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6. 양손에 꽃(6)
벽에 몰린 내 몸을 꽉 눌러대는 혜진.
그러고는 잡아먹을 듯 입 안을 유린했다.
“츄릅─.”
혀의 부드러운 감촉과는 달리 움직임은 거칠기 그지없다.
양 팔을 꽉 붙잡힌 채 나를 탐하는 혜진을 보고 있자니, 마치 호랑이 앞의 소동물이 된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애초에 쉽사리 움직일 수도 없었지만.
그도 그럴 것이, 변기가 있는 문짝 너머에서 신나게 방아를 찧는 소리가 들려왔으니 말이다.
“하악, 으윽…….”
“앙, 좋아! 하아앙!”
교접을 이루며 울려 펴지는 야한 여성과 가냘픈 남성의 목소리.
그런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괜히 방해하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속해서 쿵덕거리 걸 보아하니 나와 혜진이 온 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하읍……. 으응…….”
허나 그 와중에도 혜진은 마치 들리지도 않는 것처럼 열심히 내 혀를 탐했다.
아니, 아무리 문란하게 노는 클럽이라지만 보통 화장실에선 안 하지 않나?
여기 대체 뭐 하는 곳이야?
“후우…….”
한참 동안 정열적으로 키스를 하던 혜진이 드디어 입술을 떼고 나를 바라보았다.
“후, 오랜만에 남자 맛보는 것도 나쁘진 않네.”
만족스러운 눈빛을 띄는 혜진을 보며 나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어, 저기요……?"
"후후. 왜? 막상 하려니까 당황스러운가 봐? 의외로 귀여운 면도 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서 하게?"
아무리 그래도 클럽 화장실에서 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은데.
허나 혜진은 내 말에도 여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경 쓰여?”
그야 당연히 신경 쓰이지!
그렇게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꾹 참았다.
괜히 섹스에 여념이 없는 얼굴 모를 두 남녀에게 들키고 싶진 않았으니까.
“난 여기도 괜찮은데?”
그런 내 바람을 부수듯 대놓고 혜진은 목소리도 줄이지 않고 태연히 말하고 있었다.
아니, 들킨다고 좀!
“야, 목소리 좀 줄여.”
조용히 하라는 내 제스처에 혜진의 입가에 진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당황한 내 모습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이.
곧 죽어도 작게 말할 생각은 없다 이거네.
“생각보다 담이 작네.”
혜진이 바깥으로 향하는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차피 잘 안 들려. 워낙 시끄러우니까.”
그야 그렇긴 하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바로 옆에서 섹스하는 중인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들키는 건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뭣보다 애초에 이런 상황이 비정상정인 거라고 생각은 안 하냐고.
“하앙!”
그 와중에도 옆 커플은 아주 자기들 안방마냥 연신 야릇한 신음을 내뿜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뭔데.’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내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가뜩이나 첫 클럽이라 어지러운데.
클럽 화장실 변기칸에서 이름 모를 연인이 대놓고 섹스 삼매경이고, 눈앞에는 오늘 처음 만난 여자가 수음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니?
물론 주화연과도 화장실에서 그 짓을 했던 경험이 있긴 하다.
하지만 걔야 소설 속 등장인물 중 한 명인 걸 알고 있었으니 나도 대담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던 것 뿐.
아무리 정조가 바뀌었다고 해도 기본적인 상식은 그대로일 텐데, 도대체 왜 이런 야동에서 나올 짓거리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거냐고?
“흐음. 진짜 당황했나 보네.”
황당하게 있는 날 보며 혜진이 씩 웃었다.
“설마 여기까지 와서 그만둘 셈이야? 먼저 유혹한 건 너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는 좀…….”
“저쪽도 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그건 쟤들이 이상한 거라니까.
허나 그리 말할 틈도 없었다.
“억.”
“호오…….”
예고도 없이 혜진이 내 고간 쪽으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혜진이 부풀어 오른 내 바지를 주물럭거리며 감탄했다.
“생각보다 큰데.”
얘는 아예 말할 틈도 안 주네.
작게 감탄사를 흘리며 혜진이 바지 너머로 내 것을 슥슥 문질렀다.
점차 아래쪽으로 피가 쏠리는 느낌과 함께, 가뜩이나 발기했던 자지가 한층 더 위용을 뽐내기 시작했다.
쑥쑥 자라는 내 자지 사이즈를 확인한 혜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 더 커지네?”
“잠깐…….”
내 제지에도 불구하고 혜진이 내 트레이닝복 바지를 확 내렸다.
심지어 입고 있던 팬티까지 함께.
스륵.
옷이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천쪼가리에 가려져 있던 자지가 벌떡 솟아올랐다.
으, 이런 곳에서 노출하는 취미는 없는데.
“……이렇게 큰 건 처음 봐.”
멍하니 내 것을 보며 혜진이 신기한 듯 중얼거렸다.
허나 그것도 잠시.
“뭐, 나야 크면 좋지만.”
씨익 웃은 혜진이 발기된 내 자지를 탁 잡고는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아앙!”
그러는 와중 옆 칸에서는 여전히 섹스 삼매경.
아까는 그래도 신음 소리를 조금 참는 기색이라도 있었건만, 이제는 아예 숨길 생각도 전혀 없는 거 같다.
“아으윽…….”
“앗, 흣! 하앙! 어때? 좋아?”
“그, 그런 거 묻지 마요……. 으으윽!”
“쌀 거 같아? 좋아, 맘껏 싸 줘! 안에 뜨거운 거 마음껏 내 줘!”
무슨 야동에서도 안 할 법한 대사를 하네…….
뭔가 이 세계 여자들은 남자가 질 내에 사정을 하는 것을 일종의 명예로 여기는 것 같다.
도대체 그 놈의 사정이 뭐라고 저렇게 환장하는 거지?
'내가 남자를 싸게 했다!' 같은 느낌인가?
“하으읍…….”
딴 생각을 하는 사이 단조롭기만 하던 혜진의 손놀림이 한층 바뀌기 시작했다.
내게 확 접근한 혜진이 다시 한 번 키스를 시도했다.
“후읏.”
주물럭주물럭.
달콤한 신음소리와 함께 한 손으로 내 고간을 만지는 혜진의 손길.
단단한 아래쪽을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는가 하면, 갑자기 민감한 끝 부분을 절묘하게 문지른다.
그러는 와중에도 긴 손톱이 전혀 닿는 느낌이 없다.
“큭……!”
그 세심한 움직임에 절로 내 입에서도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오, 목소리 너무 크게 내면 안 되는…….
“읍!”
“츄릅, 하읍…….”
딴 생각을 할 틈도 없이 혜진의 혀도 열심히 음란하게 내 것을 취했다.
급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은 혀 놀림.
차분한 듯 하면서도 맛볼 것은 다 봐야겠다는 듯, 그녀의 혀가 구석구석 내 입 안을 침투했다.
“후앗, 흐읍…….”
잠시 숨을 가다듬으며 입술을 떼는 듯하다가도 다시 한 번 내 입을 탐하는 그녀.
취기는 진작에 가셨지만 다른 의미로 몽롱하게 취해가는 기분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푸하아.”
“큭!”
내가 딱 싸기 직전에 손놀림도 멈춘 혜진.
곧이어 입술을 뗀 혜진이 날 보며 작게 눈웃음을 쳤다.
“아직 안 되지.”
그리 말한 혜진이 침 범벅이 된 입술을 거칠게 슥 닦앗다.
뚝.
서로의 타액이 섞인 투명한 침이 그녀의 손을 따라 떨어지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어쩐지 머릿속으로 발정기 온 짐승이 연상됐다.
“어떡할래?”
남은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탐스러운 입술을 열며 말하는 그녀.
싸기 직전에 손으로 하던 것을 멈춘 만큼, 아마도 내가 허락하리라 생각한 듯했다.
하지만 나도 당하고만 있진 않지.
“아니.”
기대어린 그녀의 시선을 보면서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는 안 돼.”
아쉽게도 내 성벽중에 노출증 같은 성벽은 없다.
기왕 할 거면 푹신한 침대나 뜨뜻한 욕탕에서 당사자들끼리 즐기는 게 훨씬 좋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런 장소에서 섹스까지 가다니, 아직 원래 세계의 도덕관념에 얽매인 나로서는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이런 내 생각을 이 세계의 여자들이 알 바가 아니라는 거.
하물며 상당히 기가 세 보이는 이 고혜진이라는 더더욱.
“흐음……. 어차피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내가 신경이 쓰인다고, 좀!
허나 그리 말하려던 나는 이번에도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나, 나와요……!”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칸 너머에서 마지막이라는 듯 입을 여는 남성의 목소리.
그리고 그와 함께 남녀가 함께 여성의 기쁜 신음이 울려퍼졌다.
“좋아, 싸 줘! 내 안에 가득!”
“크으윽!”
“하아아앙!”
뷰릇!
찌이익!
신음과 함께 각종 애액이 나오는 소리에 나는 입을 헤 벌린 채 그 광경을 상상하고야 말았다.
허, 진짜 여기서 끝까지 하네.
아무리 역전된 세상이라곤 해도 너무 막가는 가 아냐?
어이없어하는 내 표정을 보며 혜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봐봐. 어차피 여긴 그런 클럽이거든.”
“화장실에서 섹스하는 게 보통인 클럽이라고요?”
“뭐야, 진짜 모르고 있었어?"
그야 알고 온 거긴 하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고!
“언제는 선수처럼 굴더니만.”
가만히 있는 내 모습에서 짧게나마 내 생각을 읽어낸 것일까.
혜진이 그런 나를 보며 이젠 숨기지도 않고 실망스런 기색을 내비쳤다.
“좀 더 패기 있는 남자인 줄 알았더니. 딱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네.”
글쎄…….
이런 상황이면 이 세계의 여자도 보통은 쫄지 않을까…….
“뭐, 나도 억지로 할 생각은 없으니까.”
거기까지 말한 혜진이 미련 없다는 듯 몸을 홱 돌렸다.
덩그러니 바지를 벗고 풀발기한 내 것을 내버려둔 채로.
와, 진짜 고단수가 따로 없네.
‘자기도 참고 있으면서.’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혜진이 하는 대사들은 일종의 도발에 가깝다는 것을.
테이블에서 키스를 나눴을 때, 내 것을 만지며 내 기색을 살폈을 때, 그리고 가슴을 만질 때.
그 순간 혜진의 눈동자에 번들거리던 정욕을 지금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허나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음에도, 현재 혜진은 안 해도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즉, 지금 내게 보이는 저 태도는 연기.
허나 지금의 나로서는 알면서도 속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왜냐?
그야 뭐…….
솔직히 나도 슬슬 한계거든.
“그냥 술이나 마셔야겠…….”
“잠깐.”
나는 발걸음을 옮기려는 혜진의 어깨를 확 붙잡아 세웠다.
억지로 그녀의 몸을 돌린 나는 그녀의 아랫도리에 손을 내밀었다.
“흣!”
살짝 두꺼운 청바지 너머로 만졌음에도 불구하고 혜진이 작게 소리를 내질렀다.
살짝만 문질렀을 뿐임에도 청바지 너머가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적시고 있으면서 허세는.
“하읍!”
그녀의 표정을 확인할 새도 없이 곧바로 입술을 부딪혔다.
다소 여유가 있던 혜진의 혀놀림과 달리 내 혀는 가차없이 그녀의 입 안을 유린했다.
"후후."
짐승처럼 달려드는 내 모습에 놀란 표정이던 혜진의 표정이 점차 미소를 띄우기 시작했다.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악동 같은 웃음.
“재밌네……. 하읍…….”
내 목을 껴안은 채 그녀는 기꺼이 내 혀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어쩐다.
나도 여기까지 온 이상 키스로 만족 못하겠는데.
키스를 하면서 나는 그녀의 청바지를 벗겼다.
“하읍……. 흐읍?!”
순간 당황한 기색의 혜진을 무시한 채 바지를 내리는 데 열중했다.
곧이어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리자 손길 너머로 축축한 팬티가 느껴졌다.
끈적거리는 그녀의 혀를 탐하면서 나는 팬티 아래로 과감하게 손을 집어넣었다.
“으읍!”
그러자 미소를 짓고 있던 혜진의 표정도 조금씩 달라졌다.
여유가 가득하던 혜진의 표정에서도 점차 느끼는 표정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읍! 으으읍!”
당황한 듯 눈을 치켜뜨는 혜진을 보며 나는 아래쪽 그녀의 질 내로 손가락을 잔망스럽게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찔걱.
"흣……!"
내 손놀림에 혜진이 자신의 가랑이를 스스로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래쪽에 감각을 집중한 터라 혀 주도권은 내가 가져갈 수 있었다.
확실히 느끼는 표정을 짓는 혜진을 보며 나는 그제서야 입을 뗐다.
“푸하아!”
입을 뗀 혜진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허나 그것도 잠시일 뿐.
“후후.”
드디어 내가 넘어왔다고 생각한 것일까.
승리의 미소를 지은 혜진이 날 보며 입을 열었다.
“왜 그래? 여기서는 못 하겠다면서?”
“…….”
솔직히 그 말에는 한 번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내 도덕관념은 이 세계의 기준에 휩쓸린 게 아니니까.
심지어 이 세계 기준으로도 지금 상황은 정상적이라 하기 힘들다.
하지만 말이지…….
이렇게까지 유혹을 해오는데 버텨내는 남자는 없다고!
적어도 내 세상에서는!
“생각이 바뀌었어.”
“그래?”
내 말에 혜진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매섭게 웃는 표정 그대로 혜진이 내 허리를 붙잡고 나를 이끌기 시작했다.
“뭐야?”
“우리 순둥이께서 부끄러움이 많은 것 같아서 말이야.”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혜진이 내 몸을 어딘가로 이끌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녀가 하려는 행동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변기칸에 니를 이끈 혜진이 문을 닫고는 걸쇠를 잠궜다.
탁.
“자. 이러면 좀 덜 부끄럽지?”
걸쇠가 닫히기 무섭게 나를 변기에 앉히고 내려다보는 혜진.
장난스레 말하는 말투와 달리 눈빛은 사납기 그지없었다.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
괜히 비꼬듯이 말하자 킥킥 웃는 혜진.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반쯤 벗겨진 자신의 청바지를 확 내리기 시작했다.
“그럼.”
곧이어 팬티마저 벗은 혜진의 아랫도리로 애액이 뚝 뚝 떨어지는 게 보였다.
마치 자랑하듯 양 다리를 벌린 채 혜진이 자신의 질을 내 얼굴 쪽으로 들이댔다.
“빨아.”
“뭐?”
“빨라고.”
거부권은 없다는 듯 명령조의 말하는 혜진.
“아니면 그냥 갈까?”
차가운 미소와 함께 내려다보는 혜진을 보며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 표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될까…….
기대감? 정복욕?
먹이를 노리는 짐승도 표정이 있다면 딱 저런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뭐, 보빨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일단 기분에 맞춰줄까.'
다리를 벌린 그녀의 허벅지를 양손으로 붙잡고 나는 고개를 가까이 댔다.
츄르르릅!
“하아아……!”
클리토리스를 핥는 것과 함께 혜진의 만족스러운 신음소리가 내 귓가로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