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7. fever time(3) (62/152)



〈 62화 〉7. fever time(3)

회식 자리에서 대표에게 설명을 듣고 며칠 뒤.

나는 현재 카페에 앉아 그 날의 일을 다시 곱씹고 있었다.

-그건 조금 생각해봐야 될 거 같네요.

그 날 내가 대표에게 들려준 대답은 그랬다.

단순히 연예인으로 일할 생각은 없다, 정도로만 생각해서 대답한 것은 아니었다.
그 외에도 여러모로 생각할 게 있었으니까.

연예계와의 연관성.

이건 분명 소설 속에서도 나오던 전개 중 하나다.

다만 소설 속의 내용과 똑같으리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곳은 현실이기도 하니까.

소설 속 등장인물 외에도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소설 내용 그대로 상황이 전개될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 내용이 적용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다.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소설 속 내용과 대부분이 흡사한 게 있는 반면, 아닌 것도 있었으니까.

소설 속 전개와비슷한 부분은 주화연과의 하룻밤 동침, 변호사 박소진의 존재,최수민 대표가 예고한 연예계에서의 활동 등등.
반면 최다슬과의 관계, 클럽에서 보낸 문란한 쓰리썸, 유부녀 유진아와의 불장난 등은 오로지 내가 주도해서 만들어낸 결과다.

이후 연예계 활동을 들어가게 된다면 소설 속 전개와도 여러모로 겹치는 부분이 생길 터.
여러모로 깊게 생각해야 될 부분이었다.

내가 만약 수민의 제안에 응하고, 어느 정도 소설  내용대로 진행이 된다면……. 이후의 전개는 절대로 나 혼자서는 해결할  없을 터.
특히 소설  내용과 설정을 파악하고 있기에 더더욱 그리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 속 설정을 파악하고 있다는 건,사실 지금의 내게는 일종의 미래예지와 비슷한 느낌이라 할  있었다.
물론 내 행동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지겠지만.

“왔어요?”

그리고 이걸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 생각을 정리한 나는, 오늘 이렇게 행동에 나선 것이다.

패션몰 대표 최수민에게 연예인 제안을 받은지 딱 3일째 되는 날.
 명의 섹파들과 만난 카페에서 나는 또 다른 한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조금 늦었네요?”

쪼르륵 커피를 마시며 막 도착한 상대를 향해 물었다.
붉은 머릿결을 혼혈 미녀가 그런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기껏 몇 주 만에 만났더니 보자마자 한다는 말이 그거냐?”
“잘 지냈어요?”

뒤늦게 건넨 인사에 그녀, 박소진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럭저럭.”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소진이 맞은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소진이 답답해 보이는 양복 자켓을 자리 한구석에 휙 던졌다.

“후, 더위 죽겠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업무를 보고 있었던 걸까.
벗은 하얀색 와이셔츠가 땀으로 반투명해진 상태였다.

땀에 젖은 하얀색 와이셔츠 너머로 적당한 크기의 가슴과 함께 브라가 언뜻 언뜻 비추는  참으로…….

“뭘그리 빤히 쳐다봐? 옷에  묻었어?”
“크흠, 아뇨.”

지적하는 소진의 말에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이 세계에서 여자 가슴이 비추는  정도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건가.
슬퍼해야 될지 기뻐해야 될지 모르겠네,

“그래서?”

땀을 식히기 무섭게 소진이 곧바로 본론을 요구해 왔다.

“그 ‘피버 에이전트’를 조사해 달라고 한 이유가 뭔데?”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는 겁니까?”
“괜히 시간 끌 필요 없잖아.”

여전히 불쾌한 표정을 지은 채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 소진.
흠, 어째 태도가 전보다 묘하게 딱딱한 느낌인데.

“누나 오늘따라 왠지 묘하게 차갑네요.”
“뭐, 그거야…….”

내 말에 소진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일단 고객으로서 대하는 거니까.”
“네? 아……. 네. 그렇네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의 만남은 단순히사적인 만남이 아니다.
앞으로 있을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나는 일부러 법적인 자문을 구하고자 소진을 찾아온 것이었으니까.
당연히 돈도 낼 생각이었고.

솔직히 만나기 전까지만해도 간만에 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이런 건 프로다 이건가.

야한 생각이나 하던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군.

“하긴 괜히 친하답시고 공사 구분 못하면 안 되니까요.”

사죄의 의미를 담아 작게 고개를 숙였다.

“이해했어요. 그럼 진지하게 얘기 나눠보죠.”
“아니, 뭘 고개까지 숙이고 그래. 애초에  그런 뜻이 아닌데.”
“네? 그럼 뭔데요?”
“그냥…….”

그리 말한 소진이 망설이듯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뭔가 할 말이 잔뜩 있는 표정인데.

“음, 그게…….”

한참을 머뭇거리던 소진이 결국 개미 목소리 마냥 작게 중얼거렸다.

“나로서는 네가 개인적으로 연락해주면 어땠을까, 한 거지.”
“네?”
“……에휴.”

거기까지 말한 소진이 갑자기 한숨을 푹 쉬었다.
뭐지? 내가 뭐 잘못했나?

“됐다.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그냥  얘기나 하자.”
“뭐예요? 저 이해가 잘 안 가는데.”
“혼잣말이야.”

분명 나한테 불만이 있는거 같은데, 도대체 뭐지?
말을 안 하니까 뭐 나도 뭐라 말을  하겠네.

“그보다 일 얘기나 하자고.”

곧바로 화제를 돌리며 소진이 서류가방에서 종이를 한 뭉텅이 꺼내들었다.

지금까지의 가벼운 어조가 무색하게, 그녀는 어느새 무서우리만치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단 이거부터 받아.”
“뭐예요, 이게?”
“네가 부탁한 자료들이다.”
“아……. 이걸 벌써 준비해온 거예요?”

참고로 내가 소진에게 한 말이라곤 별 거 없다.
앞으로 ‘피버 에이전트’라는 기획사에서 일하게 될 것 같은데 그에 대해 조사해줄  있겠냐는 얘기에 불과했다.
그것도 하루 전인 어제.

“어차피 신생이라 크게 조사할 것도 없었어.”

확실히 능력자는 능력자구나.
심지어 저런 말조차도 허세가 아니라서 더 멋있어 보인다.

“그보다 갑자기 중소 연예기획사를 조사해달라니. 대체 무슨 꿍꿍이야?”
“글쎄요.”

미심쩍은 소진의 표정을 보며 말없이 어깨를 으쓱였다.

피버 에이전트, 현재 피버샵이라는 패션몰의 모기업.
현재 내가 알바를하고 있는 피버샵의 어머니 회사쯤 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

본사라 불리는 피버 에이전트는, 소설  설정에 나오는 회사였던 것이다!

이를 알게 된 건 소설  설정이라는 치트키 같은 정보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창조주가 보내준 설정에는, 소설  설정 중 하나인 피버 에이전트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다만 소설 속 내용과 융합된 세상이라 그런지 그걸 깨닫는 게 좀 늦었다.
기업 이름이 다른 건 물론이고 세세한 부분에서도 차이가 났으니까.
애초에 소설 속에서는 자회사인 피버샵에 대해서는 그리 나오지도 않았고.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연예계 쪽과 연이 닿는 것도, 그냥 내가 그렇게 움직였기에 그렇게 된 거라고 믿었다.
뭐, 소설 속 설정에서 영감을받고 움직인 거긴 거지만.

물론 소설 속에서도 주인공이 연예계 관련해서 여자들에게 손을 뻗치는 전개가 있었긴 했다만…….
그게 설마 길거리에서 받은 그 명함에 이어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나야 당연히 그냥 우연인 줄 알았지.

아무튼.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는 회사 내의 정보를 창조주의 도움으로 속속들이 알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이런 정보를 쉽사리 썩히기도 아까운 노릇이지 않겠는가.
하물며 처음부터 모른 하면 모를까, 지금은 반쯤 발을 걸쳤고.

그러니 나름대로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써먹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지금, 나는 소진에게 피버 에이전트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것이었다.

“그래도 이런 건 흥신소에나 의뢰해야 되는 걸 텐데.”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사이 소진이 말을 이었다.

“나 같은 고급인력을 이런  써야겠어?”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툴툴거리는 소진의 말에 대답하면서 건네준 자료들을 살폈다.
자료에는 피퍼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은 업체 및 각종 연예인들에 대한 각종복잡한 회계 자료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뭐, 연예인들 관련 정보는 그렇다 쳐도…….
이 회계 쪽 자료는 솔직히 봐도 잘 모르겠네.

애초에 국문과 출신인 나에게 이런 회계 능력은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을 해서 소진이 조사할 수 있게 시킨 것은, 오로지 미리 알고 있었던 소설 속 설정이라는 사전에 기반한 정보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뿐이다.

‘본사 대표가 비리를 저질러서 그걸 협박해 육노예로 삼는다……. 대충 그런 내용이었지.’

내가 기억하는 바로 소설에서는 대충 그런 전개가 나온다.
그렇기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기도 하고.

물론 말했다시피 현실과는 달리 회사명이 정확하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소설 속의 연예 기획사가 ‘피버 에이전트’라는 것을 반쯤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고?

그야 지금까지 겪은 상황이나 소설 속 상황이 너무 똑같았으니까.

이 세계로 오고 나서 ‘피버 에이전트’라는 회사의 관계자에게명함을 받은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이후 좌천된 패션몰 대표와 본사 대표와의알력, 본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하던 대표가 갑작스레 파견 이야기를 꺼낸 것, 따로 조사한 피버 에이전트의 뒷소문 등이 이러한 내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이 모든 전개가, 원래 소설에서의 내용과 놀라우리만치 흡사했다.
우연이라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들어맞았던 것이다.

만약 이것이 예상대로라면 아마 본사에 파견되는 주인공, ‘나’는 그곳에서 비리를 캐내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이라면…….
그곳의 여자 대표를 덮치고 육노예로 만들어 버리겠지.

허나 안타깝게도 나는 실제 소설 속 주인공 ‘정기발’이 아니다.
그리고 주인공처럼 움직일 생각도 없다.

그렇다고 정의의 사도처럼 행동하느냐?

물론 그것도 아니다.

주인공처럼 비리를 묻고 본사 대표를 육노예로 삼을 생각도, 현실적으로 법률적인 문제로 넘어가서 길고 긴 법적 공방을 나눌 생각도 없다.
이 모든 전개가 소설 속에서는 수십 화, 거의 1년에 해당되는 내용들이었으니까.

소설의 1년은 간단하다.
아예 묘사 한 줄로 땡치는 것도 가능하니까.

문제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현실이라는 거지.

물론 나는 그런 수고를 감당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렇기에 여기서 소설 속 등장인물 중 한 명, 박소진이 등장한다.

그녀는 법적인 부분에서는 여러 인맥을 지니고 있었고, 실제로 소설  전개상으로도 연예계 관련 부분에서 이런저런 활약을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나는 그녀에게 적당히 일을 맡기고 연예계 쪽에서 일하면서 슬쩍 기분만 맛볼 생각이었다.

연예계 쪽이니 분명 예쁜 여자들도 많을 테고. 흠흠.

“네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의심스러운 부분이 몇 있더라.”

의심스러운 부분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소진이 말했다.
그녀가 가리키는 자료 중간 중간에는 빨간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었다.

“여기 봐봐. 작년과 올해 수익률이 현저히 차이가 나지? 딱히 사업상의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닌데 말이지.”
“항상 수익이 같을 순 없는  아닌가요?”
“물론 나도 연예계 쪽은 문외한이니 확실한 건 아니야. 검사 인맥 중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부탁해서 조금 더 조사를 해 봐야겠지. 하지만 내가 봐도 단순히 수익 차이라 하기에는 네가 보내준 장부와 공식적인 분기당 차이가 너무 커. 심지어 이런 분기당 수익률만 차이가 나는 게 아니야. 이 장부에 있는 수익들이 도대체 어디로 흐르는지가 불명확해. 이건 어디 페이퍼 컴퍼니 같은 거라도 운영하면서 몰래뒷돈 보내고 있다는 정황이 보여.”
“페이퍼 컴퍼니?”
“그냥 문서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 말하는 거야. 이 부분 말인데…….”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지을 때마다 소진이 적절하게 설명을 곁들여 준다.
입이 조금 험하다는 게 걸리적거리긴 하지만.

지하철에서 그 고생을 해가며 소진과 만난 보람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나는 아는 게 없는 일반인에 불과하다.
반면 최연소 변호사에 능력과 야망을 지닌 그녀는, 내가 슬 보낸 설정 속 정보들을 알아서 추합한 뒤 허점들을 단숨에 파악한 상태였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 그럴까, 먼치킨도 이런 먼치킨이 없네.

그렇게 나는 소진에게 피버 에이전트라는 회사의 상황에 대한 간략한 정보들을듣고 대충 머릿속에 쑤셔넣었다.

뭐, 간략하다고 해도 거의 한 시간은 설명을 들어야 했지만.

“후.”

모든 설명을 마친 소진이 의자에 몸을 푹 기댔다.
 봐도 피곤함이 얼굴에 쩔어 있는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이전의 생기 넘치는 모습과는 달리 소진의  밑에 작게 다크써클이 피어나 있다.
아마 어제 내가 말한 어마어마한 떡밥 덕분에 거의 잠도 못 자고 조사를 한 거겠지.
심지어 방금 전까지 일하다  거 같은 모양새고.

“야, 김현수.”

허나 그럼에도 소진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늘어진포즈와 달리 형형한 눈빛을 유지한  소진이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너 뭐야?”
“뭐가요?”
“시치미 떼지 마.”

모른 척 하는 내 태도에 소진이 미간을 팍 찌푸렸다.

“네가 보내준 그 장부. 그거 어떻게 얻은 건데. 이건 내부자가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정보라고.”
“어, 그거야 그냥 감으로…….”
“말이되는 소릴 해. 다시 말하지만 이런 내부자가 아니면 얻을  없는 정보야. 단순히 전문가라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란 얘기야.”
“음…….”
“솔직하게 불어. 여기까지 왔으면 어차피 공범인 거 알지?”

 말에는 나도 곤란한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사실대로 말한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선단 말이지.

만약사실대로 말한다고 쳐도 문제다.
지금 이 세상이 내가 알고 있던 야설 속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었고, 그걸로 설정을 끄집어내서 알게 된 정보라고 말한다면?

뭐…….
미친놈 취급이나 안 받으면 다행이겠지.

“그건 쉽게 말하기가 힘든데요.”
“호오, 변호사 앞에서 묵비권을 행사하시겠다?”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소진을 보며 나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왜 해명할 생각도 안 하고 설정부터 막 풀어서 보여준 거지?
바보인가 나는?

“……뭐, 좋아.”

묘한 눈초리로 나를 보던 소진이 돌연 씨익 웃었다.

“하긴, 네가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지금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은 눈앞에 있는 맛있는 먹잇감부터 어떻게 해체할지 고민해야  시점이니까.”
“그러면…….”
“너도 대답하기 곤란해 하는 것 같고 지금 당장은 넘어갈게.”

사안이 사안이라서일까.
다행히 내가 ‘피버 에이전트’의 비리 문제에 대해 알아낸 부분까지 지금 당장 캐낼 생각은 없는 듯했다.

후, 일단은 대충 넘어가는 건가…….

“하지만.”

허나 그것도 잠시.

안심하려는 찰나 소진의 얼굴이 내 쪽으로 확 다가왔다.
미친. 간 떨어질 뻔했네.

“상황이 정리되면.”

키스라도 할  가까이 있는 소진의 얼굴에서 콧김이 내 볼을 간지럽힌다.
심지어 테이블까지 넘기고 온 상태.

“저, 저기요. 여기 공공장소인데요?”
“그래서?”

내 말에 어쩌라는 듯 오히려  멱살을 가볍게 쥔다.
나는 그런 소진의 태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끌려갈 뿐이었다.

당연히 주변의 이목은 이미 우리에게 집중된 상태.

뭐, 이렇게 적극적인 것도 좋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공장소에서 이러는 건 조금 부담되는데.

“너 나한테 제대로 답변해야 될 거야.”

보아하니 이후에 제대로 변명거리를 생각해둘 필요가 있을 듯 싶다.
거칠게 바라보는 소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제가 답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요.”
“글쎄. 네가 그럴 여유가 있을까?”

거기까지 말한 소진이 킥 웃더니 잡고 있던 옷깃을 확 잡아당겼다.

설마 진짜 키스하려는 건가?
이런 장소에서? 그것도 이렇게 뜬금없이?

“읍!”

했다. 진짜로.

내가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소진의 입이 나를 덮쳤다.
순간적으로 혀가 들어오는 감각에 나는  소진의 몸을 떼어냈다.

아무리 그래도 카페에서 딥키스는 좀 아니지!

“푸핫!”

더 이상 이어지기 전에 서둘러 소진의 몸을 떼어냈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소진이 낄낄 웃는  보였다.

“미쳤어요?!”
“왜? 싫어?”
“아니, 갑자기 카페에서 이러면  되죠!”
“벌이야.”
“네?”
“연락   제대로 안 한 벌이라고.”

아니, 뭔데 진짜.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고, 대체.

설마 아까 전에 나한테 꼽 주던 게 이거 때문인가?

“……이, 일단 나갑시다.”

뭐, 그건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카페 내에서 느껴지는 시선 때문에 쪽팔려 죽겠으니까.

“큭큭,”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내 모습에 그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설마 이런 식으로 내게 치욕을 줄 줄이야…….

“그래. 나가야지.”
“계산은 제가 할 테니까 먼저 가시…….”
“무슨 소리야? 같이 갈 건데?”
“같이 가긴 어딜 가는데요. 집에  가요?”
“집?”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소진이 문득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나는 그런 소진의 행동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집이라면……. 여기 있는 이 아기집 말하는 건가?”
“…….”

뭐야 이 미친 섹드립은.

어느새 내 팔뚝을 강하게 붙든 소진의 가슴 감촉을 느끼며 나는 그녀와 카페를 나섰다.
목적지야 말할 것도 없겠지.

“그럼 가볼까?”

어느새 도착한 모텔 앞에서 소진이  팔을 이끌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픈 것을 참으며 그녀와 함께 모텔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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