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했더니 촉수괴물-36화 (36/74)

〈 36화 〉 7. 공포란, 무지(無?)로부터 온다. (7)

* * *

35.

스륵,스륵.

레이나의푸른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비단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물결처럼 흐른다.

엘프라는 종족의 특성일까, 그녀가 특별한 것일까. 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아주 부드러운 감촉을 자랑하였다.

오랜만에 오감을 모두 활성화한다. 사용할 일이 적은 후각이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그녀에게는 언제나 싱그러운 풀잎의 냄새가 난다.

화창한 봄날이 느껴지는 그녀.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나에게 기대오는 그녀의 모습에 심장이두근두근거린다.

어느 순간부터 책을 조용히 접어두어 옆에 내려놓은 그녀. 슬라임 또한 분위기를 읽은 것인지어디론 가로사라졌다.

그녀가 나를, 내가 그녀를 느끼며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 그녀와의 연결을 통해서 서로의 감정이 오간다.

따뜻함. 부드러움. 안도감. 좋은 향기. 푹신푹신함. 사랑스러움.

감정에 감정을 더하며 층층이 깊은 유대감을 쌓아올린다. 천천히 그녀를감싸 안는다.

가녀린 그녀의 몸이품 안에쏙 안긴다. 이토록 아름답고연약해 보이는그녀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까.끊임없는자학과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온 그녀의 정신과 육체가 보인다.

새하얀 손바닥은 그녀가오래도록단련해왔다는 세월을 보여주는굳은살이알알이박혀있다.

점액으로 치유하기 전에는 지워지지 않는 미세한 상처나 흉터들이 있었을 테지. 나의 점액은 그녀의굳은살조차말랑말랑한 감촉이 느껴지도록 변화시켰다.

마음 같아서는그녀가 다시는 전투를 벌이지 않았으면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쌓아온 인생을 부정하는 일.

촉수들을 뻗어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가닥가닥 흘려보내어 깍지를 끼듯이 잡는다.

얇고 새하얀 손가락과 굵고 검은 촉수가 피아노의 건반처럼 번갈아가며 조화를 이룬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서로 공유한다. 촉감만이 아닌,마음마저느껴지는 감각을 담아낸다.

머리카락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촉수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들어 올려두 가닥의촉수를 그사이의공간에 넣는다.

새하얀 목덜미를 보자 깨물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저 순백의 도화지에 붉은 물감을칠해 넣을수만 있다면.

이성으로 본능을 짓누르고 목을 지나 그녀의 양 날개뼈 위에 얹은 뒤에 천천히 압박감을 가한다.

"...흐읍!"

그녀에게 순간적으로 얇은 신음성이터져 나온다. 민감한 피부에 느껴지는 자극으로 의도치 않게 나온 소리는 야릇하게울려 퍼졌다.

머리를 숙인 그녀의 얼굴이 푸른 폭포수에 가려 볼 수 없었지만,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있을지는감각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알 수 있었다.

새빨갛게 물든그녀의 뾰족한 귀가 열기를 발한다. 저 붉은 귀를 핥는다면 그녀는 방금 내뱉은 소리보다 훨씬 강렬한 음을 내겠지.

욕망과 이성 사이에서 번뇌하며 그녀의 어깨를주물거린다. 나약하게만 보이는 그녀의 외형과는 달리 탄탄한 근육과 그 밑을 강렬하게 흐르는마나의맥동이 느껴진다.

레이나의마나를 감상한다. 어떨 때는 강렬한 파도처럼, 혹은 가벼운 산들바람처럼, 떨어지는 벚꽃처럼.

혈관을 따라가며온몸을순환하는마나는그녀의 가슴 한복판으로부터 폭발하듯이 내뿜어진다.

두근두근두근.

빠르게 뛰고 있는 그녀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 아무 말 없이, 긴 머리카락 사이로 표정을 숨기고 촉수의 감촉을 즐기고 있지만,레이나의몸은 강렬하게 제 감정을 주장하였다.

쇄골선을따라 촉수의 첨단으로 천천히 훑자 그녀의 몸이 긴장하며 수축한다. 움찔거리는 그녀의 반응이 귀엽기만 하다.

천천히 어깨를 어루만지며 미안한 마음을 담아 긴장을 풀어나간다. 레이나가 최대한 편안하고 안도감을 느끼며 즐길 수 있도록 따스한 감정을 전달한다.

그녀의 몸이 서서히 풀려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 해치지 않아요. 마음을 놓고 즐기렴.

어깨를 적당히조몰락거렸으니, 천천히 내려간다. 날개뼈가 있는 넓은 등에 압력을 넣는다. 하얀 피부와 하얀 천이 만나는 선을 바라본다.

저 선 안으로 넣어 어루만지고 싶다. 속옷을 헤집고 정면으로 손을 뻗어 봉긋한 언덕과 그 끝에 맺힌 열매를 탐하고 싶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지만, 꽃에 이끌리는 나비처럼 그녀에게 매료된다. 예술작품 같은그녀의 외모가, 굳세면서도 상냥한 그녀의 마음이 나를 유혹한다.

여전히 붉은 귀와 두근거리는심장 소리는그녀 또한 내 감정을 읽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부끄럼쟁이같으니. 촉수로 그녀의앞머리를조심스럽게 쓸어넘기자 폭발할 듯한 붉은 얼굴이 보인다. 화끈화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시리도록 푸른 그녀의 눈망울 끝자락에는 이슬처럼 눈물이 한 방울 맺혀있다. 그 정도로 부끄러운 건가. 촉수로 조심스럽게 이슬을 거두어간다.

아까는 요망하게 나를 유혹하더니,어찌할 줄모르는 듯한 모습을 바라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소리 없는 웃음을 지으며 여유롭게 그녀의 등을 안마한다.

촉수에 자극을 받아 미세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근육이 느껴진다. 마나를흘려 넣자반갑다는 듯이 그녀의 마나가 호응하며 연결고리를 이룬다.

사락사락.

다시 고개를 들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촉수를 뒤덮는다. 앞은 부드러운 천의 감촉과 밑의 피부를, 뒤로는 나를 간지럽히는 그녀의 얇디얇은촉수 다발을느끼며 움직인다.

등을 따라 아래위로 왕복하다 이내 심장이 있는 부위에 두 촉수를 포개어 마나를 뿜어낸다.

미약한 줄기를 이루던마나는서서히 거세어지며 마침내 둑을 무너뜨리고 폭발하듯이쏟아져 내린다.

두근거리는 그녀의 심장이터질 듯이쿵쿵댄다. 마나를 받아들여 기쁜 것일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일까.

"아앗."

등에서 촉수를 거두자 그녀로부터 아쉬운 탄성이 나온다. 다시 한 번 사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촉수들을 머리카락 사이에서꺼내어든다.

아쉬운 것일까, 나와마주 잡은손으로부터 손가락이 꼼지락거린다. 두근거리던 심장은 어느새쿵쿵쿵마라톤을 뛰듯 강렬하게 내 감각을 두드리고 있다.

촉수로 그녀의 턱을 조심스럽게 받치며 그녀를 쳐다본다.

붉게 물든 얼굴. 어느새 다시 맺힌 눈물방울. 무언가를 갈망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자 억누르고 또 억눌렀던 욕망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아. 너는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게 빛이 나는가.

검은 촉수가 갸름한 턱선을 지나 붉은 입술을 열고 천천히비집어 들어간다.

"후읍."

닫혀있던 그녀의 입이 약간 벌어지며 나의 촉수를 받아들인다. 천천히 비집고 들어간 그녀의 입속의 혀가 이불처럼 포근하고 따뜻하게 나를 덮었다.

"후우움,후읍."

츄릅.츄릅.

따뜻한 이불은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가며 나를 어루만지기 시작하였다. 따뜻한 액체가 흐르며 음란한 소리가 울린다.

그녀의 혀를 휘감으며 회전한다. 끝과 끝이 맞닿아 짜릿한 자극을 준다. 흥건하게 고이기 시작한 침과 점액이 섞여가며철퍽거린다.

눈을 감고 나의 촉수를 받아들인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촉수로 그녀의목 뒤를감싸며 그녀와의 깊은 입맞춤을 즐긴다.

"하아아…."

검은 촉수가 빠져나오자 투명하고 끈적한 실선이 이어지며 그 행적을 그려냈다. 그녀와의 입맞춤은 사탕처럼 달콤하였다.

그녀 역시 혀로 입술을 핥으며 실선을 끊어내었다. 달콤한 키스는 우리의 감정을 충분히 끓어오르게 하였다.

휘어진레이나의눈이 욕망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하였다. 후끈해진 공기로 조금씩 땀을 흘리기 시작한 그녀의 옷이 서서히젖어들어 가는것이 보였다.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열기에 휘감긴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하자 문득 그 깨끗한 푸른 보석을핥고 싶다는생각이 떠올랐다.

... 이건 좀 과한 느낌인데.

살짝 진정된 마음으로 천천히레이나의옷을 촉수로 붙잡는다. 허락을 받기 위해 잠시 멈추자 그녀가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양팔을머리 위로 올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상의를 천천히 올린다.

매끈한 배와 자그마한 배꼽이 드러난다. 그녀의 배는 군살 하나 없이 세밀한 근육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근육의 형태가 아름답게 잡혀있다.

천천히 올라가던 옷이 무언가에 걸려서 멈칫한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자 거대한 산맥두 개가보인다.

서서히 올라가는 옷. 그녀의 피부를 따라 부드럽게 쓸리는천 자락의소리가 나의 청각을 자극한다.

마침내 산맥의 최고봉까지 등반한 옷감이 분홍빛의 정상을 드러낸다. 속옷을 안 입고 있었나. 너무 야한 거 아니니?

어깨를넘어양팔을지나고 벗겨낸옷을 옆으로 집어 던진다. 다른 촉수로 마도서 위에 떨어진 얇은 옷을 옮긴다. 더러워지게 놔둘 수는 없지.

부끄러운지 양팔로 가슴을 가리는레이나의모습을 쳐다본다.

아서라. 그렇게 가려봤자야해 보일뿐이야.양팔로가슴을 가린 그녀의 자세는 오히려 가리려 한 그 가슴을 가지런히 모아 더욱돋보이게 하여주었다.

D컵? E컵?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있어야 알지. 살짝침울해지지만, 그감각은 금방사라진다.

지금은 내가 보아왔던 어떤 여인보다도 아름다운 그녀와썸을 타는사이…. 아니, 그 이상이겠지.직접말하지는않았지만, 그녀의감정이 전해지고 내 감정이 느껴진다.

문득, 언젠가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남자는직접그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 여자들이 아쉬워한다고 했던가. 말 한마디만으로도 정신적인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지.

쿵쿵.

두근거리며 울리는 그녀의심장 소리가마치 내심장 소리인듯한착각이 든다. 내 핵은 지금쯤 휘황찬란한 빛을 뿌리고 있겠지.

하지만 막상 말문을 열자니 무언가 어색하고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과연 인터넷에서 본 글을 믿을 수 있을까. 그녀가 내 말을 듣고 좋아할까. 혹시 나 혼자만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어색한 침묵 속에서 혼란스러운 마음과 감정의 흐름을 느낀다. 표현하지 않아도, 이렇게 공유되고 있는 감정만으로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지구에서는 표현하지 않는 이상 모르지만, 나와레이나는신과 사도로 연결되어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말없이도서로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온갖 변명이 머리를 뒤흔든다. 그래도 남자가 먼저 얘기하는 것은 좀쪽팔리지않은가. 심지어 나는 신인데?

...

아니야.

바뀌어야지. 우물쭈물한 태도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겨우 그깟 부끄럽다는 감정을 못 이겨내는 것은 어불성설.

신중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나의 진심을 담아서 내 존재의 근간으로부터 감정을 끌어올린다.

신과 사도의 애정. 남성과 여성의 사랑. 육체적인 욕망을 담은 애정. 정신적인 충족감을 담은 사랑.

어느새 마음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 흐르는 감정을 담아 그녀에게 전달한다.

"레이나, 사랑해."

흘러넘치는감정을 그녀가 받아들인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밝게 빛나는 그녀의 표정이, 그녀의 감정이 전해진다.

황금색의 강렬한 빛이 그녀로부터 폭발하듯이퍼져 나온다. 그 빛에 공명하며 나의 촉수 또한 물들어간다.

한겨울의눈밭처럼 새하얀 그녀로부터 황금이 흘러나온다. 검은 촉수를 황금이 밝게 흐르며 휘감는다.

백색과 흑색, 황금과 황금이 섞이며 찬란한 빛을 이루어낸다.

의식하지 않아도 온 공간을 가득 메운 감정이 흘러넘치며 우리의 정신을 물들인다.

눈부시도록 밝게 빛나는 광휘가 잔잔하게 가라앉기 시작하며 그녀의 표정이 드러난다.

두 눈에서보석 같은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얼굴은 행복하고도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내고 있었다.

"저도 사랑해요, 나의 구원자. 나의 신님, 나의 주인님."

거세게 흐르는 감정에 몸을 맡긴다. 순간적으로 잃은 이성을 되찾자 어느새 완전한 알몸을 드러내며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사랑해요."

두 팔을 펼치며 외치는그녀를 촉수로휘감는다.

하늘을 향한 그녀의양팔을, 봉긋한 두 가슴을, 얇은 허리를, 길게 뻗어진 그녀의 다리를.

여전히 밝게 빛나는 촉수로 휘감고 어루만진다.

"흐으으응,흐윽! 계속 어루만져주세요.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세요. 저를 사랑해주세요!"

그녀의 욕망과 내 욕망이 만나 멈출 수 없는 흐름을 이룬다.

레이나의입을 벌려 촉수를 넣는다. 이전보다 더욱 깊게, 더욱 거칠게 서로를 탐한다.

츄르릅.츄르릅.

"흐으응, 제 입을 거칠게 범해주세요!"

말로 대답하지 않고 행동으로 부탁을 들어준다. 달콤한 연인의 입맞춤이 아닌, 거칠게 그녀의 입을 탐하는 한 마리의 야수가 된다.

붉은 입술을 뚫고 들어간 굵은 촉수를앞뒤로흔들며 쑤신다. 표면에 흐르는 끈적한 점액이 순식간에 그녀의 입속과 얼굴을 더럽히기 시작한다.

쪼옥,쪼옥.핥짝,핥짝.

뿜어지는 점액을 그녀가 입으로 빨아 먹고, 핥아 먹는다. 느껴지는 흡입감과 부드러운설육의자극으로부터 쾌감을 느낀다.

흥분으로 붉게 물든 얼굴과 거친 숨을 내뿜는 그녀를 바라본다. 천사처럼 아름다운 얼굴은 흥분과 쾌감에 물들어 타락하고 있다.

부족하다. 그녀가 이성을 잃을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녀에게 들키지 않도록 촉수 두 가닥을 조용하면서도 천천히 그녀의 머리 뒤로 옮긴다.

아무것도모르는 상태로 촉수를 쪽쪽 빨고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재빠르게 들추고 그녀의 양쪽 귀를 휘감는다.

"후으으으으읍!우우우웁!"

신음성을 내뱉는 그녀로부터 강렬한 쾌감의 파동이 느껴진다. 엘프는 귀가 민감하지. 평상시라면 모를까, 이미 달아오른 그녀의 몸은 귀에 느껴지는 감각 또한 거센 자극으로 다가올 뿐이다.

스르르륵.

그녀의 귀를 타고 뱀처럼 몸을 놀린다. 앞으로, 뒤로. 귓바퀴를 따라 흘려보내고. 천천히 접혀있는 구석을 사각사각 파고들어 어루만진다.

"흐아앙! 귀, 귀는약해여어어…! 아,안대애애!"

강렬하게 빨아대던 촉수를 놓친 그녀는 달콤한 교성을 흘리다가 흠칫하며온몸을부들거리며 떨어댔다.

그녀가 누워있는 촉수로부터 축축한 액체를 느낀다. 음란한 냄새가 풍기는 액체를 맛본다. 과일처럼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그 근원을 찾으러 떠난다.

방울지며 흘러내리는 길을 따라 촉수가 역으로흘러 올라간다.

새하얀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 이내 앙다물어진 조개를 마주한다.

흥건하게 젖어있는 그녀의 음부는 후끈한 공기를 내뱉으며 군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레이나는언제부터 이렇게 음란해졌지?"

"흐으윽…. 저는,흐윽, 음, 음란하지 않아요!"

보짓물을뚝뚝 흘리며 신음하고 있음에도 그런 건방진 대답을 한다고?

그녀를 괴롭히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오르고, 그 욕망에 몸을 실어낸다.

"호오, 그런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지."

핥짝.

"히이익?"

갈라진 틈을 따라 촉수를 쓸어올리며 훑자 그녀로부터비명성을짜낼 수 있었다. 아주 바람직하지만, 아직모자르다.

하늘로 날아오른 새는 다시 내려와야 하는 법.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협곡을 따라 활강하며 내려간다.

"흐으으윽♥!"

이전보다 더욱 만족스러운 신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내려왔으니, 다시 올라가야겠지?

스윽,스윽.

"흐으윽,흐으응!"

그녀의아랫잎의두 입술 사이로 기둥을 끼워 위아래로 천천히 올리고 내린다. 점액을 분비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있는 촉수.

슬라임이 이동하듯이 끈적한 자취를 남기며 왕복한다. 투명한 실이 이어졌다 끊어지기를 반복한다.

어느덧 부들거리기 시작하는 그녀의 반응을 즐긴다. 절정을 향한 도화선에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는 안 되지.

천천히 움직이던 촉수를거두어 들자기대감에 몸을 흔들던 그녀가 멈칫한다.

"흐으응? 주, 주인님?"

멈추어버린 자극.열락을느끼기 직전에 멈춘 감각. 꺼져버린 도화선에 영문을 모른 체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든 촉수의 움직임을 멈춘 나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를 쳐다보기만 한다.

"으으응, 가, 가고 싶어요!"

그녀가 몸을 비비적거리며 자극을 찾지만 응하지 않는다. 팔을 뻗어 스스로 자극하려 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어딜.

"흐으윽!"

두 팔과 두 다리를 영문자X처럼 펼치고움직일 수 없도록 강렬하게 구속한다. 달아오른 그녀의 몸은 그 감각만으로도 흥분을 느끼는지 신음성을 내뱉는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자극이 분명 부족하겠지.

그녀도 나도 나의 의도를. 내가 그녀로부터 바라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인지한다.

말로 꺼내지 않아도 서로 알고있지만, 그것을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모르는 체하며 참고 있는 그녀. 하지만 음욕에 번들거리고 있는 눈과 거칠게 울려대는 심장이 진심을 드러낸다.

그녀도 참고 있지만, 나 또한 참고 있다. 나를 휘감은 강렬한 욕망은 이성으로 억누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그녀의온몸을핥고, 음란하게 뻐끔거리는 구멍을 범하고 그녀의 마음을 취하고 싶다.

입 밖으로 샐 정도로, 배가 빵빵해지도록 점액을내뱉고 싶다.

그녀의 육체를 탐하며 쾌락에 미쳐버린 교성을 듣고 싶다.

욕망을 참아가며 상대가 먼저 포기하는 것을 바라는 치킨 게임.

승리를 위해서 욕망을 참고, 또 참는다. 참는 만큼 이루었을 때의 쾌감이 배가 될 것이다.

그녀 역시 그녀만의 노력을 한다.

음란한 자세로 사지가 구속되어 고정되어있는 상태.양팔과다리는 움직일 수 없지만, 아직 몸을 움직일 수는 있다.

욕망에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머리를 돌려 자신의 귀를 바닥에 쓸기 시작한다.

"흐으응,흐윽♥!"

스스로 귀를 자극하며 흥분하는 그녀의 모습에 잠시어이를잃는다.

아니, 말로 안 했을 뿐이지 이건 이미 진 것이아닌가…?

자존심은어디다 버렸는지귀를 바닥에 비비며 허리를 조금씩 튕겨댄다.

투두둑.

"흐으응, 귀, 귀조아아아♥"

달구어진 음부로부터 투명한 물방울이 흩뿌려지며 바닥의 촉수를 적신다.

이대로 가면 그녀는 혼자 만족하고 끝낼 것이다. 그럴 수는 없지. 나는 패배를 용납하지 않고, 나를 앞두고괘씸하게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는 그녀를 놔두지도 않을 것이다.

바닥과부비적거리는그녀의 머리를 돌려고정하고, 꿈틀대며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버린다.

그녀와 나를 휘감고 있는신성력에강력한 의지를 담는다.

움직임을 봉인하라.

나의 통제하에 들어온 기운이 충실하게 명령을 수행한다.

한겨울에얼어붙어 버린호수처럼옴짝달싹하지못하는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자그마한 자극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 흥분이 서서히 식어가야 하지만, 그녀의 몸은끊임없이달아오른다.

그녀가 스스로 삼킨 점액이, 안마하면서 투입한 마나가 약한 최음작용을 일으키며 내부로부터 그녀를 무너뜨린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서서히 절박한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룰 수 없는 욕망에 끊임없는 자극을 받는 그녀가 애처로운 표정을 짓자 마음이 약해진다.

너무 심했나? 미안한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애처로운 표정에 감추어진 그녀의 감정이찰나 동안느껴졌다.

이겼다.

크흡. 나를 속이려 하다니.괘씸죄추가.

느긋하게 그녀를 쳐다본다. 방금 들켜버린 그녀의 감정은 나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그것은 내 인내심이 더욱 단단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하는 그녀의 감정이 느껴진다.

"흐으으으으…!"

애처로운 신음성을 내며 무언가를 갈망하듯 뻐끔거리는 그녀의 성기를 바라보며 승기가 기울어짐을 느낀다.

단 한 걸음만 있으면 그녀가 굴복할 것이 분명하다.

그녀의 정신을 향하여 감정을 담아사념파를쏘아낸다.

"레이나. 무엇을 원하지?"

"흐으응…!"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인 그녀. 그래, 바로 그 수치심이야. 더욱부끄러워하며굴복해라! 하하하!

"레이나."

"...요."

쥐구멍에 기어들어가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그녀가 말한다. 초월적인 감각으로 그녀가 뭐라고 하였는지 들었지만, 못 들은척하며 기다린다.

자. 어서. 참을 수 없잖아?

어서 욕망을 뱉어내!

"주, 주인님의 굵고 끈적끈적한촉슈주세여어어!음란한레이나의암컷보지를거칠게 푹푹 박아주세여어어♥!"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