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했더니 촉수괴물-27화 (27/74)

〈 27화 〉 6. 새로운 만남 (3)

* * *

26.

차원방벽을넘어 뚜벅뚜벅 걸어오는 신사.

2m 조금 넘는 키를 가진 그는 말끔한정장 차림에구두까지 신고 있었다. 판타지 세계에서 저런 옷차림을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반갑습니다. 저는리스티나차원 출신의데일이라고합니다. 용병을 업으로 삼고 있지요."

중절모를 벗으며 절도 있는 동작으로 인사를 하는 그는의외로평범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껏 본 인물들 모두 압도적인 미모를 자랑하는여성들뿐이었는데, 저런 모습을 보니 지구의 일상이 떠올라 친근함을 느꼈다.

방심은 할 수 없지만.

평범함을 가장하여 접근해온 것일 수도 있지. 그의 기운을 자세히 살펴보는데, 놀랍게도마나나신성력이느껴지지 않았다.

진짜 평범한사람인가 하는착각을 하던 순간, 그의 언어를 알아들었다는 사실에 경계심을 높였다.

레이나와접촉할 때에는 분명 언어가 통하지 않았다.레이나와연결된 이후를 제외하면 사념으로 대화를나눌 때만대화가 통했는데, 이는 정신 오염을 뚫어야만 가능한 것.

조용히 그의 행동을 지켜본다.

"제 명함입니다."

그의 손에 갑자기 나타난 자그마한 종이 한 조각.

깔끔한 흰 바탕에 멋들어진 필체로 적힌 글씨. 초록빛의 잉크가 반짝이며 글자를 나타낸다. 지구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평범한 명함. 하지만 지구가 아닌이곳에서는평범이아닌 비정상의 극을 달리고 있는 물건이다.

조심스럽게 촉수를 뻗어 그의 손에서 명함을 집어가자 갑자기 얼굴에씨익미소를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반짝!

알 수 없는 언어로 적혀있던 글씨가 빛이 나며 몸을 뒤틀기 시작하였고, 이내 깔끔한 한글로 번역되었다.

[차원 용병데이랅쟈크`샤투아스테리온퀼레이드샤]

한글로 단한 줄의이름만이 적혀있는 명함. 그 괴리감에 경계심을 높이며 명함을 살펴본다.

흰 바탕에 녹색의 글씨. 빛을 내는 잉크. 그 어떤 마법적인 능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 한 거지?

"어떻게 한 거지?"

"제가갖춘 능력중 하나입니다.적대적이지않은 상대에게 자신의 언어로 번역되어 보이게 하는 능력이지요. 차원을 넘어다니며 활동하기 정말 좋은 능력입니다. 명함을 읽을 수 없는 자라면 도망가거나제압해야 하죠."

신기한 능력이다. 자동번역에 위험감지까지. 누가 보면 내가 아니라 저자칭용병이특전 받고이세계전생한 줄로 알겠다.

그를 조용히 살펴본다. 이 정도 인물이 평범한 인간일 리가 없다. 자세히 살펴보자 정장 내의 육체가 비정상적으로 뒤틀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겉모습은 분명 평범한 인간이지만, 내 시야에서는 알 수 없는 물질들을 인간의 육신으로 압축해둔 듯한 모습이다. 비유하자면 임계점에 도달하여 터져나가기 직전의 폭탄이랄까.

"그 모습은 너의 진짜 모습이 아니구나."

조금 놀라는 표정을 하던 그는 검은 앞머리를 넘기며 대답하였다.

"예, 맞습니다. 역시 바로알아차리시는군요. 제 본모습은 따로 있지만, 대다수의 차원에서혐오스러워하는모습인지라 이런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차원에공통으로존재하는종족인 만큼, 경계심을 낮추기에도 좋고 조금 더 친근한 인상으로 다가갈 수도 있죠."

그래서 `평범하다` 라고 느낀 것인가. 지금까지 보여준 인상이 모두 연기라는 사실에 감탄한다. 차원을 넘어다닐 수있다고 하니, 그가 익힌 처세술의 일종이라 볼 수 있겠지.

차원을넘는 다라.

여러 가지정보를 알 수 있는 말이다. 지구와크리세리아,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이 차원말고도 차원이 훨씬 많다는 것. 차원을 넘어다니는 방법이 있다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마나와신성력과는다른 힘이 존재한다는 것. 용병으로 고용될 정도로의 능력이 있다는 것.

분명, 이 시설에서고용했겠지. 그렇다면 어떤 의도로 고용했을까. 아직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대화를 계속 나누면서 정보를 알아내야겠다.

"무슨 목적으로 온 거지?"

"아, 원래는 시설의 부탁을 받아서 당신을 제압하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당신의 정보를 듣고 많은 흥미를 느끼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도착하니 보수를 주며 사과하더니 사건은 이미 해결되었다고 하더군요."

역시나. 도대체 몇 명의 존재에게 부탁한 건지는 몰라도, 기분이 가라앉는 것은멈출 수가없었다.시설이라….

레이나도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점점 시설에 대한 적대감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원하던 보수는 받았지만, 역시 당신과 접촉을 해보고 싶은 것이 목적이었기에 허락을 받고 이렇게 오게 된 것입니다. 아,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나를 자칭하는 이름은 없다. 부르고싶은 대로부르도록."

이름이라. 지구에서의 이름이 분명존재할 텐데기억에서 깔끔하게지워진 듯생각이 나지 않는다. 시설에서는 166이라고 부르던데, 그딴 숫자를 이름으로하고 싶지는않다.

무엇보다도 시설의 마음대로 내 이름을 짓는 것 또한 허가할 수 없고.

하지만 이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딱히 필요 없다는 느낌이 아닌, 이름을 잊고 있다는 느낌.

지구의 이름이던지, 내가 있는 이 육체의 이름이던지. 혹은크리세리아출신의 영웅이라고 하던 그 신이 알고 있는 이름이던지.

진명이분명히 존재하고, 그것만이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떠오른다.

그 이름을 찾는 것 또한 목표로 두어야겠다.

"으음…. 역시처음 보았을때처럼간단하게촉수 씨라고부르겠습니다. 아니면 제가 모르는 이명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런 것은 없다."

이명이라니! 창작물에서나 나올만한 것이지, 현실에서 내 이명을 물어보는 사람이 생길 줄은상상도 못했다.

사과의 지배자잡스. 창문을 통해 전도하는 자 게이츠.

뉴스에서 저런 식으로 사람을 소개한다면 손발이 뒤틀리고 말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제 목적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혹시 저에게 고용되시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뭐?

"구체적으로는, 제가 온리스티나차원에 용병으로서 고용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 시설에서도해방해드리고, 고향에서도 자유롭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전혀생각지도못한 말에 어안이 벙벙하다. 내용을 조금 더 들어봐야겠다.

"설명을 더 해줄 수 있는가?

"물론입니다. 제 고향 차원은 이곳과 다르게 안전한 곳이 아닙니다. 차원방벽이무너지고, 멸망 직전까지 몰렸던 곳이죠. 정확히는, 저와 제 배우자 그리고 자식들을 제외한다면 지성 있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지요.방벽을너머 침략하는 존재들을 저와 제 가족이 막아내며 차원을 다시 가꾸어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상보다 훨씬 어두운 이야기를 밝은 표정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에 의아하다.상관없다는것인가, 아니면 이미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차게 살아가는 것일까.

무엇보다 유부남이었어?

"침략자들은…. 당신과같은 이형의 존재. 당신 역시 그들과같은존재인 줄 알고 찾아왔지만,시설로부터정보를 전달받은 뒤에 역시 확연히 다른 존재라는 것을깨달았죠. 그들은 이해할 수도, 이해받으려고도 하지 않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하지만 당신과 같은 기운을 흘리고 있죠. 역시, 당신은 흥미롭습니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날카로운 적대감. 그의 흰자가 검게 물들고 겹겹이 갈라지며 나를 노려본다. 반짝이는 별들과 은하수가 흐르며 깊은 우주의 심연이 잠깐 보이더니, 평범한 눈으로 돌아왔다.

역시, 방심하면 안되겠어.

"아, 죄송합니다. 고향의 원수들이 떠오르면살심이어쩔 수 없이 흘러나올 때가 있는지라. 지금도 본능과 이성이 충돌해서 평정심을유지하기가 쉽지만은않네요, 하하. 혹시촉수 씨의기운을 조금 줄여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그들과 같은 기운이라꺼려질 수밖에 없어서말이지요."

마나와신성력말고도 내가 기운을 흘리고 있던가? 또 내가 모르고 있던 능력인가 보네. 일단, 모든 기운을 회수한다는 생각으로 몸 내부로빨아들여 보자.

몸을 은은하게 흐르던마나와신성력이내부로 잠잠하게 가라앉는 것이 느껴진다. 딱히 다른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밝아진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잘 된 것 같다. 이건연구해봐야겠네.

"훨씬 나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설명을계속하겠습니다. 다행히도 저와 제 아내의 능력은 차원을 수비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덕분에 차원이 완전히 오염되는 것은 방지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키는 것과 살려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죠.죽어 나간생물들을 복구시켜야 했습니다."

"생태계의근원부터 부서진 세계에서 생물을 자라게하기는 쉽지않습니다. 그래도 차원을 넘어다니며 지식을 구하고 도움을 받으며 시간을 투자하니 안 되는 것은 없더군요. 이제는 꽤많은 부분을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촉수 씨를고용하고 싶은 내용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의 놀라운 성공담을 듣던 도중 뜬금없이 나를 부른 사실에 조금 당황한다. 복구한 생물을 지키기 위한 일손이 부족하다이런 건가?

"아까도 말했다시피 당신이 흘리는 기운은 그들과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육체 또한 관련이 있겠지요. 제 가족은 그들의 오염에 저항할 수 있지만,리스티나차원의수많은 생물은그런 능력을 지니지 않습니다. 여기서촉수 씨의육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불쾌하게들리실 수도있겠지만, 정말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촉수 씨의육신을 연구하여 그들에게 면역력을 갖추게 하고 싶습니다. 정확히는, 식물들의 비료로 삼고 싶습니다."

...?

뭐라고?

"제가갖춘 능력은식물을 다루는 능력입니다. 농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촉수 씨의육신이나 분비되는점액 등을통해 식물에 작용할 비료나 다른 생물들이 섭취할 수 있도록 변형하여 그들에게 오염을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하고 싶습니다."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말이었고,꽤불쾌해지는 말이기도 하였다. 결국, 먹잇감이되라 이런말이잖아. 날무시하는 건가?

"꽤 불쾌하군."

부글거리며 올라오는 감정을 꾹꾹눌러 담으며말한다. 일단 끝까지 들어보고 판단해도 늦지는 않다. 지금까지 쭉 나를 존중해주는 태도를취했는데,인제 와서나를 내려다보거나 무시할 것 같지는 않고.

"어떻게들으셨을지 예상이갑니다. 다른 차원의 존재들도불쾌해 하시는분들이 많더군요.차원 간의인식이나 예절이다르다 보니그런 일이 발생하더군요.음…. 일단예시를 들자면 저나 제 배우자도 저희의 육신을 연구하여 식물에 비료로 주고 있습니다."

"인식이다르겠지만, `음식`이라는 개념이 아닌 섭취할 순수한 양분으로 바꾼다는 인식일까요? 이 세계로 비유하자면 식물에 마나를 뿌려주며 성장시키는 것이죠. 마나 또한 육신의 일부. 존재를 이루고 있는성분 중하나입니다. 피와 살, 육신과 정신,마나와신성력같은기운. 저희는 이 모든 것을 같은가치 아래에둡니다."

으으음…. 여전히매우 불쾌하지만, 이해심을 가지려 노력해본다. 문화나 종교의차이 같은걸까. 그 차이는 소고기를 죽이는 행위라는 하찮은 이유만으로도 전쟁이일어날 수 있으니. 나에게는 하찮은 이유겠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목숨을 걸 가치가 되는 것이지.

그렇다고 거부감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내가 무슨 실험동물도 아니고.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다만, 불쾌감이사라지지는 않는군. 그 제안은 거절하도록 하겠네."

"어쩔 수 없군요.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거부감을 느꼈던 분들 대부분이 거절하시더군요. 그렇다면, 다른 제안을 하겠습니다.거래하실생각이 있으신가요?"

생각보다 깔끔하게 포기해서 놀랍다. 멸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면 내 존재의 가치가 비교도 할 수 없게높을 텐데아쉬워하는 표정도 없이 이어가다니.

아니면 애초에 거래가 목적이었나. 이런 심리적인 부분은 겪어본 적이 없는 모르는 분야다.

"어떤 내용이지?"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식물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세계 또한 식물들을 통해 복원시키고 있고, 침략자들 또한 다양한 식물들로 막아내고 있습니다. 제 가족과 몇몇 고용된 분들을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식물과 이성이 없는식용 마수들이전부입니다."

다시 한 번놀란다. 일손이 부족하여 전투원으로 고용할 줄 알았다. 식물을 다루는 능력도 차원을 되살리는 데유용하겠구나! 그러려니했는데, 식물이 전투까지 한다고? 잘 키우기만 한다면 일손이 부족할 수가 없다. 신기하네.

"수많은 차원을 돌아다니며 쌓은 지식과 식물들에 대한 정보.그중 누구나쉽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종자나정보 등을모아 서적으로 집필한 것이 있습니다."

그가 손바닥을 내밀자 두꺼운 책이한 권소환되어 그의 손 위로 떨어진다.

알 수 없는 재질로 이루어진 표면은 다양한 형태의 덩굴과 줄기, 잎으로 장식되어있다.

당신을 위한 식물 100가지. 지은이 데일.

심플한이름을 가진 책을 보자 갑자기 욕망이 느껴진다.

저 지식을 흡수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 저 책을 읽자. 살펴보자. 탐구하자. 먹어버리자.

강렬한 지식욕에 촉수가 본능적으로 책을 향하여뻗어 나간다.

이성으로 간신히 촉수를 붙든다. 저번에 일어난 성욕처럼, 내 의도와 다른 욕망에 통제되지 않을 것이다.

"보아하니 흥미를 느끼신 것 같군요.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이 다행이네요. 100종류의 식물들과 그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종자들이 들어있는 책입니다. 사본이 아닌, 직접 집필한 역작이지요."

책을 쓰다듬으며뿌듯해 하는모습에는 그가 저 책을 향해 많은애착을 두고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네 말대로 저 책에 담긴 지식에 흥미가 느껴지는군. 그렇다면 대가로 요구할 것은 무엇이지?"

과연 어떤 것을 원할까.

"촉수 씨가분비하시는 점액을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군요. 바닥에도 흐르는 것을 보아하니 흘려도상관없다고생각하시는 것 같아 육신의 일부로 생각하고 계시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꽤 날카로운 지적이다.몸 일부를제공하는 것은 당연히 거부감이 들지만, 점액은 생산해는분비물 같은느낌이라 딱히 감정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는 분명 촉수를샘플로가져가고 싶겠지. 그래도 본능적인 거부감이 든다.

릴리트에게촉수를 줄 때와는 다른 느낌. 촉수에 대한 취급이랄까, 목적이 다르기에 그 행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이다.

"네말대로 다. 점액은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래 성립이군요. 이 세계에서는거래에 성공하면악수를 한다고 하던데, 악수하시지 않겠습니까?"

흥분과 기쁨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눈에 악수에 대한 속셈은 따로 보이지 않는다.내밀어 진손 또한 마찬가지. 호의적인 감정만이 느껴진다.

이런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듭하여의심해야 하는상황이 참개 같다.

어서 힘을 기르고 정보를 얻어야지 원.

촉수를뻗어 악수한다. 여기도 악수를 하는구나. 그가 생각하는 `나의 세계`와 내가 생각하는 세계는 다르겠지.

예절이 같으니 상관없지만.

손을 잡고 아래위로 흔든다. 손을마주 잡자역시,정체 모를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압축되어있는 육체는 흥미로운 주제다.

"인간의 형태로 몸을 바꾼 것은 어떻게 한 거지? 악수하니 그 육체가 확실히 이상하다는 것이 느껴지는군."

"이 능력에 흥미가 있으신가 보군요. 하지만 아쉽게도저도 대답해드릴수 없습니다.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능력은 순수한 제 능력이 아니라 저 또한 거래를 통하여 받은 능력이라는것뿐입니다. 물론, 그대상에 관해서도 얘기해드릴수없겠네요.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다. 그저 궁금했을 뿐. 방금 말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네. 자네의 본 육신도 궁금해지는군."

전달받은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다. 인간화 능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있고,거래할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희망은 생긴다. 언젠가 인간의 몸을할 수 있다는거지.꽤기쁜 이야기다.

저 육체로부터 느껴지는 힘. 잠깐 살기를드러냈을 때의압박감.

과연 어떤 모습을할지어린아이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이 있다.

평범한 인간이 변신하는슈퍼 히어로는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콘텐츠. 세계적으로 열풍을 불었던 `놀라운` 회사의 영화 시리즈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내 존재라면 손가락을 튕기는 행위도 버틸 수 있을까? 실없는상상을 하며답을 기다린다.

"설명부터 하고 동의하시면 보여드리도록 하죠. 워낙 꺼리는 분들이많아서….음….이차원에비유해서 간단하게요약하자면…. 거대한사마귀입니다."

에.

"6쌍의 팔과 12개의 다리를 가진. 아마 날개도 그 미물에 비하면 훨씬 더 많겠지요. 그리고 상상도를 최대한 역겹게뒤틀으시면비슷할 겁니다. 여러 차원에 걸쳐서 공통으로 불쾌해 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답니다. 저는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심미관은 종족마다 다르니까요."

"나 또한 역시 꺼려지는군. 괜한 질문이었군. 미안하네."

"아, 괜찮습니다. 많이 겪은 반응이어서. 무엇보다도 아내가 제 모습을사랑스러워해서상관없습니다. 아내가 좋아한다면, 그 어떤 존재가 헐뜯어도 상관없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를 보아하니 새삼 유부남이라 소개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내라면 같은 종족이겠지?

음.

역시 다른 차원을 기원으로 하는 생명은 놀랍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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