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3. 모델, 아이돌, 연예인(4) (18/152)



〈 18화 〉3. 모델, 아이돌, 연예인(4)

“응하앗.”

들뜬 숨결과함께 느껴지는 달콤한 과일 향기.
알코올 특유의 약품 냄새도 섞여 있다.

3차로 간간 곳이 칵테일 바였으니 과일 향은 거기서 나온 것이리라.

“으응, 츄웁…….”

끈적한 다슬의 혀가 능숙하게  입 안을 리드해가기 시작했다.
소극적인 내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슬의 혀놀림이 점차 적극적이다 못해 저돌적으로 변해갔다.

‘어쩐다.’

끈적하게 섞이는 타액을 맛보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미 내 자지는 본능대로 행하길 원하는 듯 불끈 선 상태.
허나 머리로는 그녀를 건드려야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다슬은 한껏 취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아닌가.

‘……굳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으려나.’

허나 마음  편으로는 굳이 피해야 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지금 이 세계는 정조 관념이 뒤바뀐 세계.
원래 세계라면 첫 만남부터 이런 접근을 하는 여자의 의도를 의심했을 테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런 의심을 할 필요가 없다.
굳이 남자인 내가 계산적인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세계인 것이다.

즉 지금 상황을 원래 세계 기준으로 따져보면…….
남자가 여자를 덮친 격이라 할 수 있겠지.

‘간도 크네.’

여전히 내 혀를 탐하는 다슬을 보며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참고로 이 세계에서 성별간의 육체적 능력은 원래 세계와 똑같이 적용된다.
그렇기에 남성에 대한 여성의 강간이라는 것 자체가 거의 성립이 되지 않는다.
여자가 발정이 나서 남자를 덮친다고 해 봐야, 결국에는 타고난 힘의 차이로 억누르는  가능했으니까.

그렇기에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성 주도의 강간 범죄는 거의 100퍼센트 도구를 이용해서 이루어진다.

물론 남자가 여성을 범하는, 이 세계 기준으로는 역강간이 되는 범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건 진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여기 남자 새끼들은 진짜 거세라도 한 거 마냥 성욕이 없는 거 같았으니까.

‘얘는 나중에 감당 어떻게 하려고.’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원래 세계와는 정 반대로 적용이 된다.

되게 모순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은 들긴 한다만…….
그래서 정조역전 세계인 거겠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사회의 톱니바퀴가 안 보이는 곳에서 잘 굴러가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취해서 머리가  돌아가는 건가?’

아니, 모를 리가 없다.
내가 만약 여기서 반항이라도 한다면, 다슬로서도 꽤나 상황이 난감해질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한테 먼저 키스를 해 왔다는 말은…….
그 만큼의 각오가 있다는 걸까.

그렇다면.

‘좋아.’

나도 그 각오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 주어야겠지.

“읍, 으응……?”

잠자코 있던 내가 갑자기 혀를 움직이자 살짝 놀란  눈을 뜨는 다슬.
아랑곳하지 않고나는 질세라 혀를 움직였다.

마주친 눈을 보면서 눈썹을 휘어 웃게 해주는 것은 덤.

그 순간.
다슬의 눈빛이 번뜩 빛나는 것처럼 보인 것은 내 착각일까.

“하읍.”

내 반응을 읽은 다슬의 혀놀림이 점차 격렬해져 갔다.
이제는 망설일 것 없다는 듯이.

“응하앗, 츄릅……!”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혀가 격렬하게 섞여간다.

건조했던 모텔 내부가 순식간에 키스 소리로 달아올랐다.
한동안 들리는 것은 나와 그녀의 끈적한 딥키스 소리 뿐.

한참 동안 딥키스를 나눈 나는 그제서야 슬그머니 고개를 뗐다.

“하아, 하아…….”

가느다란 숨결을 내쉬며 다슬을 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다슬이 예의 익숙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취한 척한 거였나.

“후훗.”
“왜 자꾸 웃어?”
“좋아서요.”

여전히 내 목에서 감은 손을 떼지 않은 채 웃는 다슬.
뽀얀 뺨은 아직 취기가 가시지 않은  여전히 홍조가 피어나 있다.

단순히 귀여워만 보이던 그녀의 얼굴은, 어느덧 한껏 색기를 발하고 있었다.

“오빠.”

곧이어 눈을 뜬 다슬이 고개를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왜.”
“오빠 키스도  하네요.”
“그래서 싫어?”
“싫기는요.”

그리 말하는 다슬의 목소리에는 묘하게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마치 능숙한 내 기술을 놀리기라도 하고 싶은 마냥.

“저는 오히려 그런  더 좋은데.”
“그거 잘 됐네.”
“그런데 오빠는 하나도 취해 보이네요.”
“난취해도 금방 깨더라고. 그러는너야말로취한    아니었어?”
“처음엔 진짜 취했었어요. 오빠가 사준 숙취해소제 마시니까 좀  거지.”

그리 말한 다슬이 손을 풀더니 침대를 짚은  양손으로 손을 옮겨갔다.
나는 그런 다슬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 내 반응이 의외였던 것일까.

“생각보다 되게 차분하시네요.”

누워있는 채로 고개를 갸웃한 다슬이 말했다.

“좀 더 당황하는 오빠가 보고 싶었는데.”
“이래봬도 당황한 상태야.”
“그래요? 그런  치곤 너무 덤덤한데.”
“내가 보기엔 오히려 네가 더 차분해 보이는데?”
“그럴 리가요. 오빠가 거부하는 건 아닐까 아직도 조마조마하다고요.”
“거부고 뭐고 네가 갑자기 들이댔잖아.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피하냐.”
“정말요?”

내 대답에 다슬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상황이 아니라면 거부했을 거예요?”
“그건…….”

마치 내가 무슨 답을 할지알고 있는 것 마냥 묻는 다슬.
그 말에 멋쩍어진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그런 내 반응이 재밌었는지다슬이 킥킥 웃었다.

“오빠 제 생각보다 헤픈 남자였네요.”
“그래서 뭐, 싫어?”
“아뇨. 오히려 그래서 좋아요.”

야한 남자라서 좋다는 걸까, 아니면 자기한테 이렇게 대해줘서 좋다는 걸까.
전자인지 후자인지 알 수 없는 ‘좋아요’였다.
“오빠.”

괜히 퉁명스레 대답하는  말투에도 다슬의 입가에 띈 미소는 지워질 줄 몰랐다.
손등을 쓰다듬던 다슬의 손길이 조심스레 내 손을 맞잡았다.

어느덧 꽉지를 뀐 채 다슬이 묘한 눈빛을 보내왔다.

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가뜩이나 여자경험이라곤 화연 뿐이니 영 감이 안 선다.

‘위험부담까지 감수하고 덮쳤으면서 이번에는 또 조심스럽단 말이지.’

어쩌면 저 순진해 보이는 겉과는 달리 속내는 시커먼 여자인  아닐까.
물론 그 속이 시커멀수록 나야 환영할 일이지만 말이다.

어쩌면 원래 세계에서는 꽃뱀 스타일이었던 게 아니었을까.

“오빠 아까 노래 부를 때 있잖아요.”

내심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나를 바라보던 다슬이 천천히 입을 뗐다.

“그 때  삘이  오더라고요.”
“무슨 삘?”
“아, 이 남자랑 하고 싶다……. 뭐, 그런 생각?”

거기까지 말한 다슬이 씨익 웃었다.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다슬의 모습은 여전히 비글미 넘치는 이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이럴 때 보면 또 순진무구해 보이기도 하고.

“뭐, 랩은 최악이었지만요.”

그런 내 생각을 모른  다슬이 말을 이어갔다.

어느새 그녀의 말투는 표정에 맞는 장난스러운 어조로 돌아가 있었다.
섹스 직전의 모습이라 하기 힘든, 마치 그냥 친구한테 말하는 것 마냥 편안한 어조였다.

“처음에 발라드 부를 때 엄청 감동했는데 랩 덕분에 확 깬 거 알아요? 전진 후진 오지던데.”
“네가 그런 말할 처지냐? 너도 장난 아니었거든?”
“언제는  부른다면서요?”
“그건 당연히 예의상  말이고.”
“알아요.”

그렇게 장난스럽게 잡담을 이어가던 것도 잠시.
순식간에 눈빛 하나로 분위기가 확 바뀐다.

어느덧 지긋이 나를 바라보는 다슬을 보며, 나는 기분 알 없는 긴장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런 점이 좋았던 거예요.”

이거 아무리 봐도 전진 후진은 네가  오지는 거 같은데…….
슬쩍 빠졌다가 들어오는 이 화법은 대체 뭐냐고.

“그래서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괜스레 조급해진 나는 서둘러 말문을 이었다.

“하긴 할 거야? 아님 이대로 돌아가?”
“후후. 뭐가 그렇게 급해요?”
“딱히 안 급하거든.”
“그래요? 아닌 거 같은데…….”

흠, 이렇게 주도권 뺏기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닌데 말이지.
다시 한  장난을 치려는 다슬을 보며 그녀의 상반신을 확 안아들었다.

“꺅!”
“다슬아.”

일단 짚고 넘어갈 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

잡생각을 떨친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안긴 다슬을 바라보았다.

“네가 취해서 지금 머리가 제대로 안 굴러가는 거 같은데.”

참고로 이전 다슬의 음란도 및 호감도 수치는 확인한 바가 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망설이고 있었다.

‘호감도는 29에서 수치가 3 오른 32. 이 정도면 가볍게 썸 타는 정도지만…….’

반면 내가 주목한 것은 다슬의 음란도 수치였다.

현재 다슬이 보여주는 음란도 음란도 수치는 자그마치 74.
이는 주화연의 71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물론 음란도가 높다면 오히려 망설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수치가 술을 마시기 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다르다는 게 문제였다.

술을 마시기 전 다슬의 음란도는 고작해야 30대 중후반.
이는 일반적인 이 세계 여성들의 평균과 다를 바 없다.

‘술 마시면 괜히 불끈거린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니까.’

원래 세계의 남자로 따지면 술 마시고 안마방 가고 싶다고 하는, 대충 그런 느낌인 거겠지.
그리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후 술이 깨고 나서 태도가 달라진다면?

자신이 한 행동들이 부끄러워진 탓에 나를 피하게 된다면?

‘괜히 나중에 어색해지긴 싫다고.’

지금 다슬이 충동적으로 나를 원하는 것이라면, 혹여나 지금의 상황을 이후 크나큰 실수로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괜히 여친 행세를 하면서 집착하는 것보단 낫긴 하지만.

“너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 괜찮겠어?”

일종의 최종선고를  내 말.
그런 내 말에 오히려 다슬이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걸 남자인 오빠가 물어보는 거예요?”
“내가 말하는 게 뭐 어때서?”
“그런 건 여자 쪽에서 말하는 거라고요, 진짜.”

어이가 없다는 듯 다슬이 피식 웃었다.

“뭐,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네요.”

이해한다는  고개를 끄덕인 다슬이 말문을 이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요. 오빠 말대로 이대로 가면 아마 나중에 가면 분명 후회할지도 몰라요. 우리가 딱히 사귀자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고.”
“야, 그러면…….”
“그래도요.”

순간  손을 꽉 쥔 다슬의 힘이 전해졌다.
나를 바라보는 다슬의 눈빛에는 나름 진지한 기색이 엿보였다.

“안 하는것보단 이게 나을 거 같네요, 저는.”
“그러냐.”
“애초에 그런  여자가 말하는 거라고요. 남자가 뭐 이렇게 착해 빠졌대?”
“나는 그렇게 생각이  된다고.”
“오올, 남녀평등~.”
“됐거든.”

장난스레 대꾸하는 다슬을 보며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얘기했는데도 이런 반응이라면 나도 더 할 말은 없다.
지금의 발언은 스스로 벌인 행동을 알아서 하겠다는 뜻이었으니까.

“진짜 솔직히 말해 봐요.”

내가 생각을정리하는 사이 다슬이 재잘재잘 말문을 이어갔다.

근데 얘는 여기까지 와서도 계속 잡담이나 하고 있네.
섹스할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사실 오빠도 저한테 관심 있는 거죠? 그래서 받아들인 거 맞죠?”
“뭐, 관심 없다고는 말 못하지.”
“그죠? 오빠도 애초에 그럴 거 각오하고 모텔까지 온 거잖아요. 맞죠? 네?”
“처음엔 그냥 너 재우고 가려고 했어. 뭐……. 아예 생각조차 안 한 건 아니지만.”
“역시!”

겨우 대답하는  말에 그제서야 다슬이 시원한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마음속에 있던 모든 망설임이 사라진 모양이다.

씨익 웃은 다슬이 다시  뒷덜미를 슬며시 잡았다.

“오빠.”

핥짝.

귓가로 전해지는 아찔한 감각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런  반응에 다슬이 킥킥 웃었다.

“후후, 귀여운 오빠.”
“너 진짜 장난 좀 그만 하고…….”
“장난 아닌데.”

그 순간 귓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혓바닥.

“윽!”

이번만큼은 나도 참지 못하고 작게 신음소리를 냈다.

“후우우…….”
“큭, 잠깐…….”
“이래도……. 제가 장난치는 걸로 보여요?”

귓가로 속삭일 때마다 머릿속으로 짜릿 번개가 치는 감각.
ASMR을 듣는 사람들이 이런 기분일까.

“허윽……!”

생소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 슬쩍 몸을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뒷덜미는 그녀의 손아귀에 쥐어진 상황.
나를 붙잡은 다슬의 손길이 한층 강해졌다.

“도망가지 마요.”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나는 다슬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순진 그 자체였던 그녀의 눈빛은, 어느새 한층 도발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시  번 다슬의 얼굴이  귓가로 다가왔다.

여전히 속삭이는 말투와 함께.

“오빠도……. 원해요?”

천천히 입을 여는 다슬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 의식도 한층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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