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3. 레이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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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처음으로 겪는 전투여서일까 몸과 마음에서 흥분이 가시지않는다. 인간의몸이었다면불가능했을전투. 지금의 몸으로도 순간적으로돌파당했을때를 기억하면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마지막으로 웃게 된 것은 나다. 심지어 상처도 안 입히고 제압하는 것에 성공하였으니 말 다했지.
상처안 입혔나? 살펴봐야겠다.
절대로 사심이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다.음음.
촉수의 감옥에 갇혀 정신을 잃은 엘프의 모습을 쳐다본다. 아직도 푸른색머리는 적응되지않는다. 자연적으로 가능은 한 색깔인가?두발에푸른색 색소가 존재는 하나?
뭐, 세계가 다르니그럴 수도있겠지.
눈을 감은 체 쓰러져있는 그녀의 가슴이 위아래로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간다. 호흡에는 이상이 없군. 그래도다시 한 번확인해야겠지. 아니, 아니야.
아무래도 생전 처음 보는, 아니 처음은 아니지. 그래도이 정도미모의 여성은인간 중에서는본 적이 없다. 신이 직접 빚은 아름다운 인형. 피그말리온이 석상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신을감동하게 할정도의 외모라면 무생물도삽가능이지.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니 완벽하다. 이름이 어떻게 될까?이세계라고크루니다쉬이딴 이름 쓰면완전히 깰거 같은데.
그녀를 찬찬히 살펴보니 갑옷과 달리 노출된 부위는 아까의전투 때문에베었는지 작은 상처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심하진 않지만 아름다운 작품을 망쳤다는 느낌에 기분이 언짢다.
내가 치유할 수있으려나?침을 바르면상처 낫는다는 말이 있지.정체 모를괴생명체의 침은어떠려나?그러고 보니아까레이피어에뚫렸던 촉수가 있다. 그 촉수를 살펴보면 어떤지 알 수 있겠지.
의식을 집중하고 기억을 되살린다. 검은 방에 갇히고 생긴 능력은의외로이몸으로 생활하면서도유지가 되었다. 역시 누군가의 음모였음이 틀림없다. 어떻게된 건지는여전히모르겠지만.
아마그때만났던 신이 뭔가라도 해주겠지. 마지막에당황한 건기분탓일 것이다.
생각의 기차를 역에멈춰 세우고, 드디어 발견한 촉수를 이모저모 살펴본다. 흠. 전혀 흔적이남아이지 않았는데? 근데 이게내 스스로의재생능력인지 점액에서 치유물질이 분비되는 건지는모르겠다.
그러고 보니내 촉수에 대해서 제대로 관찰하거나 통찰해본 적은 없다. 이번 기회에 한번 살펴봐야겠다. 시야를 건드리면서 뭔가를없앴을 때정신을 놓았지만, 그 `필터`가 어떤 건지는 대충 느낌으로 파악하였다.
정신적인방벽같은느낌의 필터다. 키거나 끈다고 딱히 시야에 지장은 없으니 항상 켜두도록 해야겠다. 애초에 끄면 내 몸만 봐도 발작이 일어나니 끌 수 있을 리가 없지만.
내 기억은 완벽하고, 완전하다. 그러니 이 촉수가 재생된 순간 또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을 되살린다.
뚫리고 난 뒤에 그녀는 촉수를 돌파하여 내부로 나아갔다. 다시 봐도 대단하다. 어떻게 한 점을수백 번이나다시 찌를 수있는 거지? 심지어 회피기동도 하면서.
뚫린 촉수에서는 통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감각을 차단할 수 있는 것처럼 원천적으로 통각을 차단해놓았을 수도 있다. 고통을 느끼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변태는 아니니 꺼두도록 하자.
물론 고통을 통해서 기습을 당했다거나 기타 정보들을 알 수 있겠지만, 난아픈 게더 싫다. 애초에 지금 여기가 어딘지도모르겠고,접촉한 게엘프하나뿐이다.
뚫린구멍 안에서는더욱 끈적한 점액이 흘러나온다. 이게 내 피인가? 바깥의 점액과는 달리 조금 더 불투명하다. 그래도 여전히 투명하고묽은 게마치쿠퍼….
아니겠지. 음. 난 그런에로한촉수가아닐 거야.
어떻게됐든 간에점액이 흘러나오고, 이내 상처는 저절로 봉합되기 시작한다. 상처에는 얇고 푸른 막과 바늘들이 존재했는데, 이건 아마마나겠지. 내가 마나를 조종할 리가 없으니 그녀가 한 것이 분명하다.
상처가 닫히지 않게 미세하게 막을 둘러치고,바늘 모양으로마나를 찔러 넣어고정한 건가?이해할수 있는 나 자신도 신기하지만,수백 번의찌르기 도중에 저런 미세한 작업을 한 그녀에게 새삼감탄한다. 온사방의 전기를 다 끌어모아 벼락으로 뿜어내는 동시에 저런 작업을 하다니.
벼락?
그러고 보니그녀가 깨어나면 다시 번개를 뿜겠지? 푸른피x츄는미관상끔찍하지만, 그녀는예쁘니 봐준다. 처음에야 저릿저릿한 느낌과 통각이 느껴졌지만. 어? 통각이 느껴졌네?
촉수가뚫렸을 때랑달리 번개에감전됐을때에는 통각이 느껴졌다. 무슨 차이지? 전기가대전 되어서몸 내부까지 닿아서 느꼈거나 마나에 의해 통각차단이라는 저항력이 뚫렸거나. 그녀의 자체적인 능력이거나. 가능성은 다양하지만, 당장 탐구하기는 무리가 있다.
결국, 아는게없네. 딱히 점액으로 치유된 것 같지는 않다. 고정된마나는촉수가 이내 흡수해버리고, 상처는 꾸물거리면서 봉합되었다. 상처가 봉합되는 과정마저 아주 미세한촉수 다발들이서로 결합하여서 봉합하는 것을 보니, 인간의 세포랑 달리 내게 세포가 있다면 그것 또한 전부 촉수로이루어져 있나 보다.
인간의 감성으로서는 끔찍하지만 그게 내 몸이라는 사실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집에 돌아간 순간 어머니와 아버지는 끔찍함에 기절하고 말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고 정부에게 쫓기는 신세가되겠지. 하.
떠오른 그리운 고향에 대한 기억을 무시하고, 다시 현 사태를 파악한다. 그녀가 깨어난다면 분명 번개를 뿌릴 것이고, 비록 내성이 생긴 것 같지만 나에게 고통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해야 될까. 무언가정체 모를초능력이 아니라 마나를 번개로 변형시켜 사용하는 것같으니 마나만없다면사용을 못 하겠지.
눈을 감고, 눈을 뜬다. 순전히마나 만을바라볼 수 있는 시야. 촉수의방벽에는그 어떠한 틈도 존재하지 않기에 외부와 단절되어있는 공간. 그 내부에 푸른 구름이 동동 떠다닌다.
아마 격리하기 전에 이미 있던 거겠지. 푸른 구름몇 점에서는미세한 줄기들이 그녀의 몸을 향해뻗어 나가몸을 감싼다.
자세히 살펴보니 가려진 곳이 아닌, 노출된 부위를 모두 감싸고 있다. 피부로 마나를 호흡하는 것인가.신기할 따름이다.한데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간마나는보이지 않는다.
엘프 형태의마나 덩어리가보여야 하는데, 그저 검은 공간만 존재한다. 몸 내부는 볼 수 없는 건가? 하긴. 그걸 볼 수 있으면 아까 투시해서 그녀의 몸으로눈보신을했겠지.
크흠.
어쩌면 시야에 의존하는 것이 잘못일 수도 있고.마나는시각뿐만아니라 다른 감각으로도 잘 느껴졌으니까.
일단 허공에 존재하는 마나부터 없앤다. 촉수한 가닥을구름에 조심스레 접근시킨다. 아무 감촉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마나 구름은 푹신한 느낌이 든다.
신기해서 이리저리 톡톡 건드리자 부르르 몸을 떤다. 마나가 살아있는 생명체던가? 폭신폭신하고귀여운 게강아지를 보는 것 같다.흡수해버릴 거지만.
촉수를 빨대라고 생각하며 마나를 쪽쪽 빨아들인다. 부들거리는마나 구름이촉수 내부로 흡수되는 것이 느껴진다.
상쾌한 느낌과 동시에 폭신한 솜사탕을 마시는 느낌이 든다. 달콤하다. 마나가 달콤한 것은 정말 행복하다. 당과 행복은 떼어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관계! 심지어 먹어도 살도안 찌니마음껏포식할 수 있다.
살.안 찌겠지.
공간 내부의 마나를 모두탐식했으나,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주도적으로 마나를 포식한 것은 처음이다. 바깥의 공간은 여전히 통제되지 않은 촉수들이 허공에서 자태를 뽐내며 휘날리고 있다.
모든 촉수를 통해서 마나를 흡수하자. 마나를 감싸서 흡수하고, 빨아서 흡입하고, 그냥 촉수의 피부 자체로 느끼면서 받아들인다.
흘러들어온다.
마나가 피부 내부로, 이내 촉수 내부로 완전히 흘러들어 몸에 퍼져나간다. 마치 혈관을 따라 흐르듯이, 몸 내부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어떠한 흐름에 따라 마나가 흐른다.
촉수의 뿌리부터 말단까지, 모조리 퍼져나간마나는이내 내 몸의 중심, 핵을 향해서 나아간다.
핵에 마나가 차면 찰수록, 무언가 올라온다.
쾌감.
강력한 쾌감에 촉수를 뒤흔든다. 마치전투 때벼락을 맞은 듯한 짜릿함. 촉수 한 가닥, 한 가닥을 모조리 느끼며 감응한다. 통제하지 못하던 촉수들을 모조리 내 정신 이내로 끌어들인다.
더욱 자세히느끼지는 마나가다시 한 번 정신을 뒤흔든다. 모든 촉수가 환희하며 춤을 춘다. 이토록 강력한 쾌감은 느껴본 적이 없다. 정신을 잃을 듯한 감각이다.
시각·촉각·미각.
이세 가지감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푸른 마나가 몸 내부를 질주하며 아름다운프랙털을이룬다. 이내 부드러운 진동이 일어나며 촉수 내부로부터 외부까지,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몸을 뒤흔든다. 온 세포 하나하나가 달콤함에 절여져 환호성을 내지른다.
마약을 투여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어느새 통제를 벗어난 감각은 다시 하나로 뭉친다. 시각과 미각이 합쳐져 달콤한 마나를 맛보며, 후각과 청각이 어우러져 냄새의 하모니를 이룬다.
이내 오감이 합쳐지며 천상으로 나를 이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를 그리며 신과 인간이 닿은 그 순간을 그린 것은, 이러한 체험을 겪고 그린 것이 분명하다.
신인합일.
하지만 쾌락은 영원하지 않다. 어느새 주변의 마나를 모두 흡수했는지, 서서히 느껴지는 감각이 평범하게 돌아오기 시작한다. 붙잡을 수 없는 감각이 촉수 마디마디 사이로 흘러내리고 이내 사라진다.
아쉽다. 너무나도 아쉽다. 더욱 맛보고 싶었는데. 부족하다. 마나가 더 필요해.
몸을 뻗어 더욱 멀리 있는 마나를 향해 나아간다. 핵은 움직이지 않는다.하지만촉수는 더욱 뻗을 수 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더 이상마나를 찾을 수가 없다. 쾌락의 부재에는 허망함이 느껴진다. 비록 몸속을 맥동하는 마나가 느껴지나,아까 같은황홀한 느낌은 주지 않는다.
부족해, 너무 부족해. 마나를구할 방법이없음에 통탄한다.
아니.
구할 수 있다.
촉수로 이루어진 벽. 그 벽한가운데에놓여있는 자그마하고 가녀린 몸.
시야로 볼 수 없지만, 마나를 받아들인 이후에는 보인다. 느껴진다. 들린다. 맡아진다.
주변 어떠한마나의결집력에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마나의태동이 느껴진다.
심장으로부터온몸의구석까지뻗어 나가며몸을 휘감고, 이내 다시 돌아와 안식을 취하는 것들.
몇몇 부위는 특히나 마나가 더욱집중된것이 마치 어린아이 앞 사탕과 같이 느껴진다.
스탠퍼드의 마시멜로 실험에서어린아이들은침을 삼키며 눈앞의 마시멜로를 쳐다만 보아야 하였다.
15분간 참으면 1개를 더 준다는 어른들의 말 한마디를 믿으며.
못 참은 아이들은 후회하고, 참은 아이들은 1개 더 받았다며 좋아하였다.
그들은 모른다. 어른들은수십 개,수백 개의마시멜로를 소파에 누워 야금야금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힘없는 나약한 어린이들은 마시멜로를스스로의힘으로 얻을 수 없기에 일어나는 불행한 현실.
어른들은 그들을 기만하며 달콤한 행복을 누린다.
나는 힘이 있다. 고로, 탐식한다.
눈앞에보이는 마나를 탐식하기 위해, 몸을 뻗는다.
발가락부터 목까지, 휘감아 올린다. 그녀의 몸에는 아까 보이던 잔 상처들이 보인다. 피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그것을 맛본다. 비릿한 혈액의맛 따위는느껴지지 않는다. 혈액에 내포되어있는 작은 마나 알갱이. 건빵 사이의 별사탕처럼 촘촘히 박힌 알갱이들을 씹으며 환희한다.
서서히 이전의 쾌락이 올라온다.
깨어난다면발버둥을 치며벗어나려 할 것이다. 먹잇감은 붙잡아둬야지. 사지를 속박한다. 엘프는 피부로 마나를 흡수한다. 그렇다면 피부에도 분명마나의잔향이 남아있을 것이다.
피부를 핥자 역시나 달콤한 맛이 난다. 그녀의체향인지정말마나의잔재인지는 알 수 없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저 달콤한 식사일 뿐이다.
맛있는 것은 마지막에 먹는 법. 이제 몸 내부의 마나를 노릴 때가 왔다.
직접적으로가져가자니 몸을 뚫어 심장을적출해야한다.그러고 싶지는않다.나는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바보 같은농부가 아니다.
생각한다. 생각해라.어떻게 하면이 달콤한 속살을 맛볼 수 있을까.
병원에서는 주사기를 통해 피를 뽑아낸다. 그렇다면 나 또한 마나를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촉수를 가느다랗게, 뾰족하게 가다듬는다. 마나가 뭉쳐있는 혈관을 찾는다.
조심스레 뚫는다. 연약한 엘프의 피부는 내 촉수와는 달리 부드럽게 뚫린다. 죄책감과 기대감에 의한 흥분을 참을 수 없다.
촉수를 꽂아넣고 조심스레 마나를 추출하기 시작한다. 나는 흡혈귀가 아니기에 피는 필요 없다. 피 내부의 마나만 조심스레끌어낸다.
내 마나를 집어넣어 살랑살랑 흔든다. 물고기 앞 미끼처럼, 그녀의마나의공감을끌어낸다. 피가 바깥으로 누출되지 않도록 주변 부위를 미세한 촉수와마나의실들로 촘촘히 막아낸다.
그녀가 나에게 보여준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여 상처를 막는다.
미끼를 물었다.마나의흐름이 조심스럽게 내마나와접촉하고, 이내 서로 뒤엉키며 하나의마나로변하여 가느다란 촉수를 통해몸 안으로흡수되기 시작한다.
감질나는 양이지만, 서서히 올라온다. 미세한 촉수의 첨단은 점차 굵어지고,마나의흐름 또한 거세진다.
Andante. 천천히. 그녀가 깨지 않도록, 상처를 입지 않도록 조심스레 마나를 지휘하며 끌어올린다.
주사기는 그녀의 팔 뿐만 아니라 내 촉수에도 꽂은 듯한 느낌이다. 그녀에게는 촉수의 주사를, 나에게는마나의주사를.
심장박동이 느껴진다.두근두근하는박동의 소리에 맞추어 피와 마나가 뿜어진다. 혈액은 순환하고,마나는나의 낚싯바늘에 이끌려내 몸으로흡수된다.
끊임없이 뽑아낸다.그런데도그녀의마나는끊임없이 이끌려온다. 대해는 바가지로 비워낼 수 없는 법. 역시이 정도로는흡수하기에 터무니없다.
다른 촉수들로 더 흡수하자니 그녀의 몸 이곳저곳에 상처를내야 한다. 그나마 붙들고 있는 이성이 그것을 멈춘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내부로 촉수를진입시키는 방법이없을까.
있다.
그녀는 아무리 봐도여성체이다.이계의존재다 보니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몸 내부로 진입할 구멍은충분히 많다.
아직 나의 이성은 건재하다. 그녀의 소중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다. 나는 신사이니까. 강렬한 유혹이 들지만 참아낸다.어차피갑옷이나 옷을 벗겨내야 하고, 상처를 살펴보며 시도해보았지만 무언가 가호가 걸려있는 듯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녀의 얼굴을 쳐다본다. 분노로 타오르던 눈은 조용히 감겨있고,오똑한코에서는 그녀의 생존을 알리는 들숨과 날숨이 나온다. 뾰족한 귀는 나에게 있어서이계로의전생을 강력하게 체감시켜준다.
생각해본다. 귀를 뚫고 들어가자니 고막에 손상을 입힐가능성이 크다. 귀는 제외한다. 코로 진입시킨다면 호흡에 지장이 갈 것이다.그뿐만 아니라위생적으로도 꺼려진다. 연예인도 화장실을 간다. 코에서는 콧물이 분비되고, 나는 환상을깨고 싶지않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입. 앙다문 붉은 입술은 그녀의 푸른 머리와 눈과 대조되어 더욱탐스러워 보인다.
조심스레그녀의 입을 건드려본다.
부드럽다.
이성 관계란단 한 번도없었던 쓸쓸했던 나의20여 년간인생에서 이성의 얼굴을 이리 자세히 관찰하고 건드려보는 것은 처음이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슬며시 촉수를 내리던 도중, 그녀가 눈을 뜬다.
시선을 마주친다.
흐릿하게 초점이 맞지 않아 허공을 바라보는 그녀의 풀린 눈을 보니 가라앉힌 욕망이 다시 끓어오른다.
입.
그녀의 입을 벌려 촉수를 넣으면 기분이 좋겠지.
마나도 모조리 빨아들이고, 입 내부를 탐색한다. 목까지 뻗어 내부의 감촉을 만끽한다. 소중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 자비를 보여줬으니, 이 정도는 승자로서 권리로 취할 수 있다.
그 감촉과 느낌을 상상하고 기대하며 온 촉수를 환희로 뒤흔든다.
이내,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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