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3. 모델, 아이돌, 연예인(7)
아랫도리로 줄줄 흐르는 애액.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찔걱거리는 소리.
쾌락을 참지 못하고 내뱉는 애절한 신음.
엄청난 쾌락 속에서 다슬은 눈앞의 사내, 현수의 등을 꼭 안고 서 있었다.
“하앗, 아흑, 흐읏, 으응……!”
여기서 쓰러지면 안 돼. 헐떡이면서도 다슬은 오로지 그 생각만으로 버티고 서 있었다.
허나생각만 할 뿐 할 수 있는 행동은 전무.
너무도 강한 쾌락에 다슬은 그만두라는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버, 버텨야 해…….’
아무리 그래도 벌써 가버릴 수는 없다. 여자가 돼서, 그것도 1분도 채 안 돼서 가버린다니,
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자.
계속해서 밀려오는 쾌락 속,
현재 다슬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모든 걸 포기하고 주저앉을 것만 같았으니까.
“오, 오빠아……! 흐아앙!”
“왜? 더 세게 해 줄까?”
“아흑! 그, 그게 아니라! 하앙!”
간절하게 외치는 다슬의 말을 오해한 현수의 손놀림이 점차 더 격렬해졌다.
결국 다슬이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흐아앙!”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게 느껴진다.
다슬은 마지막 발버둥으로 현수를 끌어안은 양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로 쓰러질 것 같았으니까.
그녀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어떻게든 쥐어짜내 입을 열었다.
“잠깐, 하악, 오빠, 하으읏……!”
허나 신음소리에 파묻힌 그녀의 말은 현수에게 제대로 된 의도를 전해주지 못했다.
쾌락에 파묻힌 목소리에 도리어 그가 더 흥분할 거리를 부여할 뿐.
‘가, 가고 싶어……. 하지만…….’
기분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걸 놓아버리고 이대로 가버리고 싶다.
하지만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응, 하앗, 아아앙! 흐아아앙!”
입을 열 틈조차 주지 않고 들어오는 사내의 손가락 속에서 자신은 그저 쾌락에 흐느낄 뿐.
몽롱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다슬이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 일 분. 일 분만 더…….’
그러나 그런 다슬의 다짐이 무색하게.
스퍼트를 내듯 현수의 손가락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아앙! 아, 안 돼앳!”
‘제발, 여기서 분수라도 뿜는다면……!’
다슬이 두 살 연상의 오빠, 현수를 간절히 바라보았다.
겨우 현수의 귀에 다가간 다슬이 어떻게든 쥐어짜내 입을 열었다.
“오, 오빠아앗! 머, 멈추……! 하앗!”
제발 멈춰 달라고.
여기서 가버릴 수는 없다고.
그러나 그리 말하려던 다슬의 노력이 무색하게, 곧이어 몸속에서 참을 수 없는 쾌락이 덮쳐오기 시작했다.
“아흐읏, 하앗, 하앗, 아, 안 돼……! 으하앙, 앗, 흐아아아아아아앙!”
푸슛, 푸슈슛!
결국 참지 못한 다슬의 아랫도리에서 애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하아, 하아…….”
후들거리던 다리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신체가 허물어진다.
털썩 쓰러진 다슬은 멍한 기분으로 슬쩍 아랫도리를 바라보았다.
주르륵.
바닥에 주저앉은 자신의 아랫도리에서는 아직도 애액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아아…….”
숨을 몰아쉬며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것도 잠시, 아찔한 감각이 점차 사라지고 그 빈자리로 수치심이 들어찼다.
정신을 차린 다슬이 고개를 푹 숙였다.
‘쪼, 족팔려…….’
아마 얼굴도 새빨개져 있겠지. 그 정도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미 얼굴에서 열이 잔뜩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가, 가버렸어…….’
사내, 현수가 만진 시간은 고작해야 30여 초.
허나 그것만으로도 결국 자신은 참지 못하고 성대하게 가버리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그리 생각하자 다슬은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너무 빨리 가버렸다고……. 그것도 남자 앞에서…….’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남자와 자본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그 때는 거의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이 남자를 리드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여자란 원래밝히는 생물이고, 반대로 남자는 숨기려는 생물이니까.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얼굴을 못 들겠어…….’
설마 이렇게 빠르게 가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눈앞의 남자는 자신이 생각해오던 보통의 남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대체 뭐야, 이 오빠는……?’
원망, 수치심, 약간의 분노.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하찮게 느껴질 쾌락이었다.
현수라는 남자는 자신을 고작 30초만에 무너뜨려 버렸다.
살면서, 심지어 자위를 하면서도 한 번도 이렇게 빨리 간 적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먼저 자신의 것을 만져주는 남자는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을 너무도사랑스럽게 쓰다듬어주지 않았는가.
‘기분이야 좋았어, 하지만 단순힌 느껴서 좋은 게 아니라…….’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자신이야 사랑을 주는 것만 알았지, 정작 받는 기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금껏 몰랐던 그것을 이 남자는 깨우쳐 줬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게 이토록 행복한 기분일 줄은.
‘이렇게 느낀 적은 처음이야…….’
이 남자는 무언가 다르다.
다른 남자들과는 확실히 뭔가 다르다.
‘이건 역시…….’
거기까지 생각한 다슬은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또 다시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 먼저 가버려서 느끼는 부끄러움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속이 간질간질한…….
하지만 그다지 나쁘지 않은 기분이라 해야 될까.
다슬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알 거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다시 한 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애, 애초에 오빠가 나쁜 거야! 남자가 저렇게 밝히니까……. 그, 그래!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더 깊게 생각하면 안 돼,
그리 생각하며 다슬은 별 의미 없는 책임전가로 현실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허나 언제까지고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 자신의 앞에는, 자신을 이토록 부끄럽게 만들어버리는 남자가 있었으니까.
“괜찮아?”
목소리에 슬며시 겨우 고개를 든다.
고개를 든 자신의 눈앞에는 걱정스런 기색으로 살피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허나 그것도 잠시.
“엄청 빨리 갔네.”
멋들어진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의 모습.
그런 현수의 모습을 보며 다슬은 당장이라도 쥐구멍으로들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좋았어?”
여전히 잘생겨 보이는 얼굴이긴 한데…….
심지어 이렇게 부끄러운 상황인데…….
어째서 저 장난스런 미소마저 좋아 보이는 걸까?
“으으…….”
다시 얼굴이 빨개지는 느낌과 함께다슬은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
처음에는 뭔가 잘못된 줄 알았다.
심지어 119를 불러야 되는 건 아닐까 고민했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게 쓰러진 다슬이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으니까.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달아오른 몸을 억누른 채 나는 그런 다슬을 침대에 눕혔다.
다행히 어디 아프거나 다친 건 아닌 듯했다.
뭐, 다치진 않았다는 건 다행이긴 한데…….
“괜찮아요…….”
어째 아까랑 분위기가 너무 달라져 있단 말이지.
고개를 홱 돌리는 다슬의 모습은 내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방금 전까지 보여준 다슬의 장난스러웠던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심지어 말까지 더듬고 있고.
180도 달라진 다슬의 모습에 내가 의구심을 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얘 진짜 괜찮은 거 맞나?
어디 머리라도 부딪힌 건 아니겠지?
“그런데 왜 아까부터 얼굴을 못 마주쳐? 진짜 아픈 거 아니지?”
“아니라니까요……!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뭔데?”
“으으으……!”
재차 묻는 내 반응에 다슬이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나를 노려보던 다슬이 한숨을 쉬듯 대답했다.
“말……. 안 할 거예요.”
“그냥 기분 좋았다고 하면 되지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냐?”
“그, 그거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고요!”
“왜 화를 내고 그래.”
빽 소리를 지르는 다슬을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갑자기 이렇게 성격이 확 바뀌니까 좀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건지 말을 해줘야 알지.
내가 무슨 독심술사도 아니고.
내가 답답해하는 사이 다슬이 슬그머니 내 눈치를 살피는 게 보였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다슬이 마침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게……. 그, 오빠가 그랬잖아요…….”
“내가 뭘?”
“빠, 빨리 갔다고…….”
“응?”
“아, 진짜!”
결국 다슬이 참지 못하고 이불에서 홱 뛰쳐나왔다.
상반신을 일으킨 다슬의 가슴이 작게 흔들리는 게 보였다.
이를 악 물며 날 보던 다슬이 소리쳤다.
“부, 부, 부끄러워서 그런 거라구요!”
“어……? 뭐가?”
“제, 제가 너무 빨리 가버리니까! 남자 앞에서 창피하게……!”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뭔 소리야, 남자 앞에서 간 게 부끄러웠다고?
아니, 지금까지는 괜찮던 얘가 갑자기?
심지어 그 앞에서 서로 물고 빨고 다 한 주제에?
이해하지 못한 내 모습에 다슬이 답답하다는 듯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그런 거라고요! 그, 그렇게 빨리 가버리면 가오가 안 산다고 해야 되나…….”
“……그런 거야?”
“당연히……!”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려던 다슬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인 뒤 중얼거린다.
“……부끄럽다고요. 여자라면 누구라도 그래요.”
가오, 가오라.
아, 그거구만.
단어를 곰곰이 생각한 나는 다슬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원래 세계에서도 남자가 너무 빨리 싸면 좀그렇지…….’
조루라던가, 혹은 지루.
그와 비슷한 것이 이 세계 여자들의 의식 속에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원래 세계에서도 조루나 지루 모두 심리적인 부분이 상당수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이 세계의 여자들도 그것과 비슷한 것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겠지.
물론 여자는 언제든지 할 수 있는 만큼 지루나 조루라 해도 남자보다는 훨씬 유리하겠지만.
아무튼 그리 생각하니 다슬이 지금 저렇게 확 태도가 바뀐 것도 대충 이해가 된다.
제대로 본방도 가기 전에 성대하게 가버렸으니 어지간히도 민망했던 거겠지.
“심지어 빨리 갔다던가, 그런 말까지 들으면서 웃으니까…….”
“그, 그랬구나. 미안.”
나는 여전히 흥분한 채 말을 이어가는 다슬을 향해 사과했다.
확실히 원래 세계의 감각대로라면 지금 다슬에게 한 행동은 세심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
정조역전세계라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구나.
내 사과에 다슬이 한숨을 푹 쉬었다.
“휴……. 아니에요. 저도 좀 흥분해서 그런 거니까……. 오히려 소리 지른 제가 죄송하죠.”
“괜찮아. 오히려 나는 기분이 좋은데?”
“네?”
“그야 내 손이 그만큼 기분이 좋았다는 거잖아?”
여기서는 조금이라도 자존심을 세워주는 쪽으로 가자.
격려라도 해줄 심정으로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너무 부끄러워 안 해도 돼. 내 손기술이 그만큼 좋았다는 거기도 하고. 정말로 신경 안 써.”
“……정말이죠?”
“뭐, 내가 너무 세심하게 못 대해준 건 좀 마음에 걸리네. 앞으로는 신경 좀 쓸게.”
“…….”
내 대답에 다슬이 입을 꾹 다물었다.
잠시 가만히 있던 다슬이 진이라도 빠진 듯 다시 이불 속으로 꾸물꾸물 들어가는 게 보였다.
나는 그런 다슬을 보며 간신히 웃고 싶은 것을 참았다.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막 할 것처럼 하더니.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네.
“……워요.”
“어? 뭐라고?”
방금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간 다슬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붉어진 얼굴로 날 응시하던 그녀가 작게 입을 열었다.
“고, 고맙다고요.”
……뭐야 이거.
갑자기 너무 귀여워지니까 적응 안 되잖아.
새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는 다슬을 보며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그러면 이제 계속해도 될까?”
일단 고작 두 번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단 말이지.
화제를 전환하자 다슬도 그제서야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그런데 너 계속 할 수 있겠냐? 아까랑 분위기 너무 달라졌는데.”
“하는 건 문제 없어요. 그냥 부끄러울 뿐이지…….”
“괜찮아. 평소처럼 해도 돼.”
“……그럴 수 있다고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요.”
“하긴 그것도 그러네.”
뭐, 하다 보면 또 이전처럼 장난도 치고 할수 있겠지.
더 이상 신경 쓰면 가뜩이나 부끄러워하는 다슬에게도 미안한 짓이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다시 원래대로 가는 거다.
적당히 분위기를 잡은 다시 나는 그녀의 아랫도리를 쓰다듬었다.
“하읏…….”
정리라도 한 건지 털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매끈한 둔덕.
방금 전 사건이 무색하게 다시 아랫도리에서 애액이 푹 젖어 새어나온다.
부끄러운 척 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느꼈던 모양이다.
‘이 정도라면 더 애무할 필요도 없겠지.’
정조역전세계라 굳이 애무로 달아오르게 할 필요가 없다는 건 참 편한 부분이다.
나는 부끄러워하는 다슬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로 넣어도 되겠지?”
“아, 네…….”
“오케이.”
그녀의 허락과 함께 나는 내 것을 그대로 집어넣었다.
“흐아아아아아앙!”
지금까지와 다른 목소리로 다슬이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지금껏 들어본 다슬의 목소리 중에서 가장 큰 목소리였다.
“…….”
아니, 설마…….
넣은 것만으로 또 가버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