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9화 〉 11. 나 홀로 여행­2(7) (99/152)

〈 99화 〉 11. 나 홀로 여행­2(7)

* * *

흔히들 말하곤 한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서운 법이라고.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거 같다.

“하앗, 앙, 아앙!”

일찍 배워서 더 무서운 사람들도 있다는 걸 실시간으로 겪고 있으니까.

“하읏, 오빠앗!”

처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능숙한 자세.

내 육봉을 자신의 아랫도리에 박은 채 앉은 그녀는 완벽한 기승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흐읏!”

날 깔아뭉개 완전히 내 몸을 눕힌 뒤 양손을 내 허벅지로 올려 안정감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한솔.

도저히 처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능숙한 자세로 그녀는 거침없이 자신의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나는 그런 한솔을 보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얘 진짜 오늘 처음 하는 거 맞아?

너무 잘하는데?

“학! 하악!”

말 그대로 무아지경.

아예 눈까지 감은 한솔은 황홀한 표정으로 잘록한 허리를 마구 문질렀다.

허리를 흔들 때마다 질 내부가 꽉 조여지는 게 느껴졌다.

“거기, 앗, 앗, 아읏, 하앗!”

허리를 움직이는 와중에도 그녀는 안쪽 어디를 자극하면 더 기분이 좋아질지를 본능적으로 찾아내고 있었다.

마치 성지를 찾아 헤메는 숭고한 구도자 마냥.

“흐아앙!”

스스로 자신의 지스팟을 찾아낸 그녀의 허리놀림에는 더욱 거침이 없어졌다.

쾌감이 잔뜩 섞인 교성이 터져나올 때마다 아랫도리로 애액이 찔꺽거리며 뿜어져 나왔다.

나와 그녀의 투명한 애액이 끈적하게 엉켜 뿜어질수록, 샤워실의 단단한 타일 바닥이 미끌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뭐 천연 러브젤이 따로 없네.

“윽……!”

시간이 갈수록 능숙해지는 한솔의 허리놀림에 나도 슬슬 참기가 힘들어진다.

처음으로 낸 목소리에 허리를 흔들던 한솔이 눈을 뜨고는 날 바라보았다.

“흐…….”

그러고 갑자기 해냈다는 듯이 웃는 게 아닌가.

“히힛.”

“후, 뭘 그렇게 징그럽게 웃어.”

“하읏, 오, 오빠야말로, 응, 으응, 엄청, 느끼는 표정, 인데엣.”

“내가?”

“응읏, 네, 하앗, 귀여워요, 히히, 히으읏!”

“웃든지 느끼든지 하나만 해.”

기막혀 하는 날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솔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처음의 소심했던 모습이 거짓말인 것 마냥.

“하앗, 오, 오빠! 어때요? 흣, 기분, 좋아요?”

“좋아.”

“뭐, 뭐예요. 하읏, 진짜 기분 좋은 거, 흣, 맞아요?”

심지어 섹스하는 와중에도 내 기분이 좋은지 묻고 앉았다.

슬슬 여유가 생겼다 이거겠지.

나는 그런 한솔을 보며 묘한 오기가 샘솟는 것을 느꼈다.

좋다 이년아.

네가 이러고도 여유롭게 있을 수 있나 보자.

가만히 자리에 있던 나는 상반신을 일으켜 한솔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홱 끌어안았다.

“흐앙?!”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한 태도에 한솔이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하읏, 오, 오빠?”

“벌려.”

“네?”

“입 벌리라고.”

다짜고짜 명령하는 내 모습에 한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빠? 갑자기 무슨…….”

내 말에 한솔이 할 말을 궁리하듯 입을 뻐끔거렸다.

잘 하다가 뜬금없이 왜 이러냐는 듯.

그리고 나는 그런 한솔의 태도를 이해했다.

사실 이 세계 기준으로는 한솔이 지금 내 태도를 이상하게 여기는 게 당연한 거다.

섹스할 때는 여자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남자가 수동적으로 가만히 받아들이는 게 이 세계 국룰이니까.

특히 서로가 처음으로 섹스를 하게 될 경우에는 더욱 더.

물론 나한테는 해당이 안 되는 얘기다.

애초에 처음도 아니고.

“하읍!”

의아한 기색의 한솔을 향해 다짜고짜 그녀의 입을 막았다.

"으읍?!"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물드는 한솔의 표정을 보며 나는 곧바로 혀를 집어넣었다.

침투해 들어오는 내 혀놀림에 그녀가 눈을 부릅뜨는 게 보였다.

“읍! 으읍!”

거칠게 내뿜는 한솔의 콧김이 내 볼을 살살 간지럽힌다.

이미 헐떡이고 있던 탓인지 침을 제어하지 못하고 한솔이 타액을 주르륵 떨어뜨렸다.

거칠게 입 안을 탐하는 와중에도 나는 턱선을 타고 흘러 쇄골에 살짝 묻은 타액의 루트를 응시하고 있었다.

“응읏, 읍, 응!”

다시 내 쪽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것이 불만족스러웠던 것일까,

한솔이 작게 저항하며 고개를 당기기 시작했다.

그런 한솔의 의도대로 순순히 고개를 떨어뜨려 주었다.

“푸핫!”

겨우 내 손아귀에서 벗어난 한솔이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나는 허리를 다시 한 번 꽉 끌어안았다.

“꺅!”

“큭큭.”

내 쪽으로 끌려온 한솔의 당황한 듯 비명을 내질렀다.

이럴 때 보면 또 천상 여자네.

아, 물론 원래 세계 기준으로 ‘여자’란 얘기다.

“오, 오빠.”

“왜, 싫었어?”

“시, 싫은 게 아니라……. 오빠는 가만히 있어도 돼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직도 그런 소리 하는 거야?”

“으으…….”

“됐으니까 즐겨. 오빠가 다 알아서 해 줄게.”

한솔이 새빨개진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어느새 아래쪽에서 허리를 문지르던 음란한 행위는 멈춘 상태.

우리는 잠시 끌어안은 자세 그대로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부끄러운 듯 날 가만히 보던 한솔이 문득 말없이 내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이는 한솔.

“…….”

그 모습에는 나도 순간적으로 두근거릴 정도였다.

진짜…….

사람 미치게 만드네.

“하아앙!”

참지 못하고 허리를 치켜들자 한솔이 신음을 내뱉었다.

위쪽으로 힘을 주는 내 동작에 한솔의 허리도 그에 맞춰 확 띄워졌다.

음경 너머로 그녀의 질 내부가 부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나는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참고로 지금의 나는 이미 적지 않은 여자를 경험한 몸.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여자를 느끼게 하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다.

“오, 오빠! 자, 잠까, 허윽!”

경악한 표정으로 날 보던 것도 잠시.

“핫, 하아앙……!”

내가 한 번 찌를 때마다 그녀의 표정도 사르르 녹아내리고 있었다.

시시각각 쾌락에 물들어가는 그녀의 표정을 즐기면서 나는 계속 허리를 흔들었다.

이미 기승위로 그녀가 느끼는 부분은 대충 터득한 상태.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쾌감일 것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하는 것보단 받는 게 훨씬 기분이 좋을 테고.

“하으응……! 뭐, 뭐야 이거어……!”

“뭐냐니?”

“그, 그러니까! 바, 방금 전보다! 훠, 훨씬 기분 좋아서! 하앗, 으으응! 거기, 거기 좋아요!”

“한솔아. 목소리가 너무 커. 이러다 들키겠어.”

“모, 몰라여어! 하아아앙!”

이젠 아예 여기가 공용 샤워실이란 것도 까먹은 듯 마음껏 소리를 내지르는 한솔.

그런 한솔을 보며 나는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넌 괜찮을지 몰라도 내가 안 괜찮다고.

“오, 오빠아……!”

“왜?”

“키, 키스……! 하앗! 키스해줘요……!”

얘 키스 진짜 좋아하네.

내 움직임에 허리가 빠진 한솔은 이제 내게 반쯤 기댄 상태.

그런 와중에도 내 뺨을 쓰다듬으며 키스를 요구하는 한솔의 모습은 집착의 화신이라 해도 될 정도였다.

뭐, 원한다면야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지만.

애처로운 표정의 한솔에게 나는 입을 내주었다.

“츄릅, 핫, 으응……! 하읍!”

기다렸다는 듯 내 혀를 휘어감은 한솔이 다시 한 번 탐욕적으로 내 타액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내 가슴팍에 누운 상태로 한솔은 한참을 그렇게 나와 혀를 맞추었다.

입맞춤에 완전히 빠져든 한솔을 보며 나는 흘러내린 그녀의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역시 얘는 앞머리부터 어떻게 좀 해야겠네.

귀여운 얼굴 다 가리잖아.

“응하앗!”

슬슬 타이밍이라 여기며 나는 흔들던 허리에 좀 더 힘을 주었다.

밀려오는 자극 탓인지 한솔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입을 뗐다.

“오, 오빠!”

내 품에 파고든 한솔이 한계라는 듯 내 등을 꽉 끌어안았다.

“하앗, 가, 간다앗, 간다아아앗……!”

마지막 절정을 알리는 그녀의 신호와 함께 나도 사정 타이밍을 맞추었다.

철벅거리는 소리가 샤워실 내로 격렬하게 울려퍼졌다.

질내의 떨림이 강해진 순간.

나는 그대로 그녀의 허리에서 손을 놓았다.

“흐아아아아앙!”

“큭!”

뷰르르릇!

나는 남근을 뽑아내 그녀의 복부로 향했다.

곧이어 엄청난 양의 백탁액이 뿜어지며 그녀의 복부를 잔뜩 더럽히기 시작했다.

“후우…….”

겨우 사정이 끝난 뒤에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내 거긴 하지만 이 사정량은 언제 봐도 놀랍다니까.

짧게 숨을 고른 나는 한솔의 상태를 살폈다.

“하악, 하악…….”

흐르터진 표정의 한솔이 바닥에 축 늘어진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복부에 내 정액이 잔뜩 묻은 것도 모른 채로.

운동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아 말랑거리는 복부 아래로 정액이 주르륵 떨어졌다.

“하아, 하아…….”

“괜찮아?”

“흐에……?”

내 목소리에 겨우 반응만 할 뿐.

헐떡이는 숨소리와 아직 풀려있는 눈동자를 보아하니 여전히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뭐, 기왕이면 스스로 정신을 차릴 때까지 그 여운을 느끼게 내버려두고 싶지만…….

저러다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나는 헐벗은 채 쓰러진 한솔의 허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괜찮니, 한솔아?”

"힉."

내 손길에 한솔의 허리가 움찔 떨리는 게 느껴졌다.

아직 민감한 탓이겠지.

“일단 일어나자. 그러다 감기 걸려.”

“으, 네에…….”

내 말에 한솔이 끙, 소리를 내며 허리를 세웠다.

얼마나 느꼈는지 허리가 풀려서 자기 힘만으로는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였다.

“자. 천천히.”

“흐읏…….”

나는 한솔이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겨우 스스로 몸을 움직이게 될 수 있음을 확신한 뒤에야 나는 손을 뗄 수 있었다.

“진정됐어?”

“네…….”

“그럼 좀 씻을까?”

일단 언제까지고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순 없는 노릇.

방금 전처럼 사람이 또 들어오면 곤란해지는 건 우리다.

“……네.”

한솔이 내 말에 아쉬워하면서도 순순히 물러났다.

내가 말없이 샤워부스를 가리키며 그녀도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정신을 차리니 슬슬 부끄러워진 모양이다.

이후 우리는 서로 다른 부스로 들어가 각종 분비물로 범벅이 된 몸을 씻기 시작했다.

쏴아아­

혹여 또 누가 올지 모르기에 물만으로 재빨리 씻어냈다.

그래도 아직 따뜻한 물이 나와서 다행이네.

“한솔아.”

씻으면서 나는 옆에서 씻고 있는 한솔에게 물었다.

“네?”

“인생 첫 섹스는 어땠어?”

“…….”

“왜 대답이 없어? 싫었어?”

“그, 그럴 리가요. 조, 좋았어요…….”

“얼마나?”

“그, 그런 거 묻지 마요……. 그냥 좋았어요.”

대충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한솔의 반응을 즐긴 건 덤.

빠르게 물 샤워를 끝낸 우리는 샤워실을 나왔다.

다행히 이미 한창 밤이 된 해변가는 한적한 편이었기에 우리를 본 사람은 없는 듯했다.

저 멀리서 폭죽 장난을 하는 무리가 몇 명 있긴 했지만.

그럼……. 이제 어쩐다?

“오, 오빠.”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는 사이 문득 한솔이 입을 열었다.

“응?”

내가 고개를 돌리자 한솔이 그에 맞춰 시선을 홱 피했다.

얼마나 쌔게 고개를 돌렸는지 쓰고 있던 뿔테안경이 모래사장에 떨어질 정도였다.

“헉.”

깜짝 놀란 한솔이 헐레벌떡 안경을 주웠다.

참고로 샤워실을 나온 뒤로는 쭉 이 상태다.

아예 나와 눈도 못 마주치겠다는 듯이.

그보다 역시 안 쓴 게 훨씬 귀엽네.

“괜찮아?”

“괘, 괜찮아요. 그, 그보다 오빠는 오늘 어디서 주무실 거예요? 시, 시간도 꽤 늦었는데.”

“그러게. 나도 그거 고민하던 찰나였어. 뭐, 차도 끌고 와서 바로 갈 수는 있는데.”

“…….”

“근데 생각보다 너무 깜깜해서 운전하기 좀 그렇네.”

“그, 그쵸! 밤길운전은 위험하니까요!”

“응. 오늘 하루는 어디 근처 묵을만한 데 찾아야겠는걸.”

“그, 그러면!”

내 말에 일희일비하는 한솔을 보며 나는 터지는 웃음을 꾹 참았다.

“오, 오빠도 아시다시피 제가 엠티라서, 여, 여기 근처 펜션집에 묵고 있거든요!”

“펜션? 음, 혼자 왔는데 펜션은 좀 그렇다.”

“아니에요! 그, 근처에 숙박시설도 많아요! 호텔이나 모텔도 엄청 많고!”

“아, 응. 그렇겠네.”

“저, 그, 그러니까요. 시간도 늦었는데……. 저희 과 애들이 있는 펜션도 여기서 별로 안 멀거든요…….”

한솔이 안절부절 못하며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왜 네 뜻을 모르겠니.

“그, 그러니까, 가, 같이…….”

“알았어.”

불안한 한솔의 모습을 보며 나는 모른 척 대답했다.

“그럼 한솔이 네 숙소 근처로 가서 결정할까.”

내 말에 한솔이 언제 불안했냐는 듯 활짝 웃었다.

“아, 네!”

티 없이 웃는 한솔의 미소.

그것을 보면서 나는 직감했다.

분명 미련 던지려고 온 여행인데…….

어쩌면 고민거리가 더 늘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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