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8. 시설 (5)
* * *
41.
우우웅. 철커덕, 철컥.치지직.
격벽이 열리자 금속의 냄새와 온갖 잡음이 들려온다.
한쪽에서는마법사들이 중얼중얼 영창을 외우며인챈트를하고 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연구원들이 기계장치를 만지고 살펴보고 있다.
사방에서 번쩍이는 마법과 기계의 빛이 눈을 저절로 찌푸리게 한다.
키라누가왔다면 소음에 아주 질색을 했겠지.
근접에서 전투하는 그로서는 귓가를 울리는 금속음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그가 잃어버린 것은 근육뿐이 아니었다.
소중하게 다뤄오던 대검마저 곁을 떠나게 되었다. 무능력한시설 놈들은무기를 166으로부터 회수할 엄두도 내지 못하였고, 대신 그에게 고등급의 무기를 제작할 권한을 주었다.
`권한을 주면 뭐해.쓰러 갈시간도 안 주는데.`
그런 의미에서 가까스로 만들어낸 지금의 시간을 알차게 사용해야 한다.
시설이 준 권한이라면 예약 주문 없이 최우선으로 장비제작을 할 수도있을 테니빠르게 제작의뢰를 넣는다면 사용까지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빠듯하겠지만.
대장간을 가로지르며 걸어간다. 가지각색의 장비들이 제작되고 팔리고 들어온다. 망가진 장비의 수리나 폐기 또한 이루어지는 이곳.
운이 좋다면 최고등급의 무기를먼발치에서구경이라도 해볼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오늘 그에게 그런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뭐그래 봤자그들의 수준에서 최고등급이겠지만. 교육상으로만 알고 있는 최고등급 요원들의 장비는이런 곳에서 만들어지지 않겠지.
하물며 만들어지더라도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만들어질 것이다.
혹시라도 관리개체에정보가 넘어갔다가는골치가 아파질 테니.
재앙급이상의 개체들은 육체적인능력뿐만아니라 정신적인 능력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을가능성이 크기 때문에확실하게경계해야 한다.
그는 새삼 166으로부터 살아남은 것은 기적에 기적이 겹쳐서 이루어진 행운이라는 점을 체감했다.
이전에는 여자친구의 기도 덕분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가 보았던 기억은 그의 신앙심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여자친구에 대해 떠올리자 걱정이 앞섰다. 그 이후에 어떻게됐을까.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기억은 괜찮을까.
그녀의 사진을보고 싶지만,지급 받은단말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회수한 단말기를 되돌려달라고 부탁했으나 장비가오염됐을수도 있다고거절당했지.
아무것도모르는 척여자친구에관해서 물어보자니시설에서 그의 기억을 또지울까 봐두려워서 할 수 없었다.
힘없는 자의 설움을 느끼며 감정을 꾹꾹 눌렀다. 때가 오리라. 지금도 대장간에한두 명정도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들도 동지들이겠지.
복수할 날에 대해 생각하며 목적지에도달했다.
밝은 흰색의 문을 열자 작고 하얀 방이 보인다. 무기를 주문하는 장소. 방문을 닫자 인공지능의 목소리가 울린다.
[어떤 목적으로 방문하셨습니까?]
"무기를 주문하러 왔다."
[신분을확인하겠습니다.]
위잉.
바닥이 열리고 밝은 구체가 허공으로 떠오른다. 품에서 단말기를 꺼내어가져다 대자구체로부터 빛이 나며 그의 단말기를 비추고 다시 바닥으로 사라진다.
[신분 확인. C등급 요원 라일. 무기 제작에 최우선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여라도 시설에서빈말을했을 수도있나 걱정했는데,다행히도한 톨의 양심은있나 보다.
[어떤 무기를 제작하시겠습니까?]
질문과 함께 허공에 푸른 빛이 맺힌다. 공 모양으로떠 있는빛. 실체가 없는 환상으로 이루어져 있는 형태. 뭐라고 하더라, 홀로그램?
이번에는 관리 개체가 아닌, 다른 차원으로부터 전달받은 기술로 시설의 기계 대부분은 그 차원으로부터 유래된 것들이다.
지구라고 불리는 곳. 참 신기하게도 마나가 있으면서 마법에 대해 무지한 차원이라고 한다.
마법 대신 기계문명이 발달한 그곳은 기계를마나와함께 사용하는 방식의 신기한 무기들이 많은 곳이다.
그러고 보니과거에 만났던 요원 중한 명이그곳 출신이었지. 그가 가진 검을 보며 부러워했던 생각이 난다.
마침 생각이 난 김에 그 검을 구현해본다.
방식은 모르지만, 사용자의 생각을 읽어서눈앞에환상으로 구현해주는 것이 기본.
요원 등급이 높다면지금 같은공공으로 쓰이는 방이 아닌 개인실에서 실체감 있게 구현도 가능하며, 전투 시뮬레이션까지 해볼 수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시설에서 그에게 준 권한은 예약을 우선하는 정도가 끝이지만. 더럽게 짜게 준다.
라일이과거 보았던 무기를 떠올려본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대검이지만 특정 방식을 통해서 갈라지는 검.
두 개로나누어 양손에 들고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 검이 가장 강력한 형태는 반쯤 나뉘었을 때이다.
가로로들었을 때ㄷ자 모양으로 벌어진 검은 검이라는 무기의 한계를 벗어난다.
두 개의검신사이에마나와전류가 흐르며 사이에 걸리는 적을 태워버리고, 진동하는 검날은 베기만 해도 적을 찢어버린다.
하지만 지구의 무기가아니랄까 봐, `총`이라는 그들의 무기 또한내재하여있다.
화살이 아닌 일반적으로 구체 형태의투사체를발사하는 그 무기는 발사하는투사체의종류를 바꿈에 따라 활용성이 무궁무진하였다.
화살과 비교하면휴대성도 간편하여 다양한 탄을 들고 다닐 수 있었고, 발사 또한 기계장치의 힘을 입어마나 소모또한 적었다.
그리고 그가 보았던 검은 갈라진 형태가 바로 그 `총`이라는 무기를 재현할 수 있었다.
형태 때문에기계적인도움은 덜 해서마나의부담이 격렬했지만, 그 요원은마나 관련능력이 뛰어났기에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다양한 효과를 내재한 실탄들이나 순수마나로이루어진 탄. 빛을 응집하여브레스처럼쏘아낼 수도있고, 그것을 유지한 상태로오러처럼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의 이성과 감성을 모두 장악한 무기였지만 마나에 재능이 전혀 없음과 더불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포기할 수밖에 없었던무기.
다른 차원의 무기라는 점에 다양한 기능들. 무엇보다도 검의 형태가 변하는 만큼내구도와유지보수까지 신경을 써야 하기에실험 삼아구현해본 그는 평생을 모으더라도 이룰 수 없는금액 앞에서무릎을꿇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무기는 지금 그의눈앞에떠 있었다.
푸른색의 환상으로 이루어진 검은 그의 생각에 따라 형태를 변화시키며 무기의 모습을 바꾸었다.
대검, 특수형태, 쌍검. 두근거리는 마음과 감성 풍만한 상상력을 더하자 두 개가 아닌, 4개로 분리되어 허공에떠 있는모습도, 포격에 특화된 모습도 보였다.
나뭇가지를 들고 괴물을 물리치던 용감한 용사가 되었던 풋풋한 시절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아직도 이런 감성이 남아 있었나.
아쉬움을 감추며 기존에 사용하던 대검의 형태를 떠올리려고 하던 그는 검 밑에 떠오른 네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제작 가능`
이런치기 어린상상으로 만든 무기가 가능하다고? 어떻게? 그리고 왜가능한 거지?가격은…. 없다.
설마 시설에서 준 권한은 어떤 무기라도 만들 수 있게해주는 건가.
베기만 해도차원이 갈라지는 검을 상상하자 새로운 형태의 검이 떠올랐다.
???
이걸 만들 수 있다고? 이런 미친!
자세하게 살펴보자 가격이정해져 있지않았고, `제작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읽을 수 있었다.
제작이불가능한것인지, 그의 등급이나 권한에 따라 불가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여태까지 보아왔던 다양한 형태의 무기들과 그의인맥 중에S등급이던 요원이 가지고 있던 높은 등급의 무기들까지 상상해보았는데 모두 허용 범위였다.
가능. Able.씹가능.
물론, 그의 마음은 이미 정해졌지만.
희희낙락하며 방에서 나온 그의 마음은한꺼풀밝아져 있었다.
시설도 나쁘지만은 않네. 그래도용서 못 하지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제작소를 향해 나아갔다. 이 무기를키라누에게자랑한다면 입이 쩍 벌어지겠지.
악우의망가진 표정을 상상하며 낄낄대는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
"...그러니 승낙하지.마탑에들어온 것을환영하네 키라누요원."
마탑소속을 나타내는 훈장을 그의 가슴에 달아준 마법사는 툭툭 그의 어깨를 치고 방에서 나갔다.
하지만키라누는그가 나간 것조차 알지 못한 것처럼 멍하니 얼어붙어 있었다.
정적이 흐르는 방에 멍하게서 있는키라누.
부들부들.
그의온몸이지진이 일어난 듯이 떨리더니 마침내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벌리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엑!!!"
해냈다.
드디어, 해냈다.
얼마나 오랫동안 설움을 삼켜왔는가. 자기보다 나이도 한참 어린 요원이 거들먹거리는 꼴에 얼마나꼴 받았었는가.
마탑이아니라고 무시하던놈팽이들은또 얼마나 많았는지.
언젠가 연이 닿아 배울 수 있었던 설사 마법을 언제나 애용하게 해주었던마탑소속 놈들.
더는그들의 뿌지직거리는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어졌다.
최근에 그가 올렸던 글들은 역시마탑의주목을 받았다.
진리의 문.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에게한 번쯤은 접촉을 할 수밖에 없게만드는 마법의 단어.
거짓이었다면 지금 그는한 줌의재가 되었겠지만, 그는 당당한마탑법사였다.
"씨발내가마탑법사라고!!! 마! 탑! 법! 사!끼에에에에엑!"
의미불명의 괴성을 지르며 환희를 느꼈다. 아,그러고 보니어제 글을 올렸었지.
제목 : 폭풍전야
니들이허접한지, 내가 허접한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C등급,5서클,마탑. 전부 이루어주마.
ㄴ 미친새낔ㅋㅋㅋㅋ
ㄴ 형 지랄에는 병도 없데.
ㄴ허언증커뮤로가라
ㄴ 병신
ㄴ 병신
ㄴ 병신
ㄴ 그혹시... 없어요?
ㄴ니가마탑을가면 내가 성을 간다ㅅㅂㅋㅋㅋㅋ
ㄴ 마나에 맹세할 수있냐?
ㄴ작성자게이어서오고
ㄴ병신새낔ㅋㅋㅋ
ㄴ쫄았냐? 맹세 걸던가
ㄴ 작성자찌질한수듄;
ㄴ 탑
ㄴ마탑도못들어온줫밥이말하니안들리는뒈에에에~
ㄴ 싸워라! 짝! 싸워라! 짝!
ㄴ 댓글에 병신들 천지네 수준들 하고는;
ㄴ 찐
ㄴ 찐
ㄴ 그래서 쫄?맹세도 못함?마탑수듄보이죠?
ㄴ 그래 맹세해준다ㅋㅋㅋㅋ이렇게 매달리는작성자새끼불쌍해서라도 해줘야겠네.니 글이맞으면꼬추뗀다씨발ㅋㅋㅋㅋㅋ
ㄴ마탑도못들어온병신인데 뭘
ㄴ 미리 성지순례 합니다
ㄴ 성지는 무슨
큭큭큭.
익명이라고나불거릴 대로나불댔지.
마나의맹세를폼으로아는 놈이라 수준이 떨어졌지만,그럼에도꿋꿋이대댓을달아주었다.
은근히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마나의맹세라는 것은 절대 가벼운 말이 아니다.
키라누를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이런생각을 가지고 있다는사실에 의문을품을 테지만. 술값 외상을 갚는 행위조차 맹세를 거는 것이 그였으니.
하지만 그는언제나마나의맹세에 충실하게 살아왔다.맹세를 한다는것은 곧 절대적인 말이라는 것. 그 법칙은 가상의 공간에서도 통한다.
익명성 뒤에 숨어 남을 헐뜯고 욕하더라도 맹세만은하면 안 된다.
거짓으로 하든, 장난으로 하든 예외는 없다.
당연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사실이고, 심지어 알고 있더라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문제지만.
타차원의기술이 들어오면서 생긴 가상공간의 부정적인 영향력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
요원넷이생긴 뒤로 자신이 얼마나 병신인지를 당당하게 자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현실에서 정말 정상적으로 보여도, 가상공간에서는 마왕도 되고 천마도 되며 사소한 것 하나하나 자랑하지 못해 안달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절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여튼 그런병신 중최고 병신은마나의맹세를 하는 놈.
다른 것들이야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마나의맹세는 현실에도 영향을 미친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한 번만 봐주세요.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대가를 치르게된 자들의 공통적인 말들.
물론, 세계의법칙에게그런 인간의 감성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기대하는일조차병신 짓이지만.
지금쯤마탑어디선가는 아래가 허전해진 마법사가가냘픈목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있겠지.
마나의맹세가 집행되는 방식 또한 인간의 예상을 벗어나니 어쩌면 완전한 여자로 변했을 수도 있다.
익명으로 올렸더라도 좌표는 남는다.
마탑소속도 되었으니, 그가 메모해둔 좌표를 나중에찾아보아야겠다. 직접 만나서 놀릴 생각을 하니온몸이부르르 떨렸다.
이런 희열감을 느끼게 해준 존재를 찬양한다.
진리의 문을 보여주신 분. 알 수 없는 분. 때를 기다리라고 하신 분. 은혜를 내려주신 분.
마탑에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지만, 이제 그에게마탑은부수적인 목표일 뿐이었다.
물론 그 기쁨이어디 가는것은 아니지만 이미 그는 다시는맛볼 수없을 쾌락을 느낀 지 오래다.
아니, 어쩌면 다시 느낄 수도 있겠지.
그의 새로운 목표를 이룬다면 다시 한 번 볼 수도 있을 것이다.그분께서 칭찬을 해줄수도 있을 목표.
칭찬하며 보상을 내리시겠지. 자비로우신 분이니.
단 한 번이라도, 설령 죽음을 겪더라도 다시.
진리의 문을 보고 싶다.
아마 어떠한 쾌락도 그것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권력에 취하던, 마약을 하던, 미녀와 성교를 하던. 이미 한계의 끝에 도달하였다.
그러니 새로운 목표를 이룰 것이다.
마탑에그가 얻은 축복을 보여주고,그분의말씀을 전파할 것이다.
몸에 새겨진 글씨를 읽어주며, 뇌리에 각인된 마법을 나눌 것이다.
마법의 신.
마법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신그분을찬양하리라.
"──────!"
오늘도 그분께기도하고 피눈물을 흘리며 경배를 올린다.
***
첫 슬라임들을레이나에게건네주고도나의 실험은 이어졌다.
슬라임들의 변형 능력은 아쉽게도 한계가 있었다.
인간의 형태를 이루더라도 인간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닌, 슬라임처럼 흐느적거린다고해야 하나.
총이라던가 탱크라던가 등등 모방시켰지만 크기에도 제한이 있었고, 전부 흐느적거렸다.
그래도 탱크 모양의 슬라임이 끈적한 점액을 포탄처럼 쏘는 광경은 웃겼다.
그러나 직후에 그 점액이 새로운 슬라임이 된 것에 당황했지만.
내 몸으로 변신하는 것 역시 당연히불가능했다.
곰곰이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내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탱크의 구성요소라던가 제작방법, 움직이는 원리 등등을 몰라서 그런 것이겠지.
세포단위까지 파악하고 있는 `촉수`만을 복제하게 하자 성공하였다.
물론 내촉수 같은강도나 변형 능력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슬라임이 아닌 촉수형태로 고정되어있었다.
그렇다면 요원들의 몸은 어떻게 변형시킨 것일까.
아무래도 그들의 몸을 지키라는 명령에 스스로 판단해서 변화한 것 같다. 이 슬라임들도 분명 지성이 존재하니.
나중에레이나에게인체해부도 같은것이라도 받아야겠다. 성대의 구조를 알면 슬라임들도 말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나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써나는 두 글자,이아밖에 못한다.
그리고 육성으로 내뱉는 순간 생물이박살이 나겠지.
이 슬라임들은 내성이어느 정도있으니 버틸 수도있겠지만, 굳이실험해보고 싶지는 않다.
꽤 많은시간 동안이들과 실험하였고, 역시 꼬물거리는 귀여운 모습에애착감을가지게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레이나에게건네주었지만.
유일하게 우리까망이만은내주지 않을 것이다.
까망이는현재 내 옆에 없었다.
외곽의 야생 슬라임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녀석.
처음까망이라고이름을지었을 때는무시했지만, 지금은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반쯤포기한 기색을 느꼈지만.까망이라는이름이 어때서!
여튼그 녀석이심심해하는것 같아서 외곽에서 놀라고 자유롭게 풀어두었다.
나에게 받은 힘이 있어서 그런지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까망이를따라우루루슬라임들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 오늘도 실험을계속해볼까.
이들이 재현할 수 있는 강도라던가 탄력성 등등을 살펴보았으니 오늘은 산성을 실험해야겠다.
분석하다 보면내가따라 할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슬라임들로 실험하던 도중,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세하게 살펴보니신성력이아주 미약하게 늘어났다.
뭐지?
핵에서 만들어내는신성력은제한이 있다. 총량이정해져 있는느낌이라고해야 하나.
20/100이면 100까지 차오르고 멈추는 것이다.
그런데 방금, 100이 101로 늘었다. 정확히는 소수점 단위로 아주 미약하게 늘었지만. 최대치가 왜 늘었지?
나와 연결된 외부의 링크를 확인한다.
레이나. 여전히 부끄러운지연락 두절. 슬라임을받아갈 때도잠깐 연락만 하고 받자마자 도망갔다. 아니 그렇게 부끄러워할 거면서왜….
요원1 슬라임. 요원 내부에서활동 중. 감각기관강화 중.
요원2 슬라임. 요원 내부에서활동 중. 심장강화 중.
릴리트에게준 촉수. 차갑다. 액체. 촉감이 약간 느껴진다. 음, 내 촉수를 씻고있는 건가? 촉수 조각의 취급이 좋은 것 같다. 나중에 감각을 온전하게 되찾게 되면 알려주어야겠다.
릴리트랑은여전히 연락되지않는다. 잠잠한로자리오를만지작거리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개 같은리리스년.
흠.
외부의 링크는 멀쩡한데, 총량이 늘어났다. 왜? 다시 한 번 살펴보지만 똑같다. 레이나. 슬라임들. 촉수.
레이나에게준 슬라임들은 명령은 해두었지만신성력을불어넣지는 않았다. 내 기운은 약간 넣어뒀지만.
최우선은레이나에게,그다음은두 요원에게 들어있는슬라임들에통제되기 위해.
내 계획이 들키거나 시설에서 슬라임을 건드리려 하는 순간 시한폭탄이 터지며 난리가 나겠지.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어차피바닷물에 물방울 한 방울이 떨어진 느낌이고, 해로운 것도 아니니.
그냥 마음 한편이 찝찝한 정도랄까.
초월 시야로신성력이연결된 선을 보아도 역시 4개밖에 없다.
언젠가는 알 수 있게 되겠지. 총량이 한 번 늘어났으면, 또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고.신성력에대해서도탐구해야 하는데가장 핵심이 될 정보원인 레이나가잠수를 타버렸으니원.
급한 것은 아니니 상관은 없지만.
내 수명은 측정할 수 없고, 레이나 역시 아무런 지장이 없다.
엘프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종족. 이론상으로는 영원히 살 수도 있는 종족이다. 내신성력까지있으니 더욱 수명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 터.
요원들이야 인간이니 수명이 짧지만 내알 바는아니다.어차피슬라임이 중요한 것이니까. 슬라임만 잘 퍼져나가면 된다. 요원은 덤이고.
촉수로 슬라임들을 쓰다듬으며머릿속메모와 계획들을 정리해나간다.
이 복덩이들. 언젠가는메이드군단으로 만들어야지.
오빠 믿지?
꾸물꾸물.
내가 촉수로 건드리는 슬라임이 한심하다는 듯이 움직인 것같지만, 기분탓일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