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했더니 촉수괴물-43화 (43/74)

〈 43화 〉 9. 쌍둥이와 곰인형

* * *

42.

위이잉.

소음으로 공기가 울리며 격벽이 열린다.

격벽을 넘어가며 옆을 보자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격벽의 배로 두꺼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과 밖을격리시키는용도로서의 역할을충실히 하는 것.

물론,지금처럼 이동을 할 때는거슬릴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보이는 격벽. 한숨을 쉬며 단말기를가져다 대자웅웅거리는기계음과 함께 열린다.

몇 개의 격벽을 지나친 것일까.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굳게 닫혀있는 격벽의 모습이 보인다.비상사태가일어나 도망친다면 저 벽은 그를 가두는 감옥이 되겠지.

한숨을 쉬며 길을 걸어간다. 어째 무기를 고를 때 운수가 좋더니만. 아무래도 일생의 행운을 다 몰아서 쓴 것 같다.

라일은한숨을 쉬며 조금 전 일을 회상한다.

***

"테스트 결과는 확인되었다, 라일 요원.한데시간을 보아하니 일찍 끝난 것 같은데 왜 지금 오는 것인가?"

양다리를벌리고 뒷짐을 진 자세로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검은 머리의 여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몸에 딱 맞추어 입은 제복에 그녀의 뛰어난 몸매가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시선은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빼어난 외모를 바라본 남자들은해롱거려야할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녀 앞의 남자는 긴장한 표정으로 그저 그녀의 머리 위 공간을 바라볼 뿐이었다.

세 가지의 경우가 있겠지.

동성애자라서 그녀에게 매력을 못 느끼는 남자.

성 기능이 없는 고자.

애인에게 온 정신을 쏟는 일편단심의 남자.

핥짝.

그녀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지고지순한 남자를 타락시키는 과정은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다. 반대로 그의 연인을 빼앗아 가는 것도 괜찮겠지. 물론,둘 모두취하는 것 또한 별미일 것이다. 참으로 힘든 고민이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고귀하고 순수한 사랑을 하는 인간들은 찾기 드물다.아인종들도인간에 물들어 자유로운 관계를 맺고 다니지.

아무리 언제죽을지 모르는위험한 삶이라고는 하지만,그럼에도지금 상황은 너무했다.

저등급일 때에는 삶에 대한 욕구가 곧 성욕이 되어 스트레스 배출로사용되고.

고등급이 되면 삶에 여유가 생기며 그 시간을 성욕을 채우며 보내고.

성별에관계없이모두발정이 난것처럼 살아간다.

`자유로운 연애`라는 말이 나오다니. 쯧쯧.나 때는그런 말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눈앞의요원은 오랜만에 보이는 원석이었다.

아주 탐스러운 먹잇감.

꿀꺽, 군침을 삼키며 그를 바라보지만 역시나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눈을 마주치라고 명령을 할까.

그러면 또 위쪽에서 뭐라 하겠지. 저번 규제가 풀린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규제가 풀리자 먹잇감들이 죄다 사라진 세상이 되어버렸다.

후우.

어떻게 하면눈앞의먹잇감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깊은 고민을 한다.

그녀의머릿속에서시설의 명령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

삐질삐질.

라일은눈앞의상관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속으로 외쳤다.

`좆됐다.좆됐다.좆됐다.좆됐다.`

하필 걸려도 그녀가 걸린단 말인가.

S급 요원,블린디. 악마 교관.

한숨을 흘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그를 자극하지만, 반응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단 하나라도 트집이 잡히는 순간, 좋은 꼴을 보지는 못할 것이다.

악마 교관에게 대들었다가 사지가 뜯겨나간 요원의썰은기본이었다.그놈은그나마 대들다가좆된거라양반이지.

어떤 놈은 여자친구와 밥을 먹던 도중에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고 그대로끌려 나와구타당했다.

듣기로는 최고급포션이아닌 이상치유도 안 되는지라치료 비용을지불할수 없었던 등급인 그는 6달 넘게 병실에서 골골댔다고 하지.

눈이컴플렉스인지는몰라도 그녀와 눈을 마주친 놈들은 죄다아작이 났다.

놈들이라 하니 남자만 그런 것 같지만, 년들도 마찬가지.

그나마 폭력의 수위가 줄어들어서 다행이라고해야 하나. 다행이라고 부를 수 있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리카락 절반이쥐어 뜯겨한참 동안반 대머리가 된 요원도 있었지. 모자를 쓰고 다녔지만, 모두가 공공연하게 그 밑의 반들반들함을 알고 있었다.

다른 여자는 몇 달간 그녀의 밑에서 청소만 했다고 한다.밥 먹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청소할 시간이 아깝다고 용변조차마나로태우는 방식으로 살아가야 했다는카더라가있었다.

듣기로는몬스터의핏자국을 닦을때에그녀가 필요해서 그렇다고하던데….

빨래도안 해도되는 간편한 도구라며 깔깔 웃는 그녀의 모습은 진정 악마의 화신이나 다름이 없었다.

진짜 악마라는 얘기라던가 눈이 사실은 저주를 거는마안이라던가얘기가 많이 돌았다. 그녀의 행적을 보면그럴 수밖에.

폭력과 비합리의 화신인 그녀는 인간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괴팍한 인물이었다. 그러면서도드럽게세서 S등급이기에 아무도 건드릴 수 없지.

EX등급이 참교육을 해주면좋겠다만이 구역에 찾아온 EX등급 요원과 그녀가 부딪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녀가 무언가 당했다는 것은 기껏해야 시설에서 근신 처분을 내린 정도. 그래도 근신이 길어서 그녀에 대해 잊고 살고 있었다.

오늘까지는.

이런걸어 다니는폭탄이 근신처분이 해제된 것도 불행이며, 하필이면 그가 걸린 것도 불행이고, 그녀가 기분이 썩좋아 보이지않아 보인다는 것도 불행이다.

표정이라도 읽으면 정확히 알 수있을 텐데, 그녀를 바라볼 수도 없다.

그녀에 관한 불문율 한 가지. 눈을 쳐다보지 마시오.

쳐다보지 않는다고 시비가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쳐다본사람 중에시비가 안 걸린 사람은 없었다.

그는분명히 이방에들어올 때그녀의 눈동자를 보았던 것 같은데.붉디붉은빨간색의 눈동자.

피곤해서 잘못 본 것이 분명하다.보고를 하기위해서 몇 번이나 연속으로 게이트를 탔기 때문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피로가 느껴졌다.

보안상의 이유라고 하지만,분명히 이또한 그녀의 성질머리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눈앞에조용히 있는 그녀가 불안하다. 아까 불만스러운 목소리로질문하고 나서잠잠하니 더욱.

질문?

어?

빙계마법을 쓴 것도 아닌데도 피부가 오싹해지는 한기가 느껴진다.그녀가 질문했고,그는 대답하지않았다.

한 마디로 씹었다.

그의 자애로운 여자친구만 해도 연락을읽씹한순간 분노의 화신으로 변하였는데, 이미 분노의 악마 그 자체인 그녀라면 어떨까.

뒷짐을 진손에서 식은땀이 뚝뚝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진정하자.드래곤레어에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

아직 폭발하지 않은 것을 보니 희망은 있다. 게다가 이 공포심은 166 관리에투입될 때와비교하면별것도아니지.

그 생각을한순간, 놀랍게도 거칠게 뛰던 심장이 순식간에 진정되었다. 뇌를 갉아먹던 고통과 흐르던 땀이 말끔하게 증발하였다.

일단,대답을 하자.

"대장간에서 무기를 주문하느라 그랬습니다. 검사를 일찍 끝내고 보고 시간까지 여유가 있다고 계산되어 빠르게 다녀왔습니다."

싸늘한 침묵.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그녀가 나를 지그시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보지 않더라도 느껴지고 있지만.

스멀스멀 다시 올라오는 불안감에 고개를 조금 더 들어서 그녀 뒤의 벽과 천장이 맞닿은 곳을 쳐다본다.

역시 새하얗구먼. 시설을 지은 놈은 분명 음식도 새하얀 염색약을 붓고 먹는 놈이 분명할 것이다.

부먹이라니.키라누같은새끼.찍먹에대한 배려심도 없는 놈들.

소스를 붓고 희희낙락하는 키라누새끼의 얼굴이 떠오르자 마음이 진정된다.

그래, 저런 병신도 살아있는데 내가 여기서 죽을 리는 없지.

완전히 평온해진 마음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 마침내 그녀의짜증 섞인목소리가 들려온다.

"...늦지 않았으면 됐다."

"감사합니다."

감사를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녀가나를 라/일로 만들지 않은 것에 감사를 느끼자.

다시 찾아오는 침묵.

보고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다른 질문이나 명령이 오지 않는다. 그냥 가면 되나?

그렇게 하기에는 그녀가 두려워서 움직일 수가 없다.

흐트러지려는 자세를 가다듬고 다음 말을 기다린다.

기다린다.

...

...?

한참을 기다린 것 같은 데 그녀에게서 아무 말이 없다. 아니, 뭐하자는 걸까.

내가 안 떠나가는 것이 이상했다면 축객령이라도 내렸을 텐데 그녀는 아까한마디를 한뒤로 아무 말이 없었다. 움직임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죽었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니 가설이 틀림을 증명한다.

이게 아까 대답을 안 한벌인 건가?

너가대답을 늦게 했으니 나도 똑같이 해주자는마인드. 역시악마답군.

나를 기다리고 있을애검의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구체적인 형태와 내용을 짜는 것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주문만 넣고 바로 보고하러 와야 했다.

이계의대검. 쌍검으로 나눌 수 있는 로망! 거대한 에너지를 쏘아낼 수 있는,남심을자극하는 변신 합체 검!

그 사랑스러운 자태를 어루만지고 훈련실에서 같이 춤출 수 있는 고귀한 시간이째깍째깍날아가고 있었다.

현재 그의 시간표는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만큼 수면 또한 규칙적으로 취해야 한다.

즉, 그녀에게 어떤 명령을듣든 간에취침 시간이 된다면 일단 자고 다음 날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휴식 시간은 없을 것이고.

다음에 대장간을 들리는 것은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할까.

오늘만 해도 겨우겨우 짬을 내서 주문했던 것인데. 심지어 담당 상관이 악마 교관으로 바뀌었으니 더 혹독해지겠지.

그녀 밑에서 수련생으로 구른 요원들의 절망 가득한 후기들은 커뮤니티를 절절 울렸다.

하물며 처벌도 가능한 휘하 요원이라면 어떨까.

희망이 사라지는 느낌이 과거의 무언가를 자극해서일까, 기다림에 지쳐서일까. 그는 미친 짓을 하게 되었다.

"그,명령 같은것은 없습니까?"

이런씨발!

키라누미친놈한테 정신병이 옮았나?좆됐다.

황급히 고개를 내려 그녀를 바라본다. 빨간 눈동자가 나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다.

잠시만, 눈을 마주치면 안된다고….

좆됐다좆됐다좆됐...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악마 교관의 눈은 마족처럼 찢어졌다거나, 쳐다보자마자 돌처럼 굳거나 저주에 걸리는 일은 없었다.

그저 피처럼붉은 색을 띨뿐,의외로정상적이며 아름다웠다.

아니, 그게 아니라.리리스님전 바람을 피우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근데 여자친구 왜 안 지켜주셨죠?

궁시렁거리면서신께 기도를 올린다.

악마는 그저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

"C급 요원 키라누."

"예."

"마탑에 수속하였던데."

"맞습니다."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

"딱히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제 꿈을 이루었을 뿐."

"확실한가?"

"예."

키라누는 그를 꿰뚫어 보듯 쳐다보고 있는 붉은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무언가 일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 탓이겠지.

그는 어서 연구하러 마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마탑은 정말 지식의 보고라 불릴 만 하였다. 끝없는 양의 마도서들. 그는 백지 마도서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마탑이 보관하고 있는 장서를 그대로 복제해서 볼 수 있는 백지 마도서. 내용을 지우고 새로 받을 수도 있고, 권한을 가진 자라면 추가로 더할 수도 있었다.

요원넷에서도 쓰는 기술이었지만, 가진 정보의 양과 질이 차원이 달랐다.

역시 수천 년간 쌓여온 지식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도 그가 원하는 내용에 대해서 찾으면 관련된 내용이 담긴 다양한 마도서들이 나타나고, 심지어 그에 대한 선배 마법사들의 고찰과 연구가 담긴 기록들 또한 볼 수 있었다.

물론, 마탑 내부 등급에 따라 열람에 제한이 있었지만, 그가 마탑에 건네준 정보의 가치에 따라 그 또한 상응하는 대가를 얻었다.

최고 수준의 권한.

금서까지 포함된 모든 기록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무려 타가할린 관리자께 받았다.

그 어떤 마법사가 그녀의 이름을 모를까.

본인과 직접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 것은 그의 삶에 있어서 두 번째로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물론, 첫번째랑은 비교도 할 수 없지만.

그러고 보니 눈앞의 상관에게서도 짙은 마법의 향기가 난다. 그녀 역시 마법사인가. 마탑의 장식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시설 소속인 것 같다.

순수 시설 소속으로 S등급이라니.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더욱 대단해질 수 있지. 그를 마주한다면.

"상관님은 진리의 문을 아십니까?"

"뭐?"

"아무래도 마법사이신 것 같은 데 진리의 문에 관심을 가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들어는 보았지만, 직접 볼 기회는 없었지. 딱히 필요성도 느끼지 않고."

"진리의 문을 볼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요."

"뭐?"

"제가 그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뭐?"

"때는 몇 달 전, 운명의 순간이죠. 그때 저는 제 악우와 함께..."

마법사의 말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평소라면 이런 건방진 짓을 하는 놈을 찢어버렸을 텐데, 광기마저 보이는 듯한 열변에 그녀는 그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가 진리의 문을 보게 되고..."

"...그분을 영접했습니다! 그분이야 말로 진정한..."

"...그렇게 해서 이렇게..."

설명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광기가 공간을 지배한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눈앞의 하찮은 인간이 읊는 언어에 홀려 있었고, 그녀가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요원은 사라져 있었다.

'오늘은 시간이 부족하니 다음번에 설명을 이어나가도록 하죠. 임무는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녀가 무어라 말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악마에 홀렸나.

하하하.

실없는 소리를 하며 그녀는 의자에 몸을 뉘었다.

오늘 일진 참 더럽네.

***

스읍.후우우우.

블린디는담배를 깊게 마시고 내뱉으며 푹신한 의자에 반쯤 누워서 천장을 쳐다보았다. 무엇이 그렇게 관심을끌었는지는모르겠지만, 그녀를 무시하던 당돌한 요원이 바라보던그것.

너무나도 새하얀 그 모습은 절로 그녀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콰직.

힘을 일으켜 천장을 휩쓸었지만, 검게 그을린 자국은 저절로 아물어가며 깨끗하게 변하였다. 바깥 통로도 이렇게 하면 편하겠지.

물론, 그렇게 하면 걸레로 복도를 닦는 취미가사라질 테니바뀌면 안 된다.

다시 새하얘진천장을 바라보며인상을 찌푸린다. 오늘은 그녀에게 꽤 굴욕적인 날이었다.

처음 만난 요원은 오랜만에 본 지고지순한사랑꾼이었다. 슬쩍 읽어본 테스트 기록과 정보에 따르면 능력 또한 괜찮았고, 인물이나 인성 역시 괜찮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탐스러운 존재였다. 심지어 그녀에게 얽힌 소문에도 불구하고 눈까지 마주치지 않았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반쯤 지옥을 맛보여 주었겠지만, 그는 오랜만에 마음에 들었다. 그랬기에 유혹의 눈동자까지꺼내 들었고.

그런데 먹히지 않았다.

정신 저항력이 높았다면 모를까, 인간에C급요원이면서전혀 먹히지 않은 것이다.

그말인즉슨그녀에게 매력을 단 한 조각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참던 와중에 건방지게도 명령을 재촉하였다. 그러면서 또 눈을 마주쳤고. 역시나 먹히지 않았다.

오랜만에 취향에 맞았고, 이제 막 제재에서 풀려났기에 마련이지.

그렇게 짜증이 나 있던 와중에 또한 명이찾아왔다.

이놈도들어오자마자 건방지게 나를 쳐다보길래 골탕먹으라고저주안을박았는데 전혀 안 먹혔다.

이놈이고저놈이고.

심지어이놈은괴상한 종교까지 믿고 있었다.

마법사이면서. 도대체 뭘 하면 신을 부정하고 진리를 추구한다는 마법사가 종교에 빠지게 될까?

어차피신성력받아도 제대로 쓰지도 못할 텐데. 심지어신성력도 없는 것을 보니웬사이비에 빠진 놈이다.

말세다 말세. 내가 제대로 활동할 때만 해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잠에서 깨어나니 주변에 아는 놈들은 죄다 지금 소속된 `시설`이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먹을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널려 있는지옥 같은생활이라 행복하다고 하던가.

그 말을 믿은 내가 병신이지.

이곳은 지옥이 아닌 천국이었다. 색깔마저 온통 새하얀 것이 걸리적거렸다. 다시 힘을 뿌리지만 역시나 깨끗해진다.

후.

치이익.

"흐으윽."

재떨이에 담배를 비비며 끄자 짜릿한비명성이들려온다. 그래, 이 정도 낙이라도 있어야지.

조금은 나아진 기분으로 서류를 마력으로끌어오고허공에 펼쳐두며 감상한다.

[No.245

[최근 탈주로 인하여 관리 인원 14명이 사망하였으므로 추가 지원 필요.]

위험급개체니까 C급 2명이면 충분하겠지. 이 두 명은 위쪽에서 실험하라고 한 것도 있고.

어느 정도 악감정이 담긴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뭐, 정 안되면 직접 나서면 되니까. 두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어 두 다리를 책상에 얹는다.

"으으윽."

책상의 신음성을 들으며 새 담배를 꺼낸다.

치익.스으읍.후우우우.

"켈록,켈록!"

재떨이의기침 소리를들으며 눈을 감는다. 조금 있다가음악이나 연주해야지. 불꽃과 유황이 가득한 음악이라면 지금 그녀의 기분을 가라앉힐 수 있겠지.

악마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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