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했더니 촉수괴물-19화 (19/74)

〈 19화 〉 5. 신과의 조우 (2)

* * *

18.

뜯겨나간 촉수의 잔해가 날뛰며 꿈틀거린다. 단면에서 투명한 점액이 줄줄새어 나오며사방으로 튄다.

부들거리는 몸을 진정시키고 정면을 쳐다본다.

왜 포착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황금빛 광휘가 줄기줄기 쏟아지는 근육질의 거한.

두꺼운 팔은 촘촘한 비늘로 덮여있었고, 뜨겁게 달궈진 듯 김이새어 나오는커다란 손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그리고 방금 내 몸에서 뜯어낸 촉수 한 가닥이 움켜져 있었다.

우직.

이내 손을 쥐며 촉수를 터뜨리는 남자.

검은 촉수가산산조각이 나며점액과 파편이 바닥으로후두둑하며떨어진다.

떨어지는 파편을 쳐다보며 사나운 미소를 짓는 괴인.

나 또한 파편을 쳐다보며 가라앉은 감정이 표면으로 드러난다.

고통. 경악. 분노.

뜯겨나간 촉수의 단면은 이미 꾸물거리며 재생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육체적인 고통에 순간적으로 공포심을 느꼈지만, 통각을 차단해버리자 마음이 가라앉는다. 레이나를 배려해준다고 촉각을 민감하게 해둔 것이 패착이 되었다.

아무 경고 없이 공격한 남자를 노려본다. 필터를 제거하며 남자를 자세히 살펴본다.

거대한 황금빛의 광휘. 이 공간에서 본 그 어떤 빛보다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휘감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저 빛은 이 공간의 바깥과이어져 있다는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역시,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어딘가격리되어있는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방의 끝자락은 아무것도 없는 것 마냥 모든 빛이 사라지지만, 저 남자의 빛은 분명 바깥으로부터 줄기줄기 공급되고 있다.

빛을 꿰뚫고 그의 모습을 관찰하려고한순간, 남자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의 손에서 폭발한 파편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

인식하지 못한상태에서 기습하려고하는 것이 분명할 터.

이미 인간으로서의 감각을 벗어나 이 몸의 본능으로 정신을깊숙이후퇴시켰기에 그의 존재감을 바라보며, 느끼고, 맛볼 수 있었다.

내몸 위로순간이동을 하여 다리를 내려찍는 모습이 느린 모습으로 보인다.

아까의 강도로는 막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몸을 굳힌다. 강도를 높이고, 새끼줄처럼 촉수가 서로 얽혀가며 연결되고 압축된다.

마나를 촉수의 말단까지 쏟아부어 내부로부터 지탱한다. 촉수 겉면에 흘려보내어 막을 생성한다.

떠오르는 이미지는,레이나와의전투 때 나타나던 육각형 모양의 방패.

내려찍는 다리 사이의 공간에여러 겹으로중첩시켜생성한다.

콰지직!

황금빛 기운에 닿자 순식간에 부서져 나가는 보호막이 보인다.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 상태에서 다리가 내려온다.

부딪히기 직전, 순간적으로 발뒤꿈치에서 거대한 발톱이 튀어나온다. 날카로운 끝에는 초록빛 액체가 맺혀있다. 독인가.

하나의 거대한 촉수로 묶어낸수십 개의촉수와 발톱이 부딪힌다. 황금과 가속과 발톱. 가까워진다. 공기가 뜨겁다. 마침내.

접촉.

으직거리는소리와 함께 표면의 마나가흐트러지며유리처럼 부서진다. 발톱의끝 부분이촉수로 파고들기 시작한다.

온 힘을 다하여 저항한다.

촉수는수십 개의작은 촉수로이루어져 있고, 작은 촉수 또한수백 개,수천 개의더욱 작은 촉수로이루어져 있다. 나는 인간의 세포와는 근본부터 다른 생물이다. 아니, 괴물이다.

수많은 촉수를움직이며 내부로 파고드는 발톱을 붙잡는다.

뜯겨나가고, 으깨지며 저항한다.

그리고 멈춘다.

발톱은 거대한 촉수의 절반가량 파고든 상태로 그 움직임을 멈추었고, 나는 찰나의 순간 판단한다.

모든 촉수가 멈춰있는 광경처럼 보인다. 방 내부를 환히 밝히는정체 모를광원에서 나오는 광자하나하나가보인다.시간을 느리게인식한다. 관찰과 분석을 시작한다.

흘러나오는 황금빛 기운을 몸으로 약간 흡수하여 분석한다.마나와는상이한기운. 방 내부에서도 관찰할 수 있던 빛이지만, 지금의 황금과는또 다른형태의 황금이다.

레이나의마나와검의 마나, 내 마나가 다른 것처럼 이 황금빛 기운 또한 다른 존재의 것일것으로 생각한다.

마나와는다르다.

내 몸으로 흡수하려 하지만, 흡수되지 않고 오히려 저 괴인이 여전히 다루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흡수한 기운에서 몸 내부로 파고들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더욱 세세하게 파고든다.

황금빛을 띠지만, 더욱 자세히 본다면 온갖 다양한 색깔의 빛이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황금색 광휘로 변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놀랍게도 황금을 이루는 색은 겨우수십 가지.수백 가지가아닌셀 수없을 정도로 다양한 미세한 기운들이 서로 결합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무한에 가까운 다른 기운이 하나로 합쳐진다. 단 하나의 기운은 매우 미약하다. 하지만 모였을때는파악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

다수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 모 만화의원x옥이라는기술이 떠오른다.

수많은 사람의희망과 믿음을 합친다. 공급한다. 사용한다.

믿음.

신.

퍼즐 조각이 서서히맞춰져 간다. 내 몸을 찢어버린 저 존재는 신이다. 신이라고 인식을한순간,그것이맞다고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내가이세계로건너오면서 만난 존재와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저 황금빛 광휘는수많은 신도의믿음을 통해 공급되어 존재 자체를 유지한다.

남자로 보이는 육신 또한 거짓이다. 자세히 분석하면 저 육체 또한 빛으로이루어져 있다. 신의 인간화.성육신. 화신.

아마그때만난 존재가 말한 듯,필멸자와불멸자의`격`의 차이라는 것이겠지. 존재만으로 현상을 왜곡시켜버리기에 스스로 제약을 두고 강림을해야 한다.

격을 인식한다. 보이지 않았던 끈이 보인다.

맑은 보석의 흐름이 뜨겁게 타오르며 비릿한 맛을 낸다. 작은 뿌리로부터 거대한 줄기로 이어져 보이지 않는 차원으로 이어진다.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 한다. 인식을 확장하고,관찰한다.

꿰뚫는다.

바라본다.

인식한다.

차원을 넘어, 흐름을 타고 줄기를 거슬러 올라가 본체를 향해 나아간다. 감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감을 확인한다.

내가 보았다는 것을 저쪽도 인식했다. 흐름이 끊어지는 것을 느낀다.타차원에서추락하는 감각을 느끼며 본체로 의식이 돌아온다.

경악한 표정을 짓는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거친 흉터가 풍성한 수염과 함께 사나운 인상을 형성하는 얼굴. 찢어진 동공은 파충류의 동공과 같았고, 벌어진 입은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하다. 뾰족한 귀 뒤편으로 거대한 악마의 뿔두 개가날카로운 예기를 발하며 존재한다.

역시, 인간이 아니다. 저런 거친 야생의 모습은 인간으로서는따라 할수 없다. 인간의 믿음을 받아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발톱, 뿔, 찢어진 동공, 독.

몬스터.

몬스터가섬기는 신인가.전투 시에변형되는 몸 또한 권능의 일부.몬스터의모습으로 변하는 능력일 것이다. 지금 세계에 나타나면서 얻은여러 가지제약들 때문임이 분명하다.

대항 방법을 찾는다. 신이라는 존재는단 한 번밖에만나보지 못하였다.

그것 또한 내가 인간의 영혼이던 시절. 인간인지, 그자가말했던이상한 차원의 영웅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말하였던 `격의차이`라는개념을 파악한다.

고차원의 존재. 저차원의 존재. 신. 인간.불멸자.필멸자.

차원을 넘어오며 보았었던 그 신의 격. 기억의 저장고에서 떠올리며 파악하고, 느낀다.

거대하다.

하나의 우주의 생성과 멸망을 느낀다.

지구에서의 개념을 떠올린다. 행성. 행성계. 은하. 은하단. 초은하단.코스믹 웹. 가시적으로 파악되는 우주.

개념을 넓혀가지만, 비교할 수 없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하나의 차원을. 아니, 수십,수백 개의차원을 다스리는 것이 분명한 거대한 신격이다.

지금 와서깨달았지만, 감히 대화를 나눌 자격조차 없는 압도적인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 끝이 조금이나마 파악이 된다.

나의 격과 그의 격은 압도적인 차이가 있지만, 인식하지 못할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불가능과가능의차이.

나의 격을 파악한다. 그리고 내몸을 감히 찢어낸 저화신체의격을 판단한다.

관측하였던본신은완벽하게 파악되었다. 지금 나의 격보다는 높다. 하지만 높거나낮다는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동등하다.

시간이라는 자원을 소모한다는 가정하에 계산하고, 웃는다.

내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저 신보다 격이 높다.

그렇다면, 나 또한 하나의 신적인 존재.

나의 가능성은 내가 보았던 그 압도적인 존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의능력을 믿고, 신뢰한다.

내가 나의 자아(??)를 신앙한다.

핵으로부터 촉수 말단까지 금색의 기운이 스멀거리며 기어오른다.

촉수로 이루어진,정체 모를괴생명체. 신도도 없고, 나스스로도내가 전지전능한 신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신과 동격의 신적인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나또한 이 금빛 힘.신성력을다룰 자격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나를 방해하는. 저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다.

비산하여추락하던 촉수의 파편이 마침내 차가운 바닥에 도달하고, 금빛으로 물들며 재생하여 쏘아진다.

분쇄되었던 모든 촉수의 파편이 재빠르게 재생하고 증식하며 온전한 촉수로, 이내 새로운 촉수들을 몸에서 생성하여 괴인을 향해쏘아져 간다.

경악한 표정을 지은 괴인이 재빠르게 빠져나간다.

어느 순간 생긴 거대한 피막으로 형성된 날개를 펼치며 허공으로 떠오른다.

숨을 들이쉬고. 내뿜는다.

초고열의화염이 벌려진 그의입 앞에모이고 압축되고, 분사된다.

성염(??)이 극한으로 압축되어 공기마저 태워버리며 뿜어진다.

드래곤브레스.

머릿속으로두 단어가 떠오르자 피식하며 웃음이 떠오른다.

드래곤은언제나 최신이세계소설 속의장치 중하나에 불과하다.

그 역할은 바로, 전투력 측정기.

검으로 갈라지고, 마법으로 막으며, 역으로브레스로카운터친다.

마침내이고깽에당하며 비늘과 뼈와 살, 피와 심장을 내주는 역할을 담당할 뿐.

고등학생조차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못할 수는 없다.

마나를 두르고, 꾸물거리는신성력을휘감는다. 내 정체성이 촉수로 확립되기 시작해서 그런지,신성력또한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날뛰며 꾸물거린다.

위기 상황으로 인식되지 않자온몸에서긴장이 풀리고, 정신으로 조종할 수 있는 역량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그럼에도충분하다.

촉수를 꼬아서 두꺼운 촉수를 이루고 안으로 압축한다. 압축한 촉수를 다시 꼬아내어, 다시 한 번 압축한다.

종이접기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린이들이즐겁게접으며 노는 종이접기는 충분한 물리력이 있다는 가정하에 무시무시한 무기로 변형된다.

얇디얇은종이는 10번을 접으면 손보다 두꺼워지고, 30번을 접으면 100km에 달한다.

42번 접으면 달에, 51회 접으면 태양까지 도달할 길이가 된다.

접고 또 접어 100번 이상 접으면수백 광년. 하나의 은하의 크기가 접힌 종이에 담긴다.

은하 크기의 종이를 양쪽에서 눌러서 하나의 점으로 압축한다.

압축되어있는 공간은 곧 해방될 순간만을 노리는 어마어마한 힘으로 바뀐다.

은하류 (???)─접지 (??).

그 개념을 모방하여 촉수를 압축시키고 꼬아댄다.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종이를 접어 은하를 향해 나아가고 싶은 어린아이의 꿈을 따라서.

극한으로 압축시킨 촉수를 쏘아내며 풀어버린다.

공간을 찢으며 촉수가 비상한다.

회전하며 가닥가닥떨어져 나가는촉수들이 그 힘을 더하여 가속한다.

가속, 가속, 가속.

브레스와촉수가 부딪히고, 이내 찢어발긴다.

찬란한 빛의 화염은칠흑 같은어두운 촉수에 갈기갈기 찢겨나가며 분쇄된다.

질량은 곧 무게. 무게와 속도는 곧 힘.

마침내브레스를완벽하게 찢어낸 촉수는, 경악한 표정을 지은 저 신의 오른쪽 상반신을 통째로 분쇄하며 지나치고, 이내 이 격리된 공간의 천장까지 도달하여 그 진행을 멈춘다.

아쉬운 마음이들지만, 아직이 공간을 벗어날 힘은 없겠다고 판단한다.

화신체의흐름을 타고 승천하며 얼핏 인식할 수 있었던 이 방의 형태.

구체모양의 흰색 공간은 이곳과 연결된또 다른장소로부터 차원의 벽을 비틀어서 나를 가두어 두는 감옥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나라도 이런 괴물을가둬두겠지만. 그 당사자가 된 만큼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크으윽. 이런, 미친.]

빛의 알갱이를 흘리며 이를 악물고 욕하는화신체의모습이 보인다. 어느새 몸을 완벽히 재생했지만, 나의 눈으로는 그를 이루고 있는 빛이 약해졌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지금 정신으로 바로 꽂히는 말을 보아하니 몸에 존재하는 성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은데.신성력의응용방법이 아닐까 싶다.

신이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서 꿈으로, 계시로 사용하는 방법이겠지.

물론, 난 할 줄 모른다. 정신에 즉각적으로 발동해서 어떻게 하는 건지분석도 안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이랑 비슷한 방법은 알고 있다.

레이나의검,릴리와소통하는 방법.

의념으로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라고 했는데.

정신으로 의사소통한다는이 발상은 모 게임의쓸모없는자는 용기병으로 만들어버리는 지도자가 존재하는 종족이 떠오른다.

이 방법에신성력한스푼을더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저 망할산적 같은몬스터새끼한테시도해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신적인방벽을펼친다. 저놈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고, 무엇보다도내 스스로의힘에 광란을 일으킨 경험이 한두 번이아니어서 말이지.

이 정도로 당하면 나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

인식할 수 없는 언어로 전달된다는 점은 깨달았다. 난 분명 어떤 개새끼세요 라고 물어봤는데, 내 정신으로 인식된 언어는해석이 불가능하다.

언어의 구조도 이해할 수 없고,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신기하네.

"Iä! Iä!"

오, 감탄하는 건 발음이 인간이랑 비슷하네.이아!이아! 역시 촉수 괴물이든 인간이든 감탄사는 똑같아.

그렇다면 난 지금 이 몸에 빙의한 건가? 전생한 줄 알았는데 어쩌면 이 몸의 정신을 밀어내고 빙의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모르는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여러 가지말을 시도해보지만, 감탄사 빼고는 딱히 인간의 언어와 비슷하게 들리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Iä! ────! Iä! ───, Iä! Iä!"

재밌네 이거. 등골에 소름이 돋는괴랄한목소리로 사람처럼이아이아거리는 게 웃기다. 성대모사게임 같은느낌이랄까.

역시나 관심 있는 것에 온 정신을 쏟으면, 주변 상황을 전혀파악 못 하는습관이 나타난다. 이 몸으로도그럴 줄몰랐는데, 아니, 지금 생각하면 레이나 때도 검이랑 얘기한다고 무시했었지.

레이나는이미 촉수가 부서지자마자 고치처럼 돌돌 감싸서 내 핵 바로 옆까지 옮겼다.마음 같아서는핵 내부로 옮기고 싶었지만, 거긴도무지 파악되지를않아서 그러기엔 무서웠다.

하여튼 재밌는 말장난을 하다 그놈을 쳐다보니, 반쯤 녹아내리고 뒤섞인 징그러운 모습을 한 체 바닥을기어 다니고, 아니 바닥에액체마냥흐르고 있었다.

뭐야. 저놈왜 저래. 무서워.

[...Mglw’nafhfhthagn­ngahcf’ayak‘vulgtmmvugtlag’n!]

...아직 살아있고 잠을잤다... 기다렸다? 행동합니다. 우리의 기도를 당신에게 바치오니 응답하소서.뭐하는겨.화신체가본체에 기도를바치는 건가?스스로에게기도하다니나르시스트?

부글거리며 끓기 시작한화신체는이내 완전히 녹아버리더니 빛의 입자로 화하여 사라졌다.

뭐야 진짜.

지 혼자온갖 있는 척 다하면서시비 걸더니잠깐 신경 끈 사이에 죽었다.

정확히는 본체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긴 거지만.

덕분에신성력배웠으니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야지. 아, 말장난도 할 수 있게됐다.

이아!이아!

이게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힘도 얻었겠다, 기절한레이나나돌봐야겠다.

근육질 괴물 아저씨보단 역시 미소녀 엘프지.

돌돌 말은 고치를 향해 의식을 날린다.

***

"에휴. 바로크 당신은 언제나 그렇듯, 도움이 되지를 않아요."

"닥쳐,리리스!"

신계.

광활한 초원 위에서 한 여인이꺄르륵거리며근육질의 거한 주위에서 빙글빙글 춤추며 비웃는다.

그녀가 걸친 순백의 하늘하늘한 의상은 순결한 처녀를 연상시키는 고결한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 의상으로도 가릴 수 없는 그녀의 퇴폐적인 미모.

봉긋하게 솟은 가슴은 상의로부터 터질듯하게옷 주름을팽팽하게 늘리고, 잘록한 허리는 뱀처럼 곡선을 이루며 그녀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춤을 추며 살랑거리는둔부는뭇 사내의 음심을 부추길 음란한 운무를 추고, 가늘고 흰 다리는 매끈한 피부를 자랑하며 가녀린 몸을 지탱해준다.

흰옷과밝은 톤의 피부와는 달리, 뚜렷하고 진한 자색(?色)의 긴 머리카락은 그녀의 어깨와 가슴을 타고 흘러내려 아슬아슬보일 듯말 듯한분홍빛 첨단을 살며시 가려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미모의 화룡점정으로 마무리해주는 얼굴.

아,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면 그 미모에 심장이 멎으리라.

눈을 바라보고 내려가며 보이는 높은 산맥에서 길을 잃은 체 헤맬 것이며,

마침내붉디붉은입술을 바라보고 심장을 뽑아내어 바치리라.

"그딴 자화자찬을 하면 기분이 좋은가?"

"물론. 나의 어린 양들이 바치는 모든 찬양과 기도는 기억하기 합당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방금은 무려 제국 최고의 소설가가 직접 집필한 음서에서 나오는 묘사입니다! 후후. 역시 인간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해요. 신마저 음서에 등장시켜따먹으려 하다니."

"...천박한 년."

"어머, 저는 모든 형태의 성욕을 존중한답니다. 사랑하는 연인의 뜨거운 정사부터이종 간의이루어질 수 없는눈물 젖은사랑까지.오우거와드워프의 사랑 이야기를 아시나요? 그 두껍고 우람한 물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불쌍한 드워프의 기도를 받은 저는 그녀에게 찢어지지 않는 권능을 주었답니다. 그들의 영혼을거둘 때까지매년 끊임없는 감사의 공물을 받았죠."

"이런 시발! 그오우거는내 권속이었다! 모든몬스터들은내 자식이야! 요즘도 내 권속을 탐하고 있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아?"

"몬스터, 마족, 인간. 사랑 앞에서는 종족의구별 따위는없어요. 불만이시라면 제 신도를 포교해서 데리고 가시던가요. 제 신도중 한 마법공학자가 얘기한 말이 있습니다."

빙그르르한 바퀴를돈 그녀가 찡긋 윙크하며 말하였다.

"꼬우면... 아시죠?"

"시발년."

부들거리며 화를 참던 사내,몬스터의신 바로크는 이내 초원에서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뾰로통한표정으로 뒷모습을 바라보던 색욕의 여신,리리스는종종걸음으로 따라가며 말을 이어나갔다.

"제 앞에서 도망치시다니! 어떻게 그러실 수있나요 흑흑. 가녀린 제 마음에 상처를 주시다니."

"말 걸지 마라."

"흥! 방금 당한 상대에 대해 알려주려 했는데 그런 태도라면 어쩔 수 없죠. 흥, 흥!"

입술을 내밀고 볼을 부풀린 체 고개를 돌린 그녀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움을 자랑했다. 물론, 바로크는 저 모든 것이 가증스러운 연기임을 알았기에 묵묵히 질문을 던졌다.

"제발 그런 연기는 하지말아 달라고간절히 부탁한다. 그래서,저놈은도대체 정체가 뭔가? 격도 없는필멸자신세에서 갑작스럽게 신격을 각성하더니 말몇 마디로화신체를소멸시킨다고?"

"게다가 저놈이 지껄인언어... 그언어는단 한 번도들어본 적 없는 언어였어. 심지어 마지막에화신체조차오염되어 같은 언어를 내뱉었고. 정체가 뭐지?"

삐진 척을 하던리리스가조용히 바로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전의 잔망스러운 모습과 연기가사라진, 고요하게침잠한 자색의 눈과 무감정한 표정. 바로크는 그녀의 눈과 마주치자 등줄기를 타고식은땀이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포식자의 눈.

모든몬스터의아버지로서 먹이사슬의 왕좌에 앉아있는 그가 순간적으로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그녀의진면목.

그녀는 조용하지만 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것은외차원의침략자.그중에서도선봉장. 우리가 존재하는 차원의 상위차원에서조차 간신히 막아내고 있는 멸망의 화신들. 저 존재가 자신의진면목을깨닫는 순간이 저희 차원의 마지막일 것입니다."

"...이런 미친! 그런데 저렇게 놔둔다고? 당장 소멸시키거나추방시켜야하는 것이 아닌가!"

"... 당신은 몰라도 되는 일입니다. 한 가지만 알아두실 것은, 저 존재가 침략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죠."

"뭐, 평화의 사도라도 되는가? 언어나 논리도 통하지 않는 것 같던데."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죠. 아니면 당신도대신격이되시던가. 아까도 말했지만,꼬우면... 아시죠?"

어느새 눈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그를 비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짜증이 아닌 안도감이 들은 것을 왜일까.

"아, 그나저나 당신이 실패한 만큼 벌점입니다.인과율 표에체크해둘거에요."

입술을 핥으며 말하는리리스의눈빛에는 기대감이 가득하였다.

"... 이번엔 제발 자비를 부탁하지. 진짜. 정말로. 제발."

바로크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당신이 실패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접촉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성공했어도 갔겠지만요. 제가 어떤 신도를 보내는지 아시나요?"

"어쩐지불안한감정이 드는군."

"바로바로... 제가가장 사랑하는 딸! 나의 분신, 나의 기쁨! 색욕의 성녀,릴리트! 제가 아버지로서 가장 어여뻐하는 딸이랍니다. 안 그래요, 여보?"

"......이런씨발. 그 얘기는 제발 기억의 저편으로 묻으면안..."

"아아! 저번 인과율집행 때얼마나 즐거웠는지! 벌점으로 당신을 구속하고, 가녀린 여인의 몸으로 가두어범하던 그 날! 제 밑에서 앙앙대며 헐떡이던 당신에게는더 이상몬스터의아버지라는 명예는 존재하지 않았죠! 그저 쾌락에 빠진 한 마리의 암컷일 뿐!"

부르르 떨며오싹 거리는몸을 팔로 휘감고 회상하는 그녀의 뺨은 어느새 붉어지고 입술에서는 거친 숨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씨발.씨발.씨발. 이 변태이상성욕자여신 같으니라고. 지상의 신도들이 자신이 믿는 여신이 동성애자에이상성욕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얼마나 경멸할까!"

"후후, 그들이라면 이해해줄 거에요. 그리고이상성욕자라니요! 여자를 범하려면 여자더라도 큼직한 물건이있어야 한다고요! 저는 남자가 될 생각이 없답니다! 남자에게 범해지는 것은상관없지만. 아, 여자에게 범해져도 좋죠. 물론, 다른 생물도 환영이랍니다."

"양성애자를 넘어선범성애자로군. 답도 없어."

"그런 당신이야말로그때즐기시지 않았나요? 이번에 벌점 쌓인 것을 보아하니, 다음 인과율 집행이몇만 년밖에안 남았을 것같은데... 그때는특별히!남성기가없는, 여성기만의 농후한 교합을 보여드리죠! 식물로도, 곤충으로도, 심지어 물건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교합! 아아. 두근거리네요."

"...말을 말자. 넌 여신이 맞긴한 거냐?"

"물론 당연하죠! 전 당당한 여신이랍니다. 정신도 여성의 정신이고, 남성으로 변하고 싶은 마음은 먼지한 톨도없답니다! 다만 여자와의 사랑을 위해 잠시물건을... 만들어낼뿐!"

"씨발. 알고 싶지 않아. 닥쳐."

꽃이만드러지게핀 풀밭을 걸어가는 두 신격의걸음 소리가이내 사라졌다.

고요한 동산에서 마지막으로 목소리가울려 퍼졌다.

"바로크가 실패하다니꽤나각성했나 보네요. ■■■■. 당신이 보내준 영혼, 기대할게요.그리고... 촉수플레이! 인간은 할 수 없는 체위! 성적인 능력!하아,하아. 음부가 절로 젖어가는 아름다운 그 촉수의 형태! 아주 기대되네요. 바로크()를 따먹을 때보다 더흥분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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