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9. 쌍둥이와 곰인형 (10)
* * *
51.
지하통로의 어딘가. 알파3은 표정을 구긴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의 기분을가라앉게 만드는것은 다름 아닌 동료들.
아니, 동료라고 할 수 있을까. 분명 같은 상관 아래에 같은 목적을 위해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동료 의식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불편하면 불편했지.
델타 팀.
임무에 투입될 때부터 오만한 태도를 보이던 그들은 현재 합류를 하고 난 이후 더더욱 그 경향이 심해졌다.
알파1의 망가진 상태. 알파2의 사망. 오로지 그만이 멀쩡한알파 팀을거의 대놓고 비웃고 있었다.
직접적으로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하게 들리는 거리에서 얘기를 나누며 그를 흘깃 쳐다보는 행동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이가 절로 갈리는 상황이지만 어떤 반응도 내보일 수 없었다.
지금 주도권을 가진 것은델타 팀이기때문에.
알파1의 상태를 살펴본다.
마법의 통제권을 뺏기면서 마력 역류 현상을 겪은 그의 혈색은 창백하였다. 내상을 입었음이 분명하지만,그런데도현재 보이는 상태는 분명 이상했다.
보호복이부상을 입었을 때자동으로투입하는포션으로치유되었을 것이 분명한데,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육체적인 부상이 아닌, 정신적인 문제.
어쩌면 통제권을 잃은 것으로 인하여마법사로서의 자존심이상한 것일 수도 있지만, 겨우 그것으로 이런 수준으로 망가질 리가 없으니 목표가 무언가를 했음이 분명하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동공과 혼란이 가득한 표정. 감정을 느끼고 드러내고 있다는 것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
동료로서걱정할 수밖에 없는상태이지만 그것을 드러낼 수가 없다. 어쩌면 그를 버리고 가려고 결정할 수도있기 때문에.
냉정하게 판단했을때에는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경우의 수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사란 그저 짐짝에 불과하고, 심지어 상대에게 마법의 통제권을 한 번 뺏긴 이상 그것이 다시 반복되지 않으라는 보장이없으므로.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이상이 생긴 것이 분명하기에 더더욱 도주 상황에서 불리하게 작용할수 있는 가능성이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목숨을 버릴 수는 없겠지만, 지금 델타 팀이 그들을 향한 부정적인 감정과 냉담한 모습은만약이라는가능성조차 놓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조용히 휴식 시간을 보냈다. 언제나 창을 떨어뜨리지 않은 체.
시간이 조금 흐르자 드디어 명령이 내려왔다.
임무의 실패 및 장소 이탈 명령.
결국, 기록에는실패로 적히는 것인가. 아쉬운 마음이 분명 들었지만,현재로써는다행스럽다는 감정이더욱 컸다.
알파1은 이제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정신을 회복하기는했지만, 여전히상태가좋아 보이지않았기에 빠르게 돌아가 회복에 전념해야 할 듯 보였으니.
그는 현재 인원들을 이끄는 명령권을맡고 있는델타4로부터의 지시를 기다렸다.
"다들 들었던 대로 임무는 실패했다. 현재 상대는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언제 추격에나설지 모른다. 따라서 인원을 나누어서 탈출하도록 하겠다."
올 것이 왔구나.
"델타1, 2, 5, 알파1, 알파3은 지금 표시된 방향으로. 나머지는 나를 따라 나간다."
지도에 새롭게 표시되는 통로들. 이 장소를 나가는 방법은 감시실로 나가는 게이트를 탄 뒤에 다시 게이트를 타고 시설로 나가는 방법이 유일했다.
그들에게표시된길 대부분은지하. 거의 게이트 직전까지 지하 통로를따라나서다마지막에 게이트를 향해 나아가는 것.
반대로 델타4가 포함된 인원은 얼마 가지 않아 지상으로 나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적이 지하에자리를 잡은이상 지상으로 가는 길이 당연히 편하고 안전한 길이었다. 비록 그들과 같이 가는 델타 팀 소속 인원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과연 끝까지 같이 갈까?
의심을 접어두고 출발을 하였다. 결국, 가장무서운 것은목표로 삼았던요원.
통제를 빼앗은 마법으로 거대한마법진을완성했다고 하는데 효과를 알 수 없으니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아직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알파1을 업고 길을 나선다.
그의 뒤를델타 팀의요원들이 뒤따라 나선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
통로를 따라 달린다. 마력을 순환시키며 최대한 빠르게 대지를 박차며 나아간다.
알파1 또한 미약하게나마 버프를 걸어주며 도움을 주고 있다. 조금 더 회복한다면 스스로 이동할 수도 있겠지.
그렇게 길을 나아가던 도중 뒤를 쳐다본다.
3명의델타 팀요원들.
모두빈손으로달리고 있지만, 분명 무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압도적인 화력은 물건에 보조받지 않고서는 발휘할 수 없으니.
후방을신경 쓰며나아가서일까. 그는 통로의 갈림길에서 몸을 꺾은 순간 튀어나온 무언가에 반응하지 못하였다
푸슉.
파열음과 함께 관통되는 보호복. 따끔한 고통이 느껴지며 그는 이동을 멈추었다.
꿈틀꿈틀.
검은 액체가 꿈틀거리고 있다. 분명 안개뿐이었는데, 액체 형태로도 마법을 형성할 수 있었나?
그는 창을 들어 액체를 헤집었다. 아니, 헤집으려 했다.
깡!
단단한 금속과 부딪히는 감촉과 함께 강렬한 반탄력을 느끼자 창을놓칠 뻔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대의 강도에 당황한다.
때마침 뒤를 따라오던델타 팀의요원들이 도착한다.
"왜멈춘 거지?"
"적이 있었다. 검은 액체로 이루어진슬라임 같은형태. 목표가 소환한 것 같다. 형태 변형이 가능해 보이며 피부의 강도가창격을버틸 정도로 단단하다."
"슬라임? 지금 슬라임이라고 했나? 농담을해야 할순간은 아닌 것 같은데."
"아니, 지금 저기 슬라임보이지…."
없다.
분명하게 그의 창과 부딪혔던 슬라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빈 통로의 복도와 바닥에드문드문보이는 돌과 자갈뿐.
그의 옆구리에 난 상처와 느껴지는 고통이 분명하게 전투를 증명해줄 테지만 다시 한 번 보호복을 살펴보자 어떤 흔적도 없었다.
환각?환통?
그가혼란스러워하고있던 도중델타 팀요원 중 하나가 비웃듯 말하였다.
"빨리 출발이나 하지? 다른 요원처럼 죽고 싶지 않다면 어서 벗어나야 할 텐데?"
으득.
분명하게 비꼬고 있음에도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분노를 억누르고 다시금 길을 나아갈 뿐.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결과적으로아무것도알아내지 못한 채 다섯의인원은 구불거리는 통로를 따라 나아갔다.
서로를 향하여 전보다 더욱악화된감정을 가지고.
그렇게 길을 따라 얼마나 달렸을까, 다시금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지도에 따르면 분명 길이 뚫려야 하는 곳에 길이 존재하지 않았다. 통로 내부와동일한회백색의 벽만이 보일 뿐.
벽을 창으로 조심스럽게 두드려보기도 하지만 뒤에공간이있는것처럼들리지는 않았다. 울리는 소리가 아닌 정말 벽을 쳤을 때 나는 둔탁한 소리만이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지도에 착오가 생긴 것 같군. 경로를수정…."
"뭘 경로를수정하려고 하느냐? 딱 봐도 길이막힌 것이뻔한 상황인데. 막혔다면, 뚫으면 될 뿐."
델타 팀의요원이 거들먹거리며나서려 하자급히 제지한다.
"벽을 두드려봤지만공간이있는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착오가생…."
"그깟 젓가락으로 뭘 알아내겠나? 벽을 통째로 날려버리면 알겠지.".
그의 말을 끊으며 비웃는 델타 팀의 요원. 실실 웃고 있는 그가 마나를 모으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다.
"절대 안 된다! 소음을 일으키면목표에위치가발각될것이 분명하다! 지하 통로인 만큼 소리가 더욱 울려 퍼지는 만큼조심…."
"움직이지도 않는 상대에게 조심할 게 뭐가 있나? 그리고 지도가 틀렸을 리는 없다. 반란을 일으키는 놈으로부터 오늘 입수한 지도가 틀렸다고? 너는 길도 모르는 상태로 사건을 일으키나?"
다시금 말을 끊는 델타 팀의 요원은 그가 말릴 틈도 없이 모아둔 마력을 벽을 향해 쏘아냈다.
콰아아앙!
압도적인 폭음과 먼지가 일어나며 시야를 가린다. 근거리에서 일어난 폭음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귀로부터이명 음이들려온다.
"크으, 이거지. 우리 겁쟁이알파 팀나으리처럼소심하게 두드리고나 있으니 모르는 거야. 일단 뚫고 보면 진짜 벽인지 누군가 길을 막기 위해 세워둔 것인지자연스레알 수 있는 거라고. 자, 어디 한 번 볼까?"
그가 손짓하자 먼지가 순식간에 가라앉고, 폭발의 결과물이눈앞에드러났다.
바닥에 널린 부서진 조각과 잔해들. 금이 간 천장과 바닥, 그리고 뻥 뚫린 통로.
연극배우처럼과장스럽게팔을 들어 올린 델타 팀의 요원이 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고 말하기 시작하였다.
"거봐. 지도가 틀렸을 리가 없다니까? 우리 알파 팀창잽이께서한 명 잃었다고 겁먹고 소심하게 행동하는 것같은…."
비웃으며 설명하던 그의 얼굴이 굳고, 이내 서서히 창백해지며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알파3 역시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뒤를보고….
저것은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검은 파도가 출렁이며 통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눈앞의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다가오는 물결에 그 역시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아까 본 그 슬라임인가?
정체는 둘째 치고 빠르게 밀려오는 그것으로부터 도망을 쳐야만 했다. 저것 역시 목표가 발동한 마법이 분명할 터. 파도에집어삼켜 진순간 어떤 일이벌어질지 모른다.
두 말할 것도없이 인원은 벽에 뚫린 통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언제나 알파3을 선두로 하여 달려나가던 대형의 형태는무너진 지오래. 모두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 이전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로 통로를 주파했다.
휘몰아치는 검은 파도 역시 빠른 속도로 그들의 뒤를 추격하였다. 갈림길을 따라 그들을 따라오는 것을 보아하니 일반적인 액체가 아님은 확실했다. 역시 알파3이생각한 대로슬라임이 맞는것 같다. 저런특성을 지닌슬라임은 들어 본 적이 없지만.
그는 이 사실을델타 팀에게공유하였다. 그들이 모두 죽더라도눈 깜짝하지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다 같이 위협받는 지금 상황에서는 힘을합칠 수밖에 없으니.
"아무래도 아까 보았던 슬라임이 맞는 것 같다. 갈림길을 지나쳐도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목표가 쓴 마법으로 소환된 생물의 일종인 것 같다. 혹시라도 방어 능력을 믿고휩쓸리면 안 된다. 아까 창으로후려쳤을 때그것을 튕겨낼 정도의 경도를 지니고 있으니 강철의 파도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한숨도쉬지 않고 얼마나 달렸을까. 다가오는 검은 파도는 지치는 기색이 전혀 없었지만, 그들은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봤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좁힐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유지되었다. 조금이라도 속력을 늦춘다면 바로 잡아먹힐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속도는 조금씩느려져갔고, 그에 따라 거리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간다면 모두 잡아먹힐 것이 분명한 상황.
델타 팀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은 뒤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각자의 무장을꺼내 들고주문과시동어를외운다.
공기가 뒤틀어질 정도로 강렬한 마력이 모이기 시작하고 이어서 한 점으로 모이며 동시에 폭발로 승화하였다.
이전에 벽을 뚫을때와는규모가 차원이 다른 폭발이 일어났고, 강렬한 빛과 함께 뜨겁게 달구어진 공기가 이글거리며 통로를 채워갔다.
황급히 마력으로 벽을 형성하여 열풍이 몸에 닿지 않도록 방지한다. 여전히 등에 업혀있는 알파1 역시쉴드를 치며바람을 막아낸다.
매캐한 냄새가 풍겨오며 짙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헬멧에내장되어 있는시야 보조기능들을 활성화하여 상대를 살펴본다.
"강철 수준으로 단단하더라도 폭발 앞에는 장사 없지."
"폭발 자체로 죽지 않았어도 통로가 무너져서 길을 막을 테니 충분하다."
그들의 말대로 천장과 벽이 무너져 통로를 가득 메워 막고 있었다. 가루 수준으로 분쇄된 잔해부터 사람몸통만 한조각까지 모두 산을 이루어 완전히 이동을 차단하였다.
폭발과 열기로슬라임 같은무언가가 죽었다면 좋겠지만, 확실하게 알 수 없었기에 긴장감을 놓을 수는 없었다. 알파3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돌무더기를 보았다. 하지만 그와 달리 델타 팀은 안심한 듯 다시금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슬라임 따위에게 당할 리가 없지.검은색은처음 보는 색깔이긴 하지만. 몸의 경도가 강해지는 것과 뭉쳐서 거대한군집체를이루는 것이 특성인가?"
"속도가 빨라서 당황스럽긴 했다만 평야였으면 큰 위협이 되지 않았겠지."
"..."
시작부터조용했던한 요원을 제외하고는 슬라임을 처리한 것이 쉬웠다니 진작에날려야했다는 등 자만심 가득한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화는 결국 알파 팀에게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우리 알파 팀은 목숨을구원받은것에 감사를 표해야 하지 않나?"
"하는 것 없이 따라오기만 하고 있으니 원."
막힌 통로 옆에서 잔해를 툭툭걷어차며이야기를 나누는 두 요원. 분명 둘이서 대화를나누지만, 그들을특정해서 다 들리도록 얘기를 나누는 행동.
역시나 음습한 방식으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지만, 알파3은 대꾸하지 않았다. 계속하여 그의 본능을 자극하는 불안감으로 인하여 대화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슬라임.
색깔과 종류마다 특성이 다르지만,대체로산성을 띠는 부정형 액체로 이루어진몬스터.
액체?
알파3은 순간적으로 떠올린 사실을 떠올리며 경고하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끈적한타르같은검은 액체가 잔해의 틈 사이로 줄줄새어 나오더니이내 순식간에 불어나며 요원을 덮쳤다. 농을 나누던 두요원 중하나는슬라임 같은무언가가 도달하기 전에 도주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한 명의 운명은 어두웠다.
슬라임에게사람이 먹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보통은 산에 당해 녹아내리게 된다. 슬라임의 크기가 보통 작기에 쓰라린 상처를 입게 된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광경은 사뭇 달랐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우드드득.우득.우득.
"크아아아아악! 사, 살려줘!으아아악!"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요원. 슬라임에 반쯤 삼켜진몸으로부터는뼈가 뒤틀리고 무언가에 짓이겨지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산 채로씹어 먹힌다면저런 소리가 날까. 슬라임에 파묻힌 접합부로부터 붉은 피가 줄줄새어 나오기시작했다.그런데도붙잡힌델타 팀의요원은 죽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모두제자리에 얼어붙어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분명 도망을가야 하는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가 그들의 의식을 사로잡은 듯 그저 멍하게 요원이 산채로씹어 먹히는과정을 마지막까지 보았다.
우드득. 쩝쩝. 주르륵.
"사,살려...안...돼..."
목이터질 듯이비명을 지르던 요원의 눈에서 초점이 서서히 사라지며 어떻게든 벗어나려발버둥을 치던몸짓이 가라앉는다. 부르르 떨던 손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자 그의 눈에서 생명의 불꽃이 꺼졌다. 그리고 슬라임은 그의 시체를 완전히 에워싸며 포식을마무리 지었다.
그 순간미지의 주술이 풀린 듯, 그들은 하나같이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온 힘을 다하여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공포와 두려움만이 가득한 채로 통로를 따라 달려나간다. 보조 장치가 시야에 표시해준 방향을 따라서 도망을 치는 요원들. 슬라임은 인간을 완전히 포식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며 잔해 무더기에서 흐느적거리며 내려왔다.
하지만 부족하다. 아직그분께서는제물을 더욱 원하시고 그를 섬기는종복인 만큼그의지를 행해야만하였다.
형태 없는 자손이 포식한 인간이 위대하신 분의 세계로 전달되는 것을 확인하며 잔해 너머의 동족들과 소통하였다. 잔해 사이의 틈을 따라 비집어 넘어온 그들이 합류한다.
그분께서도우라 명한 인간의 도움으로 제물들이 향하는 위치와 방향을 알 수가 있었다.사이크라노쉬의`심오한 자`가 사용하는 마법을 사용하기에 친숙하게 느껴지는 인간.
그로부터는 위대하신 분을 버리고 새로운 존재를 섬기는 동족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들보다 더욱 뛰어난, 진화한 존재.그분조차형언할 수 없는 존재의 힘을 받은 동족이 실시간으로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포위하고,몰아넣어라. 위협을 하되 마지막까지 희망을 남겨두어라. 그들이 절망하면 할수록, 고통에 겨운 비명을내지를수록너희가섬기는 분께서 기뻐할 것이다.
미로 같은통로에 이미퍼져나갈 대로퍼져나간 동족들. 각각의 위치에서 의태하고,부풀어 오르며형태를 변화하였다.
자유롭게 모습을 변할 수 있는 그들은 이미 지하 통로의 모습을 완벽하게의태할수 있었다. 방금 인간을 잡아먹은 이유 역시 그로 인한 것이었다. 벽으로의태한동족을 감히 공격한 하찮은 인간.
명령만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즉시 포식하였겠지만 공격당한 동포는 인내심을 가지고 부서진벽처럼 연기하였다. 동포와 달리 그는 인내심이 부족하여 분노하여 잡아먹었지만.
그와 같은 마음으로 동화한 동족들 또한 감정을 공유하였다. 그리고 그 감정은 서서히 동족들 사이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지휘를 맡은개체에역시.
그리고 마침내 명령이 내려왔다.
포식하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오자 모두 환희의 감정에 휩싸인다.
주인님의 명을 수행할 수 있어서. 배고픔을 채울 수 있어서. 동포를 공격한 허약한 인간들을 찢어 죽일 수 있어서.
지하 통로 내부의 형태 없는 자손들이 모두 의태를 풀기 시작한다.
통로의 천장으로, 벽으로, 바닥으로의태한동포들부터 바닥에 떨어진 자그마한 돌과 자갈로의태한동포도 모두 본래의 형태를 되찾아간다.
서서히부풀어 오르며지하 통로를 메워간다.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차토구아의부산물`로도 불리는 이들.
그들이 섬기는 신을 위해 살아가는 봉사 종족이이세계에서본능을 깨웠다.
먹이를 뺏기기 전에 어서 쫓아야지.
한 마리는 먹었고.
남은 네마리 인간들의 뒤를쫓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