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 13. 남자가 인방을 잘함(2)
* * *
피버 에이전트가 아닌 산하의 다른 패션몰.
그것을 간단하게 설명하자 그녀가 세상이 멸망한 듯 과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진짜 죄송합니다 여러분.”
어느새 폰을 돌린 그녀가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잘못 온 거 같아요. 네? 얼마나 빡대가리길래 길도 못 찾아가냐고요? 아니, 근데 나는 진짜 네비에 제대로 찍었다고 생각했단 말이야? 근데 왜 여기로 온 건지 모르겠네. 피버 에이전트 아닌가? 내가 잘못 알았나?”
“잘못 찍으신 거 아니에요?”
“네?”
“제가 다니는 회사 이름이 피버샵이거든요. 같은 계열사기도 하고. 피버샵이 먼저 위에 있잖아요. 그거 확인 잘못하신 거 같은데.”
“아……. 그런가?”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후원금과 우스꽝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빡머가리 토벌대 구합니다’ 님이 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 그런가 이지랄]
‘앞뒤가 똑같은 지민’ 님이 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빡치게 하지 말고 오빠나 제대로 찍으셈]
이름이 지민이구나.
후원 소리 들으니 대충 알겠네.
보아하니 채팅창에서 시청자들이 잔뜩 갈구고 있나 본데?
으으, 하고 신음을 흘린 지민이 말했다.
“아니……. 일단 그건 나중에 차에서 확인을 해보면 되는 거고. 그리고 솔직히 님들아. 여기 아니었으면 이런 분 만날 수 있었을 거 같음? 모로 가도 서울만 된다고 하잖아. 이번엔 오히려 내가 틀려서 다행이지. 이건 인정하시죠?”
채팅을 안 봐도 대충 시청자들이 얼마나 갈구고 있을지 느껴질 정도다.
허나 그것을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지민은 다소 능글거리는 어조로 오히려 그런 시청자들에게 약을 올리고 있었다.
멘탈 하나는 대단하네.
그보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나도 궁금한데.
“저도 좀 봐도 되나요?”
내 물음에 지민이 고개를 홱 돌렸다.
“네?”
“좀 궁금해서요. 안 되나요?”
“아, 네. 보시는 건 상관없는데…….”
지민이 날 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좀 충격 받으실 수도 있어요.”
“왜요?”
“제 방송이 좀 매운 맛이라…….”
“에이, 괜찮아요.”
“으음……. 알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내게 다가온 지민이 내 어깨에 딱 밀착했다.
“이 정도는 붙어야 같이 나와서…….”
“아, 네. 그렇겠죠.”
혹시나 내가 불편하다 여길까 불안했던 걸까.
별 거 아니라는 어조로 말해주자 그녀도 안심한 듯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것을 확인하자 지민이 천천히 셀카봉을 향했다.
“님들 이상한 채팅 치지 마요. 하면 바로 밴이야.”
곧이어 내 눈앞에 수백 개의 채팅 목록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옵빠!!!!
옵빠 나죽어!!!!
오빠께서 여길 보셨어!!! 날 봤다고!!!
나야 시발련아!!!!
나는 발할라로 간다!!!!
매드맥스ㅋㅋㅋㅋ미친련들ㅋㅋㅋㅋㅋ
진짜 와꾸 미쳤다;;;
농담 아니고 조각상보다 잘생긴 거 같은데;;;;
아니 뭔데 저렇게 잘생기심? 아이돌 연습생인가?
지민이 드디어 한 건 했네 이건 ㅇㅈ한다
와, 너무 빨라서 잘 보이지도 않네.
겨우 겨우 채팅들을 보고 있자니 대부분 나에 대한 호의적인 의견들이 많았다.
조금 걱정이었는데 딱히 나쁘게 보이진 않나 보네.
근데 연습생 치고 몸 굵어 보이는데
그래서 싫다고?
ㄹㅇㅋㅋㅋ그게 좋은건데ㅋㅋㅋ 허약해 보이는 애들보다는 훨 낫자너ㅇㅇ
지금 물 줄줄 흘리는 중 ㄷㄷㄷ 팬티 다 젖음 ㄷㄷ
저런 옵빠 한 번 안으면 소원이 없겠다 ㄹㅇ
물론 그 와중에도 한껏 본능을 뽐내는 이들도 있고.
“지금 선 넘은 놈들 나중에 다 밴이야. 미친년들인가 진짜?”
함께 채팅창을 보던 지민이 미간을 팍 찌푸렸다.
아니,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래?
이 정도 채팅은 원래 다들 하는 거 아닌가?
과하게 반응하는 지민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세요?”
“그……. 역시 좀 그렇죠?”
“네?”
“그러니까 저희 방이 여자 시청자들도 많아서…….”
“뭐가요?”
“네? 아니……. 혹시 못 보셨어요?”
“채팅요? 보긴 다 보고 있어요. 빠르긴 해도 읽을 만한데요? 방금 ‘집에서 물 새는 거 같아요 오빠’ 같은 채팅도…….”
“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걍 육성으로 읽어버리네ㅋㅋㅋ
야한 대사 당당하게 읽는 거 뭐냐고;; 리얼 맨크러쉬
지민이 찐텐으로 당황한 거 존나 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역대급이누ㅋㅋㅋㅋㅋ
지금 저 채팅 친 놈 진짜로 질질 싸고 있을 듯
트수쉑 인생업적 달성ㄷㄷ
말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채팅창이 다시 빠르게 도배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시 띠링 울리는 후원 소리.
‘응응헥헥’ 님이 천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혹시 리액션도 받나요?]
“아, 응응헥헥 님 천 원 감사합니다. 리액션이요? 제가 그런 거 해도 되나?
“자, 잠깐만요! 닉네임까지 일일이 안 읽어주셔도 돼요!”
“아, 그래요? 근데 돈 주신 분한테 원래 이런 거 리액션으로 해주는 거 아닌가?”
“그런 건 제가 다 하니까요! 그리고 단가라고 저런 건 원래 안 해주는 거예요. 천 원에 무슨 리액션이에요.”
“그렇구나.”
나라면 천 원도 좋다고 리액션 했을 거 같은데.
직접 방송 하는 사람은 다른가 보네.
“너무 받아주실 필요 없어요. 그러면 좋다고 괜히 이상한 거 시키거든요.”
지민의 말에 채팅창이 다시 한 번 불타기 시작했다.
아니 한지민 뭐하냐?
좋은 거 가르친다 ㅅㅂ
미쳤냐? 니가 오빠 리액션을 왜 막는데!!!
우리가 뭘 이상한 걸 시키는데? 어?
매니저 저 년 안 쳐내고 뭐해!!! 분탕 좀 치우라고!!!!
우리 오빠가 리액션 하고 싶다잖아!!! 니가 뭔데 하라 말라야!!!
“아니 제가 이 방 주인이에요. 뭐가 분탕이야 미친년들아.”
닥치고 빨리 오빠 리액션이나 보여줘
지금 우리가 보고 싶은 건 니 재수 없는 상판떼기가 아님
하꼬일 땐 천 원도 좋다 받던 애가 배 부른 거 보소
배 가르면 기름 줄줄 샐 듯ㅋㅋ
욕망의 항아리였누ㅋㅋㅋ
초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새끼……. 그래서 더 역겨운 새끼…….
지건 마렵네 진짜
“님들. 전 상관없는데 순진한 분 그만 좀 놀려요.”
채팅창이 자기 욕으로 도배되는 중인데도 그녀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지민이 날 보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진짜 죄송합니다. 방구석에서 남자 한 번 못 사귄 녀석들이라…….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큭큭…….”
인방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말 참 웃기게 하네.
“괜찮아요. 시청자 분들이 되게 유쾌하시네.”
“진짜 괜찮으신 거 맞죠? 이런 거 직접 보고 불편해하시는 남성분들이 많으셔서,”
“그럼요. 저 관대한 사람입니다.”
“그, 그런가요?”
내 말에 지민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 세상에서는 약간의 성희롱도 남자들이 못 견디는 건가?
이 정도도 불편해 하면 원래 세계 여자들과 비교하는 게 실례될 지경인데.
무슨 개복치도 아니고.
우리 오빠 성격도 좋네ㅋㅋㅋ씹호감
근데 얼굴이 낯이 익은데?
헐 시발ㅋㅋㅋ 저 사람 ‘너 혼자 산다’ 출연한 그 사람 아님?
ㄹㅇ???
찐 맞는 거 같은데
ㅇㅇ찐 맞음 지민쉑 간본다고 슬쩍슬쩍 보여줄 때 긴가민가해서 찾아봤는데 똑같이 생김
‘너 혼자 산다’ 출연했다고? 설마 연예인?
아니 연예인은 아니고 윤화정 일반인 친구로 나온 사람 있음
아니 찾아보니까 시청률도 역대급이네ㅋㅋㅋ 바로 다운받으러 간다ㅋㅋㅋ
그거 진짜 존나 재밌게 봤는데ㅋㅋㅋㅋ
연예인도 나오는 방송ㄷㄷㄷ
옵빠 팬이에요!!!
‘동탄클럽회대표회장한지민’ 님이 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님 ‘너 혼자 산다’에서 윤화정 친구로 나온 그 분임?]
그 얘기가 왜 안 나오나 했다.
왜 안 알아봐 주나 조금 서운할 뻔했거든.
“아, 네. 맞습니다.”
채팅을 확인한 지민이 씨익 웃었다.
“역시 시청자 분들이 바로 알아보시네. 저도 이 분 딱 보고 어? 예능에서 본 그 사람 아닌가? 하고 바로 따라갔거든요. 진짜 여기 안 왔으면 이 분 만나지도 못했을 거 아냐. 선견지명 지렸다 진짜.”
‘엑스엑스를빨리말하면’ 님이 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지민아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니까 좀 닥쳐줬으면 좋겠어]
‘내 일생 야동과 망가를 위하여’ 님이 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바로 야부리 터는 거 좀 역겹네요]
“그렇게 욕하면서도 후원해주시는 분들 다 고맙습니다. 아이고 배부르다. 역시 사람이 욕을 먹어야 된다니까?”
“큭큭…….”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아주 그냥 청산유수야.
옵빠 웃는 거 봐ㄷㄷㄷ 졸귀ㄷㄷㄷ
개커엽다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우리 옵빠 인방 처음보고 즐거워하는 거 보소
옵빠가 좋으면 나도 좋아…….
일반인? 개뿔ㅋㅋㅋ 옵빠가 우리들 연예인이지ㅋㅋ
ㄹㅇㅋㅋㅋ
ㄹㅇㅋㅋㅋ
이 사람들은 그냥 웃는 것도 좋아하네.
뭐, 심정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만.
‘크크루삥뽕’님이 삼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지민아 이거 오빠 출연료다. 니 쓰라고 주는 거 아니니까 쓰면 뒤진다]
심지어 아예 나한테까지 돈을 준다는 후원까지 생기고 있고.
방송이 흥하는 것이 즐거운지 지민의 입가에도 잔뜩 웃음꽃이 피어났다.
“아, 네. 크크루삥뽕 님 삼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이건 제가 책임지고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짜 저 주는 겁니까?”
“아, 당연하죠. 저 이런 거 빼먹는 사람 아닙니다.”
“수수료도 포합입니까?”
“어……. 수수료요?”
“이런 거 원래 플랫폼에서 좀 떼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 그렇긴 한데……. 음, 이런 거 물어보시는 분은 또 처음이네요. 원하신다면 그대로 드리겠습니다.”
“오, 진짜요? 꽁돈 개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꽁돈이래
뭔데 수수료를 물어보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반인 맞나ㅋㅋㅋㅋㅋㅋㅋ
인방 첨 접하는 거 같은데 적응력 뭐냐고ㅋㅋㅋㅋㅋㅋ
ㅋㅋㅋ사실 오빠도 트수 아님?
네 다음 찐따 망상
저분 걍 잠방만 해도 뗴돈 벌 듯ㅋㅋㅋ
ㄹㅇ 저 얼굴에 저 인격이면 방송 켜놓기만 해도 돈 바치는 거 씹가능이지ㅋㅋㅋ
구라 안치고 잠방만 해도 바로 거기서 옵빠 배꼽 감상하는 거 볼 듯
아ㅋㅋㅋ상상만 해도 배부르네ㅋㅋㅋㅋ
밥 한 공기 뚝딱ㅋㅋㅋ
‘오늘부터 한지민 버림’님이 오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오빠도 방송 좀 해주십쇼ㅜㅜ 리액션 안 해도 되니까 제발]
“아이고! ‘오늘부터 한지민 버림‘ 님이 오만 원 후원을!”
‘오늘부터 한지민 버림’님이 오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 그리고 이거 니 쓰라고 준거 아님. 오빠 출연료 10만 원 제대로 지급해라]
“시발년이.”
지민을 놀리는 데 맛 들린 시청자들이 각종 짓궂은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허나 그녀도 그에 굴하지 않고 응수하면서 능수능란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뭔 내가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반응이 폭발적이네.
이거 진짜 나도 제대로 인방 한 번 해볼까?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리고 님들, 자꾸 외모평가 하지 말라고 했지. 그러다 차단하는 수가 있어.”
채팅창을 보며 내가 잠시 즐기는 사이에도 그녀는 쉼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진짜 신기할 정도로 말 한 번을 안 쉬네.
”아무튼 소개할게요. 여러분이 짐작하신 대로 제가 소개할 분은 ‘너 혼자 산다’에 발라드 가수 윤화정 씨의 친구로 소개된 모델, 바로 김현수 씨입니다! 모두 박수!”
지민의 소개와 함께 채팅창이 박수 이모티콘으로 도배됐다.
그보다 내 이름 얘기한 적도 없는데.
이 사람도 ‘너 혼자 산다’ 방송을 봤나?
소개가 끝나자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제 와서 말하긴 그렇지만 인터뷰 가능하시죠?“
”네. 괜찮습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제 소개도 안 드렸네. 저는 한지민이고요. 이 방송은 제 이름 따서 한지민TV라고 하거든요. 혹시……. 아시려나?“
”아……. 죄송합니다. 제가 유명한 사람들 말고는 잘 안 봐서.“
”아, 넵.“
내 대답에 기대감으로 가득찼던 지민의 눈빛이 팍 식는 게 보였다.
곧이어 시청자들이 그런 지민을 향해 놀려대기 시작했다.
응 니 몰라ㅋㅋㅋㅋㅋ
하꼬쉑ㅋㅋㅋㅋㅋㅋ
바로 꼬리 내리는 거 존나 웃기네ㅋㅋㅋㅋㅋ
기대하다가 풀 죽는 꼬라지ㅋㅋㅋㅋ 개웃김ㅋㅋㅋㅋㅋ
지민이 잘생긴 오빠가 알아줄까봐 기대했누ㅋㅋㅋ
ㅋㅋㅋㅋㅋ버러지 컷!!!
대기업인 척하던 하꼬쉑 컷!!!!
음, 그냥 안다고 할 껄 그랬나?
딱 봐도 기대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시무룩해진 거 보니 좀 미안하네.
그렇게 나는 지민이라는 이름의 그녀와 이야기를 하면서 자그마치 20분 가까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연습생은 아니고 그냥 알바하시는 분이다?”
“예, 그렇죠.”
“이야, 알바가 이 정도면 연습생은 도대체 얼마나 잘 생긴 거야! 아, 본사랑 헷갈려서 여기 온 게 한이네. 음, 아니지. 그러면 현수 씨를 못 봤으니까 손해인가? 역시 한지민 선견지명 개 오졌죠? 원래 위대한 발견은 실수에서 나온다고도 하니까. 현수 씨도 인정하시죠?”
“하하…….”
그런데 이 사람 진짜 혀에 모터 달았나.
보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나오네.
평소에도 그리 말이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대화가 끊기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것도 한지민이라는 여자의 말도 안 되는 말빨로 인해서.
거기다 얘기 사이 사이에 후원을 하면서 시청자들이 음성으로 유쾌하게 드립을 던져주는지라 대화 흐름이 쉴 틈이 아예 없었다.
저녁 약속까지 반나절이나 남아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덕분에 시간 잘 때울 수 있을 거 같다.
‘요요요요망한놈’이 만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현수 오라버님……. 실례가 안 된다면 우리 지민이 합방 가능하시겠습니까……?]
그렇게 대화를 이어나가던 중 한 시청자가 보내준 후원.
합방이라면 아예 자리 잡고 방송 하자 이거지?
흠, 어쩐다.
조금 고민되는데.
”아, 곤란하게 그런 부탁 하지 마세요 좀.“
고민하는 나를 보며 힐끔 내 기색을 살피는 지민.
보아하니 지민도 은근히 나와의 합방을 바라는 눈치였다.
일단 약속 시간까지는 꽤 시간이 남긴 했으니……. 괜찮겠지?
”음, 지민 씨가 괜찮다고 하시면 저야 상관없는데.“
”정말요?“
”아, 근데 6시에 제가 약속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눈치를 보던 것도 잠시 뿐.
호의적인 내 대답을 듣기 무섭게 지민이 호들갑스럽게 몸을 확 들이댔다.
거 사람 참 거리낌 없네.
”제가 여기까지 태워드릴 수도 있어요!“
”아, 그러면 상관없습니다.“
과장스럽게 팔을 펼치는 지민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하시죠 합방.“
대답과 동시에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도배되는 채팅창.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채팅창을 보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웃었다.
한 번 경험해보는 정도는…….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