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14. 미필적 고의(7)
* * *
첫 정사가 끝난 뒤로도 우리의 행위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핫, 하앗! 앗, 후아앙!”
이번에는 정상위─이 세계에서는 기승위가 되는─자세로 깔린 채 무아지경으로 황홀경을 내지르는 수민.
나도 마찬가지로 무아지경으로 자지를 그녀의 질에 마구 찔러넣었다.
“혀, 현수야!”
애틋하게 내 이름을 부르며 수민이 가느다란 양손을 뻗어 내게로 향했다.
허리를 흔들던 나는 그런 수민의 손을 맞잡아 주었다.
“하읏! 혀, 현수야아……!”
“크, 누나……!”
안도했는지 작게 미소를 짓는 수민.
그런 수민을 보는 순간 올라오는 사정감이 올라왔다.
“크읏, 나온다……!”
“하읏, 가, 간다앗……! 이번엔, 같이잇……!”
그런 내 기색을 느꼈는지 수민이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내 가슴에 맞닿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느끼면서, 나는 그대로 그녀의 질에 내 정액을 쏟아무었다.
“가, 가앗! 가아아아앗! 흐아아아아앙!”
뷰릇, 뷰르르릇!
“흐아아앗……!”
성대하게 비명을 내지르며 쾌락에 몸을 부르르 떠는 수민.
울컥거리는 느낌과 함께 그녀의 안이 차오르는 게 육봉을 통해 느껴졌다.
이걸로 벌써 세 번째 사정인가.
“후……!”
거친 숨소리와 함께 허리를 빼자 자지가 공기 빠지듯 뽕 소리를 내며 뽑혀 나왔다.
거칠게 흘러내리는 백탁액을 보면서 나는 그대로 그녀의 몸에 살포시 쓰러졌다.
“하아, 하아…….”
절정의 여운을 느끼며 달콤한 숨소리를 내뱉는 수민.
오르락내리락 가쁘게 숨 쉬는 가슴의 고동이 내게도 전해졌다.
“후아아…….”
“벌써 지쳤어요?”
내 귀에 닿는 숨결을 느끼며 나는 피식 웃었다.
“처음이라면서 엄청 격렬하시네.”
“하아, 조, 조금만 쉬자아…….”
“언제는 후회하게 해 준다더니?”
그 말이 신호였을까.
내 말에 멍하니 날 보던 수민의 눈빛이 일순 빛나는 느낌이 들었다.
“……후.”
작게 심호흡을 한 수민이 갑자기 몸을 홱 돌렸다.
“억.”
“후우, 자신만만, 하네에…….”
“누나……?”
어느새 나를 깔아뭉갠 자세가 된 채로 날 내려보는 수민.
숨을 고르며 무표정하게 날 보던 수민이 돌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어흑!”
곧이어 내 가슴으로 얼굴을 묻은 수민이 내 젖꼭지를 핥기 시작했다.
서툴기 그지없는 혀놀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감각은 나조차 신음을 참기 힘든 쾌락을 선사하고 있었다.
“자, 잠깐, 거긴! 으헉!”
내 유두를 혀로 굴리던 수민이 문득 동작을 멈추고 날 바라보았다.
“의외로 귀여운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그 어느 때보다 도발적인 표정으로 말하는 수민을 보며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 사람도 은근히 새디스트 같은 면이 있네.
“설마 벌써 지친 건 아니지?”
“당연히 아니죠.”
“후후.”
내 대답이 마음에 든 듯, 수민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허윽!”
곧이어 다시 한 번 그녀의 음란한 혀가 내 유두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광란의 파티 속.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서로의 몸을 탐했다.
***
자그마치 다섯 번을 싸고 난 뒤에야 모든 행위가 끝이 났다.
열기가 점차 식어가는 침대 속, 우리는 서로의 애액으로 끈적거리는 몸을 끌어안은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
말이 없어진 수민을 끌어안은 채로 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설마 처음부터 이렇게나 해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녀의 하반신에서는 아직도 마르지 않은 내 애액이 비부를 통해 흘러나와 내 허벅지를 적시는 게 느껴지고 있었다.
좀 많이 싸서 불안하긴 한데…….
그래도 임신 걱정은 따로 안 해도 되겠지?
이런 건 원래 여자가 알아서 준비한다고들 하니까.
뭐, 진짜 문제였으면 진작에 수민 쪽에서 제지했겠지.
“…….”
내가 한참을 잡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수민은 별 말 없이 내 품에 안긴 채 있을 뿐이었다.
상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니 묘하게 입술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아이고, 내 생각만 했네.
“어땠어요, 누나?”
“…….”
시선을 맞추며 묻자 말도 없이 눈을 홱 피하는 수민.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단순히 삐졌다기보다는 부끄러워서 이러는 것도 있는 거 같은데.
원래는 꽤 쿨하고 이지적인 이미지였던 그녀니까.
몸이 식고 이성이 돌아오니 스스로도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자각한 걸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도 내 몸은 꽉 끌어안고 있는 게 참 사랑스럽다고 해야 될까.
“크흠.”
한 번 헛기침을 한 수민이 그제야 나와 눈을 맞추었다.
뻐끔뻐끔 입을 여는 수민의 모습을 나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저……. 현수 씨.”
생각지도 못한 호칭에 내가 입을 헤 벌렸다.
현수 씨?
아니, 여기서 존댓말을 한다고?
“갑자기 왠 존댓말이에요?”
“아, 아니, 그, 그건 뭐……. 시, 시간 지나고 보니까……. 조금 어색하달까…….”
빨개진 얼굴로 서둘러 변명하는 수민을 보며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처녀는 처녀인가.
정작 할 때는 오히려 괴롭히는 쪽이었으면서.
“그런가요.”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다시 한 번 내 마음 속 가학심이 살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또 이런 건 절대 못 넘어가지.
“뭐, 그럼 대표님 편한 대로 하세요.”
내 말에 수민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왜요?”
“아니, 그, 호칭이…….”
“그야 그렇죠. 대표님이 불편해 하시는데 저만 누나라고 부를 순 없는 노릇이고.”
“불편하다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저도 이후로 대표님이라고……. 윽!”
장난끼 어린 내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어느새 내 허벅지를 살짝 꼬집은 수민이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못됐어.”
아, 진짜.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면 못 참는다고.
나는 다시 한 번 불끈거리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나야 이 세계에서 축복을 받은 터인지라 잔뜩 몸을 굴려도 문제가 없겠지만…….
오늘은 첫 경험을 한 수민에게 내게 맞추면서 부담을 주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누나라고 계속 불러도 되는 거죠?”
“으음…….”
끓어오르려는 정욕을 억누르며 묻자 수민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슬쩍 내 눈치를 보던 수민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괜찮아. 아, 그래도 밖에서는…….”
“당연하죠. 밖에서는 대표님이라고 부를게요.”
“…….”
그러고는 다시 말이 없어지는 수민.
이 사람 생각이 많은 스타일이네.
몸도 섞었으면서 그냥 편하게 말하면 되지.
한동안 가만히 날 보던 수민이 영문 모를 소리를 꺼냈다.
“미안해.”
“네?”
“여자친구, 있지?”
생각지도 못한 수민의 말에 순간 말문이 딱 멈춰 버렸다.
확실히 앞서 여자 관계가 복잡하다는 티를 내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몸을 섞은 직후에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는데.
한동안 말이 없는 날 보며 수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있구나.”
보아하니 더 이상 숨기는 건 힘들 거 같다.
어렵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여자친구라고 해야 될까, 뭐랄까…….”
더듬더듬 입을 열며 나는 머릿속으로 해야 될 말을 정리했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는 건…….
역시 어려우려나?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 곧바로 내 사정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더라도 수민이 쉽사리 납득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나한테나 정조역전 세계지, 나를 제외한 여자들은 내 하는 꼴을 보면 나를 그냥 ‘걸레’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상황이니까.
화연이나 다슬, 화정이 같은 애들은 어떻게든 납득시키긴 했지만……. 아무래도 상식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허나 그 이상으로 수민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한참을 고민한 나는 대답을 보류하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누나가 생각하는 거랑은 좀 다른데……. 말하기가 좀 복잡하네요.”
“그렇구나.”
미묘하기 그지없는 내 대답에도 불구하고 수민은 작게 웃을 뿐이었다.
“그럴 거라 생각했어.”
“네?”
“첫 경험부터 꽤 다이나믹한 남자를 물어 버렸네.”
작게 미소 짓는 수민의 모습에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이 반응은 설마.
진짜 내가 문란하게 놀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건가……?
그러면서도 이렇게 자기로 한 거라고……?
“저기, 현수야.”
혼란에 빠진 나를 향해 수민이 말을 이었다.
“네가 어떤 식으로 여자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물러날 생각은 없어.”
“네? 아니, 그 말은…….”
“나랑 새로 시작하자는 말까지는 할 생각은 없어.”
“…….”
“그 대신…….”
거기까지 말한 수민이 내게 입술을 갔다댔다.
쪼옥.
딥 키스가 아닌, 그저 입술을 맞댈 뿐인 수줍은 입맞춤.
키스를 하고 내게서 떨어진 수민의 날 보며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헤어지게 되면.”
멍하니 있는 날 향해 수민이 그 앙증맞은 입술을 천천히 열기 시작했다.
“또 언제든지 찾아와.”
아, 이거 어쩌면…….
아직 내가 그냥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어쩌면 내가 오늘 한 순간 바람을 폈다, 그런 감각으로 이해하고 있는 걸지도?
그리고 수민은 기꺼이 그런 날 받아들인 거……. 라고 이해해도 되는 건가?
그렇다면…….
아직은 안심해도 되는 거려나?
보아하니 지금 당장 그녀에게 솔직하게 말했다가 헤어질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사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더 복잡해질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이야기한다면 가능성은 있을지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 복잡한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민은 그런 날 보며 작게 웃을 따름이었다.
***
다음날 아침.
거의 동시에 일어난 우리는 곧바로 나설 채비를 마치고 호텔을 나섰다.
“가시죠.”
안타깝게도 이후로 성적인 접촉은 일체 없었다.
막상 일어난 뒤의 대표는 이전의 철두철미한 패션몰 대표 최수민으로 돌아와 있었으니까.
어젯밤엔 그렇게 귀엽게 굴던 사람이 이러니까 많이 아쉽네.
솔직히 아침에 가슴 만지거나 키스 하는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뭐, 누나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만…….
역시 아쉬운 건 아쉽단 말이지.
“그럼 식사라도 하러 가는 건 어떻습니까. 현수 씨.”
“나오자마자 호칭이 바뀌는군요.”
예의 무미건조한 태도로 말하는 대표의 말에 괜히 툴툴거리는 말이 튀어나왔다.
“들키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허나 내 태도에도 수민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따름이었다.
아니, 들키면 큰일인 건 나도 알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무도 없는데 괜찮잖아?
“한 번 상상해 보시죠. 혹여 진아한테 들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대표의 말에 순간 팔에 소름이 쫙 돋았다.
패션몰 피버샵의 직원 중 한 명이자 수민의 후배인 김진아.
분명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말이 가벼운 게 탈이란 말이지.
그런 사람에게 수민과의 관계를 들킨다면…….
“……확실히 이곳저곳에 다 소문이 나긴 하겠네요.”
어우, 생각만 해도 피곤해지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수민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혹여 너무 마음 놓고 있다가 실수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그러니 의식해서 지금처럼 호칭을 유지하는 게 낫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안 보는데요.”
“어리광 부리셔도 소용없습니다.”
“…….”
내가 어지간히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걸까.
가만히 내 표정을 살피던 수민이 문득 내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 뼘도 채 되지 않을 만큼 가까이 다가온 수민이 내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마시죠.”
수민이 내 입가에 자신의 검지를 가져다 댔다.
“저도 참고 있으니까.”
아주 옅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는 수민.
그것은 분명, 오늘 처음 보는 수민의 미소였다.
“…….”
한참을 멍하니 있던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겨우 끄덕였다.
그런 날 보던 수민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착하군요.”
거기까지 말한 수민이 내게서 떨어졌다.
“그럼 끼니부터 때우러 갑시다.”
다시 날 바라보는 말하는 수민의 표정은, 여느 때의 쿨하고 이지적인 직장인의 모습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런 수민을 향해 말했다.
“나중에.”
“응?”
“나중에 꼭 제대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뭘 설명한다는 것인가.
허나 수민은 굳이 멋없이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저 그런 내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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