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7. fever time(4)
그날 밤 나는 소진과 앞으로 있을 상황에 대해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를 들면 앞으로 ‘피버에이전트’에 들어가서 내가 겪을 일에 대한 대처법이라던가, 비리에 대한 완벽한 증거를 포착할 수 있는 방법이라던가.
물론 진지한 이야기만 나눈 건 아니었다.
애초에 목적지가 모텔인 데에서부터 말 다 한 거 아니겠는가.
“하아아…….”
오랫동안 몸을 섞지 못한 것에 대한 반동일까.
문답무용으로 모텔에 데려간 소진은 거의 쉴 새도 없이 내 몸을 혹사시켰다.
뭐, 섹스라면 나도 딱히 불만은 없다.
이런 미인과 잠자리를 하는 게 싫을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말이지…….
“하으으……. 맛있다아…….”
입에 피자 집어넣으면서 자지 박아대는 건 대체 뭐하는 거냐고?!
“현수 너는, 하읏, 안 먹어?”
“지금 먹고 있잖아요.”
“응? 아하하하!”
내 중의적인 말에 소진이 피식 웃었다.
“농담도 잘해, 흣, 그건 내가 할 소리라고옷, 하앙! 진짜, 흣, 안 먹을 꺼야?”
“뭐 먹을 때 딱 하나만 집중하는 타입이라서요.”
“흐읏, 피자 식는데엣……. 하아앙! 아, 거기, 좀 더 세게 박아줘!”
“나 참…….”
황당한 기분에 절로 입이 떡 벌어진다.
허나 내 위로 올라탄 우리 변호사님께서는, 뒤로 몸을 돌린 채로 열심히 허리를 흔들어주고 계신 덕분에 그런 내 표정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하읏, 으으응……. 이 피자 맛있다.”
아랫도리로는 찔꺽거리는 소리와 함께, 피자를 쩝쩝 먹는 소리.
기묘한 하모니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지를 세운 내가 스스로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아무리 소설 속 설정이 음탕하기 그지없는 여자라 해도 말이지…….
그 소설 속에서도 뭐 쳐 먹으면서 섹스를 하진 않았다고!
아니면 내가 소설 속주인공보다 더 편하다는 뜻인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뭐, 짐승도 아니고…….
“하아아, 박으면서 피자를 먹다니……. 천국이 따로 없네에…….”
“……저기요, 누나.”
우뚝.
결국 참지 못하고 흔들던 허리를 멈추었다.
움직임을 멈추자 그제야 소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왜?”
“저기……. 적어도 뭐 먹을 때는 좀 쉬면 안 됩니까?”
“응? 먹으면서 하는 건 싫어?”
“아니, 싫다기보다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는 좀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나도 무작정 싫다는 건 아니다.
나야 예쁜 여자 보지를 박아대는 건데 솔직히 싫을 리가 있겠는가.
그래도…….
뭔가 좀…….
설명하긴 어려운데 아무튼 좀 이상하다고…….
“그런가?”
내 말에 소진이 작게 고개를 갸웃했다.
“불편해?”
“네. 아무래도 좀.”
“흐음. 그렇구나. 다른 남자들은 먹으면서 해도 별 말 안 하길래 괜찮은 줄 알았어.”
설마 여기 세계 남자들은 여자가 뭐 먹으면서 해도 딱히 별 느낌을 안 받는 건가?
아무리 정조역전 세계라고 해도 그렇지…….
그래도 어디 한 번 반대로 상상해 보면…….
“…….”
확실히…….
이상하진 않을……. 지도……?
……아, 아닌가?
생각할수록 정신이 이상해지는 거 같아…….
“뭐, 우리 동생이 불편하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이거까지만 먹고 좀 쉬자.”
“그만둔다고는 안 하네요…….”
“헤헷.”
포기한 내가 중얼거리자 소진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찔걱, 찔걱.
”아흥……. 우물우물……. 하앗, 좋아앙……. 쩝쩝…….“
“하아…….”
다시 한 번 허리를 흔드는 소진의 뒷태를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위로는 우걱거리고 있고, 아래로는 쑤셔대고 있고.
진짜 집중이 하나도 안 되네.
끝까지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렇다면 먹을 거에 집중할 새도 없게 만들어주지!
“하으읏!”
여유로운 분위기를 벗어던지듯 나는 허리를 확 들어올렸다.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자 소진이 작게 비명을 질렀다.
“읏, 갑자기 뭐야?!”
“뭐긴요, 그 버릇없는 손길부터 고치려고 그러지!”
“꺅!”
보지를 자지에 박은 채로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협탁에서 피자를 먹던 소진이 내 기상에 적응하지 못한 채 먹던 피자를 내팽개치고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래, 이게 바람직한 자세지!
“자, 잠깐만!”
허리를 홱 굽힌 채 순식간에 후배위 자세가 된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는 게 보였다.
하반신은 완전히 내 양 팔에 붙들려 공중에 떠 있는 상태.
후후, 이건 완전 개가 따로 없네.
“뭐, 뭐하는 거야, 현수야!”
“그러니까 말할 때 들었어야죠!”
나는 눈앞에 보이는 탐스러운 엉덩이를 확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이미 박혀 있는 내 자지를 한층 더 강하게 찔러 넣었다.
찔거억!
“하윽!”
강한 압박감에 결국 시선을 앞으로 돌려버리는 소진 누나.
이미 땅에 손을 짚고 있는 것만으로도 꽤나 힘겨울 터.
“하윽, 현수……. 흣! 야, 이잇!”
헐떡이는 목소리에는 약간의 분노 어린 기색이 섞여 있었다.
흠, 보아하니 좀 더 혼낼 필요가 있겠는데.
찔걱찔걱찔걱!
“자, 잠까, 아읏, 하앗!”
갑작스레 격렬해진 내 움직임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걸까.
반항조차 못한 채 소진은 엎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쓸 따름이었다.
“혀, 현수야아! 아앙! 흐앗! 하앗!”
점차 분노섞인 목소리는 사라지고 앙탈 가득한 신음만이울려퍼진다.
슬쩍 시선을 던지니 겨우 바닥에 양손을 짚은 채 헐떡이는 소진의 모습.
흠, 방금 전까진 시무룩했는데 보니까 또 꼴리네.
이러쿵저러쿵 해도 몸매나 외모나 참 죽여준단 말이지.
“빨리 가기나 해요.”
“흐앙! 아, 안 돼애……!”
내게서 도망가기라도 하려는 듯 양손을 뻗는 소진 누나.
마치 아기처럼 기어가려는 자세를 보는 순간, 자지에 절로 피가 쏠리는 게 느껴졌다.
나한테서 도망친다니, 어림도 없지!
“어딜 가요!”
“흐아앗!”
어떻게든 기어가려는 소진의 몸을 그대로 푹 짓눌렀다.
레슬링 자세 중에 빠떼루가 있는데, 지금 나와 소진의 꼴이 딱 그 모습이었다.
“흐읍.”
나는 바닥 아래에 그대로 몸이 깔린 소진 누나의 전신에서 코를 박고 살내음을 느꼈다.
그러자 코에서 아릿하게감겨 나오는 누나의 야한 냄새.
좋아, 충전도 했으니 제대로 박아줄까.
찔걱, 찔걱, 찔거억!
“흐아앙! 너, 너무 깊어엇!”
자세 덕에 쉽사리 뿌리까지 들어간 자지를 격하게 흔들자, 누나의 신음소리가 한층 강해져 가싸다.
반항할 힘도 어느새 빠져나갔는지 이제는 아예 몸이 땅에 푹 짓눌린 상태.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해서 자지를 쑤셔 박는 데에만 열중했다.
“하읏, 현, 수야앗! 조금, 하앗! 조금만 약하게엣! 흐, 흐아앙! 자극이잇! 너무웃! 하앗, 또 가버려엇!”
“그러니까 말 할 때 들었어야죠!”
“미, 미안해앳! 말 잘 들을 테니까앗!”
“이미 늦었거든요!”
“그, 그만! 흐아앙! 그만, 미쳐버려엇! 또 가앗! 하앙! 안 돼앳! 안돼애애앳!”
슬슬 한계가 온 듯 애절하게 비명을 지르는 누나.
그에 맞춰 나도 그녀의 안에 내 백탁액을 잔뜩 싸질렀다.
“흐아아아아아앙!”
절정과 함께 소진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푸슉, 푸슈슈슛!
찌이이익!
발끝을 세우면서 성대하게 눈을 뒤집는 소진 누나.
그런 그녀의 안에 마지막까지 내 것을 꾹꾹 집어넣었다.
후, 이게 정복욕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헤으윽, 그마안…….”
곧이어 모든 사정이 끝난 것을 느낀 뒤에야 슬쩍 몸을 뒤로 뺐다.
“힉!”
그렇게 자지를 빼내자 다시한 번 몸을 부르르 떠는 소진 누나.
주르륵.
아랫도리로 느껴지는 찐득한 자지는 미처 집어넣지 못한 백탁액을 정신없이 흘려대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도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모습을 살폈다.
거기에는 개구리 마냥 쭉 뻗은 자세로 움찔거리는 소진의 모습이 있었다.
“흣, 후에에에…….”
멋드러졌던 붉은 머릿결은 아무렇게나 헤쳐진 지 오래.
탱탱한 볼륨감이 엿보이는 엉덩이 아래로는, 마음껏 싸지른 정액이 질에서 질질 새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반쯤 풀린 눈으로 침을 줄줄 흘리는 소진의 모습은, 지금까지 내 머릿속 쌘 누나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겨내고 있었다.
그보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누나? 괜찮아요?”
참고로 박소진이라는 여자는 기본적으로 하는 쪽을 좋아하는 진성 새디스트.
괜히 불안해진 기분에 반쯤 눈이 풀린 소진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
이거 나중에 한 소리 듣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나한테 휘둘렸다고 화내면 어쩌지?
“누나, 누나? 정신 좀 차려 봐요.”
“후에에……. 현수야앗…….”
“네?”
“네가 하는 것도, 꽤 좋네에…….”
흐리멍덩한 눈으로 그리 말하며 그녀가 힘없이 웃었다.
이거…….
의외로 내가 주도하는 게 나쁘진 않았던 모양인데……?
“나중에 또 하자아…….”
기쁜 얼굴로 말하는 소진을 보며 나는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아한다면 차라리 잘됐네.
앞으로 뭐 먹으면서 하려고 할 때마다 이렇게 나가야지.
***
이후로도 우리는 장장 두 시간을 먹고 싸는 데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야말로 먹고 싸고, 먹고 싸고의 반복.
그렇다고 해도 그 주화연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라는 놀라울 따름이지만.
“하앗, 나 잘래애…….”
“하암……. 저도 슬슬 피곤하네요.”
“이대로 자지 넣은 채로 잘까……. 후후…….”
“그럴까요…….”
그렇게 서로간의 진득한 타액을 묻힌 채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으음…….”
평소처럼 기상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섹파의 가슴을 만지려 손을 뻗었다.
“음……?”
하지만 그런 내 손은 허공을 가를 뿐.
허무한 감각에 눈을 뜬 눈앞에 보이는 것은 텅 빈 옆자리였다.
아, 아침에 가슴 만지는 것만큼 각별한 게 없는데…….
“누나……?”
“어. 깼어?”
활기차기 그지없는 누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 곁으로 다가온 소진의 모습은 어느새 샤워도 마치고 양복까지 깔끔하게 입은 상태였다.
“미안. 조용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깨워 버렸네.”
“괜찮아요……. 흐아아암.”
“좀 더 자.”
그리 말하며 머릿결을 한 번 훑는 소진 누나.
샤라락.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마냥 햇살이 혼혈 미녀의 붉은 머릿결을 강조시키듯 비춰냈다.
아니, 실제로 외모만 봐도 영화배우 뺨치는 미모긴 하지만.
“피곤하지?”
마치 서양영화 속 스파이 같은 이미지로 포근한 미소를 짓는 그녀.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두 요소가 겹쳐지니, 오히려 그림이 따로 없었다.
그런 소진을 멍하니 보던 나는 무심코 피식 웃어 버렸다.
“풋.”
갑작스런 내 웃음에 소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웃어?”
“아뇨, 그냥.”
어제는 그렇게 짐승마냥 굴뎐 어자가 어느새 완전무결한 미녀로 변했다고 생각해 봐라.
어떻게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치 어젯밤 일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이것이 현실이다 이거지!
“그보다 벌써 출근해요?”
올라가는 입꼬리를 자제하며 화제를 돌리자, 소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하던 일이 있으니까.”
“변호사라 그런지 엄청 바쁘네요. 어제도 주말인데 일 하다가 저 만나러 나온 거 아니에요?”
“어쩌겠어. 로펌에서 일하면 다 그런 거지.”
“힘들겠네요.”
“힘들지. 거기다가…….”
거기까지 말한 소진이 작게 나를 흘겨보았다.
“누구께서 일감 하나 제대로 물어준 덕분에 더 바빠질 예정이거든. 뭐, 대부분은 다른 사람한테 맡기게 되겠지만.”
“괜찮겠어요? 제가 주긴 했지만 정보 출저가 불분명한 건데.”
“믿을만한 사람한테 맡길 거니까 괜찮아. 그리고 네가 준 정보가 사실이라면 어차피 조사하는 데로 조금씩 증거가 나올 테니까. 천천히 진행하면 돼.”
“뭐, 누나가 알아서 할 테니까 믿고 기다릴게요.”
“흥. 너도 참 웃기는 녀석이란 말이야.”
거기까지 말한 소진이 피식 웃었다.
“날뭘 믿고 그런 정보까지 주고 이렇게 맡기는 건지 원.”
뭐, 나야 당연히 소진이 소설 속 내용상 흘러갈 거라 믿고 준 정보긴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조금 대책 없이 발설해버린 것도 있긴 하다.
그래도 이 부분에 관해서는 소진이 잘 해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냐고?
그야 소설에서 본 그녀의 성격상, 이런 걸 절대 넘어갈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흠, 같이 잠자리를 함께 한 사이?”
“푸핫!”
농담이라도 던질 요량으로 그리 말하자 소진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너 그거 농담으로 말했을지 몰라도, 나 의외로 아무한테나 막 들이대는 여자 아니다?”
“거짓말도 적당히 쳐야죠, 누나.”
“진짠데? 말했잖아? 나름 사람 봐 가면서 밤 상대 정하는 거라고.”
“애초에 사람 골라가면서 잔다는 건데 그게 막 들이대는 거 아니에요?”
“엘리트한테 선택받은 거지. 나 같은 미녀에 머리까지 좋은 여자가 해준 거란다. 즉, 네 입장에선 고마워해야 되는 거라고.”
……이게 말이야 방구야?
정조역전세계 아니랄까봐 아주 당당하기 그지없네.
뭐, 내 입장에서 처녀니 뭐니 따지는 것도 웃기는 소리긴 하지만.
“나 참.”
내심 황당한 기분을 숨긴 채 가만히 있자 소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 표정 뚱한 거 봐라. 웬만한 남자들은 나 같은 여자랑 잔다고 하면 튕기는 척 하면서 알아서 거길 세운다고. 알기는 하는 거야?”
“저도 세우는 건 남들 못지 않은데.”
“그러니까……. 그런 태도가 불만이라는 거야."
"네?"
"너는 다 받아주는 거 같으면서도 마음은 허락 안 한다는 느낌이거든.”
"……제가요?"
"그래, 임마. 야한 냄새는 다 뿌리고 다니면서 사귀지는 않는다고 해야 될까? 약간 어장관리 하는 느낌도 들고 말이야."
"그럴 리가요."
……방금 말은 조금 찔리긴 하네.
사실 지금의 나는 어장관리라고 해도 할 말이 없긴 하다.
섹파만 해도 열 명은 되는 수준이니까.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읏차,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소진이 말했다.
“이번에 사건 하나 제대로 물어서 터뜨리면 나도 사무실 차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물론 잘 됐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로펌이 더 좋은 거 아니에요?”
“일이 너무 많아서 싫어. 워라밸이 짱이야. 잘 되면 무조건 사무실 차릴 거야.”
“그러면 따로 1인 사무소 같은 거라도 차린다는 건가요?”
“1인 사무소는 좀 그렇고. 동료 몇 명 꼬셔야지.”
그렇게 잡담을 하는 사이에도 소진은 이런 저런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 소진을 보며 나도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물론 그럼에도 먼저 준비를 하던 소진이 훨씬 빨랐지만.
“그럼 갈게.”
막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니 소진이 내게 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타월로 고간을 가린 채 말했다.
"같이 안 가고요?"
"미안. 바빠서 그럴 틈이 없네."
“음, 그럼 어쩔 수 없죠.”
“아침도 같이 못 먹고 먼저 가려니 좀 미안하네.”
“에이, 무슨 아침이에요.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
"그럼 수고해요."
인사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소진은 말없이 한동안 날 바라보았다.
아직 할 말이 남았나?
의아해하는 찰나 소진이 갑자기 내 쪽으로 성큼성큼 발을 옮겼다.
“왜 그러……. 읍!”
내가 뭐라 물으려던 찰나 소진의 입술이날 그대로 덮쳤다.
이 누나 진짜 빠꾸 없네.
당황한 나를 향해 소진의 혀가 곧바로 내 입 안을 침투하기 시작했다.
“츄릅, 으응……. 하읍.”
내 입안 구석구석을 농락하는 그녀의 혀.
따스하게만 느껴졌던 방안이 순식간에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당황한 것도 처음 뿐, 나도 그에 호응하듯 적절히 혀를 움직였다.
“푸하.”
그렇게 서로의 타액을 맛본지 약 2분 정도 흘렀을 무렵, 먼저 입을 뗀 것은 소진이었다.
딱히 길게 끌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이렇게 끝내자니 영 아쉬운데…….
“또 한 판 할까요?”
“안 돼.”
대놓고 그리 묻자 소진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출근해야 되잖아.”
“한 판 정도야 뭐 어때요.”
“여기서 물 빼면 하루 종일 기운 빠져.”
그리 말하지만 이미 소진의 뺨도 살짝 상기된 상태였다.
이거 조금만 더 꼬시면 넘어올 거 같긴 한데…….
……아니, 역시 그만두자.
괜히 바쁘다는 사람 곤란하게 붙잡으면 안 되지.
여기서는 적당히 놀리는 정도로 끝낼까.
“그러면서 이렇게 끈적하게 키스하는 건 뭡니까?”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자 소진이 작게 혀를 찼다.
“네가 그렇게 꼴리게 만드는데 어떡하냐, 그럼.”
“네?”
“옷 좀 입고 다니라고.”
아, 예고도 없이 훅 들어온 이유가 뭔가 했더니.
설마 내 차림새 때문에 꼴렸던 건가.
“아, 진짜……!”
힐끗내 가슴 쪽을 본 소진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마치 스스로의 번뇌를 떨쳐내려는 것 마냥.
“그럼 난 간다!”
인사를 하며 소진이 재빠르게 문을 나섰다.
곧이어 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
“…….”
순식간에 사라진 그녀의 잔향에 멍하니 있던 것도 잠시.
내 입에서 절로 아쉬운 말이 툭 튀어나왔다.
“기운 충분히 넘치는구만.”
저렇게 기운 넘치는 줄 알았으면 그냥 제대로 넘어뜨릴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