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했더니 촉수괴물-46화 (46/74)

〈 46화 〉 9. 쌍둥이와 곰인형 (4)

* * *

45.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데이비드,정신차려. 데이비드! 어이!"

붉게 튄 피. 부서진 화면.

흐릿해지는 시야 가운데 기계음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데이비드는 눈을 감았다.

아.그러고 보니뭘 전달해달라고 부탁받았던 것같은데….

검은 장막이 드리우며 생각은 정지한다.

***

"그래서, 직접 보고 싶다고요?"

"그래. 예비 인원이기는 하지만, 역시어느 정도직접 마주해봐야 확실하게 할 수 있겠지."

홀린 듯이 화면을 바라보던키라누가투입된 두 요원이 새로운 요원이돌아왔을 때한 말.

기존에 교대하러왔던 인원은 아주 반가워하며키라누의합류를 환영하였고, 덕분에라일은같이 휩쓸려 쌍둥이를 보러 가는 일이 되어버렸다.

쌍둥이 관리 인력은 분명 2명이 전담을 맡는 것이었는데. 막상 와보니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교대로 번갈아가는 2명의 인원과 24시간 내내 같이 살고 취침까지 하는 요원이 1명.

지금은 심지어 추가로 요원 2명이 투입되어 무려 5명이나 동시에 투입되는 상황이 되었다.

요원들에게 듣기로는 사람이 많아도상관없다고하지만, 과연.

라일은불안한 마음을 감추고키라누를쳐다보았다.

저새끼 때문에괜히 사서 고생하게됐네.

평소라면 따지고 들었겠지만, 묘한 표정을 짓고 다시금 조용해진키라누의모습을 보고서 말을 걸 수는 없었다.

쌍둥이를 보면서 가족이라도 떠올랐나?

그러고 보니시설 밖의삶에 관해서 얘기를나눈 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애초에 그런 얘기를 꺼내지 않는 암묵적인규칙 같은것이 있기도 하지만.

키라누와는그래도 꽤 오랜 시간을보냈으니딱히 얘기를 꺼내봐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요원은 시설에 갇히다시피 살게 되고, 정말 휴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온갖 감시와 제약이 걸려서 쉽게 이루어질 수 없었고.

그나마 시설 내부에 온 가족이 일하는 경우라면 다행이었지만, 바깥에 가족이나 친지를 두고 온 사람들은 힘들어할 수밖에 없었다.

신기하게 여겼었던 점은그럼에도 불구하고개선 요청이 없었다는 것.

그동안은 위에서묵살시켰겠지생각했지만, 아마 기억을 조작해서 잊게 하거나 감정을 제거하는 등조치를 취한것이겠지.

라일 또한 연기에 실패한다면 같은 신세가 될 수도 있었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키라누에게그런 내용에 대하여 말을 걸면 들키겠지.

시설은 그와키라누가청소하며 은밀하게 나눈 내용도 모조리 알고 있었다. 도대체 장막을 뚫고 어떻게 엿들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잘 모르는 관리 개체라도 사용했겠지.

시설에 관리되고 있는 개체는수백 개나존재하고, 그 개체들이 가진 다양한 특성을 모두 아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수백 개가있다는 말도 거짓말일 수도 있다. 결국, 직접확인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정보는 분명 자유롭게 열려있지만, 완벽하게 믿을 수가 없는 것이 문제.

그의 넓은 인맥 중 한 명이 말한 것으로는 공개된 관리 개체정보 중에서더미 정보가 풀린 것도 있다고 하니 말 다한 것이다.

키라누가커뮤니티에서 검열되기 전의 글 중 재밌는 것들은 공유해줬기에 잘 알 수 있었다.

커뮤질에미친 새끼.

초 단위로검열된 글조차 보여준 적이 있으니 얼마나 오랫동안요원넷에살고 있는지 알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놈이몇 시간이나화면만 보고 있으니 걱정을안 할수가 없다.

꼬추새끼걱정을해야 되는것이존나게화가 나지만.

여자친구…. 제일걱정이 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에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그녀도 분명 기억을 조작당했을 것이 분명하기에 접촉을 시도할 수도 없고.

어쩌면남자친구가존재했다는 기억조차 모두 잃었을 수도 있다.

후. 진정하자, 진정해.

세 요원. 연구원. 시설. 모조리 지옥에 떨어뜨리기전까지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

리리스여신님조차관련돼있는듯하니 더더욱.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라일과키라누는다른 요원들과 함께 저택에 도착하였다.

거대한 저택.

분명 한참 전에 정문에 들어섰는데, 본 저택에 도착할때까지시간이 얼마나 걸린 걸까.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도로를 보며 황당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여기는 얼마나 넓은 건가?"

"부지는 가로세로 약4,500m정도될 겁니다. 245­C의 이동 거리에 맞추어서 지어졌지요."

"쌍둥이의 설명을 듣고 지은 것도 있지만요. 그 `귀족의 기억`에 따르면 실제 저택과 부지도 이 정도의 크기를자랑했다고합니다."

이런 미친.

그 또한 귀족의 삶을 알았지만, 이 정도의 규모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왕궁의 부지도 이 정도로 넓지는 않을 것이다.

제국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천년제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지금은 훨씬오랫동안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수천년제국은 어감이 이상하지 않는가?

만년이 되면 만년제국으로 불리겠지.

설에 따르면수만 년이나존재했다고도 하는데,찌라시는믿으면 안 된다. 출처가키라누이면더더욱.

부지의 넓이에도 놀랐지만, 저택에 도착하여 문이 열리자 다시 한 번 놀랐다.

귀족의 여식들이 읽는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웅장한 광경.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천장에 달린 거대한 샹들리에가 가장 눈에 띄었다.

온갖 화려한 색의 수정으로 이루어진 샹들리에는 사람의 몇 배나 되는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수정 맞겠지?저것이모두 보석이라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가격을 지닐 것이다.

요원들에게는 의미가 없지만.

보석쯤이야 시설에서 찍어내듯이 생산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식품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장인이 손수 깎은 나무조각상 같은것이 더 비싼 선물이 된 비정상적인 구조.

바깥의 세계에 나간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기억을 재현했다고 하니 귀족으로서의 기억은 터무니없는 부자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나아갔다.

붉은 융단이 깔린 계단을 따라 두 층을 올랐을까, 끝없이 긴 복도가 보였다.

"여기 청소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이 정도 크기면 수십 명이관리해야 할것 같은 데."

"마법으로 저절로 청소되는 건물입니다."

"마법은 위대하지."

첫 마디가 그거냐. 하여튼마법쟁이아니랄까 봐.

이런 거대한 저택도 자동으로 청소하는 마법을 두고 시설은 왜일일이수동으로 청소하게하는지 모르겠지만.

시설의악습 같은거겠지 뭐.윗대가리들이상식이 없는미친놈들로이루어졌다는 것은 상식이다.

온갖 그림이 걸려있고 화분과 장식들이전시되어 있는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그림이 보이길래 주변을 살펴보자 반대편그림으로부터아주 미약한 마력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옛날이라면 감지하지 못했을 정보를 얻었기에 나름 자랑스러운 마음으로키라누를보았다.

"카메라가설치된그림이군."

쳇. 마법사니 당연히 감지했겠지.

그 말을 들은 요원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저택의 장식이나그림 등에카메라가 대부분 숨어 있지요. 카메라가 없다면 관리가 아주 힘들어질 겁니다."

키라누또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림을 쳐다보았다.

뭔데 진짜. 너 캐릭터 너무 바뀐 것 아니냐?

그렇게 길을 걸어가니 마침내 한 방에 도착하였다.

내부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고, 풀렸던 몸에 바짝 긴장감이 들었다.

드디어 만나는구나. No.245. 쌍둥이와곰 인형.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두드리자 성숙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내 같이 온 요원 중 하나가라일과키라누를한 번씩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달칵.끼리릭.

이내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자마자 기겁하였다.

"와아아아! 요원아저찌다!"

"아저씨! 아저씨! 이거, 이거 봐요!"

자그마한 금빛 머리들이도도도도달려와서 앞서 들어간 요원들의 바지를 붙잡고 소리를 지르는 광경에라일은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관리개체...라고?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에 당황한 그는 정신을 차리자 두 쌍둥이가 자신의 허리 아래에서 그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욱 기겁하였다.

똘망똘망한푸른 눈은 호기심과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고, 어떤 악의도 담기지 않은 순수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어…. 뭐라고해야 하지?

어린아이들은라일에게있어서는 매우 어색한 상대였다.

그의 커다란 키와 덩치를 보고 위압감을 느끼는 것인지 그를 보자마자 울어대는 아이들이 태반, 그의 시선으로부터 숨는 아이들이 절반이었기에 대화를 나눈 경험 자체가손가락에 꼽혔다.

그렇기에 이렇게 그에게 다가온 아이들은 더더욱 대하기 힘들었다.

무언가를 기대하며 그를올려다보고있는 쌍둥이.

휘두르기에 딱 좋은키구나 라는생각을 하며 어색한 인사를 건네었다.

"아...안녕?"

시부럴. 목소리가 떨렸다.키라누새끼가놀려대려나.

아이들과 눈을 제대로 마주칠 수가 없어서키라누를쳐다보자 아이들에게 눈이 고정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와아아아! 곰아저찌!"

"곰! 곰! 곰!"

아. 그래서 좋아하는 건가. 그나마 이해가 가는 이유라 다행일까. 어떻게해야 할지는전혀 모르겠지만.

멀뚱멀뚱 쌍둥이를 쳐다보고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싱글벙글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키라누에게가면 편할 텐데, 이 쌍둥이들은 그에게애착감이라도느꼈는지 어느새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자, 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해야 한다고했지?"

"안냐세요!"

"안냐세요!"

문 너머로 들렸던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두 쌍둥이는 목소리를 듣자 꾸벅 몸을 숙이며 그에게 인사하였다.

귀엽긴 귀엽네.

"이번에 새로 오신 분들이죠?"

쌍둥이랑 같이 거주하며 산다는 요원인가. 보라색 장발의 머리가 찰랑거리는 미모의 요원이었다.

나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젊어 보이는 외모라 조금은 놀랐다.

뭐, 시설에서 외모로 나이를 추측할 수는 없겠지만.

"반갑습니다.라일이라고합니다."

"키라누입니다."

"와!라일아찌!라일아찌!"

"곰! 곰! 곰!"

아 제발.키라누에게달라붙으면 안 될까?

관리 개체의 생김새에 속으면 안 된다고는 하지만, 245는 무시할 수가 없는 성질의 것이다. 심지어 성격마저인간 같으니더욱.

이씨발키라누새꺄. 그렇게좋아라 했으면좀 데리고 가라.존나우물쭈물대네.

키라누에게욕이라도 날려주고싶었지만, 쌍둥이들이있으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어떤 말을 해도 되고 안되는지조차모르니 최대한 대화를 줄이고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같이 온 두 요원은 아이들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보자마자방구석으로도망가서 잡담하고 있었다. 아니, 이 새끼들이?

"애들이라일님을엄청좋아하네요. 낯을 가리는 편인데 이렇게 친밀하게 구는 것은 처음 보네요."

"하하, 그렇군요."

사근사근한 말투를 쓰는 것이 이토록 불편할 수가 없다.그러고 보니임무가 맞지 않는 사람은 정말 힘들다고 했지. 그게 이런 것을 의미한 것인가.

시설에서 겪을 줄은상상도 못 한일들을 마주하자 어안이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일들은 마치바깥세상에서보육원이나고아원에서나볼 수 있는 광경이니.

"곰아찌! 곰아찌!놀아주떼요!"

"어떻게 하면 곰 아저씨만큼 커질 수 있나요?"

곰 인형을 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놀아달라고 떼쓰는 소녀. 기대감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는 소년.

후우. 5분도 지나지 않았을 테지만 벌써 3시간은 지낸 것 같은 기분이다.

"곰 아저씨처럼 커지려면, 음식을 잘 먹고 지내야 해. 고기도 많이 먹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동이지.운동을 하면곰처럼 될 수 있단다."

그래도 대답을 해줄 수 있으니 다행이네. 말한내용 중에전하면 안 되는 내용은 없겠지? 음식을 먹지 않는 다던가.

흘깃 여성 요원을 쳐다보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니,웃는 게아니라 좀 도와달라고.

"저는 음식 잘 먹어요!야채는맛없지만요. 운동도잘해요! 이거 보세요!"

다다다다.

폴짝폴짝 제자리에서 뛰기도 하고, 방 내부를 돌아다니며 달리는 소년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래도 기본부터가르쳐야겠구먼. 나이가 적다거나 개체인 것은상관없지. 근육은 진리니까.

"곰 아저씨가 운동하는 방법 알려줄까?"

"네!네!! 네! 알려주세요!"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소년을 보며 겨우 미소를 짓던 도중, 이변이 발생하였다.

"흑, 흑.우에에에엥!"

소녀가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하였다.

아 신이시여. 제발.

여성 요원이 황급하게 소녀에게 다가간다.

"어머머,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울고 있니?"

"흑, 훌쩍, 고, 곰아저찌가. 훌쩍. 안 놀아줘요!"

"착하지, 착해. 곰 아저씨는 오라버니랑 놀아주고 있단다. 자, 언니랑 놀자?"

"곰아저찌이이이으아아앙!"

그녀가 달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본 소년도안절부절못한표정을 짓고 있었다.

씨발.

시작부터좆 된거냐?

여성 요원이 소녀를 껴안고 등을 토닥이고 있을 때, 방에 들어온 뒤에 조용히 있던키라누가움직임을 보였다.

"이거 한 번 보겠니?"

화륵.

소녀의 정면으로 나아가 쭈그려 앉은키라누는집게손가락을세워 자그마한 불꽃을 피웠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소녀의 눈에 호기심이 깃들기 시작하며 떨림이 멈추었다.

화륵,화륵.

작고 동그란 불꽃은 춤을 추듯이키라누의손가락 사이를 누비기 시작하였고, 어느새 자리에 앉아 멍하게 불꽃을 보는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아, 소년도 갔네. 근육보다 마법에 홀리다니이럴 수가.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놀리며 불꽃의 구슬을 조종하는키라누는점점 빠르게 구슬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어느새 그 현란한 공연을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다.

붉은 불꽃은 어느 순간부터 다양한 색깔로 빛나면서 반짝이기시작했고, 오색찬란한 빛을 뿌리던 구슬은 마침내키라누가주먹을 쥐며 사라졌다.

펑!

그리고 그가손을 펴자빛으로 이루어진곰 인형과기사가 춤추는 광경이 보이고, 이내 가루로 흩날리며 사라졌다.

저건 좀쩌는데?

자그마한 공연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서 쌍둥이를 보고 우아하게 인사하는키라누.

잠시 정적이 흐르고.

짝짝짝짝짝.

"와아아아아아! 마법사아찌! 마법사아찌!"

"기사! 기사! 봤어? 봤어? 기사가 춤추고 있었어!"

"곰도있엇쪄! 곰! 곰!"

소년과 소녀는 박수를 치며 신나게 떠들었고, 여성 요원이나 구석의두 요원도미소를 지으며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키라누의마술 쇼는 끝나지 않은 것인지, 조심스럽게 두 쌍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그는 이번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꽃과 검을 쌍둥이에게 나누어주었다.

"차가울 테니, 조심하렴?"

우욱,씹.

키라누저 새끼가 저런 말투를 쓸 수 있을 줄은 상상도못했는데.

"차가! 차가!"

"엄청차가워요!"

차갑다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작은 얼음 모형을 손에 올려두고 보고 있는 쌍둥이들.

하지만 따뜻한 체온에 얼음이 녹기 시작하며 조금씩 형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런시부럴. 또우는 거아니야?

물론, 우리의 광대키라누는준비가 되어 있었다.

얼음 모형이 녹아내리며 손바닥에 고이기 시작한 물방울들이 허공에 뭉치기 시작하였고, 얼음 모형들 또한 완벽하게 물로 녹아내려 합류하였다.

공중에서찰랑거리는머리 크기의 물의 공은 이내 다양하게 형태를 변화하며 움직였다.

검을 휘두르는 기사. 춤을 추는 공주.

서로마주 잡은손.

거대한 용.브레스를뿜는 용. 방패로 막아내는 기사. 검을 꽂는 기사.

공주와 함께 춤을 추는 기사.

순식간에 일어난 물의연극 또한키라누가주먹을 쥐자 사라졌다.

이 새끼 진짜쩌는데? 솔직히 이런 수준의 마법을 보여줄 줄은 몰랐다. 심지어 공격 마법도 아니고.

"와아아아아!"

"드래곤슬레이어다! 누나, 누나! 기사가 용을 쓰러뜨렸어요!"

"맞아 맞아. 자,두 명 다멋진 공연을 보여주신 아저씨에게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두 쌍둥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맞잡고 몸을 숙였다.

"감사합니댜!"

"감사합니다!"

그들이 잠깐 인사를 전하고 있는 순간에라일은키라누에게마나로몰래 말을 걸었다.

[와, 너 왜 이렇게잘하냐? 그키라누가어린 애들을 돌본다고?]

솔직히 평소의 태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광경에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공연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밖이었으면 극단에 소속할 수도 있는 마법 실력이다.

무언가 거칠게 반박할 줄 알았지만,키라누는그저 은은한 미소만을 짓고 있었다.

[그냥…. 좀경험이 있을 뿐이다.별것없다.]

라일과키라누와쌍둥이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주 긍정적인 반응과 호의를끌어내면서.

...

...

...

[시뮬레이션 종료.]

"실험은 계속 진행 하도록."

[속행하겠습니다.]

네 명의인간과 그 외 넷의 모습이 보이는 감시실.

부서진 화면들 가운데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광경을 무표정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여인.

그녀는 홀로 감시실을 지키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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