 이름을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최서준은 “최서준”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인생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구에서는 물론 이곳에서도….
딱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진수아와의 만남이 아닐까? 다만 앞으로 만나게 될 진수아는 “최서준”의 존재를 알 리가 없었다.
최서준은 지금까지의 “최서준”은 버리고 앞으로는 루이스 디아즈로서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 바로 지금부터가 “루이스 디아즈”로서의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자 시작이었다.
루이스는 이제 새로운 몸에 적당히 적응도 했고 대략적인 상황도 파악했으니 슬슬 움직이기로 했다.
루이스가 환생 전 주신 아카이아에게 당부를 하기도 했듯 되돌아오게 될 시기가 상당히 중요했지만, 그것은 다행히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 듯했다.
루이스의 기억이 크게 틀리지만 않는다면 지금은 신성력 487년이었다. 따라서 지구인 소환이 이루어지는 490년까지는 대략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절대 넉넉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최악의 경우 지구인 소환 직전에만 올 수 있기를 바랬던 것에 비하면 충분히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물론, 정말 지구인 소환 직전에 오게 되었다면 뭔가 강압적인 수단으로 나서야 했을 테고 그 뒤는 계속 피곤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루이스는 마지막으로 원래 "루이스"가 쓰던 식량창고를 찾아서 말린 고기와 말린 빵, 포도주 등 보관이 편한 음식류들을 챙겨 반지에 수납했다.
몸의 기억 탓일까? 루이스는 이곳에 머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막상 떠나려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지금의 루이스에게도 의미 있는 장소였다. 환생 후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 되어준 장소이니….
루이스는 주변을 천천히 한 번 둘러본 후 신전의 중심부에 있는 마법진을 발동해 외부로 빠져나왔다.
루이스의 눈앞에는 다소 익숙한 늪지대의 모습이 펼쳐졌다.
부르고르 늪지대는 브리뉴 제국 내에 있었고 루이스는 브리뉴 제국에서 소환되었으니 이곳을 몇 차례 방문한 기억이 있어서 눈에 익숙했다.
루이스는 몸도 한번 움직여 볼 겸 이곳에 주로 서식하는 마물인 리자드맨 사냥이라도 해볼까 했지만, 쓸데없는 시간 낭비는 줄이기로 했다.
루이스는 “루이스”의 기억에 남아 있는 현 위치와 방향을 가늠해 곧바로 도시 가 있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최서준의 몸으로 움직여서 그런지 루이스의 민첩 수치가 그리 낮지 않음에도 지금의 속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루이스가 원래 있던 신전에서 도시 가 멀지 않다지만 하루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것은 루이스가 느려서가 아니라 최서준의 몸이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결국은 야영을 해야만 했다.
루이스는 느긋하게 야영 준비를 했다. 딱히 크게 한 것은 없었다. 아니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없었다.
보통 야영을 하는 모험가 파티는 분업해서 일부는 텐트 또는 천막을 치는 동안 나머지 일부는 음식 준비를 한다.
그리고 파티에 위저드 계열이 있다면 마물이나 외부의 침입자를 사전에 알려줄 알람 류의 마법적인 처리를 하게 된다.
위저드가 없다면 도적 계열인 시프가 그 역할을 맡기도 한다. 물론 시프는 마법적인 처리가 아닌 물리적인 장치를 설치하게 된다.
아무리 이곳이 도시에서 멀지 않고 그리 위험하지 않은 장소라지만 엄연히 필드이고 마물이 서식하는 장소였다.
그런 장소에서 혼자서 야영을 하는 것은 사실상 목숨을 내놓은 바보가 아니면 상당히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험가일 것이다.
당연히 루이스는 후자였다.
지금의 몸에 완전히 익숙해진 것도 아니고 예전과 비교하면 검사로서의 스탯도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장소에서 위험에 처할 리는 없었다.
루이스도 이세계에서 15년간의 모험가 활동을 허투루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루이스는 반지에 수납되어 있던 말린 고기를 빵과 함께 먹고 포도주로 입가심을 했다.
그리고 루이스는 높은 나무의 굵은 가지에 올라 몸을 기대고 잠을 청했다. 그걸로 루이스의 야영 준비는 끝이었다.
다음날, 날이 서서히 밝아오며 루이스는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물론 밤새 아무 일도 없었다.
이곳에 서식하는 마물 따위로는 아무리 잠든 루이스라지만 그 감각을 벗어나 기습을 가할 수 없었고, 혹시 기습에 성공하더라도 그 일격에 치명상을 입을 리도 없었다.
루이스는 편하지 않은 잠자리였지만 이런 일에도 익숙해 그리 큰 불편은 느끼지 않았다.
현재 루이스에게 가장 불편한 것은 익숙하지 않은 몸과 스탯이 아닐까?
루이스가 낮은 언덕을 넘어서자 넓은 평야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도시가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루이스가 향하고 있는 목적지인 도시 였다.
는 브리뉴 제국에 속한 도시 중 하나로 브리뉴 제국의 수도인 를 제외하면 가장 큰 대도시이자 카스티아 왕국과의 교역을 담당하는 교역 도시이기도 했다.
루이스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로 향한 것은 가깝다는 이유도 물론 있었지만, 루이스가 원하는 목적에도 적합해 딱히 다른 도시로 향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루이스가 도시로 다가서자 의 거대한 남문을 통과하기 위해 늘어선 수많은 행렬이 보였다.
도시로 들어서기 위한 행렬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긴 했지만, 는 대도시이자 교역 도시이기도 해서 그 행렬이 더욱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저들은 모두 입구에서 이 설치된 석판을 통해 현재 가지고 있는 신분증과 대조를 하고 도시 방문 목적을 설명한 후에 도시 체류 기간을 정하고 나서야 겨우 도시로 진입할 수 있다.
의 동서남북의 입구에 설치된 석판은 상당히 조합한 것으로 이름과 소속 도시 정도의 간단한 사항밖에 표시하지 않는다.
그나마 이런 도 상당히 귀환 아이템이라서 정도가 되니 4개 문 모두에 설치된 거지 작은 도시라면 단 하나의 문에만 설치하는 일도 흔했다.
어쨌든, 그런 조합한 으로는 범죄 내역이나 수배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어 그것은 일일이 따로 목록을 통해 확인해야 했다.
그러니 저 긴 행렬이 모두 소화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루이스에게는 해당 되지 않는 일이었다.
루이스는 긴 행렬을 무시하고 바로 남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남문에 다가서자 입구를 지키던 병사 하나가 루이스에게로 다가왔다.
“저희 도시 에 방문하신 걸 환영합니다.”
병사는 루이스의 행색을 빠르게 훑어본 후 비교적 정중한 태도로 루이스를 대했다.
이렇게 행렬을 무시하고 바로 도시에 진입하려는 이들 중에는 신분이 높은 자일 경우가 많아서 아직 상대의 신분증을 확인하기 전이라도 일개 병사가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루이스는 아무런 말 없이 모험가 카드를 병사에게 내밀었다. 조금 무례한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러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어차피 이 병사도 상대의 신분 고하에 따라서 태도가 확실히 변하는 이들 중 하나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아~ C급 모험가이시군요.”
물론, 이렇게 루이스가 병사에게 내민 모험가 카드는 “루이스”의 것이었다. 루이스 몸의 본래 주인은 모험가로서도 활동했었던 모양이었다.
모험가 등급은 가장 아래인 수습에서 시작해서 F등급에서 A등급까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습은 말 그대로 아직은 모험가가 되기 전의 단계였고 F등급이 되어도 실제로 몬스터 사냥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E등급 정도는 되어야 도시 주변의 약한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고 D등급이 되면 인정받기 시작했다.
C등급 정도 되면 상당한 베테랑 취급을 받았고 그 수도 극히 적었다. 루이스는 이중 C등급 모험가였다.
“루이스가” 모험가로 활동한 것은 이미 몇십 년 전의 일이긴 했지만, 모험가 카드에는 그 모험가의 이름, 등급, 상벌 등의 간략한 항목만이 새겨지니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었다.
이것도 아직은 모험가조합이 엉성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가능한 이야기였다. 아마 모험가조합에는 "루이스"에 관한 기록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루이스로는 형편 좋은 일이었다. 등급도 나쁘지 않았고 게다가 리카 대륙에 존재하는 카스티아 왕국, 브리뉴 제국, 브레시아 연합국의 3국 모두에 등록된 상태였다.
그 위로 B등급과 A등급이 있지만 사실상 실제 모험가로서의 활동을 하는 것은 B등급이 끝이었다.
A등급은 3국을 통 털어도 그 수가 한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는 많은 업적을 거둔 은퇴한 모험가였다.
그들은 모험가 은퇴 후에도 모험가조합의 조합장이나 지부장 같은 역할을 맡으면서 어떻게든 모험가로서의 명맥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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