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8. 시설 (4)
* * *
40.
당장 급한 일은해결됬으니다시 탐구할 시간이다.
곧 슬라임을제공해야할시간이올테니슬라임에 대해서 알아봐야지.
레이나가 반수치사해버리는 바람에 언제 접촉을하는지 알수 없게 되어버렸다.
방 전체로 인식을 넓힌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슬라임들은 나를 두려워해서 다들 구석에처박혀있다.
지금 내 촉수를 타고 놀고 있는 한 마리를 제외하고.
그러고 보니이 녀석이름을 지어주어야 하는데.
가로로 뻗어진 촉수를 아래위로 회전하면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용케 안떨어지는구먼.
다시 바깥으로 인식을 돌리자 어느새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는 슬라임들을 볼 수 있었다.
형태가 없는 자손.
형태가 없기는 개뿔이 아무리 봐도 판타지 소설의잡몹,슬라임으로밖에보이지 않는다.
내가 갇힌 이 방은이 녀석들도넘을 수가 없는지 일정 둘레 이상으로 벗어나지못한 체옹기종기 모여 꾸물거리고 있다.
넘으면 대참사가 일어나겠지.
아주 귀엽고 만만해 보이는 녀석들이지만 인간을 보자마자 발목을 씹어먹어 버리는 무서운 녀석들이다.
거기다 산성까지 띄고 있으니 통제되지 않는다면사람뿐만아니라 건물도 모조리 녹여버리겠지.
꽤 증식해서 거대한 검은 원을 이루고 있는 슬라임들을 보며 방의 크기를 어림잡을 수 있었다.
정확한 수치를 계산하기는 귀찮고,충분히 넓다는사실을 알았으니 됐다.
나를 감시하는 시선이나뿐만아니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슬라임들 또한 바라보고 있는 점을 깨닫는다.
그러고 보니인식저해용 입자를 안 뿌렸구나.
딱히 막을 이유는 없으니 그대로 둔다.촉수 괴물만보는 것은힘들 테니귀여운 슬라임을 보면서 치유라도 해라.
일단 에이본의 서를 펼친다. 사본의 사본이라고 하지만. 자아가 있는 것 같기도, 없는 것 같기도 한 괴상한 책.
확실한 것은 우연히 얻게 되었지만, 내 육체에 대해서탐방할 좋은 기회다.
4서클입문 마도서의페이지를 넘겨 에이본의 서가 적힌 부분으로 넘어간다.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
스멀거리며 끔찍한 글자가 올라온다.
[에이본의 서]
어, 알고 있으니까 그만 좀 꾸물대라. 검붉은 피로 적혀 있어서 보기 끔찍해.
글씨가 알게 모르게 시무룩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착각이겠지.붉은빛이줄어들고 타르처럼 끈적하게 변해서 흘러내린다.
뭐,이 정도면그래도봐줄 만하지. 역시 의사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내 의도를어느 정도읽는 것도 맞고.
레이나가한참 동안읽었을 텐데, 어떤 내용을읽었을지궁금하다. 이 책은 만물을 담은백과사전 같은것은 아닐 테니.
문득 궁금해져서 레이나에 대해서 찾아보고 싶어진다. 레이나에 대한 정보.
있으려나? 페이지가 넘어가네?
[레이나(Reina). 위대하신 분의첫 번째사도]
[위대하신 분을 신으로 섬기는 사도. 검술과정령술을특기로 다루는 엘프.그분과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름한 줄, 설명한 줄이 적혀 있다. 이건 좀 신기하군. 실시간 업데이트 기능이있는 건가?이세계위키네.
두 요원에 대해서도 찾아보려 하지만 나오지 않는 것을 봐서 제한이 있는 것 같다.
아마 나랑관련돼서적혀있는 거겠지.
좋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음 정보를 검색한다.
나.
나에 대한 정보를 찾아봐.
페이지가휘리릭넘어간다. 음산한 기운이 압도적으로 강하게풍겨나온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지만, 공기에 느껴지는 압박 역시 강해진다.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압박감이라고?
조금은 긴장한 상태로 마침내 멈춘 페이지를 바라본다.
[위대하신 분.진명■■ ■■■]
[위대하신 분.]
[]
응?
무언가 잠깐 보였다가 실시간으로 사라졌다. 책에서 풍기던 기운 역시 없어졌다.
분명히 글자가쓰여 있었는데, 내가 인식을 할 수가 없었다. 다섯 글자인 것만 기억난다.
페이지를 다시 살펴보지만, 아무 내용도 적혀있지 않다.
뭐지?
분명히 무언가 적혀있던 것을 보았고, 흘깃 보였던 설명란 또한 빼곡하게 차있었음에도떠올릴 수가 없었다.
마치 기억이 제거되어버린 것만 같은 상황.
지구에 살았었던 때의 내 이름이나 나이가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
그것만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일까. 내 얼굴을 기억해보아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머니, 아버지.친구….
다른 인물들은 모두 기억나는데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는아무것도기억할 수가 없다.
역시이세계전생은 의도적인 사항임을다시 한 번깨달을 수가 있었다.
나는 아직도 이름이 없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별칭이나별명 같은것을 짓긴해야 될것 같은데. 다들 돌려 말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 안쓰럽다.
작명한다는생각은 들지 않는다. 역시 아까 보았던 다섯 글자가 이 육체의 이름이겠지.
`내` 이름이 사라진 원인이기도 할 것이고.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에 대한 정보를 다시 나타내봐. 내가 아닌, `나`. 역시 안되나?
그 순간, 책의 페이지들이 다시 넘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이 책은 두 개체의 차이를 인식한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을.
책을 쳐다본다.
[관리 개체 No.166]
응?
[등급] : 【Labes(파멸)】
이거설마….
[관찰 기록]
...
[설명]
...
[관리 방법]
...
[부록]
...
이건 분명 시설이 나에 대해서 기록한 내용이다. 설마 이걸 읽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에이본의 서는 예상 밖으로 아주 유용한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내용을 쭉 읽어내려가자 역시 나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심지어 슬라임에 대한 관찰 기록까지 있는 것을 보니 최신 기록임이 분명하다.
이걸 이용해서 또 계획을 세울 수 있겠다.
마음속으로메모를 해두며 아쉬움을 삼킨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는생각했지만, 나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일단 이름이 다섯 글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다.
내 촉수나 점액, 문 같은 것들도 찾아보았지만 아무 내용도 없었다.
그럼 원래의 목적으로 돌아가자.
슬라임에 대한 정보를 찾는다.
[검은 슬라임. 형태가 없는 자손(Formless Spawn)]
[■■■■ 섬기는 권속. 검은 점액으로 이루어진 형태 없는존재….]
전에 보았던 정보들 말고 정보가 필요하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원인이라던가. 이들이 원래 섬기던 존재에 대한 것이라던가.
네 글자로적혀있지만, 끊임없이변화하는 글자를 알아볼 수가 없다.
이것 역시 못 읽는 것이 아닌, 인식이 저해되어있는 느낌. 내 이름과 비교하면 느낌이 덜하지만, 똑같이 기분이 오묘하다.
뭐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다.
하여튼 슬라임에 대한 것을 읽어나간다.
[섬기는 행위 그 자체를 위한 봉사 종족. 삶의 목적과 행복이 모두해당한다. 주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단일 개체로 목적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제물 공양이 없더라도 자가분열을 하며 증식한다. 같은 목적을 가진 자손들은정신세계를공유한다.]
저렇게 바글바글하게 늘어난 것은 원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해서 그런가.
제물공양에 관한 내용도역시 처음소환되었을 때에벌어진 미친 광경을 얘기하는 것이겠지.
여기서 주인의 목적이라는 것이 소환한 당사자의 목적일지, 이 종족이 원래 섬기는 존재의 목적을 얘기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둘 중 어떤 존재의 것이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이들은 내게서 두려움을 느끼고, 내가 강제로 지배할 수도 있다.
다른 내용을추가적으로읽어가지만, 결국 알아볼 수 없는 주인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따로 찾아보아도 마찬가지.
다만 이들이 원래 섬기고 있었던 만큼, 연결 자체는 존재하고 있으니 계속 주시하다 보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정 안되면 제물을 바쳐서 슬라임들을 직접 소환하는 방법도 있고.
제물이원주인에게바쳐지는 만큼, 차원을 넘더라도 신체와의 연결을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지면시도해볼 예정이다.
릴리트에게준 촉수로 연습해야겠지.
이제 정보를 얻었으니 일을 해야겠다. 슬라임들은 나에게 겁을 먹어서 본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서 계속 증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즉 일부만 내 통제에 두고 나머지는 놔두면 알아서 번식한다는 것.
적당히 개체 수만 조절해주면 공급은 사실상 무제한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마탑과의거래를 통한 시설 견제 및 정보 파악.
내 육신과 종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
때가 오면 전력으로 쓸 수 있는 전투력.
이세계에서의첫걸음은이들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관측의 시선을 교란시키고 촉수를 뻗어 슬라임들과 접촉한다.
겁을 먹고 도망가려는슬라임들에신성력을뿌려 굴복시킨다.수많은 슬라임과연결하며 그들을 통제한다.
일단은 안전한 장소, 나의 촉수로 이루어진 공간으로끌어낸다.
금빛으로 빛나는 촉수를 같이 빛나고 있는수십 마리의슬라임들이 졸졸 따라온다.
유치원생들을 인도하는 선생님 느낌이네.
촉수의 벽 내부로 슬라임들이 들어오고, 밖으로부터 격리한다.실험실로삼아야지.
이들의 형태 변화는 자유자재라고 하지만 얼마만큼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실험해보아야겠다.
현대의 총기들로도 변할 수 있는가? 내 육신을 복제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부들거리는 슬라임들을 본다.
여전히 촉수들을 타고 놀고 있는 슬라임 하나만이 기쁜 감정을 뿌리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고 보니이 녀석은 내가 어떤 목적을 심어주었더라? 딱히 명령을 내린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뭐, 그것도 나중에 알아보면 되겠지.
지금부터 즐거운 실험 시간이다.
***
으직.으직. 뿌드득!
키에에에엑!
강렬한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는 괴물로부터 한 요원의 모습이 나타난다.
장신의 요원은온몸으로부터괴물의 혈액을 뚝뚝 흘리며 걸어나갔다.
뚜벅 뚜벅.
그가 걸음을내디딜때마다 반쯤 녹아내린 제복이 서서히 수복되며 온전한 형태를 되찾아간다.
제복에달려있는장식은 그가 C급 요원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테스트 종료. 수고하셨습니다.]
고저 없는기계의 음성을 들으며라일은테스트실의문을 나섰다.
마법 게이트를 타고 넘어가자 청량한 공기가 그를 마주해주었다. 크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테스트실의가상 공간은 괴물의 악취마저 완벽하게 재생했기에 전투 내내 불편함을겪을 수밖에 없었다.
괜히 그런 부분까지 세밀하게 구현해서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검사 결과를 확인한다.
그의 운명을 바꾸었던 그 날.
No.166 관리에투입되었던이후 그의 세계는 뒤집혔다.
처음 보는 높으신 분들과의 면담. 있는줄조차모르고 있던 장소의 탐방. 부담스러울 정도의 관심.
나름 넓은 인맥으로 시설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마음이산산조각이 날정도의 경험들이었다.
그가 살아온 인생에서 최근두어 달이가장 빠르고정신없는시간이었다.
검사받고, 실험에 참가하고, 테스트를 시행하고.
갑작스럽게 늘어난 그의 능력은아티팩트들을이용하여 한시적으로 강해졌던 시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일부분은 훨씬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우웅.
잠시 집중하자 손에푸른색의마나가 입혀진다.이것을이용해 방금 테스트에서 나온 괴물을 반으로 뜯어버렸지.
육체적인 단련을끊임없이했지만, 마나에 대한감응도가부족하여 경지를 올리기 힘들어 절망했었는데.
그런데도강해지기 위해서끊임없이육신을 단련해왔다. 제복이 터질듯하게 빵빵한 근육으로 가득했었지.
거울을 쳐다보자 날씬하고 키 큰 미남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보았을 때얼마나 당황을했는지.
수년간 노력의 결실이 모두 사라진 모습에 경악해서 비명을지를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꿈속에서그의 옛 모습이 떠올랐을까. 참으로 오랜만에 눈물을 흘리게 된 밤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불끈불끈 한근육은 사라졌지만, 주변 요원들과 비교했을 때에 압도적인마나 감응력을지니게 되었다.
C등급에 오르게 되었는데, 지속적인 테스트 결과 B급도 충분히 노릴만한 재능.
재능을 타고난 사람과 평범한 사람 사이의간극을압도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악착같이 봉급을 모아서 영약도 먹고 좋은 환경의수련실에서단련하며 노력하던 나날들은 지금 지닌 재능에 비하면 의미가 없었다.
심지어 노력의 결실마저 사라져버렸으니 허탈감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근성이 어디로 가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는 시설의 어쩌면 무리한 요구사항에도 끄떡없이 해낼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쉴 틈없이 바쁘게 지내는 나날들.
그러나 그 모든 시간 사이에도 그는 잊지 않았다.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들.
본 적 없는 세 요원의 얼굴.
그의 기억은 끊겨버렸기에 이후에 어떻게됐는지모른다. 천벌이 내려졌는지, 그들이 마음을 돌렸을지.
그런데도복수심은 타오른다.
세요원뿐만아니라 실험실에 같이 있던 늙은 연구원. 그녀를 지키지 않았던 교단. 허가를 내린 시설의윗대가리.
당장은 조용히 시설의 명령을 따르며 지내지만, 힘을 키워가며 때를 기다린다.
이유는 모르지만 분명 때가 올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은 뇌리에 박혀있었다.
그때까지 조용히 지내며 정보를 수집해야겠지.
미신 같은것을 믿지 않는 그가 머릿속의 생각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근거.
시설 내에 그와 비슷한 다른 존재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하루의 반절 이상을테스트실에서들락날락한 만큼,이곳을찾아온수많은 요원을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는그의악우키라누도있었고.
키라누로부터도무언가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역시 자신처럼 살인적인일정을감당하고 있었지.
성격이 조금 바뀐 것처럼 보였지만, 그와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었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강해졌는데 그의 성격상 자랑안 하고는못 배길것으로 생각하며커뮤니티를 뒤져보았지만, 아무런 글도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글을 올렸다가 검열을 당하고, 기억을 조작당했을 수도 있다.
으득.
이를 갈며 분노를 잠재운다. 시설의 눈은 어디에도 있으니 항상조심해야 한다.
개인테스트실로입장하는 거대한 공간을 향한 격벽이 열린다.
수백 명의요원이 왁자지껄 떠들며 이야기하고 있는이곳.
바깥에서의용병사무소 같은느낌이 드는이곳이야말로시설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일 것이다.
시설 측의명령, 혹은 개인의 단련을 위해서. 그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려는 목적을 가진 자들도 있겠지.
우측에서 휴게실에서 술을 마시며 떠드는 요원들이 보인다. 붉게 물든 얼굴로 어깨동무하며 웃고 있는 모습에 혀를 찬다.
저럴 시간에 단련이나 하지. 이내 줄어든 근육을 떠올리며 우울한 감정을 내비친다. 자랑거리였던 근육을 다시 만들려면 얼마나 오래 걸릴까.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오고 가는요원들.
그처럼 인간도 있지만,이종족들의모습도 꽤 보인다.몬스터로취급되는 존재도 가끔 보이고.
문득 익숙한 기운을 느낀다. 불길하면서도 갈증을 일으키는 느낌에 기운이 풍겨오는 장소를 쳐다본다.
라일도키가 큰 편이지만, 보이는 상대는 그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주변 요원들이 지나가며 흘깃 바라보게 하는 덩치.
5m에 가까운 키와불끈불끈 한근육을 가진 괴물.오우거.
라일의신장보다 더 큰 대검을 짊어지고 있는오우거역시 기운을 눈치챘는지 그를 쳐다본다.
씨익.
손바닥만 한어금니가돌출되어 있는얼굴이 미소를 짓는다. 그 흉악하고 야성적인 미소에 순간적으로 움찔한다.
씨발. 나쫄은 거아니다.
몬스터가기본적으로 지닌 피어 능력에 영향받은 거겠지. 같은 기운을 지니고 있으니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아마도.
라일 역시 미소를 날려주고 갈 길을 걸어갔다. 아마 저오우거요원 또한 `때`를 기다리고 있겠지. 거대한 방을 가로지르며 걸어간다.
정말 오랜만에 생긴 휴식 시간. 예상시간보다 테스트를 빠르게 끝낸그는 보고하러가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대장간.
전통을 따라 대장간이라고는 불리지만 뜨거운 화로와 망치를 두드리는 장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첨단마도 공학을이용해서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가졌는데 구식 방법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래도 전설이나 전통 의식이 필요한 일부 특수한 장비들을만들 때는여전히 장인들이 매달려 일을 한다.
그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던가.
그의 입장에서야방법이 어떠하든 좋은 장비를 얻을 수 있다면상관없지만.
시설 내부를 이동할 수 있는 마법 게이트를 향해 나아간다.
마법을 통해서 관리 개체로부터 얻어낸 능력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게이트.
순수하게 마법으로 이루어진 게이트와 달리 소모되는마나나위험성이 확연하게 줄어들어 이동의 혁명을 일으킨 기술.
관리 개체들은 통제만 된다면 정말무궁무진한 가능성을지니고 있다는 것을다시 한 번깨닫는다.
검사의 힘만으로 공간이동을 하려면 공간을 베어낼 수 있는 경지가 되어야할 테니.
그조차도 마도서적에서 이론상으로만 있던 내용이지만. 실제로 가능하더라도 S급이나EX등급 정도는되야 사용할 수 있겠지.
이제 C급을 달고 B급을 향해 나아가는 그로서는 상상 밖의 경지이다.
어느새 게이트가 있는 방에 도착했다. 닫혀있는 격벽에 단말기를가져다 댄다.
봉급이 새로 들어오면 단말기도 교체해야지. 기존의 단말기를 회수해간 시설에서는 같은 모델로 주는 것이 아닌, 기본 단말기를쥐여주었다.
망할 놈들.3개월 치월급이 들어간 놈이었는데.
[C급 요원라일 확인 되었습니다.]
격벽이 열리며 내부의 모습을 드러낸다.
온통 새하얀 방. 푸른 마나가 지그재그 모양을 그리며 벽과 천장에 흐르고 있다.
바닥에는 거대한마법진이그려져 있다. 저게 공간이동을 하게 해주는 것이겠지.
"대장간으로."
[목적지 대장간 확인했습니다. 승인. 이동합니다.]
마법진에서서 외치자 바닥이 번쩍 빛나며라일을휘감는다.
빛의 입자로 변한라일의모습이 사라지자 밝게 빛나며 회전하던마법진이작동을 멈춘다.
철컹.
격벽의 문이 닫히며 다음 손님을 기다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