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했더니 촉수괴물-20화 (20/74)

〈 20화 〉 5. 신과의 조우 (3)

* * *

19.

화려한 전투의 흔적을 조용히 청소하고 있자니 레이나가 걱정된다.온몸이격정적으로 흔들리고 힘이 부딪히며 온갖난리법석을피우고 있었는데, 기절한 그녀가 깨어나지 않는다.

조심히 그녀의 몸을 살펴보지만, 외상이 보이지는 않는다. 조물조물 부드러운 몸을 만지며 마나를 투과시켜 내부를 탐색하지만, 부러진 뼈나 터진 혈관 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육체적인 손상이 없다는 것은,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다는 것일까?

일단 어느새 그녀의손으로부터떨어져 있는검에게의념을보낸다.

"레이나는왜쓰러진 거야?"

[나도 몰라! 흑흑흑. 레이나오또케 오또케... 마나를링크시켰을때는 괜찮았는데 내가 말을 걸자마자 바로 정신을 잃었어.]

도움 안 되는고철덩이 같으니.

내 점액으로 육체적인 상처를 치유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상처에는 통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정신에다가 바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그나마 있다면 뇌에다가 점액을 바르는것인데...

귀에 촉수를 넣어 뇌를 건드리는 만화를 본 적이 있지만, 현실과 판타지는 다르다.

내가 뇌를 연구한 신경과학자도 아니고,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더 큰 위험을 겪게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귀를 통해 뇌를 건드리는 행위 자체도 문제고.

안절부절못한체 청소를 끝낸다. 파편은 모두 재생하여 본체에 흡수되었고, 튄 점액도 모두 회수했다. 한 방울 한 방울, 전부 소중한 마나다. 하지만마나의달콤함도 걱정을 잊게 해주지는 않았다.

화신체가녹아버린 장소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빛의 알갱이로 화해서 사라진 액체였던 것은 이내 왔던 곳을 통해 되돌아갔다.

본체에서 회수해갔겠지.

신성력의잔향이라도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참 깔끔하게도 회수했다.

어.

잠깐만.

신성력?

이세계의의사는 곧 신관이다.힐링과신성력이라는만능의 치유능력으로 병마부터 저주까지 모두 해결하는, 관점을 조금만 바꿔도의료적인데우스 엑스 마키나.

이세계로회빙환이아닌, 차원을 찢고 소환이라는 경로를 통해 넘어간 경우라면.

수천 년에걸쳐서 쌓인 면역력과 전투를 벌이며 같이 진화한 강력한 질병들이 넘어갈 것이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오로지 질병으로 신음하는 환자와 싸늘하게 식은 시체만이 남을 것이다.

가히 죽음의 신.

중세수준의 의학으로는 절대 고칠 수 없는 병마의 재앙이겠지.

신성력이없다면.

정말 완벽한 설정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현실이지만.

나도신성력을다루게됐으니,이걸로 치유할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어떻게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재료를준비해줄 테니, 승용차를 조립하렴.

이런 터무니없는 말이랑 같은 이치다.

마나도 내가 관찰하고 그것을 통해 분석하거나, 내 몸으로 실험해본 결과만 알고 있다. 방금 얻은신성력은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힘` 일 뿐이다.

심지어 그개 같은화신체가쓴 방법도따라 할수가 없다.신성력의근본 구조가다르다 보니마나 와는달리 같은 방식의 응용이 되지 않는다.

됐으면진작에 인간 몸 만들었지.

하여튼 다시 고민과 분석의 시간이다. 일단,신성력이어떤지부터알아야 한다. 나의 몸은인외의몸이라 인간이나 엘프에게 작용하는 방식과는 저항력 면에서 차원이 다를 것이다.

그녀가 마나를 다루는 것을 보았고, 그 방식 그대로사용했으니위험성이 없지만,신성력을사용하는 것은 본 적이없기 때문에건드리긴 무섭다.

아니,곰곰이기억을 되살리자 그녀와의 전투에서 흘깃 보이던 황금이 생각난다.

거칠고 폭발적인 황금이나 꿈틀거리는 나의 황금과는 전혀 다른 빛.

그 빛에서 느껴지는것은... 은은한달빛?

어쨌든 그 달빛이 그녀에게 작용하는점은... 신체강화. 정신 강화. 축복?

흠.

일단 정신에 작용하는 방법 하나는 발견하였다. 문제는 내 힘을 저렇게 응용하는 것이지만.

기억을 더욱 자세하게 떠올리며 집중한다.신성력이그녀의 몸을 따라 어떻게 흐르는지 파악한다. 그녀의 피부 바로 위, 그리고 바로 아래에 얇은 막처럼 퍼져나가서 은은하게 존재하고 있는 축복의 모습이 보인다.

내부에는어떻게 작용할까살펴보는데, 또 다른 황금이 보인다.

뭐야.

혈관 속에서 작은 알갱이 형태로신성력이잘게분해되어서 흐른다. 효과는 신체 강화,감적증폭,고양감, 흥분, 미약한 성욕 증진, 정신적인 작용.

술?

나랑 싸우기 전에 술 마시고싸운 거야?

그럼 전투를 벌인 것이주사인 건가? 그건 좀무서운데... 술마시면 전력을 다해서 검을 휘두른다고?신성력의양을 보면 취한 것 같지도 않은데 술에약한 건가?

일단 그녀의또 다른면을 확인했으니 즐겁게 데이터베이스를 늘린다. 언젠가는 그녀를 속속히 파악할 수 있겠지.

그런데 저 술의 정신적인 작용이무조건적인저항력이라는 것이아니라는 게조금 마음에 걸린다.

축복처럼 흐르고 있지만, 정말 술을 마신 것과 같이장점과 단점을모두 지니고 있다.

그것을 정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

액체 형태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일까, 저술 같은신성력은내가 충분히따라 할수 있다고 느껴진다. 작용방식 또한 일반 액체가 흡수된 것과 똑같다. 저 기운에 담긴 의지만 녹여내면 된다.

그렇다면.

나는 그녀가 정신을 차리도록 하고 싶다.

건전한 몸과 건전한 마음.

아까 보았던 웃는 얼굴을 다시 보고 싶네.

사심을 가득히 담아서신성력을점액으로 녹여낸다. 이미 점액 내부에 있던 마나가 화들짝 놀라며 황금빛 기운을 경계한다.

고양이마냥하악질하듯신성력에게서멀어지는 마나. 이내 툭 툭 건드리며 살펴본다.

귀엽네.

의지가 없는 기운들일 뿐인데, 마치 살아있는것처럼행동하니 재밌다. 그래도, 본래 목적을잊으면 안 되겠지.

그녀의 몸을 일으켜 세우고, 머리를 뒤로 꺾은 뒤에 입을 조심스럽게 벌린다.

촉수두 가닥이그녀의 말캉한 입술을 붙잡고 열어낸다.

잠시조물거리면서감촉을 만끽하다. 이건 치유의행위에 불과하다. 판사님, 저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촉수를 들어 입에신성력이담긴 점액을 흘려보낸다. 아니, 점액이 아니라 점주(?)다.

기절한 여자에게 술을 먹이는 남자.

이번에도 영 아니다 싶다만, 구명 행위니 충분한 근거가 존재한다. 아무렴.

그런데 기절해서 그런지 점액을 삼키려 하지 않는다. 입술 내부에 물이 고여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이건 좀곤란한데...

그녀의 목을 조물조물 주무르며 자극하여 삼키게 하려고 한다. 아무런 효과가 없는듯하다.

방법이떠오르긴 하는데, 이건 좀, 아니 많이 가슴에 걸린다.

이미 한 번 했지만, 다시 하기에는 양심이 찔린다. 아니야. 지금 정신 잃은 것은 분명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고, 그녀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면 안 된다!

촉수를 굵게 만들어 그녀의 입을 더욱 넓히며 가득 채운다.

신성력의술, 신주를 뿜어댄다.

입이 가득 찬다면 어쩔 수 없이 삼키게되겠지라는생각. 하지만 촉수와액체로 가득 찬 그녀의 입에서부터 목으로 넘어가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젠장. 이것만은안 하려고했는데.

촉수가 그녀의 목젖을 지나, 이내 목 내부까지 파고든다. 입을 채우던 점액은 피부로 흡수하고, 촉수를 흔들며 목 내부로 바로 점액을 쏘아댄다.

찔꺽찔꺽.

그녀의 입과 목에서 음란한 소리가 난다.

액체와 점막이 맞닿으며 퍼져나가는 어떤 행위의 소리.

역시나 목 내부로 뿜어낸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본능적으로 그녀의 목이 움직이며 술을 삼키기 시작한다. 문제는.

꿀꺽. 꿀꺽.

그녀가 삼키는 행위를 할 때마다 목이 조여오고, 그 조여오는 목은 내 촉수를 압박하며 주무른다.

그녀의 입을 가득 채우고 목까지뻗어 나가점액을 뿌려대는 행위는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나를 서서히 흥분시키고 있는 행위였는데 촉수에 가해지는 그녀의 목조임이 내 성감을 자극하자 성욕이 다시 깨어나기 시작한다.

주르르입 밖으로한 줄기 새어나간 그녀의 침을 핥으며 촉수를 왕복하기 시작한다.

찔꺽찔꺽. 꿀꺽.

부드러운 입술을 지나 따뜻한 입속, 그리고 강력하게 조여대는 그녀의 목을 범한다. 촉수의첨단뿐만아니라 몸통에서도 점액이 분비되기 시작하고, 그녀의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컥컥.

흥분하여부풀어 오른촉수에 기도가 막혔는지, 그녀가 컥컥대며 호흡곤란을 느낀다. 그 고통에못 이겼는지일어난다.

이미온 몸과뇌에 내신성력이휘감아 돌고 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그녀의 목을 범한다. 어느새 뇌리를 강타하는 성욕을 참을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술을 몸깊숙이가득 부어낸 나는 입에서 촉수를 빼낸다. 아니,빼내려 했다.

멍하던 그녀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강력한 의지가 들어 있었고, 그녀는 눈웃음을 치며 내 촉수를 입안 가득 물고 빨기 시작하였다.

***

[──────!]

레이나의애검,수십 년동안 동반하였던릴리와의연결은 그녀가 재회의 인사를 건넨 순간,산산이부서졌다.

찢어질 듯한 정신.

온갖 가호와 버프,물약 등의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정신은 조각조각 파편으로 부스러지고 말았다.

기억의 저편으로 파노라마처럼수천 년간의인생이 빠르게 흘렀고, 마침내산산조각이 나며반짝이는 눈이 되어 내렸다.

버틸 수 없는 광기의 파도는 겨우수천 살의나약한 엘프의 정신으로 버틸 수 없는 힘이었다.

죽지도 살지도 못한 자아를 잃은 영혼.

망아(忘?)의 상태.

스스로를잊고 그저 육체만이 살아남은 그녀는더 이상생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영혼마저 조각조각 부서져 그 어떤 고결한 성녀가 기적을 부르짖어도 되돌릴 수 없는 죽음.

그녀, 아니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정신의 파편조각들은 검은바다 위에서둥둥 떠다니다 이내 한 조각씩, 심해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는다.

신께서 물고기와 개구리, 그리고 인간을 어떻게 하면 가장 끔찍하게 섞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만들어 낸듯한 존재들이 헤엄치며,드래곤의몸집의수십 배의크기의 거대한 물고기가 ■■■■ 하며 ■■■■고 있다.

`Ph’ngluimglw’nafhCthulhu R’lyeh wgah’naglfhtagn`

알 수 없는 언어의 기도문이 이미 조각난 파편들을 울리며 가루로 분쇄한다.

기억도, 감정도 남지 않는 최후.

의식조차 남지 않은 끝.

멸망.

고향이 멸망하듯, 같은 최후를 맞은 ■■■. 그 어떤 신이 오더라도, 그녀를 되살리는 것은불가능할것이다.

그냥 신이라면.

심해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아평행한선이 교차하고, 물체의 내부와 외부가 서로 만나며 별의 어둠이 가라앉은 도시로 가라앉은 가루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황금빛 구체에감싸인모래가 자갈이 되고, 자갈이 돌이 되며, 파편을 이루고,조각이 되며합쳐진다.

어두운 바다를 밝게 비추는 황금빛 광휘에 형언할 수 없는 괴물들이 경탄하고, 경배한다.

어인 괴물이기괴하게 몸을 틀며 춤을 추고, 거대한 괴물이 웅장한저음파를내며 찬양을 부른다.

꿈을 꾸며 숙면하던 옛 지배자들 (Great Old Ones) 들이 하나씩 숙면에서 깨어난다. 마지막 밤, 최후의 꿈의 계시가 온 우주로 퍼져나간다.

"Y`ai`ng`ngah,Yog­Sothothh`ee­l`gebf`aithrodoguaaah."

어느새 황금빛 태양에 휩싸여 정신을 차린레이나는눈앞의 광경을 보고도 정신을 잃지 못한 체 망연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녀의 인식을 벗어난 울림과 외침이 쩌렁쩌렁하게 온 바다를 울린다.

초월적인 존재들의 눈이, 아니 인간으로서 표현할 수 없는 감각 기관들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을 느낀다. 정신을 잃고 미치려고 할 때마다 황금의 기운이 따뜻하게 그녀를 보듬어준다.

하나씩 존재들이사라져 가기시작한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라본 뒤에 저 시공을 넘어 알 수 없는 차원으로 사라진다.

바다가 뒤흔들리며 거대한 도시가 부상한다.

거대한 도시와 함께 수많은 촉수가 달린 문어 형태의 얼굴을 가진 존재가 막대한 힘을 뿜어내며 모습을 드러낸다.

공포로가득 찬눈동자로 떠오르는 도시와 마지막 존재를 지켜본다.

수많은촉수 중하나가 그녀를 감싼 태양의 구를 향해 헤엄쳐오는 것을 바라보지만, 움직일 수 없는 정신은 그저 바라만볼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황금빛 태양에 접촉한 촉수는 다시 느릿하게 얼굴로 보이는 곳으로 돌아간다.

수많은 괴물이도시와 거대한 존재와 함께 헤엄치며 비상한다. 저 존재들이 도달하는 곳은 파멸과 멸망을 마주하겠지.

그녀의 의식이 점차 희미해진다.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안도감이 피어오른다. 긴장감이 풀리고, 몸을 감싼 황금빛 기운을 느낀다.

따뜻하다. 익숙한 느낌이 든다.

시야에서흐려져 가는바다에서 도시가 완전하게 부상하는 모습이 보인다. 괴물들을 이끄는 저 신적인 존재는 분명 심해를 다스리는 군주임이 분명하다.

차원을 비틀어 어딘가로 넘어가던 그가 그녀를 쳐다본다.

[비틀린아버지의 아버지의 비호를받는 작은미물아. 그에게 전달하라. 별들의 자리가 맞지 않고, 준비되지 않았다. 계시가 어긋나며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기다림은 끝났다.르뤼에가떠오르고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멸망의 때가 도래했다.]

[비틀린 그를 찬송하라 어린 신도야. 우리가 그의 봉인을 푸는 그 날, 문이 열릴 것이다.

[우둔한 아버지께서 꿈에서 깨어나실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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