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3. 모델, 아이돌, 연예인(9)
다행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다슬의 긴장했던 모습은 많이 사라진 상태.
이후로 나는 다슬과 즐거운 섹스 타임을 가지리라 여겼다.
그리 생각했는데…….
“앙, 오빠앗! 아흥! 좋아앗!”
“헉, 헉…….”
“하아앙!”
한동안 부끄러워하는 모습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여자가 주화연보다 더한 음란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설마 주화연보다 더한 여자가 이 세계에 존재할 줄이야…….
“꺄항!”
어느덧 내 위에 올라탄 채 쾌락어린 신음을 내뱉는 다슬.
목소리가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 마냥 해맑았다.
이미 사정 횟수만 해도 5번.
당연히 다슬이 가버린 횟수는 내 배는 넘어선다.
그럼에도 전혀 지치지않았는지, 다슬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아예 내가 가는 타이밍에 맞춰 자신의 절정 타이밍을 맞추고 있었다.
“큭!”
전립선 끝이 부르르 떨리는 감각.
불알을 텅 비울 기세로 다슬의질이 내 자지를 꽉 붙잡는다.
“하읏, 저도, 슬스을……!”
절정에 오르기 직전, 사정에 맞춰 다슬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흐아아앙!”
뷰르르릇!
얼마 남지 않은 기력마저 쥐어짜내는 아찔한 감각.
한껏 욕망을 배출한 다슬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내 가슴에 털썩 몸을 뉘였다.
기분 좋은 무게감을 느끼면서 나도 몸을대자로 쭉 뻗었다.
“하아…….”
얼마나 짜낸 건지 고간이 느낌이 이상해질 지경인데…….
심지어 거의 연속으로 해댔으니…….
그런데도아직 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게 무섭다.
대체 어떻게 된 몸뚱아리지……?
“후후.”
그 와중에도 내 젖꼭지를 살살 만지작거리는 다슬.
이 요망한 게 진짜.
“크윽……!”
“아, 좋다아……. 우리 조금만 쉴래요, 오빠?”
“이, 일단 손부터 떼고 말해……!”
“헤헤.”
내 말에 그제서야 손을 떼며 씩 웃는 다슬.
그렇게 서로 말 없이 1분 정도 멍하니 있을 즈음.
내 품에 안겨 있던 다슬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오빠 진짜 대단하다.”
“뭐가?”
“설마 하루에 두 번 이상 할 수 있는 남자가 한국에 있을 거라고는생각도 못 했거든. 오빠 덕분에 오늘 원 없이 하네.”
그래, 넌 여자니까 횟수에 제한이 없겠지. 체력이 받쳐주는 한은 말이다.
하지만 남자는 체력이 다가 아니란 말이다!
허나 그리 말할 정도의 힘도 지금의 내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작게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릴 뿐.
“그래, 알았으니까 좀만 더 쉬자…….”
“어?”
“그 의외라는 듯 보는 건 뭐야……. 우리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
아무리 내 육체가 달라졌다고 해도 그렇지.
이 이 이상은 한계다.
나는 다슬에게 애원하듯이 말했다.
“이젠 잘 서지도 않는다고……. 여기까지 하자…….”
”과연 그럴까요?”
지친 기색의 날 보며 다슬의 입가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거 뭔가 불길한데.
“잠깐만 기다려 봐요.”
날 보며 씨익 웃은 다슬이 내 뒤쪽으로 움직였다.
그런 다슬을 보며 내가 뭐라 입을 열려는 순간.
“지금 뭐 하려는……. 아흑!”
뭐, 뭐야?!
뒤쪽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 새된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아니, 짜릿하다고 해야 될까 뭐라 해야 될까…….
처음 느껴보는 묘한 감각이었다.
거, 거긴 안 돼!
“야, 잠깐! 크으윽!”
내 경고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을 꾹꾹 눌러대는 다슬.
그 서늘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몸을 비틀었다.
그런 내 반응이 재밌어 보였던 것일까.
“킥킥.”
장난꾸러기처럼 웃은 다슬이 날 잡아먹을 듯이 바라보았다.
“오빠도 귀여운 소리 낼 줄 아네?”
“아윽, 야, 잠깐만……!”
“싫.어.”
“흐아악!”
그렇게 지옥인지 천국인지 모를 시간이 지나가고.
“거 봐.”
내 반응을 모두 즐긴 다슬이 내 아랫도리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언제 시들었냐는 듯 콘돔을 뚫을 듯한 기세로 팽팽해진 자지가 있었다.
하, 이젠 절대 안 설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또 선다니까.”
“그거 다신 하지 마라, 진짜…….”
“아무튼 꼬추는 섰으니까 된 거 아니에요?”
“…….”
내가 얘 두 번 다시 술 먹이나 봐라.
내 품에 안긴 채 오금 사이로 귀두를 살살 문지르는 다슬.
스륵, 벗겨나간 콘돔이 침대보를 질퍽하게 어지럽혔다.
“그럼 손으로 해줄게요.”
곧이어 다슬이 다시 커진 내 것을 손으로 살살문지르기 시작했다.
“아윽……!”
“오, 이 정도면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자, 잠깐만……. 나 이제 아프다고!”
“그러면 딱 한 번만 더 해요. 네?”
“아니…….”
“아, 오빠아. 제발.”
살살 내 앞으로 다가온 다슬이 나를 바라보았다.
하, 진짜…….
제발 그렇게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지 말아줘…….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한 번만 더 할 거야. 그 이상은 나도 무리니까.”
그래, 이렇게 된 거 어디 한 번 해 보자고.
마침 나도 이 몸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참이니까.
내 말에 다슬이 해냈다는 듯 주먹을 꽉 쥐며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아싸아! 우리 오빠 멋쟁이!”
“네가 먼저 뻗나 내가 먼저 뻗나 어디 한 번 해 보자.”
“오올. 지금 그 말 후회 안 해요?”
“……지금 너 표정 보니까 그냥 무르고 싶은데. 안 되냐?”
“절대 안 되죠!”
사악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핥는 다슬의 모습.
그런 미소를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저건……. 그거다.
완전히 나를 오나홀로 쓰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미소다.
그것을 보며 나는 직감했다.
이 밤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역시 괜히 한다고 했을지도…….’
말하기 무섭게 후회하던 것도 잠시.
곧이어 무참하게 그녀의 안으로 내 자지가 박혀 들어갔다.
“아아앙!”
미소마저 지으며 허리를 흔드는 다슬.
그런 다슬을 보며 나는 그저 기도했다.
작가님 님, 미라로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디 복상사 결말로 끝내지는 말아 주십시오.
“하앗, 좋아앗!”
“크윽!”
“오빠, 더어! 더 세게엣!”
역시 그냥 안 한다고 할 걸.
허나 후회해도 이미 늦은 상황.
나는 음마 마냥 몸을 움직이는 다슬의 행위에 무참하게 휩쓸려갈 뿐이었다.
아마 이 밤이 끝날 때까지 계속.
***
정신을 차리니 창문 너머로 어슴푸레 빛이 새어나오는 게 보였다.
아침이 왔다는 뜻.
아무튼 이 말인 즉슨, 이 쾌락지옥이 끝이 났음을 의미했다.
‘언제 잠들었지?’
멍한 기분을 뒤로 한 채 나는 옆에 누워있는 다슬을 바라보았다.
내 품에 안긴 채, 이보다 없을 만큼 행복한 표정으로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다슬의 모습이보였다.
뭐, 즐겼으면 됐지.
‘몇 번이나 한 거야, 대체…….’
한밤중의 정사를 떠올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리했다면 두 자릿수도 채웠을지도.’
하지만 즐겨야 하는 섹스가 괴롭다면 의미가없는 노릇.
결국 나는 아쉬워하는 다슬을 외면하고 그대로 기절하다시피 잠들었다.
거기까지가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으응…….”
멍하니 있는 사이 슬그머니 눈을 뜬 다슬이 날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다슬이 살풋 웃었다.
“잘 잤어요, 오빠……?”
“그래. 씻고 나가자.”
“벌써요……?”
“벌써는 무슨. 밖에 해 뜬 거 안 보여?”
“진짜네…….”
“멍 때리지 말고 빨리 정신 차려. 나부터 씻고 올게.”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다슬을 뒤로 한 채 나는 재빨리 침대를 빠져나왔다.
뭐, 사실 도망쳤다고 보는 게 맞겠지.
지금 상태에서 다슬의 나체를 본다면, 또 다시 욕정에 못 이겨서 덮쳐버릴 거 같았으니까.
그렇게 전광석화로 샤워를 마친 뒤.
“다 씻었어.”
“아, 네.”
곧이어 다슬도 빠르게 샤워를 끝내고, 우리는 빠르게 몸을 단장한 뒤 숙소를 나섰다.
짹짹─
아직은 약간 서늘한 공기 속.
숙소를 나선 밖은, 이미 해가 한창 뜨고 있는 모습이었다.
“죽겠다…….”
축 쳐진 신체를 느끼며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 머리 아파.
그런 반면 다슬은 숙취도 없는지 한껏 밝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으으응……! 상쾌해!”
“너 뭐CF찍냐.”
그보다 왜 여자들은 섹스하고 다음날이 되면 피부가 더 좋아지는 걸까.
나는 반들반들 빛나는다슬의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시발……. 누구는 힘들어 뒤질 지경인데.”
“와, 오빠 욕하는 거 처음 본다.”
“나도 살다 살다 너 같은 변태는 처음 본다.”
“오빠가 그런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야, 나라고 해도 너처럼 그렇게 하진 않아.”
이게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어이없어 바라보는 내 시선에 다슬이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나랑 하는 게 싫었던 거?”
장난이 가득 베어난 말투.
허나 나는 그런 그녀의 말투에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여기는 정조역전세계고, 끼를 부리는 건 보통 여자가 아닌 남자다.
반면 지금 다슬의 모습은 원래 세계의 여자와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인싸라 그런 건가……?’
원래 세계였다면 저런 다슬의 모습도 그다지 특이할 것 없는 장난에 불과했을 터.
허나 이 세계에서 저런 섹드립을 여자가 먼저 친다는 건 굉장히 특이한 경우라 할 수 있었다.
하긴, 단순히 넉살이 좋으니 저런 장난도 치는 거겠지.
물론 넉살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잘 파악하는 다슬의 성격도 한 몫 할 테지만.
이렇게 보여도 얘도 아무 생각 없이막 내뱉는 게 아닐 심산이 컸다.
즉, 지금의 나에게는 섹드립을 쳐도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리라.
“혹시……. 난 그냥 오빠의 노리개였던 거야?”
내 어이없어하는 표정에 다슬이 한층 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런 다슬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장난치지 마라. 나 진짜 힘들어 뒤지겠어.”
“에이, 재미없어.”
흥미를 잃고 고개를 돌리는 다슬을 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긴 소매의 흰 셔츠와 청색 숏 팬츠, 거기에 황갈색 스니커즈를 신은 다슬의 모습의 캐주얼한 모습은 어젯밤의 요부라고는 떠올릴 수 없는 귀여운 모습이었다.
‘확실히 키는 150도 겨우 넘겠네…….’
문득 어젯밤 다슬이 왜 그런얘기를 했는지 조금은 알 거 같기도 하다.
이래서 남자들한테 그런 취급을 받았단 얘기를 한 건가.
‘그래도 애 취급 받을 정도까진 아닌 거 같은데.’
주화연보다는 못하다고 해도, 다슬도 충분히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훌륭한 몸매와 비율을 지닌 소유자다.
심지어 밤의 그 난리를 친 나로서는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단 말이지.
여기 세계 남자들은 다 불감증이라도 걸린 건지, 아니면 단순히 다슬이 만난 남자들이 다 눈이 삔 건지…….
“왜요?”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며 다슬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 옷에 뭐 묻었나? 뭘 그렇게 쳐다보시지?”
“그냥 신기해서 쳐다봤다.”
“뭐가요?”
“나는 이렇게 힘든데 넌 멀쩡해 보여서.”
나조차도 밤에 있었던 격렬한 정사 때문에 온 몸이 쑤실 지경이건만.
심지어 이 보정된 육체를 가지고도 말이지.
솔직히 나는 이래가지고 오늘 알바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거든.
‘진짜 알바 어떡하냐.’
하,생각하니까 우울하네.
숙취 때문에 머리도 지끈거리는데.
“이거 알바 하다 쓰러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아, 그 피팅 모델?”
중얼거리는 내 말에 다슬이 관심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어제 술 마시면서 연예인 쪽 관련 일 한다고 하니까 엄청 궁금해 했었지.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그거 오늘이에요? 언제 가는데?”
“한 시간도 안 남았어. 집에 좀 있다가 출발해야지.”
“그런데 그거 뭐 그냥 서 있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지금 나 그냥 서 있는 걸로도 후들거리는 거 안 보이냐?”
“걱정 마요. 오빠만 후들거리는 거 아니니까.”
“……어디가?”
완전 멀쩡해 보이는데 뭐가 후들거린다는 거야.
내 물음에 다슬이 발칙한 표정으로 나를 흘겨보았다.
“음……. 오빠를 향한 내 마음?”
그러니까 몸은 나랑 달리 아직도 팔팔하다 이 말이군.
기가 막혀 바라보는 내모습에 다슬이 검지를 흔들며 쯧쯧 혀를 찼다.
“아직 멀었네, 오빠도.”
“딱히 그 경지까지 가고 싶은 건 아닌데…….”
“에이, 그러면 안 되지. 더 하고 싶었는데 오빠가 하도 그래서 포기한 거잖아요. 기억 안 나요?”
“야, 너도 진짜……. 어지간히도 밝힌다.”
“오빠만 하겠어요? 뒤쪽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아주 벌떡 세우고 난리도 아니더만.”
“아니, 야! 그건 자극이 세니까 저절로 그렇게 되는……!”
“아, 예에. 어련하시겠어요.”
어휴, 진짜 얄미워 죽겠네.
여동생 마냥 한 대 쥐어박을 수도 없고.
“나중에 일 잘 풀리면 저도 소개 좀 시켜 줘요. 연예인들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아니, 나도 이제 두 번째 가는 건데 무슨…….”
“그러니까 잘 풀리면 해 달라는 거지.”
거기까지 말한 다슬이 몸을 빙글 돌리고는 손을 흔들었다.
“그럼 전 가볼게요. 집에 가서 해장술이나 마셔야징.”
“…….”
와, 나 해장술 먹는다는 사람 처음 봐.
도대체 저렇게 잘 먹는 여자가 왜 키는 저 모양일까.
거기다 저 몸매를 유지하는 건 도대체…….
“아, 오빠.”
불가해한 다슬의 신진대사에 의문을 가지는 사이 갑자기 다슬이 총총걸음으로 다시 내 쪽으로 다가왔다.
한 뼘 거리까지 가까워진 다슬이 내 쪽으로 얼굴을 들이댔다.
뭐야, 또 뭐 하려는…….
쪽.
“헤헤.”
기습적으로 뽀뽀를 하고는 작게 웃는 다슬.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얼굴에는 작게 홍조가 피어나 있었다.
멍하니 있는 날 보던 다슬이 곧이어 휙 떨어지고는 다시 손을 흔들었다.
“나중에 다시 연락 주기! 오케이?”
“오, 오케이…….”
“꼭이에요!”
몇 번 손을 흔들고는 그제서야 자리를 뜨는 다슬.
나는 떠나가는 다슬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태도를 보아하니 화연보다는 지금의 내 성격을 훨씬 더 스무스하게 받아들일 거 같긴 한데.
뭐, 아직은 어떻게될진 모르겠다만.
“……알아서 하겠지.”
솔직히 피곤하니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
아, 몰라.
우선은 일이다, 일…….
멀어지는 다슬을 보던 나는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