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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화 〉9. 비글, 골든 리트리버, 그리고……. 똥개?(6) (81/152)



〈 81화 〉9. 비글, 골든 리트리버, 그리고……. 똥개?(6)

현수가 촬영을 하는 사이 화연과 다슬 두 사람은 근처의 카페로 이동했다.
주문을 마치고자리에 앉기 무섭게 다슬의 표정이 험악하게 바뀌었다.

“씨발…….”

순간 화연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생각했다.

방금 전 미안하다고 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저게?

“저기요, 지금 뭐라고…….”
“아, 그쪽한테 한 말 아니니까 신경 꺼요.”
“아니, 그게 무슨…….”

황당해하는 화연의 태도를 무시한 채 다슬이 카라멜 마끼아또를 쪼르륵 마셨다.
어안이 벙벙해진 화연이 가만히 다슬을 바라보았다.

“아까 현수 앞에서는 사과하더니, 다 가식이었어요?”

 말에 다슬이 화연을 슬쩍 바라보았다.
허나 그 표정에서는 일말의 미안함도 찾아볼  없었다.

“사과한  사과한 거고요. 그럼 짜증나는데 욕도 못합니까? 그쪽한테   아니라니까 자꾸 지랄이네.”
“……허.”
“그리고 눈앞에서 계속 싸웠어 봐요. 오빠가 퍽도 좋아하겠다. 그렇게 생각이 없으신가?”
“저기요, 아까부터 말씀이 좀 심하…….”
“아, 됐고.”

거리낄 것 없다는 듯 말까지 자르는 다슬.
생각 이상의 무례함에 화연은 다시 한 번 화를 내고픈 것을 꾹 참아야 했다.

“우리 서로 솔직하게 탁 까놓고 얘기합시다.”
“뭘 까놓고 얘기하잔 거예요.”
“시치미 떼지 마시고요. 어차피 그쪽도 이거라면서요?”

다슬이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를 만든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하는 시늉을 냈다.
너무도 명확한 제스처에 화연은 절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화연의 모습을 보며 다슬이 피식 웃었다.

“하, 알 거 다 아는 사람이 내숭은. 직접 섹파라고 말로  드려야 이해를 하시려나?”
“아니, 저기요. 여기 공공장소예요. 그런 말투나 행동을 할 거면 최소한 목소리는 줄이고 동작이라도 작게 하든가…….”
“지금 그게중요한  아닐 텐데요?”
“하아…….”

말투 하나하나에 날이 잔뜩 서 있는 모습에 화연도 참았던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물론 화연도 다슬이란 여성이 가진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자신도 표현만 안 했다 뿐, 그녀가 현수와 몸을 섞었다는 생각을 하면 흥분을 주체하기가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참아야 한다.

적어도 지금은 서로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하고자 만나고 있는 게 아닌가.

“일단 좀 진정하세요, 다슬 양.”
“아니, 그쪽은 짜증  나요? 짜증이 안 나면 그게 부처지! 나랑 떡친 남자 구멍동서가 눈앞에 있는데!”
“그건 저도 마찬가지라고요!”

계속해서 역정을 내는 다슬의 모습에 결국 화연도 폭발하고야 말았다.
화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슬을 손가락질했다.

“그리고!”

주변의 이목이 집중된 것도 모른 채 화연이 소리쳤다.

“그 쪽이 아니라 주화연이라고  번을 말해요!”
“…….”

씨익씨익 콧김까지 내뿜으며 다슬을 노려보는 화연.
설마 이렇게 화를  줄은 몰랐는지 다슬이 멍하니 그런 화연을 바라보았다.

고작 10여  가량 되는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화연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주변의 이목이 한껏 집중된 상황 속에서 결국 화연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일단 자리를 옮기죠.”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다슬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바깥바람  쐬면서 얘기하죠.”
“그게 좋겠네요…….”

사람들의 이목 속에서 카페를 나올 때까지도 화연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근처 공원까지 올 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섞지 않았다.

곧이어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이 말없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
“…….”

봄의 끝자락,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의 바람은 꽤나 쌀쌀한 편.
평소라면 춥게 느껴졌을 찬바람은 오히려 두 사람에게만큼은 좋게 작용하고 있었다.
머리의 열이 식는 데 큰 도움이 됐으니까.

그렇게 시간이얼마쯤 흘렀을까.

“좀 진정됐어요?”

먼저 입을 연 것은 화연이었다.
하지만 아직 부끄러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얼굴은 살짝 상기된 모습이다.

지긋이 그 모습을 보던 다슬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그대로 돌려 드리죠. 보기보다 한 성깔 하시네.”
“그 쪽 만하겠어요?”

일부러 ‘그 쪽’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화연의 말투.
그런 화연의 말투에서 다슬은 그녀의 짜증을 읽을 수 있었다.

하긴 내가 너무 나대긴 했지.

그래도 이 여자 앞에서 순순히 사과를 하자니 괜히 심술이 생기는 것도 사실.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슬의 입에서 비꼬는 어조가 툭 튀어나왔다.

“자꾸그 쪽  쪽 거려서 미안하게 됐습니다, 주화연씨. 이제 됐죠?”
“그거 참 눈물 나게 고맙네요.”

그런 다슬의 말투에 화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엎드려서 절 받는다는 게 이런 기분이겠지.
 이상 태클 걸어봤자 고쳐질 거 같지도 않다는 생각에 화연은 반쯤 체념하기로 했다.

“하…….”

화연이 속으로 궁시렁대는 사이 다슬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클럽 때도 막상 하자니  같아서 그만뒀는데……. 직접 마주하니까 이런 기분이네.”
“클럽? 그건  무슨 얘기예요?”
“자세한  오빠한테 물어보세요. 말할 기분 아니니까.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도 아니고. 들어봤자 그쪽……. 아니, 화연  기분만 나빠질 겁니다.”
“네, 그럴게요. 그보다 이렇게 둘이서 보자고 한 이유가 뭔가요?”

 물음에 다슬도 침착함을 되찾고 화연을 바라보았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하나 확인 좀 하죠.”

대충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게 될 것인가.
분명 거슬리는 얘기만 잔뜩 나올 테지.

하지만 그렇기에 해아 한다.

내심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이제야 이성을 되찾고 조금씩 이야기를 진전시키기 시작했다.

“그쪽도 오빠랑 섹파 관계잖아요.”
“……맞아요.”
“헤어질 생각은 없죠?”
“당연하죠.”
“후우, 그 개새끼…….”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육두문자를 내뱉는 다슬.
이번에는 화연도 별다른 태클을 걸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며 화를 다스린 다슬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오빠가 만나는 여자 또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글쎄요, 저도 짐작만  뿐이라. 일단 제가 옆에서  것만으로는 최소 두 명은 되는 거 같아요.”
“그건 절 포함해서요?”
“거기까진 잘 모르겠네요.”
“아마 그 인간, 앞으로도 비슷하게 지랄할 거예요.”

다슬의 말은 추측이 아닌 확신에 가까운 어조를 띄고 있었다.
그 말에는 화연도 내심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 순진한 여자든, 놀 거 같은 여자든 만날 만하다 싶으면  만나고 다니겠죠. 조신 따위는 그 인간 사전엔 없는 거 같고.”
“그렇겠죠.”
“……뭔가 달관한 듯한 말투인데.”

생각 이상으로 침착한 화연의 태도에 다슬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자신은 그 생각만으로도 짜증이 치솟는데.
눈앞의 여자는 어째서 이렇게 태평한 거지?

“그 쪼……. 아니, 화연 씨는  안 나요?”
“왜 화가 안 나겠어요? 저도 심란해요.”
“그런데 왜 그렇게 차분한 거예요?”
“그건…….”
“그 오빠 문란한 거 알면서도 만난다는  화연 씨도 저만큼 오빠를 좋아하고 있다는 거 아니에요? 아니면 단순히 속궁합이 좋아서 만날 뿐인 거예요?”

그리 말하는 다슬의 말투에는 약간의 기대감이 묻어나 있었다.

여기서는 차라리 그렇다고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다슬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물론 어떻게 대답하든  받는 건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마음은 없이 만나는 관계라면 좀 더 나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다슬은 그런 희망을 가졌다.

“아뇨.”

물론 희망은 단순히 희망으로 끝날 뿐.

“저도 현수가 좋아요.”

재차 씁쓸한 표정으로 확인사살을 하는 화연의 말에 다슬은 잠시 눈을 감았다.

“…….”

미간을 짚고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다슬.

울고 싶은 걸 참는 거 같기도 하고, 화를 내고픈 것을 참는 거 같기도 하다.
아니면  다일 수도 있고.

그리고 그런 다슬의 태도를  화연도 그녀의 마음을 대충 확인할  있었다.
지금은 천 마디 말보다  번의 태도가 훨씬 더 와 닿는 상황이니까.

그 순간 눈앞의 상대가 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화연은 그녀가  세상 그 누구보다 안쓰럽게 느껴졌다.

“현수가 다슬 씨한테는 얘기  했어요?”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화연이 일부러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고개를  숙인 자세 그대로 다슬이 대꾸했다.

“……무슨 얘기요?”
“너무 집착하면 자기가 먼저 떠날 거라고.”

잘 화도 내지 않고 관대한 성격의 현수지만 그런 그에게도 지키는 선이 있다.

바로 이성간의 관계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대놓고 여친 행세는 사양이라는 말을 들은 바가 있는 화연으로써는, 현수에게 강하게 나간다는 건 상상도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그와지금의 관계를 그만두지 않는 한은.

문제는…….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거다.

그것은 눈앞에 있는 최다슬이라는 여자도 마찬가지겠지.

“……다른 여자를만난다고 잔소리를 하는 순간 현수는 미련 없이 떠날 거예요.”

순간 울컥하는 감정을 참으며 화연이 말을 이어갔다.

“처음 만날 때부터 저한테 그래왔으니까요.”
“그렇게 말했다고요? 하지만 그건…….”
“현수는 여친 마냥 조금이라도 집착하는 보이는 걸 극도로 싫어해요. 잠자리까지 했으니 다슬 씨도 느낀 바가 있을 테죠. 아닌가요?”
“…….”

화연의 말에 다슬이 입을  다물었다.

다슬도 그가 어떤 정조관념을 지녔는지는  알고 있다.
굳이 클럽에서 쓰리썸을 제안하던 때를 떠올리지 않아도 말이다.

‘너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
‘말해두는데 나 누구랑 사귈 생각 없다.’
‘이유? 귀찮아서.’
‘그리고 인생도 짧은데 다양한 여자랑 자보고 그래야지.’

다슬의 머릿속에 문득 그와 첫날밤 했던 대화들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날의 달콤한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다슬은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병신 머저리 같은 년, 도대체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왜 계속 만난 건데?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건 나도 충분히 알고 있었잖아?
그걸 알고 있었으면서  빠져나오지 않고 이러고 있었느냔 말이야?

……아니.

애초에 빠져나올 수 없었던 걸지도.

  그와 몸을 섞은 이상,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했다.
누구보다 여자 마음을 잘 이해하고, 다른 남자들처럼 쓸데없는 걸 요구하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여자 이상으로 성욕이 강하고, 거기다 멋지고  생겼지 않은가.

독인 걸 아는데도 너무 달콤해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김현수라는 남자는……. 그런 남자였다.

“진짜 미치겠네.”

중얼거리는 다슬의 목소리에는 이전까지의 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 당차던 목소리는 바람 빠진 풍선 마냥 축 늘어져 있었다,

“진짜 미칠 거 같아요.”

중얼거리는 다슬의 말에 화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그래요.”
“오빠 하는 꼬라지가 진짜 열 받아 죽겠는데…….  빡치는 게 뭔지 알아요? 그 인간 떠나보낼 생각이 도저히 안 든다는 거예요. 이렇게 미칠 듯이 화가 나는데.”
“그렇죠.”
“남자인데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알죠. 그런 걸 겪으니…….  놓을 수가 없어요.”
“……그렇네요.”
“화연 씨는 화 안 나요?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상대방이 그러고 다니는데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가 있어요?”

방금 전에 했던 질문임에도 깨닫지 못한 채 재차 묻는 다슬.

“괜찮아요.”

허나 그런 다슬의 물음에도 화연은 비교적 무덤덤했다.

“그 이상으로 좋아하게 되어버린 걸.”

이미 학교 뒤편에서 현수에게 그런 선언을 들은 뒤로, 자신은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섹파 이상으로 여기지 말라는 현수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화연은 심란한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다슬처럼 화도 났다.

하지만 관계가 끊기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저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리 생각하는 순간 화연의 마음도 조금씩 바뀌어갔다.

싫어하지만 않아준다면 상관없다.
자신과 함께하지 않아도 그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무식할 정도로 단순하다는 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어째서일까.
그가 첫사랑이라서?

허나 첫사랑이라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게 있다.

김현수 그 남자는 웬만한 여자보다  여자 마음을 꿰뚫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인생에서 그런 남자를  다시 찾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것.

섹파라 선언하면서도, 만나는  순간만큼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것을 느꼈다.

화연은 그 사실이 눈물 나게 기쁘고, 또 서글펐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아마 다른 섹파들도 느끼고 있을 테니까.

“후우…….”

화연의 목소리에서 어느 정도의 진심을 느낀 것일까.
다슬은 그런 화연을 보며 작게 심호흡을 했다.

“화연 씨.”

곧이어 화연을 바라보는 다슬의 눈빛에는 일견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제안을 하나 할까 해요.”
“무슨 제안이요?”
“화연 씨도 지금 오빠가 여자 막 만나고 다니는  꼴 보기 싫을 거 아니에요.”
“싫어도 어떡하겠어요. 막을 도리가 없는데.”
“왜 없어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저희 두 사람끼리라도 일단 모이면 힘이 될 거예요.”

그와 자신이 행복하다면 다른 여자라도 용납하겠다고 생각하는 화연이지만, 다슬은 달랐다.

“저희끼리라도 동맹을 맺죠.”
“동맹……. 이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화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현수가 알게 되면 상당히 싫어할 텐데요.”
“당연히 오빠한테는 비밀로 해야죠.”
“하지만 동맹을 맺는다고 딱히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있을 거 같지는…….”
“적어도 그 인간이 뭐 하고 다니는지 파악할 수는 있을  아니에요.”

다소 부정적인 태도의 화연과 달리 다슬의 태도는 확고했다.
불안해하는화연을 향해 다슬이 재차 설득하듯이 말했다.

“서로 오빠에 대해 새로운 여자가 접촉되는 거 같다 싶을 때에는 정보교환을 해서 최대한 막도록 하자는 거예요.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여자야 어쩔  없다 쳐도, 더 이상 헤프게  굴리는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으음…….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화연 씨도 싫다면서요. 다른 여자 만나는 거.”
“물론 싫지만……. 납득은 했어요.”
“저는 그렇겐 못해요.”

다슬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저는 모른 채로 당하기는 싫어요. 당해도 알고 당하는  낫지.”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전 싫어요. 절대로.”
“으음…….”

확고한 모습의 다슬을 보며 화연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여기서 내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다슬이라는 여자는 자신이 어떻게 대답해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고집 센 아이 앞에서 화연도 잠정적으로 그 뜻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알겠어요.”

물론 100퍼센트 다슬의 의견에 동의한 건 아니었다.
화연이 곧바로 자신의 태도를 표명했다.

“제가 아는 게 있다면 다슬 씨한테는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저는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돼요.”
“그럼 저만 이득을 보는 게 되는데, 괜찮겠어요?”
“네. 적어도 다슬 씨가 진심이라는 건 알겠으니까. 그리고 딱히 손해는 아니죠. 다슬 씨가 다른 여자를 막는 걸 막아준다는 얘기잖아요.”
“정보는 주지만 행동은 하지 않겠다?”
“네.”
“뭐……. 좋아요. 없는 것보단 낫겠지.”

다슬로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
허나 그 정도로도다슬은 납득했다.

자신은 자신의 방식이 있는 만큼, 그녀도 그녀 나름의 방식이 있는 것이리라.

눈앞의  여자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

“그러면…….”

모든 대화가 끝난 다슬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아.”

멀뚱멀뚱 있던 화연이 그제야 이해한  내민 손을 붙잡았다.
 모습을 보며 다슬이 피식 웃었다.

나이는 자신보다 많은데 하는 짓은 자신보다 어리버리한, 묘하게 2퍼센트 부족한 모습.

처음에는 싫었던  성격이 벌써부터 슬슬 눈에 익기 시작하는 듯했다.

그래, 익숙해져야지.
앞으로 계속 보게 될 호적수면서도, 가장 가까운 동료가 될 사람이니까.

“앞으로 잘 지내봐요.”

손을 흔들며 말하는 다슬을 향해 화연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슬 씨.”


***

그렇게 도원결의에 맞먹는 비밀결사를 맺고 약 30분 뒤.

마침내 소용돌이의 근원이 등장했다.

“기다렸지?”

주인공의 등장에 두 사람이 미소를 지으며 현수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환한 표정에서는 앞서 치열한공방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 응.”
“왔어요, 오빠?”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섣불리 안심한 현수가 무심코 입을 열었다.

“조금 있다가   명 부를 거 같은데, 괜찮……?”

그러나 현수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순식간에 싸늘해진 얼굴로 두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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