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9. 쌍둥이와 곰인형 (6)
* * *
47.
무너지는 바닥. 사방에서 들려오는 폭발음.
걸음을 내딛는 순간, 발밑에 마나를 모으고, 방출한다.
부서지는 바닥의 조각을걷어차면서그 반동으로 높이뛰어오른다. 그렇게 다음 조각을 딛고, 다시 찬다.
마치 쏘아진 화살이 된 것처럼 쏜살같이 나아간다.
저 앞에는키라누가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플라이 마법은 또 언제 배웠데?
몸에쉴드를두르고 떨어지는 조각은 모조리 분쇄하며 일직선으로 날아가고 있다.
저건 좀 부럽네.
머리 위로 떨어지는 천장 조각을 대충 팔을 휘두르며 분쇄한다. 부서진 파편이 몸을 스쳐 지나가지만, 얇게 두른마나의막을 뚫지 못한다.
조금 더 요령이 생긴다면 마법사처럼쉴드로두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최우선 목표는 No.245다.
갑작스럽게 14명이 죽었던 사건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나?
저택이 갑자기 `우연히` 무너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것도 그와키라누가방을 떠나고 나서 일어난 것이면 더욱.
분명, 배신자가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사벨라. 아무래도언데드의본능이라는 것은몬스터의본능보다 더욱 강한것이다 보니초인적인 인내력이 아닌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이 사고에 휩쓸려도 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더욱 의심이 간다.
또 다른 의심은 라일락이라는 안드로이드. 어떤 대화도, 반응도 보이지 않은 모습이수상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녀를 제작한 박사라는 인물 또한 관련이 있을 수도.
마지막은 당연한 의심, 시설의 자작극이다.
시설에서 정보를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널리알려져 있는사실.
분명, 그숨겨져 있는사실에 무언가 있을 수도 있다.인신공양이라던가. 일정 주기로 강제로라도 폭주를 시켜야한다든가.
혹은, 그저 이로운 물질을 뽑아내기 위하여 강제로 폭주시키려는 것일 수도 있지. 요원의 목숨보다 더중요시하는것이 관리 개체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니.
단말기를 켜고 통신 채널에 접속한다.
치지지직.
감시실에서 일어난 상황을 정리하고 245의 위치와 특히, 245C의 위치를 전달받아야 하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다.
"감시실, 응답하라. 라일락? 데이비드?"
정적.
배신자는 라일락인가?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내부로부터 통신을 교란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저 멀리서 직행하며 날아가던키라누가우측으로 방향을 꺾더니 바닥으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닥이 무너져서 쌍둥이가 떨어졌나 보군. 그를 도우러 몸을 날리던 도중, 섬뜩한 감각이 들어 재빠르게 몸을 비틀었다.
서걱.
몸의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파편이 무언가에 베이며 반으로 갈라졌다.
검격이라고?
재차 날아오는검격을피하며 위치를 특정한다.우측 상단, 전방 약 50m.이곳에배치된 요원 중에서검격을날릴 정도의 실력자는 없었는데. 알려지지 않았거나,아티팩트의도움이겠지.
회피기동을 하며 상대에게 점점 다가선다.아티팩트의도움을 받는 것이 분명하다. 감각은 그가있어야 할곳을 나타내지만,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마나로눈을강화하자아주 미세하게 일렁거리는 대기를 볼 수 있었다.
시각 교란, 마나 차단, 그리고 원거리 방출까지. 단단하게 무장된 것으로 보아서 저 요원은 분명 진압팀일 것이다.
왜 그를 노리고있는지 모르겠지만, 제압하고 나서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
일단 No.245에 대한 일은키라누에게맡겨둔다.그 녀석실력은믿을 만하고,어차피꼬리를 달고 가봤자 딱히 도움을 주기는 힘들다.
방금 날아온검격은분명하게 살의를 담고 있었으니.
검만 가지고 올 수 있었어도 일이 편해질 텐데. 맨손으로 검사를 제압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방어를 확인해볼까?
라일은마나를 끌어 올리며주먹에 두르고 투명한 상대에게 방출하였다.
콰지지직!
주먹과 상대의 사이에 떨어지는 잔해들이 분쇄되며마나의파동은 목적지에 도달하였지만, 무언가에갈려 나간듯한소리가 들리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역시 방어용아티팩트도두르고 있나.
물리적인 충격은 물론이고 마나를 흩어버리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245는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역시 정보가 잘못되었거나 분명 그를 노리고 착용한아티팩트임이분명하다.
"누구냐? 감시실? 진압팀?"
두근.
전투로 활성화된 감각에는 진압팀에 대해 말한 순간 오르는심박 수를감지할 수 있었다.
그럼 배신자가 진압팀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시실이나 투입된 전담 요원들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는 없다. 어쩌면, 모두가 합심하여 그나키라누를죽이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지.
내부의 정보를 시설에 보고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시설에서명령을 내려그들을 제거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당해줄 생각은 없지만.
아티팩트로방어를 한다면, 부서질때까지두드려주면 된다.
아직까지어느 정도형태를 유지하고 있는저택 일부분을바라보며 계산한다. 그저 베기만 하면 되는 검과는 달리 주먹으로 큰 충격을 주려면 도약이 필요하다.
심화 무술을 배웠다면 모르겠지만, 검사였던 그는권각술은기본적인 것만 배웠을 뿐이다.
따라서 부족한 능력은 신체 능력과마나로채워 넣어야 하는 상태.
계산을 마친라일은먼저 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두 발로 벽을 딛고, 강력하게 마나를 방출하며 돌진한다. 충격파와 함께 벽이 무너지고, 그의 몸은 공중으로날아올랐다.
심장 박동을 쫓는다. 주변의 소음에 묻혀 아주 희미하게 들리지만, 두근거리는 소리를 쫓아 방향을 특정한다.
정체 모를상대 역시 공격을 하지 않고 기척을 숨기고 있다. 하지만 이미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다른 벽에 착지하고, 다시 도약한다.
일부러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위치를 계산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감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C급 정도면아티팩트로넘길 수 있다고생각할 테니.
계산을 끝내고, 공격을 준비한다. 이미 반쯤무너져내린저택에서 발판으로 쓸만한 평평한 부분은 많이 남지 않았다. 단한 번 만에방어를 부수어야 한다.
심장을 자극하여 거센 박동을 일으킨다. 평소보다 강하게 뛰는 심장은 몸의 구석구석까지 피를 순환시킨다. 혈류에 마나를 담고온몸을강화한다.
피가 뜨겁게 끓어오른다. 누군가 보고 있다면, 피부가 서서히 붉어지는 것을 볼 수 있겠지.두근두근두근,미친 듯이뛰는 심장은 혈관을 찢을 듯이 피를 뿜어낸다. 강화된 신체가 그 압력을 버텨내며 힘을 축적한다.
다리를 웅크리고, 발바닥에 힘을 주며 도약한다. 오른쪽 벽. 도착하기 직전, 팔을 뻗어 마나를 방출하고 경로를 강제로 꺾는다.
공중에서 몸을 뒤집으며 등 전체에서 마나를 방출한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가 터져나가며 그의 몸을 더욱 가속한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몸. 충격을 대비하여 피부를 강화한다.
콰지직.
금이 간 목재 바닥이 뚫리며 파편이 허공에 비상한다. 온갖 장식이떨어져 있지만, 아직 덜 파괴된 좁은 복도가발밑으로보인다.
착지함과 동시에 몸을 웅크리고, 도약한다. 좌, 우, 좌, 우. 번갈아가며 벽을 디디며 몸을가속시킨다. 천장 너머 적의 당황한 모습을 감지된다. 자리를 벗어나 도망가기 시작한다. 이미 늦었어.
아래층에서 그 뒤를 쫓는다. 앞을 가로막는 잔해들은 몸으로 받아버리며 강제로 길을 열어낸다.
기척이 점점 가까워진다. 마지막 도약을 준비. 각도를 계산하고, 벽에 착지한 순간, 강력하게 몸을 밀어내며 다시 천장을 뚫고 올라간다.
일직선 앞, 일렁거리는 무언가가 보인다. 그리고 부딪힌다. 그 직전, 온 주먹과 팔에 마나를 두르며강화시키고, 내지른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파편화된 저택의 잔해는 이내 먼지로 변하며 안개같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반발력으로튕겨 나간상대는 저 멀리 복도를 지나 벽에 박혀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있었다.반구체 모양으로 연갈색의 먼지가 허공에서 흘러내리고 있다.
살짝 부족했나. 그래도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지는 못했는지, 상대는 비틀거리고 있지만 제대로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다.
자, 누구인지 살펴볼까. 빠르게 다가가자 조금씩 벽 밖으로 나오는 구체를 볼 수 있었지만, 결국 완전히 빠져나오지는 못하였다.
뼈가 좀 부러지긴했을것이다. 뭐, 돌아가서치유받으면되겠지만.
먼지 구에 도달하고, 한쪽 발을들어 올려발로 거세게 밟는다.
콰직!
완벽하게 벽에 박힌 모습을 확인한 뒤에 방어막을 부스는 작업에 들어간다.
발로 마나를 방출하며 내부에 그대로 내뿜는다. 안과 밖 모두마나로감싼 뒤에 진동을 일으켜 공명하게 한다.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함께보호막이 부서지고, 마침내 상대의 얼굴이드러나...지않네.
전신을 감싸고 있는 보호복.아티팩트들이박혀 반짝이고 있는 보호복은 얼굴까지 투구로 가리고 있다. 일부분이 찢어져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아하니 아까의 충격은 버티지 못한듯했다.
검을 뺏어서 사용하려고 했건만, 축 늘어진 팔 옆에 조각조각 갈라진 검의 파편들이 보였다.
크게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크게 다친 것 같다. 뭐, 만약에 죽는다면 시체 정도는 수습해줄 수 있다. 목숨을 노렸으면 잃을 각오도 되어 있어야지. 같은 요원이라고 자비를 베풀어줄 이유는 없다.
"그래서, 왜 공격한 거지?"
그와키라누가그저 말려들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대놓고 노린 감이 있다. 그저 테러를 일으킬 계획이었다면 그와키라누가도착하기 전에해야 했으니. 증원으로 C급 요원이 도착하는 것을 알고도 기다린 것은 당연히 어떤 의도가 있음이 분명하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죽은 척이라도 하나? 아직 심장은 울리고 있으니 죽은 것은 아니고.
퍽.
머리를 발로 걷어찬 뒤에 쓰러진 상대에 다가가양손으로투구를 잡는다. 손가락으로 마나를 주입하자 투구 내부로 파고드는 감촉이 느껴진다. 손을 움켜쥐고,양쪽으로당긴다.
으직.으지지지직!
발을 벽에 박아넣어 지탱한 뒤에 온 힘을 다해양쪽으로잡아당긴다. 근육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들지만, 통증은이내 잦아들며 청량한 느낌으로 변한다. 결국, 투구는장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잡아뜯겨진다.
마침내 드러나는 얼굴은,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교대할 때에얼굴이 어둡던 요원. 분명히 진압팀은 아니었는데. 창백한 얼굴과 반쯤 풀린 눈을 보아하니 생각보다 피를 많이 흘린 것 같다. 내알 바냐.
얼굴을 손바닥으로몇 번치자 조금은 초점이 돌아온 눈이 보인다. 뒤지더라도 알려줄 건 알려주고 가야지 않겠어?
"왜. 공격한 거지?"
퉤엣.
피가 섞인 침을 뱉지만, 가볍게 고개를 꺾어 피한다.씹새끼가?
"배신자새끼주제에 기개 있는척 하냐?"
"크윽."
발로 걷어차자 피를 흘리며 신음성을 뱉는다.
이 새끼가 죽기 전에 어떻게 해야 말을 열까 고민하던 도중, 스스로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뭘 안다고지껄이는 거지. 그리고 이미 늦었다! 사제가 파견되었으니 그 망할 년은 드디어 죽었을 테고! 이 빌어먹을 곳도 이제는 끝이다! 다 죽는 거야! 모조리!크핫하하하하하!"
이내미친 듯이웃음을 터뜨리는 요원.
광기가 번들거리는 눈을 보아하니이놈은이미글러 먹었네.마무리하고자리를 옮기려는 순간, 웃고 있던 놈이 몸을 반쯤 일으켜 팔을 붙잡았다.
"어딜가는 거냐? 넌 나와 함께 지옥으로 가야겠어!"
빠르게 팔을 빼려했지만, 그의팔을 굳세게 쥔손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손목에서 보석이 반짝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또아티팩트…?
라일은자신과 쓰러진 진압팀의 요원을 감싸기 시작한 보호막을 보며 의문을 느꼈다. 이게무슨…. 설마?
씨익.
"저택을 폭발시킨 것이 누굴까?"
비틀린 미소를 짓는 요원. 그가 입고 있는 방호복이 어마어마한 빛을 내기 시작하며.
콰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겨우겨우 그들을 지탱하던 벽이 무너지며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
폭음이 들리자마자키라누는마나서클을회전시키며 쏜살같이 몸을 날렸다.
아이들을지켜야 해.
사방에 폭음이 울리며 무너지고 있는 저택의 모습은 비현실적이기도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며 놀고 있던 장소가 전쟁터의 한복판처럼 변화해간다.
콰앙!
그의 근방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날아오지만, 미리캐스팅해둔쉴드를뚫지 못하고튕겨 나간다.
잠시 쉬기 위해 나왔던 길은 어느새 대부분이 무너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괴되는 중이었다.그런데도알아볼 수 있는 지표들을 확인하며 아이들과 있던 방으로 되돌아간다.
벽에 걸린 그림. 화분. 카메라가 있던 장식. 다 왔다!
우측으로 방향을 꺾자 반파된 문과 무너진 방의 모습이 보인다. 더욱 급해진 마음을 최대한 가라앉히며키라누는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몸을 날렸다.
쌍둥이들은 관리 개체. 분명, 죽지 않을 것이다. 보고서엔 뭐라고 적혀 있더라. 기억해보려 하지만 혼란스럽고 급한 마음은 집중력을 손쉽게 흩어버린다.
바닥에 뚫린 구멍은 한 층만 뚫린 것이아닌 게분명했다.무저갱처럼어둡고 먼 바닥이 보이는 것을 보아하니 저택이 상하로 통째로 관통당한듯하다.
정신을 집중하여마나의파장을 사방으로 내뿜는다.
마나가 사물에 부딪히고 반사되며 대략적인 약도를 그려낸다. 생물의기척은…. 1개, 감지된다.
총 5명의 인원. 두 쌍둥이는 탐지할 수 없다.라일의단말기로부터 울린 단말마는 분명 그가 죽었음을 암시하였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2명.
그중 하나는탐지가 불가능. 그렇다면 지금 감지되는 기척이 아마라일과대화를 나누던놈 중하나겠지.
일단 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날아간다. 그의 단말기는 아이들에게 구경하라고 던져주어서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 구하러 가는 놈에게 단말기를 받고라일과감시실에 연락을 넣어야지.
요원들을 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쌍둥이들이 분명 폭주할가능성이 크다. 그녀가 무언가 해줄 수도 있지만, 인형은 아이들의 기분과는상관없이정해진 단계에 따라 사라지니 확신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
저 멀리에 무너진 건물의 잔해 밑으로부터 마나 반응이 느껴진다. 떨어진 천장에 갇혀버린 것인가.
"레비테이션."
부유 마법을 캐스팅하여 잔해들을 공중으로 띄운다. 166과의 접촉 이후 강화된마나는그가 잔해더미를 모두 띄우고 치우는 작업도 여유롭게 시행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잔해가 드러나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요원의 모습이 보인다.
관통상.
잔해가 아닌, 무기로 인한 관통상이 몸 곳곳에 보인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계획된 습격? 노리는 대상은 누구? 목적은 폭주? 제압?
온갖 질문이 떠오르고 해답을 추리해나가며 황급하게 다가간다.
미약한 숨을 내뱉고 있는 요원은 살아는 있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처럼 보였다.
급하게아공간에서회복포션을꺼내 든다.마탑에소속되며 배운아공간마법. 그는 위기 상황을 대비하여 음식과 각종포션,아티팩트들을저장해 놓았다.
포션의뚜껑을 따고 요원을 마법으로 공중에 띄운 뒤에포션을마시게 한다.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하며 요원이 기침을 내뱉기 시작한다.다행히죽지는않….
그 순간, 기침에 피가 섞이기 시작하며 아물어가던 상처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다. 뭐지?
"쿨럭,쿨럭.소용없습니다. 독과신성력이섞여 있는상처입니다.포션으로치유할 수 없도록신성력으로상처를 `회복된 상태`로 고정해두었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키라누가흠칫 놀란다. 상처의 고정. 생체 회복능력이 주특기인 개체를 제압할 때에 사제들이 사용하는 방법인데, 인간에게 사용할 줄이야. 상대에는 고위 사제도섞여 있구나.
"무엇보다도 저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어서 그들을 쫓아야,쿨럭, 합니다! 바닥을 따라가시면 진,쿨럭쿨럭, 진압팀이 다니는 지하 통로가 있습니다. 진압팀이 습격했습니다! 쌍둥이는 괜찮으니, 그, 그녀를구해야…. 부,부탁…."
쿨럭거리며 빠르게 설명을 이어나가던 요원의 팔이 축 늘어졌다. 마나가 그의 몸으로부터 주변으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것을 감지한다.
죽었네.
키라누는아직 눈을 뜨고 있는 요원의 눈을 닫아주었다.
여전히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폭음과 흔들리는 저택. 분명, 이번 습격은 계획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와라일을노린 함정인지, 저 요원의 설명대로 배신자가 일으킨 반란인지, 혹은 다른 목적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정보가 부족하다.
하지만,키라누는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설령, 상대가 이름도 없이 숫자로 불리는 관리 개체일 뿐이더라도.
어린아이를건드리는 것은 용서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근원으로부터 그를 괴롭히는 기억이자 죄책감이었고.
그의 역린이었다.
심장의마나 서클을회전시키자 5개의 고리가 빠르게 회전하며 주변 마나를 태풍의 핵처럼 끌어들였다.
우우웅,우웅!
공기가 짙은 마나에 떨리며 그의 눈처럼 푸르게 물들기 시작하였다. 거대한마나의폭풍이키라누의몸을 감싸고 회전을 하며 주위를초토화했다.
마침내 폭풍이가라앉았을 때.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방에는 침잠된 표정의키라누의호흡과 그의 심장을 회전하는 6개의 고리가 일으키는 공명음만이울려 퍼졌다.
중얼거리며 캐스팅을 시작한 그를 중심으로 푸른마법진여러 개가겹쳐지며 그의 몸을 원기둥의 형태로 감싸고.
"텔레포트."
영창과 함께 방에서 그의 존재가 사라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