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9. 쌍둥이와 곰인형 (3)
* * *
44.
감시실에서 시간을보낸 지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게이트의 문이 열리면서 두 요원이걸어 나왔다.
"교대 시간입니다. 잘부탁드려요."
"그래."
"들어가서 푹 쉬고."
지친 표정의 요원들이 나와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고 의문이 생긴라일이물어보았다.
"쌍둥이는 전속으로 두 명이 담당하는 것 아니었나?하루 종일달라붙어 있어야 하는 것으로 들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지친 표정의 요원 두 명이 못 들을 내용을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였다.
"시설에서야 효율이니 뭐니 하면서 그렇게 명령했죠. 아마 정보도 그렇게 적어놨을 거고. 원래 탁상공론 하는 놈들이 다 그렇잖아요?"
"수정 요청을올린 지한참 됐는데 아직도 안바뀌었나 봐요?"
두 요원의 말을 듣자 의문이 더욱 생기게 되었다.
"정신적으로 갉아먹는 파장이라도 내뿜나? 아니면 육체적인 고통?"
두 요원은 그저 지친 표정을 하며라일이들어온 게이트를 향해 나아갔다.
"둘 다맞다고할 수있겠네요…."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솔직히 등급에 비하면 관리가 쉽긴 쉽습니다. 단지 어마어마하게 지칠 뿐이지."
이내 강렬한 빛과 함께 두 요원이 사라졌고, 교대를 위해 준비하는 다른 요원들에게 이어서 물어보았다.
"저게 무슨 말이지?"
"뭐, 그냥 애새끼 돌보는 거랑 같은 거죠."
"그것도 지치지도 않고끊임없이달라붙는녀석들을…."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스멀스멀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걸까? 시설의 명령을 어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요원들의 태도.
관리가 쉽다고 하면서 휘청거릴 정도로 지친 표정을 짓던 요원들.
지금눈앞의요원들도 몸을 떨고있지 않은가. 그들의 표정 역시 불안감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데. 결국, 관리가쉬운 건가 어려운 건가?"
게이트에 들어선 두 요원이 이동 명령을 내렸고, 빛의 입자로 변하며 사라지는 그들은 마지막으로 말을 남겼다.
"그건…. 직접해보셔야 알 겁니다."
"적성에 맞는 사람은 편하지만, 아닌사람은…. 뭐, 행운을 빌도록 하죠. 애들을 좋아하시길 바랍니다."
라일을사라진 두 요원을 보며 툴툴댔다.
"이런시부럴여기 요원들은 다 수수께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나?"
그에게 처음 임무를 설명해주던 젊은 요원, 데이비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하였다.
"반쯤은 놀리는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아무래도 지쳐서 그런 거에요. 쌍둥이를 관리한다는 작업은 꽤 지치거든요."
라일은이 모든 상황이 일어나는 동안의외로조용히 화면을 지켜보고 있는키라누를보았다.
저놈은웬일로조용하게 있데? 분명 지랄병을 떨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는데 대화가 끝난 뒤로부터 그저 화면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라일은키라누의어깨에 팔을 얹으며 말을 걸었다.
"어이키라누새끼. 뭘 그리 조용하게 있나? 그 사건 겪고 언어 능력이반 토막 나기라도했냐?
"뭐래 병신아."
대답은키라누답게좆같았지만, 그 목소리가 밝지만은 않게 들렸다.
"화면에꿀 발라놨냐?못 박힌 듯이쳐다보고만 있네."
키라누의시선을 강탈한 화면을 바라보자 두 명의 쌍둥이가 한 요원과 뛰어놀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시설의 온갖 기괴한 괴물들과 달리 평화롭고 평범하게 보이는 광경. 정신적인힐링이라도받으려고 하는 것인가.
라일 역시 조용하게 쌍둥이들을 바라보자 조금 전에 게이트를 통과하였던 두 요원이 합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던 것과는 달리 그들은 미소를 가득 지으며 쌍둥이에게 말을 걸었고, 이내꺄르륵거리며놀이에 참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소리가 들리지 않는 데. 무슨 이유지?"
"음, 감시자와 전담자의차이 때문에그런 걸까요?"
데이비드 역시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두 요원과 함께 자리에 서서 화면을 지켜보았다. 다른 요원처럼 의자에 앉아도될 텐데.
그들이 방에 찾아온 시점부터 의자에 앉아 대화에 참가하지도 않고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던 요원은 여전히 같은 자세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새로운 곳에 투입되면 의문이생길 수밖에 없지만, 요원들에 대한 의문이 이토록 자주 생기는 일은 처음이네.
혹여라도들릴까 봐조용히 귓속말로 물어보았다.
"저 요원은 뭐지? 아까 전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아무리 요원이어도 저렇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임무를 하는 사람은 처음 보는데. 설마 잠을 자고 있나?"
질문을 듣자 데이비드는 자그마한 미소를 지었다.
"절대 아닙니다. 라일락 요원은 잠을 자지 않아도 돼요."
"시설에서는 드디어 잠을 제거하는 약을 개발한 거냐?"
"아뇨아뇨,그럴 리가요. 그런 약이 있다면 진짜 지옥이열릴 겁니다."
몸을 부르르 떨며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는 공포와 절망이 보였다. 시설이라면 정말로 그런 약을 개발하여 요원을 24시간 내내 악랄하게 굴릴 수도 있으니.
"그녀는 안드로이드입니다. 그것도 최신형의 안드로이드. 저희임무에 한때어마어마한 실력의공학자분이투입된 적이 있거든요."
다양한 능력을 지닌 자들이 요원이 되지만, 그들 모두가 전투원으로 뽑히는 것은 아니다.
관리 개체의 정보와 특성을 분석하고 예상하는 요원들
그들로부터 추출한 분비물이라던가신체 일부라던가여러 매체들을실험하는 요원들.
라일이몇 시간 전에 들렀던 대장간에서 일하는 요원들 등등.
직접 전투를 벌이는 요원들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들을 통틀어서 사무직 요원이라고 부른다.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일은 자주 없지만, 다른 능력이 없더라도 이 감시실에서 화면을 지켜보는 임무는 사무직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언제나갈려 나가는인력으로 고생하는 시설이기에 사무직조차 현장에 배치한 것이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안드로이드를 제작할 정도의 공학자가 투입되는 것은 의문인데.
"그 정도의 실력자를 고작 감시 임무에 투입한다고?"
"그는 대단한 분이었습니다.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시설에서 사용하는 단말기조차 복제해냈으니까요. 저쪽 화면을 보면 쌍둥이가 사는 방 중 하나가보이실 텐데, 저 구석에 단말기 보이시죠?"
뜬금없이 말을 돌리는 데이비드를 보며 눈썹을 올렸으나, 이내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최신형의 단말기 두 대가충전 중인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것보다도 비싼 기종. 그것보다, 단말기를 관리개체에게쥐여주었다고?
"저거 위험하지 않나? 관리개체에게시설의 정보를 열람하게 해 준다고?"
설마 지금까지 모든 것이연기였던 건가. 여기서배신 각을보고 있다고?신고해야할지, 그 역시 때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으로서 활동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라일은갈팡질팡하였다.
조심스럽게 기운을 살펴보지만, 그나키라누에게서느껴지는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
그럼 그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인가? 걸려서 같이 처분당하는 꼴을 보기는 싫은데.
라일이복잡한 표정을 짓자 그가 어떤 일을생각하는지 예상을한 데이비드는 황급히 손을 저으며 설명하였다.
"아뇨아뇨, 무섭게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무슨생각하는지 다보입니다. 저 단말기는 내부 회선이에요. 여기 No.245구역내부에 따로 서버를 만들고 내용을 엄선하여 넣어둔 것이죠. 외부와 접촉하는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들려온 내용은 더욱경악스러운것이었다.
단말기를 복제하는 것으로 모자라 내부 서버까지 만들어 내다니.
안드로이드 제작과는 전혀 다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을 만들어 낸 공학자라면 정말 어마어마한 실력자임이 분명했다.
"아니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한 데? 그런 실력자가 왜 `고작` 245 관리에투입된것이지? 지금도 여기서 일하나?"
"제가 대단한 분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이유는 실력때문만은아니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그 실력을시설에들키지 않았습니다. 뭐, 그것도옛말이지만요."
"단말기나 안드로이드를 만든 뒤에 그는 자발적으로 신고해서 다른 곳으로 투입되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실력을 숨기고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신고를 한것을 보아하니이곳에서목적을 이룬 것이겠지요.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그는 괴짜였으니까요."
천재들은 언제나 이상하다며 그가 벌인 기행을 얘기하기 시작한 데이비드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고민하였다.
지금까지 들은 것으로 보아 그는 분명 천재였다.
안드로이드 제작. 단말기 제작. 서버 증설.
기계공학에 인공지능부터 전자공학 등등. 온갖 분야를 섭렵한 사람임이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다른 종족일 수도 있지.
듣기로는하프링들이그런 공학적인 능력으로 어마어마한 재능을 보인다고 하니.
전통적인 제작의드워프들을제치고 새로운 주류 기술자들로 떠오른하프링들.
그런 천재가 자진신고했을 때시설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기억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그것을지우거나 조작하는 등 머리를주물거릴것이 분명하지.나 같은D급 요원도 당했는데.
그렇다면 무언가 목적을 이루었거나 시설의 정신조작을 방지할 만한 방법을 245로부터 얻었다는것인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안드로이드를 보지만, 아무리 봐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 내부는 온갖 회로와 기계 장치들이 존재하겠지.
여전히 놀라운 일을 벌인공학자에 관해 설명하고있는 데이비드에게 이번에는키라누가질문하였다.
"그럼, 그 천재 공학자는 어디로 간 거지? 시설에 끌려간 뒤로는 소식이 끊겼나?"
그런 실력자를 영입할 수 있다면, `때`는 더 빨리 올 수 있겠지.키라누또한 들리는 내용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여전히 시선은 화면에 고정되어 있지만.
"그는아티팩트를제작하고 싶다고 그쪽으로투입됐어요.마도 공학에도소질을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시설에서 최상급 대우를받는박사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달했어요."
아티팩트라는말을 듣자 잊고 있었던 감각이 떠올랐다.
No.166, 검은 촉수에 투입되었을 때의고양감. 어마어마한 양의아티팩트들은경지를 몇 단계나 끌어올려 주었지. 사용할 기회도 없이 당했지만.
"그가 작업한아티팩트는어쩌면 두 분께서 쓰셨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연락을했을 때No.99와 No.166에 대항할아티팩트들을제작하고 있었다고했으니까요.그전에도파멸급개체에 대해 설명하던것을 보면 확실하죠."
설마 그런 연결점이 있었다니. 그리고 다시 한 번 놀라운 감정이 찾아온다.
저런 어마어마한 천재가 제작한아티팩트로도166에게대항은 불가능하였다.
과연 시설에서166을 제압할수는 있을까.
어쩌면 `때`라는 것은 166이 탈주를 시도하는 순간이아닐까라는예감이 들었고, 그것은 이내 확신으로자리 잡았다.
그를 도와준정체 모를자 또한그때되면 알 수 있겠지.
그제야미소를 짓기 시작한라일은문득 궁금해졌다. 여기 오고 나서는 질문과 호기심만 생기네.
"그런데 그 공학자와 어떻게 연락을 하는 건가? 방금 얘기한 내용은 단말기로전했다가는검열당할 것이 분명한 것들인데?"
시설은요원들 간의친목도모에 간섭을 하지는않지만, 정보의 검열은 분명하게 실행한다.
방금 얘기한 내용은 직접 만나 식사를 하며 잡담으로 나눌 수는 있는 내용이지만, 데이비드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직접 만난 것 같지는 않았다.
"아, 그건 라일락 요원을통해서입니다. 아무래도 그녀를 직접 제작한 만큼, 따로 연락을 취하는 수단이 있는 것 같거든요."
영입을 할기회를 얻기는 힘들것으로 생각했건만, 연결 고리를 발견하였다.
그 존재와 연락하여 협력을 구할 수만 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되겠지.
물론, 그가 시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있는지 등등알아보아야 할 정보가 많겠지만.
원래드래곤슬레이어도첫 비늘부터라는 속담이있지 않은가.
연결점을 찾고 친분을쌓다 보면기회가 찾아오겠지.
무표정하게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 안드로이드가 마치 보물 상자가 된 기분이다.
No.245에 근무를 시작한첫날,악우놈도만나고 신기한 요원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때`가 찾아올때에큰 힘이 되어줄 능력자의 존재 또한 발견했으니 꽤 알찬 날이었다.
무기를 받으러 대장간에 가지 못한 것만이 아쉬운 날. 아, 악마 교관을 만난 것도 나쁜 일인가.
그래도 악운을 행운이 압도한 날이기에라일은오랜만에 기쁜 감정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직 의문은 많지만, 천천히 풀어나가면 되겠지.어차피한동안은이곳에서일해야 할 것이 분명했다.
새로운 요원들이 투입되기전까지는그와키라누가부족한 전력을 담당해야 하고.
물론, 폭주를 할 일이 거의 없는 만큼 어쩌면땡보직에당첨된 것일 수도 있다.
166에서 고생한 만큼 245에서 쉬라는 건가.
나름대로 양심은 있는놈들이라는 생각을 하며라일은데이비드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조용히 화면을 지켜보고 있는 두 요원과 대화를 나누는 두 요원은 그렇게 교대를 기다리며 감시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
"그래,도착했다고?"
[그렇습니다, 주인님. C급 요원 라일. C급 요원키라누.생체 스캔결과가 일치합니다.]
시설의 연구실 중 하나.
온갖 기계장치가 사방에서웅웅거리는장소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울려 퍼졌다.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와 얇은 여성의 목소리.
그러나 여성의 목소리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듯한 차가움을 담고 있었다.
방의 정중앙. 거대한 화면이 천장으로부터 내려오고 있는 그 내부에는 수많은 다른 화면들의 모습이 보였다.
흰 연구복을 입고 있는 자는그중 한화면을 확대하였다.
확대된 화면 역시 내부에 다수의 화면이자리를 잡고있었다. 세 명의 인물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키가 큰 장신의 요원과 앳되어 보이는 요원
조용하게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다른 마법사 요원.마탑을상징하는 장식이 반짝이고 있었다.
연구복을 입고 있는 자,수많은이름을 가진그는 자신의창작물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생체 스캔 결과는 어떤가?"
[시설에 보고된 점과 차이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감정 없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허공에 팔을휘적였다.
위이잉.
기계로 이루어진 팔이 그에게 다가오며 손에 쥐어진 내용물을 전달하였다.
자그마한 유리병.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으로 집을 수 있는 크기의 병을 잡아 조심스럽게눈앞에들어 살펴본다.
마탑의인장이 찍혀있는 유리병 내부에는 검은 액체가찰랑거리고있었다.
최근 들어마탑에서발명했다는 신체 강화 시약.
신체 능력을 서서히강화시켜주면서동시에 부작용도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약품.
부르는 것이 값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는 그것은 정보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그 역시 처음에는 뜬소문으로만 취급하였지만, 여러 생체 스캔 정보를 규합한 결과 실물이 존재한다고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위쪽과얘기를 나누어 몇 병이나 구할 수 있게 되었지.
그샘플중 하나를 잠시 지켜보다 로봇 팔에 건네주고 다시 화면을 쳐다보았다.
라일.키라누.
최근 들어 경지가 상승한 두 요원. 한 명은 어마어마한 가격의 무기를 주문하였고, 다른 한 명은마탑의일원이 되었다.
잘 나가고 있다고밖에표현할 수없는 두 요원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No.166 작업에 투입된 사실.
처음으로 투입된 두 일반 요원은파멸급개체를 만난 뒤에 멀쩡하게생존했을뿐만 아니라 능력까지 강화되어 돌아오게 되었다.
시설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결과.
능력의 강화 또한 두 요원에 딱 맞추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전사에게는육체를, 마법사에게는 마법을.
그는 화면 속의 두 요원을 뚫어지듯이 쳐다보았다.
완벽.
그는 완벽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마탑의`완벽한` 결과를 내는 약품.
`완벽한` 강화를 이룬 두 요원.
작가가 설정을 짜면서완벽하다라는수식어를 붙이는 행위는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자그맣더라도 무언가 오점이 분명 존재한다.
단지 드러나지 않거나 큰 영향력이 없을 뿐.
그 역시창작자로서의 능력을수도 없이 발휘한 경험이 있었고, 그것을 통해 완벽은없다는가설을 증명해낼 수 있었다.
천재들을 분류한다면, 그는 분명 천재들로부터도 천재라고 불릴 수 있는 재능을 지녔겠지.
자만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실력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시설에서 건드릴 수 없을 정도의 재능. 대체할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자.
그토록 뛰어나기에 그는 더욱 자신의 판단을 일그러뜨리는 `완벽`의 비밀을 파헤칠 마음이 생겼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를 반쯤 내팽개칠 정도로. 이것은 그에게 있어서는생과 사의문제였으니.
세계관이 흔들리는 순간, 사람은 무너진다.
화면을 조작하자 두 요원의 생체 스캔을 통해 얻은 정보가 나타난다. 그 옆에는마탑의강화 약품을 마신 자의 생체 정보가 같이 나타난다.
당연하지만 합법적으로 얻은 정보가 아니다. 시설 곳곳에 흩어진 그의 정보원들이 구해준내용들.
두 화면을 겹치고, 분리하고 확대하기도, 축소하기도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화면을 조작하자 온갖 숫자와 글자들이 떠오르며 계산 결과들을 보여준다.
모든 내용을 인식하며 분석하고, 계산한다.재입력하고새로운 결과를끌어낸다.
무언가에홀린듯이, 일순간 광기마저 보일 정도의 작업이 끝나자 화면에 그 결실이 맺힌다.
[일치율 72%.]
마탑의약물과 두 요원의 강화 방법은 일치한다. 오차는 있지만, 그 오차는 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요원의강화 폭이비정상적으로 높아서 생기는 수치.
뼈대를 이루는 근본은 같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의문을 낳는다.
두 요원은마탑의약물을 복용한적이 없다. 아니, 애초에마탑의약물이 나타난 시점은 최근. 내부 실험을 시행했다면 모르지만, 그들 중 하나와마탑의접점 역시 약품 등장 이전에 이루어졌다.
두 요원의 강화 시점은 No.166과의 접촉 직후.아티팩트제작을 하며 실험에 참가했기에 그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166에 투입되기 직전, 그들의 생체 정보에는 강화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시설에서 투약한 것들 정도이지만 그 수준은 현재마탑의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
결국, 마탑과의접촉은 그 시점에서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그는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화면을 띄웠다. 그것을 띄웠다고 할 수는 있을까.
새까만 화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흑색일통의화면은 어떤 내용도 존재하지 않았다.
화면의 상단에 적혀있는 글자를 본다.
[No.166]
해답은 찾았다. 이제 증명을 할 차례.
결과를 보며 이론을 성립하고 증명을 하게 되는, 어쩌면 역순의 과정을 밟는 행위는 학자들에게는 익숙한 것이었다.
`그냥 원래 그렇다`라는 말에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하며 탐구해나가는 행위.
두 요원의 변화는 166과의 접촉 이후 발생하였다.
마탑의약품은 두 요원의 변화와 일치한다.
두 명제에서 유추해낼 수 있는 사실.
마탑과요원들은 모두 166과 관련되어 있다.
그 역시관심을 가지고 있던존재. 현재 모든 사건의 중심이자 뜨거운 주목을 받는 개체.
자, 실험을 시작하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