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6. 양손에 꽃(15)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욕실 안.
우리는 거대한 욕조에 서로의 몸에 기댄 채 휴식을 취했다.
“후…….”
작게 숨을 내쉬니 아직도 내 몸은 팔팔하다는 듯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참 힘이넘치는 몸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불끈거리는 아랫도리를 느끼며 나는 양옆을 슥 살폈다.
“좋았어, 자기야…….”
왼쪽에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내 품에 쏙 안긴 거대한 가슴의 승화.
“와, 아직도 이렇게 커…….”
오른쪽에는 허리를 내 손에 감은 채 남은 한 손으로 조금씩 내 자지를 문대는 혜진.
보고만 있어도 절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캬, 이게 인생이지.
“좋다…….”
뜨뜻한 온수와 입욕제를 넣은 욕탕에서 미녀 두 사람을 끌어안은 채 중얼거린다.
욕조 너머 투명한 유리창으로 보이는 바깥은 이미 한밤중.
도심에서 이리저리 빛나는 불빛들이 마치 나를 축복해주기라도 하는 것 같다.
5성급 호텔 아니랄까봐전망도 어마어마하네.
“하아……. 나도 좋았어.”
“뭐, 나쁘진 않았지…….”
그런 내 중얼거림에 동조하듯 두 사람도 각자 감상을 내뱉었다.
과연 그 감탄이 나처럼 바깥의 불빛 때문인지, 방금 전까지 격렬히 나눈 사랑에 대한 감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흐으……. 아직도 아랫도리가 찌릿거려.”
아직도 내 것을 문대고 있는 혜진과는 달리, 이미 승화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포화상태인 듯했다.
몽롱한 눈빛을 한 채 승화가 입을 열었다.
“오늘 하루만 한 달 치 섹스는 한 거 같아…….”
“한 달? 그거밖에 안 해? 방금도 한 열 번 정도는 한 거 같은데?”
“나 그렇게 많이 안 해.”
“아, 그래?”
“……나 그렇게 싸 보여?”
내 물음에 승화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뭐, 솔직히 싸 보이기는 하는데…….
“지랄하네.”
답을 고민하는 사이 오른쪽에 있던 혜진이 피식 웃으며 내 목에 양손을 감았다.
아, 그래도 손으로는 계속 좀 해 주지.
“쟤 지금 내숭 부리는 거야, 순둥아.”
내 목덜미에 안긴 채 혜진이 귓가로 작게 중얼거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자 갈아치우는 년이라고. 한 달은 얼어죽을.”
“야, 다 들리거든?”
그 말에 발끈한 승화가 혜진을 찌릿 노려보았다.
어째 섹스를 한 뒤로의 승화는 이전의 능글거리던 것과 달리 묘하게 여유가 없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반면 혜진은 그런 승화를 갖고 놀 듯 편하게 상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애초에 내숭은 누가 부렸는데? 처음에 남자 관심 없다고 했던 게누군데?”
“이렇게 좋은 남자는 예외지. 그냥 지나가는 게 병신 아니야?”
“말 진짜 천박하게 하네…….”
“솔직한 거라고 해 줄래? 그리고 누구처럼 몸이 천박한 것보단 낫지. 안 그래, 순둥아?”
“자꾸 애인 행세 좀 하지 말라고!”
“애인 행세 한 적 없거든?”
“지금 하고 있잖아!”
나를 사이에 둔 채 어느새 물까지 튀기며 투닥거리는 두 사람.
얘네 둘은 단 한 순간이라도 안 싸울 수는 없는 걸까……?
“그만 싸워라, 좀.”
“꺅!”
“힉!”
양팔을 확 끌어안으며 가슴으로 손을 옮기자 두 사람이 각기 다른비명을 내질렀다.
그래, 니들은 싸우던가 말던가.
그러는 동안 나는 가슴이나 즐길란다.
“아흣…….”
“야, 너……. 으읏.”
왼쪽으로는 적당히 살집이 잡힌 승화의 물컹거리는 감촉이, 오른쪽으로는 아담하고 예쁜 모양을 지닌 혜진의감촉이 내 본능을 다시 한 번 부추겼다.
애절한 듯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승화와 묘하게 분한표정을 짓는 혜진을 보며 나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사이좋게 지내는 데는 섹스만한 게 없지.
“읏, 순둥이가 아니라 원숭이였잖……. 하읏!”
“좀 진정됐어?”
“그 반대라고, 멍청아…….”
내 말에 분한 듯 입술을 짓이기는 혜진.
하지만 얼굴에는 이미 욕망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있었다.
“하읏, 자, 자기야…….”
솔직하지 못한 혜진과는 반대로, 그런 내 손길을 즐기듯 더욱 몸을 밀착하는 승화.
뭐, 취향은 여전히 헤진 쪽이긴 하지만…….
솔직한 승화한테 다시 1점 추가다.
“또 할까?”
“응! 좋아!”
슬쩍 떠보는 말에도 기다렸다는 듯 승화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우리 둘을 번갈아 보며 혜진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희는 진짜…….”
“왜? 혜진이 넌 싫어?”
“으, 딱히 싫다는 게 아니라…….”
“싫으면 승화랑만 하고.”
“큭……!”
승화랑 달리 혜진이는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
미처 입을 열지 못하는 혜진을 보며 나는 능청스레 승화의 가슴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크, 이 말랑거리는 감촉은 아무리 만져도 안 질리네.
“아흣!”
“이이……. 야!”
부들부들 몸을 떨며 그 모습을 보던 혜진이 빽 소리쳤다.
그런 혜진을 향해 다시 잔망스럽게 피식 웃어줬다.
“왜? 네가 싫대서 얘랑 하려는 거……. 읍!”
그런 내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더 듣기 싫다는 듯 혜진이 자신의 입으로 내 입을 강제로 막아버렸으니까.
"하읍……. 으응……."
거리낄 것 없다는 듯 격정적으로 내 혀를 탐하는 혜진.
짐승처럼 나를 탐하는 그녀의 눈빛에는 왠지 모를 승부욕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거 놀리는 맛이 있네.
그렇게 길지 않은 키스가 끝난 뒤.
“……후우.”
입술을 떼고 말없이 노려보는 혜진의 얼굴이 수치심에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런 혜진을향해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뭐야? 싫었던 거 아니었어?”
“……싫다고는 안 했거든.”
툴툴거리며 고개를 돌리는 혜진을 보고 있자니 절로 입가에 아빠미소가 지어졌다.
크, 이게 말로만 듣던 츤데레인가.
그런데 정조역전에서 츤데레면 원래는 재수없는 남자 같은 느낌이려나?
“나, 나도 해 줘…….”
곧이어 바다뱀이라도 된 것 마냥 승화가 전신을 이용해 내 몸을 휘감았다.
그 잠깐을 못 기다리네.
"순둥아아……."
물론 그 와중에 가만히 앉아만 있을 혜진도 아니다.
“나부터 만져줄 거지……?”
“아앙, 나부터어…….”
앙탈을 부리는 내 전신에 착 달라붙는 두 사람.
크으, 입꼬리 단속하다가 안면마비 걸리겠네.
“그래, 그래.”
나는 그런두 사람을 향해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흐아앙!”
“흐읏!”
다시금 들려오는 두 여인의 음탕한 신음 소리.
욕실의 수증기가 더욱 짙어지는 것과 함께, 우리는 또 한 번 열락의 밤으로 빠져들었다.
***
그렇게 모든 정사를 마친 뒤.
시각은 새벽 4시.
샤워를 끝내고 내 곁에서 잠든 두 사람을 뒤로 한 채, 나는 호텔 베란다로 나와 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래도 두 명이랑 하는 건 아무리 나라도 지치네…….
“후우.”
서늘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나는 멍하니 도심 아래를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불이 꺼진 도심은 전과는 달리 고요하다.
마치 지금 내 자식마냥.
조금만 야한 생각을 해도 끓어오르던 내 자식은, 거의 모든 힘을 쏟고 하얗게불타버린 상태였다.
“이 정도까지 하면 나도 안 서는구나…….”
13번.
오늘 내가 정액을 싼 횟수다.
고혜진과 하면서 9번, 임승화와 하면서 4번.
거의 반쯤 장난식으로 셌던 최다슬과는 달리 이번에는 확실히 횟수를 머릿속으로 기록해두고 있었다.
진지하게한다면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궁금했으니까.
“변강쇠도 이거보단 덜하겠다.”
아니, 뭐 소설 주인공 능력까지 계승한 거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긴 하다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과하지 않나?
심지어 단순히 소설 속 세상인 것도 아니고, 나름 현실과 융합한 세상인데.
“후우…….”
서늘하게 부는 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 내 신체에 대한 걱정 때문일까.
괜히 팔뚝에 소름이 쭉 돋는다.
‘확실히 정상은 아니지.’
괜한 걱정에 불안감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웬만큼 정력이 강하다고 해도 하룻밤에 두 여자와, 그것도 수 시간 동안 13번을 내리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었다.
심지어 평소에도 종종 다른 섹파들과 섹스를 하는 몸이지 않은가.
차라리 그냥 소설 속 세상이었으면 이런 생각을 굳이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곳은 현실이기도 하지 않은가.
자칭 ‘작가’인 그가 보내준 쪽지 속 설정에 따르면 이 세계는 그의 ‘소설’이면서도 내 ‘현실’을 반영한 꿈의 세계라고 했다.
방대한 설정까지 본 나로서는 그런 작가의 설명을 철석같이 믿고 이곳이 최고의 세상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은 현실인 법.
가상인 소설과 실제인 현실의 규칙이 똑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러한 괴리감이 이후 어떤 균열을 일으킬지는 그 작가라는 양반조차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가 나에게 보여주었던 수 메가바이트의 설정도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방대한 자료라 해도 결국 현실을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가 진짜 신이 아닌 ‘작가’인 이상, 분명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설정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고 이 세상에서 별 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언젠가 이 세상과 소설 속 설정이 어긋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
그런 불안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물론 이게 단순히 기우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난간에 기댄 채로 푹 한숨을 쉬었다.
“뭐해?”
그렇게 캄캄한 도심을 보며 중얼거리는 사이, 문득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가운을 입은 혜진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안 잤어?”
“너 일어나는 거 보고 깼어. 한 대 피고 싶기도 하고.”
그리 말한 혜진이 한 손에 든 담배 한 까치를 살살 흔들었다.
으, 전역한 뒤로 끊었는데 저거 보니까 또 마렵네.
딸깍.
손에 든 라이터 뚜컹을 여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두컴컴한 밤 한가운데에서 하얗게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후우…….”
아니, 뭘 저렇게 맛깔나게 펴.
이건 뭐 고문이 따로 없네.
나는 전라를 제대로 가리지도 않고 가운만 걸친 그녀의 아랫도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입고 안 추워?”
아무리 밤이라고는 하지만 누가 볼지도 모르는데 별로 부끄럽지도 않은 걸까.
내 물음에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여름인데 춥긴. 그보다 현수 넌 안 자?”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그래?”
말없이 날 보던 혜진이 베란다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멍하니 담배를 피는 혜진을 보던 나도 다시 별 생각 없이 도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순둥이.”
다시 나를 부르는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혜진이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너랑 자면서 생각을 좀 해 봤는데 말이야.”
“무슨 생각?”
“너에 대해서 말이야.”
“나에 대해서?”
“그……. 진지한 얘기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어.”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네 정력 말이야.”
그 말에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설마 방금 전 생각한 위화감을 바로 짚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솔직히 나도 남자랑 몇 번 자 보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너 정도면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보통 한두 번 정도 싸면 지쳐서 나가떨어진단 말이야.”
“…….”
역시 벌써부터 이런 괴리감이 생겨나는 건가.
하긴 나조차도 이렇게 이상하다 여겼는데 같이 잠자리를 한 그녀가 이런 위화감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었다.
임승화야 조금 둔한 편인 거 같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래서 말인데.”
테이블에 놓인 재떨이에 담배를 툭툭 털며 혜진이 말했다.
“한 번 검사를 받아보는 건 어때?”
“검사?”
“내 작은 아버지가 의사거든. 그리고 나도 마침 그쪽 방면에 관심이 있어서 말이야.”
“엥? 무슨 소리야 그건?”
“나도 나름 의사 지망이거든.”
“어?”
“이래봬도 의대 나왔어.”
“……백수라며?”
“응. 졸업하고 노는 중이니까.”
“…….”
금수저인데 머리까지 좋다고……?
억울해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억울해지려고 하네…….
황당한 표정을 짓는 날 보며 혜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너 같은 몸을 보니까 쉽사리 두고 있을 수가 없겠더라.”
“흥미로운 실험체를 한 번 확인해보고 싶다는 거야?”
“실험체라고까진 안 했는데. 그래도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
거 참 솔직하기도 하셔라.
후,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혜진이 말을 이었다.
“물론 나도 나지만, 큰아버지한테 검사 한 번 받는 것도 좋을 거야. 마침 비뇨기과 운영하시거든.”
“그런 건 괜히 아는 사람보단 내가 알아서 검사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작은 아버지가 그쪽으로 꽤 권위자거든.”
“……그래?”
“네가 생각해도 네 정력이 정상은 아니잖아. 어차피 검사 받을 거면 제대로 받는 게 낫지.”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제안에 나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제안이긴 하다.
제대로 검증받은 사람에게 검사를 받는다면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기에도 좋을 테고.
다만 진짜 인간 모르모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좀 무섭단 말이지.
헐크와 같은 지금의 내 몸 상태는 이 세상의 의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세기의 발견일 테니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여나 조사한답시고 거시기를 자른다고 한다든가 하는 날에는…….
“…….”
어후, 상상만 해도 불알이 쪼그라드네.
“일단 말해두는데.”
그런 내 심정을 깨닫기라도 한 마냥 혜진이 서둘러 말을 이었다.
“딱히 네 몸 상태가 궁금하단이유만으로 이런 말 하는 건 아니야.”
“그러면?”
“그 왜……. 떡정도 정이라고 하잖아?”
“엥? 갑자기 뭔 소리야?”
“……그러니까 나름 걱정해서 한 말이라고, 멍청아.”
그리 말하고는 고개를 홱 돌리는 혜진.
자세히보니 귀가 살짝 새빨개진 게 방금 한 말이 민망했던 모양이다.
흠, 기색을 보아하니 진짜 호의로 한 말인 거 같긴 한데.
‘하지만 일단 얘가 뭐하는 애인지도 알아야 하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는 노릇.
현재의 몸 상태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혜진이라는 인물이 신뢰할 수있는 인물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러니…….
일단은 슬쩍 발만 걸치는 걸로 할까.
나는 머뭇거리는 혜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나중에 한 번 얘기하자.”
“진짜?”
“그래.”
“아, 그러면 일단…….”
담배를 털어낸 뒤 혜진이 날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던 혜진이 가운 주머니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뭔데?
“뭐긴, 번호 달라고.”
“아.”
와, 엄청 자연스럽게 번호 유도하네.
설마 이게 본 목적이었던 건 아니겠지?
덜덜덜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밀고 있지만 핸드폰을 내밀고 있는 혜진의 발이 초조하게 떨리는게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그리 말하며 나는 내밀었던 핸드폰을 받고 번호를 찍어 돌려주었다.
내가 돌려준 순간 차가웠던 척 하던 혜진의 표정이 아주 잠시나마 안도감으로 물드는 게 보였다.
“어, 그럼……. 통화 해 놨으니까 나중에 번호 확인하고.”
“알았어. 나중에 찬찬히 얘기해 보자.”
“……그냥 심심할 때 연락해도 되는데.”
“어?”
“나, 나 추우니까 들어간다.”
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으며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는 혜진.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그제서야 참았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뭐…….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