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했더니 촉수괴물-8화 (8/74)

〈 8화 〉 2. 실험 (3)

* * *

7.

실험 기록 2 : 대상 비정상 상태.

대상 방어집중 상태로 판단.

관측시도 시역관측및 오염 진행 확인.

우회적인 관측 시도.

가설 1. 대상에게접촉을 실시할때 역으로공격을 시행하는상태로 판단됨.

물리적인 접촉 및 공격 반응 실험 개시.

F등급 검사형 휴머노이드골렘투입.

골렘의시야 기능 차단.

대상접근 실시.

대상 활동반경 밖 100m접근 실시. 반응 없음.

대상 활동반경 밖 50m접근 실시. 반응 없음.

대상 활동반경 밖 30m접근 실시. 반응 없음.

대상 활동반경 밖 20m접근 실시. 대상의 촉수 3가닥의 접근.

골렘파괴 확인.

대상 활동반경 27.4m 시점에서 파괴.

가설 확인.

물리적인 공격력테스트 실시.

기존 실험으로 공격력 예상.

자동화골렘으로테스트 불가능 판단.

EX급 요원 레이나 투입 요청.

...

...

...

투입 요청 승인.

이지스 프로토콜 발동.

개인 인식필터 및차원결계적용.

정신방어아티팩트착용.

No.133 제 정신방어포션과항마작용포션복용 실시.

No. 172 최고등급 정신 방어 작용 요청.

테미스교단 달의 축복 개시.

니소스교단의 신주 한 방울복용 실시.

상위관리자데우스에게실험총괄 권한을 이양합니다.

[확인.]

[나 또한 정신오염에 대한 가호를 내리도록 하지.]

[레이나 요원 실험 준비는 다 되었는가?]

...

[무운을 빌도록 하지.]

[실험 개시]

***

시간의흐름은멈추지않는다다만하나의지점으로수렴할뿐

경계에잠복한자께서말씀하시니귀를뜯어내고눈을뽑아경청하라

간악한심연의군주의봉인은나약해지리라

심해의도시는찌릿부상하리라

고대신들의비호는유한찌릿하지만

심연의찌리릿축치직복은치직빠직영원하리라

치지직.

심장을꺼내어삼키며잊혀진자들의언어로노래하라

죽음과■■으로■■■를부르노니■■■■

■■■■치지지직

빠지지지직!

으아아아악!

어떻게된 거지. 정신이 반으로 쪼개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어지럽고 집중이 되질 않는다. 기억이 이어지지 않아. 어떻게된 거지?

빠지지직!

으아악! 뭐야! 방금 뭐야? 온몸에서 고통이 느껴졌는데. 촉수가움츠러드는 게느껴진다. 어떻게된 거지눈을뜨고….

안 돼.눈을뜨면안돼.눈을뜨면또그들이올거야.

으. 정신이 이상해.

눈은... 뜨면안 될 것 같다. 잠시 정신을추슬러야겠어.

파지직!파지지직!

온몸이 불타듯이 뜨겁다! 뭐가 어떻게돼가고있는 거야? 아 감각을 모두 차단해놨었지. 어떻게됐는지확인해야 되는데눈은뜨면 안 되고…. 왜안 되지? 기억을되돌이켜보면….

■■■■■■

기억하면 안 될것 같다. 떠올리려고한순간정신이 아득해지며 자아를 놓칠 듯한 기분이 든다.

일단 한참전으로…. 그래촉수 실험하던 때로 돌려서 이상한 순간까지훑어보면….

그래. 눈으로 내 몸을 쳐다보려고 했을 시점부■■■

윽.

내 몸을 본 순간정신줄을놓고 말았네. 도대체 얼마나 끔찍하게 생겼길래정신줄을놓게된 거야? 근데 처음 내 몸을 볼 때는 괜찮았는데 뭐가달라진 거지?

그래. 인간의 시야. 뭔가모든 게다 보이던 시야에서 하나씩화질구지로다운그레이드시켰지. 그러면서 뭔가 정신적인 방호 필터도꺼진 걸까? 그럼필터만 켠다는생각을 하고집중을….

파직! 파직! 파직!

아오! 이 고통은 뭐냐고? 담 걸렸나? 촉수도담 걸려? 일단필터는 켠것 같고 눈을떠보자…. 아촉수는 이걸로 고르고.

어?

피x츄?

잠깐 잠깐만 저거 전류모이는 거뭐야 이상해. 설마 나 향해서 날아온.

으갸갸갸갹!

아니 이런 미친! 뭐야 누가 이딴번개 공격을….

와.

나 푸른색 머리는 처음 봐. 인공적인 염색이 아니라 진짜 파란색이네? 반짝이면서 허리까지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마치 밤하늘의 오로라 같구나. 비유가 이상한데? 푸른 눈.오똑한코. 갸름한 턱선. 붉은 입술. 찡그려진 아미.뾰족한…. 귀? 귀가 뾰족해? 엘프? 진짜?이세계엘프? 비인간적으로 예쁘긴 한데 진짜로 진짜로 엘프? 와 엘프는 화내는 표정이어도이쁘네.온몸에서번개가번쩍 번쩍거려도아이돌 공연 특수효과처럼미모를 한층 더 뽐내는구먼. 번개?어잠만잠만잠만예쁜엘프누님이건아니죠이건.

갸아아아아악!

아니 너무하네! 크게아픈 건아니지만! 번개라고 인식하니까 아까랑 달리 고통이 사라졌어! 그래도 기분은안 좋네. 스마트폰 충전기 끝자락을 실수로 만진 느낌이야. 짜릿하면서 근육이 수축하는 느낌.으으.

와 근데 진짜 예쁘네. 예쁘면모든 게용서된다더니 번개를 쏴도 용서해주고 싶은 느낌이야. 몸매가 안보이는 게아쉽네. 회색로브 밑으로빛나는 순백의 갑옷 끝자락이 보이는 것같은데…. 완전풀 무장으로오셨네.

아깐 놀라서 제대로 못 봤는데 다시 보니 왼쪽 허리에 검집도 보이네. 검집에 새겨진 건 장식용 문양인가?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얽혀서 검집을 감싸고 있는 게 자연스럽게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구먼. 색깔은 푸른색으로파지직. 누님?

이번엔 막아야지.

촉수 4개를 번개가 도착할 지점에 교차시키면서 막는다! 이것이더블X콤보! 번개가 도착할 지점은 왠지 모르게 알았어!

눈으로 번개랑 번개에 담긴 기운을보고 나서도착할 지점을 계산하고, 그곳으로 촉수를 이동시켜서 방어!보고 막기! 반응속도 어마어마한데? 이 정도면 지구로 돌아가면아이언피스트우승은 확정수준인데?

우리 엘프 누님 막은 걸 보고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으니매우 귀여운데? 설마막을 줄몰랐다. 이런느낌인가? 앗또 또얼굴 찡그린다.엘프 누님은웃는게예뻐요. 아마도.

일단은공격하는 걸 멈추게해야 할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의사소통을해야 하는데난 이제 겨우시야 뚫고촉수 4개 움직일 수있는 걸?

내 몸으로 소리를 낼 수 있나? 아아. 마이크테스트. 저는 당신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말이 안 나오는데? 이거도 자동으로되는 거아니었나?

촉수에는발성 기관이없다. 메모. 번개 날아온다!

역시 이제 번개가안 먹히는군. 이젠 느낌도 오질않는 걸 보니번개에 저항력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야. 누님 번개가안 먹힌다고검꺼내시진 말아 줄래요?저 같은심약한도시 남자는그런 날카로운 날붙이를 보면 무서운데요?

망토가 젖혀지며 은빛 각반이 감싸고 있는 가느다란 다리가 보인다. 노출이없는 게아쉽네. 아니 그게 아니지. 살짝 낮아진 키와 웅크린 자세. 한 손은 검집으로, 한 손은 손잡이로. 푸른 기운이 가느다란손가락 사이사이를지나 손잡이를 타고 이내 검집 내부로흘러들어 간다. 다리와발밑으로도기운이 응집되며터져 나올순간만을 기다린다. 도약을 위해온몸을긴장시킨 상태.

도약?잠, 잠만!

검집으로부터 은백색도신이튀어나오기 시작한다.막아야 해.몸으로막으면베이잖아?

어떻게해야되지무서워

은백색도신에는푸른빛 뇌전이 뱀처럼 휘감으며 흩날린다. 얇고 긴검신또한 검집과 같이도신을따라 고풍스러운 나뭇잎이 음각되어있다.

날붙이에몸을베이면피나고아퍼

일반적인 검이 아닌레이피어.

몸을웅크리고힘을주면덜아프겠지제발베지말아줘요

순간적인마나의폭발을 통한 도약을 통해 공기를 가르며 나를 향해쏘아져 온다.

흩날리는 푸른빛의 머리카락. 회백색 망토. 빛나는 은빛 갑옷과 각반.여리여리한몸. 가느다란 손가락. 격정이 담긴 푸른 눈.앙다물어진붉은 입술.

숲의 일족 엘프다운 가벼운 몸과 어우러지는낭창한레이피어에는정반대의느낌을 주는패도적인느낌의 번개가 가득 담겨있다.

그것이.

찔러온다.

막아.

까드드득!

검은색 촉수가 다발로 뭉치며 찌르기를 방어해낸다. 지렁이의 부드러운 몸처럼 찔리는 것이 아닌, 금속과 금속이 맞물리며으직거리는소리가 난다. 불꽃이 튄다. 그리고 검 내부에 담겨있던 뇌전이 촉수를 타고 흘러감싼 뒤이내 폭발한다.

그러나타격이 없다.레이피어의끝자락,일섬이도달한일 점에만뜨거운 열기가 느껴질 뿐. 그 열기도 이내 스멀스멀 가라앉는다.

폭발의 반탄력을 이용하여 허공으로 도약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 엘프 검사는 이내 사나운 미소를 짓고 허공을 차며 재도약한다.

허공을 차며? 엘프가허공답보? 뭐?

찌르기를 막기 위해 모아둔 촉수 다발은 평소와 다르게수십 개. 생명의 위기라 그런지 내 말을 잘 듣는다. 정련된 창과 같은 날카로움을 가진 엘프의 찌르기는 화살처럼 나에게쏘아져 온다.

그러나 나의 시야는 그것을 포착한다. 인간의 시야라면 불가능할 쾌속의 찌르기를 인식한다.마나의흐름, 이내 뇌전으로 뒤바뀌며검 끝에모이는 기운은 분명 천둥소리를 내며 공기를 찢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다.그러나느껴진다.

그녀의 분노가, 살기가, 그리고 약간의 경악이 담긴검 끝은폭발적으로 다가오며 번개와 열기를 흩뿌린다.

막는다.

몸의 강도를 안 이상,수십 개의촉수도 필요하지 않다. 나의 시야를 통한 인식과 반응은 즉각적이다. 촉수 하나를 재빠르게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며 검을내치려 한다. 검을놓게 하면공격을 잠시라도 멈추겠지.

그러나막힌다. 허공에 생긴 육각형의 초록빛 빛의 방패가여러 겹겹치면서 촉수의 진행을 방해한다.

찌르기가 도달한다. 무방비하게 노출되어있는촉수 중하나의 표피에 닿는다.

그러나여전히 막힌다.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인가? 혹은믿고 싶지않은 것인가. 검을 다루는 속도와 감싸고 있는 기운을 보면 그녀는 분명 강한 존재일 것이다. 자신의 힘에 자신감이 충만할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반탄력을 이용하여 어깨를 뒤로 젖힌다. 두 다리는 허공에떠 있지만, 땅을 딛고서 있는듯한 안정감을 지닌다. 이내 다시 찌른다.

찌르고, 찌르고, 또 찌른다.

촉수를 다시 움직일 시도도 하기 전에 쾌속의 찌르기가 1번, 5번, 10번, 20번 가까이 이어진다.

모두일 점을찌르는 그녀의 집중력과 검술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같은 지점에 충격이 중첩되자 견디지 못한다. 돌파된다!

껍질이 뚫렸다. 속살로 싸늘한 금속이 파고든다. 뜨거운 속을 차가운검 끝이헤집는다. 따끔하다. 속이 안좋을 때피를 따주시던 어머니가 생각난다.엘프마망. 아니 이게 아니지. 내가 미쳤나?

찌르기에 성공한 것이 기쁜지 그녀의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맺힌다. 싸늘한 미소를 짓는 그녀는 너무도 아름답다. 만년설 사이로 핀 하나의 푸른 장미꽃. 미소도 감상했으니 그녀를 떨쳐내야지.

찔린 촉수를 수축한다. 나의중심 속으로퇴각시킨다. 나의 군대는 많다. 하나의 병사를 퇴각시킬지언정 전선에 변화는 없다.

촉수를 휘두른다.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으니 검을 쳐낼 것이다.

다시 한 번초록빛 방패에 막힌다. 방패로 막는다면 그 방패를 뚫으리라.

한개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있는 힘껏 내려찍는다. 10번 베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데, 나는 촉수가수십 개나있다.

휘두르고, 또 휘두른다.한 개,두 개,세 개. 10개.수십 개.

그러나그녀 또한 가만히있지 않다. 몸을 비틀며 회피한다. 허공을 박차고, 촉수를 딛으며 그녀는 나아간다.

흘려내고 빗겨낸다. 피한다는 그녀의 의지를 반영한 듯, 방패는 발동하지 않는다.그런데도닿을 수 없다.

팔을스쳐 지나가고,어깨에닿는다. 그러나 허리를 살며시 꺾자 이내어깨에서 또한스쳐 지나간다.

손목을 향해 촉수를 강하게 내려찍는다. 정확히 조정한 공격은 그녀의 검에만 닿을 것이다.

검에 닿는다. 그러나 떨쳐내지 못한다. 강한 수직의 채찍질을 바람으로 감싸듯 부드럽게 손목을 꺾으며 흘려낸다.

빗겨치며, 나아간다. 검술에서는패링(Parrying)으로부르던가. 완벽하게 타이밍을 맞추어 상대의 힘을 흘려내며 막아낸다.

유능제강. 부드러운 검술로 우악스러운 촉수의 힘을 이겨낸다.

내 중심으로 점점 가까워진다. 가까워질수록 촉수가 움직일 공간이 좁아진다.

20m나뻗어 나간거대한 촉수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움직일 수 없다. 먹잇감을 놓친 채 촉수들은 허공에서 꿈틀거린다.

중심으로 어느새 가까워진 그녀는 다시 방어막을 전개한다. 빛의 방패가 그녀와 스치는 촉수들을 모조리 막아낸다.

하지만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촉수가 뻗어나온 틈 사이로 자그마한 촉수들을 내뿜는다. 가느다란 촉수들은 그녀의손가락 정도의굵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 자그마한 것들로 가능할까? 본능적으로 깨닫는다.그런데도촉수의 강도는 여전하다고.

휘두를 공간도 부족하고, 휘두르지 못해 물리력이 부족하다. 방어막을 뚫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꿰뚫는 공격은 가능하다. 그녀가 보여준 찌르기, 그 찌르기를 모방하여 방어를 뚫는다.

상처입히진 않는다. 방어막만 뚫고, 그녀를 제압한다.

나는 검술을배운 적이없다. 하물며 촉수를 조종해본 적은 더욱이나.

하지만 검술의 끝은 보았다.보고 있다.

그녀가 보여준 찌르기의 정수. 그것을 모방한다. 기운을 모은다. 달콤하고, 또 달콤한 푸른 마나. 그 마나를 촉수에 담는다. 아, 이 푸른 진동. 이 달콤한 향기. 중독될 것 같다.마나의흐름을 음미하며 탐식한다. 본래의 목적을 잊은 채 중독되어간다.

정신 차리자.

다시 한 번집중한다.

응축한다.

그녀가 도약하여추진력을 얻은것처럼, 나 또한 추진력을 실을 수 있게.

원리는 모른다.그러나나의 촉수는 중심부에서 쏘아낼 수 있다. 그 쏘아지는 속도에 더하여 마나를 폭발시켜 가속도를 입힌다.

거슬리는 방패를 치우고 그녀를 맛보리라.

응축되는 마나를 보며다시 한 번놀라는 그녀의 눈빛이 보인다. 토끼를 닮았다. 귀엽다. 하지만 방패는 굳건히 자리를 지킨다. 그녀는 예쁘지만굳건이는안 예쁘다.때려 부순다.

찌른다.

응축된 마나를 폭발시키며 촉수를 쏘아낸다. 방패와 부딪힌다. 방패수십 겹이겹쳐지며 찌르기를 막아낸다. 부족하다. 하지만 촉수는한 개가아니다.

찌르고, 또 찌른다. 꿰뚫어라.

촉수한 개가세네 겹의방어막을 뚫고, 또한 개가다시 뚫는다.

서서히 방패가 뚫리기 시작한다.

그것을 바라본 그녀가레이피어를휘두르며 촉수를 쳐내기 시작한다.

흘리며빗겨친다. 찌르기를 찌르기로 맞받아치며 방어를 보조한다.

일부는 방어막으로, 일부는레이피어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그녀가영창 한다.

바람이 휘날리며 촉수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촉수에 물리적인 타격을 입힐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밀어낸다. 하지만 여전히 쏘아낸다.

내 중심에 다가서는 것은허락하지 않는다. 황제를 알현하려면 예의를 갖춰야지.

수십의 촉수가 흩날리며 그녀의 앞에서 스러진다. 어느새 중심까지 몇 발자국 남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한 번미소짓는다.

그 미소를가지고 싶군. 영원히 내 곁에서미소 짓게하고 싶다. 내 것으로하고 싶다. 첫 전투로 욕망이 증폭된 것일까, 내 본성이 욕망을 부추기는 것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한 번 탐욕을 품은 이상 포기하지않을 것이다.

기사의 맹렬한 돌격으로 군대의 진형을 무너뜨리며 나아간다.잡졸들은쓰러지고, 나의 기사들 또한 용맹한 돌격에 허망하게 낙마한다.

어느덧 지휘관에게 그녀가 도달한다. 사나운 미소를 짓는 그녀는 나의 심장을 그리며 돌격을 준비한다.

그러나그녀가 잊은 것이 있다.

이곳은 적진. 수십, 수백의 군세가 그녀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병사들이 쓰러졌으나, 패배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지휘관의 심장을 노리는 그녀의 뒤로 어느새 병사들이 모여 그물망을 던진다.

앞만 보며 달리던 그녀의 가속도에 마찰력이 걸린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물을 쳐내지만, 병사들은 끊임없이 함성을 지르며 그녀를 포위한다.

어느새 그녀는수백 개의검은 촉수에 갇혀버린다.

촉수의 감옥은 초록빛 방패에둘러싸인그녀를 바라보며 번들번들한 점액을 뚝뚝 흘린다.

마치 먹잇감을 앞둔 맹수처럼.

방패에 압력이 가해진다.

분노와 경악이 점차 가라앉는 그녀의 표정에는 절박함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레이피어. 마법.정령술. 번개.

온갖 능력을 발휘하며 최후의 방어를 해내는 그녀에게 경탄을 표한다.

하지만 승패는 갈렸다.

검은 촉수의 알은 서서히 작아지며 마침내 껍질을 부스고 속살을 탐한다.

나는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이제내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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