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6. 양손에 꽃(8) (51/152)



〈 51화 〉6. 양손에 꽃(8)

그렇게 일촉즉발의 상황을 겨우 정리한 뒤.

나는 현재 두 사람과 함께 전의 테이블로 가 있었다.

“…….”
“술 좀 마셔 오빠. 남는  술이야.”

팔짱을 낀  뚱한 표정으로 무대만 바라보고 있는 고혜진.
그리고 그 옆에서 분위기 파악을  생각도 없이 자꾸 내게 술을 권하는 임승화.

나는 그런 두 사람 사이에  채 쓴웃음을 지었다.

‘분위기 살벌하네.’

딱 봐도 누가 데려갈지 눈치 보는 느낌이잖아, 이거.

사실 나로서는 테이블에 와서 대화를 나누면 좀 더 원활하게 끝맺지 않을까 하는 계산도있었기에 여기로 온 것이었다.
애초에 내가 원한  둘 이상의 여자와 갖는 잠자리였으니까.

허나 그런 내 기대와 달리 혜진은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최다슬 얘는 어디로 간 거야.’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다슬에게 톡을 보낸 지 15분 째.
허나 톡방에는 다슬이 확인하지 않았다는 표시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무대를 살펴도 도저히 다슬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직접 무대에서 다슬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이대로 내가 없어졌다가는 아예 판 자체가 엎어져 버릴 테니까.

‘이래서야 계획이 틀어지는데.’

클럽에 오기 전에 다슬과는 미리 얘기를  두었다.
다슬과 내가 여친 관계인 척 하고, 앞서 말한 소X넷 초대남 마냥 여자 한 명을 살살 꼬신 뒤, 다슬을 포함해 3p를 즐기는 것이 오늘의 목적이었다.

허나 현재 다슬과 세운 계획과는 많이 틀어진 상황.
거기에 이렇게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계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쩌지, 이거.
“후우…….”

나는 오지 않는 톡을 보며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모습을 본 승화가  어깨를  쳤다.

“누구 연락 기다리나 봐, 오빠?”
“아뇨, 뭐……. 그리고 누가 오빠입니까?”
“그야 말 놓으래도 계속 존댓말 하니까 그러지.”
“저희 동갑인데요?”
“아저씨나 삼촌이라 부르면 너무 딱딱하잖아. 누구누구 씨라고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그건  무슨 기준입니까?”
“당연히 내 기준이지. 정 불편하면 오빠부터 편하게 승화라고 불러~.”
“그건……. 생각해 보고요.”

넉살 좋게 말하는 승화의 제안에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승화와의 관계는 쌓을 예정이 아닌지라, 굳이 그녀의 말을 따르기에는  찝찝한 감이 있었다.
혜진 같은 경우야 다슬과 3p로 할 계획이었기에 고분고분 따랐을 뿐이고.

“이야, 역시 혜진이가 찜한 남자다운데? 콧대가 높아.”

낄낄 웃는 승화의 말에 옆에 있던 혜진의 미간이 한층  찌푸려졌다.
그런 혜진의 태도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인지 승화는 잔에 든 술을 들더니 호탕하게 비워냈다.

“크으.”

탕.

빈 잔을 테이블에 호탕하게 내려친 승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와 혜진이 그런 승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케이. 결정했다.”

박수를 한 번 짝 친 승화가 나와 혜진의 손목을 잡았다.
이제 아주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고 다 하네.

“뭐야?”
“가자.”
“가자니, 어딜 갑니까?”
“어디긴? 모텔이지.”

너무도 당당하게 말하는 승화의 말에 나는 입을 헤 벌리고, 혜진의 경멸어린 표정은 한층 더 강렬해졌다.
싸늘하게 바라보는 혜진의 모습에도 승화는 말없이 어깨를 으쓱였다.

“…….”

그런 승화를 혜진이 노려보길 수 초.
주변에 고막을 강타하는 EDM이 울리는 것과 달리, 나는 순간적으로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참지 못했는지 혜진이 입을 열었다.

“너……. 취했냐?”
“안 취했는데?”
“제정신인 년이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왜 말이 안 돼?”
“미친년…….”

완전히 스팀이 오른 혜진과 그런 혜진을 보며 능글맞게 말을 이어가는 승화.
나는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여전히 침묵을 고수했다.

솔직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단 말이지…….

“지금 셋이서 모텔을 가자고?”
“어.”
“너 진짜 돌았어?”
“너 어차피 이 오빠랑 사귀는 거 아니잖아.”
“그게 뭐?”
“그런데 왜 그렇게 뿔이 나 있냐? 어차피 즐길 거면 나도 같이 즐기자는 건데 뭘 그렇게 딱딱하게 굴어?”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안 될 게 뭐가 있어?”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나도 생각에 빠졌다.

‘최다슬 얘도 어차피 안 보이고.’

현재 작전을 세운 다슬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
그리고 내가 원래 목표로 한 것은  여자와 잠자리를 갖는 것.

그렇다면…….

‘여기서는 승화의 손을 들어줄 필요가 있을지도.’

어차피 이대로는 어차피 죽도 밥도 안 된다.

 번이나 연락을 했는데 안 받았으니, 나도  도리는 다 했다.
그렇다고 이 어둡고 정신없는 클럽 안에서 다슬을 찾는  더욱 말이 안 되는 일이고.

‘기왕이면 승화보다는 다슬이 포함해서 3p를 즐기고 싶었지만…….’

이렇게  이상 어쩔 수 없지.

꿩 대신 닭이라고 여기서는 승화를 데리고 가는 수밖에.

물론 그러려면 혜진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허나 어지간히도 승화가 끼어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헤진은 화장실에서부터 내내 저기압을 유지하고 있었다.

“백 보 양보해서 네 말대로 한다고 쳐,”

내가 그리 생각하는 사이 혜진이 싸늘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순둥이가 퍽도 좋아하겠다?”
“말 한 번 잘했네. 그러면 한 번 물어보면 되잖아.”
“뭐?”
“저기, 오빠.”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마침내 내게로 화살이 날아왔다.
승화가 나를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어때?”
“뭐가요?”
“그쪽은 우리 둘 중에 누가 더 마음에 들어?”
“네?”
“나는 이렇게 셋이서 가는 것도 괜찮은데.”

거기까지 말한 승화가 빙긋 웃더니 슬쩍 가슴골을 보였다.
흠, 저렇게 보니 키는 작아도 가슴은 꽤 큰 거 같은데.

나는 옆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혜진의 모습을 살폈다.

‘뭐, 가슴을 제외해도 혜진 쪽이  마음에 들지만…….’

사실 가슴이 작은 걸 빼면 얼굴이나 키나 혜진이 내 스타일이다.
허나 여기서 순순히 누가 마음에 드는지 대답하는 것은 하책이다.

그렇다면.

“뭐,  둘 다 마음에 들긴 해요.”

 대답에 두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둘  멍하니 나 보지만 말고 뭐라고  좀 해.
그렇게 벙 찌면 말한 나도 민망하잖아.

“와우.”

또 다시 이어지는 침묵을 깬 것은 승화였다.

“설마 진짜 괜찮다고 할 줄은 몰랐는데.”

놀랍다는 듯이 날 보는 승화를 보며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 어때요.”

뭐, 애초에 나도 그럴 생각이었으니까 말이지.

놀란 표정의 승화를 뒤로 한  나는 한   혜진의 눈치를 살폈다.

“너, 너…….”

혜진은 그런  대답에 말문이 막힌 채 더듬거리고 있었다.
설마 내가 이렇게 대답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하긴, 아무리 정조역전세계라 해도 어떤 미친놈이 대놓고 3p를 하겠다고 말하겠는가.
심지어 대놓고 돌림빵을 하겠다는 건데 말이다.
사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임승화가 한 제안이 미친 게 맞긴 했다.

물론 나에게는 완전히 땡큐지만.

“어차피 원나잇 상대로 물어본 거 아니에요?”

미처 말을 잇지 못하는 혜진을 보며 나는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그런 의미라면 난  다 좋은데요.”
“너……. 진심이야?”
“응? 아, 응. 난 괜찮은데.”
“…….”

내 대답에 혜진이 충격을 받은듯 멍하니 날 바라보았다.
할 말을 잃은 혜진과 달리 옆에 있던 승화는 낄낄 웃으며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 순둥이.”

한참을 멍하니 있던 혜진이겨우 말문을 열었다.
어쩐지 처음보다 묘하게 더 싸늘해진 표정으로 혜진이 말을 이었다.

“너 그 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후회?”
“진짜 둘 다 감당할 자신 있냐고.”

매섭게 날 노려보는 혜진의 눈길이 따갑다.
아마도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 가는 중이겠지.

하지만 이미 승부를 보기로 한 이상 나도 여기서 물러날 생각은 없다.

“당연하지.”
“……좋아.”

 대답에 혜진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

아까의 경멸과는 한층 차원이 다른 표정.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는 완전한 무표정으로, 그녀는 가만히 날 응시하고 있었다.

와, 이건 진짜 지리겠네.

“임승화.”

한동안 날 보던 혜진이 승화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 어?”

잔뜩 날이 선 혜진의 앞에서 승화도 미처 장난을 치지 못하고 대답했다.
당황한 승화를 향해 혜진이 말했다.

“생각이 바뀌었어.”

그리 말한 혜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도 따라와.”
“어, 어어.”

그런 혜진의 태도에 지금껏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던 승화마저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 번 내게로 시선을 던진 혜진이 날 보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호언장담했으니…….”

사람 목소리마저 묻힐 정도로 시끄러운 클럽 속.

허나 별달리 크게 말하지도 않는 혜진의 말이 그토록 잘 들릴 수가 없었다.

“어디 한  두고 보자고.”

으음…….
이거 괜히 내가 잘못 건드린  아니겠지?

***

어찌저찌 우여곡절을 겪은 후 나는 두 사람과 함께 호텔로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근방에서 가장 잘 나가는 5성급 호텔.
내가 상하차 알바를 해도 하룻밤을 지낼 수 없는, 그런 수준의 호텔이었다.

널찍하고 비까번쩍한 로비를 보며 나는 절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허…….”

살면서 내가 이런 곳을 다 오다니.
돈도 많으니 하룻밤도 이런데서 보낼 수 있다 이건가.

부럽다, 금수저!

‘나는 상하차 쉽게 한다고 희희낙락하고 있는데…….’

누구는 일 하나 안 하고도 이런 호텔에 별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인생인데, 누군 몸만 믿고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생이라니.
정조역전 세상으로 와서 처음으로 인생이 무상함을 느낀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이런 걸 두고 하는 건가.’

뭐, 사실 내가 이런 말 하는 게 배부른 소리란 건 아는데 말이지…….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럽다고!

“네가 끼어든 거니까 네가 계산해라.”
“아, 옙. 여기 세 명이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카드를 꺼낸 승화가 척척 계산을 했다.

사실 중간에 더치로 할까 했는데 가격 보니까 도저히  말이  밖으로 안 나오더라.
하룻밤 묵는 걸로 내 일주일  알바비가 훅 나가 버리니까.

뭐,  양심 없단 생각은 들지만…….
어차피  다 돈은 썩어 넘치는 거 같으니 괜찮겠지……?

그렇게 계산을 끝내고 방으로 가는 사이.

나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폰을 만지작거렸다.

‘얘는 결국 끝까지 톡도 안 보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다슬과 함께 하는 3p는 끝난 셈이긴 하다.
그래도 막상 두고 온 거 같아서 영 찝찝한 것도 사실.

뭐,  꼴 보아하니 좋다고 놀고 있을  같긴 하지만.

“뭘 그렇게 봐?”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이동하는 사이 내 어깨에 턱을 걸치며 승화가 물었다.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승화의 태도에 나는 서둘러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여친?”
“아니, 뭐…….”
“뭐야, 설마 여친도 있어?”
“여친 아니야.”

참고로 여기까지 오면서 결국 승화와도 말을 놓게 되었다.
혜진한테는 반말로 하고 동갑인 승화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도 그림이 이상하니까.

“그냥 같이  친구가 있어서.”
“남자?”
“뭐,여자긴 한데…….”
“허얼~.”

 말에 승화가 놀랍다는 듯 입을 모았다.

“여자랑 클럽 놀러 왔는데 잠은 우리랑 자는 거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네.”
“이야, 이거 감동인데?”

그리 말한 승화가 자신의 입술을 할짝 핥았다.

“오늘 제대로 가게  줘야겠는걸.”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올리는 승화를 보며 나는 웃음보가 터지려는 것을  참았다.

제대로 가게 해 주기는 무슨.
오히려 네 몸이나 걱정해야 될 건데.

그렇게 코웃음 치고픈 것을 참으며 나는  사람과 함께 방에 도착했다.

벌컥.

무심한 얼굴로 문을 열고는 말도 없이 슥 들어가는 혜진.
반면에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뒤따르는 승화.

그런 두 사람을 따라 나도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

 안을 보자마자 절로 감탄사가 새어나왔다.
누가 5성급 호텔에 아니랄까봐 내부는 그에 걸맞는 비까번쩍한 모습이었다.
깔끔한 건 물론이고, 넓이만 해도 거의 우리집 열 배는 될 거 같다.

“뭔 놈의 샹들리에가…….”
“이런 데 처음 오나 보네?”

멍하니 내가 방 안의 시설을 구경하는  보며 능글맞게 웃는 승화.
말없이 앞서고 있던 혜진도 날 보며 피식 웃음을 흘리는  보였다.

 참, 사람 민망하게…….

나는 니들과 달리 흙수저라고!

“그럼 나 먼저 씻는다?”

그러는 사이 승화가 가운을 들고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마치 자기 집 안방마냥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역시 금수저들은 이런 호텔도 자주 와서  아는 건가…….

“야.”

그 순간 나를 부르는혜진의 목소리.
고개를 돌린 내 시야로 혜진의불쾌한 표정이 보였다.

“너 걸레야?”

오…….
너무 직설적인데…….

하긴, 혜진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와 할 시간을 승화에게 방해받고, 심지어 내가 그걸 용납한 상황이니까.

아니,그래도 대놓고 걸레냐고 대놓고 핀잔을 주면…….
막상 듣는 걸레도  기분이 그렇단 말이지…….

‘이걸 뭐 어떻게 풀어줘야 되나.’

잔뜩 성이 난 혜진을 보며 난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혜진이재차 물었다.

“대답해. 걸레냐고.”
“음, 글쎄…….”

두리뭉술하게 대답하며 나는 해결책을 생각했다.

‘뭐, 이럴 땐 역시 그거밖에 없지.’

생각을 마친 나는 혜진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팔짱을 낀 채 노려보는 혜진을 향해 나는 그대로 입술을 박았다.

“읍!”

뭐, 결국 이쪽 세계 기준으로 치면 결국 이 방법이 최선이지.
어차피 속은 원래 세계 남자와 다를 바가 없으니까.

“너, 너……. 우읍!”

갑자기 키스를 해오는 혜진이 내 몸을 밀쳐내려 했다.
물론 여자인 그녀의 힘이 내 보정 받은 육체에 저항하는 건 불가능할 뿐.

한껏 튕기는 혜진의 뒷통수를 잡은 채 나는 혀를 집어넣었다.

“하읍, 으응!”

눈을 꽉 감은 채 흘러들어오는 내 혀를 거부하는 혜진.
허나 그것도 잠시.

나를 밀어내려는 힘이 살짝 약해지면서 그녀는 조금씩 내 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츄릅……. 으응…….”

내 혀에서 나오는 타액을 맛보는 혜진의 눈이 한층 풀려간다.
그런 그녀와 완전히 몸을 밀착한 채 나는 한층 더 그녀의 입 안을 유린했다.

보드카로 인해 알싸한 알코올 향이 서로의 입 안으로 번져갔다.

점차 저항하던 혜진의 팔힘이 완전히 없어지는 게 느껴지면서 나는 슬그머니 입술을 뗐다.

“푸하아!”

입술을 떼자 정신을 차린 혜진이 황당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갑자기 뭐 하는……!”
“걸레라는  부정 안 하겠는데.”

그런 혜진을 향해 나는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래.
따지고 보면 나는 이 세계 기준으로 걸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싫어?”

하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

내가 걸레든 아니든 간에.
어차피 지금의 너는 날 거부하지 못할 거 아닌가.

“……하.”

걸레라는 말을 스스로 너무도 당당하게 선언했기 때문일까.
도리어 어쩔 거냐고 묻는 내 말에 혜진이 당황한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왜, 싫어?”
“그 반대지.”

내가 태연히 대꾸하자 혜진이 내 뒷통수를  낚아챘다.

“이런 것도 신선해서 나쁘진 않네.”

그대로 내 이마를 맞댄 채.
그녀가 무시무시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어디 끝까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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