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4. 안녕? 나는 착한 촉수야!
* * *
13.
[으아아앙! 레이나도 못지키고 떨어졌는데, 몸마저 더럽혀지고 말았어! 흑흑흑.]
귀여운 목소리가 흐느끼고 있다. 예쁜 엘프를 보다보니 외로워졌나? 왜 환청이 들리는거지.
[몸도 더럽혀지고 빼앗겼는데 죽지도 못한다니 말도 안 된다고! 레이나... 살려줘... 미안해...]
내가 언제! 난 그런 나쁜 촉수가 아니라고! 아니 잠깐만. 몸이라면...
마나가 뽑혀나온 검을 쳐다본다. 여전히 아름답지만, 빛을 잃어버린 검. 그 빛은 마나로 이루어졌으니 내가 먹어치우고 나면 어두워진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먹은 마나가 그냥 마나가 아니라면? 에고 소드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에고를 이루는 마법 그 자체를 먹어버린 거라면...
"어이. 너 검이냐?"
[훌쩍훌쩍...히끅?]
어디서 검주제에 귀여운 척을 하고있어. 그나저나 진짜 저 검에 담긴 의식인가?
"너 검이냐고. 저기 저거 초록색 보석박힌 검."
[누구...세요? 제 말이 들리나요?]
"들리니까 얘기하고있지. 그리고 누구긴 누구야. 니가 전기지짐하던 촉수다 이 새끼야. 곱게 대해줬더니 감히 지져?"
[...]
이 새끼가 무시해? 촉수가 말하니 신기한가?
"못 들은척 하지마 인마. 지금 너 거기 있는거 느껴지거든?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는데 확 그냥 다 흡수해버린다?"
[아,아, 안돼요! 잘 들려요 들립니다! 먹지마요! 맛없어요!]
"맛이 없긴 무슨. 사이다맛이라 완전 꿀맛이구만."
솔직히 말하는거 못 들었으면 다시 꺼내서 또 먹을 예정이었다. 완전히 흡수해서 엘프의 마나처럼 분석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에고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모르니 그런 위험을 택할 순 없지. 딱 봐도 에고때문에 노란색을 띄고 맛도 다른 것일텐데, 실험으로 사이다를 날릴 순 없다.
에고? 내 알바냐. 사이다가 더 중요하지.
[사과...주? 그게 왜 꿀맛이 나요? 그게 아니지. 나 돌려줘요! 내 몸 돌려줘! 느낌 이상하단 말이에요!]
"사과주가 왜 나와? 그리고 니 몸이라면 검 말하는거냐? 마지막으로 묻는거다. 빨리 대답해."
[네네네네네 검 맞아요 검. 청뢰의 섬광! 대륙 5대 명검이라고요! 그러니까 빨리 돌려줘요!]
와 오글거려. 어떻게 검 이름이 청뢰의 섬광? 푸른 피x츄가 엘프가 아니라 얘가 내는 능력이었나 보네? 그래 그딴 이름보다 파랑츄가 낫지. 대륙 5대명검은 무슨.
"대륙 5대 명검이 왜 그딴 중2스러운 이름이냐? 그딴 식으로 작명했으면 부끄러워서라도 사용자가 개명을 요구했을텐데."
[위대한 대장장이 제라드 블랙파.E.어드레 공을 모욕하지 마세요! 블랙파님은 5대 명검중 3개의 제작에 관여하신 어마어마하신 명장이시라고요! 그리고 말돌리지 마요! 검!]
이게 깝치네?
"...지금 너 몸도 마음도 전부 내가 제압하고 있는 건 기억하고 하는 소리지? 5대 명검이고 뭐고 난 쓸일 없는데 검도 부서버리고 너도 그냥 흡수해버린다?"
식량주제에 깝치고 있어. 물론 그럴 일은 없다.
검을 부러뜨리는 것은 당연하고, 에고를 죽여버리는 행위 또한 분명 엘프에게 미움 받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아까 얘가 레이나라고 했지... 엘프 이름이 레이나겠지? 이름도 예쁘네. 진짜 콩껍질이 분명해.
[으아아아앙! 나쁜 변태촉수한테 범해지고 말거야! 내 몸도 마음도 끈적끈적하게 더럽히겠지! 거칠게 숨쉬며 검집을 벗겨내고 검신을 쓰다듬으며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점액으로 닦아주마라고 협박하겠지. 그럼 나는 힘없이 반항하지도 못한 체 쓰러져서 끈적한 점액으로 몸을 더럽히면서 울거야. 눈물을 핥으면서 나를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나는 하염없이 떨고...흑흑]
"야 이 광검아! 변태는 너의 엉큼한 상상력이고! 그딴 상상 듣고싶지 않거든? 닥치고 내가 질문하는 것에 대답만 해. 대답만 잘하면 몸도 돌려주고 엘프... 아니 레이나 한테도 돌려주겠다."
[히끅. 거...거짓말! 달콤한 말로 나를 속이고 희롱할 셈이죠! 어림도 없어요! 몸은 이미 굴복했더라도 마음은 굴복하지 않아! 나쁜 촉수!]
"... 진짜 흡수하기 전에 질문에만 대답해라. 이제 두번 말 안한다. 일단 너, 왜 말을 할 수 있지?"
[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 살려주세요! 말 다할게요! 저,저,저는 청뢰의 섬광에 담긴 검령, 리,릴리입니다! 검신에 강력한 마법을 새겨넣어서 자,자아가 존재하는 검입니다! 자아를 생성하는 마법진은 마,마탑의 대마법사 로이카르님께서 루이나스력 153년 청월의 밤에 블랙파님과 만나...]
"투머치토킹은 그만. 에고 소드라는 거잖아. 자세한 설명은 필요없다. 대답만 간단하게 해. 말도 더듬지 마. 넌 왜 나랑 말이 통하지?"
[잘,잘못했어요! 말 안더,더,더듬... 으앙! 죄송해요죄송해요! 으아아아앙!]
후... 꼬맹이 상대하는 기분이라 짜증이 난다. 어린 애들은 정말 약삭빠르게도 어른의 눈치를 보면서 선즙필승의 전략을 사용한다. 모르는 어른에게 직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거지. 어른인 내가 참는다.
"일단 진정해. 협박할 생각은 아니니까. 나도 지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정보가 필요해. 난 정보가 필요하고, 넌 몸과 주인을 되찾고 싶은 거지. 그러니까 거래를 하는거다. 서로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거다. 알겠지? 다시 물을께. 넌 왜 나랑 말이 통하지?"
일단 이세계 전생이니 인간이었다는 것이니 이런 것은 전부 숨겨야겠다. 애초에 지금 대화 나눈 것도 레이나에게 전달 되면 골치아파질 가능성이 높다. 미안하지만 약속은 못지키겠군. 뭐, 애초에 동등한 지위가 아니니까 전제조건이 틀린 명제는 해답도 없는 법.
[... 저는 검령이에요. 검을 가진 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죠. 지금껏 검에서 분리된 적이 없어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검에서 분리되서 촉...수로 옮겨져서 대화가 가능 한 것 같아요. 그... 당신이 촉수의 주인이시죠?]
음. 검령이 촉수에 담겨져서 촉수를 몸으로 삼고 있는데, 애초에 그 촉수가 내 몸의 일부인데다 의식의 수준이 차이가 나니 내가 '주인' 인건가.
게다가 내가 촉수 그자체인게 아니라 촉수를 소환한 장본인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 같은데... 일단 한번 더 떠봐야겠다.
"내가 주인인게 잘못됬나?"
[아,아,아니요! 그냥 이렇게 강력한 소환물을 소환할 정도로 강력한 분이 누군가 궁금해서요! 분명 대륙에 이름을 떨치는 마법사분이시겠죠! 아니면 침략자... 아,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체도 말 안해주셔도 되요! 시설에 안 이를거에요!]
일단 정체는 괴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군. 사람뿐만 아니라 검도 외모로 차별하네. 선입견이란 것이 정말 무섭구나 무서워. 괴물 촉수가 이성적인 생각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가?
... 이상한 거 맞네. 현대 기준으로 봐도 그렇네.
여튼 이 검, 호들갑은 엄청 떠는데 수다스러워서 그런지 이런저런 정보를 많이 흘려대네. 아니면 진짜 어린 정신인가? 추가적으로 들은 정보를 생각해보자.
일단 '소환'에 대한 것을 얘기한 것을 보면 누가 나를 소환한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나의 존재가 담긴 이 촉수덩어리를 소환한 것일 수도 있다. 괴물을 소환하는 것은 당연한 지식이다. 내 수준의 소환은 대륙에서 이름을 날릴 정도의 마법사가 소환을 해야한다.
마법사 얘기도 자연스러운 것을 보면 마법사 또한 자연스러운 세계관. 소환은 마법사가 한다는 사실로 유추되는 것은 소환이라는 '능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법사가 어떠한 방식을 거쳐서 소환을 한다. '대륙'에서 이름을 떨친다고 했으니 대륙이 존재한다. 예상은 했지만, 이세계로 온 것에 확정. 대륙급의 문화가 있다는 것 확정.
침략자에 대한 얘기. 침략자는 어디에서? 말을 얼버무린 것을 보아 침략자는 반겨지지 않는다. 혹은 엘프가 침략자의 편이 아니다. 침략자는 '대륙'에 해가되는 존재. 정체를 궁금해하지 않는 다는 점을 통해 정체를 아는 사실 자체가 위험, 혹은 반란분자로 찍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정보통제가 이루어지는 사회.
마지막으로 시설 이야기. 지금 내가 존재하는 곳이 시설이겠지. 시설은 대륙 소속? 불확실. 침략자는 시설에 적대한다. 혹은 시설이 침략자를 적대한다. 내 존재를 시설에 알리지 않겠다는 것은 나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적에게 정보를 전달하지 않겠다는 아부. 시설보다 당장 내 위협이 더 위험하다는 것. 시설은 당장에는 나를 제압할 수 없다. 혹은 기만전략. 처음부터 성격을 연기했을 가능성.
피식.
그럴리는 없지. 지금 내 내부에 존재해서 그런지 강제로 주인 비슷한게 되서 그런지는 몰라도 감정이랄까 대화의 진위성이 감각으로 느껴진다. 이것 또한 감각을 속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너무 신중하면 끝이 없다. 항상 의심하고 경계하지만, 타협은 해야한다.
일단 대륙과 시설에 대해서 정보를 더 캐내야한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시설에 대한 정보를 캐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불안감을 주지 않고, 내 정보를 최대한 숨기면서 시설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 또한 숨기고. 어짜피 말 많은 녀석이니 주의깊게 얘기 안하는 곳들을 캐내야겠지. 시간은 많다.
"대화가 통하니 마음이 놓이는군. 조금 미안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검일떄, 검에서 분리되었을 때, 그리고 지금은 어떤 감각의 차이가 있지?"
[...너무해. 몸 돌려주실거라고 믿어요. 검에 있을때야 당연히 제 몸인데 편하죠. 제 능력으로 마나를 번개로 바꿔서 출력으로 내뿜을 수 있고, 주인님에게 맞춰서 마법이나 정령술, 검술, 체술 등등 온갖 보조도 가능해요. 저도 알고있는 마법들 쓸 수 있고요. 괜히 5대 명검이 아니랍니다! 에헴! ... 그,그리고 몸의 자체적인 회복도 가능해요! 이건 마나가 없어도 가능해요! 검이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언제나 멀쩡한 상태로 돌아갑니다! 영원한 소녀에요! 물론 튼튼한 제 몸에 상처가 날 일 자체가 거의 없지만요!]
번개 능력 체크. 검술, 체술 등등의 주인 보조능력 체크. 자체 마법사용 체크. 자동회복기능 체크.
정령술이 존재하고, 정령이 존재한다. 레이나도 정령이 사용이 가능하다. 나랑 전투떄도 사용했었나? 마나랑 다른 힘인 것 같은데... 일단은 보류.
검을 이루는 금속도 지구랑 다른 금속. 합금을 만들정도의 문명. 자가회복능력을 가진 금속은 신기하네. 몸에 상처날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은 '대륙' 기준으로 매우 튼튼하다는 것. 진짜로 5대 명검이라면 몇순위인지는 몰라도 이정도 강도라고 예상한다면 내 몸은 '대륙' 기준으로는 논외등급의 강도를 지니겠구나.
그리고 소녀라... 자칭인지는 모르곘지만, 일단 여성체 정신으로 확정. 아니면 소녀라고 자칭하는 아저씨 변태이던가.
[그것 외에도 주인말고는 함부로 뽑지 못한다던가, 주인에게 되돌아간다던가 등등 다양한 기능이... 그러고보니 왜 레이나님께 못 돌아간... 서...설마 절 속였나요? 주인님 죽이신 것 아니죠?]
"죽였을리가. 오히려 멀쩡해. 몸도 전투 이후로 다 회복시켜뒀고. 회복 마법 또한 특기라서 말이지. 그녀를 보여줄 수도 있다. 일단은 질문에 마저 대답하도록."
[못 믿겠지만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떨어진 걸 보면 주인님이 패배했을 테니까요. 어떻게 하신 건지 모르지만 저도 전투 이후에 기절해서 기억이 안나네요. 그러니까 꼭, 꼭 보여주셔야되요? 레이나님만큼 착한 주인님을 만난 적이 없단 말이에요. 잃는다면 정말 슬플거에요.]
회복 마법과 소환 마법은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여러 카테고리의 마법을 숙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한 계열만 사용이 강제되지 않은 세계. 마법사로 신분세탁을 완전히 했으니 자세한 질문만 잘 회피하면 되겠다.
의식만 기절시키는 것도 가능하네. 검에 충격을 충분히 줘서 그런지, 레이나를 기절시켜서 그런지, 다른 것 때문인지 모르곘으니 보류.
그나저나 마음까지 착하다니! 검마저 상냥히 다뤄주다니 역시 레이나! 레이나는 옳다. 암암.
...으아아악 나 왜이래! 김칫국 그만 마시자. 부끄러워 죽겠네. 그냥 자동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네.
"...마나에 맹세하도록 하지. 질문에 마저 답하도록."
[그 정도까지 바란 것은 아닌데... 의외로 따뜻하신 분이군요. 배려에 감사드려요. 그럼 마저 답하자면 검에서 분리되었을 때에는 음... 몸이 아예 안 느껴지는 상태? 뭐라고 확실하게 표현하기는 힘든데 몸과 연결이 끊긴 듯한 상태. 인간으로 따지면 영혼이 육신에서 분리된 상태네요. 의식을 제외하고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요. 그리고 엄청난 두려움이 느껴지죠. 흑... 다시 생각해도 절대로 겪고싶지 않은 감각입니다.]
마나의 맹세라는 것은 역시 존재하네. 소설에서 항상 나오는 국룰인데 역시 이세계에서 통하는구먼. 장하다 K소설! 제약조건등등 자세한 내용은 모르니 보류. 이정도 상황에서 마나의 맹세를 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 아마 신뢰감을 주기 위한 진지한 맹세라서 배려가 된 것이겠지.
의식이 분리된 것은 딱봐도 '검은 방' 이네. 얘도 그냥 생명체라고 생각하면 되곘다. 아 이름이 릴리였던가. 검 이름이랑 얘 이름이 다른 것도 신기하고, 어째 얘 이름은 예쁘게 잘 지었네.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육신과 감각이 있다는 것은 느껴지는데, 연결이 매우 희박한? 그런 느낌입니다. 무언가 뿌옇게 제 감각을 흐리는 듯한... 주인님들의 경험을 되돌이켜보면 정신계 마법을 당하거나 수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 혹은 심신미약상태랑 비슷한 감각이겠군요.]
촉수가 진짜 몸이 되었나보네. 히히 너도 촉수다! 미소녀 촉수! 아니 검 촉수!
일단 주인님'들' 인것을 보아 주인을 여러명 거쳤군. 자연사, 혹은 검의 소유권 강탈 및 양도가 가능하다. 나이가 꽤나 있을수도 있다. 주인의 경험을 기억한다, 혹은 자신이 '감각'으로 느낀 것을 기억한다.
정신계 마법이 존재한다. 이건 좀 조심해야겠다. 육체적인 것은 몰라도, 정신적인 공격은 어떻게 방어하거나 작용하는 지 모르니까. 내 몸만봐도 정신줄을 놓는데 의외로 정신은 약할 수도 있다.
연결이 희박한 것은 어쩌면 내 마나로 감싸서 그런 것일수도 있곘네. 혹은 내가 몸의 주인이고, 기생하고 있는 느낌이니까. 일단 마나를 거두어보고 반응을 볼까?
"지금은 어떻지?"
[...! 감각이 느껴져요! 꿈틀거리고 꾸물꾸물... 으아앙 징그러. 이, 이게 지금 제 몸인가요? 약속 지켜주세요! 검 돌려줘요 엉엉... 릴리 착하게 대답 다 잘 헀잖아요! 으아앙 촉수 싫어어어!]
솔직히 좀 상처네. 내가 어떄서! 꾸물거리는거 귀엽기만 하구만!
"마지막으로 두 질문만 답해주면 검으로 돌려주도록 하지. 감각이라는 것이 어떤 감각이 느껴지지? 인간처럼 오감이 느껴지나? 그리고 너가 검으로 돌아가면 나랑 소통이 가능한가?"
[...우우우. 징그러어어... 일단 감각은 몸의 촉각이 느껴져요. 원래 검일때도 느꼈는걸요! 전투중에는 최대한 차단하지만요. 생명체를 베는 것은 끔찍한 기분이에요. 솔직히 지금 촉수보다 더 싫어... 주인님이 청소해주시거나 쓰다듬어 주실떄는 감각을 켜죠. 부드럽게 손으로 쓰다듬어 주실 때는... 구헤헤헤. 아까 촉수로 휘감...거나 쓰다듬을 때도 최대한 감각을 차단헀는데 어째서인지 차단이 안 됬어요. 반항한 것은 죄송하지만 솔직히 너무 끔찍했어요! 으으으! 진짜 징그러! 지금도 싫어!!! 검 돌려줘요!!!]
변태 검주제에 남의 몸을 욕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핥짝해버릴거다.
"...아직 질문 하나 남았다."
[지금 레이나님이랑 연결이 끊겨서 거기... 이름을 모르는 마법사님이랑 연결이 되있어요! 왜 연결이 끊겼지... 검으로 돌려주고 꼭, 꼭 보여주셔야되요! 지,진짜 죽은 것 아니겠지? 하여튼 검으로 돌아가도 연결이 되있으니 정신으로 대화가 계속 가능할거에요! 그리고 연결이 끊기더라도 제가 의식적으로 말을 걸거나 마법사님께서 정신파로 말 거시면 돼요! 대답 다 했죠? 이제 돌려줘요!]
"알겠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다시 돌려주자. 아까처럼 하면 되겠지.
릴리의 정신이 담긴 마나를 다시 검집 내부로 밀어넣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마나도 같이 집어넣는다. 숨기고 있는 능력이 있어서 그걸 사용하려고 하면 바로 제압해야지. 몸을 구속해둔 촉수도 안 풀어줄거다. 혹시라도 아공간 체납능력이라던가 주인에게 돌아가는 능력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정신파로 말을 건다는 것이 어떻게 거는거지? 그리고 질문은 안했지만 왜 언어가 통하는거지? 정신대 정신이라 자동번역이 되는건가? 검이 기적적으로 한국어를 아는건가? 아마 숨겨진 기능 중에 번역마법이 있겠지. 일단 이건 물어봐야겠다. 지금은 말이 통하더라도 연결 끊기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잘 돌아갔나?"
[헤헤. 몸에 돌아왔다. 인간의 몸을 가지고 싶었는데, 검도 정말 좋은 몸이었어... 촉수는... 절대절대절대절대 싫어! 촉수! 싫어! 지금도 몸을 휘감고... 으으으으! 헉! ...헷 잘 돌아갔어요. 저 아무 말 안했어요! 촉, 촉수 좋아! 응응!]
으음! 물론 촉수 좋지. 근데 벌은 벌이다.
[꺄아아아악! 핥지마요! 꺄아아아악! 검은 언제 뽑았어요! 변태! 짐승! 벌레! 으아아앙 이상한 점액 묻었어! 더러워졌어 으앙! 축축해! 눅눅해! ...흐으윽? 거...거기 폼멜 건드리지 마요! 진짜진짜 미쳤어! 쓰다듬지... 하아앙!]
아. 이 비명소리. 내 귀를 달콤하게 간지럽혀주는 세레나데.
[레이나님 구해줘요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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