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15.5. 좋아하지만 할 수 있다고는 안 했다(7)
* * *
대담 이후 화린의 공세는 한층 더 과감해졌다.
“하앗, 오빠앗!”
“허억, 허억!”
남은 체력을 쥐어짜내듯 기승위 내 정액을 뽑아내는 데에 온 힘을 쏟아내는 화린.
나름 인자강이라 자신하던 나조차도 호흡이 흐트러질 정도였다.
‘지금 몇 시지…….’
허리를 흔들며 슬쩍 시계를 보니 이미 시간은 아침 6시.
이미 창밖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방금 대화하고 한 시간 정도 지났나……. 진짜 대단하네.’
거의 집착에 가까운 화린의 성욕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성욕만 화연이랑 비슷한 줄 알았더니 괴물 같은 체력도 언니랑 판박이네.
평소 운동까지 섭렵한 탓에 더더욱.
농담 아니고 이러다 진짜 고추 썩겠는데?
“하아, 하아, 오빠아…….”
“헥, 헤엑……. 왜…….”
“어때요……? 하앗, 언니보다……. 제가 더 잘할 수 있다니까요……?”
“후우우…….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니까?”
날 가버리게 만들겠다고 날뛰던 화린이었지만, 그래도 주인공 보정을 받은 내 괴물 같은 체력을 이길 수는 없는 법.
“하아, 하아……. 그럴 수가…….”
숨을 몰아쉬며 실망한 표정을 짓던 화린의 눈이 스르륵 감기기 시작했다.
결국 날뛰던 화린의 몸이 방전되듯 스르륵 내 몸에 기대어 오기 시작했다.
“하앗, 이제……. 무리…….”
결국 완전히 힘이 빠진 축 늘어지는 화린.
내 가슴에 기대 쌔액 쌔액 숨을 몰아쉬던 화린이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화린이 완전히 정신을 놓은 뒤에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후아아…….”
설마 했는데 진짜 동 틀 때까지 한 번도 안 쉬고 하네.
어쩌면 화린으로서는 이번 밤을 계기로 어떻게든 나를 함락시키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라면 굳이 첫날밤을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할 필요가 없으니까.
찔꺼억─.
꿀렁꿀렁─.
꽉 끼여져 있던 보지에서 허리를 빼자 무섭게 흘러나오는 내 정액.
단단하기 그지없던 내 자지도 이제는 어느새 살짝 물렁해져 있었다.
야하기 그지없는 그 광경을 멍하니 보며 내 눈꺼풀도 점차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하아암.”
후우, 일단…….
나도 눈 좀 붙일까…….
내 위에 올라탄 자그마한 소녀를 살포시 끌어안은 채, 나도 점차 잠에 빠져들었다.
***
아침 해가 중천으로 넘어가면서 점차 강해지는 햇살 속.
창문 너머로 햇빛이 화린의 눈가를 강하게 찔러댔다.
“으음.”
오들오들 몸을 떨면서 화린이 슬그머니 눈을 떴다.
“…….”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화린은 멍하니 전기장판의 뜨끈함과 나체가 된 현수의 체온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헉.”
문득 나체로 찰싹 붙어있다는 것이 부끄러워진 화린이 화들짝 몸을 뗐다.
허나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인기척에도 불구하고 현수는 눈을 뜰 기색이 없었다.
“크흠, 흠.”
조용히 눈치를 보던 화린이 그제야 슬그머니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다시 감상 모드.
콕, 콕.
“힛.”
세상모르고 잠든 현수의 볼을 찌르며 화린이 작게 웃었다.
고작 오늘 하룻밤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성격 좋고 잘 생기고, 하물며 몸까지 꼴릿한 남자가 내 품에 안겨서 저렇게 순진한 얼굴로 자고 있는 모습이라니.
“……흣, 히힛.”
거기까지 생각하니 티를 내지 않으려 해도 입가가 절로 풀리고 마는 화린이었다.
그렇게 흐뭇한 기분으로 현수의 얼굴을 감상하던 것도 잠시.
“…….”
어느덧 자신의 허벅지를 찔러대는 불끈거리는 무언가.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기운이었다.
‘어제 그렇게나 했는데…….’
황당한 기분으로 현수를 보던 화린이 슬쩍 이불을 들췄다.
거기에는 어제 자신이 그렇게 유린했던, 이제는 귀엽지만은 않은 오빠의 자지가 이불을 뚫을 기세로 세워져 있었다.
‘이 오빠 자지에 철심이라도 박아 넣은 거 아니야?’
분명 어젯밤에는 반드시 이 오빠를 몸으로 함락시키겠다 다짐했는데.
고작 하룻밤만에 결심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과연 내가 언니 대신 오빠 마음에 들 수 있는 걸까…….
“끄응…….”
화린이 심란한 마음으로 있는 사이 마침 딱 맞춰 눈을 뜨는 현수.
살짝 아쉬운 기분을 숨긴 채 화린이 입을 열었다.
“깼어요?”
“응…….”
대답과 함께 살풋 웃는 현수의 미소.
그러고는 자그마한 화린의 몸을 폭 안았다.
“읏…….”
따뜻한 체온이 전해지는 것을 느끼며, 화린은 다시금 풀리려는 입가를 겨우 억눌렀다.
“으음, 미안해. 좀 추워서 반사적으로 그만.”
“아, 아니에요…….”
“조금만 이러고 있을까?”
“네에…….”
화린이 따스하면서도 안심되는 기운에 폭 안겨있는 사이.
머리 위로 현수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잘 잤어?”
“네, 뭐…….”
“지금 몇 시야? 열두 시?”
“한 시 다 됐어요.”
“완전 늦잠이네. 밥 어떡할래? 배고프지?”
“음, 조금?”
“배달시킬까? 아님 밖에서 먹고 와도 되고.”
“아무거나 괜찮아요.”
“그러면 배달시키자. 나가기 귀찮은데.”
꼬오옥.
대답과 함께 다시금 오빠가 자신의 몸을 살포시 끌어안았다.
과감하기 그지없는 스킨십에 점차 화린의 몸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으으, 내가 지금 얼마나 참고 있는데!
“……그러면 오빠.”
하지만 결국 이런 상황에서 이성을 선택할 여자는 없는 법.
결국 참지 못한 화린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저기…….”
“응?”
순진무구한 현수의 얼굴을 보며 화린이 다시 한 번 고민했다.
‘마, 말해도 되겠지? 오빠 정도면 엄청 밝히는 것 같으니까. 그, 그리고 오빠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고. 아, 하지만 남자들은 너무 들이대면 싫어한다고 하니까, 조심스럽게……. 그래, 오빠라면 괜찮을 거야! 응!’
고민을 마치기까지 고작 3초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재빠르게 결심한 화린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러면 배달시키고 한 번만 더……. 힉!”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힉!”
그 말과 동시에 하복부로 전해지는 두꺼운 손가락의 감촉.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손놀림이 격렬해지는 게 아닌가.
그 짜릿한 감각에 화린의 허리가 살짝 젖혀졌다.
“하읏, 오빠앗!”
으으, 분명 좋긴 한데…….
뭔가 분해…….
어느덧 자신의 볼이 잔뜩 부풀려진 것도 깨닫지 못한 채 화린이 항변했다.
“읏, 자, 잠깐만요! 그렇게 갑자기 만지면……!”
“왜? 하고 싶은 거 아니었어?”
“으으, 저도 나름 고민하고 꺼낸 말인데 그렇게 갑자기……. 히야앙!”
“왜? 화린이 너도 하고 싶은 거 맞잖아?”
“따, 딱히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아침부터 오빠가 먼저 세우고 있으니까, 하윽!”
“알았어, 알았어.”
“지, 진짠데……. 핫, 잠깐, 바로 그렇게 세게 하면……! 흐아앙!”
곧이어 들리는 자신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화린은 직감했다.
점심도 한참 늦은 점심을 먹게 되겠다는 것을.
***
“요즘은 국밥도 배달이 되네.”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갈 퍼먹으며 현수가 말했다.
맞은편에는 다소 불만 어린 표정으로 묵묵히 밥을 퍼먹는 화린의 모습이 보였다.
“금방 쌀쌀해지니까 국밥도 맛있다. 그치?”
“네, 뭐.”
“너희 언니랑 계곡 놀러간 거 엊그제 같은데. 시간 참 빠르네.”
“…….”
화연의 이름을 듣자 얼굴에 더욱 그늘이 지는 화린.
‘아, 이건 실수했네.’
이 말 듣고 풀이 죽는다는 건 역시 아직 포기 못 했다는 걸까.
기왕이면 오늘 최대한 만족시켜줄 생각으로 방금도 그렇게 해준 건데.
그런데도 아직도 만족이 안 되는 걸까?
솔직히 이젠 진짜 뭐 어떻게 해 줘야 할지 감이 안 서는데…….
“오빠.”
침묵 속에서 고민하는 사이, 문득 화린이 입을 열었다.
“오빠는 결혼할 생각 있어요?”
……역시 포기 안 했나.
분명 처음에는 하룻밤만으로도 괜찮다고 했던 거 같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너무 대주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글쎄다.”
진지하게 바라보는 화린을 보며 나는 일부러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말했다시피 아직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럼 한 번 생각해 봐요.”
“알았어.”
“솔직히……. 저는 오빠가 제 남편이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하하…….”
얼버무리듯 웃는 내 모습에 화린이 눈을 흘겼다.
“농담 아니거든요.”
“알아. 그런데 나도 지금은 이런 대답 밖에 못 해줘.”
“…….”
“생각해본다는 말은 진짜야. 그러니 너무 그렇게 노려보진 말고.”
“치, 내가 언제 노려봤다고.”
결국 그렇게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 시간은 종료.
이후로 방을 정리하고, 서로 깔끔하게 씻은 우리는 별다른 잡담 없이 밖으로 나왔다.
“그럼 다음에 봐요 오빠.”
“그래.”
교복 차림으로 태연하게 손을 흔드는 화린.
그 순간 쌩하고 부는 바람이 화린의 머릿결을 거칠게 흔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무심하게 손을 흔드는 화린을 보며,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찝찝해.’
이건 그거다.
예전 그 스튜어디스와 헤어질 때 느낌.
어쩐지 이대로 헤어지면 진짜 영영 안 볼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헤어지게 된다면 흐지부지한 관계로 남다 결국 연락도 끊어지게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순간 문득 머릿속으로 화린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화린은 내게 의미가 있는 상대이기도 했다.
정조 역전 세계로 오면서 가장 먼저 말을 트게 된 이성 친구, 그게 바로 화린이었으니까.
나이 차이는 좀 나긴 하지만, 일단 친구 같은 관계라 생각하고 있다.
꼭 이성적인 관계로 만나지 않아도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이 세계에서 만든 내 첫 친구.
그게 바로 주화린이었다.
그러니까.
이기심에 불과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꼭 그런 관계로 만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혹시 화린이도 괜찮다고 한다면, 이대로 친구처럼…….
“……뭘 그렇게 아련하게 쳐다본담.”
허나 그런 내 심정을 읽은 것 마냥 선수를 치는 화린.
마주보는 화린의 표정에는 어이없는 기색이 확연히 드러나 있었다.
“누가 보면 영영 못 볼 것처럼 보내네.”
“아니, 딱히 그런 건.”
“지금 오빠 얼굴이 딱 그래요.”
그리 말한 화린이 문득 씩 웃었다.
“전 분명히 전달했어요. 포기 안 할 거라고.”
“…….”
“그럼 다음에 봐요, 오빠.”
“……그래.”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라는 느낌으로 웃던 화린이 시원스레 몸을 홱 돌렸다.
나는 점차 멀어져가는 화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냥 내 착각이었나?’
갑자기 존나 쪽팔리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평범하게 인사할 걸.
마침내 화린이 멀어져 보이지 않을 즈음이 되어서야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후우.”
어젯밤의 격렬했던 정사가 거짓말처럼 고요한 집안.
구석에 내버려둔 이부자리를 배게 삼아 누운 채, 나는 화린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결혼이라…….”
그래, 한 번 누구에게든 나올 법한 얘기긴 했지.
그게 설마 오늘 하룻밤 잔 화린이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지만.
이 세상으로 왔을 즈음에는 분명 결혼 따윈 절대 안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내 가치관이 조금씩 달라진 것도 맞다.
그 때는 딱히 여자들과 길게 관계를 이어갈 생각도 없었고, 그냥 적당히 예쁜 여자들 꼬셔서 몸만 섞으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다.
이를 테면 지금 만나고 있는 주화연이나 최다슬처럼 말이다.
물론 지금도 결혼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이고, 애초에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초창기처럼 문어발 마냥 여자를 늘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 두 사람이나 외에는 어느 정도 정리할 필요가 있겠지.’
오늘 화린이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른 섹파들에게도 전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아예 연락이 끊긴 것도 아닌애매한 관계라면 더더욱.
생각을 마친 나는 곧이어 머릿속으로 몸을 섞은 이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최수민 대표님이야 이전부터 점찍어둔 사람이고, 다들 납득해준다면 계속 이어가고 싶으니까 보류하자. 윤화정은 뭐, 애초에 섹파가 아니니까 제외하고. 그러고 보니 고혜진 걔랑 임승화는 그 이후로 연락만 종종 할 뿐이네. 얘들이랑은 잘 얘기해서 끝내도록 해야겠다. 그 외에는 말 그대로 원나잇이거나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본 거니까 넘어가고, 남은 건…….’
그렇게 하나씩 추려가면서 남게 된 한 사람.
그 당찬 미소를 떠올리는 순간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도대체 요즘 뭐 한다고 연락도 없…….’
우우우웅─!
때마침 맞춰 울리는 핸드폰 진동소리.
액정에 비춘 이름을 확인한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허, 타이밍 한 번 예술이네…….”
당장 받으라는 듯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 액정에는, ‘변호사 박소진’이라는 글자가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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