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10. 나 홀로 여행(9)
다음날 아침.
기분 좋은 푹신함을 느끼면서 나는 슬그머니 눈을 떴다.
그런 내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잠에 빠진 송은지의 얼굴.
”…….“
쌔근쌔근 숨소리를 내는 송은지의 어깨가 작게 오르락내리락 했다.
내 가슴과 맞닿은 그녀의 젖가슴이 숨을 쉴 때마다 몽실몽실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허나 파괴적이고 육감적인 몸매와는 달리 표정만큼은 때 하나 묻지 않은 순진무구한 얼굴이다.
어젯밤의 정사에서 그렇게 소리치던 걸 생각하면 더욱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으응.“
잠꼬대를 하며 송은지가 자신의 허벅지 한 쪽을 턱 올렸다.
절묘하게도 내 자식이 있는 위치로.
탄력있고 부드러운 감촉이 내 귀두를 살살 자극하는 순간, 멍했던 기분이 걷히고 피가 확 쏠리기 시작했다.
쉬이불…….
개꼴리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젖가슴으로손을 올렸다.
탱글탱글.
탱글탱글.
크, 좋다.
역시 아침에 만지는 가슴만큼 각별한 게 또 없다니까.
”으음…….“
그렇게 만지작거리는데 게속 잘 수는 없는 노릇.
슬며시 눈을 뜬 송은지가 잠이 덜 깬 얼굴로 멍하니 날 바라보았다.
“현수야……?”
이 누나도 나처럼 아침엔 약한가 보네.
좋아.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깼어요?”
“응…….”
“키스해도 돼요?”
“응……? 으응…….”
“그럼 입 열어요.”
“응……. 아앙.”
내 말에 순순히 입을 여는 송은지를 보며 나는 천천히 혀를 집어넣었다.
“으읍?”
잠이 덜 깬 그녀가 갑작스런 이물감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허나 놀람도 잠시.
이물감의 정체가 내 혀라는 걸 깨달은 그녀의 손길이 자연스럽게 내 뒷목을 향했다.
“응, 츄릅…….”
양손으로 내 뒷머리를 잡은 그녀가 적극적으로 혀를 얽혀오기 시작했다.
“하앗, 으응……. 하읍…….”
잠이 덜 깨 멍했던 눈빛이 점차 욕망으로 흐드러져 간다.
탐욕스러운 혀 놀림과 별개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런 그녀의 적극성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후아아.”
마침표를 먼저 뗀 것은 아쉽게도 누나 쪽이었다.
슬며시 고개를 드는 그녀의 입가에서 타액이 반짝거리며 선을 만들다 떨어졌다.
“후우…….”
“잘 잤어요, 누나?”
빙글 웃는 내 모습에 송은지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그냥 평범하게 깨워주면 안 되니?”
“좋았으면서 뭘 그래요.”
“그거야 뭐…….”
말을 흐리는 송은지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다들 아침만 되면 똑같은 반응이라니까.
정사 때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여자들이건만, 막상다음날이 되면 하나같이 부끄러워하는 꼴이라니.
뭐, 그런 점이 귀엽긴 하지만.
딴청을 피우는 그녀를 향해 나는 슬그머니 손을 움직였다.
“힉!”
한 번의 딥키스 만으로도 송은지의 아랫도리는 푹 젖어 있었다.
자신의 은밀한 부위에 내 손이 닿자 송은지가당황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았다.
“또, 또 하려고?”
“그럼 이렇게 젖었는데 그냥 끝낼 생각이었어요?”
“아니, 하지만…….”
“싫어요? 싫으면 말고.”
“……싫다고 한 적 없거든.”
“큭큭.”
분한 표정을 짓는 송은지를 보며 나는 손가락을 잔망스럽게 움직였다.
살랑 살랑 손가락을 흔들수록 누나의 신음소리가 한층 애달파지기 시작했다.
“하읏! 자, 잠깐……!”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내 팔뚝을 잡아 반항하는 송은지.
허나 그녀의 가녀린 손길만으로 내 육체를 막아내는 것은 무리였다.
“읏, 하앗! 혀, 현수야……!”
“큭큭.”
이미 반쯤 녹아내린 표정의 송은지를 보며 나는 작게 웃었다.
“여기가좋은가 보네요?”
“혀, 현수야. 기다, 하으읏!”
“씻기 전에 한 번만 하죠, 누나. 괜찮죠?”
“핫, 어, 어젯밤에 그렇게 했는데, 으읏……!”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하자고요. 서로 스케줄도 있으니 딱 한 번만.”
“하앗……! 저, 정말…….”
원망스런 표정으로 날 보던것도 잠시.
결국 이불 아래로 내 팔뚝을 잡던 그녀의 손길이 슬그머니 풀리기 시작했다.
“……저, 정말 한 번만 하는 거다?”
결국 이럴 거면서.
“알았어요.”
피식 웃은 나는 그대로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
애무를 마친 나는 그녀의 아랫도리에 내 것을 맞추었다.
“흐아아앙!”
넓은 호텔 방에서 애달픈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
해가 중천에 뜰 때가 돼서야 우리는 호텔을 나왔다.
참고로 내가 송은지의 몸을 더럽힌 횟수는 총 세 번.
딱 한 번만 하기는커녕 아예 제대로 뒹굴어 버렸다.
“…….”
덕분에 눈앞에서 날 빤히 바라보는 누나의 표정이 따갑다.
좀 무섭네.
“현수야.”
“넵.”
“……아니다.”
한동안 날 가만히 노려보던 송은지가 한숨을 푹 쉬었다.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
무슨 의미가 깃들어있는지는 나도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어차피 원나잇으로 만난 상대다.
굳이 서로간에 불쾌해질 만한 화제를 꺼낼 필요는 없다 이거겠지.
송은지는 앞으로 또 보지 않겠다는 어젯밤의 내 간접적인 발언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태도는 나로써도 대환영이다.
솔직히 붙잡으려 한다면 내가 거절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던 만큼, 오히려 송은지의 이런 태도가더욱 편하게 느껴졌다.
“뭐……. 그래도 고맙네. 네 덕분에 스트레스 잘 풀었어.”
“스트레스?”
“그런 게 있어.”
스트레스라…….
아마 직장에서 겪은 스트레스를 말하는 거겠지.
역시 어제 음료수를 쏟은 걸로 무슨 일이 있긴 있었던 모양이다.
“현수 너는 모델 일한다고 그랬지?”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았던 화제였던 모양이다.
급히 화제를 돌리려는 듯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때? 할 만해?”
“모델 알바요? 할 만 해요.”
“뭐, 구체적으로 말해봐. 직장환경이라던가. 수입이 어떻다던가.”
“갑자기요?”
이 누나, 진짜 갑자기 훅 들어오는 게 있네.
갑자기 이렇게 깊게까지 파고드는 건 또 뭔가 싶다.
의아하게 바라보는 날 보며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궁금해서.”
“글쎄요…….”
하긴, 굳이 말해서 손해 볼 일은 없겠지.
어차피 오늘 보고 말 사이기도 하고.
잠시 고민한 나는 생각나는 바를 그대로 말했다.
“전반적으로 크게 나쁘진 않아요. 하는 거에 비하면 돈도 많이 주는 편이고. 언제까지 할진 모르겠지만요.”
“하긴 아르바이트라고 했지. 그러면 잠깐만 하는 거겠네. 아예 그쪽으로 진로를 잡을 생각은 없는 거야?”
“네. 주목 받는 게 일이 되면 피곤해질 거 같더라고요.”
“그래? 그 얼굴 가지고 그러니까 좀 아깝네. 앞으로 뭐 할지 생각해둔 건 있어?”
“아뇨, 딱히…….”
“응? 현수 너 스물여섯이랬지? 그 정도면 장래에 대해서 꽤 생각해봐야 될 나이 아니야?”
“아니…….”
어째 대화방향이 내 진로상담으로 변해가는 거 같은데.
갑자기 뭐지?
“크흠.”
내 표정을 본 송은지가 실수했다는 듯 시선을 피했다.
“미안해. 너무 나갔나 보다. 갑자기 왠 오지랖이람.”
“아뇨, 뭐. 물어볼 수도 있죠.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요?”
“그냥 인생 즐기고 있는 거 같아서. 부러워서 괜히 찔러봤어.”
“……물어볼수도 있다는 말 취소할게요. 의도가 되게 못됐네요.”
“미안하다니까.”
잠시 서로를 본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실소를 흘렸다.
“푸훗.”
“큭큭.”
허나 그것도 잠시.
웃음을 멈춘 우리는 서로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나중에 또 보면 좋을 것 같다던가.
번호라도 교환하는 건 어떻겠냐던가.
보고 싶을 것 같다던가.
하지만 굳이 나는 입 밖으로 그 말을내지 않았다.
내 나름대로 결심한 바가 있었으니까.
“…….”
그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인 걸까.
내 침묵을 따라하듯, 그녀도 말없이 날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쏴아아-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야자수가 흔들리는 소리.
세찬 바람에 눈을 찡그린 그녀가 쓰고 있던 밀짚모자를눌렀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인 것 마냥.
“그럼.”
몸을 홱 돌리며 그녀가 작별을 고했다.
“갈게.”
“네.”
“여행 재밌게 해.”
“누나도요.”
작게 웃은 그녀는 그대로 발걸음을 뗐다.
멀어지는 그녀를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걸로 마지막.
지금 이 순간부로 우리의 관계는 끝이다.
이렇게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아름다운 결말인 거겠지.
……분명 그렇다는 건 알고 있는데.
“누나!”
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미련을 참지 못한 나는 그녀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나중에 또 여행하면 같은 항공사에서 보는 거 아녜요?”
내 외침에 저 멀리서 그녀가 몸을 돌렸다.
날아가려는 밀짚모자를 꽉 누른 채 소리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럴 일은 없을걸!”
“네?”
“나 스튜어디스 때려칠 거라서!”
대충 내 표정이 어땠을지 감이 온다.
저 멀리서 그런 내 표정을 본 송은지는.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활짝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간다!”
또 보자는 말은 결국 하지 않는 그녀.
손을 휙휙 흔들고는 그대로 점차 멀어져 갔다.
내리쬐는 태양과 함께, 나는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
처음이다.
하룻밤을 잔 상대와 이렇게 뒤도 보지 않고 헤어진 건.
그래서 기분이 어떻냐고?
뭐, 솔직히 아쉽긴 하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
솔직히 아직도 미련은 좀 남아 있고.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럼 또 따먹으러 가 볼까.”
앞으로 있을 만남에 두근거리는 기분이 더크단 말이지!
렌트카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핸들을 잡았다.
싱숭생숭해진 기분도 떨쳐낼 겸 나는 창문을 열고 신나는 곡을 틀었다.
“빨리 떠나자~ 야야야야 바다로~.”
국민 여름곡이자 내 애창곡 중 하나.
해변의 여인이 내 렌트가 안을 가득 채웠다.
역시 여름 하면 이 곡이지.
“그동안의 아픔들 그 속에 모두 버리게~.”
흥겨운 비트와 창문 너머로 세차게 들어오는 후덥지근한 바닷바람.
절로 기분이 들떠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게 아니야~. 우린 사랑했잖아~.”
음…….
이거 가사가 이랬나?
어째 흥얼거릴수록 노래가 내 처지를 위로해주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기분 탓이겠지?
그렇게억지로 텐션을 높이며 운전하길 수십여 분.
나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우,”
주차를 마친 나는 차에서 내려 준비한 선글라스를 꺼내들었다.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
미리 입고 있던 하와이안 풍 셔츠와 짧은 반바지가 강풍에 펄럭였다.
“역시 여름 하면 해변이지.”
사실 해변의 여인도 다 복선이었다 이 말이야.
촤아악-
꽤 거리가 있음에도 파도 소리가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도로가에 선 채 나는 가만히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뜨거운 모래사장 위로 꺄르륵 웃으며 뛰어다니는 남녀.
해안가 주변에서 헤엄치며 물장구 치는 수많은 부부들.
숨을돌릴 겸 나처럼 도로변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알콩달콩한 대화를 나누는 젊은 남녀 한 쌍.
어째 눈에 띄는 사람들이 다 연인인 거 같은데.
……어, 어라?
어째서 눈물이?
농담이고 실제론 눈물 한 방울 안 흘렸다.
진짜로.
“크흠.”
아무튼, 언제까지고 도로변에서 궁상만 떨고 있을 순 없는노릇.
이대로 있다가는 진짜로 울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움직였다.
“얍.”
곧바로 준비한 돗자리와 수영복을 꺼내든 나는 모래사장으로 발을 내밀었다.
“앗, 뜨거.”
발을 내딛기 무섭게 신고 있던 슬리퍼 안으로 뜨거울 정도의 모래가 들어왔다.
뜨겁지만 마냥 불쾌하지만은 않은 감촉이었다.
그런 기분을 만끽하며 나는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여기로 할까.”
적당히 괜찮은 자리를 찾은 나는 그곳에 돗자리를 깔고 들고 온 짐을 정리했다.
뭐, 짐이라고 해도 들고 온거라곤 거의 없지만,
“읏쌰.”
대충 준비를 마친 나는 그대로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돗자리 너머로 모래밭의 뜨끈거리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럼 어디……. 또 찾아 볼까?
자리에 누운 채 상반신만 슬쩍 들어 나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홀로 온 내 모습에 힐끗거리는 것이 보였다.
물론 내게 시선을 보내는 대상은 대부분 여자들.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여성들을 보며 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크, 좋아.
이거지.
내가 굳이 궁상맞게 혼자서 해변에 온 이유를 보여줄 때가 왔다.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