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 10. 드림 랜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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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요원과 노란 존재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멍하게 있다 괴물들이 지르는 괴성에 정신을 차렸다.
아니, 시발?
갑자기 공간을 열고 찾아오더니 요원만 쏙 데리고 사라졌다. 그나마 동족의 기운을 뿌리고 있던 것이위로 아닌위로가 되었지만. 최소한 놈에게뺏긴것은 아니라는 뜻이니까.
문제는 다시금 요원 쫓아 삼만리 신파극을찍어야 된다는것이 문제지.
그냥 다 포기하고 돌아갈까. 진짜 귀찮아죽겠는데말이지.
잠시 집중하자 다시금 황금빛의 선이 떠올라 내가가야 할길을 안내해주었다. 북쪽으로뻗어 나가있는선의 모습을 보자 한숨만이 나올 뿐이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나도야매방법으로 겨우 감지하는 이상한 기운을 그렇게 손쉽게 파괴하다니. 아니, 손쉽게 한 것은 아닌가. 노란 녀석, 아니,노랭이새끼가 입에 담았던 말은 분명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말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는 종류의 것. 나는 말로, 언어로서이해했지만, 일반적인사람은저 한마디만 들어도그대로정신줄을놓아버리거나 그대로 죽음에 이르겠지.
몬스터들역시 기운의 속박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린 상태였지만 광증에 빠진 상태로 서로를 죽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말 다 한거지.
그리고 그 언어는 나 역시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한적밖에 없었다.
몬스터의신인가 뭔가 하는 잡놈의화신체를상대할 때뱉었던 말. 그리고 그 말 한마디로화신체가녹아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 정확히는화신체의근원을 이루던 신성력의 결합이 완전히 풀려버려 형체를 이룰 수 없게 된 것이지만.
심지어 의미를 담지 않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효과를 발휘했었는데, 이번에노랭이가했던 말은 뜻까지 내포하고 있었다.
뭐라고 했더라, 그래.
"깨어나라."
두근.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는 것을 보니제대로 말했나 보다. 깨어나라. 잠에서 깨다, 꿈에서 깨다 등등 다양한뜻을 가지고 있는말. 지금 있는 장소의 이름이 드림 랜드인 만큼 더욱 의미심장한 말이기도 하고.
세뇌에 걸린 괴물들 역시 세뇌로부터 `깨어날` 수 있었지. 다만 말에 담긴 힘으로 인해 다 저러고있으니…. 어라?
서로를미친 듯이물어뜯고 찢고 싸워대며 비명을 지르던 괴물들이 갑작스럽게 조용해졌기에 쳐다보았더니 모조리온몸의구멍이란 구멍으로부터 피를 쏟아내는 상태로 죽어있었다.
심지어대다수 괴물들이공중에 떠 있었기에 피는 투명한 거미줄을 타고 흘러 바닥에 비처럼후두둑 거리며쏟아지고 있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거미줄은 거미의 죽음과는관계없는지여전히 괴물들의 몸을 지탱하고 있었기에 괴물의 시체가 마치 열매처럼 주렁주렁 맺혀있는 기괴한 나무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우욱. 이건 좀 역겨운데.
거대하고 기괴한 구조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그 거대한 새겠지. 펼쳐진 날개만 수십을 넘어 수백m나 되는 말의 머리를 가진 새는 기다란 혀를 축 늘어뜨린 상태로 거미줄에 걸려있었다.
그 거대한 몸집만큼 몸무게도 무거운지 수많은 거미줄이 끊겨 있었지만, 결국은 구조물의 정중앙에 걸려수천 개의실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거 설마 내가 그 말을꺼냈다고이렇게 된 건가? 혹시나 해서 공중에서 지상으로 내려가 살펴보니 상황은 더 심각하였다.
마을의 잔해는 괴물들의 피로 완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고, 움푹 파인 곳은 붉은 피가 웅덩이처럼 고여있는 것은 물론 낮은 곳으로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고 있었다.
하늘은수많은 거미줄과시체로 뒤덮여 있었고, 그 그림자로 어두워진 지상에는 피가 비처럼 쏟아지는 광경.
게다가 내가 발한 단어는 지상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벌레 한 마리, 식물 하나도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마을 내부는 물론 주변에 존재하던 식물들. 고원의 추운 날씨에도 악착같이 버텼을 그 식물들은 모조리수십 년이지난것마냥메말라 비틀어진 채 죽어있었다.
아니 죽으라고 한 게 아니라깨어나라고했는데왜 이래? 원래 육체로 말했을 때 그걸 사람이 듣는다면 미쳐 죽는 정도를예상한 거지정신체로내뱉었을 뿐인데 이렇게 일정 반경 내의 모든 생명체가 즉각적으로 죽을정도일 줄몰랐다.
노랭이가했을때는이 정도는아니었는데 내가 써서문제인 건가? 그렇겠지?
뭐, 덕분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은 깨달았지만딱 봐도피아식별이 될만한 종류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조심스럽게사용해야겠지. 게다가 나를 노린 놈에게는 안통할 거고.
특정 수준 이상의 존재들에게는 이런 효과를 내지는 않을 테니까. 원래 의미대로 깨어나라는 효과가 발동되겠지. 게다가 그 효과에 저항할 수도 있을 거고.
일단정신체로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육체에 빙의했다`라는 가설이 틀렸다는 사실을.
동족이라고 부르고 있는이계의끔찍한 신들, 그들 중 하나의 육체가 비어있는 상태에서 내 영혼만 쏙 들어간 줄 알았더니 내가 진짜로 그런 존재로 다시 태어난 거였다.
전생했더니 촉수 괴물이라니.
이 무슨개떡 같은소설 제목이냐. 육체에 정신만 쏙 옮겨진 것이었다면 이런 언어를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방금 내뱉은 것의 결과물을 보아서는육체뿐만아니라 영혼까지파괴할정도로 강력한 효과로 보였는데 평범한 인간의 영혼이 버텼을 리가 없으니까.
그럼 도대체 어떤 위상을 가진 존재로 전생을 한 거지?
조금 전에 보았던노랭이는분명 동족은 아니었지만 풍기고 있던 분위기나 기운을 보아서는 평범한 존재는 아니었는데. 에이본처럼사도 같은정도가아니라….
그래. 이쪽 계열의화신체라고볼 수도 있겠는데.
신성력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동족 특유의 끔찍하고 광기에가득 찬힘으로 이루어진화신체. 다만 그때 대적해보았던화신체와다른 점이라면 분명하게 육체와 정신이 존재한다는 것이겠지. 마치 살아있는 별개의 생물체처럼.
하지만그럼에도화신체는화신체이니본래의 존재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고. 이걸 뭐라고표현해야 할까?
그래, 기독교에서 무슨 삼위일체인가 하던 거. 게임 아이템으로 더 잘알려졌지만, 본래에는뭐더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서로 구별되면서도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셋 모두가 기독교의 하나님이다.
도대체 뭔멍소리인가싶기는 했지만, 지금 만났던노랭이가딱 그 모양이었다.
분명히 본래의 동족과는 전혀 다른 존재인 것은 분명했다.동족 급의격을 갖춘 것은 아닌데다 그의 육체나 정신을감지했을 때는분명 인간은 아니었어도 살아있는 생물이었으니까.
뭐, 나나차토구아가생물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표현해야 되지, 그래, 신이랑 일반적인 생물은 다른 느낌이니까. 굳이 표현하자면 하위 존재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단언컨대 절대로 평범한 존재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일단 일반적인 녀석이었다면 언어를 내뱉은 순간죽어버렸을 테니.
뭐, 어떤존재던 간에결국해야 할일은 하나.
다시길 찾기놀이를시작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느껴지고 있는 기운이랄까.
이 정도로 가까우면 굳이 신성력의 안내를 받지 않았더라도 금방 찾아갈수 있을 만한거리였기에 귀찮은 감정을 극복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드림 랜드라는 이 장소에서북쪽에 위치한렝고원. 그리고 그렝고원에서도 더욱 북쪽으로부터 느껴지는 음산하고도 강력한 기운을 향하여 다시금 몸을 날렸다.
슬슬 버려둘까 생각도했지만혹시나 하는 마음에 백열의 창 역시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북쪽을 향해 나아갔다. 다시 만들자면만들 수야있지만, 즉각적으로만들어낼 수준의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폐허가 된 마을을 뒤로한 상태로 하늘 높이 날아갔다. 이전에 요원을 따라갈 때와는 달리 더욱 높은 상공으로 올라간 뒤에 아래를 바라보자 내가 만들어낸 처참한 광경이 보였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기괴한 시체의 탑. 저 시체들이 부패하기시작할 때는혐오스러운 광경을 떠나서 악취와 질병의 본산이되겠지.
누군가 저것을 따로 처리하지 않는 이상분명히 이지역의 명물이 될만한 구조물이었다. 긍정적인 면에서의 명물은 아니겠지만.
고도를더욱더 높이자구조물이 시야에서 점점 작아짐과 동시에 드넓은렝고원의 광경이한눈에들어오기 시작했다.
흰 눈으로 가득 덮여있던 고원의 모습은 달이 부서진 이후 완전히 뒤바뀌어버렸다.
비록더이상지상으로 추락하는 달의 잔해도 없었고 충돌로 인하여 일어난 거대한 먼지와 눈보라의구름들역시 대기권에서부터 천천히 가라앉고있었지만, 땅에는흉측한 흉터들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이곳저곳 움푹 파인 크레이터들. 흰색 눈으로 이루어진 도화지의 곳곳에는 휑한 구멍이 뚫려있었고 그 근방은 사방으로 쏟아진 흙과 자갈의 잔해들이 온통 널려있는 곳이 대부분.
일부는 꽤 큰 조각이 떨어져서 그런지 거대한 바위 조각이 고인돌처럼 땅에박혀있는 경우도 있었고, 달에 서식하던나무들 일부분이대기권과의 충돌을 버티고눈밭 위에서불타면서 웅덩이를 자아내는 모습도 보였다.
이전의 아름다운 광경이 떠올라 순간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이내털어내 버렸다. 대신 그 광경을 다시금 보기 위해 잠시 시야를 과거로 돌려보았다.
먼지와 눈보라가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다시 바닥으로 크레이터로 모여들더니 벽에 박힌 못을 빼내는 것처럼 돌조각이 공중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순식간에 저 멀리 달을 향하여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광경은 고원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었고 어느덧 하늘이 이전처럼 불타는 잔해로 인하여 붉게 물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파편들은 모두 저 멀리 올라가 하나의 거대한 모습으로 합쳐졌다.
다시 봐도정말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달의 모습. 온전한 구체 형태를 유지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운 느낌이랄까. 뭐, 달은제쳐두고고원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자 처음이곳에도착했을 때의 광경이 보였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겹쳐서 보자그림 같은풍경과 지금의 엉망진창인 모습이 만화경처럼 겹치며 그 차이점을 명확하게 드러내었다.
다시금 찔끔 느껴지는 찌르르한 느낌을 무시한 뒤 과거의 모습을 눈에서 절레절레 털어내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내가 시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도 아니고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이킬 수는 없으니까.
뭐, 그런불가능해 보이는일조차 나중에는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는생각이 들었지만. 만일 그렇다고 한들 지금은 불가능하니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느낌을 지워버리고 황금빛 길을 따라 다시금 날아갔다.
역시나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가 아니었는지 허공에짜여진황금빛 실타래를 따라 이동하니 앞으로 나아가던 직선이 바닥을 향해 각도를 꺾는 모습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기준으로 안내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상을 향하여 일직선으로 안내해주지는않는다는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공중에서 방향이 꺾인 것을 보면 나의 z축이 기준이라고 볼 수 있나? 그런 것 치고는 이전에 안내는 그런 법칙을 따르지 않은 것같은데….
그렇게 신성력의 안내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을 하던 도중 신성력이 인도한 장소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고원에서 찾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구조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상은 여전히 똑같은 풍경, 대자연과 흰 눈으로 뒤덮인 고원의 풍경이었지만 신성력은눈 덮인대지를 지나 지하로 이어지고 있었고,정체 모를놈이나차토구아의본거지와 같이이곳역시 복잡한 미로로얽히고설킨지하 통로들이 보였다.
그리고 바로 그 지하 통로의 끝을 향하여 황금빛 선이 나를 인도하였고, 바로 그곳에 수도원이 존재하였다. 아주 괴악한 수도원이.
수도원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속세에서 벗어난 종교인들의 기도문이 울리는 장소? 아무것도 없는 대자연의 가운데 세워진 겸허하면서도 세련된 구조물? 과거의 역사를 구경할 수 있는 관광 장소?
단언컨대그 어떤 상상력도 지금 보이는 수도원의 모습을 연상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첫인상, 최초로 외견만보았을 때는평범한 수도원처럼 보이지만 조금이라도 집중하는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벽면처럼 보이지만 다시 살펴보기 시작하면 온갖 괴상한 글자가음각되어 있는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글자들은 나에게 있어서는 아주 익숙한 글자이기도 했고. 무엇을감추랴, 열심히 탐독하던 마도서에 떠오른 글자들의 모습이 그대로 벽에 새겨져 있었다.
다만 마도서와 다른 점이라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벽지라던가 장식용 그림의 일종으로보인 게 교묘하게감추어져 있다고 해야 할까. 꿈틀거리거나 피가 뚝뚝 흐르는 효과도 없으니 일반적인 사람이 보더라도별다른느낌도 얻지 못할 것이고.
다만 글자 자체가지니고 있는힘이있다 보니서서히 속이 메스껍다던가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환청이 들리는 등의 현상은생길 수도.
문제는 내가 일반적인 사람도 아닌데다 글자까지 알아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글씨에담겨진의미는…. 글쎄, 굳이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다. 도대체 이쪽 세계의 신들이나 사제는 왜 다 이 모양 이꼬락서니인지모르겠네.
그나마 도움이 되는 내용을건진 게있다면 어떤 존재를 섬기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나타내고 있다는 것일까.
기어 오는혼돈.
아니나 다를까 노란 녀석은 요원을 탐내고 있다던 녀석의화신체였나보다. 하긴, 그 언어를 내뱉고도 멀쩡할 정도의 짬이면차토구아정도 급의 동족으로는 힘들겠지.
물론차토구아나괴물 같은크기를 자랑하던 거미 역시 인간 기준으로는 쳐다만 보아도 형언할 수 없는 공포에 빠져버릴 정도의존재들이다 보니본체로는 여유롭게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화신체라는특수한 객체로는 글쎄올시다, 내가 가늠할 수 있었던 그들의 힘으로서는 불가능해 보였다.
역시기어 오는혼돈은 고위 신이라고볼 수 있으려나. 과연이세계에서의고위 신은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다시 벽면으로돌아가 보자. 글자만이 적혀있는 것이라면인간으로서는그다지 이상하게 여겨지지는 않겠지. 하지만 명확하게 이상성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가 하나 있었으니.
성당을 가본 사람이라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형형색색의스테인드글라스에새겨진 종교적인 인물들의 모습. 비록 현대적인 심미안으로 보기에 미남미녀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분명히 아름다움을지니고 있는예술 작품들.
그와 같은의도일까, 수도원의 벽면 역시 그러한 그림들이자리 잡고있었다. 끔찍한 형상을 그려내고 있었지만.
달에서 보았던 문 비스트와 요원과 화려한 공중전을 펼쳤던 거대한 새부터 시작해서 온갖 괴물들의 형상이 그려져 있는 벽.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괴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는 벽면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어떤 강심장도 기겁할 것이 분명했다.
어린아이가 본다면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을 꾸게 될 정도로 끔찍한 형상들의 괴물들. 그리고 그 괴물들은 하나의 존재 앞에서 무릎을 꿇고 경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의외로 인간의 형상을 한 것을 보아하니 저것 역시또 다른화신의 모습일까.노랭이처럼생김새를 가린 모습이 아닌, 온전한 인간의 형상을 한 채 옥좌에 앉아 있는 모습은 역사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삽화를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한 듯하였다.
그래. 분명히기어 오는혼돈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 분명한 그 그림은 놀랍도록 지구에 있었던 한나라를 다스리는 지배자의 모습을닮고 있었다. 저 머나먼 곳, 모래가 가득한 나라에서 현대 인간들조차 놀랄만한 구조물들을 쌓아 올린 나라의 황제.
파라오.
역시 이쪽 세계는 고향과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다시 한번깨닫게 해준 벽화를 쳐다보다가 마침내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지하 터널 끝에 자리 잡은 수도원.관리하는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분명히 먼지와 거미줄이 가득하고 눅눅한 공기와 습기로 인하여 곰팡이가 만개하고 있어야 할 텐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내부는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외부에새겨져 있던것처럼 내부 역시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글과 그림이 가득한 모습이었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의외로 정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황금빛의 실은수도원이 더욱 깊은곳으로 나를 이끌고 있었고, 벽에 걸린 등잔의 불길로 인하여 생기는 춤추는 그림자들과 벽화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기괴한 공연을 감상하며 천천히 날아갔다.
마치 수도원을 찾아온 방문객을 안내하듯이 신성력의 길은 벽이나 바닥을 뚫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지나다닐만한 길로 나를 이끌었고, 나 역시 지극히 평범하게 그 길을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몇 개의 방을 지나고 복도를 따라 걷자 보이기 시작하는 계단.허나위가 아닌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의 모습에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언제나 비밀스러운 방은 지하에 있는 법. 옥상 고문실은 이상하잖아. 공중에 부유한 상태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하자 점차 바뀌는 분위기를 절로 실감할 수 있었다.
분명히 등불이 벽에걸려있지만어째서인지 점점 어두워지는 불빛. 어둠이 끈적하게 불빛을 잡아먹고 있다고표현해야 할까.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있으니 공기의 성분이 달라져서일까.
일렁이는 불빛에 보이는 벽면에는 기괴한 괴물들과 그들이 벌이는 끔찍한 의식이 담긴 그림이 넘실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착시 현상인가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지닌 감각에 대해 떠올리며 살펴보니 분명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공기 역시 점차 무거워지기 시작하며 특정한 힘을 띄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꺼림칙하고 기괴하지만 동시에 익숙하고 동질감까지 드는 기운.
벽에걸려있는횃불이 완전히 빛을 잃을 무렵, 마침내 계단의 끝에 도달하였다. 이상하게도 수도원 내부를 따라 날아가던 도중 항상 열려 있었던 문들과는 달리 굳게 닫혀 있는 모습. 황금빛 실선은 문을 간단히 관통하여 그 너머로 이어지고 있었다.
뭐, 굳이 신성력이 아니어도 요원의 신체에서 나오는 생체 반응이 문 건너편에서 느껴지고 있었으니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지만.
나를 습격했던 놈과는 달리 벽 너머로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감각. 역시나그놈이지닌 기운이 특별한 것이겠지. 다만 기운의 성질과는 별개로 넘실거리고 있는 동족의 기운은정신체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피부가 저릿저릿한 착각이 들 정도로 느껴지고 있기에 조금은 긴장감이라는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여태껏 느꼈던 동족의 기운 중에서 가장 강력한 상대.뿐만 아니라공간을 이동하면서 순간적이지만 나를 직시하였던 시선. 노란 로브로 칭칭 몸을 감싼 녀석은본신이강림을 했던 것일지화신체상태일지 혹은 별개의 존재 상태였을지는 알 수없지만, 분명히나를 쳐다보았었다.
정체 모를놈이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여기는 것을 보면 비슷한 격을 지녔다고 볼 수있는즉슨나의 존재를 인식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제외할 수 없다.
자, 너는 어떤 대답을 보여줄 건가.
황금빛 신성력의 길을 따라 나는 문 너머를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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