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2. 실험 (2)
* * *
6.
지금 나는 매우 당혹스럽다.
죽고 나서정신줄을놓았을 때보다 더욱 혼란스럽다.
촉수.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두 개의팔,두 개의다리가 없고 오로지 촉수만 있다.
애초에눈코입 같은얼굴도 없고, 아랫도리 또한 허전하다.
사실 허전하지는 않다. 꾸물거리는 무언가가 있으니까.
모든 인체기관이 꿈틀거린다. 인체라고는 할 수 있을까.
상상하면 정말 끔찍하지만, 내 신체라 그런지 그런 혐오감은 들지 않는다.
여러 고난을 겪고 내가 드디어 정신이 나간 것이면 좋겠지만, 촉수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온 감각으로 촉수들이 인식된다.
감각 또한촉수로 인식하는듯하다.
이게 도대체 뭐야!
죽었다가 신을 만나더니 갑작스레 촉수로 전생.
개떡 같은스토리다.
하.
멘탈이바스러지는 느낌이지만 어떻게든추슬러 본다.
촉수가나쁘지만은않다.
촉수 다발(?)로전생한 것을 보면 인간이 아닌 생물로 전생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파리나모기 등으로전생해서순삭 당하거나고블린등으로전생해서 모험가에게 쫓기지않는 게어디냐.
긍정적으로 생각할수록 여러메리트가떠오른다.
무엇보다 가장 큰메리트!
에로스!
저퀄리티일본 영상이 아닌, 실존하고 꿈틀거리는 촉수!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온갖 체위! 다중삽입! 옷감만 녹이는 특수능력!조절 가능한크기와 굵기!
여자를만족시키기위해 태어난 생물그 자체라고할 수있지 않은가!
...
지랄.
일반적인 인간이라면혐오감을 못 이기고접근조차안 하겠지.
난좆된것이다.
온몸이좆으로이루어져 있지만.
각 촉수 하나하나마다 인간이었을 시의 모든 감각이 느껴진다.
팔을 들었다내렸다 하면촉수가 올라갔다내려갔다 하고, 손가락을 꾸물거리면 촉수가 꿈틀거린다.
소중이에힘을 주면촉수에 힘이 들어간다.
신체기관은 촉수밖에 없고, 그 촉수의 개수는 정확히파악이 안 된다.
나의 중심, 근원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에서 내통제 밖을벗어난 채로촉수들이뻗어 나와꾸물거린다.
이 근원에 대한 느낌도 미묘하다.
인간으로 치면 심장부라는 느낌이겠지만, 심장이란 느낌과는 또 다르다.
근원이 없어진다고 촉수가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파 줄기들을 묶어두는파 뿌리 같은느낌이랄까.
제멋대로 날뛰는 촉수들을 일단은 `하나의존재`로서묶어두는 느낌이다.
인간적인 표현으로 비유하기 힘들지만.
이묶여있는촉수들이 전부 통제가 안 된다.
정신을 집중하면촉수들 일부를조종할 수 있지만, 나머지 촉수들은 하염없이 꿈틀거린다.
그냥 꿈틀거리는 것도 아니고, 길이와 굵기가 제멋대로 변하면서 근원에서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한다.
꾸물거리는 게패시브스킬인가 보다.
정신적인데미지가어떻든, 일단은 지금의 내 신체가됐으니촉수를 통제하는 방법을 알아야겠다.
이건 자존심 문제다.
촉수가 내 신체인데 이걸컨트롤못하는 것은방광조절을 하지 못해서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꼬맹이나 다름없다.
촉수가 팔다리이자 방광이니 똑같다.
그럼 촉수가 입과동시에….
생각하지 말자.
애초에 음식을섭취해야 되는지의문이다.
식욕이라는 욕구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성욕이나 수면욕도 마찬가지.
결국, 이세계로넘어와서도 나는 동정인가?
몇 년만지나면대현자가되어서 마법을 날릴 수 있겠군.
그러고 보니이세계라면마법도 존재할 수도 있는데 그럼 나도 마법 쓸 수 있나?
보통 마법사가 되려면 심장에마나 서클을이룬다거나 마나에 감응하거나 등등마나랑관련이있어야 되는데….
어?
마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인식한 순간 느껴진다.
심지어 익숙하다.
아.
달콤한 푸른 진동.
이라고 느껴졌던 것이마나인가 보다.
눈으로 마나를 본다고 생각을 하고 집중하니 휘황찬란한 수채화에서 뚜렷하게 푸른색 흐름이 보인다.
대기 중에옹기종기 모여있는 곳도 있고, 표류하는 배처럼 허공을 떠다니는 기류도 있다.
내 몸에 접촉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몸 안으로흘러들어왔다나가는 경우도 있다.
신기하네.
몸에 접촉하고 있는 부분에 집중하자 더욱 자세하게 느껴진다.
청량하고 맑은 기운.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맛.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듯한 포근함.
오감으로 모두 느끼니 행복이 차오른다. 기분이 좋다. 이거 기분이너무 좋은데. 한여름에 시원한 사이다 한잔 마시는 기분이다.크으!
마나를 더욱느낄 방법이없을까. 한번 이 감각을 느끼니 계속 느껴보고 싶다. 지금으로선 집중력이 너무 필요하다.
아.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잊을 뻔했다. 일단 촉수부터 통제해야지. 내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데 마나를 느끼려고 하는 것은 뱁새가 황새따라 하다가랑이 찢어지는 것과 다름없지.
흔히들심, 기, 체가일치해야 된다고하지 않는가.
심이야시간과 정신의 방에서수련할 만큼수련했으니, 기와 체를올려야 한다.
기가 느껴지긴 하지만, 느끼는 것은 촉수를 통해서이다.
그 촉수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으니 기를 발전시키는 것은 불가!
따라서 난 체를 노리겠다!흐읍!
꾸물.
어떻게조종해야 될지모르겠다.
나는 팔다리 총합 4개를 조종할 줄 안다. 팔다리수십 개를조종해본 경험은 없다고!
촉수4가닥은 조종할 수 있다. 그런데 추가로 조종하려고 하니 이미 조종하던 촉수에 대한 통제권이 풀린다.
허.
어떻게해야 되지.
그냥 포기할까. 4개만 조종해도 어지간한 행동은 다 취할 수있을 텐데.
아니다. 남자라면포기 따윈없지.남아일언 중천금! 모든 촉수 조종에 도전한다!
남자?
흔히들 남자는 다리가 3개라고 하지. 지구에서는 얼굴을 붉힐만한 드립이지만 난 진짜로 다리가수십 개다.
그렇다면 거기에 의식을집중하면….
5개가 조종할 수 있어졌다! 뭔데!
심지어 마지막 5번째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일정한 크기에 뻣뻣하게 가만히있는…. 이런시발. 성욕이 없어서 다행이지.
이건 아니다. 이렇게조종하면 안 될것 같다. 다른 촉수도 팔다리처럼 의식을해야 된다.
일단 단 하나의 촉수에 집중을 해보자.
꿈틀꿈틀.팟.
일단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내 인체를 떠올린다.
일단은 눈. 그것도 인간의 눈. 지금 내 시야는 이해할 수 없는 정보의 집합체이다. 별별 괴상한 빛부터 표현할 수 없는흐름이정신을 자극한다.
인간의 시야를 생각해보자. 망막이니 홍채니 정확히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바라보던 일상의 광경을 떠올린다.
시야가 뚜렷해진다.
먼저 밝게 빛나는 표현할 수 없는흐름이사라진다. 인간의 정신으로서 설명할 수 없는 것들.
다음으로는시야 속의색깔이 점점 뚜렷해진다. 해상도 120에서1080 HD로너튜브를보는 느낌.음…. 그게아닌 것 같다.
정확히는해상도 108000 SUPERHD에서1080 HD로다운그레이드된느낌이다. 이게 맞는 비유다.
아마도 내 `눈`은가시광선뿐만아니라 자외선, 적외선, X선 등등 빛의 스펙트럼을 모두 볼 수 있는 것 같다.
본 적이 없지만, 감이 볼 수 있다고 확실하게 알려준다.그뿐만 아니라에너지에 관련된 것들도 볼 수 있는듯하다.
푸른 마나 뿐만 아니라 다른 형형색색의 기운들이 보이는 것을 보면 다른 것들도 볼 수 있는 것 같다. 뭐가 뭘 나타내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야가 훨씬 뚜렷해져서 정신적인 피로감이 덜 하다.부담이 가서지금까지는 계속 최대한 오감을 차단한 상태로 있었으니 해방감마저 느껴진다.
그렇다면 뚜렷해진 시야로 주위 환경을 둘러보자.
시야 감각이여전히 이상하다. 아. 360도 모두 다 보여서그러네. 시야각에 사각이 존재하지 않는다. 뒤통수에도 눈알이 달렸다면 이렇게 보이겠지. 익숙하지 않으니 일단 `정면`만 보이게 집중한다.
드디어 인간이던 시절처럼 보인다. 인간이 아니라크리세리아인 인가뭐시기일수도 있지만.
일단 새하얀 방이 보인다. 격자무늬 타일이 바닥과 천장에 보인다.꽤거대한 방이다. 아, 아직 완전히 인간의 시야로 돌아온 것은 아니구나.
방의 끝자락까지 다 보인다. 카메라줌 기능을끝까지 당긴 뒤에 그 배율을 유지한 체 시야를 확대한 느낌이랄까.
조금 덜 보려고 의식하니 저멀리 있는풍경이 서서히 흐려진다. 이것이 게임 속 전장의 안개인가.
위아래도 봤으니 이제 조금돌려서…. 구웨에에에에.
검은색! 촉수! 다발!으에에에에에.
SAN 치가떨어진다. 이게 도대체 뭐지.
검은.
촉수.
흑색.
검은색촉수가꿈틀거리며형이상학적인형태를취하며정신을갉아먹는다죽음과폐허어둠과공포광기의화신
살아있으며죽어있고재생하며부패한다
이면의세계에서현실로나와차원의경계를갉아먹는벌레
웃는다.웃고또웃어웃음이눈물로방울방울떨어지고떨어지며심연의아귀에먹이를준다
다가온다.그들이다가온다.
온다!
그들이온다!
이계의해저도시가부상한다!
혼돈이기어오고고이름없는어둠이하늘을뒤덮는다!
하나로전체전체이자하나문이곧열쇠이며열쇠가곧문일지니문이열릴때에세상이파멸할지어다!
피리소리가들려온다이형의존재들이춤을추며며죽음과파괴를노래한다
깨어난다
아버지가깨어난다두려움에몸서리쳐라
■■■■
***
제국력■■■■년 ■■월 ■■일
차원결계정상작동 확인. 인식필터 정상작동 확인.
관찰 개시.
변함없이제자리에서 꿈틀거린다. 이동할 수 없는 듯 보이지만, 이동할 의지나 목적이 없는것일 수도있다.
기존에 판단되었던 활동범위는 무의미하다고 판단.
촉수의 크기는 여전히 무작위로 변형된다.
촉수한 개에집중, 관찰을 통하여패턴 분석시도.
...
패턴에는 아무런 의미가담겨있지 않는다고판단.
큰 변화 없이 검은 구체를 중심으로 위치를 유지한다.
촉수가 구체로부터 나오는 것을 확인.
추가로 생성되거나 되돌아가는 현상 또한 확인.
한번 되돌아간 촉수가 다시나오는 지에 관해서는 확인불가.
기존 검은 구체의 특성을 생각하면 검은 구체 내부를확인할 방법이전무하므로실험이 불가능하다고판단된다.
검은 구체의 특성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과 비슷한특성을 띤다고판단된다.
폭주 시의에너지 흐름을 생각하면 ■■■과 연결되어있다고 판단되지만, ■■■심오염이 작용하지 않으므로 판단 보류.
어쩌면 촉수가 오염의 방출을 방지하는 작용을 할 수도 있음. 혹은 오염이 정신 오염으로 변경되어 방출되는 경우의 수도 있다.
데우스외 상위관리자를 통한 고차원존재 및불멸자를통한 실험 요망.
실험요청 전송. 전송완료.
특이사항 발견.
촉수 한 가닥의 움직임 변경.
무작위로 움직이던 패턴에서 상하로 흔들리는 패턴으로 변경.
접혔다가 펼쳐지거나 뻣뻣하게 굳는 패턴 또한 발생.
일부 촉수 또한 비슷한 움직임을 보임. 총 4가닥의 촉수의 패턴변경 확인. 이후 무작위 패턴으로 회귀.
촉수의 종류가 달라지지만, 한번에 총 4개의 촉수만이 패턴 변경이 가능한듯 함.
판단 변경. 5번째 촉수의 변형 확인.
이내 무작위 패턴 발현.
패턴 변경의 이유는 판단 불가. 변형된 패턴 분석 시도.
...
패턴에 여전히 의미가담겨있지 않는다고판단.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1개의 촉수에이상 패턴발생. 제자리에 가만히 정지한다.
위험. 이상 사태 발생.
차원 경계 돌파.
대상에게서 [관측]됨.
관찰 중단.
시스템 방호 최대단계 발동.
시스템점검 실시.
...
...
...
시스템 이상 무. 현상 파악 시작.
대상에게 시스템의 존재 및 위치 확인됨. 대상에게 관측 능력 확인.
의지가 있는 생물체로 판단됨.
No.289를 통한 물리적인 격리 및 No.166A의 경계 및 차원결계를무시한 관측.
생물학적인 시야가 아닌이능력, 혹은인과율적인능력으로 확인.
관측된 시스템에 추가적인 관측시도 없음.
관찰 행위를 인식하고 역으로 관측 시도한 것으로 판단.
공격이 아닌 수비적인 행위로 판단, 추가 방호 이후 재관찰 시도.
No.121 사용허가 요청.
승인.
No.121을 통한 관찰 시작.
관측 시도 이후와변경 없이 촉수한 개만정지. 나머지는 무작위 패턴으로 활동.
이상 현상 발생.
모든 촉수의 활동량 증가.
No.121을 통하여 감정 확인.
감정 형태분석 중.
공포.절망.분노.환희.기쁨.경배.숭고.고통.즐거움.숭배.경외.N7a無lu1가■■■■■■
끓어오르는혼돈의중심으로부터그가강림하리라.
경배하라.
경외하라.
심연에있는그분께서마침내깨어난다세상의파멸을맞이하라
■■■■
***
...
관리자 권한 확인.
Code Level 3.
3단계 보안을 해제합니다.
[관리 개체 No.166 (검은 촉수)]
등급 : Lābes (파멸)
기록 :제국력2136년 11월 14일 관찰대상 No.166, 이명 [검은 구체]의 활성화로 관리 개체로 승격.
활성화의 원인은 파악 불가. <외차원과의연결로 인한="" 폭주로="" 추정=""/>
설명 : <정신 오염="" 능력이인과율적인능력으로="" 파악됨.=""/>
차원결계와인식필터를 적용한 상태에서 관찰.
크기와 굵기가 변형하는 검은색 촉수의형태를 띤다.
방출하는 에너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은색촉수 가닥들이움직인다.
촉수의 개수 역시 변동되어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하다.
대상과 접촉하여도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행동반경은 65m 이상으로 판단. 정확히 측정은 불가능하지만, 촉수의 최대 크기와 일치할듯하다.
<외차원의존재로 판단.="" 촉수="" 역시외차원의괴수들의="" 형태와="" 일치.=""/>
접촉실험 시에도공격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안전하다고 판단된다. 단, 접촉 대상의 힘을 파악하고 행동하는지는 불명. 추가 실험 전에 판단은 불가능하다.
촉수에서는 투명한 점액질을 분비. 미끈거리는 슬라임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함.
향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함.
실험과 추가조사를 통한 관리 방법 요망.
관리 방법 :현재300m 크기의 원형 돔을 이루는아공간차원에 격리. No.166A 시설 역시유지 중.
검은 구체였던 시기에 비해 크기가 증가하여 수용공간을 늘린 점을 제외하고는 관리방법은 현재동일하다.
<제국력2136년 12월11일="" 이상="" 사태발생=""/>
사건 개요 : No.1661A의 No.166 관측 시도 이후 No.166의역관측. 이후 No.166의 폭주 사태 발현.
No.166A 시스템 오염 확인. 격리 이후 삭제조치 실행 완료.
No.121 이상 없음 확인.
No.166A 새로운 시스템 이식.
No.166에 대한 관측 시도 및 접촉을 금지한다.
No.166에 대한 추가 관측 및 실험을 위한불멸자및 상위차원 접촉시도.
대상에 관심을 가진 존재 총 4개체 확인.
선별 이후 No.166A에 파견.
[데우스]
< 현 관리 인원 목록 >
상위 관리자 :데우스
관리자 : AD143, AD357, AD512,ADn4354,ADn5123
EX등급 요원 : 레이나
S등급 요원 :마커스,토리다네지오, BZ1598
A등급 요원 : [상세확인]
B등급 요원 : [상세확인]
C등급 요원 : [상세확인]
D등급 요원 : [상세확인]
E등급 요원 : [상세확인]
F등급 요원 : [상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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