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했더니 촉수괴물-51화 (51/74)

〈 51화 〉 9. 쌍둥이와 곰인형 (9)

* * *

50.

"여기는 알파­3. 델타­4와 합류하여 이동하고 있습니다."

No.245의 관리 시설인 거대한 저택, 그 지하에는 거미줄처럼뻗어 나가있는수많은 통로들이있다.

진압팀이 유사시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건설한 도로.

그곳을 빠르게 질주하고 있는 세 명의 인영이 있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이동하는 그들. 복잡한미로 같은길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처럼 갈림길에 도달하였을 때에 망설임 없이 방향을 선택해서 나아가는 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임무 실패.

얼마 만에 듣게 된 단어일까.

알파 팀은소속 인원을 잃었음에도 슬퍼할 틈도 없이 도주해야 했고,델타 팀역시 임무에 참여하였음에도 실패했다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그들이 투입되자마자 상황이 뒤바뀐 참으로 공교로운 타이밍이었지만, 기록에는 과정이 아닌 결과만 적히기에 델타­4는 인상을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알파­2의 사망.

상대의 능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분명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만감 또한 사망에기여했을것이 분명했다.

무색, 무음, 무취의 마력 화살.

마나의흔적조차 거의 잡히지 않는 그 무기로 얼마나많은 목표를암살했노라 자랑했던 그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자폭 장치를 작동시켰겠지.

시체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상태가되었겠지만, 델타­4는 딱히 유감을 느끼지 않았다.

다른 팀이었던 것은둘째치고, 결국 임무 실패의주원인은그의 판단이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진작에델타 팀과함께 목표를 노렸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통로를 날아가며알파 팀의남은 인원을 흘깃 쳐다보았다.

혼란 상태로 중얼거리는 남자를 업고 뛰어가는 다른 남자. 등에 메고 있는 창이 동료를 찌르지 않도록 손으로옮겨 든그는 사람 한 명을 업고 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지쳐 보이는기색이 없었다.

알파 팀. 상대를 제압하고 깔끔하게 암살하여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특징인 그들은 연계가 핵심이었다. 가장 중요한 암살을 담당하는 요원이 죽었으니 해체되겠지.

암살자라면 기습에 실패한 순간 바로도주를 해야지도대체 무슨 깡으로 정면에서 버티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C급 요원이라 해도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졌다면 분명 무언가 거슬리는 점이 있었음이 분명했을 텐데.

시설에서 일한다면정보의 부재와 비밀이 일상이라는 사실을 저절로 깨닫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방심을 한것은 용서할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델타 팀은그녀를 제외한다면 목표에 공격을 시도도하지 못한 채 임무에실패하고 꼬랑지를 말아 도망가는 개새끼의 신세가 된 것이다.

알파 팀의암살이 흔적을 남기지 않는 전통적인 암살자의 것인 점에 비교하면델타 팀의암살은 단순무식했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상대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것.

그들이 투입되는 순간 암살이라는 단어의 근본적인 의미가 뒤틀리게 되었다.

흔적이 남더라도 그것을 볼 수 있는 인원이 없다면 깔끔한 암살과 다름이 없다.

인원은커녕장소조차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는 그들은 분명알파 팀과정반대의 노선을 걷고 있음이 분명했다.

당연히 화력의 수준이 차원을 달리하는 만큼, 최후의 수단으로 투입되는 경우가 대다수.

이번 역시알파 팀이실패한다면 투입되어 상황을 종료시켰을 텐데, 알파­2가 그녀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바람에 일이 꼬여버렸다.

각 팀원 개개인의 화력이 분명 뛰어나지만, 그것이 집중되었을 때는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의 힘을 지니고 있다.

그녀가 홀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델타 팀전체가 동시에 폭격을 퍼부었다면 목표가 막지도 못했겠지.

하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 그녀의 공격은 막혔고, 상대는 경각심을 가졌을 것이 분명하다.턴 제게임으로 표현하자면 이쪽의 차례가 지났으니 상대가 공격할 차례. 도주나 방어를 고르는 선택지는 당연하게 따라오는 순서였다.

델타­4는 다시 찾아온 갈림길을 보며 지도를 통해 방향을 결정하였다.이곳에서활동하는 진압팀은 무슨 생각으로 통로를 이렇게 복잡하게 짠 것일까.

다 똑같아 보이는 통로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에 지어진 부분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분명 의도가 담겨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의도가무엇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정보를 숨기고 반란을 일으켰다고는하는데…. 저택을폭파한방법이야인상 깊었지만, 겨우 그 정도로 반란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만 해도 홀로 저택을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시설의 한낱뒤처리 반으로일하고 있었으니.

상념을 거듭하며 상부의 지시를 기다리고 통로를 주파하는 그녀.

빠르게 지나고있어서였을까, 델타­4는 방금 지나친 통로의 구석에서 조용히 꿈틀거리는 검은 덩어리를 보지 못하였다.

***

같은 시각,라일은완전히 회복된 몸의 상태를 점검하며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휙, 휙!

팔다리를꺾어보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테스트한 몸의 상태는 분명 최상의 것이었다.

사건을 겪은 이후 아무리 신체 능력이 좋아졌다지만 근거리에서 터진 폭발을 견딜 수준은 아니었다. 하물며 그 피해로부터 회복하는 능력은 더욱.

라일은분명 죽기 직전까지 몰렸다.

분명 마지막순간에 방심하기는했지만, 자폭할 줄은 꿈에도 그리지 못한 수단이었고, 더불어 상대가그 정도폭발력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수준 높은아티팩트를지니고 있을 것 역시 생각도 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생존하였고, 그 원인을 쳐다보았다.

꾸물꾸물.

검은슬라임…. 이라고해야 할까?

그의팔 위에매달려 꿈틀거리고 있는 그것을 쳐다본다.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그의 팔을 찢으며 튀어나와 팽창하여 그를 보호해준 슬라임.

내부로 전달되는 진동과 여파만으로도 팔을 더불어 갈비뼈까지 으스러졌지만, 슬라임이 상처마저 모두 회복시켜 주었다.

꿈틀거리며 상처를 통해 다시 몸 내부로 스며들던 모습에 얼마나 경악했는가.

하지만 그 직후에 부러진 뼈가 재생되고 접합되는 것을 느끼며 황당해 하였다.

다시 튀어나와 지금 그의 팔에 매달려 부들거리는 녀석.

부서진 뼈의 조각까지 말끔하게 처리한 슬라임을 지켜보던라일은한숨을쉴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이녀석 또한 `그 날`과연관되어있겠지. 검고 꿈틀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No.166의하수인 같은것일까.

"너의 정체가 뭐냐."

라일은질문을던져보았지만, 슬라임은그저 꿈틀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역시 답을 바라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답답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다시금 차오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그를 지켜주었으니 호의적인 생물이라고 보아도 되겠지. 나중에 시설에 보고할 생각을 하면 암담해지지만.

또 얼마나 오랫동안실험동물처럼시설의 요구에 따라 움직여야 할지.

라일은어깨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자리를 떠날 준비를 하였다.

미래도 미래지만, 현재 상태 역시 암담하였다.

관리 개체의 폭주는 당연하게 예정되어있는 것이었고, 상대는 분명하게 그를 특정하여 노리고 있었다.

지금쯤이면키라누역시 습격을 받고 있겠지. 단말기로 연락을 취하려다 그가 쌍둥이에게 던져준 것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린다.

이 망할 소아성애자 새끼는도움이 안 돼요.

본인이 듣는다면 항의할 것이 분명하지만 알 바냐?씹새끼. 차라리 슬라임이 더도움된다.

어느새어깨위로기어 올라가꾸물거리는 슬라임을 보며 순간적으로 차오르는 충동을 참지 못하고 쓰다듬는다.

물컹물컹한 감촉이느껴지지만, 생각보다단단한 피부에 놀란다. 하긴, 폭발을 막았는데.

자, 어떻게 할까.

키라누는분명 쌍둥이를 쫓아갔지. 그와 합류를해야 하나? 아니,키라누라면충분히 폭주 개체도 홀로 제압할 수 있겠지.

라일은천장에 뚫린 구멍을 향해 몸을 날렸다. 벽을 딛으며몇 번도약을 걸친 그는 마침내 저택의 지붕에 도달하였다.

주위를 둘러보자 참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웅장한 저택은이곳저곳이무너진 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부분이 제대로 없을 정도로 파손되어 있었고, 심지어 무언가 천장부터 바닥까지 관통하며 불태운 흔적도 여기저기 있었다.

구멍 옆으로 가 살펴보자 검게 불탄 흔적과 깊은 구멍이 보였다. 깊이를 보아하니 저택에 지하실도있었나 보네.

아름다운 정원 역시전쟁터마냥여기저기 폭격을 받아 검게 그을린 흔적이 널려 있었다.

미친놈들.

아무리 감성이 떨어지는 그라고 해도 이런 처참한 광경을 보고도 멀쩡한 반응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폭주시킬 거면 얌전하게 인형이나 뺏을 것이지, 뭔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걸까.

화풀이라도 한것 마냥 무질서한폭력의 현장은키라누의정신세계 같은느낌이었다.

그럼, 달려볼까.

지붕에서 훌쩍 뛰어내린라일은무너진 저택을 발판 삼아 바닥에 착지하였다. 꽤 인상 깊었던 저택의 문은 완파되어 내부의 아수라장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몸을 돌려 저택을 뒤로한라일은왔었던 길을 되짚어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저택의 일은키라누가해결해줄 것이다. 플라이 마법도 쓰는 것을 보아하니 확실히 그놈 역시 사건을 겪고 성장했다. 정신머리도 좀 성장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하지만 이 참상 속에서 사건의 진상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이전에 작업했더라 하더라도 그 흔적은 폭발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고, 망설임 없이 자폭하는 태도로 보아 설득하거나 고문으로 정보를 얻을 수도 없다.

키라누라면마법으로 무언가 시도라도 할 수 있겠지만, 순전히 육체파인라일로서는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곳에서는.

감시실.

저택의 모든 것을 살필 수 있는그곳이라면분명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과거의 일도 살펴볼 수 있겠지.

시설이라면 분명 그 정보를 저장해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성형 안드로이드. 데이비드가 설명해주었던 박사라는 인물이 만들었다는 안드로이드 역시 수상했다.

시설에 보고하지 않고 개인적인 연락을 나누고 있는 것은 245에 관련된 욕심으로부터 비롯한것으로 생각하였지만, 이렇게 사건이 터지니 다른 의도가섞여 있지않나 싶다.

어쩌면 이 사건을 일으킨 배후일 수도 있고. 감시실에 도착해서취조한다면알 수 있겠지.

라일은기나긴 도로를 따라 달려나가며 생각을 정리하였다.

감시실 기록 확인, 안드로이드심문, 아 데이비드도 있을 테니 물어봐야겠지. 아니, 그건 지금 할 수 있는 거잖아?

[연결이 되지않아….]

단말기를 통해 데이비드에게 연락을시도해보지만, 반응이돌아오지 않는다.

역시, 감시실에서도 문제가 터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길을 달려나가던 도중라일의시야 가운데 미세하게 일렁거리는 부분이 보였다.

후, 이렇게 나오나.

어깨의 슬라임을 힐끔 쳐다본다. 떨어지지는 않겠지?

숨을들이마시고, 다리에 힘을 준다. 마나를 주입하고, 호흡을 내뱉음과 동시에 마나를 방출한다.

순간적으로 가속하여 일렁거리는 장소 바로 앞까지 도달하고, 주먹을 내지른다.

텅!

거센 반탄력을 느끼며 손목에 아릿함을 느낀다. 아니나다를까 누군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상대의 거친심장박동 소리가귀를 강타한다.

"좆밥새끼가은신질이야. 정정당당하게 붙어야지 어딜 쳐 숨어있고 지랄이야."

이전에는 저택 내부라 상대하기 편했지만, 지금은 허허벌판 가운데.

저택에서 철골이라도 뜯어올 걸 늦은 감이 있는 후회가 찾아온다.

역시나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 상대. 저택 내부에서 상대한 놈은 검을 썼었는데,이놈은어떤 무기를 사용할까.

소리에 예의주시하며 감각을 넓히는라일은이내 헛웃음을 지었다.

"이런씨발…. 한명으로 안 되니까다구리깐다 이거냐?"

그의 귀에 들려오는 심장 소리는 한 개가 아니었다.

두 개, 세개…. 점차늘어나기 시작하는 심장들이 일으키는 오케스트라에 긴장하며온몸에마나를 둘렀다.

두근,두근.

겹쳐서 울리는 심장들의 개수는 총 열 개.

평야에서 10명의 적, 그것도 투명한 적을 무기도 없이 홀로 상대해야 하는 처지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아니, 혼자는 아닌가. 어깨의 슬라임을 보자 아까보다 활발하게 꿈틀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색깔은 거무칙칙하지만의외로귀엽다는 생각을 하며라일은자세를 잡았다.

1:10이라.키라누에게자랑할 만한 숫자네.

그래, 어디 한 번 와봐.

라일은기합을 내지르며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

[알파 팀과델타 팀이합류했습니다.]

화면에 떠오르는 보고에 인상을 찌푸리는 남자.

분명히 처리되었어야 하는 목표는 버젓이 생존하여 날뛰고 있었고, 임무에 투입된 요원이 역으로 죽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보라도 얻었다면 모를까, 죽은 요원의 보호복으로부터 전해진 정보는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왜곡되어 있었다.

그저 검게 물들은 화면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전부.

후우.

담배를 피우며다음 지침을 내린다.

"임무는 실패했다.알파 팀과델타 팀은발령지로부터 완전히 이탈하도록."

이번 상대는 분명 C급이었지만, 최대 A급까지의 실력을 지녔다는 정보를 산정하여 인원을 배정하였다.

시설뿐만아니라마탑내부의 알력 다툼으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귀중한 정보.

일반마법사들에게조차인정받는타가할린이라는존재는 분명 누군가에게는 앞길을 이끌어주는 등불이자 희망이었다.

그 말은 다른 이들에게는 아주 거슬리는 방해물이라는 뜻이고.

그녀가 직접마탑으로받아들인 목표, `사슴`.

그녀를 견제하려는마탑내부의 움직임과 더불어 166과 관련하여 위쪽으로부터 찍힌 그는 분명 운이 지지리도 없는 존재임이 분명했다.

뭐, 지금 상황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임무에 실패한 이상 그를 처리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준 S급이라고 하지만, S급에서 어쩌면 최대 EX등급까지도 생각해야 할 수도있기 때문에더욱골치가 아팠다.

심지까지타들어 간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끈 그는 화면을 살펴보았다.

미로처럼 갈라진 통로 사이로 움직이는 파란 점들.

알파 팀과델타 팀은분명 빠른 속도로 이탈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가. 그 감정의 원천이 되는 붉은 점, 목표의 위치를 살펴본다.

알파­2가 사망한 광장에 여전히 존재하는 점.

움직이지 않지만, 분명 통제를 빼앗아 만들어낸 거대한마법진은발동하였다. 그 효과를 알 수가 없을 뿐.

분석팀뿐만아니라마탑에도관리 개체와 관련된마법진이라고전달하여 분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정보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이전까지 전혀 기록되지 않은 새로운 마법.

마탑이야그 지식에 열광하며 연구하고 있었지만, 그 마법이 C급요원에게서 나온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인재를 발굴해낸타가할린의혜안에 감탄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그녀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자들이 늘어날까.

지도 곳곳에 퍼져 있는 노란색 점들이 보인다.

수십 개의점들이분산되어 있는모습. 두 장소에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은 옅은 색의 붉은색 점들.

하나는 분명 사슴의 친우로 불리는 존재겠지. 사슴과는 달리 166과 접촉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임무도 발령받지 않은 자.

얌전히 있으면 건드리지 않는데, 그러게 왜마탑에들어갔나.

10개의 점이둘러싸고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교전 중이라는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얌전히 있어도 죽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니 어쩌면 목표의 판단이 옳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한 점.

수십 개의점 대부분이 몰려 있는 그 장소는 분명 이번 임무에 영향을 준 반란의 핵심이겠지.

임무를수행함에 있어편하게 만들어 준 사건을 일으켰기에 감사한 마음을 느꼈지만, 현재 보이는 암울한 결과에 따라 절로 안 좋은 감정이 들게 된 상대.

No.245에서 일하는 여성 요원, 이사벨라.

분명, 기록에는 몇 년 전에 사망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는 그녀가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일까.

그는 화면에 띄운 기록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D급 요원, 이사벨라. 245의 폭주에 휩쓸려 사망.

사인은 245­B에 영향받은 245­C에게 사지가 뜯겨 나감.

이후 폭주가 진정되었을 때245­A와 B 모두 우울한 경향을 보임.』

정보 조작이 일어나지 않은 확실한 사망 판정.

관리 개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친밀하게 지냈다는 기록에 따라 시설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인물이기에 정보 조작이 일어날 수 있는 틈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존재하는 이사벨라라는 인물은 어떻게된 걸까.

고민하던그는 이내 상념을 털어버렸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임무에 실패하였고, 그 뒤처리를해야 하는입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호기심을 채울 시간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정보가없었음에도 불구하고결과적으로는 실패했으니 위로부터 까일 것이 분명할 터.

그 꽉 막힌 놈들을 상대할 생각을 하니벌써부터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래서 담배를 못 끊지.마력초같은걸로는 충족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새로운 담배를 꺼내고 불을 붙여 피운다.

시말서쓰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한 그는 알 수 없었다.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에 가려진 화면에서는 붉은 점이 명멸하고 있었다. 폭풍 전의 고요처럼.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