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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화 〉 13. 남자가 인방을 잘함(4) (111/152)

〈 111화 〉 13. 남자가 인방을 잘함(4)

* * *

나는 입고 있던 얇은 셔츠에 있는 앞주머니로 손을 움직였다.

미리 준비해둔 것을 꺼내기 위함이었다.

아니, 근데 이건 왜 이렇게 안 꺼내져.

“자자자자자잠깐!”

가슴팍에 낀 무언가를 꺼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이 돌연 지민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현수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네? 아니, 그냥 뭐 좀 꺼내려고…….”

“일단 그 손 좀 꺼내고 말해요!”

“예?”

갑자기 왜 이래.

경악한 지민을 보며 시선을 컴퓨터 쪽으로 옮겼다.

거기에는 가슴에 손을 댄 내 모습과 미친 듯이 올라가는 채팅창이 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슴!!! 가슴!!!!!!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갑자기 자기 가슴은 왜 대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합방하자마자 방송사고 가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 넘은 인터넷 방송 가즈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9시 뉴스 함 가즈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나 뉴스탔어!!!

­첫방부터 너무 대담한데;;

­이게 나라다……. 이게 방송이다……. 지민TV 구독한 이후로 가장 보람찬 영상이다…….

­ㄹㅇ 울옵빠 가슴만큼 내 가슴도 웅장해지기 직전

­중의적이누ㅋㅋㅋㅋ

­정신나갈꺼같애정신나갈꺼같애정신나갈꺼같애정신나갈꺼같애정신나갈꺼같애

아니, 설마 이 인간들…….

지금 설마 내가 내 가슴 만지는 걸로 착각한 건가?

“아니, 일단 이걸 좀 꺼내고 얘기를……. 아오 씨!”

대체 왜 이렇게 안 빠지냐 진짜!

­오우야오우야오우야오우야

­첫방부터 예사롭지 않네;;

­옵빠;; 이거 아직 성인방송 아니야;;;

­아직???

­아ㅋㅋㅋ 지민이 쟤도 생각 있음 분위기 좀 달궈지면 성인 태그 달겠지ㅋㅋㅋ지금 화력보셈

­이미 분위기가 성인방송 됐는데?

­ㄹㅇㅋㅋ

­이렇게 된 거 그냥 성인 태그 달자ㅋㅋ

­꼬꼬마쉑들 쳐내!!!

­응 엄마 주민번호야

­신고함

­차단 ㅅㄱ

­부모님 주민번호 쓰는 급식들 빨리 쳐내!!!

­그걸 어캐 알고 쳐내는데ㅋㅋㅋ

­아 ㅅㅂ 시작하자마자 감질나게 하네ㅋㅋㅋㅋ성인 태그 달면 어디까지 가려고ㅋㅋㅋ

­지민아 이렇게 된 거 바로 성인방 ㄱㄱ

­ㄹㅇ 이번 보라 시작하자마자 역대급이네

‘한지민의일곱번째겨드랑이털’님이 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엑스지엑스털’님이 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 cex]

‘경찰아저씨여기에요’님이 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오늘부로 닉네임 바꾼다 ㄹㅇ]

주머니 안쪽을 만지작거릴수록 채팅창이 더욱 빠르게 불타올랐다.

후원 음성이야 말할 것도 없고.

빨리 이걸 꺼내야 변명을 하든 말든 하는데…….

하필 구석에 껴서 빠질 생각을 안 하는 게 문제다.

“꺄악!”

꾸물거리는 내 손놀림에 결국 지민이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미 방송을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본 나로서는 이미 그것이 연기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방송하던 모습만 봤다면 나도 연기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아니, 옆에서 보고 있으면 뭐 꺼낸다고 이러는 거 알잖아!

왜 알면서 모른 척 하는데!

“미쳤어, 미쳤어!”

“저기요, 오해입니다. 그런 게 아니라.”

“현수 씨, 첫 방송부터 이러시면 안돼요! 성인 태그 안 걸었다고요! 대낮에 이러면 저희 잡혀갑니다!”

“그러니까 일단 설명을…….”

“손부터 빼고 말하시죠, 변태 씨!”

“아니…….”

아예 내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세차게 몰아붙이는 지민.

그 모습에 결국 말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인간 아예 날 변태로 몰아갈 작정인가.

뭐, 대충 무슨 생각인지는 짐작이 간다.

아마도 캐릭터라도 만들어 주려는 속셈인 거겠지.

그래도 변태 컨셉은 좀……. 아니지 않나?

과장된 표정으로 놀리는 지민을 보며 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내가 이거 꼭 기억한다.

“아, 겨우 빠졌네.”

그제서야 집힌 것을 느끼며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근데 고작해야 이거 하나 가지고 도대체 얼마를 당긴 거야.

진짜 무서운 여자네.

“뭔가요 그게?”

한바탕 소란과 함께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한 장의 쪽지.

내 손에 든 것을 보며 묻는 지민에게 얘기하는 대신 카메라 쪽으로 쪽지를 보여주었다.

“여러분, 보이시나요? 전 그냥 이거 보여주려고 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뭔데요?”

“방송하기 전에 혼자서 정리해봤거든요.”

“뭘요?”

“아까 주의사항이나 방송 컨셉 같은 것들 말했잖아요. 그거 머릿속으로 좀 정리해서 끄적인 것들이에요.”

방송에 들어오기 전, 나는 앞서 그녀가 말해준 방송 시 주의사항과 방송의 컨셉 등을 간략하게나마 필기해 가슴에 있는 앞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설마 이거 하나로 이렇게까지 불탈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바지 주머니에 넣어둘 걸 그랬네.

“아, 이거 아까 저랑 얘기한 뒤에 쓴 거예요?”

“맞아요.”

“보통 그런 건 핸드폰으로 쓰지 않아요? 왜 굳이 필기한 걸 거기다 두세요.”

“액정 두들기는 것보다는 이렇게 직접 써야지 기억이 잘 되더라고요.”

직접 필기까지 한 쪽지와 내 변명에 그제야 채팅창 분위기도 사그라들었다.

­준비성 철저하누

­ㄹㅇ얼굴 믿고 방송하는 남캠들과는 차원이 다르네

­심지어 이게 첫 인방임

­존잘에 준비성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 ㄷㄷ

­ㅋㅋㅋㅋ 갑자기 가슴 만지길래 뭔가 했네

­게임이었음 지금 머리 위로 무수한 물음표 핑 한 열 개 찍혔음ㅋㅋㅋㅋ

­ㄹㅇㅋㅋ 진짜 팝X티비인 줄 알았음ㅋㅋㅋ

­아니 근데 왜 가슴 주머니에 두냐고ㅋㅋㅋㅋㅋ

­울 옵빠 글씨체도 멋지누

어우 씨…….

잘하면 첫 인방에서 변태 이미지로 낙인찍힐 뻔했네.

나는 원망스런 표정으로 지민을 바라보았다.

“설마 나오자마자 이렇게 절 놀릴 줄은 몰랐네요.”

“놀려요? 누가?”

“당연히 지금 제 옆에 있는 그 쪽이죠. 사실 하나도 안 놀랐잖아요.”

“아뇨? 진짜 놀랐는데요?”

내 추궁에도 불구하고 지민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와, 진짜 뻔뻔한 거 봐.

“저 거짓말 못해요. 제가 얼마나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인데. 그쵸, 여러분?”

그 말에 다시 한 번 후원 소리가 연달아 울리기 시작했다.

띠링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지민이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지민아지랄이짜다’님이 천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지민아 지랄이 짜다]

‘동탄키스방실장엄XX’님이 천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이거나 먹고 떨어지세요]

‘한지민의일곱번째겨드랑이털’님이 천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니는 만 원 주기도 아깝다]

“빈부격차 뭔데. 님들 진짜 제 팬 맞아요?”

­아님

­노

­NO

­NO

­NO

­사실 한지민 보이콧 운동인 거임

­보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시발년들. 그냥 후원 하지 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민이 삐졌누?

­커엽네ㅋㅋㅋㅋ

­[속보] ‘한지민 TV, 후원 안 받기로 입장 표명……. 시청자들 환호’

­후원할 돈으로 딴거 사먹어야겠네ㅋㅋㅋ

­꽁돈 개꿀이자너ㅋㅋㅋ

­ㄹㅇㅋㅋ 창조경제 그 자체

­대통령도 한 수 배워야 할 방송 ㄷㄷㄷ

­정부도 못한 일을 한지민이;;

­지민아 고맙다……. 덕분에 오늘 돈 아껴서 짜장면 먹어야겠다…….

­훠훠훠 쫘좡면 먹궈 싶은 그뤈 소망 이뤄드뤼겠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새낀가 진짜ㅋㅋㅋㅋㅋ

­현직 대통령도 보는 방송 ㄷㄷㄷㄷ

­판사님 저는 눈이 멀어서 채팅창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해 미친년들아!”

그렇게 시청자들과 한동안 티키타카를 한 뒤.

마침내 지민이 다시 내게로 주의를 돌렸다.

“자, 아무튼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현수 씨.”

“예.”

“한 번 자기소개 좀 해 주시죠.”

“아까 지민 씨가 다 해 놓고는.”

“아, 또 제 목소리로 하는 것보다는 현수 씨 목소리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러죠.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인방 처음 해 봐요?”

“……처음 맞는데요.”

“에이, 우리 다 아는 사람끼리 이러지 맙시다. 예? 아마추어 같이 왜 이래?”

채팅창에서 유독 딱콩 때리고 싶단 소리가 왜 자주 나오는지 알겠다.

아주 밉상 그 자체야 그냥.

그래도 보다보니 왜 사람들이 지민의 방송을 보는지 대충 알 거 같다.

능글거리는 말투와 재수 없는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쉼 없는 말빨은 사람을 묘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인사로만 30분은 쓰는 거 같은데.’

뭐, 그래도 방송 주인이 까라는데 까야지 어쩌겠어.

일단 분위기도 괜찮은 거 같고.

“안녕하세요.”

카메라로 시선을 돌린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름은 김현수라고 하고요. ‘너 혼자 산다’에 운 좋게 출연한 일반인입니다. 모델 일도 가끔씩 하고요. 어떻게 지민 씨와도 연이 닿아서 이렇게 인터넷 방송에까지 나오게 됐네요. 다들 반갑습니다.”

“자, 박수!”

내 인사에 과장스럽게 짝짝 박수를 치는 지민.

그런 지민의 말에 따라 채팅창도 박수 이모티콘과 함께 호응하는 모습이 보였다.

­옵빠!!!!!

­옵빠 사랑해요!!!

­옵빠 너무 잘생겼어요!!!!!!! 사랑해요!!!!!!

­정면샷 뭔데;;

­와 진짜 개 잘생겼네……. 조명빨 감안해도 말 안 되는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남자들 심쿵사란 말 쓰는 거 존나 오글거렸는데 지금 내가 딱 그 상태 됨

­너두?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가 있구나……. 사람이 어캐 저렇게 생김?;;;;

­한지민 존나 부럽네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연락바랍니다’님이 10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현수 씨 실례가 안 된다면 여기로 문자라도 좀 보내주세요……. 아니면 메일번호라도요……. 밥 한 번만 먹어주는 걸로도 만족합니다……. 제 번호랑 메일번호는 010…….]

­음성도네로 연락처 뿌리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친새낀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 바로 테러각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도네로 연락처를 쓰네;; 씹상여자 인정한다

심지어 후원 음성으로 아예 연락처를 쓰는 사람까지 생겼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뭔 후원으로 연락처를 뿌려?

진짜 안 무섭나?

“아이고, 연락바랍니다 님이 10만 원 후원을!”

10만 원이라는 거금에 지민의 얼굴에 웃음꽃이 잔뜩 폈다.

“아, 그래도 앞으로 신상 까이니까 연락처는 쓰지 말아 주시고요. 그거 아니라도 다 연락할 수 있으니까요. 자, 그래서 현수 씨? 대답은요?”

지민이 한껏 기대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니, 이건 연기가 아니라 진짜 기대하는 표정 같은데.

하지만 어림도 없지.

“음, 아무리 그래도 번호는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까임ㅋㅋㅋㅋㅋ

­10만원 내고 까여버리기ㅋㅋㅋㅋㅋㅋㅋ

­망설이지도 않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이면 다 될 줄 알았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저거 다 지민이 통장으로 들어갈 예정ㅋ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

어째 내가 뭘 해도 채팅창 분위기가 너무 좋네.

역전세계라고는 하지만 이건 또 이거대로 신기한 기분이다.

원래 세계에서 인방하는 여캠들이 이런 기분일까……?

“아참, 그리고 님들. 후원 고맙긴 한데.”

달궈진 분위기 속에서 문득 지민이 말했다.

“지금 일단 그거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잠시 후원 좀 멈춰 주시고.”

­10만 원보다 중요한 것 ㄷㄷㄷㄷㄷ

­지금 후원한 년 피눈물 흘리고 있을 듯ㅋㅋㅋ

­10만 원 씹히는 거 왤캐 웃기냐 진짜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 중요한 게 뭔데

“그게, 일단 저희가 지금 시간이 없거든요. 현수 씨가 6시에 약속이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데려다 준다고 해서 늦어도 한 시간 전에는 끝내야 됩니다. 그러면 남은 시간은 한 2시간 정도?”

­??

­에반데…….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 안돼ㅜㅜㅜㅜㅜㅜㅜㅜ

­2시간이면 애매하네……. 평소에 보라 방송 3시간 넘게 하는데

­첫방에 2시간이면 뭐……. 그래도 그 정도면 무난하긴 할 듯

­아 울 옵빠랑 약속한 년 누군데

­동성 친구일 수도 있지 ㅅㅂㄹㅁ 내 꿈 깨게 하지 마라

­아무튼 남자들 약속임ㅋㅋ

­ㄹㅇㅋㅋ

­ㄹㅇㅋㅋ

­ㄹㅇㅋㅋ

­내 이토록 슬픈 ㄹㅇㅋㅋ은 처음이다

“아무튼 그래서 준비한 컨텐츠를 빨리빨리 진행할 겁니다. 현수 씨.”

“네.”

“제가 무슨 방송 하는지는 이제 아실 테죠?”

“네. 술 마시고 노가리 까는 거잖아요.”

앞서 지민에게 설명을 들은지라 대충 알고는 있다.

방송 대기하면서 그녀가 진행한 방송 컨텐츠도 짧게나마 훑어봤고.

‘게임 방송 아니면 거의 그냥 잡담 방송이었지.’

지민의 경우에는 자주 혼자 게임을 하거나 단순히 대화를 하면서 시청자들과 노가리를 까는 것을 주요 컨텐츠로 삼고 있었다.

그 중에는 오늘처럼 각종 게스트를 불러 술먹방 등을 하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맞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게 있지요!”

고개를 끄덕인 지민이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 순간.

“짜잔!”

씨익 웃는 그녀의 손에는 익숙한 적갈색 병이 들려 있었다.

저거…….

복분자 술 아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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